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화. 오크로써의 삶(11)
72화.
한명의 마법사가 마찰 계수 O(제로)인 그리스 마법을 펼쳤지만 기이하게 움직인 해크는 그리스 마법의 범위를 벗어나 마법사들의 코앞에 당도해 주먹을 내 뻗었다.
"헉! 실드!"
쩡!
퍽.
"크아악!"
실드를 박살낸 주먹이 마법사의 얼굴 정중앙에 박히자 머리통이 박살나 버렸다. 다른 두명의 마법사들도 어렵지 않게 처리할수 있었다. 당황한채 어떻게든 마법을 펼칠려고 했지만 해크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퍼퍽.
나머지 두명의 마법사를 죽인후 노마법사의 가슴에 박혀 있는 헬버트를 빼어 들고는 급히 뒤돌아 섰다. 전마의 발울림 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려 오고 있었다. 기사 한명이 달려오는 기세 그대로 롱소드를 내려 긋고 있었다. 헬버트에 마나를 불어 넣은 해크는 그에 대응해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헬버트를 후려쳤다.
쩡.
가가각!
기사의 롱소드가 박살나며 풀 플레이트 메일 옆구리쪽이 길게 파이며 기사는 기우뚱하며 전마에서 추락했다. 추락한 기사를 살펴볼 겨를도 없었다. 다른 기사들이 이미 코앞까지 접근해 있었다.
타앗.
달려 오며 롱소드를 내려 치는 기사들 사이를 기묘한 발놀림으로 피하며 전마들의 다리를 헬버트로 후려 치며 전마들 뒤로 빠져 나갔다.
쿠당당탕.
기사들이 탄 전마들이 앞으로 꼬꾸라지며 바닥으로 나뒹구는 것과 동시에 기사들이 전마에서 훌쩍 뛰어 내려 해크에게 달려 들었다. 기사들은 모두 4명이다. 두명이 전면으로 달려 오고 두명은 양쪽으로 퍼진채 달려 오는 형국이었다.
탓.
바닥을 가볍게 찼다. 그러자 마치 헤이스트 마법을 사용한것처럼 화살처럼 중앙의 두명에게 급속도로 접근해 가며 헬버트를 휘둘렀다.
부와아앙!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동반하며 옆구리를 향해 쇄도해 들어 오는 헬버트를 향해 기사는 그대로 막을순 없다고 판단했는지 급히 빙글 한바퀴 돌아 헬버트의 날을 피했다. 하지만 그게 기사의 실수였다. 평범한 기사라면 헬버트는 기사등을 아슬아슬하게 비켜 나갔을 것이겠지만 기사가 몸을 돌리는 순간 헬버트는 창을 찌르듯 기사의 등쪽을 향해 찔러갔다.
쩡.
"컥!"
헬버트 전면에 달린 뾰족한 창이 완전히 몸을 돌린 기사의 풀 플레이트 메일을 뚫고 가슴에 박혀 들어 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다른 기사들이 주춤하는 기색이었다. 헬버트를 잡아 뺀 해크는 바로 옆에 있던 기사를 향해 헬버트를 크게 원을 그리듯 빙글 돌려 후려쳤다.
쩡.
꽈직.
"크악!"
급히 막은 롱소드가 박살나며 기사의 가슴에 헬버트가 파고 들어 갔다.
휘이익.
그와 동시에 오른쪽에 있던 기사가 헬버트를 든 팔을 자르듯이 베어 오자 헬버트를 놓아 버린 해크는 왼쪽으로 빙글 돌아 한발을 내딛으며 오른 주먹을 기사의 얼굴에 박아 넣었다.
쩡.
"컥!"
얼굴이 홱 돌아간 기사는 힘없이 바닥으로 허물어져 내렸다. 기사나 무인들은 자신의 무기를 손에서 떼어 낸다는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죽을때 죽더라도 절대로 무기는 손에서 놓지 않지만 해크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쉬이익.
이번엔 왼쪽에 있는 기사의 공격이 머리위까지 접근해 있었다. 머리를 박살낼려는 기세로 내려 찍는 롱소드를 향해 왼주먹을 뻗어 올렸다.
쩡.
빛에 반짝이는 은색 조각들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주먹에 부딪힌 롱소드가 박살난것이다.
