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지구인들과의 조우(2)
25화.
놈의 말에 당황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런 무기가 존재한다면 만약 지구인들이 있는 곳에 중간계로 통하는 통로가 열려 버린다면 끔찍한 상황을 상상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지구인들이 그런 무기를 가지고 중간계로 이동해 터뜨린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하기도 싫었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드론은 정말 신기했다. 마법도 아닌데 무려 하늘을 날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리뉴도 놀란듯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드론으로는 먼곳을 정찰하거나 무기로 사용한다고 했다. 무려 2킬로미터나 날아 갈수 있다고 했지만 이곳 마계에서는 공기의 압력이 너무 강해 200미터밖에 날아 가지 않는다고 털어 놓았다.
작은 사각형 유리안에 인간이나 주변 광경이 들어 있는 비디오 카메라라는 물건은 두려울 정도였다. 만약 저 안에 갇힌다면 어떻게 빠져 나올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놈들에게 자세히 물어 보고 안심할수 있었지만 어떻게 저런식으로 인간이 작은 유리 상자안에 들어 갈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구라는 곳에 가 보지 않는한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총이라는 무기도 직접 쏘아 보았다. 귀에 거슬리는 굉음과 어깨에 가벼운 반동이 오점이었지만 위력은 굉장했다. 큰바위를 향해 쏜 총알은 바위가 움푹 파일 정도였다. 마리뉴에게도 어떻게 쏘는지 설명해 주고 직접 쏘게 해 주었다. 몇번을 쏜 마리뉴는 시큰둥했다. 마족의 습성상 무기에 의존하기 보다는 자신의 힘을 믿는 종족이다. 그래도 멀리 있는 마물들을 죽이기 위해서는 유용한 무기라고 했다. 놈들에게 더이상 질문할 내용이 떠 오르지 않자 놈들을 어떻게 할지 판단을 내려야 했다.
"마리뉴! 이 놈들을 어떻게 할까?"
"죽여야 합니다."
역시 마족다운 발상이다. 캐논도 죽이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놈들을 살려 둔다면 자신의 존재가 퍼지게 될것이다.
"죽여라!"
죽이라는 명령에 마리뉴는 롱소드로 놈들의 목을 처 버렸다. 한놈이 살려 달라고 애원했지만 눈 한번 깜빡이지도 않은채 머리통을 떨구어 버렸다. 놈들의 시체는 그대로 놔 두었다. 이곳을 떠나면 마물들이 놈들의 시체를 말끔하게 청소해 줄것이다. 무기는 모두 마법 주머니안에 담고 다른 물건들은 놈들이 가지고 있는 배낭안에 쑤셔 넣고 마리뉴가 짊어졌다. 놈들의 모든 물건을 하나의 배낭에 수납할수가 없어 한곳에 모은후 사이킥 파이어로 태워 버렸다. 지구인들의 물건이 마족들 손에 들어 가는걸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놈들을 죽인 장소에서 먼곳으로 이동했다. 피 냄새를 맡은 마물들이 몰려 오면 귀찮아 지기 때문이다. 놈들이 가지고 있던 식량이라는 것으로 식사를 했다. 봉지를 열자 그 안에 작은 봉지들이 많이 들어 있었으며 심지어 스푼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영어라는 글자로 적힌 작은 봉지는 무슨 뜻인지 전혀 모른다. 과자 몇개와 감자를 으깬것같은 것과 말린 과일 같은것이 들어 있었다. 이상한게 입맛에 맞지 않아 모두 버렸다. 마리뉴가 먹고 있는 카르캉 몬스터의 구운 고기를 꺼내 배를 채우고 잠시 잠을 청했다.
"마리뉴! 일어 나라."
얼마나 잤는지 모르지만 갑자기 사이킥 알람이 울려 퍼졌다. 사이킥 알람은 마법 알람과는 달리 시전한 캐논 혼자만 감지할수 있다.
"무언가 접근하고 있다. 아마 마물인것 같다."
