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화. 사자의 삶(2)
31화.
어떤때에는 일주일동안 굶을때도 있다. 그때에는 물로 주린 배를 채운다. 무사히 사냥에 성공하면 일단 누가 먼저라고 할것도 없이 모두가 달려 들어 걸신들린 놈들처럼 뜯어 먹는다. 먼저 먹는게 임자다. 월등하게 힘이 센 무리의 리더인 숫사자가 먹이를 차지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많이 먹기 위해 서로 으르릉거리며 싸우면서 허겁지겁 먹는것이다. 아직 그런 일은 몇년후의 일이다. 지금은 그때를 대비해 연계 작전을 알려 주고 있는 것이다. 아직 무리를 벗어나 본적이 없어 이곳이 어떤곳인지는 모른다.
일단 눈에 보이는건 나무들이 많다는 것이다. 나무 한그루도 없는 광활한 초원이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그런 초원이 무리 영역이었다면 고생문이 활짝 열려 있는 것이다. 새로운 풀을 찾아 다니는 초식 동물들이 풀이 시들기 시작하는 계절이 되기 전에 대규모로 이동을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동물들이 사라진 초원에서 살아 남을려면 얼마나 고생을 해야 하는지 눈에 선했다. 다행히도 이곳은 나무들이 많은 곳으로 멀지 않는곳에 물도 있을 것이다. 짐작으로는 텔레비에서 본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라고 생각되었다. 엄마는 물론 친척들의 젖을 먹으며 무럭무럭 성장했다.
사자들은 자신의 엄마는 물론 친척들의 젖도 맘대로 먹는다. 공동으로 새끼를 키우는 것이다. 서서히 숫사자의 상징인 갈기가 자라나고 있었다. 얼마후면 아버지에게 쫒겨나게 될것이다. 이미 육식을 하고 있는 상태다. 처음 생고기를 뜯어 먹었을땐 너무 역겨워 토할정도였다. 하지만 배 고픔을 참는건 보단 나았다. 윽지로 구겨 넣는 일이 매번 연속되자 더이상 역겨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족인 마리뉴가 생고기를 뜯어 먹는 느낌이 이럴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독했었던 노린내가 지금은 오히려 향기롭게 느껴지고 있었다.
"크르릉(내일은 너희들도 사냥을 가야 한다.)"
드디어 때가 된것이다. 그동안 갈고 닦은 연계 플레이를 선보일때가 된것이다. 하지만 엄마의 말에 실망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크르응(너희들은 조용히 지켜 보아야만 한다. 어떻게 사냥을 하는지 잘 배우거라.)"
엄마의 말은 절대적이다. 거부하면 무리에서 쫒겨난다. 한동안은 지켜 보고만 있어야 한다. 여느때와는 달리 아침에 사냥을 나갔다. 주로 한밤중에 사냥을 하지만 우리들에게 사냥하는 법을 가르켜 줄려는 심산인것이다. 아버지는 구역 정찰을 간 상태다. 이모와 고모, 엄마를 따라 이동했다.
먼저 먹이감이 되는 초식 동물들을 찾는게 먼저다. 풍겨오는 냄새로는 근처에는 없었다. 천천히 이동을 하며 동물을 찾아 다녔다. 그럴때에 수풀한곳에 임팔라 무리들이 풀을 뜯어 먹고 있었다. 임팔라들은 재빠른 놈들이다. 그래서 사자들은 임팔라를 날쌘돌이라고 부른다. 아무리 초원의 왕이라는 사자라고 해도 쉽게 잡을순 없는 놈들이다. 그런 임팔라들을 사냥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임팔라들이 진행하는 반향과 뒤쪽으로 살금살금 기어 조심스럽게 접근한 고모가 막 뛰쳐 나갈려는 순간 임팔라들이 낌새를 눈치챈것인지 일제히 도주해 버렸다. 첫번째 사냥은 실패였다. 이런 일로 실망하거나 화를 내진 않는다. 일상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다음 목표를 찾아 이동했다. 이번엔 물소 무리였다. 검둥이라고 부르는 물소는 초식 동물이면서도 흉폭한 놈들이다. 사냥도 조심해서 해야 한다. 놈들은 유대심이 강해 동료가 공격받으면 구하러 몰려 올때도 있다. 머리에 돋아나 있는 뿔에 들이 박히면 아무리 사자라고 해도 큰부상이나 잘못하면 죽을수도 있다. 몸집이 큰만큼 한놈을 잡으면 가족 모두가 포식할수 있다.
놈들중에 가장 약한 놈이나 부상 당한 놈, 또한 무리에서 떨어진 놈을 찾아야 한다. 무턱대고 돌진하면 큰코 다칠수도 있다. 사냥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확실히 잡을수 있는 놈을 파악한후 놈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지근거리까지 접근해 뛰쳐 나간다. 당황한 물소 무리들은 일제히 도주를 한다. 그중에서 목표로 정한 놈을 무리에서 떼어 내야 한다. 발이 빠르지 않는 물소는 자신들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서로 몸을 부대끼며 머리의 뿔을 전면으로 내밀며 콧김을 뿜어내며 접근하면 들이 받는다고 경고를 한다. 실제로 그런 모습으로 물소들이 뭉쳐 버리면 접근하지 못한다.
