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전쟁(1)
17화.
"오랜만이구나."
"예. 외숙부님. 전쟁에 참가할려고 찾아 온것입니다."
"전쟁에? 자네가 무슨 능력으로 전쟁에 참가하려는겐가? 익스퍼트가 된건가?"
소드 익스퍼트가 되었다면 도움이 되겠지만 아니라면 방해만 될것이다. 그런점을 우려하는 외숙부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 주면 곧바로 승락할것이지만 일부러 숨겼다.
"익스퍼트는 아직이지만 반드시 도움이 될것입니다. 따라 가게 해 주십시요. 절대로 방해되는 일은 없을겁니다."
"음...조용히 따라 와야 한다."
"감사합니다."
보르지아 자작은 몰락 귀족이 되어 버린 외조카 백작이 공을 세워 볼 심산으로 전쟁에 참가하고 싶어 한다는걸 파악했다. 동행을 거절한다해도 따라 올것이 분명했다.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해야 된다."
"물론입니다.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외할아버님을 만나 뵈도 되겠는지요?"
"음, 따라 오너라."
외할아버님은 큰침대에 누워 있었다. 앙상한 몰골이 언제 돌아 가셔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외할아버님, 캐논입니다."
"오...랜만...이구나..."
말을 더듬으며 힘들어 했다. 오랜만에 본 외할아버지는 병이 깊어 보였다. 그런 외할아버님을 위해 포션을 꺼냈다.
"외숙부님, 이건 최상급 포션입니다. 외할아버님에게 사용하십시요."
"고맙다."
외할아버님의 손을 잡아 주며 잡담을 하며 쾌차를 빌었다. 외할아버님은 영주직을 외숙부에게 물려 주고 완전히 은퇴한 상태였다. 보르지아 자작령은 전쟁 준비로 부산을 떨며 최종 점검을 하고 있었다. 3일후에는 전장으로 이동한다고 했다. 캐논도 여러가지 물건들을 구입하러 돌아 다녔다. 자작령의 책임자로는 소영주인 그레시안 외사촌이다. 캐논보다 10살이나 많은 나이로 소드 익스퍼트 중급이라고 했다. 기사 15명, 병사 2천명을 이끌고 전장으로 향하는 긴행렬이 이어졌다. 기사들이 앞장 서고 그뒤를 소영주가 탄 마차와 캐논이 탄 마차가 뒤따르며 병사들은 후미를 따라 오고 있었다. 전쟁터로 가는 분위기는 우울했다. 프론티아 왕국 병력이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총동원이 발동된 상태란걸 모두 알고 있는 것이다. 무사히 영지로 돌아 올수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병사들은 뒤를 힐끗거리며 자작령을 눈에 담아 두고 있었다. 첫번째 야영 장소에서 소영주가 식사 초대를 했다.
"백작은 왜 전쟁에 참가할려는건가? 아무런 세력도 없이 어떻게 공을 세울려고?"
소영주와는 비교도 할수 없을 정도로 작위는 자신이 높은 상태임에도 몰락 귀족인탓에 소영주는 자신을 무시하고 있었다. 은근히 화가 났지만 외사촌 형님인 탓으로 참을수 밖에 없었다.
"공은 얼마든지 세울 자신이 있습니다. 전쟁은 주변 상황이나 날씨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죠. 지금은 왕국이 밀리고 있다지만 언제 상황이 돌변할지는 누구도 모르지요."
"마치 전쟁을 수십번이나 해 본것처럼 말하는군."
소영주가 몬스터 산맥에서 생활해 보면 알수 있을것이다. 전쟁터로 이동하면서 점점 여러 귀족들과 합류해 병력은 계속 불어 나고 있었다. 변경백인 그레고리 백작 병력은 반토막이 난 상태라고 했다. 국경이 무너져 점점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후방인 안토니 자작성 외곽에서 대치하고 있는 중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제 10일후면 전쟁터에 도착한다. 귀족 회의에서 돌아온 소영주가 속보로 오오트리 남작성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했다. 캐논은 귀족 회의에 참가할수가 없어 나날이 바뀌는 전쟁 상황이 어떻게 돌아 가고 있는지 모른다. 집결했던 병력은 세개로 쪼개졌다. 그레시안 보르지아 소영주가 이끄는 보르지아 영지군은 5천의 하르덴 자작군과 2천의 게르먼 남작군과 함께 연합군 형식으로 오오트리 남작성으로 속보로 이동했다. 남작성까지 반나절을 앞둔 시점에서 야영을 하고 아침 일찍 출발을 할때였다. 멀리 앞쪽에서 뿌연 흙먼지가 피어 오르며 말발굽 소리가 땅을 울리며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즉시 전투 태세로 돌입한 연합군은 긴장을 하며 앞쪽을 주시할때 펄럭이는 깃발을 보고는 오오트리 남작군이라는 것을 알고는 경계를 풀었다.
투두두두.
