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화. 추산, 마계로 가다(1)
116화.
왕당은 서위촌 양식 회사를 만들어 사장으로 취임했다. 모든 자금은 추산이 제공해 주었다. 새우가 출하될때까지 많은 자금이 필요할것이다. 아직 스위스 은행 계좌에 있는 돈은 건드리지도 않았으며 간이 아공간에도 돈가방이 들어 있는 상태다. 아직까지 자금 걱정은 없었다. 새우 양식은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가끔씩 왕당이 연락해 왔다.
한해가 훌쩍 지나고 봄이 되었다. 포도 모종을 서위촌 마을 사람 모두와 함께 밭에 심었다. 서위촌에는 도시로 나갔던 젊은 후배들이 5명이나 되돌아 와 새우 양식과 포도 재배를 돕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서위촌 양식 회사 소속으로 월급을 받고 있었다. 도시에서 일할때보다 편하게 일하고 무엇보다도 스트레스도 없고 자유롭다며 추산이 마을에 들러면 허리가 구부러질 정도로 깎듯이 인사를 한다.
"직원들 모두 모이라고 해."
사장인 왕당까지 직원 여섯명이 모였다.
"회장님, 모두 모였습니다."
추산은 자신을 회장이라고 부르는 이들에게 형이라고 부르라고 했지만 위계 질서를 지켜야 회사가 잘 돌아 간다며 회장이라고 불리우고 있었다. 모든 자금을 자신이 투자하고 명의까지 자신 명의의 회사인 탓에 회장으로 불리워도 이상하진 않았다. 왕당이 회사를 설립할때 추산 명의로 신청을 해 버린것이었다.
"좋아. 편하게 들어. 너희들중에 사장외에 결혼한 사람있어?"
서로를 보며 두리번거리는 것으로 볼때 아무도 없었다.
"그럼 결혼할 예정이나 여자 친구있는 사람은?"
"상명아 손 들어라. 너 여친 있잖아."
청진이의 말에 상명이가 청진이를 슬쩍 째려 본후 슬그머니 손을 들었다. 무엇 때문에 그런 질문을 하는지 불안해 하는듯 했다.
"둘이 결혼할 생각이냐?"
"아직까지는 모르겠어요."
"좋아. 중대한 발표를 하겠다. 직원들 중에 결혼을 하면 회사에서 번듯한 집한채를 지어 준다. 현대식 집으로 이층집이다. 가전 제품같은건 회사에서 주는 10만 위안으로 구입해라. 남은 돈은 저축을 하던 알아서 해. 그리고 사장, 서위촌 어르신들 집에 가스 렌지를 구입해 나누어 줘. 여량시로 가면 가스통도 대여해 줄꺼야. 가스는 위험하니까 사용법을 철저히 숙지시켜 주는걸 절대 잊지 말고."
"옙. 회장님."
사장인 왕당이 장난스럽게 큰소리로 대답했다. 회사 자금으로 가방에 든 천만 위안을 넣어 주었다.
"회장님, 정말 집을 지어 주신단 말입니까?"
"그래. 그러니까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빨리 해라. 그리고 모두 운전 면허를 따라. 새우 양식이 잘 되면 모두에게 보너스로 차도 선물해 줄테니까 미리 면허를 따둬."
"감사합니다. 회장님."
직원들의 충성심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이런 회사는 중국 어디에서도 없다. 직원들이 모두 나가자 왕당이 걱정을 했다.
"정말 다 퍼 줄꺼야?"
"그래. 같이 잘 살아야지. 그렇게 알고 내가 말한대로 해줘."
"후우, 알았다."
"그리고 서위촌으로 향하는 도로를 포장할꺼야."
왕당은 또다시 한숨을 내쉬며 돈을 아끼라며 한소리 하고는 맘대로 하라고 했다. 새우 양식 설비를 갖추어준 설비 업자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서위촌 양식인데 사장은 도로 포장같은것도 할수 있는지 알고 싶어서 전화한거야."
