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화. 토니, 사촌을 길들이다(2)
92화.
토니 자신도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른다. 마법을 사용하면 시와 마을로 이동할수 있지만 아직 마법을 사용할줄 안다는 것은 비밀이다.
"저쪽으로 가 보자."
"길도 모르는데 무작정 가자고?"
"그럼 이대로 죽을래?"
"씨발. 가자."
푹푹 빠지는 모래를 밟고 시와 마을과는 반대 반향으로 이동했다. 일부러 반대쪽으로 유도한 것이다. 걸어도 걸어도 모래뿐이었다.
털석.
"헉헉헉! 목이 말라 더이상은 무리야."
가쁜 숨을 몰아 쉬며 걸어 가던 동식이는 주저 앉았다. 목이 마른지 입술이 바짝바짝 타 들어 가고 있었다.
"토니. 이제 어쩌지? 우린 이곳에서 죽는건가?"
"형이라고 불러. 아무리 내가 사생아라고 해도 네 사촌형이다."
"뭐? 형? 이 새끼가 그동안 잘..."
퍽!
"컥!"
"이 새끼가."
퍽!
"악!"
욕을 하는 동식이의 어깨를 걷어차 버렸다. 서 있는 상태였다면 옆구리를 차 버렸을것이다. 급히 일어 날려고 하는 동식이의 어깨를 다시 걷어 찼다. 이번엔 조금 세게 걷어찬 탓인지 옆으로 쓰러진 동식이는 벌떡 일어나 대들었다.
휘익.
휘두르는 동식이의 주먹을 고개만 끄덕여 간단하게 피하고는 오른손으로 얼굴을 후려쳤다.
짝.
"윽!"
얼굴이 홱 돌아간 동식이는 손바닥 자국이 선명한 얼굴을 구기며 다시 막무가내로 주먹을 휘둘러왔다.
퍼퍼퍼퍽!
"컥! 아악! 그, 그만..."
하품이 나올 정도로 느린 동식이의 주먹을 피하며 가슴과 배를 가볍게 때려 주었다. 그것만으로도 동식이는 숨이 꽉꽉 막히는지 괴로워했다.
"형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는다면 찢어지자."
동식이를 내 버려 두고 혼자 사막을 걸어갔다. 동식이는 바닥에 주저 앉아 배를 움켜 쥐고 있었다. 혼자서 50미터는 걸어 갔을때 동식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따라 오기 시작했다. 걸어 가면서 사이킥 아이를 펼쳐 주변에 뭐가 있는지 살펴 보았다.
왼쪽 700미터 지점 언덕 너머에 오아시스가 보였다. 다른 오아시스는 찾아 볼수 없었다. 하지만 일부러 그곳으로는 가지 않았다. 동식이는 고생을 더 해 봐야 한다. 정신 머리를 개조하기 위해선 죽을만큼 괴로워하며 사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 가야 한다.
어릴적부터 부족함없이 자란 동식이는 지금까지 자신이 하고 싶은건 모두 맘대로 했을 것이다. 같이 여행을 하면서 그런 티가 역력했다. 고생이라곤 한번도 해 본적이 없는 동식이는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을것이다.
털레털레 따라 오는 동식이를 사이킥 아이로 지켜 보며 성큼성큼 모래를 푹푹 밟고 기약없이 사막 모래위를 걸어 갔다. 조금 빨리 걷고 있는 탓으로 동식이와는 점점 거리가 벌어지고 있었다. 어떻게든 토니를 따라 올려고 발걸음을 빨리 하는 동식이지만 체력의 한계를 느꼈는지 점점 느려지고 있었다.
"머, 멈춰!! 같이 가!!!"
큰소리로 외치는 동식이를 뒤돌아 보며 멈추었다. 그러자 동식이는 힘이 나는지 빠른 걸음으로 다가 오고 있었다. 그런 동식이에게 등을 돌려 앞으로 걸어 갔다.