펑.
"크아~악!"
털썩.
롱소드 조각들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을때 오른 주먹을 어퍼컷으로 올려쳐 기사의 턱을 박살냈다. 마나를 두른 주먹에 기사의 턱이 박살난 기사는 그 자리에 주저 앉듯이 허물어져 내렸다.
피잉.
해크는 마법사 4명과 자신을 추격해 온 기사 5명을 처리한후 급히 전장의 상황을 살펴 보았다. 자신이 마법사들과 기사들을 처리하고 있을때의 함성과 고함 소리,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 마법이 터진 소리등등 비명이 난무하는 가운데 자작군이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영지전을 전개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사들이 싸우고 있는 곳만은 상황이 달랐다.
자작령 기사 몇몇은 이미 죽은듯 쓰러진 상태였으며 단장은 고전하고 있었다. 일반 병사들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기사들은 조금 밀리고 상황이다. 그게 모두 단장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기사 때문이었다. 저 기사가 후작령에서 지원해 준 기사가 틀림없을것이다. 전력으로 경혼 신법을 펼치자 마치 총알이 날아 가듯 엄청난 속도로 쏘아져 갔다. 블링크 마법 두번 정도면 충분히 기사옆으로 이동할수 있었지만 굳이 마법은 펼치지 않았다.
쐐에엑.
바람을 가르며 쏘아져 오는 해크를 발견한 남작령 기사는 단장에게 크게 롱소드를 휘두르고는 급히 뒤로 물러나며 해크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피우웅.
땅을 몇번 박차며 쇄도한 해크는 기사 놈을 향해 헬버트를 휘둘렀다. 기사 놈도 단장에게서 멀어져 해크를 향해 롱소드를 마주 그어 왔다. 롱소드에는 마나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쩌엉.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지며 기사놈은 물론 해크도 한발씩 뒤로 물러 섰다.
"네 놈은 누구냐?"
"......."
힘에서 처음으로 우위를 점할수 없는 자를 만났다.
빙글.
헬버트를 손바닥안에서 한바뀌 돌린후 아무런 대답도 없이 땅을 박찼다.
팟.
"노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한 남작령 기사는 롱소드에 마나를 불어 넣었다. 푸른색 마나가 롱소드 끝으로 30센티는 뻗어 나오고 있었다. 놀랍게도 말로만 듣던 소드 마스터였다.
땡그렁.
익숙치 않은 헬버트는 버렸다. 일반 기사들은 검기와 막강한 힘으로 밀어 부쳤지만 소드 마스터는 아니다. 익숙치 못한 무기로 어슬퍼게 대응하다가는 오히려 당해 버릴 공산이 다분했다. 소드 마스터가 일직선으로 뛰어 오며 롱소드를 뻗었다. 그에 맞대응해 양주먹에 마나를 불어 넣어 강기를 생성시켰다.
"허억! 피, 피스 마스터?"
숨을 헐떡이며 지켜 보던 자작령 기사 단장인 번제트의 놀라는 외침이 들려 왔지만 뻗어 오는 롱소드에 묵묵히 오른주먹을 내밀었다.
쩌엉!
폭발음이 들려옴과 동시에 경혼 신법을 펼쳐 소드 마스터의 옆으로 이동해 왼주먹을 뻗었다. 그러자 소드 마스터는 급히 롱소드로 왼주먹을 베어 왔다.
쩡!
왼손으로 롱소드 칼날면을 때리며 오른발을 복부로 뻗었다. 뒤로 황급히 물러나는 소드 마스터를 기묘한 발걸음으로 따라 잡자 허리를 베어 왔다.
착.
양다리를 양쪽으로 쭉 뻗어 아래쪽으로 푹 꺼진 해크는 양다리를 모으며 튕기듯 튀어 올라 어퍼컷을 날렸다.
"허엇!"
고개를 급히 뒤로 젖히며 피한 소드 마스터의 복부를 오른 무릎으로 찍었다.
퍽!
"윽!"
쉬익.
캉.
뒤로 밀려나는 소드 마스터의 롱소드를 든 오른팔을 수도(手刀)로 내려 치자 쇳소리가 들려왔다. 아래쪽으로 내려간 오른팔이 다시 올라 오고 있었다.
