68화. 오크로써의 삶(7)
68화.
무언가를 오해한듯한 마법사가 급히 마나 서치를 펼칠려고 했다. 마법사를 즉시 제지했다. 그러자 더욱 오해를 한 마법사는 겁을 집어 먹고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 나고 있었다. 저놈이 왜 저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은 해크는 마법사와 거래를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취익! 마법사, 지금 마법 서적은 몇서클까지 가지고 있냐?"
"그, 그런건 왜 묻는지요?"
갑자기 존대를 하기 시작한 마법사가 이상했다. 잘게 떨고 있는게 심상치 않아 보였다.
"취익! 던전 입구를 내가 열어 주면 마법 서적을 보여 달라는 거래다. 취익! 단 6서클이상이어야 한다."
"보, 보여 드리겠습니다."
"자네 던전 입구를 찾을수 있겠나?"
아메르 자작이 끼어 들었다. 자작에겐 확답할수 없었다. 입구를 살펴 보지도 않아 자신의 마법 지식으로 열수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눈앞의 마법사는 5서클이다. 자신도 제논이었을때 5서클 마법까지 알고 있었다. 6서클 마법서를 가지고 있다는 말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던전 입구를 열 생각이다. 거대한 바위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자작은 물론 마법사들까지 따라 올려고 했다.
"취익! 마법사들은 부상자들을 치료해."
해크의 말에 5서클 마법사가 두명의 마법사에게 눈짓을 하자 두 마법사가 부상당한 기사들에게 달려가고 5서클 마법사는 계속 해크를 따라왔다.
"취익! 일반 병사들은 치료하지 않을거야?"
"그, 그들까지 치료할 포션은 없습니다."
있다고 해도 일반 병사들에게 포션으로 치료하지 않을꺼다. 언제 또다시 기사들이 부상을 당할지 모른다. 병사보다 기사들을 위해 남겨 두어야 한다.
"취익! 호키, 이걸로 병사들을 치료해."
배낭에서 물주머니 한개를 꺼냈다. 모두가 배낭안에서 나온 물주머니를 바라 보고 있었다.
"이건 뭔지요?"
"취익! 포션이다."
"헉! 포, 포션? 이게 전부 포션이란 말입니까?"
호키는 물론 듣고 있던 자작이나 마법사까지 놀라는 표정이었다. 커다란 물주머니안에 가득 들어 있는게 포션이라는 말에 이것만 가져가 팔아도 떼부자가 될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그렇다.
"취익! 빨리 치료해. 늦으면 그만큼 포션을 많이 사용할수 밖에 없어."
"아, 알겠습니다."
"고, 고맙네."
후다닥 달려 가는 호키를 보며 자작이 고마워했다. 큰바위에는 마법진이 숨겨져 있었다. 그렇게 어렵지 않은 마법진이었다. 순서대로 마나를 불어 넣으면 해제되는 간단한 마법진이었다. 마법진을 알고 있는 마법사라면 누구라도 해제할수 있는 마법진인데도 해제하지 못하는게 이상할 정도였다.
"취익! 이렇게 간단한 마법진도 해제할수 없단 말이냐?"
"그, 그게 아무리 마나를 불어 넣어도 소용없었습니다."
이 마법사가 왜 계속 존대를 하는지 의아해 하면서 해크는 마법사의 말에 특별한 장치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더욱 자세히 마법진을 살펴 보았다. 하지만 다른 무언가는 전혀 찾을수도 없었다.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해크는 마법진에 순서대로 마나를 불어 넣어 봤다. 그러자 놀랍게도 해크가 주입한 마나에 마법진이 반응하고 있었다.
우우우우웅.
화아아아악!!
긴울음소리를 토해낸 마법진은 밝은 빛을 뿌리기 시작했다.
그그그그긍.
빛이 사라짐과 동시에 바위가 양쪽으로 서서히 갈라지기 시작했다.
"아아! 해, 해제되었습니다. 봉인이 해제되었습니다."