몇필의 전마와 함께 숨을 헐떡이며 병사들도 뒤따라 오고 있었다. 남작성이 함락되어 후방으로 후퇴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오오트리 남작은 침울한 표정이었다. 적들이 남작성을 완전히 손에 넣기 전에 반격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게르먼 남작이 목소리를 높이며 지금이 기회라며 역설하고 있었다. 급히 지휘관 회의가 개최되어 어두워지면 출발해 야습을 하기로 결정되었다. 다행히 적들은 오오트리 남작을 추격하지 않은 탓으로 후원군이 몰려 온것을 모르고 있을거라고 판단한 결정이었다. 병사들은 저녁때까지 축적된 피로를 풀며 병장기를 점검하며 야간의 전투에 대비했다. 든든히 이른 저녁을 먹고 출발했다.
"토미, 넌 이곳 후방에서 기다리거라."
긴장하고 있는 토미는 군수품을 관리하는 병력들과 대기하라고 했다. 여분의 전마를 얻어 타고 소영주 옆을 바짝 따라갔다. 전쟁이 처음이라는 소영주는 긴장하고 있었다. 소영주뿐만 아니라 모든 병력이 긴장하고 있었다. 패잔병들인 오오트리 남작군의 안내로 남작성으로 향했다. 이미 날은 저물어 어두워진 상태였다. 달빛이 아른거리는 한밤중의 이동은 느릴수 밖에 없었다. 야습 시간대는 오전 2시경이다. 남작성과 한시간 거리를 두고 멈춘 병력은 최종 점검을 하고 본격적으로 야습을 개시했다. 외성문은 박살난 상태라고 했었다. 아직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간이다. 성문은 아직 수리하지 못한 상태일것이다. 외성벽 위 곳곳에 횃불이 밝혀져 있었다.
야습은 기사들이 먼저 돌진하고 그 뒤를 병사들이 따라 가는 식이다. 기사들이 탄 전마의 말발굽은 헝겊으로 둘러 싸 소리를 죽여 놓고 있었다. 그렇더라도 가까이 접근하면 습격이라고 알수 있을것이겠지만 될수 있는한 가까이 접근하는게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하르덴 자작군, 게르먼 남작군. 보르지아 자작군 기사 25명이 말등을 박차며 달려 나갔다. 선봉으로 각 영지군에서 차출한 기사들이 오오트리 남작성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기사들이 성문을 돌파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야습의 승패가 갈린다. 급하게 야습을 강행하는 탓으로 병사들은 사다리도 많이 준비하지 못한 상태다. 기사들이 성벽 근처로 접근하자 야습을 알아 차린것인지 성벽위에서 큰소리가 들려 오며 여러곳에서 횃불이 피어 오르고 있었다. 외성문은 통나무로 막아 놓은 상태였다. 기사들은 성문앞에서 더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뒤로 물러 서고 있을때 성벽위에서 화살이 쏟아져 내렸다. 풀 플레이트 메일로 몸을 감싸고 있는 기사들에게 화살은 별 소용이 없다. 쏟아지는 화살비 뒤로 연합군 병사들이 들이 닥쳤다.
"통나무를 치워라."
방패를 든 병사들이 성문으로 향해 통나무를 치우고 있을때 성문 안쪽에서 화살이 날아와 통나무를 치우고 있는 병사들에게 박혀 들었다.
"크악!"
"컥!"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병사들을 대신해 다른 병사들이 계속 투입되고 있었으며 사다리를 성벽에 대고 기어 오르는 연합군 병사들위로 화살과 돌들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연합군쪽 후방에서도 화살을 날려 성벽위 적들을 노리고 있었지만 추락하는 아군 병력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공성전은 수성하는 적들을 함락시키기 위해선 3배의 병력이 필요하다. 적들은 점점 성벽위로 증원되고 있었으며 빨리 성문을 뚫지 않으면 아군의 피해는 엄청날것이다.
"올라가! 올라 가라!!"
"두려워하지 마라!"
기사들의 명령에 병사들은 모닥불에 뛰어 드는 불나방처럼 사다리를 타고 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병력에 비해 사다리 수가 너무 부족해 보였다. 사다리옆에 대기하고 있는 병력들이 위쪽에서의 화살 공격에 싸워 보지도 못한채 쓰러지고 있었다.
"돌격하라!"
투두두두!
드디어 성문을 막아 놓은 통나무가 치워졌는지 기사들이 일제히 성문으로 돌격하고 있었다.
꽈꽈꽝!!
기사들이 성문안으로 들어 갈 찰나였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큰폭발이 발생하며 화염이 충천했다. 적들중에 마법사가 있었던 것이다. 연합군의 병력중엔 마법사는 보이지 않았다. 마법 공격으로 인해 기사들의 돌격이 멈추었다. 성문 양쪽에 남아 있던 통나무들이 무너져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런 통나무를 뛰어 넘어 돌격할려고 해도 앞이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전마가 발을 잘못 디뎌 쓰러질지도 모르며 언제 또다시 마법사가 공격해 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함부로 돌격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나설까?'