즉시 펼친 사이킥 서치로 인해 접근하는 것은 마물로 짐작되었다. 마리뉴에게 롱소드를 꺼내 주었다. 지구인들이 사용하는 총을 건네 줄까 생각해 봤지만 익숙하지 않는 물건에 당황할수도 있었기에 롱소드로 대신했다. 접근하는 놈의 모습이 드러났다.
"블랙 스콜피온입니다. 집게발과 꼬리끝의 독을 조심해야 합니다. 일단 다리 관절 부분을 박살내 움직이지 못하게 하면 어렵지 않게 잡을수 있습니다."
"혼자 잡을수 있겠냐?"
"해 보겠습니다."
마리뉴는 즉시 놈에게로 달려 갔다. 집채만한 블랙 스콜피온은 거대한 집게발로 마리뉴의 몸통을 잘라 버리겠다는듯 달려 오는 마리뉴를 향해 집게발을 내밀고 있었다. 그렇게 빠르지 않는 집게발을 간단하게 피한 마리뉴는 놈의 옆으로 이동해 다리 관절 부분을 공격했다.
캉.
하지만 쇳소리가 들려오며 롱소드는 살짝 튕겨져 나갔다. 관절에 제대로 박히지 않은것 같았다.
퍽!
다리를 공격하는 마리뉴를 놈의 꼬리가 공중에서 내려 찍었다. 꼬리 공격도 놈의 몸통안쪽으로 들어가 피한 마리뉴는 안쪽에서 다리 관절 부분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한곳을 집중적으로 몇십번이나 공격해 겨우 부상을 입히자 놈이 절뚝거리기 시작했다. 놈의 8개의 다리중 좌우 최소한 2개씩은 부상을 입혀야 놈이 움직이지 못할것이다. 고생하는 마리뉴를 도와 주기위해 총을 꺼냈다. 가장 귀찮은 꼬리를 박살내기 위해서다.
탕.
팅.
바위도 움푹 파이는 총알이 놈의 꼬리에 맞고 튕겨져 나갔다. 놈의 껍질이 얼마나 단단한지 알수 있었다.
탕.
팅.
"굉장하네."
더이상 총으로는 무리였다. 움직이는 꼬리의 관절을 맞추는건 쉽지 않았다. 사이킥 홀드로 꼬리 부분을 구속하고 관절을 사이킥 커터로 잘라 버렸다.
"슈슈슈슝."
기괴한 소리를 내뱉는 놈은 꼬리를 좌우로 흔들며 몸까지 들썩이며 괴로워하는것 같았다. 꼬리가 사라지자 한결 놈을 공격하기가 수월해진 마리뉴는 놈의 뒷다리쪽으로 이동해 공격하기 시작했다.
쿵.
더이상 놈이 서 있을수 없는지 거대한 몸통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어떻게든 일어 날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다리 관절이 박살나 일어 설수 없었다. 그런 놈의 다리를 밟고 등으로 올라간 마리뉴는 놈의 목 부근 관절 부분을 향해 롱소드를 찔러 넣었다. 한번만으로는 무리인지 몇번이나 찔러 넣어 롱소드가 박혀 들어 가자 발로 롱소드 손잡이 부분 끝을 밟아 손잡이만 남겨 두고 칼날이 모조리 놈의 목안으로 박혀 들어갔다. 부르르 몸을 떠는 놈은 여전히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마리뉴! 내려 와라."
놈의 등에서 마리뉴가 훌쩍 뛰어 내리자 캐논은 즉시 사이킥 라이트닝을 롱스드를 향해 시전했다.
파치직.
꽈르릉.
"슈푸르르르!!!"
괴상한 소리를 내뿜은 놈은 부르르 몸을 떨고는 축 늘어져 버렸다.
"이놈은 저곳에 마정석이 들어 있다."