"드,. 드디어 열렸군. 고맙네. 보답은 반드시 하겠네."
"취익! 마법서를 내놔."
"아, 알겠습니다."
품속에서 꺼낸 마법 주머니안에서 책 한권을 꺼내 해크에게 건네준 사나테는 역시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확신했다. 일반적인 마나로는 마법진을 해제할수 없었다. 그런 마법진을 해제한것만으로 눈앞의 해크라는 오크는 드래곤이 폴리모프해 유희를 하고 있다고 확인할수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몬스터의 제왕이라는 오우거를 처리할수 없을 것이다.
"저어, 들어 가지 않을겁니까?"
바위 옆에 털썩 주저 앉아 메모리 마법으로 마법서를 기억하고 있을때 마법사가 말을 걸어 왔다.
"취익! 내가 왜? 너희들이 알아서 해."
마법서에 열중하고 있는 해크를 물끄르미 바라다 본 아메르 자작은 어쩔수 없다는듯 던전안으로 들어 갔다. 기사들이나 병사들은 오크가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신기한지 모두들 힐끔거리고 있었다. 마법서를 통채로 기억했을때 호키가 물주머니를 내밀었다. 치료가 끝났다는 것이다. 부상당했던 병사들을 바라 보자 병사들이 꾸벅 고개를 숙이며 고마워했다.
인간들이 오크에게 고마워하는 전대미문의 일이 벌어졌지만 해크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해크가 도끼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병사들이 놀라며 주춤거렸다. 그런 병사들을 무시한채 바닥에 쓰러져 있는 오우거에게로 가서 가죽을 벗기고 힘줄을 빼냈다.
두마리를 해체하고 가죽과 힘줄을 마법 배낭에 넣었을때 던전안에서 자작 일행이 나오고 있었다. 던전 탐사가 너무 빨리 끝난게 아닌가 했다. 자작의 표정으로 볼때 건진게 별로 없어 보였다.
"취익! 뭘 좀 찾았나?"
"터, 텅빈 던전이었다네."
자작까지 갑자기 말을 더듬고 있었다. 그런 자작의 얼굴에 왜인지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취익! 내가 살펴 봐도 되나?"
"무, 물론이네."
던전으로 들어 가지 전과 나왔을때의 자작은 백팔십도로 달라져 있었다. 해크에게 말할땐 말을 더듬으며 눈도 마주칠려고도 하지 않았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굳이 알 필요는 없었다.
"취익! 만약 마법서를 찾으면 모두 내꺼다."
"워, 원하는건 모두 가져 가도 되네."
고개를 갸웃거리며 해크는 던전안으로 들어 갔다. 던전안으로 들어 갈때 뒤쪽에서 자작의 한숨 소리와 한탄하는 소리도 들려왔다.
"드래곤이라니? 믿을수 없네."
"자작님! 확실합니다. 오우거를 처리한것은 물론 마법까지 사용하는 오크입니다. 또한 일반 마법사와는 다른 마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마법진은 특별한 마나에만 반응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저 드래곤이 아니라면 절대로 던전을 열수 없었을겁니다. 유희를 하고 있다는걸 모르는척 행동하십시요. 발각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마법사의 말에 이제야 어떻게 된것인지 알수 있었다. 던전안에서 마법사가 자작에게 드래곤이 오크의 모습으로 유희를 하고 있다고 말한것이다. 그런탓으로 당황하면서 말을 더듬든 아메르 자작이었다. 오해를 풀어줄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잘 된 일이다.
던전안은 정말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느낌이 말해 주고 있었다. 넓은 광장으로 되어 있는 던전안은 빈탁자와 의자 한개만 달랑 놓여 있었다. 잠을 자는 침대나 방도 하나도 없는 구조였다. 던전이라고는 너무 보잘것없었다. 하지만 이상한 감각에 자세히 살펴 보았지만 왜 이상하다는 느낌이 드는지 알수가 없었다.
'...혹시 마나?'
