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화. 천후, 현대에 깨어나다(1)
183화.
무인들을 두려워하는 황제였다. 자신이 태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여 버린 탓이다. 이러다간 황제가 큰힘을 갖추었을땐 다시 무림맹을 압박할수도 있었다.
- 그럼 초절정 고수 둘을 불러. 내가 경고를 하면 그들이 감히 다른 마음은 먹지 못할꺼야.
황제가 힘을 갖추었다고 해도 자신의 힘이 이 정도라고 초절정 고수에게 경고하면 그들이 황제를 말릴 것이다. 황제는 천후를 데리고 금의위들이 수련하는 연무장으로 향했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황제로 인해 연무장에 있던 금의위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고 황제를 배알했다. 북진무사와 남진무사라는 둘이 급히 달려와 무릎을 꿇었다. 그둘은 초절정 고수가 틀림없었다.
"짐이 이렇게 갑자기 금의위를 찾은 것은 충국어사부가 직접 금의위에게 가르침을 내리기 위해서다. 충국어사부, 부탁하네."
연무장 중앙에 갑작기 복면인 한명이 등장하자 금의위들은 일제히 놀라며 경계를 했다.
- 자네 둘은 초절정이군. 둘이 합공을 해 보거라.
동시에 두명에게 전음을 보내자 둘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놀라고 있었다. 동시에 둘에게 머리속에 전음을 보낸다는건 혜광심어(慧光心語)가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공력이 이갑자에 달하지 않으면 시도조차 할수 없다는 전설의 전음이다.
어정쩡하게 일어난 둘은 연무장 중앙으로 향했다. 황제의 그림자가 이미 동창의 태감인 화경 고수를 죽인 일은 알고 있었다. 어떻게 죽였는지는 모르지만 화경 고수를 소리없이 죽일 정도라면 최소한 화경이거나 현경일것이다.
무림에 현경의 고수라고 알려진건 먼옛날 소림의 달마대사나 무당파 시조인 장삼품 조사, 그리고 마교 초대 교주였던 천마밖에 없었다. 설마 황제가 그림자가 현경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화경 고수라면 초절정 고수 둘이 합공한다면 어느 정도 승산이 있을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금의위 무인들이 일제히 연무장 밖으로 나가자 둘은 검을 뽑아 들었다. 그때 황제 그림자는 한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연무장 밖에 있는 금의위 한명의 검이 빠르게 날아와 그림자의 손에 저절로 빨려 들어가 있었다. 엄청난 허공섭물(虛空攝物)이었다.
- 오게나.
"부탁드리겠습니다."
먼저 북진무사가 한발을 내밀며 가볍게 검을 뿌렸다. 그러자 처음부터 강기가 날아 왔다.
펑!
강기에 대항해 천후도 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마주 뻗어 나간 강기가 서로 부딪혀 상쇄되는 것과 동시에 둘이 좌우에서 합공을 해 왔다. 그둘이 급속도로 접근해 검을 뻗어 오자 검으로 대항하지 않고 강기막을 형성했다.
쩡쩡!!
강기막에 막힌 검이 튕겨져 나가는 것과 동시에 보법을 시전해 앞뒤로 이동한 둘은 다시 검을 뻗었다.
쩡쩡!!
여전히 강기막을 부딪혀 튕겨져 나가자 얼굴이 살짝 붉어진 둘은 내공을 극한까지 주입했는지 검에 어린 강기가 점점 진하게 변해가며 바닥을 크게 발로 찍으며 검을 뻗었다.
쩡쩡!!
아무리 저들이 내공을 모아 강기막을 깰려고 해도 소용없었다. 이번에도 검이 튕겨져 나가는 것과 동시에 긴그림자를 남기며 천후의 신형이 사라졌다. 이형환위(移形換位)였다. 내공 소모가 극심한 둘은 헉헉거리고 있었다. 그런 그들은 언제 마혈이 찍혀 제압당했는지도 모른채 굳어 있었다.
"져, 졌습니다."
