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화. 청송, 깨달음을 주다(1)
53화.
"두사람이 함께 하는거죠. 한사람은 음기만 축적하고 다른 사람은 양기만을 축적해 서로 내뿜어 합치는거죠. 합공을 할때 유용할꺼에요. 제각기 다른 기가 뻗어 나와 합쳐지면 벼락이 생성될겁니다. 적은 아마 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혼비백산(魂飛魄散)할꺼에요."
"그, 그런 방법이 가능하단 말이야?"
"가능할꺼에요. 양기를 내뿜은곳 근처에 음기를 발산시켜면 서로 인력(引力)이 작용해 벼락이 생성되거든요."
음이온이니 양이온이니 이런 말을 하면 알아 듣지도 못할것이다.
"인력(引力)이라니?"
"서로 끌어 당기는 힘을 인력이라고 해요."
"......."
잘 이해가 되지 않는듯했다. 그렇다고 더욱 자세히 설명할수도 없었다. 청송도 더이상은 모른다.
"잘은 모르지만 고마워."
"음...누군가 이쪽으로 오고 있어요. 모두 6명이에요."
다섯명이 경공을 펼치고 있었으며 한명은 기척이 약했다. 혹시 또다시 습격일지도 몰라 경계를 했다.
휘리리릭.
"태상 가주님이세요."
바람을 가르며 달려오는 자들은 태상 가주 일행들이었다. 황보 세가 장로등에는 한사람이 업혀 있었다.
타다닥.
모닥불을 발견한 일행들이 일제히 경공을 펼치며 내려 섰다. 모닥불에 비추어진 청송과 누님들의 모습을 확인한것이다.
"장소를 옮긴게냐?"
"예. 습격을 받았거든요. 저기에 놈들 시체가 있어요."
"음...다친곳은 없고?"
"물론이죠."
태상 가주와 장로들을 제외한 남궁성휘 소가주와 황보산후 소가주의 옷차림이 헝클어져 있었다. 황보산후 소가주 동생인 황보산명은 장로뒤에 업혀 의식이 없어 보였다.
"꺄악! 오, 오라버니!"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날카로운 비명을 내지른 황보유미는 급히 황보산명에게로 다가갔다.
"장로님! 어떻게 된거에요?"
"일단 눕혀야겠다."
펴둔 자리에 조심스럽게 눕혀진 황보산명의 가슴은 찢은 옷으로 둘둘 감아 놓은 상태로 붉은피로 젖어 있었다. 숨소리도 거친게 위중해 보였다.
"비켜 보세요."
"청송! 부탁하마."
태상 가주도 청송이 나서는걸 말리지 않았다. 지금은 이것저것 이익을 따질때가 아니었다.
"의원이냐?"
"권협! 날 믿는다면 청송에게 자리를 양보해 주게."
태상 가주의 말에 청송을 힐끗 본 권협이라고 불리우는 황보천욱 장로는 마지못한듯 자리를 비켜 주었다.
"커터!"
가슴을 감아 놓은 천을 잘라 버리자 드러난 가슴에는 긴자상이 남겨져 있었다. 혈도를 짚어 피는 멎은 상태지만 갈비뼈가 보일 정도의 중상이었다. 이대로라면 목숨을 보전하기 어려울것이다. 아무런 말도 없이 천을 자르자 권협이 입을 열려고 할때 태상 가주가 말렸다.
"큐어! 그레이트 힐링!"
스물스물.
"허엇?"
길게 베어진 피부가 꼬물거리며 움직여 서서히 달라 붙고 있었다. 그런 광경을 지켜 보던 권협은 물론 모든 이들의 눈이 커지고 있었다.
"사, 사술?"
"사술이라고요? 그럼 치료하지 말까요? 이대로 죽도록 내버려 둘까요?"
"아, 아니네. 미안하구나."