덥석.
소드 마스터의 오른 손목을 오른손으로 잡고는 왼주먹으로 턱을 쳤다.
쩡.
"커억!"
고통에 신음하는 소드 마스터의 잡고 있는 오른손목을 등뒤로 꺾어 롱소드를 봉쇄한후 왼주먹을 왼쪽 복부에 박아 넣었다.
쩌엉!
"커헉!"
풀 플레이트 메일을 뚫고 복부로 들어간 왼주먹은 뱃속 깊숙히 박혀 들어갔다.
"크으...울컥...네, 네놈은...누구냐?"
"취익! 오크다."
점점 초점을 잃어가든 소드 마스터의 눈빛이 본래의 색으로 돌아오며 경악에 물들면서 부릅뜬 눈으로 생기를 잃어갔다.
"오...크...."
복부에 박혀 있던 주먹을 빼내자 그 자리에서 무너진 소드 마스터의 부릅뜬 눈이 뇌리에 박혀 들었다.
- 단장! 이제 알아서 해.
꾸벅.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단장은 다른 기사들이 싸우고 있는 곳으로 달려 갔다. 남작령 기사들은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다. 가장 강한 자가 죽어 버린 탓으로 이미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것인지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었다.
해크는 더이상 전투에 참가하지 않은채 전장을 둘러 보기만 했다. 영지전은 아메르 자작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을 맺었다. 기사 몇명이 사망한것이 아쉬운 일이었지만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아메르 자작은 도스 남작령을 완전히 손에 넣었다. 더이상 도울 일이 없어 오크 마을로 돌아간 해크는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
"취이익! 해크, 인간들이 들어왔다."
3개월이 지났을때 야시크 아저씨가 사냥을 나갔다가 인간들을 봤다고 했다. 즉시 아저씨가 설명한 곳으로 달려 갔다. 기사들과 마법사, 병사들 총300여명이 정글을 헤치며 안쪽으로 들어 가고 있었다. 아메르 자작 일행은 아니었다. 무슨 일로 또 인간들이 정글속으로 들어 왔는지 알아 보기 위해 밤이 되길 기다렸다.
야영을 하는 300명쯤되면 한밤중에 볼일을 보러 한두명은 일어 날것이다. 알람 마법을 해제하고 보초에게서 떨어진 곳에서 볼일을 보는 놈에게 접근해 볼일이 끝나자마자 사일런스 마법과 홀드 마법을 펼친후 납치했다. 야영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 놈을 바닥에 팽겨친후 마법을 풀어 주었다.
덜덜덜.
"허억! 오, 오크..."
"취익! 네놈들은 무슨 일로 이곳으로 들어 온거냐?"
주춤주춤.
엉덩이로 바닥을 기면서 손발을 버둥거리며 뒤쪽으로 물러서는 놈은 바지가 흥근했다.
"취익! 말해."
"더, 던전을 찾으러 왔다."
놈을 닥달해 알아낸 내용은 던전 탐사가 목적으로 아메르 자작이 찾지 못한 던전을 찾으러 정글안으로 들어 온것이다. 아메르 자작이 던전에서 아무런 소득도 없이 정글을 나가 병사들에게 입단속을 시킨후 던전은 찾지 못했다는 소문을 퍼뜨린것 같았다. 이들은 그레이스 후작 병력들이었다.
도스 남작을 배후에서 조종해 아메르 자작에게 영지전을 신청한것도 던전때문이었다. 마음대로 던전 탐사를 하기 위해 아메르 자작령을 완전히 복속시켜야 했다. 죽음의 산맥과 맞닿아 있는 다른 영지는 후작도 무시할수 없는 테크트론 백작령이다.
욕심에 눈이 멀어 전쟁까지 일으키는 후작놈을 찾아가 죽일 생각도 해봤지만 자신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놈들이 던전을 찾게 내 버려 둘 생각이다. 던전을 찾아봐야 아무것도 없다. 먼저 던전쪽으로 이동했다. 납치한 병사놈은 고통스럽지 않게 죽여 주었다.
