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화. 캐논에서 추산으로...지구로 가다
130화.
거대한 성이 아닌것으로 볼때 작위도 그렇게 높지 않은 마족이 있는 성같았다. 성안으로 몰래 잠입했다. 마족중 지위가 낮은 자를 납치해 물어 봐도 지구와의 게이트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가능성이 다분했다.
어느 정도 지위가 있는 놈을 납치해야 한다. 자칫하면 전투는 피할수 없다. 큰소동이 발생하면 모든 마족이 달려 들것이다. 사이킥 서치로 마족들의 경지를 살펴보며 내성안으로 스며 들었다. 외성에는 하급 마족들만 있을뿐이었다. 외성의 하급 마족들과 달리 내성안의 마족들은 복장부터 달랐다.
'저 놈을 잡자.'
어디로 급히 걸어가는 노인을 몰래 따라갔다. 내성 중앙의 성을 빙 돌아 뒤쪽으로 간 노인은 큰건물안으로 들어 갔다. 일층 방으로 들어간 곳의 침대위엔 한남자가 누워 있었다. 얕은 홑이불을 걷어내자 남자의 상체는 붕대로 감겨져 있었다. 그런 붕대를 살펴보는 노인은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크흠."
"응? 누구신가?"
천천히 뒤를 돌아본 노인은 조금 놀란듯했지만 금방 평정심을 되찾은듯 보였다.
"중간계의 인간이 어떻게 이곳에 있는거지?"
"어떻게 안거냐?"
중간계의 인간이든 마족이든 겉모습은 비슷하다. 그런데도 노인은 바로 눈치를 챈것이다.
"예전에 중간계로 내려가 본적이 있네. 그곳에서 인간들을 만나 보았다네. 비록 좋은 일로 만난 것은 아니지만 인간은 마족들과 달리 풍기는 냄새가 다르다네."
"호오, 여러 마족들을 만나 보았지만 이렇게 간단히 파악된건 처음이군."
노인은 적대감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다행이었다. 다른 마족이었다면 곧바로 달려 들었을것이다.
"그래, 인간이 이곳엔 무슨 일인가?"
"마계에 이계로 통하는 새로운 통로가 열려져 있을꺼야. 그 통로를 찾고 있어."
"음, 중간계의 인간인 자네가 그런걸 어떻게 알고 있는겐가?"
"중간계의 마물산에서 마족에게 들어 흥미가 생겼거든."
지구에서 왔다고 말할순 없었다. 마족과 지구인들은 아마 지금 전투를 벌이고 있을 것이다. 중간계에서 만났다는 핑계거리가 적당했다.
"그런가. 통로는 어딧는지 알고 있네."
"알려 줄수 있나? 보답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저 자를 치료해 주겠다."
노인과 침대의 남자가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지만 노인의 태도로 볼때 거절하진 못할것이다.
"혹시 자네 중간계의 마법사인가?"
"그렇다."
"오오! 좋네. 먼저 치료를 해 줄수 있겠나?"
"이걸 받아."
아공간을 열어 트롤 피를 꺼냈다. 마족에게 마기를 정제한 치료 포션은 사용할수 없다.
"그건 중간계의 트롤 피야. 상처에 뿌리면 치료가 될꺼야."
"고맙네."
캐논의 말을 믿는지 아무런 의심도 없이 노인은 즉시 침대위의 남자 가슴의 붕대를 풀고 트롤 피를 뿌렸다. 남자의 가슴은 무언가에 할퀸듯 깊은 상처가 나 있었다. 트롤 피가 상처에 스며 들자 침대에 죽은듯이 누워있던 남자 몸이 들썩이는것과 동시에 상처가 점점 사라져 갔다.
"고맙네."
"거래야. 그리고 비켜 봐. 마법과는 다른 치료술을 알고 있으니까 완전하게 치료해 줄께."
