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화. 추산, 나서다(2)
104화.
중앙 정치국 위원이라면 전국에서 25명밖에 없는 절대 권력자다. 그위로는 총서기를 포함한 정치국 상무위원이 7명밖에 없다. 최소한 중국에서 8~33위 안에 드는 막강한 권력자인 것이다. 그런 권력자라면 산동성에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아무리 황보세가가 힘을 기른다고 해도 본가를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것을 알고 있는지 황보초련의 얼굴이 시무룩해진것이다.
- 마스터, 찾았어요. 지하에 큰석실 아래쪽에 작은 석실이 있는데 그 안에 책 네권이 있어요.
- 어떻게 그 안으로 들어 갈수 있는지 머리속에 알려줘.
지하 식실안에 숨겨져 있는 작은 석실안에 있는 책이라면 굉장히 중요한 책이 틀림없었다. 황보초련에게는 찾았다고는 아직 말할수 없었다.
"그런데 언제 천왕삼권을 보여 주실꺼에요?"
"인적이 없는 곳으로 가서요."
"그럼 태산으로 올라 가요."
중국의 오악(五嶽)중 동악(東嶽)에 해당되는 태산은 1500여미터다. 서악(西嶽)은 섬서성에 있는 화산, 중악(中嶽)은 하남성의 숭산, 남악(南嶽)은 호남성의 형산, 북악(北嶽)은 산서성의 항산이지만 오악중 으뜸으로 꼽히는 산이 동악인 태산이다. 가장 성스러운 산으로 역대 황제들이 제를 지내던 곳이다.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태산으로 올라 가는 길엔 인파로 북적거렸다. 그런 사람들을 피해 길이 없는 곳으로 들어섰다.
"이곳이면 적당할것 같아요."
사방이 꽉 막혀 천왕삼권을 시전하더라도 누군가에게 들킬 우려는 없어 보였다.
"천왕삼권은 확실하겐 시연할수 없어. 꿈에서 본 것을 기억을 더듬어 재현시키는것 뿐이야. 그럼 시작합니다."
청송일때 황보세가 소가주인 황보산후와의 대련에서 소가주가 펼쳤던 기수식을 취했다. 한발 앞으로 내민 무릎을 살짝 굽히고 왼손을 앞으로 내밀어 손바닥을 위쪽으로 가게했다. 오른팔은 자연스럽게 늘어 뜨린채 손바닥이 정면을 가르켰다.
소가주가 펼친 천왕삼권을 흉내낸것이다. 이때에 청송이 매직 미사일 두개를 날려 보냈었다. 그러자 소가주는 오른발을 내밀며 왼손목을 안쪽으로 꺾어 가볍게 손등으로 매직 미사일을 튕겨내고 오른손을 들어 올려 주먹을 쥐고는 다른 매직 미사일을 박살냈다.
팡.
공기를 찢어 발기는 소리가 들려 오며 추산의 천왕삼권이 시작되었다. 청송과의 대련을 재연한것이다. 주로 청송이 공격하면 소가주가 방어하는 식이었다. 소가주는 청송에게 접근할려고 했지만 끊임없이 날아오는 마법을 막기에도 급급했었다.
황보초련은 추산이 펼치는 천왕삼권을 지켜 보며 아버지가 말한 천왕삼권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저 천왕삼권을 어떻게든 배워야 했다. 무너진 가문을 일으키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했다.
옛세가에 있을법한 비밀 서고를 찾을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찾는다고 해도 서적만으로 무공을 독학하기엔 한계가 존재한다. 추산이 말한 꿈속 이야기는 핑계에 불과했다. 그런 일이 있을리가 없기 때문이다. 말못할 사정이 있는게 분명했다. 추산의 사부라는 사람을 꼭 만나 보고 싶었지만 쉽지 않아 보였다.
"후우~! 끝났습니다."
"굉장하네요. 혹시 그걸 제게 가르켜 주실수 있으세요?"
"내공 운용을 전혀 모르고 형(形)도 몰라서 가르키긴 어려울것 같습니다."