권협의 입이 쏙 들어갔다. 사술이든 뭐든 지금은 조카의 치료가 우선이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 가망이 없는 조카를 과연 저 소년이 살릴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손도 대지도 않았는데 베여진 가슴이 저절로 움직여 달라 붙는 경이로운 모습에 얼떨결에 사술이라는 말이 튀어 나왔다. 권협의 말에 화가 나 발끈한 청송이었지만 치료는 제대로 끝낼수 있었다. 칼독이 오를까봐 큐어를 먼저 시전한후 치료 마법을 펼쳤다. 다행히 장기는 다치지 않은 상태다.
"피가 많이 빠져나가 당분간은 일어서지 못할꺼에요. 잘 먹고 푹 쉬면 피는 저절로 생성될테니까 아무런 문제는 없어요."
자리를 비켜 주며 치료는 끝났다고 말해 주었다.
"저, 저럴수가!"
"상처가 전혀 없어."
"고, 고맙네."
황보산명의 가슴은 깨끗했다. 어디를 베였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위대한 마법의 힘이었다. 이들이 놀라는건 당연했다.
"수고했다."
"어떻게 된거에요?"
"산속에서 습격을 당했다고 하더구나. 그곳으로 갔을땐 복면인들에게 둘러 쌓여 있었다. 놈들을 모조리 처리하느라 늦은게다."
왜 습격을 당했고 놈들이 누군지는 모른다고 했다.
"태상 가주님! 이쪽으로 와 보셔야겠습니다."
청송 일행을 습격한 시체놈들을 살펴 보고 있던 남궁천 장로의 목소리였다.
"이놈들은 견오살(犬五殺)입니다."
다섯 의형제인 놈들은 항상 같이 붙어 다니며 온갖 저질스러운 일을 자행하고 다녀 견오살이라는 별호로 불리우며 놈들 목에 현상금까지 걸려져 있었다. 고수 경지인 다섯명을 잡을려고 해도 그들의 합공에 오히려 당하는 자들이 속출해 방치하고 있었다.
큰문파나 유력 가문은 건드리지 않아 절정급 고수들이 존재하는 문파에서는 그들을 처리하기 위해 인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어 내버려 둔 상태였다. 그런 놈들이 무슨 이유로 복면까지 쓰고 습격을 한것인지 짐작조차 할수 없다고 했다.
"어떤 조직에 들어 간건 아닐까요?"
남궁성휘 소가주의 말에 그럴수도 있다는듯 남궁천 장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청송! 네가 처리한게냐?"
"예."
장로의 말에 권협 황보천욱은 물론 소가주인 황보산후는 급히 고개를 돌려 청송을 바라 보았다. 허드렛 일을 하는 소년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던 자가 신비한 치료 능력은 물론 무공까지 상당한 경지에 올라선듯했다. 모두가 깜쪽같이 속고 있었다. 무공을 익힌 흔적이라곤 전혀 찾아 볼수가 없어 무시 대상이었었다.
'설마 반박귀진(反樸歸眞)을 넘어 반로환동(返老還童)한 절대 고수는 아니겠지?'
권협이 그런 생각에 젖어 있을때 황보유미의 눈은 청송을 바라 보며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황보산명으로 인해 일행의 발이 묶인 상태다. 거동을 할수가 없어 누워만 있는 상태로 마차안에 태우고 이동하기도 쉽지 않았다.
빈혈 증세로 인해 덜컹거리는 마차안에서는 두통으로 인해 머리가 깨질듯이 아프기 때문이다. 우선 피를 많이 생성시키기 위해 몸에 좋은 음식을 잘 먹여야 했다. 동생을 위해 다음날 아침 일찍 황보산후는 사냥을 나갔다. 하지만 잡아온 것이라곤 작은 토끼 한마리가 고작이었다. 동생 입에 들어가면 나머지는 손가락만 빨아야만 할판이었다.
"제가 사냥을 다녀 오겠습니다."
"청송 네가? 사냥을 해 본적도 없을텐데?"
"어려운 일은 아니죠. 그럼 다녀 오겠습니다. 텔레포트!"
번쩍.
순식간에 사라진 청송으로 인해 모두가 어리둥절하며 사방을 둘러 보았지만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청송은 이미 황보세가 사람들이 황보유미로 인해 청송이 무공을 숨기고 있다는 것과 화경에 접어든 절대 고수라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 까닦에 맘 놓고 마법을 시전했다. 마법을 무공으로 착각할게 뻔했다.
