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화. 청송, 깨달음을 주다(2)
54화.
한손에는 파이어 볼을 다른 손에는 워터 볼을 시전했다. 각기 상반되는 기운이지만 아무런 문제는 없었다.
"허허허, 동시에 다른 기운을 펼칠수 있다니 대단하구나."
마법을 해제하자 태상 가주가 흥미롭다는듯 다시 입을 열었다.
"축지는 어떻게 된거냐?"
"축지라니요?"
"축지법을 말하는게다. 공간을 접어 이동하는게 축지법으로 신선들이나 사용할수 있다는 전설의 신법이다."
텔레포트 마법을 축지로 착각하고 있었다. 부연 설명을 해 주어야 꼬치꼬치 캐묻지 않을것이다.
"축지가 공간을 접어 이동하는 반면 제가 시전하는 경공은 공간을 뛰어 넘어 이동하는거에요. 둘다 공간을 넘나든다는 것은 일맥상통하죠."
"네 스스로 창안한 것이냐?"
"그렇다고 볼수 있죠."
마법 설명을 할수가 없어 거짓말로 대신할수 밖에 없었다.
"무공명은 지은게냐?"
"아니요. 그냥 축지라고 할께요."
"청송 넌 이미 일대종사(一代宗師)로구나."
무공까지 창안했다는 청송은 이미 입신(入神)의 경지를 넘은 일대종사나 마찮가지였다. 어떻게 16살짜리 소년이 그런 경지에 접어 들수 있는지 불가사의(不可思議)했다.
"어디까지 축지가 가능한게냐?"
"음...저도 몰라요."
마음만 먹으면 당장 남궁세가로 이동할수 있지만 그런걸 할수 있다는건 비밀이다. 무림에서는 자신의 실력 3할은 숨기라고 했다.
"아직까지 믿을수가 없구나. 축지라니...이런 상태로 계속 수련을 한다면 넌 정말 신선이 될지도 모르겠구나."
"무공 창안이 그렇게 어려운가요?"
"물론이다. 심법에 맞는 무공을 창안하는건 아무나 하는게 아니란다. 앞으로는 절대로 다른 사람들 앞에선 무공을 창안했다는 말은 하지 말거라. 믿지도 않을뿐더러 시기하는 자들까지 나타날꺼다. 그리고 될수 있으면 무공을 숨기거라."
태상 가주의 심각한 표정을 읽은 청송은 함부로 마법을 사용해선 않된다고 생각했다.
"알겠어요."
"자아, 그럼 대련을 해 보자꾸나."
"대련요?"
"네 실력을 알아 보고 위해서다."
멀찌감히 물러서 자리 잡자 먼저 공격하라고 했다. 태상가주는 편안한 자세로 검을 늘어 뜨리고 있었다.
"매직 미사일!"
일단 두발의 매직 미사일을 가볍게 날려 보냈다. 준강기 덩어리라고 이미 알고 있는 태상가주는 놀라지도 않았다. 서 있는 자세 그대로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쩌정.
"이런건 통하지 않는구나."
간단하게 매직 미사일을 파괴시켜 버리는 태상가주였다. 강기가 아닌 이상 태상가주를 고작 매직 미사일로 제압할수 있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조심하세요. 홀드! 아이스 스피어! 블라인드! 에어붐!"
쩡!
꽝!
퍼펑!
쇄도하는 얼음창 모양의 기 덩어리를 파괴할려고 검을 잡은 손을 들려고 했지만 왠일인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청송이 무슨 짓을 해놓은것 같아 급히 내공을 외부로 발산시켰다. 그러자 무언가가 깨져 나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손이 정상대로 움직여졌다. 얼음창 모양을 박살내자마자 이번엔 사방이 완전히 암흑으로 물들며 막강한 기 덩어리가 다시 접근해 후려치기도 전에 스스로 폭발해 버렸다.
"윽!"
