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화. 천후, 주석을 만나다(2)
188화.
탕!
한발의 총알이 날아왔다. 죽일 생각이 없는지 오른쪽 어깨를 노리고 날아 오는 총알은 슬로 비디오처럼 보였다. 사이킥 실드로 방어할수도 있었지만 손을 뻗어 손바닥을 활짝 펴고는 날아 오는 총알을 잡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다시 쏴 봐!"
손에 든 총알을 가볍게 공중으로 던져 받으며 말하자 총을 쏜 경호원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경호원은 모두 8명이다, 다섯명이 주석과 보좌관 앞을 막아서며 보호하고 있었으며 세명은 자신에게 권총을 겨누고 있는 상태였다.
"쏘지 않는다면 내가 가지."
다시 쏴 보라는 말에 머뭇거리는 경호원들을 보며 모조리 제압하기로 했다. 압도적인 힘을 보여줄 생각이다. 잔영을 남기며 스르륵 사라진 천후는 경호원들 사이를 누비며 마혈을 제압해 갔다. 천후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고개를 돌릴 시간도 없이 모조리 제압된 경호원들 앞에 다시 등장한 천후는 문쪽으로 손을 흔들었다.
텅.
열려 있던 문이 스스로 움직여 닫혔다.
저벅저벅.
"이런 물건은 내겐 아무런 소용도 없어."
움직이지 못하는 경호원에게로 다가간 천후는 자신에게 총을 쏜 놈의 권총을 빼았아 총구를 움켜 쥐었다. 총구는 진흙이 뭉개지듯 손가락 자국이 남으며 일그러졌다. 앞쪽의 다른 두놈의 권총도 모조리 뭉개 버리고 바닥에 던져 버렸다.
땡그렁.
"주석! 경호원들을 풀어 줄테니까 모두 내 보내. 모조리 죽이지 않은걸 감사해야 할꺼다."
손을 옆으로 가볍게 흔들었다. 그러자 움직이지 못하던 경호원들이 모두 움직일수 있게 되자 주석이 경호원들에게 모두 나가라고 지시했다. 주석의 얼굴은 이미 경악에 물든 상태였다. 죽은 관장의 시체까지 밖으로 끌고 나가자 주석이 입을 열었다.
"음, 자네 정체가 대체 뭔가?"
"충국어사부다. 황제를 제외한 누구의 목도 칠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있는 검귀 은천후다."
이미 명나라는 없는 상황이지만 스스로 충국어사부를 자청하며 이름까지 솔직히 말해 주었다. 이미 샤먼 호텔의 충국어사검을 들먹인 이상 자신에 대해 조사하고 있을 것이다.
"충국어사부라...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네. 자네에게 그런 자격은 없네. 그런데 말일세. 자네 무공이 대체 어느 정도이길래 그런 일을 할수 있는 건가?"
주석은 이미 자신이 무공을 사용하고 있다고 알아 차렸다. 그렇지 않다면 총알을 막고 경호원들을 순식간에 제압할수 없디 때문이다.
"네가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지 소리 소문없이 죽일수 있어. 이곳에 몰래 들어 온것만으로도 충분히 증명된 일일꺼야."
"정말인가?"
"누구 죽일 사람이라도 있어?"
"크흠."
헛기침만 하는 주석은 죽이고 싶은 자가 있는것 같았다. 주석 대신에 옆에 있는 보좌관이 급히 입을 열었다.
"그럼 강택민 전전주석을 죽여 줄수 있나?"
"문제없어. 당장 죽여 줄까? 강택민 전전주석이 어디에 있는지만 말해."
이들이 왜 전전주석을 죽이고 싶어 하는지는 모른다. 굳이 이유를 알 필요는 없었다. 일종의 거래였다. 보좌관이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알려 주고 있음에도 주석은 아무런 말도 없었다. 북경에 살고 있는 전전주석을 찾아 가기 전에 샤먼 호텔의 세무 조사를 중단시키라고 말해 두고 연기처럼 사라졌다.