"헉! 육지비행술(陸地飛行術)?"
"아냐, 축지법(縮地法)이야."
의견이 갈린 소가주 두명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
"할아버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음...축지같구나."
남궁희에게 대답을 해 주는 태상 가주 남궁천목은 겉으로는 아무런 표정도 드러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굉장히 놀랐다.
'고얀놈! 저런걸 숨기고 있었다니...'
청송이 무공은 아니라고 했지만 어떤 능력을 숨기고 있는지는 모른다. 강기를 발산하는 것처럼 기 덩어리를 뭉친 것을 내뿜을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강기에 비하면 위력은 떨어지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처음 접하면 강기라고 착각할것이다. 그런 준강기(準罡氣)를 끊임없이 생성시킬수 있는 청송이었다.
산속으로 들어간 청송은 플라이 마법으로 하늘을 날아 다니며 마나 서치를 펼쳐 동물의 기운을 감지하고 다녔다. 작은놈은 필요없었다. 모두가 먹을수 있는 큰놈이 필요했다.
'저기군.'
커다란 멧돼지를 발견했다. 사냥은 간단했다. 홀드 마법으로 묶어 버린후 매직 미사일 한발을 머리통에 박아 넣으면 끝이다. 죽은 멧돼지의 뒷다리를 움켜 쥐고는 그대로 산아래의 모닥불이 피워져 있는 곳으로 텔레포트했다.
스륵.
쿵.
"허억!"
"아앗?"
갑자기 등장해 멧돼지를 땅에 내려 놓는 소리에 깜짝 놀란 일행들이 청송을 바라 보며 믿기지 않아했다.
"송아! 심장 떨어지겠다."
"헤헤, 누님! 미안해요. 아저씨, 이걸 해체해 주세요."
마부 아저씨에게 부탁했다. 남궁세가와 황보세가의 마부가 힘을 합쳐 멧돼지를 낑낑거리며 들어 올릴려고 했다. 냇물이 있는 곳으로 끌고가 해체를 해야한다.
"아저씨! 제가 들고 갈께요. 앞장 서세요. 영차!"
멧돼지의 다리를 쥐고 그대로 목뒤로 들어 올려 짊어졌다. 엄청난 힘이었다, 사자의 힘을 사용하고 있다는걸 누구도 모를것이다.
"허허허, 저녀석이 신력(神力)까지 보유하고 있었군."
기 파동이 없는 것으로 볼때 순수한 힘으로 들어 올린것이다. 점점 괴물처럼 보이는 청송이었다.
"가죽은 아저씨들이 팔아 술한잔씩 하세요."
해체한 멧돼지는 손으로 들어 올리진 않았다. 매직 핸드를 사용해 들어 올려 모닥불쪽으로 이동했다. 공중에 둥둥 든채 이동하는 헐벗은 멧돼지를 본 일행들은 또다시 놀라고 있었다. 몇번이나 놀랐는지 모두들 얼이 빠져 있었다.
"허공섭물(虛空攝物)?"
"송아! 너 제발 그런식으로 무공을 남발하지마. 정신이 하나도 없을 지경이야."
"헤헤, 알았어요."
모닥불에 커다란 말뚝 두개를 박고 꼬치에 꿴 멧돼지를 통채로 구웠다.
지글지글.
모두들 빵빵하게 배를 채우고 배를 두드리고 있을때 권협인 황보천욱 장로가 말을 걸어왔다.
"유미에게 들었네. 음기와 양기를 지닌 자가 있다면 뇌기를 발휘할수 있다고?"
"할수 있을거에요. 음과 양은 서로 상반된 기운인 동시에 서로 끌어 당겨 합쳐질려고 하죠. 혼원(混元)에서 음(陰)과 양(陽)이 분리되어 나온것이 틀림없다면 원래는 서로 합쳐져 있었다는 뜻이죠. 하지만 완벽하게 합쳐지지 않아 반발력에 의해 벼락이 생성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서로 합쳐져 있었다? 합쳐져 있었다...합쳐져 있었다..."