바위에 설치되어 있는 던전 입구를 여는 마법진을 해제해 두고 안으로 들어가 광장 바닥의 이동 마법진도 지워 버렸다. 이미 이동되어 간곳이 어딘지는 알고 있었다. 후작령 병사들이 이곳으로 들어와 아무것도 없다는것을 알려 주기 위해서다. 이곳을 공개하지 않는한 후작은 던전을 찾을때까지 계속 병력들을 정글안으로 들여 보낼것이다.
이곳이 던전이라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 입구에서 광장으로 들어 오는 통로에 마법진을 새겨 두었다. 아무런 트랩도 없이 광장안으로 들어 오면 저들이 찾고 있는 던전이 아니라고 생각할것에 대비해 확실히 던전이라걸 알려 주기 위해 마법 트랩을 설치한것이다. 놈들은 한달만에 던전앞에 도착했다. 병력들은 200명으로 줄어 들어 있었다. 몬스터에게 당한것이라고 추정되었다.
던전 탐사는 마법사들이 주축이 되어 시행되었다. 입구를 여는 일은 어렵지 않았지만 통로를 통과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모든 마법 트랩을 파괴하거나 해체해야 무사히 광장으로 들어 갈수 있다. 멀리서 지켜 보기가 지루해 도와 줄까도 생각해 봤지만 내버려 두었다.
실망한 표정으로 던전 탐사가 완전히 끝났을땐 병력들은 50명의 병사들이 마법 트랩에 당해 150명만 남은 상태였다. 저들이 아마 정글을 무사히 빠져 나갔을땐 절반도 살아 남지 못할것이다. 멀리서 저들이 완전히 정글을 나갈때까지 따라 다녔다.
몬스터들이 습격해 전투를 벌이더라도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 예상대로 무사히 정글을 빠져 나갔을땐 고작 30명만이 살아 남았을뿐이었다. 그 많은 병력이 어떻게 자작령을 통과해 이곳으로 들어 올수 있었는지 의문이었다. 납치했었던 놈에게 물어 보지 못한 탓으로 알수가 없었다. 밤이 되길 기다린후 정글을 나가는 놈들을 몰래 따라갔다. 어떤식으로 후작령으로 돌아 가는지 알아 보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밤에만 이동하고 있었다. 날이 밝으면 산속으로 들어가 잠을 자고 밤이 되면 길을 이동하는 식이었다. 이 대륙에는 어두워지면 외성문을 완전히 닫아 버리고 마을도 목책문을 닫아 버리기 때문에 저렇게 한밤중에 이동을 해도 누구도 알지 못한다. 만약 야영을 하는 무리를 발견하면 모조리 죽여 버리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었다. 어떤식으로 이동을 한것인지 안 이상 더이상 놈들을 따라 다닐 필요는 없었다. 오크 마을로 이동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 갔다.
오크로 환생한지 벌써 30년이나 지났다. 30년이면 오크로써 최장수를 하고 있는 셈이었다. 오크들의 평균 수명은 5~8년정도다. 한번의 출산에 2~3마리씩 3년만에 성인이 되는 오크는 다른 육식 몬스터나 같은 종족들에 의해 죽지 않는다면 엄청난 수로 늘어난다. 처음 이 마을에 환생했을땐 고작 140여마리에 불과했었던 오크들은 지금은 5백마리이상으로 늘어난 상태다. 식량 사정이 좋아지자 굳이 힘들게 사냥하지 않아도 된것이다.
이 마을은 이제 수렵 사회에서 농경 사회로 거의 바뀐 상태다. 사육되는 닭들만 해도 3천마리가 넘어 가고 있었으며 캉킹 과수원과 향신료인 뽀르 나무를 키우는 농원까지 있는 상태다. 마을을 빙 둘러싼 목책으로 마을을 보호하고 있었으며 오크들이 항상 경계를 서고 있었다. 이제 이 마을을 떠나 은거를 할때가 되었다. 오크의 몸인 탓으로 슬슬 수명이 끝나가고 있다는게 느껴지고 있었다. 인간으로 치면 200살이 넘은 상태다. 마을의 리더이며 촌장인 리크를 불렀다.
"취익! 리크, 이제 난 떠난다. 조용한 곳에서 생을 마감할련다."
"....취이익?"
- 작가의말
즐거운 저녁 시간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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