원래 자리로 돌아온 천후는 가볍게 왼손을 흔들었다. 제압한 마혈을 풀어 준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천후의 경지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한 둘은 경악하고 있었다.
- 이번엔 금의위 모두가 한꺼번에 덤벼라.
육합전성(六合傳聲)으로 모두에게 들리도록 전하자 어리둥절하며 금의위들이 하나둘씩 연무장으로 올라왔다.
- 네검을 돌려 주겠다.
금의위의 검을 돌려 주기 위해 가볍게 던졌다. 공중에 붕 뜬채 천천히 날아가는 검에 모두가 입을 쩍 벌린채 검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검의 주인앞에 도착한 검은 빙글 반바퀴를 회전해 손잡이가 검 주인에게로 향했다.
- 받거라.
얼떨결에 검을 집은 라건대는 황제의 그림자가 엄청난 고수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화경일것이다.
'설마 현경은 아니겠지?'
무림에 단세명밖에 없었던 현경 경지의 무인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이곳에 있는 금의위들은 삼백명이 넘었다. 삼백이 넘은 금의위들의 합공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황제의 그림자의 옷깃조차 건드릴수 없었다. 희뿌옇게 사라지는 그림자가 움직일때마다 한명씩 바닥으로 쓰러지는 동료들이었다. 백여명이 바닥을 뒹굴었을때 황제의 그림자는 공중으로 치솓아 올라 정지한채 양손바닥을 아래쪽으로 뻗었다.
"윽!"
그러자 막강한 압력이 몸을 찍어 누르기 시작했다. 얼마나 강한 압력인지 내공을 뿜어 대항했지만 점점 무릎이 굽혀져 갔다. 연무장에 동료들의 신음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 오는것으로 볼때 자신 혼자만 당한것이 아닌것 같았다.
"그, 그만 하십시요. 졌습니다."
부하들을 지켜 보던 북진무사가 항복을 선언했다. 사이킥 그래피티를 해제시키자 연무장에 주저 앉은 금의위들은 숨을 헐떡이며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헉! 허공답보(虛空踏步)!"
하늘에 떠 있던 천후는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경악하는 금의위를 내려다 보며 황제 곁으로 이동하자 황제가 놀라워했다.
- 왜? 하늘을 날아 보고 싶은거야?
"날수 있는건가?"
- 물론이야.
천후의 무공에 놀란 황제였지만 천후는 황제가 하늘을 날고 싶어 한다고 착각했다.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해 황제에게 하늘을 날게 해 줄 생각으로 그 자리에서 모습을 숨기며 황제에게 놀라지 말라고 한뒤 사이킥 플라이를 황제에게 시전해 하늘로 떠 오르게 했다.
- 지켜 보는 눈이 많아. 절대 놀라지 마.
두둥실.
눈이 동그래진 황제는 체통을 지키기 위해 근엄한 척 흉내를 내고 있었지만 떨리는 눈과 후덜거리는 다리만은 어쩔수가 없었다. 다행히 풍성한 곤룡포로 인해 떠는 다리를 들키진 않았다. 십오장 상공에 둥실 떠 있는 황제는 주변을 둘러 보며 놀라워했다. 황궁 전체가 눈에 들어 왔기 때문이다.
- 아래쪽 금의위에게 한마디 해.
"들어라. 짐을 위해 노력하고 충성하라."
하늘에서 쩌렁하게 울려 퍼진 소리에 공중을 올려다 보며 멍해 있던 금의위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는 충성을 외쳤다. 흡족한 표정의 황제를 천천히 아래쪽으로 하강시켜 주었다. 이제 금의위는 황제 옆에 어떤 자가 호위를 하고 있는지 똑똑히 알았을것이다.
- 이제 난 가 보겠다.
"정말 가야 하나?"
- 새로운 그림자들이 호위할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아, 충국어사검은 돌려 줄께.
"아니네. 가져 가게. 황실이 어지러워지면 자네가 바로 잡아 주게."