전장의 상황을 주시하며 언제 가담할지 가늠하고 있던 캐논은 자신의 주가를 올리기 위해 아군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때 나설 생각이었다. 지휘관들인 귀족들은 초조한 표정들이었다. 지금이 상황 타개를 위해 나설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기랄! 마법사라니..."
오오트리 남작에게 적군에 마법사가 있다는 말은 들어 보지 못했다. 적군이 숨겨둔 비장의 카드였던 것이다.
"마법사는 내가 처리하겠다. 이럇!"
투두두두두.
"배, 백작!"
캐논이 갑자기 뛰쳐 나가자 깜짝 놀란 그레시안 소영주였다. 소영주가 크게 소리쳐 불렀지만 이미 앞쪽으로 달려 가고 있는 중이다.
"소영주! 누구인가?"
"캐논 드라이브 백작입니다."
"드라이브 백작?"
"18년전에 무너진 드라이브 백작가 후손입니다."
소영주의 말에 다른 영주들이 어리둥절하고 있었다. 그런 몰락 귀족이 무슨 힘이 있다고 마법사를 처리하겠다고 뛰쳐 나가는지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이다.
"소영주, 드라이브 백작은 어떤 자인가?"
"저도 잘 모릅니다. 아직 익스퍼트도 되지 못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허허, 만용이군."
"그래도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달려 나간게 아닐까요?"
귀족들이 수군거리고 있을때 캐논은 이미 성문 근처까지 달려 간 상태였다. 여전히 화살비는 쏟아지고 있었다. 사이킥 실드로 몸을 보호하며 달려간 캐논은 기사들이 서성거리고 있는 곳까지 도달해 성문을 뚫으면 곧바로 따라 오라고 했다.
투두두두두.
"떠올라라! 사이킥 리버스! 가랏!!"
성문 입구쪽에 타오르고 있는 통나무들이 일제히 공중으로 떠 오르며 안쪽으로 쏘아져 나갔다.
"피, 피해라!"
"날 따르라!!"
두두두두두.
안쪽에서 피하라는 말과 함께 뻥 뚫려 버린 성문을 향해 질주했다. 기사들도 일제히 캐논 뒤를 따르고 있었다. 성문 입구에 접어 들었을때였다. 또다시 앞쪽에서 불덩어리가 쏘아져 왔다. 파이어 볼이었다.
화악!
"되돌아 가라! 사이킥 리턴!!"
쏘아져 오던 둥근 화염 덩어리가 역행하고 있었다. 있을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런 마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마나가 뭉쳐진 마법을 고스란히 되돌려 보내는 일은 9서클 마법사라고 해도 무리다. 마법사마다 보유하고 있는 마나의 성질이 다르다. 즉, 아무리 마나에 대한 이해력이 높은 마법사라고 해도 타인의 마나가 뭉친 마법의 마나를 파악하고 장악해 되돌려 보낼순 없다.
꽈꽈꽝!
안쪽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려왔다. 파이어 볼이 폭발해 버린것이다. 무사히 성문을 통과하자 수많은 횃불들이 안쪽을 밝게 수놓고 있었다.
"찾아라! 사이킥 서치!"
마법사를 빨리 찾아야 한다. 전장에서 마법사는 기사들보다 무서운 존재들이다. 광역 마법 한방이면 병력들이 반토막 날 정도로 전장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가 마법사다.
'저곳이군!'
건물 뒤쪽에 숨어있는 마법사를 굳이 찾을 필요도 없었다. 자신에게로 매직 미사일이 날아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폭발하라! 사이킥 붐!"
퍼펑.
"구속하라! 사이킥 홀드!"
매직 미사일이 폭발하자 곧바로 마법사에게 사이킥을 시전했다. 사이킥이 얼마만큼 마법사에게 통할지는 알수 없었다.
"뚫어라! 사이킥 드릴!"
마법사가 제대로 구속되었는지는 모르는 상태에서 곧바로 공격적인 사이킥을 시전하자 마법사의 머리에 구멍이 뚫리며 피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크아악!"
"죽여라!"
캐논의 뒤쪽에선 이미 아군 기사들과 병사들이 성문으로 쏟아져 들어와 적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터져라! 사이킥 파이어!"
꽈꽈광!!
"마, 마법이다. 피해..."
적군들이 몰려 있는 곳에 집채만한 불덩어리가 생성되어 곧바로 터져 버렸다. 아래쪽 적군들 머리위로 쏟아 지는 화염비에 적군들이 비명을 지르며 우왕좌왕했다. 몸에 불이 붙은 적들은 사방으로 뛰어 다니며 바닥을 구르는 탓으로 화재가 발생했지만 지금은 전쟁중이다. 한가하게 불을 끌 시간은 없었다.
"미끄러져라! 사이킥 그리스!"
성벽위에서 계단을 밟고 내려 오는 가장 위쪽 계단 적군 발밑에 그리스 마법과 똑같은 사이킥을 시전하자 비틀거리며 넘어진 적군이 앞으로 구르며 계단을 내려 오는 동료들 뒤를 덥치자 우르르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지기 시작했다.
"터져라! 사이킥 붐!"
퍼펑.
"으~아악! 피, 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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