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화. 토니로써의 삶(2)
75화.
첫날부터 눈을 감고 수업을 듣자 3일후 학교에서 엄마를 호출했었다. 호출받은 엄마의 말이 가관이었다.
"우리 애는 천재에요. 일반인의 잣대로 평가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한말을 그대로 말해 버린 엄마였다. 호출되기 전날 미리 엄마에게 학교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말해 두었기 때문이다. 4학년이 되어 드디어 5서클로 올라 갈수 있었다.
- 엔다이론!
- 아! 마스터, 드디어 저희들을 부를수 있게 되었네요.
- 그래. 시간이 많이 걸렸어.
- 할아버지와 부모님들 몸을 살펴 보고 이상이 있는 곳이 있으면 치료해 줘.
엔다이론의 특기가 치료다. 그래서 정령들중 가장 먼저 소환한 것이다. 잠시후 마나가 쭉 빨려 나가고 있었다. 엔다이론이 치료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 호호호. 이제 아이를 가질수 있게 되었어요.
잠시후 돌아온 엔다이론은 엄마의 자궁을 손보았다고 했다.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엄마는 불임이었다. 아이를 갖고 싶어도 가질수 없는 몸이어서 자신을 입양한것이다. 이제 아이를 가질수 있게 된 상태로 만약 아이를 낳게 된다면 자신의 입장이 어떻게 될것인지 두고 봐야 했다. 지금까지의 애정으로 볼때 변함없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예상대로 4개월후 엄마는 임신했다. 포기했었던 임신이 확인되자 눈물까지 흘리며 불임 치료가 성공했다며 의사에게 고마워했다는 후문이었다.
'쳇. 내가 치료해 준건데.'
이듬해 엄마는 여자 아이를 낳았다. 자신과는 9살차이다. 그리고 이듬해 또 아이를 낳았다. 이번엔 남자 아이였다. 동생들이 생기자 자신에게의 애정은 줄어 들었다. 당연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질투하지 않았다. 엄마가 바쁠땐 할아버지와 내가 동생들을 돌보았다. 여동생은 브리니, 남동생은 안소니라는 이름으로 불리웠다.
***
"토니! 축구 구경 가지 않을래?"
주말이면 항상 아버지는 축구 경기장에 가자고 했지만 마나를 모으기에 급급한 나머지 모두 거절했었다. 이제는 여유가 생긴 상태로 같이 가기로 했다. 런던 북동쪽 100킬로 지점의 서퍽(Soffolk)주 중심지인 입스위치(lpswich)에서 북쪽으로 30킬로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번게이(Bungay)에서 입스위치 타운 FC 홈구장인 포트먼 로드(Portman Road)로 이동했다.
아버지와 엄마는 입스위치 타운 FC의 열렬한 팬이었다. 엄마는 동생들때문에 축구장에 가지 못하는 신세였다. 포트먼 로드는 3만명의 관중으로 꽉 찬 상태였다. 2부 리그에 속해 있는 입스위치 타운 FC는 옛날에는 1부인 프리미어 리그 우승까지 차지했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만년 2부 리그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엄청난 함성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블랙풀과의 시합이었지만 지루한 경기였다. 아버지는 열렬히 홈팀인 입스위치 타운 FC를 응원했지만 전반에 1점, 후반에 2점을 내주어 결국 3:0으로 졌다. 일방적으로 밀리는 경기였다.
"정말 아쉽네. 언제 프리미어 리그로 올라 갈려나."
아버지의 말에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아버지! 저런식의 경기라면 일찌감치 포기하는게 좋을꺼에요.'라는 말은 절대로 입에 담을수 없었다. 아버지가 실망할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시합은 이길수 있다며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아버지가 한심하게 보일 정도였다.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인 탓으로 중학교를 선택해야 한다. 일반 학교인 종합 학교, 영재 학교인 그래머 스쿨, 사립 학교인 독립 학교, 민간인이 운영하는 아카데미중 한개를 골라야 한다. 선생님이나 부모님은 영재 학교를 추천했지만 특별한 학교에는 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평범한 종합 학교를 선택했다.