마족에게 치료 마법을 시전할순 없다. 치료 마법은 마나를 응용한 치료술이다. 마족이 보유하고 있는 마기와 충돌할것이기에 사이킥으로 치료를 해야한다. 캐논의 말을 전적으로 믿는지 노인은 자리를 비켜 주었다.
"부탁하겠네."
"사이킥 리커버리!"
남자의 가슴쪽에 살며시 손을 대고 사이킥을 시전했다. 외관상으로는 아무런 변화도 없지만 마족 남자 몸속은 치료가 되었을것이다. 트롤 피로 인해 가슴의 상처는 이미 회복된 상태로 내상까지 치료가 되었을것이라고 짐작되었다.
"이제 완전히 치료가 되었을꺼야."
"정말 고맙네."
"자아, 이제 통로가 어디에 열려 있는지 알려줄 차례야."
"이곳에서 남쪽으로 석달거리에 있는 산속에 열려 있네."
노인의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르키며 말해 주었다. 드디어 지구로 돌아 갈수 있다는 생각에 절로 표정이 환해졌다.
"고맙다."
방을 나설려고 할때 노인이 제지했다. 같이 식사나 하지 않겠냐고 식사 초대를 한것이다. 마음이 급한 캐논은 정중히 거절하고 노인이 알려준 남쪽으로 향했다. 일직선으로 무작장 날아가며 산을 찾았다. 사이킥 텔레포트로 이동하고 있는 탓으로 석달 거리는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예상할수가 없었다.
며칠을 이동했는지 모르지만 앞쪽에 산이 보였다. 지구와의 게이트가 열려 있는 곳이라면 마족과 인간들이 대치하고 있을 것이다. 산 상공을 날아 가며 사이킥 서치로 마족이나 인간이 있는지 감지해 보았지만 마물들만 있을뿐 찾을수가 없었다.
이 산은 게이트가 열려 있는 산이 아닌것 같았다. 산을 넘어 다시 이동을 할수 밖에 없었다. 몇번이나 쉬기를 반복하며 몇개의 산을 서치해 봤지만 모두 허탕이었다.
'후우, 아직 석달 거리가 아닌가?'
어쩔수 없었다. 갈때까지 가 보는 수 밖에 없었다. 불행히도 이동하는 중에 마족도 전혀 찾아 볼수가 없어 누구에게 물어 볼수도 없었다. 다시 거대한 높이의 산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엔 제발 저 산이길 바라며 산쪽으로 이동했다.
"아!"
이 산이 틀림없어 보였다. 산속에 마족들이 돌아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동하면서 처음으로 마족을 발견했다. 몸을 숨긴채 산속을 날아 다니며 게이트를 찾아 보았다. 산 중턱 어림에 마족들이 몰려 있는 곳 중앙에 게이트가 열려 있었던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이곳 게이트는 마족들이 완전히 장악한 상태였다. 마족들은 게이트를 둘러 싸고 있을뿐 안으로 들어가는 자는 없었다.
'가자!'
이제 지구로 돌아 가면 언제 또 이곳으로 올수 있을지 모른다. 하늘위쪽의 기둥안으로 몸을 들이밀자 쑥 빨려 들어 가는 느낌과 함께 어두운 곳으로 자동적으로 튕겨져 나왔다. 즉시 주변을 둘러 보았다.
바로 뒤쪽은 블랙 게이트였고 주변은 조금 어두컴컴한 밤이었다. 이상하게도 블랙 게이트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는게 아니었다. 모기처럼 왱왱거리는 작은 물체가 게이트 주변을 떠 다니다가 캐논에게로 몰려 들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장난이 아니었다. 어디서 몰려 왔는지 엄청난 수의 곤충이 순식간에 몰려 들고 있었다. 외양은 모기처럼 생겼지만 모기는 아니었다. 엄지 손톱 크기의 곤충은 모기처럼 길고 뾰족한 주둥이가 주사기 침처럼 보였다. 저렇게 큰모기는 있을수가 없다.
"웨에에엥!"
수백 수천은 되어 보이는 이름모를 곤충이 달려 들자 즉시 실드를 시전했다.
