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화. 토니의 골프(2)
84화.
나무들로 가로 막혀 그린이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숲위로 티샷을 날렸다. 눈으로 쫒을수도 없을 정도로 빠르게 날아간 공은 그린을 벗어나 러프에 빠졌다. 노에스가 알려 준것이다.
"토니, 자제를 해."
캐디인 크리스 코치가 충고를 했다. 같이 플레이를 하는 두명의 프로는 이미 의욕을 상실한 상태였다. 러프에 빠진 공은 어렵지 않게 집어 넣었다. 다시 알바트로스를 기록한 것이다. 9번 홀까지 첫날 모든 플레이를 마치자 토니의 성적은 전대미문의 30언더파가 되었다. 이미 골프 역사를 갈아 치운것이다.
"토니~! 토니~!!"
축구 선수 시절과 마찮가지로 환호하는 갤러리들이 내미는 손을 터치하며 걸어 가고 있을때 브레인 아저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저씨! 봤죠?"
"그래. 은발, 넌 괴물이 틀림없어."
스코어 카드를 제출하자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마디 해 주십시요."
"소감을 말하기 전에 먼저 제가 골프를 한다고 미쳤다고 생각하셨던 분들 사과하십시요."
"크흠."
"큼."
기자들 사이에서 헛기침이 흘러 나왔다. 이런 스코어를 기록할줄은 어느 누구도 예상치도 못했을것이다.
"뭐 사과는 받았다고 칩시다. 오늘 골프는 자제를 많이 한 편입니다. 내일은 더욱 자제를 해 이븐파로 경기를 마칠 생각입니다."
"그럼 성적을 마음대로 조절할수 있다는 말입니까?"
"당연하죠. 골프 클럽은 손의 연장선에 불과합니다. 자신의 손으로 하는 일인데 그런걸 제어한다는건 당연한 것입니다."
다른 프로들이 이 말을 듣는다면 말도 되지 않는다고 할것이다. 그런걸 할수 있는 자가 없다고 반박할것이지만 자신은 할수 있었다. 노에스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티샷은 스스로의 힘으로 친것으로 페어웨이를 한번도 벗어 난적은 없었다. 첫날 경기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 가자 PGA 직원이라며 호텔로 찾아와 도핑 검사를 한다고 했다. 약물의 힘으로 엄청난 파워를 낸것이라고 의심하는 것이었다. 이미 도핑 검사는 축구 선수일때 질리도록 받아 익숙한 상태였다.
"따라 오세요."
화장실로 들어 가자 바짝 뒤를 따라온 직원들이 건네 주는 컵을 받을 생각도 하지 않은채 양팔을 벌리고 우뚝 섰다.
"뭐하는 겁니까?"
"제 바지를 벗기세요."
"......"
PGA 직원들이 당황하고 있었다. 그런 직원들을 보자 옛 생각이 났다. 처음으로 도핑 검사를 받았을때였다. 축구 선수일때 챔피언쉽 리그 경기를 마치고 로커룸으로 돌아온 토니를 찾아온 직원이 도핑 검사를 한다며 화장실로 가자고 했다. 유니폼을 내리고 컵을 받아 들자 양쪽에서 지켜 보는 직원들 앞에서 시원하게 쏟아 붇는 기세에 오줌이 컵을 받아들고 있는 손목에 튄것이다.
그때의 일로 인해 도핑 검사를 받으러 오면 직원들 앞에 두팔을 벌리고는 바지를 벗기라고 하고 컵을 가져다 대라고 했다. 어떤 조작도 하지 않았다는걸 보여 줌과 동시에 손에 오줌이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빨리요. 그래야 아무런 조작도 없었다는게 확신할게 아니에요."
"크흠..."
어쩔수 없다는듯 한명이 바지를 끌어 내렸다.
"제 물건 앞에 가져다 대세요."
쏴아아아.
