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화. 천후, 폐관 수련에 들다(2)
179화.
천추의 등에 장심을 대고 마나를 불어 넣었다. 자신의 마나와 천추의 마나를 합치며 엔다이론은 천추의 마나를 정제하기 시작했다.
"후우, 다 됐다. 천추 넌 무량신공을 돌려. 네 단전에 내단까지 만들어 두었으니까 놀라지 말고 돌려봐."
천추는 대주천을 끝내고 달라진 내공에 흡족한 표정이었다. 천추는 이제 폐관 수련을 끝내도 된다.
"앞으로 네가 소가주다. 난 이곳에서 언제 나갈수 있을지 모른다. 기다리지 말고 네가 먼저 성혼도 해라. 그리고 이건 선물이다."
전번에 남궁세가주에게 받은 주머니를 통채로 건네 주고 마나 포션과 치료 포션도 건네 주며 사용법도 알려 주었다.
"형님, 어떻게 제가 소가주가 될수 있는겁니까? 형님이 나올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난 적어도 이삼십년은 이곳에 있을 생각이다. 그만큼 지금 수련할려는 무공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니 기다리지 말고 네가 세가를 이어 받도록 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수련이 끝나면 세가로 찾아 가마."
할아버님과 아버님에게 안부도 전해 주라고 하며 천추를 둔산 동굴 밖으로 이동시켜 주었다.
"빨리 오셔야 합니다. 형님 방은 그대로 놔 두겠습니다."
"노력하마."
천추가 사라지자 다시 폐관 수련하는 동굴안으로 들어가 아공간을 열어 트롤 피를 꺼내 사이킥 터치로 마기만을 몸속으로 끌여 들였다. 트롤 피는 마기를 제거하면 치료 포션이된다. 중간계에선 마기를 정제해 포션을 만든다.
마기를 정제하면 마기는 사라지지만 천마신공 덕으로 정제할 필요도 없이 마기를 모조리 꺼내 재활용할수 있었다. 일석이조(一石二鳥)였다. 몸속 내단의 마나만큼 마기를 받아 들여 엔다이론에게 서로 똑같은 양으로 섞어 달라고 했다.
스스로 할수도 있지만 이런 일은 엔다이론이 쉽게 할수 있는 일이다. 내단은 혼돈의 내단으로 바뀌었다. 천마신공을 행하자 지금까지와는 비교할수도 없을 정도의 기(氣)가 빨려 들어왔다. 여태까지는 대기중에 녹아 있는 기를 받아 들여 순수한 기만 남긴채 나머지는 모두 버리는 식이었다.
정파의 심법은 정기만 받아 들이고 마교의 심법은 마기만 받아 들이는 식이다. 그만큼 버리는게 많았지만 천마신공 덕으로 정제할 필요도 없이 모두 받아 들일수 있었다. 이 상태라면 천추에게 건네준 마나는 일년이면 모두 회복할수 있을 것이다.
***
- 후우, 실라이온! 몇년이나 지났지?
- 43년 5개월 13일이 지났어요.
그동안 동굴을 한번도 나가지 않았다. 천마신공을 덕으로 이미 환골탈태(換骨奪胎)도 두번이나 했다. 환골탈태 덕분으로 이십대의 얼굴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지만 실제 나이는 66세가 넘었다. 생각보다 천마의 무공은 어려웠다.
천추와 함께 생활했던 3년동안 명상으로 심상 수련을 한것이 큰도움이 되었다. 지금 은천세가는 천추가 가주가 되어 있을 것이다. 세가가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했다. 둔산 동굴을 빠져 나갔다. 지금은 한밤중인것 같았다. 동굴과는 공기부터가 달랐다.
"후~우~웁!! 하아~!! 좋군."
한동안 바깥 공기를 만끽한후 세가쪽으로 날아 갔다.
'응?'
은천세가는 엄청나게 커져 있었다. 예전의 세가보다 족히 다섯배는 규모가 늘어난 상태다. 이곳이 은천세가인지 의심스러워 정문 간판까지 확인해야 했다. 왜 이렇게 커진 것인지 의아해 하며 예전 세가 가주 집무실 전각으로 날아갔다. 한밤중인 탓으로 집무실엔 불이 꺼져 있었다. 너무 늦은 시간대라 지금 동생을 찾아 갈수도 없었다.
'여긴 변함이 없군.'
자신의 생활하고 있었던 전각은 예전 그대로였다. 천추가 방은 항상 비어 둔다고 했었다. 오랜만에 자신의 방으로 들어 갔다. 침대도 예전 그대로였다. 방도 깔끔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침대에 누워 몇십년만에 자신의 방에서 잠을 청했다.
굳이 잠을 잘 필요는 없었지만 침대에 눕자 스르륵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모르지만 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와 침대에 앉았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게끔 숨어도 되지만 자신의 방에서 그러고 싶진 않았다. 노크도 없이 조용히 문이 열렸다.
"꺄아~악!!!"