솔직한 말이다. 대련을 흉낸낸것 만으로 가르킬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행히도 황보초련은 크게 실망하진 않은 표정이었다. 이곳에 온김에 태산을 구경하고 숙소를 잡았다. 황보초련이 지금 살고 있는 본가로 가자고 했지만 사양했다.
오늘밤에 비밀 서고안으로 잠입하기 위해선 옛세가와 가까운 곳이 편했다. 초승달이 구름속으로 숨은 어두운 밤 옛황보세가 건물안으로 스며 들어 가는 인영이 있었지만 그 모습은 감시 카메라는 물론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았다. 노에스가 알려 준대로 큰방안으로 들어갔다.
커텐이 쳐진 큰침대에 한남자가 누워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저 침대 아래쪽에 비밀 서고로 통하는 통로가 있었다. 침대에는 50대이상으로 보이는 중년인이 잠을 자고 있었지만 누군가 지켜 보고 있다는걸 전혀 알지도 못한채 깊은 잠에 푹 빠져 들어 있었다.
"슬립! 리버스 그래피티!"
둥실.
침대가 통채로 공중으로 떠 올라 원래 자리에서 앞쪽으로 이동했지만 중년인은 더욱 깊은 잠에 빠져 침대가 움직이고 있다는것도 모르고 있었다.
꾹.
바닥의 양탄자를 걷어 내고 마나를 이용해 침대가 있던 구석의 사각형의 큰돌을 눌렀다.
그그긍.
낮은 소리가 울려 퍼지며 돌이 아래쪽으로 점점 내려 가고 있었다. 한번 내려가기 시작한 돌은 2미터 아래까지 내려가 멈추었다.
훌쩍.
"라이트!"
아래쪽은 계단이었다. 지하 깊숙이 내려 가는 먼지가 잔뜩 쌓인 계단을 밟고 아래로 내려갔다. 이정도의 먼지가 쌓일 정도라면 몇십년이상은 이곳으로 들어 온 자는 없는것 같았다. 지그재그로 한참을 내려가자 큰석실이 나타났다. 석실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벽과 천장이 검게 그을린것으로 볼때 불이 났었던것 같았다.
석실안의 비밀 서고는 오른쪽 구석 아래 벽쪽의 가장 아래쪽 돌을 누르고 바닥의 돌을 동시에 눌러야 열리는 구조라고 노에스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 매직 핸드를 이용해 동시에 두개의 돌을 누르자 바닥쪽의 돌이 아래쪽으로 서서히 꺼지기 시작했다.
훌쩍.
아래쪽은 작은 석실이었다. 석실 중앙에는 50센티정도되는 정사각형의 돌이 돌출되어 있었으며 그위에 책 네권이 서로 겹치듯 놓여 있었다. 황보세가 무공의 근간이되는 심법인 수미천왕신공(須彌天王神功), 장법인 벽력신장(霹靂神掌), 권법인 천왕삼권(天王三拳), 신법인 천왕보(天王步)였다.
네권의 무공 서적을 모조리 메모리 마법으로 기억하고 간이 아공간에 집어 넣어 위로 올라갔다. 모든것을 원위치시켜 놓은후 자고 있는 중년인을 깨웠다. 방안에는 사일런스 마법을 걸어 두어 중년인이 깨어나 소리쳐도 밖으로는 절대로 말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는다.
"누, 누구냐?"
잠에서 깨어난 중년인은 어두운 방안의 주변을 둘러 보며 침대에서 일어날려고 했다.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있어."
"누군데 아무런 보고도 없이 이런 한밤중에 들어 온거냐?"
"저승사자다. 죽고 싶지 않다면 묻는 말에 제대로 답하라. 넌 누구냐?"
어디에 추산이 숨어 있는지 찾을려는듯 중년인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그렇게 놀란 기색도 없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밤손님인가? 난 금도명이라네. 할말이 있으면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게."
막강한 권력을 자랑하는 중앙 정치국 위원인 금도명이 틀림없었다. 이런 자에게 협박을 한다고 해도 먹혀 들지가 의문이었지만 말을 듣지 않는다면 평생 침대 신세를 지게 할것이다.