역시 쏟아지는 기세에 직원의 손에 오줌이 튀었다. 토니같은 인간은 처음 본다는듯 황당해 하는 직원들은 오줌을 받아 갔다. 다음날은 기자들에게 선언한 대로 이븐파로 경기를 끝맺었다. 여전히 30언더파로 압도적인 선두로 예선을 통과했다. 첫날 토니가 기록한 성적으로 인해 이튿날부터 구름같은 갤러리들이 몰려 왔다. 첫날도 큰화제를 불러 일으킨 토니를 보기 위해 많은 갤러리들이 찾아 왔지만 이튿날부터는 BMW PGA 챔피언쉽 갤러리 기록까지 갈아 치울 정도였다.
"3라운드는 어떤 성적을 낼 생각입니까?"
"어떻게 할까요?"
"정말 마음대로 성적을 조절할수 있단 말입니까?"
"마음만 먹으면요. 그럼 내일은 전반 홀은 모두 버디를 잡고 후반 홀은 파로 끝내죠."
약속대로 3라운드를 마치자 39언더파였다. 마지막 날인 4라운드는 후반 홀만 버디를 잡는다고 선언해 최종 합계 48언더파라는 어머어마한 기록으로 우승했다. 아마가 프로 대회에서 우승한 이상 프로 선언을 하면 정식으로 프로가 되어 PGA 대회에 출전할수 있는 것이다. 기자들의 질문에 프로 선언을 했다.
"저어..죄송했습니다."
기자 회견장에서 기자 한명이 무릎을 꿇었다. 토니가 우승한다면 무릎을 꿇는다는 약속을 이행한것이다.
"일어 나세요. 그리고 앞으로는 의심하지 마세요."
"프로가 되면 어떤 경기에 참가할 생각이십니까?"
"다음 경기는 6월달에 열리는 US 오픈에 참가할 생각입니다."
벌써 그런 계획까지 잡고 있는것으로 볼때 우승은 확신하고 있었다고 기자들은 생각했다. 저런 실력이라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골프계의 프로들을 의욕을 상실시키는 토니는 PGA 경기에 참가해서는 않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런걸 직접 물어 볼순 없었다. 토니로 인해 토니가 참가하는 대회는 이제 갤러리들로 몸살을 앓을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BMW 영국 지부장인 필폿은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이번 대회는 대성공이었다.
토니와는 이미 단년에 불과하지만 스폰서 계약을 맺어 토니가 쓰고 있는 모자 전면 광고와 가슴에 박혀 있는 로고로 인해 엄청난 광고 효과를 누린것이다. 방송국에서 토니의 라운드를 집중 방송했다. 앞으로 토니에게 쏟아지는 관심은 전세계적으로 막대한 광고 효과를 볼것이 틀림없었다. 토니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BMW PGA 챔피언쉽으로 인해 가장 바쁘게 된건 토니의 에이전트인 안드레였다. 쏟아지는 광고 계약과 스폰서 계약으로 인해 함박 웃음을 짓고 있었다.
"난 얼마나 바빠도 상관없어. 네가 스케줄 조종을 잘해. 네가 하라는대로 할테니까."
"고맙다. 단 스폰서 계약은 모두 일년으로 해줘."
"너 또 일년후에 골프를 그만 둘려고?"
"아냐. 메이저 대회를 포함한 10개 대회 정도만 참가할꺼야. 다른 프로들도 먹고 살아야 잖아."
일단은 그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안드레에겐 광고 계약금은 물론 스폰서 계약금 30%을 주었다. 너무 많다고 사양하는 안드레였지만 그걸로 회사를 키우라고 했다.
"토니! 방송국 출연 제의가 들어 왔는데 어쩔래?"
"출연 당일날 마중와."
"생방송인데 괜찮아?"
"생방송이면 더 좋지."
안드레의 안내로 런던에 있는 민간 방송국인 ITV 방송국을 찾은 토니는 방송 진행 과정 설명을 듣고 쉬고 있을때 시간이 되었다고 알려 왔다.