폭발과 거의 동시에 기막(氣幕)을 둘러 쳤지만 조금 늦은것 같았다. 폭발의 여파로 옷이 너덜너덜하게 변해 버린것이다. 다행이 부상은 입지 않았다. 청송의 공격을 막을려면 항상 기막을 두르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단전에 보유한 내공은 무한한게 아니다. 속전속결로 제압하지 않으면 오히려 당해 버릴것이다.
"조심하거라. 간닷!"
탓.
방어만 해서는 않된다는 판단에 청송에게로 쇄도해 들어 갔다. 보법을 밟으며 돌진하자 갑자기 땅속에서 덩쿨들이 치솟아 올랐다.
투투둑!
그런 덩쿨을 베면서 진전하자 이번엔 땅밑이 푹 꺼져 깜짝 놀라 펄쩍 뛰면서 땅에 내려서자 잡초로 뒤덮인 땅이 얼마나 미끄러운지 하마터면 볼상사납게 뒹굴뻔했다.
쩡.
급히 용천혈에 내공을 더 많이 주입해 바닥을 찍자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에 이것도 청송짓이라고 생각되었다.
탓!
"헉!"
땅을 박차고 다시 돌진할려고 할때 눈앞에 흙무더기가 치솟아 올라 가로 막고 있었다.
퍼퍼퍽!
그런 흙무더기를 파괴하자 이번엔 눈앞에 투명한 고드름같은게 고속으로 회전하며 기다리고 있었다는듯 어깨를 향해 날아 왔다.
휘익.
펑!
고드름을 박살내고 다시 돌진할려고 했다. 하지만 청송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 급히 기감을 펼쳐 어디에 숨어 있는지 살펴 보았다.
빙글.
어느새 자신의 뒤쪽으로 이동했는지 먼곳에서 지켜 보고 있었다. 축지를 사용하는 청송을 제압할려면 이기어검(以氣御劍)을 사용하거나 강기를 사용해야 한다. 자신의 실력으로는 아직 이기어검은 무리다. 강기를 생성시켜 쏘아 보내는것도 한두번이 고작이다. 두번의 공격이 실패하면 내공 부족으로 인해 역으로 제압 당할것이다. 그렇다면 경공으로 승부를 봐야했다.
"천풍신법!"
쐐에엑.
갑자기 태상 가주의 몸놀림이 엄청나게 빨라졌다. 경공술로 따라 잡을려는 생각같았다.
"슬로우! 매직 미사일! 슬로우! 매직 미사일!"
쩌정.
퍼퍼펑.
고속으로 움직이던 몸이 이상하게 느려진 느낌에 내공을 발산시키자 무언가가 깨져 나갔다. 청송을 상대로는 한시도 마음을 놓아서는 않된다는 것을 새삼 느낄수 있었다. 빛 모양의 화살을 박살내면서 접근할 순간이었다. 또다시 청송이 이형환위를 펼친듯 눈앞에서 사라진것이다.
'저기군.'
기감으로 알아낸 청송이 있는 곳으로 강기를 날려 보냈다.
"어헛!"
블링크 마법으로 태상 가주의 뒤쪽으로 멀치감치 물러 날려고 했을때였다. 블링크 마법에서 막 빠져 나올려고 할때 강기 덩어리가 급속도로 접근하고 있었다. 마법사의 가장 큰 약점이 블링크 마법에서 빠져 나오는 순간이다. 이 순간만큼은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급히 몸속의 마나를 오른손으로 보내 강기를 뭉쳐 되받아 쳤다.
쿠꽈꽝.
"크윽!"
주르르.
큰폭발을 일으키며 상쇄된 충격으로 인해 뒤쪽으로 주르르 밀려 버렸다. 얼굴이 따끔거리는게 부상을 입은것 같았다. 옷은 살펴 볼 겨를도 없었다. 태상 가주가 코앞까지 접근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스!"
주르르르.
경혼신법을 펼치며 미끄러운 바닥을 타고 주르르 옆으로 이동했다. 그리스 마법덕으로 고속으로 이동해 태상 가주와의 거리를 넓히며 플라이 마법으로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다. 더이상 블링크 마법은 사용할수 없었다. 약점이 간파된 이상 다시 한번 사용한다면 그때는 스스로 목을 조르는 꼴이 될것이다.