"모습은 드러낼수 없어. 이 저택은 네것이냐?"
"...음. 그렇다네."
"네 선조때부터의 집은 아니지. 문화 대혁명때 다른 자의 집을 빼았은것 뿐이지. 그렇지 않나?"
"그렇네."
솔직히 인정하는 금도명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침대에 걸터 앉아 정면을 바라 보고 있었다. 두려움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였다.
"이 저택은 원래 주인에게 돌려 줘라. 돌려 주지 않으면 일년정도 침대 신세를 지게 하고 죽여 버리겠다."
"음, 저택은 핑계거리로 그렇게 말하는게 아닌가? 자넨 황(黃)대인이 보내서 온자인가?"
"황대인이 누군지도 모른다."
자신을 암살자로 생각하고 있는듯했다. 헛다리를 짚은 것이다. 하지만 금도명의 말로 황대인이라는 자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걸 알수 있었다.
"그런가? 자네가 누군지 알려 줄순 없는가?"
"알려줄 생각이었으면 진작에 모습을 드러냈다. 헛소리 작작하고 빨리 결정해라. 원래 주인에게 돌려 줄지 아니면 침대 신세를 질지 결정해."
짜증이 섞인 조금 큰소리로 말하자 금도명은 추산의 마음을 알아 차렸는지 급히 입을 열었다.
"먼저 자네 능력을 보여주게."
"능력? 이렇게 숨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능력이야. 한가지 더 말해주면 이곳에서 아무리 소리쳐도 절대로 밖으로는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아. 믿기지 못하면 큰소리로 누굴 불러봐."
"밖에 누구 없느냐?"
"......"
금도명은 믿기지 않는지 큰소리로 몇번이나 불렀지만 아무런 대답도 없이 찾아 오는 자도 없었다.
"이제 믿겠지?"
"음...좋네. 자네가 한가지 부탁만 들어 준다면 저택은 원주인에게 돌려 주겠네."
거래를 할려는 금도명이 괘씸했지만 들어 보고 판단할 생각으로 부탁이 뭔지 물었다.
"황대인과 내 부인을 죽여주게."
황대인은 이해가 되었지만 자신의 부인까지 죽여 달라는 말에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자세한 사정은 말해 줄수 없지만 두가지 부탁만 들어 준다면 이 저택은 물론 돈도 원하는 만큼 주겠네. 대신 타살 흔적을 전혀 남기면 않되네."
"그런건 쉬운 일이야. 심장 마비로 죽여 버리면 되니까.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돼. 죽일 사람 얼굴과 어디에 있는지 검은 봉투에 넣어 비밀 금고에 넣어둬. 그럼 내일 밤에 찾아와 가져 갈테니까. "
"언제까지 죽일수 있나?"
"늦어도 2~3일내엔 확실히 죽일수 있어. 그럼 난 간다."
블링크 마법으로 방을 빠져 나갔다. 추산이 사라진줄도 모른채 금도명은 입을 열었다.
"그럼 저기있는 금고에 넣어 두겠네."
"......"
"서, 설마..."
아무런 대답도 들려 오지 않자 금도명은 급히 일어나 방안에 불을 켜고 금고쪽으로 달려 갔다.
"후우~! 다행이군. 그런데 금고를 어떻게 알고 있는거지?"
이 방안에 금고가 있다는건 자신밖에 모른다. 그런데도 밤손님은 분명히 금고안에 넣어 두라고 했었다.
"음, 신출귀몰한 자인데 그 정도는 충분히 짐작하고 있겠군."
금고안의 물건은 모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물건을 훔치러 들어온 도둑은 아니었다. 저택을 주인에게 돌려 주라고 방문했을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금도명이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황보초련이 찾아 왔다.
"비밀 서고를 어떻게 찾을건데요?"
"이미 찾았어. 서고안에 이런 물건이 있었어. 받아."
보자기에 쌓인 물건을 건네 주었다. 놀란 황보초련은 동그란 눈으로 얼떨결에 보자기를 받아 들고 멍해 있었다.