"야! 씨발 새꺄~!! 멈춰!!"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는지 욕을 퍼붙는 동식이를 무시하며 계속 걸어 갔다. 반짝 희망이 보였다가 사라지자 동식이는 급속도로 발걸음이 느려지고 있었다. 급기야 비틀거리며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 버렸다. 동식이의 행동과는 아랑곳없이 높은 모래 언덕을 넘어 가자 동식이의 시야에서는 완전히 사라진 토니였다.
꿀꺽꿀꺽.
생수를 들이키자 이제야 살것같았다. 동식이는 모래에 앉아 멍하니 자신이 넘어 온 언덕쪽을 바라 보고만 있었다. 물을 마시며 언덕 아래쪽으로 완전히 내려가 차양을 꺼내 뜨거운 햇볕을 가리고 탁자와 의자를 꺼내 앉아 숨을 돌리며 동식이를 살펴 보았다. 동식이는 완전히 퍼져 있었다.
모래위에 드러 누워 헉헉거리며 움직이지 않았다. 아직 정신을 잃은 상태는 아니었지만 얼마 버티지 못할것 같았다. 물 한모금 마시지도 못한채 모래 사막위를 몇시간이 걸은 상태다. 지금쯤은 목이 바짝 말라 있을것이다. 동식이에게로 이동했다. 눈을 감고 있는 동식이는 자신이 바로 옆에 서 있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쪼르르.
누워있는 동식이의 입안으로 생수를 부었다. 아직 정신을 잃지 않았는지 입을 벌리고 물을 마시는 동식이는 눈을 뜨고 토니를 바라 보았다.
"넌 죽고 싶어도 내 허락없이 죽지 못한다."
더이상 물은 주지 않고 자신이 마셔 버렸다. 그러자 동식이는 눈을 크게 벌리고는 자리에서 일어 날려고 했다. 하지만 비틀거리기만 할뿐 몸을 일으킬순 없었다.
"무~울~. 무우울을 줘~."
"따라 와라."
반쯤 남아 있는 생수병을 얼굴옆에 던지고 앞서 걸어 갔다. 동식이는 생수를 마시고 있었다. 동식이가 따라 올수 있게끔 일부러 천천히 걸어 갔다. 생수를 들이킨 동식이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토니를 따라 오고 있었다. 언덕위로는 엉금엉금 기어 갔다. 토니는 반대편 언덕 아래에 설치해둔 차양 아래 의자에 앉아 탁자위에 있는 과일을 베어 물며 언덕 위를 바라 보았다. 언덕위에는 동식이가 올라와 아래쪽으로 바라 보며 멍하니 굳어 있었다.
주르르.
모래 언덕위에서 구르듯이 아래쪽으로 내려온 동식이는 헉헉거리며 한동안 바닥에 누워 일어 나지 못하고 있었다.
"무~을 줘. 우웩!"
"형이라고 불러."
"...혀어어....우웩!"
말도 잘 나오지 않는게 탈수 증세를 보이고 있는 동식이었다. 웩웩거리며 토하고 있는 동식이를 이대로 놔두면 죽을지도 모른다.
- 엔다이론! 탈수 증세를 치료해 줘.
- 알겠어요.
엔다이론의 치료로 동식이는 금새 표정이 밝아지고 있었다.
"일어나 의자에 앉아."
"끄응! 어?"
벌떡.
자신의 몸 상태를 파악한것인지 벌떡 일어난 동식이는 자신의 몸을 살펴 보고 주변을 둘러 본후 토니를 뚫어져라 바라 보면서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된것이냐?"
"존대말! 그리고 앞으로 말할땐 반드시 형이라고 붙여."
"제기랄."
"앞으로 한번만 더 욕을 하면 움직이지도 못하도록 하겠다."
동식이는 툭하면 욕을 내뱉는 말버릇부터 고쳐야 한다.
"...이, 이건 어디서 난거야?"
"또 반말이네."
즉시 사이킥 홀드를 시전해 동식이의 몸을 구속해 버렸다. 아직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 벌이었다.
"어? 뭐야?"
"말했지. 움직이지 못하도록 해 주겠다고. 널 죽이지 않은것만으로도 감사해라."
"무슨 짓을 한거냐? 왜 몸이 움직이지 않는거냐?"