태상가주가 얼마큼의 내공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내공 대결쪽으로 가는게 유리할것 같았다. 생사를 가르는 전장이었다면 고서클 마법을 사용했을것이지만 지금은 대련인점을 감안해야 했다. 그렇다고 무기를 맞대거나 서로 손바닥을 대고 내공 대결을 하는게 아니다.
하늘에 둥둥 뜬채 마법을 퍼붙는 것이다. 마법을 깨기위해 태상가주도 검에 내공을 두를수 밖에 없다. 먼저 지치는 쪽이 패배다. 패배하지 않기 위해선 태상가주는 무림에서도 몆손가락안에 드는 남궁세가 최고의 검법인 제왕검형(帝王劍形)을 펼칠지도 모른다. 어떤 위력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매직 미사일!"
이번에는 한두발이 아니다. 10발의 매지 미사일이 끊임없이 생성되며 태상가주에게로 날아 갔다.
"...음."
기막을 둘러 방어를 했다. 언제까지 저렇게 기 덩어리를 쏟아 부을순 없을것이다. 하지만 기막을 전신에 두르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막대한 내공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공중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청송에게 강기를 날려 보낼수도 없는 일이다. 이미 한번 날린 강기로 인해 내공이 절반으로 줄어든 상태다.
대체 얼마나 많은 내공을 보유했으면 이렇게 줄기차게 공격할수 있는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청송은 전신 혈맥이 뻥 뚫인 덕으로 내공은 얼마든지 보충할수 있을 것이다. 이대로라면 먼저 지치는건 자신이다. 대련이 아니라면 완전치 않은 제왕검형(帝王劍形)이라도 사용해 제압했을것이다.
"그만!"
태상 가주의 외침에 즉시 마법을 해제하고 아래로 내려갔다.
"더이상의 대련은 무익하구나."
"남궁세가 최고의 검법이라는 제왕검형을 보고 싶었는데 아쉽네요."
"그건 함부로 시전해선 않되는 것이란다. 내 자질이 부족해 완전치 않은 공간을 제압하는 검형을 시전하면 너는 물론 나도 크게 다칠 우려가 있다."
"공간요? 축지처럼 공간을 이용하는 것이에요?"
어떤 검형인지 꼭 보고 싶었다. 완전치 않다는 말에 공간에 대한 이해를 넓혀 주면 완성될지도 모른다.
"태상 가주님!"
"할아버지라고 불러라."
"아! 예. 태상 할아버지, 그럼 공간을 이해하면 완성시킬수 있으세요?"
"그건 또 다른 문제지만 도움은 될꺼다."
나뭇가지 한개를 주워 들었다. 태상 할아버지에게 공간을 이해를 시키기 위한 물건이다.
휘이익.
"뭘 하는게냐?"
"지금 제가 어떻게 했죠?"
"가로 베기를 한게 아니냐?"
"그렇죠?"
휘익.
휙휙휙휙!
다시 빠르게 가로로 몇번이나 베어 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 보면 한번씩 벨때마다 조금씩 아래쪽을 베고 있었다.
"지금은요?"
"마찮가지로 가로 베기를 하고 있구나.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설명해 보거라. 네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런 헛짓거리는 하지 않을테니까."
"선(線)이 모여 면(面)이 됩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바닥의 풀이 없는 곳으로 걸음을 옮겨 바닥을 고르고는 나뭇가지로 가로로 줄을 그었다.
"이 선이 방금 가로 베기를 한 선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럼 이 선 바로 아래쪽에 다시 선을 그으면..."
쓰윽.
쓱쓱!
"뭐로 보이죠?"
"음...많은 선들이 차례대로 늘어선것처럼 보이는 구나."
바닥에 선을 긋더라도 평평한 모양으로 되지 않아 이런식이라면 설명이 되지 않을것 같아 방법을 바꾸었다.