마법사의 말에 특이한 마나에 반응하는 마법진이라고 했다. 자신은 상단전에 보유한 마나를 사용해 마법을 시전한다. 일반적인 마법사가 심장에 두른 서클 고리의 마나와는 다른 마나다. 더욱 정제된 마나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마나에 마법진이 반응했다면 이곳의 이상한 느낌도 마나에 반응해 무언가가 드러 날지도 몰랐다. 어디에 마나를 주입하면 될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다. 일단 바닥 정중앙에 마나를 불어 넣어 봤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화아아악!
엄청난 빛이 폭발했다. 질끈 눈을 감자 몸이 붕 뜨는 느낌이었다. 감은 눈을 뜨자 전혀 다른 곳에 와 있었다. 순식간에 이동 마법진을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해 왔다는 걸 알수 있었다. 이곳이 어딘지는 모른다. 하지만 평범한 곳은 아니다.
벽쪽에는 문이 5개나 있었다. 한개씩 열어 확인했다. 주방, 침실, 연구실, 서고, 마법 재료 보관실로 나누어진 방이었다. 이곳은 마법사가 만든 던전이 틀림없었다. 서고안 탁자위에는 책한권이 놓여 있었다. 의자에 앉아 책을 집어 들었다. 이상하게도 친근감이 느껴지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나왔다. 왜 그런지는 모른다.
'이, 이게 대체....!?'
글을 읽기도 전에 충격을 받았다. 글자는 지구의 한국에서 사용하는 한글이었다. 어떻게 한글이 이 대륙에 존재하는지 너무 큰 충격에 한동안 멍해질수 밖에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글을 읽어 내려 갔다. 글은 몇글자 없었다.
「복수에 집착하지 마라.」
내용은 고작 그게 다였다. 이 글을 쓴 자가 누구인지 어떻게 이 대륙에 한글을 알고 있는 자가 있는지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내용으로 볼때 복수에 눈이 멀어 일생을 받친것 같았다. 글 아래에는 아공간 좌표가 기재되어 있었다. 한글을 모르면 알수 없게끔 좌표 숫자를 모두 한글로 적어 놓았다.
좌표를 기억하고 책자를 배낭에 집어 넣고 서고의 책들을 살펴 보았다. 백여권쯤되는 서적중에 마법 서적은 물론 마나 연공에 관한 책들은 한권도 없었다. 마법 재료 보관실엔 각종 시약들이 즐비하게 늘려져 있었다. 언령 마법을 사용하는 자신에게는 별로 쓸모도 없는 물건들이었다.
작은병에 들어 있는 붉그스럼한 것은 포션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파란색은 뭔지 몰랐다. 확인을 위해 붉그스럼한 포션을 먼저 열어 냄새를 맡고 마셔 보았다. 역시 포션이 틀림없었다. 다음은 파란색으로 빛나는 병을 열었다. 그러자 병안에서 마나가 흘러 나왔다. 놀랍게도 마나 포션이었던 것이다.
치료 포션과 마나 포션은 정확히 100병씩이었다. 포션들은 배낭속으로 직행되었다. 연구실에는 각종 실험 기구들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그게 무얼 하는 장치인지 전혀 알수가 없었다. 이곳을 자작에게 말해 주어야 할지 숨겨야 할지 판단을 내려야겠지만 숨기기로 했다.
이곳으로 데려 온다고 해도 괜히 오해만 살것이다. 돈이 되는 물건이 별로 없는 이곳에 중요한 물건은 이미 해크가 모조리 챙긴 상태라고 생각할것이 뻔했다. 그럴바에야 아예 발견하지 않은걸로 하는게 좋을것이다.
이곳에서 다시 광장으로 돌아 가는 방법은 모르는 상태지만 이곳으로 들어 올때와 마찮가지로 광장 중앙에 마나를 불어 넣자 역시 눈부신 빛이 터지며 순식간에 이동되었다. 광장에서 빛이 터진 상태지만 빛을 발견하지 못했는지 아니면 일부러 들어 오지 않았는지 광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밖으로 걸어 나가자 마법사가 다가와 어떻게 되었는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취익! 없다."