"아스팔트는 어렵지만 시멘트라면 할수 있습니다."
"좋아, 그럼 서위촌 양식장으로 달려와."
양식 설비 업자 사장은 3시간만에 도착했다. 이런 일은 해 본 경험이 없어도 할수 있다고 말하는게 중국식이다. 어떻게든 완성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것이다. 시멘트로 도로를 포장하는건 어렵지도 않는 일이다.
바닥을 고르고 바닥 양쪽에 나무 판자로 고정시킨후 철근을 깔고 시멘트를 부어 고르게 한후 굳히면 끝이다. 비용을 싸게 할려면 철근을 넣지 않아도 된다. 신관향에서 서위촌까지의 도로를 포장하는 일이다.
비용이 얼마나 들어 갈지 견적을 내서 전화로 알려 달라고 했다. 앞으로도 같이 일을 할려면 너무 많이 뜯어 먹을 생각은 하지 말라고 미리 말해 주며 이층짜리 단독 주택을 건설하는 것도 배워 두라고 했다. 새로운 일감이 생긴다는 것을 파악한 사장은 얼굴이 환해져 밖으로 나갔다. 중국의 건설 업자들의 일하는 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얼마나 빠른지 200층이 넘는 빌딩을 단4개월만에 완성시킬 정도다. 제대로 된 빌딩인지 의심스럽지만 그게 중국이다. 짝퉁이든 뭐든 엄청난 속도로 뭐든 만들어 낸다. 설비 업자 사장은 단 일개월만에 시멘트 도로 포장을 끝냈다.
모든 일이 순조로웠다. 직원들은 교대로 주5일 근무다. 양식장에 물이 풍부해져 양식장 주변에 나무를 심고 배수관에서 흘러 내려 가는 도랑옆에도 나무를 심었다. 새우 양식을 시작한지 5개월만에 첫출하를 했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같이 일했다. 직원들 복지에 워낙 힘을 쏟아 붙은 결과 이익금이 별로 없었지만 적자만 내지 않으면 대만족이다.
***
"형, 나 좀 도와줘."
"무슨 일인데?"
"영화에 출연해 줘."
"않해."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영화 출연은 하지 않는다고 전번에 말했는데도 추현이가 다시 부탁해 왔다.
"형 얼굴은 문제없어. 복면을 쓰고 출연하는 역활이야."
"음...어떤 영화냐?"
얼굴만 팔리지 않는다면 추현이도 도와 줄겸 출연해도 무방할것이다.
"형은 중원 최고 살수 역활이야."
"살수? 그런 역활이라면 나 외에도 누구나 할수 있잖아."
"형이어야 돼. 나하고 형이 신나게 싸우는 장면이 있거든."
"너, 살수가 어떤 자들인지 몰라? 어릴때 설명해 줬잖아. 살수가 대 놓고 싸울리가 없어. 발각되는 순간 도주를 하는게 살수야. 포위되어 어쩔수 없는 상황이 되면 스스로 자살하는 놈들인데 그런 살수가 검을 맞대도 싸우는 영화라면 보나마나 별볼일없는 허접한 영화야. 그런 영화에 출연하라고? 않해."
자신이 출연하는 영화가 쪽박을 찬다면 영화에 출연한 의미가 없다. 아무리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출연하는 역활이라고 해도 흥행도 못하는 삼류 영화엔 출연하고 싶지 않았다.
"그럼 살수가 아닌 역활이라면 출연할꺼야?"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역활이라면 출연해도 돼. 그전에 어떤 영화인지 대본을 본 후에 결정할꺼야. 내 맘에 들지 않으면 아무리 네가 애원해도 출연하지 않을꺼다."
"그럼 대본을 폰으로 찍어 보낼테니까 읽어 보고 전화해 줘."
