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수행원 토미
16화.
"이곳엔 어떻게 알고 찾아 온거냐?"
나라시덴 상단주가 여관방으로 찾아 온것이다.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여관방을 옮겼음에도 찾아온 점이 궁금했다.
"경비병에게 찔러 주고 돌아 오면 연락해 달라고 했습니다."
외성문 경비를 매수해 놓은 것이다. 경매에 참가하기 위해 귀족과 상인, 마법사들이 몰려와 오우거 가죽과 뼈를 확인했다는 말을 해 주었다.
"상단주, 전쟁이 벌어 질지도 모른다는건 알고 있어?"
"전쟁요? 헛소문이 아닌지요? 상인들 사이에 그런 말을 하는 자가 있었지만 전쟁이 그렇게 쉽게 벌어 지겠습니까?"
상단주는 헛소문이라고 치부하고 있었다. 중소 규모 상단인 탓으로 정보에 어두운것 같았다.
"상단주만 알고 있도록 해. 렉트 후작에게 들은 말로는 엘칸트 왕국과 전쟁이 벌어 질것 같아. 그래서 하는 말인데 상단주의 상단을 크게 키울 생각은 없어?"
"정말 전쟁이 벌어진다면 상단을 키울 기회입니다. 하지만 자금이..."
"오우거 경매 자금을 모두 투자할테니까 전쟁 물자를 사 모으도록 해. 전쟁이 발발하면 나도 전쟁에 참가할꺼야. 상단이 크게 성장하면 나중에 날 좀 도와줘."
"감사합니다. 반드시 돕도록 하겠습니다."
나라시덴 상단에게 투자를 하고 순이익의 3할을 받기로 했다. 다음날 저녁이 되어 다시 찾아 온 상단주는 오우거는 3천7백 50골드에 마탑에 낙찰되었다고 했다. 경매장으로 캐논은 가지 않았다. 오우거를 어떻게 잡았느냐고 물어 볼게 뻔해서였다. 경매가 끝난후 식량을 챙긴 캐논은 다시 절벽으로 가서 사이킥 훈련에 매진했다. 한달에 한번씩 식량이 떨어지면 식량을 구입하러 도시로 들어가 전쟁 소문을 알아 보며 계속 훈련만했다. 3개월이나 흘러도 아직 전쟁이 시작된다는 소문은 없었다.
"백작님! 언제 포션을 가져 오는지 스승님이 굼금해 해서 찾아 왔어요."
마법 상점의 엘시 마법사가 여관으로 찾아 왔다. 포션을 가져 온다며 말한게 이미 4개월전이다.
"트롤을 발견하는게 쉽지 않아."
"트롤이라면 아카이드 산쪽에서 보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요."
"그래? 그럼 내일 잡으러 가겠다."
아카이드 산은 사이킥 훈련을 하고 있는 위쪽에 있는 몬스터 산맥의 일부분인 높은 산이다.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사이킥 서치를 펼치며 트롤을 찾아 다녔다. 15일만에 드디어 트롤을 발견했다. 3미터가 조금 넘는 놈이었다. 사냥을 할려는지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구속하라!! 떠올라라!!"
"쿠에엑?"
갑자기 움직이지 못하게된 트롤은 공중으로 둥실 떠 올랐다. 영문을 모르는 트롤은 눈만 데굴거리며 의미 모를 괴성을 내뱉고 있었다.
"잘라져라!! 얼려라!!"
"크와아앙."
트롤의 허벅지 뒤쪽을 잘라 재생되지 못하게끔 상처 부근을 얼려 버리고 언 부분에 구멍을 뚫었다.
뚝뚝.
트롤의 피가 바닥으로 떨어 지기 시작했다. 그런 피를 물주머니을 대고 받았다. 트롤을 죽이고 피를 뽑으면 더 쉽게 피를 얻을수 있지만 지속적으로는 피를 뽑아 낼수 없어 고안해 낸 방법이다. 물 주머니 한개를 꽉 채우고 얼린 부분을 녹여 주었다. 그러자 상처 부위가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며 상처가 재생되고 있었다. 트롤은 피가 많이 빠져 나간 상태여서 축 늘어져 있었다. 바위로 사이킥 훈련을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쉽게 트롤을 들어 올려 피를 뽑진 못했을것이다.
