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화. 천후와 남궁세가(1)
163화.
말을 꺼내기 전에 먼저 가주 집무실에 사이킥 사이런스를 시전해 소리를 완전히 차단했다. 가주에게는 청송의 제자라고 말할 생각이었지만 환생했다고 솔직히 밝힌다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오랜만입니다. 소가주님! 아, 이젠 가주님이 되셨군요."
"소가주라니? 자네 이전에 날 본적이 있는겐가?"
고개를 갸웃하는 가주는 검귀을 언제 만났는지 기억해 낼려고 잠시 생각했지만 기억속에 없었다. 분명히 검귀는 자신을 알고 있는듯한 말투였다.
"가주님! 믿기지 않겠지만 전 예전에 청송이었습니다. 지금은 은천후로 환생한것이고요."
"허허, 날 놀리는겐가?"
"화 내지 마십시요. 제가 청송이었던 증거를 보여 드리면 가주님도 믿으실겁니다. 아, 태상가주님을 만나 뵙고 싶습니다. 태상가주님이시라면 전대 태상가주님이 제게 가르켜 주신 신법은 물론 다른 일도 잘 알고 계실겁니다."
당시엔 태상가주와 생활했었다. 간간히 가주가 찾아 오기도 했다. 그 당시 소가주였던 현가주는 들은 말은 있겠지만 청송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을 것이다.
"알겠네. 믿기지 않지만 아버님도 자넬 만나 보고 싶어 하시네."
가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태상가주님의 거처로 갈려는 것이다. 태상가주의 거처는 예전과 변함없이 세가 심처에 있을것이다.
"가주님, 전 몸을 숨긴채 따라 가겠습니다. 다른 사람 눈에 띄이면 이상한 소문이 돌테니까요. 그리고 소가주도 불러 주십시요. 소가주가 생일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작은 선물을 할까 합니다."
"음, 그럼세."
가주가 밖으로 나가자 즉시 사이킥 인비저빌리티를 시전해 몸을 숨기고 가주를 따라 갔다. 앞으로 걸어 가면서 슬쩍 뒤돌아 본 가주는 천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조금 놀란듯했다. 경비 무사에게 무슨 말을 한뒤 태상가주 거처로 걸어갔다. 태상가주 거처로 이동하자 옛생각이 새록새록 돋아났다.
아직도 영(影) 아저씨가 있는지 사이킥 서치를 시전하자 대들보위에 숨어 있었다. 내공의 상태로 보아 예전의 영 아저씨가 틀림없었다. 가주가 헛기침을 하고는 방문을 알리며 안으로 들어 갔다.
문이 닫히지마자 천후는 모습을 드러냈다. 인협 남궁목 태상가주는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천후를 보고는 깜짝 놀라 벌떡 자리에서 일어 났지만 가주가 급히 설명해 주었다.
"허허, 자객인줄 알았다네."
"죄송합니다. 태상가주님!"
권하는 자리에 앉자 가주가 천후를 소개하며 환생 이야기를 꺼냈다. 태상가주도 믿기지 않는지 천후를 뚫어지게 바라 보며 입을 열었다.
"정말인가?"
"그렇습니다. 전대 남궁천목 태상가주님이 가르켜 주신 경혼신법을 펼쳐 보여도 되지만 더욱 확실한 증거를 보여 드리죠. 영 아저씨, 거기 숨어 있는거 다 압니다. 나올수 있으면 나오세요. 이야기 들었죠? 저 청송입니다. 제가 처음으로 아저씨를 만났을때도 제가 불렀죠?"
"자, 자네...어떻게 영을 알고 있는겐가?"
태상가주가 화들짝 놀라고 있었다. 남궁세가 최후의 보루인 영 아저씨의 존재는 최고 기밀이다. 그런 아저씨를 들먹이자 태상가주가 기함을 한것이다.
"태상가주님! 영 아저씨를 나오라고 하세요. 오랜만에 만나보고 싶으니까요."