"혹시 붓을 가지고 계세요?"
"마차에 있다."
"그럼 아래쪽으로 내려 가서 설명해 드릴께요."
남궁천목은 영문도 모른채 청송을 따라 일행들이 있는 아래쪽으로 내려가 청송과 함께 마차안으로 들어 갔다. 아래쪽으로 내려오자마자 아무런 말도 없이 마차안으로 들어가는 두사람을 본 이들이 어리둥절하고 있었다. 폭발음이 들려 와 모두들 신경이 곤두선 상태였었다. 태상가주나 청송 둘다 옷이 너덜한게 대련을 한것 같았다.
"자아, 이제 다시 설명해 보거라."
"예."
먹물을 묻힌 붓을 잡은 청송은 가로로 쓰윽 일획을 그었다.
"지금 그은 이 검은 선이 가로 베기라고 생각하세요."
쓰윽쓰윽!
이번엔 그은 선 바로 아래쪽에 선을 이어 붙여 긋자 전혀 선으로 보이지 않았다. 땅바닥에 선을 그을때와는 전혀 달라 보였다.
"이제 뭘로 보이세요?
"음...넓은 면...이걸 설명하고 싶었던게냐?
"이런식으로 선이 모이면 면이 되죠. 그럼 면이 여러가지 모양으로 모이면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
마치 초딩에게 산수를 가르키는것 같았다.
"이런 식으로 면이나 곡선이 모이면 하나의 형(形)이 되요. 그럼 이런 형(形)들이 다시 이런 여러 모양으로 모이면 하나의 원(圓)이 되죠."
종이에 육각형 모양으로 선을 그어 종이를 말아 둥글게 만들었다.
"면이 모여 원이 되었죠?"
"그, 그렇구나."
"그럼 이런 원들이 다시 모이면 어떻게 되겠어요?"
"......."
남궁천목은 예상조차 할수 없었다. 지금까지의 설명은 모두 이해가 되었지만 원들이 모인다면 어떤식으로 변하는지 전혀 알수가 없었다.
"무공과 접목시켜 생각해 보세요. 이런식으로 원들이 계속 합쳐집니다."
스윽스윽.
원과 원이 서로 교차되면서 점점 범위를 넓혀갔다.
"작은 원들이 모여 점점 커집니다."
한정된 종이위에 작은 수많은 원들이 서로 교차되어 가고 있었다. 더이상 종이위에 그릴수없을 정도가 되었다.
"계속 생각해 보세요. 이렇게 계속 범위를 넓혀가면 뭐가 되는지를요."
작은 원안을 검게 칠했다. 이번엔 검은색 원이 점점 범위를 넓혀가고 있었다.
"이 검은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스윽스윽.
태상 할아버지가 생각을 계속하라고 천천히 검게 칠해가고 있을때였다.
"공간? 그렇구나. 원들이 모여 거대한 공간이 되는거구나."
화아악!
갑자기 눈부신 빛이 터지며 엄청난 기 파동이 발생했다. 뿜어진 기는 순식간에 다시 태상 할아버지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 가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청송은 급히 마차 밖으로 나갔다. 좁은 마차안에 태상 할아버지와 같이 있으면 자신의 마나까지 모조리 빨려 들어 갈것이다.
"송아! 무슨 일이니? 할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생긴거니?"
"쉬잇! 누님 조용히 하세요. 태상 할아버지는 지금 무아지경에 든 상태에요."
"뭐라...흡! 웁!웁!"
"누님! 소리치지 마세요. 누님때문에 깨달음을 얻지 못하고 깨어 난다면 어쩔려고요?"
놀라 소리칠려는 누님의 입을 급히 막아 버렸다.
"손을 놓을테니까 조용히 하세요."
"청송! 너어..."
얼굴이 붉어진 누님이었다. 청송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모두 놀란 표정들이었다.
"청송아! 어떻게 된것인지 말해 보거라."
- 작가의말
즐거운 추석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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