쿵.
바닥에 내려 놓고 구속을 풀어주자 트롤은 일어 날려고 했지만 비틀거리며 쓰러지길 반복하고 있었다.
"쿠와아앙!"
화가 났는지 괴성을 지르며 캐논에게 달려 들려고 했지만 제대로 일어 날수도 없는 상태였다. 이 상태에서 다른 몬스터의 습격을 받으면 트롤은 죽을것이다. 나중에 또 트롤 피를 뽑기 위해 트롤이 죽게 내버려 둘순 없었다. 트롤을 뒤로 하고 다른 몬스터나 동물들을 찾아 봤다.
'오크다!'
오크 5마리가 어슬렁거리며 어디론가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근처에서 들려온 트롤의 괴성에 먼곳으로 도주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다섯 마리를 한꺼번에 구속해 버렸다.
"취이이익!"
"취취이익!"
콧김을 뿜어내며 당황해 하는 오크들의 목을 잘라 죽인후 쏟아 지는 피를 얼렸다. 마법 주머니에 사체를 담아 트롤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트롤은 바닥에 드러 누워 있는 상태였다. 캐논이 접근하자 기척을 알아 챈것인지 벌떡 일어 날려고 했지만 비틀거리며 다시 쓰러 지고 있었다.
"쿠와아앙."
"이걸 먹어라."
오크 다섯 마리 사체를 던져 주었다. 그러자 트롤은 한마리를 집어 들고 그대로 뜯어 먹고 있었다.
"아! 오셨네요. 스승님을 불러 올께요."
마법 상점으로 들어 서자 엘시 마법사가 후다닥 안쪽으로 뛰어 들어갔다. 이번에도 고스번 마법사가 마나를 불어 넣고 온전한 포션으로 만들었다. 약속대로 3할에 해당되는 포션을 건네주고 마법 기초 이론 서적 두권을 받았다.
"다음에는 최상급이 아닌 중하급 포션으로 만들어 올순 없는지요?"
"최상급이 좋은게 아냐?"
"최상급은 아무나 살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일년에 한두개 밖에 팔리지 않습니다. 너무 아까워 희석도 못하는 상태입니다. 용병들에게 팔수 있게끔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
트롤의 피속에 녹아 있는 마기를 얼마나 제거해야 중하급 포션이 되는지 연구를 해야 했다. 그렇다고 당장 연구를 할 필요는 없었다. 마법 서적 두권은 '마법사의 길'과 '마법의 이해'라는 책이었다. 마법사가 되기 위해선 어떤 자가 적합한지 어떤 공부를 해야 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마법사의 지침서같은 마법사의 길이라는 책과 달리 마법의 이해는 '마법이란' 책과 비슷한 내용이었다. 두달이 흘러 고스번 마법사가 부탁한 중하급 포션은 건네주고 마나를 불어 넣은 포션을 받아 챙기고 여관으로 돌아 오자 나라시덴 상단주가 찾아왔다.
"백작님! 총동원령이 발동되었습니다."
드디어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된것이다. 상단주의 말로는 엘칸트 왕국과의 국지전에서 패배를 거듭하고 있는 프론티아 왕국에서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전면전으로 돌입할려는 것이다. 나라시덴 상단은 전쟁 상인 등록을 하고 끌어 모은 물자를 가지고 동쪽으로 이동한다고 했다. 은근히 동행하길 바라는 눈치였지만 다른 쪽에 이미 합류하기로 생각해 놓은 상태였다. 총동원령이 내려진 상태라면 외할아버지 영지인 보르지아 자작령도 전쟁에 참가할것이다. 환영받진 못했지만 성인이 될때까지 보호를 받고 무사히 성장할수 있었던 보답을 해줄 생각이었다. 전장에서 보자고 하며 상단주와 헤어진 캐논은 용병 사무실을 찾아 갔다.
"무슨 일이죠?"
허름한 건물의 입구 근처에 여자 한명이 앉아 있었으며 안쪽의 의자에는 몇몇 용병들이 앉아 있었다.