시녀로 보이는 십대 후반의 여인이 자신을 보고는 뾰족한 비명을 질러 대었다. 아무도 없었던 방에 침대위에 떡하니 젊은 남자가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시끄럽다."
"누, 누구세요? 빨리 나가세요. 이 방은 아무나 들어 오면 않되는 곳이에요."
"난 괜찮다."
천후의 말에 어리둥절하는 시녀였지만 무슨 말을 내뱉을려고 할때 비명 소리를 들은 무인들이 달려왔다.
타다닥.
"무슨 일이냐?"
방문밖에서 들려온 소리와 함께 두명의 무인이 달려와 안쪽을 보며 침대위의 천후를 보고는 의아해했다.
"누구냐? 누군데 이 방안에 있는거냐?"
"내 방에 내가 있는데 무슨 잘못이라도 되는거냐?"
"미친놈! 당장 꺼져라."
자신의 방이 맞지만 아무런 설명도 없이 우길순 없었다. 이들에게 설명을 한다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 가주를 만나는게 가장 빠른 길이다.
"세가 가주가 은천추냐? 천추에게 형님이 찾아 왔다고 전하라."
"형님? 미친놈! 너처럼 태상가주님 형님이라고 찾아 오는 놈은 하루에도 수백명은 된다. 잡아!"
스릉.
검을 뽑아든 무인이 다가왔지만 천후는 무인의 말에 깜짝 놀랐다. 천추가 태상가주가 된것 같았다. 생각해 보면 그럴만도 했다. 천추는 이미 육십대다.
"개응! 멈춰. 저어...태상가주님의 형님이 맞습니까?"
검을 들고 걸어오는 개응이라는 무인을 제지한 동료가 빠르게 질문했다.
"그렇다. 천추를 데리고 오면 바로 알수 있다. 아니다. 안내하라. 직접 갈런다."
침대에서 내려 왔다. 이곳에서 저들에게 아무리 설명해도 믿지 않을것이다. 육십대인 천추의 형님이 새파란 젊은 얼굴로 형님이라고 주장해 봐야 오히려 반감만 살뿐이다. 동료인 개응을 말린 등가성은 젊은 청년이 절대 평범한 자는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세가 심처에 있는 이 전각까지 몰래 접근할려면 많은 경비를 뚫고 들어 와야 한다. 또한 발각되었음에도 당황하는 빛이 전혀 없었다. 태상가주님의 형님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겉모습만으로는 도저히 판단할수 없었다. 태상가주님보다 훨씬 젊은 자가 형님이라고는 말도 되지 않지만 저 자의 당당한 태도로 볼때 뭐가 뭔지 혼란스러웠다.
"저어, 존성대명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은천후다."
"은천후...헉!"
태상가주님의 엄명으로 은천후라는 분이 세가를 방문하면 정중히 모시라고 귀에 못이 박힐 정도였다.
"가성, 놈의 말이 믿어지냐? 저렇게 젊은 놈이 태상가주님의 형님이라니 말도 되지 않아. 당장 제압해 주리를 틀어야 해."
개응이라는 무사의 말이 너무 심했다. 자신을 사기꾼이라고 단정하고 있어 살짝 화가 나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휘익!
"컥!"
우당탕.
"꺄아악!"
놈에게 내공을 보내 가볍게 밀치자 가슴을 강타 당한 놈은 문밖으로 나가 떨어지자 문옆에서 어정쩡하게 서 있는 시녀가 다시 비명을 토해냈다.
"네놈은 경비로써 실격이다. 어떤 일인지 알아 보지도 않고 무조건 제압하고 본다는 생각은 버려라. 너희들이 판단할수 없는 일이라면 즉시 상부에 보고해 지시를 받는게 순서가 아니겠나?"
불청객이 도주할 기미를 보인다면 제압해야 하지만 그런 행동을 취하지 않고 대화를 원한다면 즉시 상부에 보고하는게 경비로써의 임무다. 그런 임무를 망각하고 무조건 제압해 문초를 한다는건 경비 무사로써 적당하지 않다.
경비 무사의 급한 행동으로 인해 세가에 큰피해를 끼칠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가 떨어진 개응이라는 놈은 가슴을 부여 잡으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입가에 가는 핏줄기가 흐르는 것으로 볼때 내상을 입은 것이다.
"네가 이 전각을 관리하는 시녀냐?
"그, 그렇습니다."
"이 방은 예전에 내가 사용하던 방이다. 예전과 변한게 하나도 없어 고맙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잘 부탁하마."
시녀에게 이런식으로 말하는 자는 중원에는 없을 것이다. 현대 지구인의 생각을 가진 천후만이 이런식으로 말할수 있을것이다.
"태상가주에게로 가자."
"저어...태상가주님은 무림맹에 계습니다. 무림 맹주님이 태상가주십니다."
"뭐라고? 천추가 왜 맹주직을 맡은거냐?"
변방의 작은 세가 출신인 천추가 무림 맹주가 되었다는 말에 얼마나 놀랐는지 잠시 당황했지만 전후사정을 들어 보면 알수 있을 것이다. 무림에 무슨 일이 벌어지지 않는한 천추가 맹주가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럼 지금 가주는 천추의 아들이냐?"