영국은 13학년제다. 초등 학교 6년, 중학교 5년. 고등 학교 2년이다. 중학교를 졸업하기 위해선 중등 교육 자격 시험에 합격해야만 졸업할수 있다. 고등 학교는 대학 준비 과정 학교와 직업 교육 과정 학교중에 선택해야 한다. 토니는 올 만점으로 중등 교육 자격 시험을 합격해 대학 준비 과정 학교로 진학했다.
중학교나 고등 학교나 늘 이목이 집중되는 토니였다. 특이한 머리카락과 동양인 얼굴, 수업 시간에 눈을 감고 있는 괴팍한 행동으로 인해 관심 집중이었다. 간간히 동양인이라고 놀리는 놈들도 있었지만 중학교땐 제임스에게 한마디만 하면 알아서 처리해 주었지만 고등 학교땐 제임스와 상급생인 안드레는 직업 교육 과정 학교로 가는 바람에 직접 해결해야 했다.
그렇다고 손을 대진 않았다. 발로 땅을 한번 크게 구르면 움푹 파이는 것을 보고 놀라 두번 다시는 놀리지 않았다. 고등 학교도 졸업반이 되어 대학 진로를 결정할 시기였다. 대학 준비 과정을 이수하고 대학에 가기 위해선 일반 자격 시험 상급 수준을 치루어야 한다. A, B, C, D 네 등급으로 나누어 성적에 맞는 대학에 들어갈수있다. 2, 5, 9, 11, 13학년에 치루는 전국 학력 평가 모의 고사에서 늘 전국 1등을 놓치지 않은 토니는 A등급을 받아 진로를 고민하고 있을때였다.
고등 학교에서 유일하게 자신에게 말을 거는 여자애인 안젤리가 입스위치 타운 FC 연습 구장으로 놀러 가자고 제안해 왔다. 안젤리 아버지가 코치로 있다며 선수들 사인도 받을수 있다는 말에 머리도 식힐겸 아버지와 엄마에게 줄 사인도 받을 생각으로 따라 갔다. 입스위치 타운 FC 연습 구장으로 안젤리와 함께 갔다. 입스위치 타운 FC 선수들은 '트랙터 보이즈'라는 애칭으로 불리우고 있다. 입스위치가 농업이 성한만큼 트랙터를 붙인 것이다. 연습 구장은 가끔씩 팬들에게 공개한다고 했다.
"여기! 이쪽이야~!"
도착한게 조금 늦었는지 선수들은 연습 시합을 하고 있었다. 정규 시합과는 달리 태클도 없었으며 심장이 터질것처럼 뛰어 다니는 선수들도 없었다. 장난하는것 것은 분위기였다. 서로 떠들고 웃으며 박수를 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너무 실망스러웠다. 그런 선수들에게 뭐라고 야유하는 관중들도 없었다. 관중은 300여명정도였다.
"지금 장난하냐? 그런식으로 연습할려면 때려 치워!"
"토, 토니!"
토니의 외침에 깜짝 놀란 안젤리였다. 늘 조용한 토니였다. 그런 토니가 갑자기 소릴 지른것이다. 혹시 토니가 훌리건이 아닌가 의심스러웠지만 그렇진 않을 것이다. 학교에서는 축구 이야기는 전혀 입에 담지도 않았다.
"안젤리! 넌 화도 않나냐? 저게 연습하는걸로 보여? 저러니까 만년 2부 리그를 벗어 나지 못하는거야. 팬들이 더욱 성화를 부려야 제대로 할것 아냐?"
"그, 그렇지만..."
주변을 둘러본 안젤리는 얼굴이 붉어졌다. 관중들이 이쪽을 바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관중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토니는 또다시 외치고 있었다.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하란 말이야."
시끄럽게 떠드는 토니를 선수들중에도 슬쩍 바라 보는 이들도 있었다.
펑.