"마부로 쓸 용병 한명을 고용하고자 한다."
"마부요?"
여자의 반문과 함께 긴의자에 앉아 대화를 하고 있던 용병들이 일제히 캐논쪽을 바라 보았다.
"고용 기한과 의뢰금, 그리고 이름과 묵고 계신곳을 알려 주시면 용병이 찾아 갈께에요."
"드라이브 백작이다. 고용 기한은 6개월 이상으로 의뢰금은 용병과 상의해 보겠다."
접수대의 여자가 말한대로 묵고 있는 여관을 알려 주고 용병 사무실을 나왔다. 되도록 빨리 찾아 오기를 바랬다. 그날 저녁 방안에서 마법 서적을 읽고 있을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용병 사무실에서 의뢰서를 보고 찾아 왔다고 했다.
"아, 안녕하십니까? 토미라고 합니다."
들어온 용병은 나이가 어려 보였다. 무기도 소지하고 있지 않아 이제 갓 용병이 된 녀석같았다.
"몇살이냐?"
"여, 열여섯입니다."
역시 성인이 되자마자 상경해 용병이 된 녀석으로 추정되었다. 고용하기 전에 이것저것 캐물었다. 마부는 한번도 해 본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도 왜 찾아 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잠시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꼬르르륵."
녀석의 뱃속에서 천둥 소리가 들려 오자 고개를 푹 숙인 녀석의 얼굴이 붉어지고 있었다.
"식사는 언제 했냐?"
"어, 어제 아침에 먹은게 전부입니다."
"일단 이걸로 식사를 하고 와라."
1실버를 던져 주자 당황한 녀석은 어쩔줄을 몰라 했다. 백작 신분으로 적선하듯 던져 둔 실버지만 받는 입장으로써는 생각지도 못한 일일것이다.
"빨리 먹고 와라."
"예, 옙!"
토미는 푸미 무역 도시 근처 마을에 사는 녀석이다. 부모들은 농사를 짓고 있지만 주렁주렁 달린 동생들 5명을 먹여 살리기엔 농사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용병일을 하기 위해 집을 뛰쳐 나왔다. 하지만 용병은 쉽지 않았다. 무기 살돈은 물론 먹을것을 살 돈도 없어 굶어 죽을 처지에 놓였다. 그럴때 용병 사무실에서 용병들이 떠드는 소리를 듣고 찾아 온것이다. 대부분 용병들은 토미처럼 돈을 벌기 위해 가출해 용병이 된다. 예전같으면 저런 애는 처다 보지도 않았을것이다. 몬스터 산맥을 넘으며 용병들에게 잘 해 주면 그들도 보답을 한다는 것을 알고 토미에게 돈을 준것이다. 아직 어린 토미를 자신의 수행원으로 삼으면 딱 좋을것 같았다. 여러가지 가르켜야 할것이 많겠지만 시간은 남아 돌았다.
"토미, 용병으로써가 아니라 내 수행원이 될 생각은 없느냐?"
"수, 수행원요?"
왕방울만큼 눈이 커진 토미는 깜짝 놀랐다. 백작이라면 아무나 수행원으로 고용하진 않는다. 글을 읽을줄 알아야 하고 귀족 예법에도 밝아야 한다. 자신은 그런건 전혀 모른다. 무슨 의도로 수행원으로 삼을려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물어 볼수도 없는 처지였다.
"그래. 평생 날 수행해야 한다. 네 부모에겐 평생 놀고 먹을수 있을 정도의 자금을 건네 주겠다. 너도 용병일보다는 수행원이 되는게 이득일꺼다. 글은 물론 여러가질 배워야겠지만 천천히 배우면 된다. 하겠나?"
"그, 그게...정말로 부모님에게 그런 돈을 주신단 말입니까?"
"그래."
"하, 하겠습니다."
