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마법사 베스록(2)
20화.
50대인 베스록은 감히 말을 놓을수가 없었다. 마법사는 나이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마법 경지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원래 이곳에 있던 마법사도 왕실 마탑 소속이었나?"
"그렇습니다. 저어...이름을 물어 봐도 되겠습니까?"
"캐논 드라이브 백작이다."
백작이라는 말에 역시 마도사가 틀림없다고 생각하는 베스록이었다. 마도사라면 당연히 백작 작위 이상은 받을수 있을것이다.
"굳이 널 구속하진 않겠다. 만약 조금이라도 도주할 낌새를 보인다면 심장을 박살내 버리겠다. 명심해."
"그,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베스록 마법사에게 전쟁 상황을 물었다. 엘칸트 왕국의 제3군은 이제 거의 무너진 상태다. 1군과 2군 상황이 궁금했다. 자신이 이곳으로 파견될때까지 1, 2군은 순조롭게 전진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 그렇다면 이대로 계속 밀고 들어 갈순 없었다. 후방으로 적들이 몰려 올지도 모른다. 앞뒤에서 포위되면 답이 없다. 이번 전투로 아군 병력도 많이 상한 상태다. 대승을 거두긴 했지만 더이상의 병력 손실은 병력을 운용하는데 큰차질이 빚어지게 될것이다.
"저어...어떻게 그런식으로 마법을 운용할수 있는 겁니까?"
베스록 마법사가 뭔가를 알아 차린것 같았다. 포로 신세이면서도 전혀 주눅이 든 표정이 아니다. 오히려 존경스러운 눈빛이다. 그렇다고 제대로 말해 줄수는 없었다.
"비밀이다."
저녁때 안 일이지만 아군 병력은 이번 전투로 다시 3할이나 사라진 상태다. 세 영지군을 모두 합쳐 고작 5천명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세번의 전투로 절반의 병력 손실을 입었다. 포로만 해도 5천명이 넘는 상태로 포로를 관리하는데 많은 병력을 투입해야 했다. 더이상의 전투는 무리였다. 상부에 보고를 하고 지시를 받아야 했다. 3일거리에 있는 테트라 자작성으로 이동했다. 자작성은 적들에게 함락된 상태였지만 저번 후작군이 후퇴해 병력들을 데리고 빠져 나가 텅 빈 상태였다. 3일동안 이동하면서 마차안에서 캐논은 베스록 마법사에게 마법에 관한 질문을 하며 사이킥과 조금이라도 접목할수 있는 부분을 찾고 있었다. 일방적으로 캐논이 질문하고 베스록 마법사가 답해주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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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 전하! 희소식입니다. 왕국 남쪽 전장의 엘칸트 왕국 제3군을 격파했다는 전문이 도착했습니다."
"오오! 지휘관이 누구냐?"
"하르덴 자작이 이끄는 병력으로 보르지아 자작군과 게르먼 남작 연합군이 엘칸트 왕국 제3군을 물리쳐 2개의 성을 수복했으며 적 3만 5천중 겨우 살아서 도주한 병력은 고작 2천이라는 보고입니다. 포로만 해도 8천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보고를 들은 프론티아 국왕의 얼굴은 오랜만에 들어 보는 승전보에 얼굴이 환해졌다. 연이어 패전 소식만 듣던 국왕으로써는 처음 도착한 승전보가 얼마나 기쁜지 춤이라고 추고 싶었다.
"국왕 전하, 경하드립니다. 드디어 저희 왕국에도 마도사가 탄생했습니다. 하르덴 자작 연합군에 속한 보르지아 자작군 소속으로 캐논 드라이브 백작이 참전했다고 합니다. 드라이브 백작은 마도사로 백작의 힘으로 적을 물리친것이라고 합니다."
"오오! 마도사라니...그게 정말인가?"
"그렇사옵니다."