"...음, 나오시게."
천장에서 검은 인영이 떨어져 내렸다. 여전히 복면을 하고 있었지만 예전의 영 아저씨가 틀림없었다. 무인마다 보유하고 있는 내공은 천차만별이다. 내공으로 이미 예전의 영 아저씨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영 아저씨가 등장하자 포권을 하며 인사했다.
"영 아저씨! 오랜만이에요. 저 청송이에요."
"정말 청송이 맞는게냐?"
"목소리가 많이 늙었네요. 하긴 20년이나 지났으니까요. 믿기지 않는다면 태상가주님이 가르켜 주신 경혼신법을 펼쳐 보일까요? 아니면 태상가주님께 알려 드린 제왕검형을 깨달을수 있게끔 알려드린 내용을 말해 볼까요?"
"틀림없군."
영 아저씨는 태상가주 옆에서 항상 떨어지지 않아 자신과 태상가주의 행동을 모두 지켜 보고 있어 모든것을 알고 있었다.
"환생이라니 믿기지 않지만 어떻게 된거냐? 왜 갑자기 사라진거냐?"
"후우, 무당산에 도착해 외출을 했었습니다. 다시 무당산으로 돌아 올때 갑자기 깨달음을 얻었거든요. 그래서 급히 깨달음을 수습할 동굴을 찾아 들어가 입구를 무너 뜨리고 무아지경에 빠져 들었습니다. 깨달음을 수습한후 자신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과연 무림일에 관여를 해야 하는지 회의가 들더라고요. 그래서 무림과 연을 끊고 계속 동굴안에서 명상을 하며 여생을 보낸겁니다. 동굴안에서 죽은후 다시 태어난 곳이 은천세가로 이상하게 자신은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
믿기지 않는 이야기에 모두가 할말을 잃은듯 굳어져 있었다. 이런 전대미문의 기사(奇事)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영 아저씨가 확실히 청송이라고 증언한 이상 믿지 않을수도 없을 것이다.
"음, 음양의 강기를 지금도 시전할수 있느냐?"
"물론이죠."
사이킥 스모그와 파이어를 한손에 시전하자 남궁성휘 가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한발 뒤로 물러서며 경악하고 있었다.
"어, 어떻게 서로 상반되는 강기를 시전할수 있는거냐?"
"그러니까 제가 청송이라니까요. 영 아저씨를 알아 본것만 해도 제가 신안(神眼)으로 불렸기에 가능한것이었고요."
사이킥을 해제하자 즉시 태상가주가 질문을 던졌다.
"지금 경지가 어떻게 되는지 말해 줄수 있나?"
"저도 잘 몰라요. 최소한 화경 정도는 될것같거든요."
"청송이라면 이해가 되는구나. 청송은 지금 자네 나이때보다 더욱 어렸을때 이미 화경이었으니 지금은 화경을 넘어 섰을지도 모르겠구나."
태상가주의 말에 가주는 입을 쩍 벌리며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때 밖에서 누군가 다가 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가주일것이다.
"누가 오는데요?"
"소가주일께다."
"소가주님께는 제 신분은 청송의 제자라고 말해 주십시요. 청송이라고 하면 괜히 어렵게 대할거 같아서요."
영 아저씨는 즉시 사라졌다. 잠시후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젊은 청년 한명이 들어 와 천후를 보고는 살짝 놀라며 태상가주에게 인사를 하고는 천후가 누군지 궁금한듯 눈빛이었다.
"은천세가 소가주인 은천후라고 합니다."
"남궁세가 소가주인 남궁자청입니다."
서로 포권을 하며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자 가주가 천후는 청송의 제자라고 소개했다. 그러자 소가주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천후를 직시하고 있었다. 태상가주이신 할아버님 처소엔 아무나 들이진 않는다.