골 에어리어 근처에서 찬 볼이 공중으로 치솟으며 저 멀리 사라지고 있었다. 디펜더의 마크도 심하지 않아 골문안으로 수비게 차 넣을수 있음에도 홈런성 볼을 차 버린것이다.
"야~! 집중해. 집중! 그런 정신머리로 축구할려면 때려 치워!"
"토, 토니! 그만해."
울것같은 안젤리 때문에 더이상 야유를 보낼수는 없었다. 연습 경기는 후반전이었는지 20분을 넘지 않았다. 연습 경기가 끝난후 몇몇 선수들이 남아 프리킥 연습을 하고 있었다. 모형으로 만든 가상 인물로 벽을 세워 놓고 연습하는 광경에 또다시 한마디 할려다가 그만 두었다.
전혀 움직이지도 않는 저런 가상 인물로 무슨 연습이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초보라면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저들은 프로다. 실전에서는 벽이 움직이게 된다. 위쪽으로 펄쩍 뛸수도 있고 몸을 움추릴수도 있으며 옆으로 비킬수도 있다. 모든 상황을 가정한다면 움직이는 물체를 세워 놓고 연습하는게 도움이 될것이다.
"토니! 아빠를 만나러 가자."
관중석을 내려가 축구장안으로 들어 갔다. 경비가 제지를 했지만 엔젤리가 코치인 아빠 이름을 대자 통과시켜 주었다. 지금은 자율적으로 개인 연습을 하는 것이어서 안으로 들어 갈수 있었다.
"아빠!"
"안젤리! 네가 왠일이냐?"
"친구를 데리고 왔어."
안젤리는 아버지하고 약속은 하지 않고 갑자기 방문한것 같았다. 안젤리의 아버지는 GK 코치였다.
"안녕하세요. 토니입니다."
"응? 넌 좀전에 관중석에서 떠들든 애가 아니야?"
"너무 답답해서요. 프로라면 프로라는 의식을 가지고 연습 경기든 뭐든 진지하게 임해야 함에도 건성건성하는 기질이 맘에 들지 않았어요."
생각하고 있던것을 솔직히 말해 주었다. 그러자 안젤리 아버지인 해리 코치는 놀란 표정이었다.
"호오! 그런게 보였더냐?"
"아빠! 토니는 천재에요. 학력 평가 전국 1등을 놓친적이 없어요."
"굉장하구나. 남자 친구냐?"
"아, 아니요."
안젤리는 쑥쓰러운지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펑.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에도 프리킥 연습을 하는 선수가 찬 공은 골대를 살짝 빗나가고 있었다.
"아저씨! 프리킥이 저렇게 어려운 겁니까?"
"축구는 해 보지 않은거냐?"
"예. 한번도 제대로 해본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쉬울것 같은데요."
"한번 차 볼래?"
축구가 쉽지 않다는걸 알려 주기 위해 천재라고 자부하는 녀석의 콧대를 꺾어줄 요량으로 프리킥을 차 보게 했다. 프리킥 연습을 하고 있는 선수에게로 코치와 함께 다가서자 토니를 알아 본것인지 선수가 인상을 찡그렸다. 관중석에서 야유를 퍼 붓고 있던 토니를 알아 본것이다.
"아저씨! 한번도 공을 차 본적이 없어 간단하게 어떻게 차는지 알려 주세요."
"일단 몸에 쓸데없는 힘을 빼고 허리와 발목 힘을 사용해 허리와 무릎을 낮추고 발등으로 공의 아래쪽을 차는게 기본이란다."
"알겠어요."
공을 세트하고 뒤로 몇걸음 물러섰다. 가볍게 달려 가면서 조금 비스듬한 자세로 발등으로 공 아래쪽을 뻥 찾다.
슈아앙.
사자의 힘을 보유하고 있는 토니였다. 가볍게 찬 공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빨래줄처럼 쭉 뻗어 나가 골망을 출렁 흔들었다. 처음 찬것치곳 백점 만점이었다.
"와아아아~!!"