"그, 그렇습니다. 무영검(無影劍) 은천휘 가주십니다."
등가성은 태상가주의 형님이라고 주장하는 은천후라는 젊은이의 말이나 행동으로 볼때 점점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지만 무림 맹주가 누군지도 모르는 태도에 다시 의심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지금은 저 자의 말대로 상부에 보고가 우선이었지만 동료인 개응이 움직이지 못하는 탓에 시녀에게 눈짓했다. 다행히 시녀가 알아 차렸는지 문을 나설때 불청객이 입을 열었다.
"가주에게 빨리 이곳으로 오라고 해."
천후의 말에 시녀가 후다닥 달려 나갔다. 문밖 바닥에 주저 앉아 있는 놈은 아직도 괴로워 하고 있었다.
"치료해 주마!"
손을 흔들며 사이킥 리커버리를 시전해 주었다. 순식간에 치료된 놈은 눈이 동그래지며 놀라워하면서 천후와 눈이 마주치자 움찔하는 표정이었다.
"차(茶)나 한잔 내오거라."
가주를 직접 찾아 갈 생각이었지만 시녀가 달려간 이상 길이 엇갈릴수도 있어 기다리기로 했다. 의자에 걸터 앉자 차를 내올 생각도 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는 두놈중 치료해 준 녀석에게 당장 움직이라고 호통을 쳤다. 동료를 바라 본 놈은 고개를 끄덕이는 동료의 행동에 천후를 힐끔 바라 보고는 빠르게 밖으로 사라졌다.
"너희들은 이 전각을 경비하는거냐?"
"그,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태상가주 형인 은천후가 언제 찾아 올지 모른다는 말은 듣지 못한거냐?"
"아, 아닙니다. 들어 알고 있습니다만 외모가..."
역시 겉모습만으로 판단한 것이다. 아마 다른 자들이라고 해도 마찮가지였을것이지만 무림에선 가장 경계해야할 부분을 망각하고 있었다.
"쯧쯧, 무인으로써 실격이로구나. 외모만으로 판단하는 우(愚)를 범하진 마라. 무림행을 할땐 항상 어린아이와 노인을 조심하라는 말은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즉, 외모가 중요한게 아니다. 말투나 행동, 눈빛등으로 판단하는 분별력을 길러야 하느니라."
조언을 해 주고 있을때 밖으로 달려 나간 놈이 차 도구를 가지고 들어 왔다. 현대의 중국이나 중원의 중국에선 평소에 차를 물 마시듯 즐기는 탓으로 놈이 직접 차를 끓여 주었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뜨거운 차를 후루룩 음미하며 가주를 기다렸다. 차는 그렇게 좋은게 아닌지 조금 떫은 맛이 느껴지며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타닷.
절반쯤 차를 마셨을때 급히 달려 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 왔다. 가벼운 발걸음 소리로 볼때 경공이 뛰어난 자였다.
"가, 가주님을 뵈옵니다."
두 녀석이 급히 인사를 하며 가주라고 했다. 안으로 들어선 자는 중년인으로 절정의 경지였다. 경비 무사들이 밖으로 나가 문을 닫자 즉시 입을 열었다.
"은천세가 가주인 은천휘라고 합니다. 은천후 백부님이십니까?"
"넌 어떻게 생각하느냐? 내가 천추 형님처럼 보이냐?"
"....."
은천세가 가주인 무영검 은천휘는 백부의 얼굴은 한번도 본적도 없었다. 아버님이 늘 하시던 말씀이 있었다. 백부님은 폐관 수련중으로 언젠가는 세가를 찾아 올것이라며 절대로 실례되는 행동은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세가가 이만큼 커질수 있었던것도 모두 백부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실험하는 듯한 말투에 무영검은 백부라고 주장하는 자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 보았다. 너무 젊은 탓으로 아버님과 닮은 점은 찾아 볼수가 없었다. 만약 백부님이 맞는다면 환골탈태를 해서 저런 모습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아버님에게서 들은 말로는 세가의 무공은 모두 백부님이 창안한 것이며 백부님의 경지는 추측불가라고 들었다. 무공을 창안할 정도라면 이미 일대종사였다. 사십여년전 마교 교주인 천마까지 죽였으며 그때 이미 무공을 창안하고 계속 폐관 수련을 한것이라면 지금은 어느 정도 경지인지 도저히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환골탈태를 하신 것입니까?"
"믿기지 않겠지만 두번이나 했다."
"헉! 두, 두번이나요?"
"그보다 천추가 왜 무림 맹주가 된것이냐?"
그것이 가장 궁금했다. 세가 규모가 커진것은 천추가 맹주가 되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중원의 무인들이 몰려와 세가로 들어 오길 자청해 그들을 받아 들일려면 규모를 늘릴수 밖에 없었을것이다. 맹주에게 잘 보이기 위해 상인들은 막대한 뇌물을 세가로 보내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확인이 먼저입니다. 정말 은천후 백부님이 확실하신다면 무량신공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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