황제는 아쉬워하면서도 더이상 잡지 않았다. 은천세가로 돌아온 천후는 앞으로 할일에 대해서 생각했다. 지금 이 상태라면 마계의 마왕과도 싸워 볼만했다. 자신이 죽어 다시 환생한다면 지구가 아니라 중간계에 환생하길 원했다.
마나가 풍부한 중간계라면 지금 경지에 도달하는건 긴시간은 걸리지 않을 것이지만 지구라면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지구에 블랙 게이트가 등장하는 시기보다 얼마나 일찍 환생할지는 모르지만 이미 블랙 게이트가 등장한 이후에 환생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운이 없으면 블랙게이트가 등장한 시점에 환생하면 갓난애기로 아무것도 할수 없는 처지에 놓인다. 그런 이유로 지금 당장 마계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차원 이동을 할려면 차원의 벽을 깨고 압력을 이겨내야 한다.
얼마나 강한 압력이 발생할지는 모른다. 자칫하면 지금 상태로도 몸이 산산조각 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차원 이동 마법진에 필요한 마나석이 부족하다. 차원 이동을 할수 없다면 블랙게이트가 열리는 시점까지 생존해 있으면 지금 상태로 마왕을 만날수 있을 것이다.
"좋아, 당장 시작하자."
장소는 이미 정해 놓았다. 황산 아래의 용혈이 있는 동굴이라면 타임 스톱 마법진을 만들기에 적당하다. 그곳으로 몰려 드는 기(氣), 즉 마나를 이용해 타임 스톱 마법진을 유지하면 된다. 마나석만으로는 4백년이나 유지할수 없어 다른 방안을 강구한것이다.
치지직.
- 형님, 접니다.
"난 또다시 수련을 하며 은거할 생각이다."
- 예엣? 폐관 수련이 끝난지 아직 일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또다시 수련이라니요?
"갑자기 생각나는게 있어서 그렇다."
무림맹 맹주인 동생 천추가 말렸지만 이곳에서 허송세월을 보내는것 보단 타임 스톱 마법진을 만들어 들어 가는건 훗날을 위해서다. 가주인 조카에게 그런 사실을 알려 주기전에 자신의 얼굴을 상세하게 그린 초상화 두점을 엔다이론을 불러 그리게 하고 두점을 나란히 놓고 중간에 도장을 찍었다.
나중에 대조를 하면 자신의 얼굴이 틀림없다는걸 확인하기 위한 증거물이다. 은천세가 조카인 가주를 찾아가 초상화 두점을 보여 주며 먼훗날 다시 찾아 오겠다고 말하며 대대로 후손에게 자신이 언젠가는 찾아 온다며 한점을 건네주며 가보로 전하라고 하며 안휘성 황산으로 향했다.
절벽 아래의 계곡쪽에 동굴은 그대로 존재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역시 용혈이 자리하고 있었다. 용혈의 마나를 끓여 들이는 타임 스톱 마법진을 신중하게 그리고 동굴 입구를 완전히 막아 버렸다. 용혈 중앙에 그려진 마법진은 혹시 무슨 일로 마나가 끊길것을 우려해 최상급 마나석도 박아 넣고 모든 준비를 끝냈다.
- 실라이온, 마법진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한 정확히 400백년후에 깨워줘.
- 알겠어요.
타임 스톱 마법진 정중앙에 앉아 마법진을 활성화 시키고 지그시 눈을 감았다. 이제 4백년 후에나 깨어 날것이다. 귀식대법(龜息大法)을 시전해 심장의 박동을 급격하게 늦추고 장기의 움직임까지 극도로 떨어 뜨렸다. 의식은 깊은 내면속으로 가라 앉혔다. 이제 실라이온이 깨워 줄때까지 스스로는 깨어 날수 없게 되었다.
***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지만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타임 스톱 마법진에 들어 오고 처음 들어 보는 소리였다. 자신에게 말을 거는 자는 실라이온밖에 없을 것이다. 마법진 밖이 4백년이 지난것 같았다. 서서히 의식을 끌어 올리자 어떤 소리는 선명하게 들려 왔다.