권협은 지긋이 눈을 감고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러자 잠시후 권협의 몸으로 엄청난 기들이 빨려 들어 가기 시작했다.
"응? 모두 조용히 하거라. 권협이 지금 무아지경(無我之境)에 들어선 상태다."
태상가주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권협에게로 쏠리며 권협의 모습을 주시하며 그 자리에서 입도 벙긋하지도 못한채 움직이지도 못했다. 혹시나 권협의 깨달음을 방해할까봐 모두가 조마조마한 심정이었다. 권협은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깨어났다.
"권협! 축하하네. 많은 것을 얻었는가?"
"아! 감사합니다. 길이 보이는것 같습니다."
권협은 화경으로 올라갈수 있는 방법을 찾은것이다. 깨달음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몇년만 수련하면 화경으로 올라서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신협! 고맙네. 모두 자네 덕이네.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부르게.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 가겠네."
"옛? 신협(神俠)이라니요?"
"자네가 남궁가의 신동이라는 말은 들었다네. 신동으로 부르기엔 적당하지 않을것 같아 새로운 별호를 지어봤네."
권협의 말에 소가주들이 부러운 눈으로 바라 보았다. 어린 나이에 엄청난 별호가 받은것이다. 무인들은 평생에 한번 깨달음을 얻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청송의 설명에 단서를 잡아 무아지경에 빠져든 권협은 청송이 생명의 은인이나 마찮가지였다.
"감사합니다."
"청송! 날 따라 오너라."
태상 가주가 산쪽으로 훌쩍 경공을 발휘해 달려갔다. 무슨 일로 그러는지 모르는 청송은 경혼신법 경공을 발휘해 따라 갔다. 하지만 엄청난 속도로 전진하는 태상 가주를 따라 잡을수 없어 블링크 마법으로 이동했다.
"헉! 이번엔 이형환위(移形換位)가 틀림없어."
청송의 모습이 드러났다가 사라지길 반복하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완벽한 이형환위로 보일것이다.
"허허허허...이형환위를 경공처럼 사용하다니...믿기지 않는군."
권협의 말에 청송이 엄청난 능력을 모두가 부러워했다.
"청송! 널 시험해 볼겸 인적이 없는 곳으로 부른거다. 어떤 것을 숨기고 있는지 말해 보거라."
"전에도 말했지만 숨기진 않았어요. 물어 보지 않아서 말하지 않은것 뿐이죠. 간단하게 말하면 수기(水氣), 화기(火氣), 풍기(風氣), 토기(土氣)를 사용할수 있어요."
마법의 4대 원소인 물, 불, 바람, 흙을 이곳의 기(氣)로 비유해 말해 주었다.
"음...오행지기(五行之氣)와는 조금 다르지만 비슷하구나."
"오행지기라니요?"
"금목수화토(金木水火土)! 만물을 구성하고 있는 이 다섯가지 기운을 오행지기라고 한단다."
흥미로웠다. 마법과 무공의 비슷한 점을 발견했다. 마법에는 목기(木氣)가 없지만 무공에는 존재하는것 같았다.
"그럼 오행지기는 어떻게 몸속으로 받아 들일수 있어요?"
"오행신공(五行神功)이라는 특별한 심법으로 가능하지만 제대로 오행신공을 다룰정도로 대성한 이는 없었다."
"오행신공은 어디에 있는데요?"
"모른다. 아마 어느 문파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을꺼다. 함부로 내돌릴 물건이 아니거든."
태상 가주도 모르는 오행신공이 어디에 있는지 청송이 찾아 볼수도 없었다. 아쉽지만 단념하는 수 밖에 없었다. 어디에 있는지 알아도 문제였다. 과연 아무런 연관도 없는 자에게 보여 줄리가 만무했다.
"그럼 넌 네가 말한 사행지기(四行之氣)를 맘대로 사용할수 있는게냐?"
"예.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수 있어요. 이런것도 가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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