"음...어떻게 생각하나?"
"굉장한 자입니다. 저 자가 무공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면 상상조차 할수 없는 경지에 도달한 자가 틀림없을겁니다."
"당장 저 자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보게."
"알겠습니다."
보좌관에게 지시한 주석은 책상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만약 전전주석을 소리없이 죽일수 있다면 이용가치는 무궁무진할것이다. 반대 세력들을 모조리 암살해 버릴수 있는 패를 거머쥐게 되는 것이다. 검귀라는 자가 무얼 요구할지는 모르지만 다른 자와 접촉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자칫하면 칼날이 자신에게 겨누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검귀와 손을 잡을수 밖에 없었다.
보좌관이 알려준 전전주석 강택민의 저택은 엄청나게 커 죽일 대상을 찾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쭈글쭈글한 주름이 얼굴 전체를 뒤덮은 전전주석은 나이가 많아 보였다. 조금 일찍 죽어도 여한은 없을 것이다. 탁자앞에 앉아 차를 음미하고 있는 뒤로 사뿐히 내려 앉아 의자를 격하고 심장에 충격을 주었다. 격산타우(隔山打牛)라는 수법으로 심장을 요동치게 해 심장발작을 일으키게 한것이다.
가슴을 부여 잡고 의자에서 쓰러지는 전전주석은 부들부들 떨면서 무슨 말을 할려고 했지만 서서히 떨림이 잦아 들었다. 완전히 죽은 것을 확인하고 주석궁으로 다시 이동하자 이번엔 천후가 갑자기 등장하는 모습을 본 주석의 얼굴은 놀라움과 어떨떨함이 교차되어 있었다.
"죽이고 왔어. 심장발작으로 진단이 나올꺼야. 그럼 앞으로 샤먼 호텔은 절대로 건드릴 생각은 하지도 마."
"자, 잠깐만 기다리게."
자신이 주석궁을 나갈려는걸 알아 차렸는지 급히 제지하는 주석은 차를 한잔 하며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남아 도는게 시간인 천후는 벽쪽의 의자에 털썩 걸터 앉았다. 잠시후 보좌관이 직접 차를 내왔다. 보좌관이 할일은 아닌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마셔 보게."
후루룩.
"응? 용정차? 그런데 맛이 이게 뭐야?"
용정차는 진한 난향을 내고 달콤한 맛이 뒤따라야 정상이다, 하지만 보좌관이 가져온 용정차는 향기는 물론 달콤함이 덜했다.
"그렇게 이상한가?"
차를 한모금 입에 머금은 주석은 고개를 갸웃둥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용정차 맛을 모르고 있었던것 같았다.
"대체 어떤 물을 사용한거야?"
"생수를 사용했습니다."
보좌관의 말에 천후의 얼굴이 찡그러졌다. 차는 어떤 물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특히 용정차는 깊은 우물물을 사용하는게 가장 좋다. 도시 한복판에 그런 우물물이 있을리가 없어 생수를 사용할수 밖에 없었겠지만 차맛을 모조리 망쳐 놓았다. 늘 마시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이건 용정차 맛이 아니다.
"진짜 용정차가 어떤 맛인지 보여 주지."
공중으로 손을 들어 올려 차 도구를 꺼내자 뭘 하는지 지켜 보던 주석과 보좌관의 입이 쩍 벌어지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차 도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어, 어떻게 한건가?"
"말해 줘도 몰라. 그냥 지켜 봐."
차 주전자 안에 금실로 수놓은 비단 주머니안에 들어 있는 서호 용정 찻잎을 넣고 사이킥 워터로 물을 넣고는 양손으로 차주전자를 감싸듯이 잡았다. 적당한 온도로 데운후 손을 떼고 찻잔에 차를 부어 가져 가라고 했다.
"가져 가라니까."
"아, 예."
천후의 행동에 입만 벌린채 굳어있던 보좌관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찻잔을 두개 가져가 주석에게 한개를 건네 주고 있었다.