이 자가 이곳에 있는것만으로 제자가 틀림없을것이다. 신협 청송이라면 귀에 박히도록 들었다. 이십대도 되지 않았음에도 많은 별호와 무공 또한 무려 화경이라고 했었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흔적도 찾아 볼수가 없어 무림행을 할땐 항상 청송에 대한 흔적을 찾아 보는 것이 무림행의 일환이었다.
그런 청송의 제자라는 자가 등장했다. 청송이 대단한 무인이었다면 제자 또한 굉장한 실력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몸이 근질근질했다. 검을 맞대어 보고 싶었다.
"며칠후가 소가주님 생일이라고요?"
"그렇습니다."
"생일 당일날은 선물을 드릴수가 없어 지금 드릴려고 합니다. 소가주님의 임독맥을 뚫어 드리죠."
"뭐라고?"
소가주는 얼떨결에 반말이 튀어 나왔지만 상관없었다. 그 정도로 무인에게 있어 임독맥을 뚫는건 평생 소원이나 마찮가지다. 태상가주와 가주도 천후의 말에 놀라고 있었다.
"소가주, 말을 가려 하거라. 검귀 앞에서 버릇없게 그게 무슨 행동이냐?"
"아! 죄송합니다. 너무 놀라서..."
"충분히 이해합니다. 당장 시작하죠. 많은 시간은 걸리지 않을꺼에요. 그리고 고통도 없을거고요."
"정말 그렇게 쉽게 뚫을수 있겠나?"
아무리 화경이라고 해도 많은 시간이 걸릴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뚫어주는 자도 크게 내상을 입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타인의 임독맥을 강제로 뚫는건 위험한 일이다.
"이미 몇번 해 본적이 있습니다."
"허허허...소가주, 검귀에게 감사드리거라."
"가, 감사합니다."
"자아, 소가주는 바닥에 편하게 앉으세요."
소가주는 태상가주의 얼굴을 바라 보고는 어쩔수없다는듯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아무리 청송의 제자라고 해도 자신과 별 차이도 나지 않는 나이로 보였다. 그런데도 임독맥을 쉽게 뚫을수 있다는 말이 허황되게 들리는 것이다. 할아버님과 아버님의 태도 볼때 검귀라는 이 자를 철석같이 믿고 있는것 같았다.
"편안하게 대연심법을 시전하며 내공이 강제로 움직여도 절대로 놀라지 말고 이끄는 대로 맡기세요."
소가주 등뒤에 앉아 엔다이론을 소환해 임독맥을 뚫어라고 했다. 엔다이론이 소환되자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태상가주가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뭐라고 말하진 않았다. 지금은 중요한 때다. 무인이 임독맥을 뚫기만 하면 대주천을 할수 있어 내공이 급상승하게 된다.
이미 자신의 동생들과 개방 무이촌 분타주인 걸오의 임독맥을 뚫은 경험이 있어 어렵지 않게 엔다이론은 소가주의 임독맥을 뚫어 버렸다. 불과 일각도 걸리지 않고 소가주 등에서 손을 떼는 천후를 보고는 지켜 보던 태상가주와 가주는 놀라면서 태상가주가 전음을 보내 왔다.
- 벌써 다 뚫은겐가?
- 그렇습니다. 소가주는 지금 대주천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 허허허, 고맙네.
태상가주가 가주에게도 전음으로 알려 준것인지 가주도 고맙다는 전음을 보내 왔다. 소가주가 깨어 날때까지 대화는 전음으로 이어졌다.
- 그런데 합비에도 강시가 등장했습니까?
- 이곳은 아직이라네. 중원 전체가 강시로 골머리를 앓고 있네. 경계를 철저히 하고 있지만 걱정이네.
협도 대협을 제거할려고 강시를 동원한 놈들로 볼때 중원에서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무인들을 제거할 생각인것같았다. 남궁세가같은 거대한 세가를 강시 몇구만으로는 무너 뜨리지 못한다.