추현이가 보내온 대본을 읽어 보았다. 무협 영화였지만 누가 대본을 쓴것인지 무림에 대해 어슬픈 지식으로 대본을 완성해 놓은 것이다. 영화 흥행을 위해 어쩔수 없는 일이지만 개나 소나 검을 타고 나르는 어검비행술(御劍飛行術)을 펼치고 갈대잎을 밟은채 강을 건너는 일위도강(一葦渡江)까지 하고 있었다. 이 영화도 악을 물리치는 흔하디 흔한 영화였다.
"추현아, 이런 삼류 영화가 흥행할것 같냐?"
"어쩔수 없어. 간신히 잡은 찬스야."
"왜? 요즈음 일이 없었던거야?"
"응. 오랜만에 주연으로 출연하는 거야."
주연이라면 어떻게든 도와 주고 싶었다. 영화의 퀄리티를 높여 주기 위해 무공 지도를 해 주면 될것같았다. 추현이도 무공이라면 대단한 경지에 접어 든 상태지만 자신의 역활도 있는 만큼 다른 자들에게 지도를 해 주면 영화의 완성도가 높아질것이다.
"추현아, 감독에게 말해서 내가 무공 지도를 해 준다고 해."
"출연은?"
"그건 그만 포기해라. 지도만 해 줄 생각이다."
"일단은 말은 해 볼께."
추현이는 하루뒤에 연락을 해 왔다. 감독이 만나 보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홍콩행 비행기에 올라 이동하고 있을때였다.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들어 비행기 창문으로 밖을 내려다 보았다. 구름위를 날고 있는 비행기 주변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먹구름속으로 비행기가 들어 간것은 아니었다. 점점 기체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난기류에 휘말린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기장(機長)에게선 아무런 아니운서도 없었다. 어두워지기 시작한 상공 곳곳에서 칠흑같은 검은 둥근 기둥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길 반복하며 비행기는 심하게 떨리며 요동치고 있었다.
"꺄아악~!!"
"뭐, 뭐야? 무슨 일이야?"
스튜어디스가 급히 승객들을 진정시키며 안전 벨트를 착용하라고 지시하며 돌아 다니고 있었다. 스튜어디스의 얼굴은 경직되어 있는게 무슨 큰일이 벌어진것 같았다. 창문밖에는 여전히 검은 기둥이 지상으로 쏟아 지고 있었다.
'이건 블랙 게이트?'
급히 스마트 폰을 꺼내 검색을 해볼려고 했지만 폰은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기내 정면 큰벽에 걸려 있는 대형 TV화면도 어느새 꺼진 상태였으며 기내의 조명도 깜빡거리고 있었다.
- 실라이온, 조종실을 살펴 보고 와.
잠시후 실라이온이 알려온 조종실 상황에 경악할수 밖에 없었다. 비행기안의 전기 계통에 이상이 생겼으며 전자 기기 전부가 먹통이 된 상황이었다. 언제 추락할지 모르는 상태로 기장은 필사적으로 조종간을 잡고 있었다.
"꺄악~~!"
비행기 안이 깜깜해지고 밝아지길 반복하고 있었다. 전기는 이미 나가 버렸다. 검은 기둥 가까워 지면 어둡고 멀어지면 밝아지고 있었다. 스튜어디스가 어떤 상황인지 설명했다. 승객들의 동요는 걷잡을수 없는 지경이 되어갔다.
어떻게든 해 보라고 고함을 치는 사람, 이젠 죽는다며 울고불고 난리는 치는 사람, 어린 아이를 꼭 끌어 안고 아이를 다독이는 사람등등 제각각이었다. 이런 큰비행기는 추산도 어쩔수가 없었다. 고정되어 있는 비행기라면 사이킥을 발휘해 들어 올릴수 있지만 날고 있는 비행기를 안전하게 착륙시키지는 못한다.
이 상태라면 추락하거나 기장의 실력이 좋다면 비상 착륙을 시도할것이다. 아직도 심하게 요동치고 있는 비행기가 갑자기 엄청나게 흔들리며 급강하하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추락할게 뻔했다. 조종 불능 상태에서 기수를 안정시킬 방법은 없을것이다.