"자아, 이제 마셔봐. 황제만이 마실수 있는 서호에서 진상된 진짜 서호 용정차야."
"...음."
후룩.
주석과 보좌관이 용정차를 마시고는 눈이 동그래지고 있었다. 천후도 차가 잘 우려졌는지 마셔 보았다. 역시 좀전의 용정차와는 전혀 달랐다.
"이제 알겠어? 이런 맛이 진짜 용정차야."
"허허, 이런 차를 어디서 구한건가?"
"황제에게 받은 물건이야. 내가 충국어사부라고 말했지? 믿지 않을것이겠지만 명나라 13대 황제 주상락이 직접 준 서호 용정차야. 주상락은 차를 잘 마시지 않았어. 대신 매일 술만 퍼 마셨지."
"자세히 설명해 줄수 있나? 자네가 충국어사부라고 하는건 왜인가?"
주석에게 자신이 명나라 시대 사람이라고 말해 주었다. 믿지 않을것이겠지만 믿거나말거나였다. 조용히 듣고 있던 주석은 거짓말인지 사실인지 알기 위해 눈을 가늘게 뜨고는 천후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 보고 있었다.
"믿지 않아도 돼. 굳이 믿어라고 한말도 아니니까."
"인간이 어떻게 4백년이나 생존할수 있는건가?"
"간단해. 무공이 하늘에 닿을 정도가 되면 문제없어."
"......"
현대인이 예전의 무공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것이다. 알고 있다고 해도 믿기지 않는 일이다.
"무공을 보여 줄수 있나?"
"경호원을 제압한것으로 부족해?"
"음, 그럼 그건 어떤 무공이었나?"
"그건 무공중에 이형환위라는 보법이야."
주석은 무공에 관심이 많은듯 이것저것 물었다. 이제 슬슬 돌아갈 생각이다. 계속 질문에 답하기만 하는 것도 재미없었다.
"이제 그만하고 난 돌아가 봐야겠어."
"잠깐만 기다리게. 뭐든 다 할수 있는건가?"
"뭘 부탁할려고? 백악관의 미국 대통령 목을 따 줄까?"
"북조선일이네. 북한의 젊은 놈이 천방지축 나대는 일이 맘에 들지 않아. 놈에게 경고를 해 줄수 있나?"
북조선의 핵문제로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한 상황이다. 북조선이 작년에 핵 실험과 탄도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한 관계로 미국에서 중국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조선은 중국에 90%이상의 수출에 의존한다. 그런 중국에 미국에서 북조선과의 경제 재제에 동참하라고 압박을 가해 일부분은 미국의 손을 들어준 상태다.
예전과는 달리 북조선의 젊은 지도자 놈은 중국 말을 전혀 듣지 않아 어디로 뛸지 모르는 청개구리다. 놈에게 단단히 경고를 해 중국에서 통제할수 있도록 놈을 제어할 방법이 눈앞에 있는 상태다. 어떤식으로 북조선에 잠입해 경고를 할지는 모르지만 스스로 무공이 하늘에 닿았다고 장담하고 있는한 무슨 방법이 있을 것이다.
짧은 시간에 전전 주석을 죽였다고 했지만 아직 정보가 들어 오지 않아 사실인지는 모른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북조선 일도 해결할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젊은 놈을 죽여선 않된다. 만약 놈이 죽는다면 북조선에선 놈을 대행할 차기 지도자가 없어 큰혼란을 초래해 무너 질지도 모른다.
중국 입장에선 북조선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한국이 북조선을 흡수 통일한다면 적국이 코앞에 무기를 겨누게 된다. 그런 일은 극구 피해야 하는 것이다. 현체제를 유지하면서 북조선을 마음대로 중국이 통제하는게 가장 현명한 방안이다.