- 마스터, 깨어 나세요.
- 실라이온이냐?
- 예. 마법진에 문제가 생겼어요.
실라이온의 말에 귀식대법을 해제하고 천천히 천마신공을 시전해 마나를 빨아 들여 몸속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마법진에 문제가 생겼다면 4백년은 아직 지나지 않은 상태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지만 곧바로 깨어 날순 없었다. 거의 정지되어 있던 몸속 장기가 제기능을 할수 있을 정도로 회복시켜야 한다.
몸은 아직 움직일수도 없는 상태다. 그렇다고 당장 사이킥 리커버리를 시전할수도 없었다. 장기가 어느 정도 활동을 시작하고 몸이 움직일수 있게 되면 포션을 마시고 리커버리를 시전해야 한다. 엔다이론에게 몸속의 장기를 활성화시켜 달라고 해도 되지만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고 있던 내단의 마나를 갑자기 움직이는건 몸에 부담을 주는 일이다. 실라이온이 등장한 것도 이미 내단에 부담을 주어 불안정한 상태다. 지금은 스스로 회복시키는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소주천부터 천천히 천마신공을 주천하며 대주천으로 십이주천했다. 이렇게 다시 열두번을 주천하자 서서히 몸의 장기들이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번쩍!
깜깜한 동굴안에 광망이 뿜어져 일순 밝아 졌다가 순식간에 다시 암흑으로 물들었다. 아공안을 열어 포션을 한병 마시고 사이킥 리커버리를 몸에 시전해 완전히 몸을 회복시켰다. 깡마른 몸은 뼈만 앙상하게 남은 상태다.
- 실라이온, 몇년이나 지난거냐?
- 정확히 삼백 구십 칠년이 흐른 상태에요. 황산에 지진이 발생해 마법진에 공급되던 마나가 끓겨 마법진 작동이 멈춰 마스터를 깨울수 밖에 없었어요.
- 고맙다.
예상보다 3년이나 이른 시간이었지만 그 정도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금 밖은 2017년일것이다. 블랙게이트가 지구에 등장하는건 2023년이다. 이곳에서 앙상한 몸을 회복시킨후 밖으로 나갈 생각이다. 실라이온에게 먼저 동굴 입구를 뚫어 달라고 했다. 바깥의 햇볕에 눈이 익숙해 질때까지 동굴 입구 언저리를 왔다갔다 해야 한다.
아공간에서 음식을 꺼내 조금씩 먹으며 몸을 천천히 움직여 회복에 힘썼다. 한달이 지나자 몸은 예전의 몸으로 완전히 회복되었다. 푸짐한 음식과 적절한 운동에 내공의 힘이 가미되어 회복이 빨랐던 것이다. 이미 햇볕에도 눈은 익숙해진 상태다. 황산 계곡 아래 동굴 밖으로 나갔다.
절벽위에는 남궁세가 본가에서 쫒겨난 남궁성씨 출신들이 살고 있을 것이다. 이번엔 그들을 찾아 가지 않았다. 복건성 하문의 은천세가를 찾아 가야 했다. 언젠가는 돌아 온다고 후손에게 전하라고 말해 놓았지만 근 4백년이나 지난 일이라 제대로 그 말이 전해지고 있을지 의문이었다. 일단 복장부터 갈아 입어야 했다.
이럴때 아공간이 정말 편리했다. 아공간에 있는 옷중에 지금 시대에 맞는 옷으로 갈아 입고 관광객을 가장해 황산을 내려 갔다. 황산 아래쪽엔 많은 사람들로 붐비었다. 거의 모두가 관광객들이다. 그런 관광객들이 자신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거의 모든 자들이 힐끔거리자 이상하게 생각하며 얼굴을 슬쩍 만지며 뭐가 묻었는지 살펴 보고는 왜 그런지 알게 되었다.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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