짝!
"컥!"
반말을 하는 동식이의 뺨을 때렸다. 붉어진 얼굴로 당황한 동식이는 이제야 겁이 나는지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다.
"네 정신 머리는 내가 개조시켜 주겠다. 이 사막에서 일년정도 있으면 새사람으로 태어 날꺼다."
"뭐? 이, 일년이라고? 않돼. 모, 몸을 풀어줘."
짝!
"윽!"
"반말을 할때마다 한대씩이다."
"......."
동식이의 몸을 풀어 주었다. 몸이 움직이기 시작한 동식이는 슬금슬금 뒤로 물러 나고 있었다. 토니가 두려워진것이다. 하지만 모래 사막 어디로도 갈곳은 없었다.
"일단 앉아라."
아무런 말도 없이 엉거주춤 다가와 의자에 앉은 동식이는 불안해 하고 있는 티가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난 처음부터 대정 그룹 후계자 따위는 관심도 없어. 전세계 100위권 안에 들지도 못하는 그런 작은 구멍 가게같은 회사에 관심도 없을 뿐더러 전세계 1위 기업을 준다고 해도 걷어차 버릴꺼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지구도 정복할수 있어. 허풍이라고 생각하지?"
"......"
"날 잘 봐."
앉은 자세 그대로 사이킥 인비저 빌리티를 시전해 자리에서 일어나 모래위를 걸어 갔다. 눈앞에서 토니가 사라지자 동식이는 눈이 휘둥그래지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토니를 찾고 있었다.
사박사박.
"헉! 투, 투명 인간?"
모래위에 발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나며 움직이고 있는데도 토니의 몸은 보이지 않자 동식이가 경악하고 있었다.
"내 몸이 보이지 않지?"
"어 ,어떻게 그럴수가 있는거지?"
짝!
"악!"
"말투!"
"어, 어떻게 그럴수 있는 겁니까?"
이제야 존대를 하는 동식이었다. 역시 매를 맞아야 말을 듣는 동식이었다.
"다시 잘 봐."
둥실.
이번에는 공중으로 떠 올라 걸어 갔다. 동식이의 눈에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어리둥절한 동식이는 모래위에 찍혀 있는 발자국만 바라 보고 있었다. 동식이의 뒷쪽에 모습을 드러내며 말을 걸었다.
"어딜 보는거냐?"
"흐악!"
깜짝 놀란 동식이는 급히 뒤를 돌아 보았다.
"어, 어떻게...공중에..."
믿기지 않게도 토니는 공중에 둥둥 떠 있는 상태였다. 언제 자신의 뒤로 돌아 왔는지 전혀 감지도 못했다. 투명 인간인채로 공중을 걸어 다닐수 있는 인간이 절대 있을리가 없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현실에 너무 혼란스러워 뺨을 꼬집어 봤다.
"윽!"
뺨을 맞은 얼굴을 다시 꼬집자 더욱 아파왔다. 그러고보니 토니는 손도 움직이지도 않고 자신에게 접근도 하지 않은채 뺨을 때리고 있었다. 어떻게 그럴수 있는지 토니가 점점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만약 몸을 숨긴채 백악관에 들어가 미국 대통령을 협박한다면 어떻게 될까?"
"마, 말이야 쉽지 그게 맘대로 될까?"
짝.
"악! 그, 그만 때려...요!"
동식이는 존대말이 익숙하지 않는지 어색했지만 그 정도는 참아 줄수 있었다.
"어어?"
버둥버둥.
"사, 살려줘~요!!"
동식이의 몸을 공중으로 들어 올렸다. 깜짝 놀라는 동식이는 양팔을 버둥거리며 애원했다. 순식간에 10미터정도 공중에 뜬 동식이는 아래쪽의 모래를 보며 질끈 눈을 감았다.
"이대로 널 떨어 뜨린다면 어떻게 될까?"
"허억! 사, 살려줘!"
짝!
"컥! 살려 줘요."
"대통령이 내 말을 듣지 않는다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수 있다. 널 공중으로 들어 올린건 내 힘을 조금 보여 주기 위해서다."