"북조선? 그런 일은 마음만 먹으면 쉬운 일이야. 하지만, 그런 작은 일보단 더 시급한 문제가 있어. 내가 왜 4백년이나 살고 있는지 알아? 몇년후에 지구에 큰재앙이 닥쳐 올꺼야. 그 재앙을 막기위해 생존하고 있는 것이지. 만약 그 재앙을 막지 못한다면...지구는 끝장이야!"
"끝장이라니? 지구가 멸망이라도 한단 말인가?"
"그래. 이제 몇년 남지 않았어. 지구 전체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을꺼야. 그 다음엔 생존한 사람들도 머지않아 점점 죽게 되어 지구에 인간이라는 존재는 사라지게될것이다."
블랙 게이트에서 쏟아지는 마족들을 처리하기 위해 메인 보디가 등장하게 되면 인간은 멸종의 길을 걷게 될것이다. 블랙 게이트를 처리한다고 해도 언젠가는 인공지능이 폭주하게 되면 인간은 역시 멸종될것이다.
"자넨 그런 사실을 어떻게 알고 있는건가?"
"무공이 하늘에 닿으면 어느 정도 미래를 볼수 있어."
환생을 거듭하고 있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무공 핑계를 대면 어느 정도 납득할것이다.
"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자세히 말해 줄수 있나?"
"전세계에 검은 기둥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릴꺼야. 그러면 하늘을 날고 있는 비행기는 모조리 검은 기둥에 부딪혀 추락하게 되지. 그러면 지상은 어떻게 될지 생각해 봐. 엄청난 피해를 입을꺼야. 또한 검은 기둥, 즉 블랙 게이트는 지상에 고정되어 다른 차원으로의 통로가 열리게 되지. 그 통로를 따라 가면 인간이 상상할수 없는 세계로 이동하게 될꺼야. 몇개국에 고정된 게이트를 통해 다른 차원으로 가면 그 차원의 괴물이 지구로 이동해 와 지구는 암흑의 시대로 물들게 되지. 가장 큰문제는 그 일로 인해 사자(死者)가 눈을 뜨고 산자를 공격하는 지옥이 도래할꺼야."
"믿기지 않는군."
누구라도 믿지 않을것이다. 미친놈이라고 손가락질할게 뻔하지만 미래를 살다 온 천후로써는 진지했다.
"믿기지 못하겠지만 그 날이 되면 사실이라고 인정하지 않을수가 없을꺼다."
"중국에도 그 기둥이 고정되는건가?"
"물론이야, 상하이에 고정되게 될꺼야."
"그게 모두 자네 예지력으로 알게 된 사실이란 말인가?"
고개를 끄덕이며 더이상은 말해 줄수 없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아직 의구심이 풀리지 않은 주석이 다시 제지를 하며 한가지만 말해 달라며 입을 열었다.
"그 괴물은 총으로도 죽일수 없는건가?"
"날 총으로 죽일수 있어? 다른 놈들은 총으로 죽일수 있지만 모두를 죽일순 없어. 특히 그 놈은 나보다 강한 놈이야. 만약 내가 놈과 싸워 진다면...지구는 좀전에 말한대로 멸망의 수순을 밟게 될꺼다."
"그럼 핵을 사용하면 어떻게 되는건가?"
"죽은자가 깨어 난다고 했지? 왜 그런 일이 발생할것같아? 고정된 게이트를 파괴하기 위해 핵을 사용한 결과야. 좀비들이 등장하면 게이트를 타고 넘어 오는 놈들보다 더 무서운 재앙이 초래해 좀비와 지구로 넘어 온 괴물들을 처리하기 위해 지구에선 다른 방법을 강구하게 될꺼야. 그 방법으로 인해 인간은 멸종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제 그만 난 간다."
사이킥 워프로 샤먼 호텔로 돌아 와 은천강 회장을 찾아 갔다. 회장실로 들어 가자 환한 얼굴로 세무 조사는 해결되었다고 만연의 웃음을 짓고 있었다. 다른 좋은 일도 있었던것 같았다.
"어르신, 우수 기업이라고 표창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세무 조사 결과 청명한 기업이라고 인정되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것입니까?"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