아무것도 없다는 말에 실망스런 표정의 마법사였다.
"취익! 자작, 이제 어쩔꺼냐?"
"후우, 돌아 가야겠네."
안정이 되었는지 자작은 더이상 말을 더듬진 않았다. 던전 탐사로 인해 기사들과 병사들만 잃은 자작은 침울한 표정이었다. 상급 익스퍼트인 기사가 완치될때까지 마법사들이 며칠 더 던전을 조사하기로 했다. 오우거에게 두명이 당해 마법사는 3명만 남은 상태다. 기사들은 14명 ,병사들은 53명이 남은 상태로 다시 정글을 빠져 나갈때 몇명이 더 죽을 것이다.
"취익! 자작, 실망하지마. 취익! 오우거 가죽 두장을 줄께."
"고맙네. 그리고 정글을 무사히 나갈수 있도록 도와 줄수 있나?"
"취익! 도와 줄께."
저녁 시간이 되어 가자 병사들이 식사 준비를 했다. 육포를 찢어 넣은 수프를 끓일 생각인것 같았다.
"취익! 기다려. 한마리 잡아 올께."
숲속으로 달려 들어간 해크는 즉시 마나 서치를 펼쳐 동물들을 찾아 다녔다. 몬스터는 잡아도 소용없었다. 인간들이 먹지 않기 때문이다. 거대한 멧돼지 일행을 발견했다. 모두 일곱 마리로 그중 새끼 세마리는 남겨 두고 큰놈 두마리를 마법으로 죽였다.
"허억! 괴, 괴물이다."
병사들이 소란스러워졌다. 멧돼지 두마리를 짊어지고 자작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자 해크의 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멧돼지에 가려진 탓으로 병사들이 놀라고 있는 것이었다.
쿠쿵.
"취익! 해체해라."
"헉!"
이제야 해크라는 것을 안 병사들이 또다시 놀라며 머뭇거리고 있었다. 아직 병사들은 오크인 해크에게 거부감이 있는지 접근하지 않을려고 했다. 멀찌감히 피해주자 그제야 병사들이 멧돼지에게 달려 들어 해체하기 시작했다.
지글지글.
간만에 불에 익은 고기를 먹었으며 수프도 먹었다. 이것에 물들면 생고기는 더이상 먹지 못한다. 일부러 불에 구운 고기는 많이 먹지 않았다. 마법사들이 아무런 소득도 없이 부상당한 기사 단장이 거동할수 있게 되었다. 상급 익스퍼트였던 기사는 아메르 자작령 기사 단장이라고 했다.
천막 밖으로 나온 단장은 해크를 보며 놀라워 하고 있었다. 오우거에게 당해 기절한 상태로 해크가 오우거를 죽인 장면을 보지 못한 것이다. 기사들에게 이야기를 들었는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해크를 보며 접근해 왔다. 드래곤이라는 말은 듣지 않았는지 두려운 표정도 아니다.
"취익! 몸은 다 나은거냐?"
"그럭저럭 움직일만하다. 오우거를 처리해 줘서 고맙다."
"취익! 내상을 입었다면 마나 연공을 펼쳐 치료해."
"응? 마나 연공으로 내상을 치료하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무림과는 달리 이곳 기사들의 내상 치료는 포션을 마시고 자연적으로 치유되기를 기다린다. 포션은 외상에 특효약이지만 내상 치료에도 조금 도움이 된다. 마나 연공으로 치료를 할줄 모르고 있었다. 아마 알고 있는 기사들도 있을 것이겠지만 비전 취급을 하며 누구에게도 알려 주지 않았을게 뻔했다.
"취익! 마나 연공을 해봐. 취익! 천천히 움직이며 마나를 몸속으로 끌어 들여 내상입은 부위로 마나를 보내면 서서히 치료가 될꺼야."
"음...해 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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