텅텅텅텅.
곤충들이 실드에 부딪히는 것과 동시에 실드에 달려든 곤충들이 완전히 실드를 감싸 버려 앞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얼마나 많은 곤충들이 달려 들었는지 실드를 짖누르는 곤충들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지고 있는듯했다.
놈들을 떨쳐내기 위해 플라이 마법으로 하늘로 빠른 속도로 떠 올랐다. 곤충들이 점점 실드에서 떨어져 나가기 시작하자 전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곤충들은 무리를 지어 먹구름처럼 몰려 다니며 계속 하늘로 치솟고 있는 캐논을 따라 붙고 있었다.
얼마큼이나 하늘로 솓아 올랐는지는 모르지만 곤충들은 더이상 따라 오지 못한채 아래쪽에 몰려 다니고 있었다. 하늘은 검은 구름으로 뒤덮혀 있었다. 그때였다. 두개의 붉은 불빛이 번쩍이며 거대한 무언가가 급속도로 접근하며 뭔가 번쩍거렸다. 그러자 푸른색 빛이 엄청난 속도로 접근해 왔다.
"블링크!"
즉시 회피를 하고 거대한 물체를 확인했다. 어느새 캐논이 있던 곳까지 접근한 물체는 동물이 아니었다.
'헉! 저건 대체...'
거대한 물체를 보고 할말을 잃은 캐논은 일순 몸이 굳어 버렸다. 저런 물체는 지구상에 있을수 없었다. 마치 무당 벌레같은 외모에 번들거리는 겉모습은 철로 만들어진 비행체같았다. 날개를 펴지도 않은채 날고 있었다. 혹시나 우주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이 지구가 맞는가?'
그런 의문이 절로 들었다. 만약 지구라면 군사 기술이 엄청나게 진보했거나 외계인들에게 정복당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사이킥 서치로 무당 벌레를 살펴 보았지만 생명체는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일단 피하자.'
이미 캐논의 모습은 영상으로 어딘가로 송출되었을것이다. 이럴줄 알았다면 모습을 숨긴채 돌아 와야 했다. 즉시 사이킥 텔레포트로 먼곳으로 이동해 투명 마법으로 모습을 감추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어두운 탓으로 먼곳을 살펴 볼순 없었다.
이곳이 어디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영혼의 일부분이 마계에서 중국의 특수 부대 정찰병들을 잡았을때 지구엔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 중국, 프랑스, 케냐라는 나라에 블랙 게이트가 열렸다고 했었다.
날이 밝기를 기다려야 한다. 날이 밝으면 이곳이 지구인지 다른 행성인지 알수 있을 것이다. 처음 보는 곤충과 비행체에 혹시 지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 실라이온, 주변을 정찰해 줘.
실라이온이 갈수 있는 거리만큼 정찰해 보고를 해 온것을 확인하고 이곳은 지구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아스팔트 도로위의 표시판이 영어로 쓰여져 있었던 것이다. 자동차는 물론 아스팔트도 곳곳이 파괴되어 있는게 전쟁이 벌어진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작은 마을도 발견했지만 모조리 파괴되어 불에 탄 흔적밖에 남지 않았다.
- 마스터, 공중에서 무언가 접근해 오고 있어요.
붉은 빛 두개가 점점 확대되고 있었다. 무당 벌레 비행체가 쫒아 온것같았다. 투명 마법으로 모습을 가리고 있는 데도 찾았다는 것은 열감지 센서에 감지되어 발각된것으로 생각되었다.
- 실라이온, 내 몸 주변을 바깥 공기 온도에 맞추어줘.
급속도로 접근하던 무당 벌레 비행체는 그 자리에서 정지한채 붉은 두개의 빛이 좌우로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역시 열감지 센서로 자신을 찾은것이라고 확신할수 있었다. 한동안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던 비행체는 하늘로 사라졌다.
- 노에스, 땅을 파줘.