아직 관중석에 남아 있던 관중들이 토니가 찬 공을 보며 탄성을 내질렀다.
"아저씨! 어때요?"
"...정말 처음으로 공을 차 보는거냐?"
"물론이죠. 다시 차 볼까요?"
은근히 재미있었다. 발등에 착 감기는 감촉이 정말 좋았다.
"그래. 다시 차 보거라."
"아저씨! 이번엔 저 멀리 있는 골대를 향해 차 볼께요."
프리킥 연습을 하는 골대와는 반대편 멀리 있는 골대쪽으로 공을 세트하고 멀찍이 물러 선후 가볍게 달려가 힘껏 찼다.
뻥.
슈아아앙.
반대편 골문까지는 70미터정도 거리였다. 그런 거리를 직선으로 날아간 공은 골대를 빗나가 한참이나 날아가 버렸다.
"와아아~! 굉장하다."
관중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골대로 공이 들어 가지 않자 은근히 화가 났다. 아저씨의 허락도 없이 다시 공을 세트하고 멀리 물러서 달려 갔다. 이번엔 발에 마나를 살짝 담아 찼다.
펑.
"와아아~!!"
한번씩 찰때마다 관중석이 떠들썩거렸다. 굉음과 함께 총알처럼 날아 간 공은 골대안으로 빨려 들어가 네트까지 찢어 버릴 기세였지만 간신히 멈춘 상태였다.
짝짝짝짝!
삐이익~!!
"와아아아~~!!"
박수를 치며 휘파람을 부는 관중들은 신이 난듯 난리가 난 상태였다.
쩌억.
해리 아저씨는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있을수 없는 일이 발생한것이다. 70미터 거리를 직선으로 날아 가는 것만해도 축구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었다.
"너어! 정말 축구를 처음하는게 맞냐?"
"그렇다니까요."
"엄청난 힘이구나."
"힘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 있어요."
해리 아저씨는 믿기지 않는지 다시 차 보라고 했다. 공을 세팅하고 멀찌감치 물러나 달려 갔다.
펑.
여전히 총알처럼 날아간 공은 골망을 흔들었다. 이미 요령을 파악한 토니는 볼을 차는 족족 골대안으로 빨려 들어 가고 있었다. 몇번을 차자 신이 난 토니는 축구가 점점 재미있어졌다.
"대체 저 애가 누구냐?"
"어떻게 저럴수가 있지?"
관중들이 놀라고 있을때 해리 아저씨가 말을 걸어 왔다.
"토니! 내가 저곳으로 가서 골키퍼를 할테니까 다시 차 보거라."
빠르게 달려간 해리 아저씨가 차라는 신호를 했다.
펑.
여전히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는 공을 아저씨가 양주먹을 모은채 펀칭했다.
"아악!"
하지만 비명을 내지른 아저씨는 오른 손목을 부여 잡고 있었다.
"엄청난 힘이다. 해리 코치 손목이 나간것 같아."
"아, 아빠!"
"아저씨!"
후다닥.
관중들의 말에 급히 달려가 아저씨를 살펴 보았다. 안젤리는 아빠의 비명에 어쩔줄을 몰라했다.
"아빠! 괜찮아?"
"오, 오늘은 그만 하자꾸나. 토니라고 했지? 며칠후에 다시 보자꾸나."
안젤리에게 잘 놀다 오라고 하며 아저씨는 급히 축구장을 나가고 있었다.
"안젤리! 네 아버지를 다치게 해서 미안해."
"아, 아니야. 그런데 너 정말 축구공은 처음 차 보는거니?"
"그래. 더 세게 찰수도 있지만 앞으로는 살살 차야 겠다."
"......."
안젤리가 믿기지 않아 했다. 마나를 얼마나 많이 주입하느냐에 따라 위력 또한 전혀 달라진다. 굳이 마나를 주입하지 않더라도 일반인과는 차원이 다른 힘을 보유하고 있는 토니였다.
- 작가의말
즐거운 저녁 시간 되십시요^^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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