프론티아 국왕의 얼굴에 희열이 감돌았다. 왕국에 마탑이 존재하지만 마탑주는 6서클이다. 마도사라면 적어도 7서클이상인 것이다. 그런 마도사가 전쟁에 참가한 상태다. 드디어 서광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도사가 전쟁에 참가한 이상 이 전쟁은 이길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하르덴 자작이 원군을 요청해 왔습니다. 현재 병력으로는 포로 관리도 힘든 지경이라고 합니다."
"마르티스 후작, 보낼만한 병력이 있나?"
"없어면 만들어야지요. 징집을 해야 할것 같습니다."
"징집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네. 지금 당장 보낼 병력이 필요하네."
마르티스 후작은 캐논 드라이브 백작이 마도사라는 말에 깜짝 놀란 상태였다. 분명히 죽었다는 보고를 받았었다. 어떻게 살아 남았는지는 모르지만 백작이 마도사가 되어 돌아 왔다면 큰일이다. 짧은 시간에 어떻게 마도사가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더이상 큰명성을 얻기 전에 손을 쓰야 했다.
"이렇게 하는게 어떤지요. 제 영지의 병력을 하르덴 자작이 있는 곳으로 급파하겠습니다. 마도사는 즉시 후레스틴 후작이 이끄는 중부로 이동해 엘칸트 왕국 제2군을 급습한후 후레스틴 후작과 합류해 적을 물리친후 북부의 오스트 공작령쪽으로 이동하면서 적을 공격하면 적들은 더이상 진군하지 못할것입니다."
"음, 그렇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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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후 자작성에 전령이 도착했다. 테트라 자작성으로 원군을 보낸다는 말과 함께 원군이 도착하는 즉시 엘칸트 왕국 제2군의 후방을 공격하라고 했다. 엘칸트 왕국 1, 2군은 이미 프론티아 왕국 깊숙이 들어 온 상태였다. 다른 전장에선 계속 아군이 패하는 상태로 후퇴를 거듭하고 있었다. 국왕의 명령이지만 아무런 포상도 없이 그냥 가라는 것이다. 보통 막대한 전공을 올리면 왕국 전체 사기를 위해 후한 포상을 하는게 관례다. 더우기 전선이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큰 포상으로 사기를 진작시킬 필요가 있음에도 포상도 없는게 이상했다.
"국왕 전하께서 다른 말은 없었나?"
"없었습니다."
"아무런 포상도 없이 명령에 따르라고?"
"......."
전령으로 온 샤브레 남작은 아무런 말도 없었다. 자신이 이 전쟁에 참가한것은 드라이브 가문을 일으키기 위해서다. 그런데 아무리 전공을 쌓아도 포상이 없다면 전쟁에 참가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보르지아 자작가에 입은 은혜는 이미 엘칸트 왕국 제3군을 무너 뜨린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자신에게 배당된 전리품을 모두 자작가에 주었기 때문이다.
"알겠다. 명령에 따르겠다."
샤브레 남작이 돌아 간후 정확히 5일후 오오트리 남작이 테트라 자작성으로 병력을 이끌고 왔다. 임무 교대를 하는 한편 원더케인 남작령으로 이동해 원군과 합류해 엘칸트 왕국 배후를 공격하라고 했다.
"원군은 몇명이나 지원해 주는거냐?"
"그건 모릅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포로인 베스록 마법사는 자신도 데려가 달라고 애원했다. 이동하는 마차안에서 시간도 떼울겸 데려 가기로 했다. 베스록 마법사의 마음을 모르는건 아니다. 어떻게든 자신이 사용하는 마법이라고 착각하는 사이킥을 알아 보기 위해 동행을 부탁한것이다.
"기사십니까?"
"기사?"
"수시로 기사들이 하는 마나 연공을 하지 않습니까?"
"어릴적부터 해온 일이다."
아직도 익스퍼트는 되지 못했다. 기사 자질은 꽝인것 같았다. 마부인 토미에게 마차는 될수 있는한 천천히 몰라고 했다. 국왕에게 불만을 품은 캐논은 굳이 서둘러 전쟁에 참가하고 싶진 않았다. 이대로 천천히 이동해 똥줄이 탈때까지 기다릴 생각이다. 하루에 수십번을 쉬어 갔다. 당연히 이동은 굼벵이처럼 느렸다. 병사들은 은근히 좋아하는 눈치였지만 그레시안 소영주가 찾아와 닥달했다.