이대로 몸을 숨긴채 계속 있을순 없었다. 열감지 센서에 걸리지 않게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일단 땅굴을 파고 숨어 들어 열감지 센서에 걸리지 않는 아티팩트를 만들 생각이다. 자동 온도 조절 마법진을 자신의 몸이 아닌 외부로 작용하게끔 반대 방향으로 바꾸는 것으로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만약을 위해 3개나 덤으로 만들어 놓고 땅굴안에서 휴식을 취하며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잠시 눈을 붙인후 깨어 났을땐 아직도 바깥은 어둑어둑한채였다. 체감상으로는 12시간은 흐른듯한 느낌이지만 아직도 날이 밝지 않은것 같았다.
땅굴밖으로 나가 사람을 찾아야 했다. 땅굴을 조금 더 크게 넓히고 벽과 바닥을 단단히 굳힌후 좌표를 기억해 두었다. 블랙 게이크가 있는 이상 또다시 이곳으로 올일이 있을 것이다. 지상으로 나가 마계에서 처럼 지구에 와서도 모습을 감춘채 하늘을 날아 다녀야 했다.
고공 비행은 할수 없었다. 아직 어두운 탓으로 지상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공 비행으로 날아 가며 간간히 사이킥 서치를 시전하며 인간을 찾아 보았다. 큰도시가 눈에 들어 왔다. 역시 전쟁이 벌어 진것 같았다.
도시는 폐허가 되어 있었다. 무너진 도시의 흔적으로 볼때 많은 시간이 흐른것 같았다. 도시에는 인간은 감지되지 않았다. 그런데 마족도 전혀 감지가 되지 않고 있었다. 마족이 게이트를 타고 넘어 왔을것이 틀림없을것인데도 없다는것은 넘어 오는 족족 모기같은 괴생명체에 당한 것이라고 생각할수 밖에 없었다.
그런탓으로 마족들도 마계에서 게이트 주변을 둘러 싸고 있지만 쉽사리 넘어 오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이렇게 무너진 도시라면 풀이나 나무들로 뒤덮혀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풀한포기조차 찾아 볼수 없었다.
하늘을 뒤덮고 있는 먹구름 탓일지도 몰랐다. 만약 저 먹구름이 일시적인게 아니라 계속 저런 상태라면 지상의 식물은 모두 사라질것이다. 식물이 사라졌다면 인간들의 식량도 사라졌다는 것과 마찮가지다. 큰도로를 따라 이동했다. 다른 도시를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음, 역시...'
이곳도 폐허가 되어 있었다. 폭격을 맞은듯 온전히 남아 있는 건물이 보이지 않았다.
"응?"
폐허가 된 도시 지하에서 마기가 감지되었다. 하급 마족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약한 마기였다. 그런 마기가 한둘이 아니었다. 지하로 내려 갈수 있는 입구를 찾아 보았다. 일부분이 무너진 계단을 따라 라이트 마법을 시전한채 아래로 천천히 내려갔다.
지하철 입구인듯 아래쪽은 철로가 놓여져 있었다. 벽에 붙어 있는 노선도나 역 명칭은 글씨가 거의 사라져 알아 볼수가 없어 이곳이 어딘지는 모른다. 철로를 따라 마기가 감지된곳으로 이동하자 철로를 밟고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는지 앞쪽에서 마기를 품은 무언가가 걸어 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응? 저건 구울?"
옷은 헤어질때로 헤어져 헐벗은 것이나 마찮가지인 인간은 살아 있는 생명체가 아니었다. 흐느적거리며 걸어 오는 자들중에 얼굴이 반쯤 녹아 사라졌는데도 죽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으며 한쪽 팔이 없거나 온몸에 메말라 붙은 시커먼 죽은 피로 범벅이 된 자도 있었다. 이번엔 사이킥 스캔으로 살펴 보아도 역시 모든 장기는 죽어 있었다.
'어떻게 된거지?'
이런 자들이 지구에 있을리가 없었다.
"파이어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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