엄청난 속도로 추락하고 있는지 앉아 있는 몸에 점점 강한 압력이 전해져왔다. 이대로 추락하면 죽을게 뻔했다. 이곳이 얼마나 높은 상공인지는 모르지만 추락하기 전에 탈출을 해야 한다. 안전 벨트를 해제하고 사이킥 블링크를 시전했다. 머리를 모두 숙이고 있는 기내에서 추산이 사라져도 알아 볼 사람은 전혀 없었다.
"윽!"
엄청나게 하강하는 비행기안에서 이동한 탓으로 몸에 압력이 가해져 고통이 밀려 왔지만 즉시 사이킥 플라이를 펼쳐 추락하는 몸을 안정시켰다. 비행기는 이미 저 멀리 아래쪽으로 사라져 가고 있었으며 사방에 검은 기둥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길 반복하고 있었다. 얼마나 높은 상공인지 지상은 보이지도 않았다.
"...으으."
엄청난 추위에 몸이 절로 떨려왔다. 즉시 아래쪽으로 내려 가야 했다. 사이킥 플라이로 하강하고 있을때였다.
번쩍.
"윽!"
갑자기 앞이 전혀 보이지 않고 어둠으로 물들며 현기증이 느껴져 비틀거렸다. 중심을 잡았을때 경악할수 밖에 없었다. 자동으로 사이킥 플라이가 해제되어 의아해 하고 있을때 주변 풍경이 180도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여, 여긴 마계?"
추산은 얼마나 놀랐는지 평소에 더듬지는 않는 말을 더듬었다. 즉시 주변을 둘러 보며 마물들이 없는지 살펴 보았다. 다행이 마물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언제 마물들이 습격해 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제기랄!"
사이킥 플라이로 하강하고 있을때 검은 기둥에 휘말려 버려 마계로 이동한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런식으로 마계로 이동하고 싶진 않았다. 비행기는 아마 추락했을것이다. 승객 명단을 확인하면 자신은 죽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마계에서 지구나 중간계로 이동할수 있는 블랙 게이트를 찾아야 한다.
영혼의 일부분이 캐논 드라이브 백작이었을 시절 미군 정찰병을 잡았었다. 그때 들은 말로는 블랙 게이트는 지구에 5개만 존재한다고 했었다. 검은 기둥이 쏟아져 내려 왔지만 그대로 사라진 기둥이 대부분으로 5개만 온전하게 남았다는 것이다.
중간계로 통하는 게이트 한개와 지구로 통하는 다섯개의 게이트중 단 한개만 찾아 가면 된다. 일단은 안전한 곳을 찾아 마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할수 있게끔 마나를 모아야 한다. 사이킥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마계에서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지구와는 비교할수도 없을 정도로 풍부한 마나인 마기를 정제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쯤은 얼마든지 감수할수 있다. 이곳은 어떤 산속같았다. 검은 나무 숲으로 둘러 쌓인 이런 숲은 안전하지 않다. 숲속에는 마물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을 것이다.
- 실라이온, 숲이 아닌 바위들이 많은 곳을 찾아 줘.
- 알겠어요.
주변을 경계하고 있을때 실라이온이 돌아왔다.
- 마스터, 근처에는 그런 바위들은 없어요. 이곳은 엄청나게 넓은 숲이에요.
- 어느쪽으로 가면 숲을 빠져 나갈수 있을것 같아?
- 지금 서 있는 앞쪽이 가장 빨리 나갈수 있을것 같아요.
즉시 사이킥 플라이로 공중으로 날아 올라 사이킥 텔레포트를 시전했다. 수십번을 펼치고도 여전히 숲을 빠져 나갈순 없었다. 대체 얼마나 넓은 숲인지 지구의 아마존이라고 해도 이미 몇번을 빠져 나가고도 남을 정도였다. 잠시 바닥으로 내려와 숨을 골랐다.
부스륵.
"응?"
무언가 접근하고 있었다. 아직 마물들과 싸우긴 싫었다. 다시 공중으로 떠 올라 사이킥 텔레포트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후우~~!!"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