"백작! 더 빨리 이동할순 없겠나? 사기가 충만한 만큼 원군과 합류해 적들을 물리쳐 전공을 세워야 하지 않겠나?"
"마나를 회복하는 중입니다. 마나도 없이 어떻게 싸우라는 말입니까?"
캐논의 말에 그레시안 소영주는 한숨을 내려 쉬고는 막사를 뒤로했다. 무지막지한 마법을 시전한 캐논이 마나 회복을 하고 있다는 말은 거짓말로는 치부할수 없는 것이다. 마도사라면 마나 회복에도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는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캐논의 말을 듣고 있던 베스록 마법사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기사들이 하는 마나 연공은 매일 하면서도 마법사들이 행하는 마나 연공을 하는 것을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마나를 보충하고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저어, 백작님, 기사 마나 연공으로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마나를 모을수 있는겁니까?"
"못할것도 없어. 어차피 기사나 마법사나 마나를 사용하는건 똑같잖아."
이론적으로는 그렇지만 그런 방법은 알려져 있지 않는 상태다. 방법을 알려 달라고 물어 볼순 없었다. 마나 연공법은 비전이기 때문이다. 속보로 15일에 걸쳐 가야 하는 거리를 두달에 걸쳐 이동했다. 중간에 원군쪽에서 전령이 찾아와 빨리 합류하라고 종용했지만 마나를 보충하며 이동한다고 말하며 시간을 끌었다. 원군쪽에 합류했을땐 이미 중부의 후레스틴 후작이 이끄는 프론티아 왕국군은 더욱 뒤로 밀려난 상태였다.
"콩크힐 백작이네. 마도사를 만나 뵈어 영광이네. 마나 회복은 끝난겐가?"
"드라이브 백작입니다. 거의 다 회복되었습니다."
"오오, 축하하네. 그럼 이제 공격에 나설수 있겠는가?"
"물론입니다."
적들은 이곳에서 20일거리에 있다고 했다. 먼저 보급로를 끊어 버리고 보금품을 탈취한후 배후를 치기로 했다. 달갑지 않은 상태였지만 어쩔수 없었다. 원군 5천과 합류해 1만의 병력이 이동했다. 보급로를 차단하러 가는 병력 2천과 적의 배후를 치러 가는 병력 8천으로 나누었다. 보급로를 차단한 병력은 후에 합류하기로 했다. 엘칸트 왕국 제2군 병력은 현재 5만 3천명이다. 후레스틴 후작이 이끄는 아군 병력은 3만 8천이며 콩크힐 백작이 이끄는 1만 병력이 배후를 치고 합류하면 거의 대등한 전력이 될것이다. 무엇보다도 이쪽은 마도사가 버티고 있어 이제 반격만 남은 상태라며 콩크힐 백작이 잘 부탁한다고 했다. 엘칸트 왕국 제2군은 넓은 평원에 진을 치고 있었다. 저 멀리 앞쪽에는 후레스틴 후작군이 방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럼 부탁하네."
만약 이번에도 전공을 세우고도 아무런 포상이 없으면 더이상 전쟁에 참가하지 않을 생각이다. 적어도 당장은 아니더라도 전쟁이 끝난후 논공행상을 하기전에 어떤 약속이라도 받아 내야 한다. 하늘을 날아 갔다. 수백채의 막사가 보였다. 귀족이나 기사들 전용 막사였다. 지휘관격인 그들만 처리하면 일반 병사들은 쉽게 항복을 받아 낼수 있다.
"타올라라!! 사이킥 파이어!!!"