토미에게 옆방을 잡아 주고 다시 돈을 건네 옷을 몇벌 사라고했다. 자신의 수행원의 꾀죄죄한 몰골은 자신의 명예까지 더럽히는 꼴이다. 아침 일찍 토미를 데리고 마차를 구입하러 갔다. 목장 옆에 마차를 팔고 있어 말과 함께 구입하고 토미에게 3일의 시간동안 마차를 판 중년인에게 마차를 모는 방법을 배우라고 했다. 토미가 어느 정도 마차를 몰수 있게 되자 일골드를 건네 주고 가족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해 마차 지붕에 싣고는 토미 집이 있는 마을로 향했다. 목책 밖에서 일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 마차가 마을로 접근하자 하던 일을 멈추고 마차를 바라 보고는 깜짝 놀라고 있었다. 토미가 마부석에 앉아 마차를 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중 네명이 헐레벌떡 마차쪽으로 뛰어 오고 있었다.
"혀~엉!"
"오빠~!!"
창문 밖으로 살짝 본 사람들은 중년 부부 두명과 아이 두명이었다. 토미를 부르는게 가족같았다. 마차는 절로 멈추었다. 마차로 뛰어온 애들과 중년 부부가 토미를 보며 화를 내자 토미는 급히 제지하고 나섰다.
"마차안에는 백작님이 타고 계세요."
백작이라는 말에 놀란 부부와 아이들이 즉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귀족이 얼마나 두려운 존재들인지 잘 알고 있는 자들이다.
"너희들이 토미 부모냐?"
"그, 그렇습니다."
창문을 열고 확인한 캐논은 집으로 가자고 했다. 목책안의 토미 집은 방이 두개로 이런 집에 용케 8명이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으로는 들어 가지 않았다.
"일어나라."
마차 문을 열고 나오자 다시 무릎을 꿇고 땅바닥에 이마를 대고 있는 토미 가족을 일으켜 토미는 이제 자신의 수행원이 되었다고 알려 주었다. 토미를 힐끗 본 가족들은 믿기지 않는듯했지만 백작인 캐논의 말을 믿지 않을수도 없었다.
"토미, 넌 동생들과 마차의 짐을 내려라."
"예. 백작님."
토미의 목소리는 한층 더 힘이 들어가 있었다. 가족에게 자신이 백작의 수행원이 되었다는게 자랑스러워했다.
"너희들은 날 따라 와라."
애들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토미 부모들을 데리고 가 마법 주머니에서 묵직한 주머니 한개를 꺼내 주었다.
"토미가 내 수행원인 만큼 부족함없이 살수 있도록 돈을 주는거다."
"가, 감사합니다."
"토미와는 한동안 만나지 못할꺼다. 먼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작별 인사를 하도록."
마차안에서 기다리자 잠시후 토미가 돌아왔다. 울고 있는듯한 토미에게 일부러 말을 걸지 않았다. 푸미 무역 도시로 되돌아 와 야영에 필요한 물건과 식량을 구입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출발했다. 외할아버지 영지인 보르지아 자작 영지로 가는 것이다. 길을 모르는 토미를 위해 길잡이로 용병 한명을 고용한 상태다. 토미와 용병이 마부석에 앉고 마차 지붕위에는 짐이 한가득이었다. 마차안의 캐논은 마법 서적을 읽거나 사이킥 훈련을 했다. 긴여정끝에 드디어 보르지아 자작령에 도착했다.
"오랜만이구나."
"예. 외숙부님. 전쟁에 참가할려고 찾아 온것입니다."
"전쟁에? 자네가 무슨 능력으로 전쟁에 참가하려는겐가? 익스퍼트가 된건가?"
소드 익스퍼트가 되었다면 도움이 되겠지만 아니라면 방해만 될것이다. 그런점을 우려하는 외숙부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 주면 곧바로 승락할것이지만 일부러 숨겼다.
"익스퍼트는 아직이지만 반드시 도움이 될것입니다. 따라 가게 해 주십시요. 절대로 방해되는 일은 없을겁니다."
"음...조용히 따라와야 한다."
"감사합니다."
보르지아 자작은 몰락 귀족이 되어 버린 외조카 백작이 공을 세워 볼 심산으로 전쟁에 참가하고 싶어 한다는걸 파악했다. 동행을 거절한다해도 따라 올것이 분명했다.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해야 된다."
"물론입니다.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외할아버님을 만나 뵈도 되겠는지요?"
"음, 따라 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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