블랙 스콜피온의 머리쪽에서 마나가 감지되었다. 마리뉴가 해체하는걸 도와 주었다. 주먹한만 크기의 마정석이었다. 마리뉴는 놈의 고기는 맛있다고 했다. 이번에도 마리뉴는 생으로 고기를 뜯어 먹었고 캐논은 마기를 제거하고 구워 먹었다. 카르캉이라는 놈보다는 맛있는 고기였다. 놈의 껍질을 가져 가면 좋겠지만 마법 주머니안에 넣을 공간이 없어 포기해야 했지만 독낭은 챙겨야 한다는 말에 넣어 두었다.
"마리뉴! 마족들은 무작정 힘으로 공격하는 방식이냐?"
"그렇습니다. 타고난 체력과 뛰어난 민첩성을 자랑하니까요."
"음, 중간계의 마나 검법을 배워 보지 않겠냐?"
"마스터의 명령이라면 배우겠습니다."
이동을 중단하고 마리뉴에게 드라이브 백작가의 라인 피니슈 마나 연공법과 검법을 알려 주었다. 마리뉴의 몸속에는 이미 마기가 많이 들어 있는 상태다. 캐논 자신과는 달리 몇달후엔 마나를 제대로 다룰수 있을 것이다. 블랙 스콜피온을 잡아 놓아 식량 걱정없이 마나 연공과 검법을 가르켜 주며 한달이나 머물렀다. 블랙 울프라는 몸집이 송아지만한 놈들이 습격해 온적도 있었지만 어렵지 않게 물리쳤다. 사이킥 붐 몇방으로 큰폭발을 일으키자 놈들은 화들짝 놀란듯 도주해 버렸다. 블랙 스콜피온의 고기가 다 떨어져 갈 무렵 마리뉴 혼자서도 충분히 마나 연공과 검법을 시전할수 있게 되자 이동을 개시했다.
마리뉴는 마족이지만 몸은 인간이나 마찮가지다. 다행히 라인 피니슈 마나 연공은 마리뉴에게 아무런 거부 반응도 없이 녹아 들었다. 마나 연공을 할수록 마리뉴는 힘이 넘친다며 푹 빠져 들었다. 마리뉴가 마나 연공을 할때 캐논은 지구인들이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가지고 놀았다. 총을 분해하기도 드론을 날리기도 했다. 마리뉴의 검법 수련은 비디오 카메라는 물건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녹화한 영상이라는 것을 보고 잘못된 점을 쉽게 고칠수 있었다. 저 멀리 광활한 대지위에 엄청난 마족들이 집결해 있었다. 마족 반대편 4킬로 정도 떨어진 곳에는 돌은 아닌것 같지만 돌같은 것들이 질서 정렬하게 차곡차곡 쌓여 있는 뒤쪽에 알록달록한 복장의 지구인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마족들과 지구인들이 대치하고 있는 대지 위에는 수많은 마족들이 쓰러져 있었으며 형체를 알아 볼수 없을 정도로 참혹한 시체들도 널부러져 있었다. 블랙 캣과 블랙 크로우라는 마물들이 그런 마족 시체들을 뜯어 먹고 있는 모습도 눈에 들어 왔다. 지구인들이 있는 곳 멀리에는 수많은 막사들이 세워져 있었다. 앞쪽에 쌓아 올린 차단벽과 뒤쪽 먼곳의 차단벽으로 이어지는 수로같은 통로가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었다. 그런 통로로 바쁘게 이동하고 있는 지구인들이었다. 지구인들은 모두 총이라는 무기를 들고 있었으며 수류탄이라는 물건도 가슴에 달고 있었다.
통로 한쪽옆에는 검은색 긴 원통이 마족 진영을 향해 비스듬하게 세워져 있었다. 저것도 뭔지는 모르지만 지구인들이 옆에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볼때 총이라는 무기로 보였다. 지구인 진영에 있는 블랙 게이트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유난히 거대한 막사가 지구인들 진지 중앙에 세워져 있었다. 그안에 게이트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하늘에는 드론이라는 작은 물체가 둥둥 뜬채 마족 진영을 감시하고 있었다. 저 드론이 있는한 정보에서는 지구인들을 따라 갈수 없을 것이다.
"마리뉴! 마족들은 언제 공격을 할것 같나?"