그렇다고 언제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몰라 안심할순 없을것이다. 변방인 은천세가도 은근히 걱정되었다. 할아버님이 절정인만큼 놈들이 할아버님을 제거할려고 움직일지도 모른다. 오늘밤에 한번 다녀 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검귀 소협! 정말 감사합니다."
소가주가 깨어나 정중히 감사를 표했다. 임독맥이 뚫린만큼 앞으로 소가주의 무공은 일취월장할것이다. 새벽녁이 되어 숙소로 돌아갈 즈음 영 아저씨가 전음을 보내 왔다.
- 송아, 내 제자의 임독맥도 뚫어 줄수 있겠냐?
- 제자분이 있었어요? 물론이에요. 어디로 가면 되죠?
- 고맙구나. 내일밤 이곳으로 다시 오너라.
나이가 많은 영 아저씨는 후계자를 양성하고 있는 중인것 같았다. 임독맥을 뚫는건 어려운 일도 아니라 승낙했다. 숙소로 돌아와 잠을 자봐야 얼마 자지도 못하고 일어나야 한다. 자신의 집인 은천세가가 걱정되었다. 복건성의 하문의 은천세가로 사이킥 워프로 이동해 갔다.
세가 공중으로 이동해 정지한채 실라이온을 소환해 하문 전체를 뒤지라고 했다. 혹시라도 강시가 들어와 있는지 알아 보시 위해서다. 새벽에 가까운 세가는 고요하기만 했다. 무슨 일이 벌어지지 않아 다행이었다. 하문이 그렇게 큰 마을은 아닌탓으로 조사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강시는 찾을수가 없었으며 수상한 자도 발견할수 없었다는 말에 안심하고 남궁세가로 다시 돌아 갔다.
'합비도 살펴 보자.'
하문과는 비교도 할수 없을 정도로 큰 합비에 혹시나 강시가 들어와 있는지 알아 보기 위해 중심지로 나갔다. 공중에 둥둥 뜬채 실라이온과 노에스를 소환해 살펴 보라고 했다. 제각각 남쪽과 북쪽을 양분해 자세히 살펴 보았지만 강시는 찾을수 없었다.
자신이 만약 강시를 보유하고 있는 조직이라면 남궁세가 소가주 생일날에 강시를 동원해 습격할것이다. 이미 여러곳에 강시가 등장한 상태다. 어떤 목적으로 강시를 제조해 무인들을 습격하는지는 모르지만 절정인 협도 대협을 노린것만으로 절정 고수를 제거해 놓고 나중에 무슨 일을 벌일것 같다고 생각되었다.
합비에는 강시가 없는것을 확인하고 숙소로 돌아와 무량심법을 연마하며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남궁세가로 속속 무인들이 방문하고 있었다. 소가주 생일이 임박한것이다. 남궁세가도 들뜬 분위기였다. 접객당에서 나가지 않고 은영에게 무공을 가르키고 있을때 협도 대협이 심심한데 대련을 해 보자고 제의했다.
"지금은 그럴 마음이 없는데요."
"크흠, 그렇냐? 그럼 저 녀석에게 무공을 가르켜도 되냐?"
협도 대협은 어지간히도 할일이 없어 빈둥거리기도 지쳤는지 자신을 찾아와 시간을 보낼 구실을 찾고 있었다.
"얼마든지요."
자신이 대련을 거절하자 은영에게 화살촉이 돌려졌다. 무공을 가르킨다기 보다는 대련 방식으로 따분함을 날려 보낼 생각인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은영에겐 많은 도움이 될것이다. 절정 고수와의 대련은 쉽게 경험할수 없는 일이다. 은영이 아무리 어릴적부터 고된 훈련을 받았다고 해도 절정 고수와 일대 일 대결은 해 본적이 없을 것이다.
'후우, 영 아저씨에게 부탁해 볼까?'
은영은 영 아저씨처럼 만들고 싶었다. 은천세가를 암중으로 보호하는 호위가 될려면 은신법을 익혀야 한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