거대한 불덩어리 세개가 갑자기 막사 상공에 등장해 아래쪽으로 내려 꽂혔다. 캐논이 공중에 떠 있는 모습은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상태다. 만약 발견했다면 큰소동이 벌어져 막사안에 있는 귀족들과 기사들이 밖으로 뛰쳐 나왔을것이다.
꽈꽈꽈꽈꽈꽈꽝꽝꽝!!!
엄청난 굉음과 함께 막사 수십채가 한꺼번에 증발되었다. 막사안에는 어떤 자들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모두 죽었을것이다.
"마, 마법사다!! 하늘에 마법사가 떠 있다!"
슈슈슈슈.
이제야 알아 차린듯 캐논쪽으로 수십발의 화살이 날아 오고 있었다. 사이킥 실드에 막혀 별 소용없는 공격이다. 다시 막사를 향해 불덩어리를 쏘아 보냈다. 이미 귀족들이나 기사들이 뛰쳐 나온 상태로 별 효과는 없겠지만 막사가 없는 맨바닥에서 야영을 해야 할것이다. 폭발음과 함께 후방에서 콩크힐 백작이 이끄는 병력이 돌진해 오며 앞쪽에선 후레스틴 후작이 이끄는 본진이 달려 오고 있었다. 자신이 듣지 못한 양동 작전이었다. 이런 작전이란건 콩크힐 백작은 전혀 언급도 하지 않았다. 완전히 자신을 무시하는 처사였다.
"그랬단 말이지."
일단 엘칸트 왕국의 제2군 막사를 모두 태워 버렸다. 일부러 큰폭발을 일으키도록 유도한후 하늘을 날아 콩크힐 백작쪽으로 이동해 내려왔다.
"고생했네."
"헉헉헉! 마나를 채워 넣어야겠습니다."
일부러 가쁜 숨을 몰아 쉬며 힘든척했다. 더이상 전쟁에 참가할 생각은 없었다. 마나 보충을 핑계로 당분간은 푹 쉴 생각이다.
"이걸 마시고 숨좀 돌리게."
콩크힐 백작은 시종이 들고 있는 쟁반의 와인을 한잔 따라 주었다. 마침 목이 마른 상태였다.
벌컥벌컥.
아무런 의심도 없이 얼굴을 들어 올리고 단숨에 와인을 들이켰다.
"컥!"
쨍그렁.
가슴이 화끈하는 통증에 가슴을 내려 보았다. 시종 놈이 씩 웃으며 가슴에 박았던 단검을 잡아 빼고 있었다.
비틀.
"자네는 예전에 죽었어야 할 몸이었네. 잘 가게."
"...네놈이..."
이렇게 죽을순 없었다. 너무 억울했다. 가물거리는 정신력을 쥐어 짰다. 어디든 상관없었다. 될수 있도록 먼곳으로 이동해야 했다. 이를 악물고 모든 정신력을 집어 넣어 사이킥을 펼쳤다.
"이동!!"
번쩍.
******
"...으으."
서서히 정신이 돌아왔다. 굳게 닫혀진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깜깜한 밤인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바닥은 차거웠다.
더듬더듬.
드러 누운 자세 그대로 바닥을 더듬자 차가운 돌의 감촉이 전해져 왔다.
"으윽!"
상체를 일으키자 가슴에서 조금 고통이 느껴졌다.
더듬더듬.
가슴의 상처를 더듬어 보았다,
"응?"
아무런 상처도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히 가슴에 단검이 박혔었다. 신음을 흘린것도 가슴의 상처에서 고통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아무런 상처도 없이 깔끔했다. 처음부터 단검이 박히지 않았던 것으로 매끈했던 것이다. 가슴의 상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것은 의문이었지만 일단 몸 전체를 꼼꼼히 확인하고 사이킥 힘이 온전한지 확인했다. 이마에 몰려 있는 사이킥의 힘이 많이 늘어나 있었다. 즉시 가슴에 있는 구슬 상태를 확인했다. 눈을 감고 명상에 젖어 들며 구슬을 살펴 보자 어떻게 된것인지 구슬이 더 커져 있었다.
- 작가의말
즐거운 하루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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