"풀어봐."
"아, 예...이, 이건...수, 수미천왕신공. 벽력신장. 천왕삼권. 천왕보...이럴수가...이럴수가...어, 어떻게 가보가..."
주르륵.
눈물을 주르르 흘리는 황보초련은 무공 서적을 꼭 끌어 안고 한동안 눈물을 감출수가 없었다.
훌쩍.
"죄, 죄송해요. 저 황보초련이 은인님께 인사 올려요."
깊숙히 포권을 하는 황보초련은 아직도 흥분되어 있는것 같았다.
"저하고 아버님을 뵈러 가요. 이 가보를 아버님이 보시면 반드시 모시고 오라고 할꺼에요."
황보초련의 아버지를 한번은 만나 봐야 할것 같았다.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황보초련을 따라 갔다. 옛세가에서 걸어서 한시간 거리에 있는 집은 주변의 집들에 비하면 큰집이었다.
"이 방에서 잠시 기다려 주세요."
황보초련이 내준 차를 홀짝이고 있을때 쿵꽝거리는 발걸음소리가 들려 오며 세사람이 달려 오고 있었다.
벌컥.
노크도 없이 갑자기 방문을 열어 제치고 들어온 무례한 자는 중년인 한명과 20대후반의 젊은 청년이었다. 그들 뒤에는 황보초련이 따라 들어왔다.
"은인,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포권을 하며 깊숙이 인사를 하는 중년인과 그뒤의 젊은 청년이었다. 얼떨결에 마주 포권을 하며 이들이 누구인지 짐작은 되었지만 황보초련을 보자 아버님과 오라버니라고 말해 주었다. 무공 서적을 보고 헐레벌떡 달려 온것 같았다.
"일단 자리에 앉으시지요."
덩치가 큰 황보세가 가주인 황보성욱과 소가주인 황보상재가 탁자에 둘러 앉자 작은 탁자는 더욱 작아 보였다
"은인, 어떻게 된것입니까?"
"어떻게 되긴요. 옛세가의 비밀 서고를 찾아 서적을 가져 온것뿐입니다. 큰석실안 아래쪽에 작은 비밀 서고에 네권의 서적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비밀 서고를 찾은것인지는 묻지 마십시요. 비밀입니다."
"그런데 초련이 말로는 천왕삼권을 알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황보초련에게로 눈을 돌리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다 말해 준것이다. 가주에게 꿈속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지 아니면 사실대로 환생을 했다고 말해 주어야 할지 잠시 생각을 한후 입을 열었다.
"가주님, 황보세가의 가계 족보를 볼수 있겠습니까?"
"족보를요?"
가주가 소가주에게 눈짓을 하자 소가주가 급히 방을 나갔다.
"은인, 족보는 왜 보실려는 겁니까? 천왕삼권과 연관이 있는지요?"
"족보를 본후에 말씀드리죠."
소가주가 급히 가져온 족보는 모두 다섯권이었다.
"가주님과 독대를 하고 싶습니다."
추산의 말에 소가주와 황보초련은 밖으로 나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실라이온을 불러 방안에 도청 장치가 있는지 조사해 보라고 한뒤 사일런스 마법을 시전했다. 자신의 정체를 어느 정도 알려 주어야 할것 같았다.
황보세가가 건재한 이상 남궁세가도 존재하고 있을것이다. 추현에게 가르켜준 심법과 검법, 신법은 모두 남궁세가 비전 무공이다. 추현의 행동으로 볼때 무공명이 드러날것이 분명했다. 그때를 대비해서라도 황보세가 가주를 같은 편으로 끌어 들여 놓을 필요가 있었다.
"자아, 이제 족보를 왜 가져 오라고 한것인지 말씀해 주시죠."
"먼저 600여년전 황보세가 몇대 가주인지는 모르지만 가주는 황보상욱 가주였고 그때의 소가주는 황보산후, 소가주 남동생은 황보산명, 여동생은 황보유미, 그리고 권협으로 불리웠던 장로인 황보천욱님이 있는지 족보를 확인해 보십시요."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