"오늘은 귀한 분을 모셨습니다. 영국의 영웅, 은발의 위저드, 골프계의 위저드 토니 브라운 선수에게 큰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짝짝짝.
박수 소리를 들으며 한손을 들어 답례를 하며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 갔다.
"어서 오세요. 토니!"
중년의 여성 사회자인 케이트 손톤과 가볍게 악수를 하고 자리에 앉자 BMW PGA 챔피언쉽 우승을 축하해 준후 본격적인 질문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골프를 시작한건 4개월전이었습니다."
"골프는 이미지 트레이닝과 매니지먼트가 중요하죠."
"차분히 마음을 가라 앉히고 집중해 머리속으로 모든 상황을 그려 가는 것이죠."
"처음에는 잘 되지 않을것입니다. 매일매일 연습이 필요하죠."
사회자의 질문에 숨김없이 답해 주었다.
"전 입양아가 맞습니다. 출생후 불과 3개월에 입양된것이죠."
"부모님과 할아버지 모두 자상하신 분들로 귀여움을 받고 자랐습니다."
"슬리핑 위저드요? 학교에서의 별명이었죠. 선생님께 혼도 많이 났습니다. 잠을 자고 있다고 착각하고 계셨던 것이죠. 눈을 감고 모든걸 기억하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 주기 위해 선생님이 한말을 그대로 말해 버리는 일이 몇번이나 발생하자 더이상 눈을 감고 있어도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습니다."
골프 질문이 끝나자 이번엔 학교 생활을 중점적으로 묻는 케이트였다.
"학력 평가는 항상 1등이었습니다."
"제 기억력이 남다르거든요."
"주시죠."
정말로 기억력이 뛰어난지 실험을 해 보고 싶다는 말에 준비한 물건을 건네 달라고 했다. 사회자인 케이트는 신문을 꺼냈다. 런던에서만 발행되는 석간 신문인 이브닝 스탠더드였다.
"물론 기억할수 있습니다."
오늘 저녁에 발간된 신문이라며 몇페이지나 되는 신문을 토니가 미리 읽어 외었다고 해도 수십만자나 되는 글자 모두를 기억할수 없다며 조작이 아니라고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것을 잊지 않았다.
"적어도 5분은 시간을 주세요."
팔락팔락.
사회자인 케이트가 놀라건말건 토니는 신문 한면을 사진으로 찍듯이 기억하며 한장씩 넘겼다. 몇분이 지나 기억이 끝났는지는 모르지만 신문을 덮고 넘겨 주자 눈이 동그래진 케이트가 더듬거리고 있었다.
"다 기억했다니까요. 믿지 못하겠다면 어느 면이든 물어 보세요,"
"3페이지 하단 5번째 줄에 있는 내용으로..."
주절주절.
"2페이지 위에서 13번째 줄에 있는 내용으로..."
주절주절.
묻는 족족 모두 줄줄 외워 보여 주었다. 몇번을 실험한 케이트는 믿기지 않는듯 눈이 커지며 위저드라는 별명이 왜 붙은것인지 이해가 된다고 했다.
"없어요. 학교에서는 제 분위기에 압도되어 접근하는 학생들이 없었거든요."
"축구 선수일땐 클럽에서 여자를 조심하라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서요."
"물론 지금도 없죠."
여자는 사귈 생각이 없었다. 환생을 되풀이 하는 자신에게 가족이 생기고 아이를 낳는다면 다시 환생했을때 찾아 볼것이며 무슨 사고라도 당했다면 사건 전모를 파 헤치기 위해 돌아 다닐게 분명했다. 그럴바에야 아예 가족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사귄다고 해서 모두 결혼을 하는건 아니지만 괜히 상대에게 상처를 주긴 싫었다.
"모르겠어요. 축구 선수로써 목표를 상실한 상태니까요."