동식이를 모래 바닥에 내려 놓았다. 다리가 풀렸는지 털썩 주저 앉은 동식이는 아직도 공중에 둥둥 떠있는 토니를 올려다 보며 인간같지 않는 토니가 두려워 벌벌 떨었다.
"넌 앞으로 내 말이라면 무조건 들어야 한다. 이곳은 지금 이집트다. 우린 아프리카를 횡단한다. 횡단하면서 네게 중국어와 영어를 가르키고 시간이 남아 돌면 일본어도 가르켜 준다."
"지. 집에 보내 줄순 없는거...닙까?"
"네 정신 머리를 개조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한국으로 돌려 보내지 않는다. 내게서 도주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도주해."
아래로 내려와 탁자위에 먹을것을 꺼내 놓고 식사를 하라고 했다. 식사를 하면서 지금부터 모든 대화는 중국어로 한다고 말했다. 일대 일 과외다. 청송 시절의 중국어와 지금의 중국어는 많이 다를것이지만 그렇다고 전혀 다르지는 않을것이다. 처음부터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 들을수 없는 동식이는 멍한 표정으로 굳어 있었다.
"저어, 전 머리가 나빠..."
짝.
"악!"
얼굴이 홱 돌아간 동식이에게 접근해 머리통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누르며 마나 샤워를 시전해 주었다.
"네 머리를 명석하게 해 준것이다."
"......."
중국어로 말한 탓으로 무슨 말인지 모르는 동식이는 두려움에 더욱 움추려 들었다. 해가 질 무렵 동식이는 토니가 공중에 연 아공간을 보고는 어버버했다. 너무 두려워 벌벌 떨기까지했다. 아공간에서 두터운 모포를 꺼내 바닥에 깔고 잤다. 이곳 사막의 밤은 그렇게 춥지 않았다. 불을 피우지 않아도 모포 두장만 있으면 충분히 잘만했다. 하루에 모래 사막을 이동하는 거리는 짧았다. 체력이 없는 동식이와 같이 걸으며 중국어 단어를 가르켜 주며 남쪽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이집트는 걸어도 걸어도 끝도 없는 사막뿐이었다. 모래 사막을 지나자 이번엔 황량한 사막지대였다. 얼마나 걸었는지 시간조차 잊을 지경이었다. 대략 6개월정도는 걸어간것같았다. 동식이하고는 중국어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유창한 중국어는 아니지만 토니가 하는 말을 알아 들었으며 동식이도 어느 정도 중국어를 할수 있었다. 이집트를 벗어 났는지 아직인지는 모른다. 사람을 전혀 만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루한 사막 지대가 끝이 났는지 저 멀리 푸른색이 보였다. 동식이의 얼굴도 밝아지고 있었다.
"형님! 드디어 벗어 났습니다."
"그래. 가자."
동식이는 이제 형님이라는 말이 익숙한 상태였다. 더이상 욕도 하지 않았다. 푸른 풀이 보이는 곳에 도착하자 멀리 마을이 보였다. 얼마만에 보는 싱그러운 풀인지 동식이는 풀을 뜯어 만지며 눈물까지 글썽이고 있었다.
"이제 중국어는 하지 않아도 된다."
"아! 그럼 한국어를 하면 됩니까?"
"저 마을을 벗어 날때까지 한국어로 하자."
사막 근처의 마을은 십여채의 나무로 얼기설기 엮은 집이었다. 마을안으로 들어 서자 밖에서 뛰어 놀든 아이들이 놀란듯 어디론가 쪼르르 달려 가고 있었다. 잠시후 어른들이 뛰어 왔다. 즉시 통역 마법을 시전해 놓았다. 모두 갈색 피부를 가진 자들로 이집트인들과 모습이 비슷했다. 아직 이집트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고 생각되었다.
"너희들은 누구냐?"
"우린 사막에서 길을 잃고 우연히 이곳으로 온겁니다."
"...어, 어떻게 우리 말을 할수 있는거지?"
유창한 저들의 말에 놀라고 있었다.
"아프리카 여행중에 배운 겁니다."
"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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