"음...늘부러져 있는 시체로 볼때 전투는 며칠전에 있었던것 같습니다. 전열을 가다듬고 공격 태세를 갖출려면 며칠은 걸릴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지구인들을 몰아 낼수 있을까?"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구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무기는 굉장합니다. 그런 무기에 대응할수 있는 방안이 없는한 무리입니다. 계절이 바뀌어 어두운 밤이 이어지는 4개월후라면 어느정도 성과를 보일수도 있을겁니다."
마리뉴의 설명대로라면 수많은 마족들이 죽어 나갈것이다. 지구인들의 인구는 무려 70억명이 넘는다고 했다. 마계의 모든 마족을 합쳐도 1억도 되지 않을것이다. 중간계의 인간들도 1억은 넘지 않는다. 지구인들이 몰려 온다면 막을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호전적인 마족이 지구인들과 협상을 벌여 어느 정도 영토를 양보하는 일은 생각하기 어려웠다. 마족이 모두 죽어 나갈때까지 계속 공격할것이다.
"마스터! 마족들이 공격할때 도와 주실순 없는지요?"
"내가?"
"예. 이대로라면 마계는 지구인들에게 점령당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중간계로 열리는 통로로 지구인들이 넘어 갈것입니다."
그 다음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뻔했다. 지구인들의 무기에 대응할수 있는 자는 마법사나 정령사들뿐이다. 기사들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마법사들도 원거리에서 저격을 당한다면 답이 없었다.
"알겠다. 다음 공격때 도와 주도록 하겠다. 그리고 난 당장 블랙 게이트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 보겠다. 넌 이걸로 마족들이나 지구인들의 움직임에 변화가 있으면 알려 줘."
마리뉴에게 망원경이라는 지구인들이 가지고 있던 물건을 건네 주고 사이킥 아이를 펼쳐 지구인들 막사쪽으로 이동시켰다. 다행이 이곳은 지구인들과 마족들 모두를 살펴 볼수 있는 삼각 지점의 언덕위였다. 멀리 떨어져 있는 관계로 양쪽 진영 모두 이쪽에 누가 있는지는 모를것이다. 마계로 와서 비약적으로 늘어난 사이킥 힘으로 인해 이제 사이킥은 생각만으로도 충분한 위력을 발휘할수 있게 되었다. 시전할 사이킥을 입밖으로 내서 시전하면 더욱 큰 위력을 발휘하는건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지구인들 막사에는 나무 상자들이 쌓여 있었다. 열려 있는 상자가 없어 어떤 물건들이 들어 있는지는 모른다. 다른 막사에는 인간들이 사각형의 유리 상자를 살펴 보며 드론을 조종하고 있는 자들이 있었다. 유리 상자에는 드론이 보내온 영상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가장 큰 막사 중앙에 역시 블랙 게이트가 존재했다. 막사 정중앙에 검은 기둥이 치솟아 오른채 간간히 지구인들이 들락거리고 있었다. 어떤 물건이 나올때도 있었으며 인간이 직접 나올때도 있었다. 저곳으로 들어가면 지구라는 곳으로 이동할수 있을 것이다. 지구인들의 막사를 둘러 볼때 식당으로 보이는 곳을 발견했다.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엄청난 식량이 쌓여 있었다. 요리사들로 보이는 인간들이 큰통안에 무언가를 요리하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회의장같은 곳으로 보이는 곳에는 인간들이 앉아 무슨 말을 하고 있었지만 사이킥 아이로는 무슨 말을 하는지 알수가 없었다. 이곳에 있는 지구인들은 일만명정도로 보였다. 수많은 막사를 모두 살펴 보진 않았다. 남아 도는건 시간이다. 천천히 지구인들 막사를 살펴 볼 생각이다. 마리뉴는 시간이 날때마다 라인 피니슈 마나 연공에 매달렸고 캐논은 지구인들 진영을 훔쳐 보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날 살펴본 것을 마리뉴에게 설명해 주었다.
***
쩝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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