축구 선수로 복귀할순 없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해 주고 방송 시간이 끝나간다며 골프계에서 성공을 빈다며 방송은 끝을 맺었다. 골프의 4대 메이저 대회는 마스터스, US 오픈, 디 오픈 챔피언 쉽, PGA 챔피언 쉽니다.
디 오픈 챔피언 쉽은 흔히 전영(全英) 오픈이라고도 불리운다. 영국에서 개최되기 때문이다. 마스터스는 이미 시합이 끝난 상태였다. 6월달에 열리는 US 오픈과 7월달의 전영 오픈, 8월달의 PGA 챔피언 쉽에는 참가할 예정이다. BMW PGA 챔피언쉽 우승자 자격으로 어떤 대회에도 참가할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US 오픈이 개최되는 미국의 펜실베니아주 플럼에 위치하는 오크몬트CC는 파70에 총길이 7219야드다. 3번홀과 15번 사이 페어웨이에 있는 일명 예배당 의자 벙커가 유명한 곳으로 벙커만 해도 211개가 있으며 러프도 길고 질겨 미국에서 가장 어려운 코스중 하나였다. 오크몬트 CC에서 개최된 US 오픈은 5언더파가 최고 성적이다. 5언더파로 우승한 자가 단 3명밖에 없을 정도로 극악한 코스로 유명하며 4일간 대회에서 언더파로 코스를 돈 자는 채30명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짝짝짝!
첫날임에도 수많은 갤러리들의 박수를 받으며 1번 홀로 올라서 티샷을 준비했다. 1번홀 파4인 483야드로 어려운 코스다.
탁.
시원하게 뻗어나간 공은 페어웨이에 무사히 안착했다. 드디어 토니의 US 오픈 정복이 시작되었다. 전날 기자 회견에서 압도적인 성적으로 우승한다고 선언한 상태다. 우승 1순위는 물론 토니였다. 기자들은 과연 이번에도 토니가 충격적인 스코어로 우승할지 관심이 집중되었다. 첫날은 오크몬트 CC 코스의 모든 역대 기록을 갈아 치우며 15언더파로 경기를 마쳤다.
환호하는 갤러리들이 내뻗는 손을 터치해 주며 첫날을 마친 토니는 4일간 총53언더파라는 골프 기록을 갈아 치우며 우승해 버렸다. 어느 누구도 감히 손댈수없는 '언터처블'이었다. 터무니없는 성적으로 다시 우승해 버리자 PGA 협회에서 우려를 표시했다. 토니로 인해 모든 골프 선수들이 위축되어 토니가 참가하는 토너먼트에 결장할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일이 몇번이나 벌어진다면 누구를 위한 토너먼트인지 선수들의 불만이 쏟아 질것이다.
"올해는 연간 10개 대회에만 참가할려고요. 내년에는 그 절반의 대회에만 참가하고요."
미리 PGA 직원에게 말해 주었다. 토니의 주가는 끊임없이 치솓아 광고 제의가 빗발쳤다. 그러자 에이전트인 안드레가 가장 좋아했다. 골프 클럽 계약은 물론 로고 광고까지 더이상 모자나 옷에 붙일곳이 없을 정도였다. 캐디인 코치인 크리스는 제발 자제 좀 하라고 타일렀지만 골프는 오래할것도 아니라면서 당분간은 하고 싶은대로 하게 해 달라고 했다.
7월달의 전영 오픈은 영국 팬들의 압도적인 성원을 등에 업고 간단히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8월달의 PGA 챔피언 쉽까지 우승해 버렸다. 3개의 메이저 대회를 석권하자 토니가 출전하는 대회는 이미 토니의 우승이 확정된것이라며 프로 골프 선수들의 상실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말이 들려 왔다. 앞으로 남은 메이저 대회는 이듬해 4월에 열리는 마스터스 대회 뿐이었다.
"메이저 대회에만 참가해 큰상금만을 노린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그럼 모든 대회에 참가해 싹쓸이 해 버릴까요?"
- 작가의말
즐거운 하루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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