한놈을 떼어낸후 모두가 달려 들어 물소를 바닥으로 쓰러 뜨려 입과 코를 막아 질식시키는 방식으로 물소 사냥을 하지만 이때에 동료를 구하고자 다른 물소들이 돌진해 올때도 있다. 그때에는 굉장히 위험하다. 질식시키기 위해 입과 코를 막고 있는 사자를 향해 물소들이 뿔을 내밀고 돌진하면 물소에게서 떨어질수 밖에 없다. 그러면 물소는 자리에서 일어나 도주를 해 버린다. 대부분 물소는 30분정도에 질식사를 시킬수 있다. 그런 위협을 당하기 전에 물소를 쓰러 뜨리면 질식시키는 역활과 동료들의 도움으로 도주를 못하게끔 부상을 입히는 역활로 나누어 물소의 엉덩이와 허벅지를 물어 뜯는다. 물소 동료들이 구하러 오더라도 바닥에서 일어서지 못하게끔 상처를 내 버리는것이다. 나무들 사이로 당당한 모습으로 한가히 풀을 뜯는 물소들을 향해 '날카로운 이빨'로 불리우는 고모가 뛰쳐 나갔다.
후다다닥.
깜짝 놀란 물소들이 일제히 나무들 사이를 누비며 도주하기 시작했다. 그런 물소들의 옆쪽에서 '짝귀'라고 불리우는 고모가 목표물을 떼어 놓기 위해 위협을 가하자 물소들은 혼란에 빠져 몇군데로 흩어져 도주를 했다. 이제 반쯤은 성공한것이나 마찮가지다. 그런 무리들중 목표물이 있는 물소 무리를 향해 '얌챙이'라고 불리우는 이모가 돌진해 무리를 더욱 작게 쪼개며 묵표물의 엉덩이쪽으로 뛰어 올라 날카로운 발톱을 박아 넣으며 매달렸다. 어떻게든 바닥으로 쓰러 뜨릴려는 의도였다. 바닥으로 쓰러 뜨리기만 하면 90%이상은 성공한다.
"무워~!"
물소 놈이 긴 울음소리를 토하며 동료들에게 구조를 요청하며 엉덩이에 달라 붙어 있는 이모를 떨어 뜨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런 놈에게 고모와 이모, 그리고 엄마가 한꺼번에 달려 들어 물소를 바닥으로 넘어 뜨렸을때였다.
"워어어~!"
커다란 덩치의 물소 한놈이 긴 울음을 터뜨리며 돌진해 왔다.
"크릉(피해!)"
엄마가 급히 외쳤다. 그러자 뒤쪽에서 물어 뜯고 있던 고모가 급히 피하며 돌진하는 물소놈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릉거렸다. 그런 위협에 물소놈은 주춤하는 기색이었지만 다시 뿔을 내밀고 동료를 구하기 위해 위협했다. 그럴때에 다른 물소들이 서서히 합류하며 위협해 오기 시작하자 위험을 느낀 모두가 바닥의 물소를 바라 보며 아쉬움을 토로하며 물러 나고 있었다.
이 물소 무리들은 유독 유대감이 강한 무리들같았다. 그런 사냥 장면을 멀리서 지켜 보면서 실패의 원인을 찾아 보았다. 먼저 바닥에 쓰러 뜨리기까지의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바닥의 물소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평소 유대감이 강한 물소들의 행동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물소들이 동료를 구하러 오지 못하게끔 멀리 쫒아 버렸어야 했다. 사냥하는 식구들의 숫자가 많은 만큼 그런 역활 분담도 해 놓았어야했다.
"헥헥헥헥!"
모든 식구들이 숨을 헐떡이는게 힘들어 보였다. 사냥은 성공보다 실패가 많다고 하지만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린격이었다.
"크르엉. 끄르으엉.(이럴때도 있단다. 검은 놈들을 사냥할땐 조심해야돼)"
엄마는 물소를 검은 놈들이라고 불렀다. 모두가 지친 상태로 오늘 사냥은 더이상 할수 없었다. 체력 소모가 너무 심했던 탓이다. 어떨때엔 일주일동안 굶은적도 있다. 굶주림이 심하면 죽어 부패된 사체까지 먹는다.
하이에나만 사체를 먹는게 아니다. 사자나 표범등도 먹이감이 없을땐 살아 남기위해 아무것이나 먹을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오늘은 밤이 되기까지 강물로 배를 채우고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휴식을 취했다. 밤 사냥을 나가기 위해 체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끄릉(너희들 모두 따라와.)"
숫사자 세놈을 불러 다른곳으로 이동했다. 오늘 낮에 지켜본 사냥에 대해 토론하기 위해서다.
"끄르르(너희들 오늘 사냥이 왜 실패했는지 아냐?)"
"끄릉(단번에 죽이지 못해서야.)"
"끄으릉(고모가 힘이 없어 바닥으로 쓰러 뜨린게 너무 늦어서 그래.)"
세놈 다 돌대가리다. 하긴 사자들이 무슨 생각이 있겠는가. 부모들의 행동을 배우고 본능에 따라 사냥을 하는 놈들이다. 쉽지 않는 일이지만 앞날을 위해서라도 이들의 의식을 바꾸어 줄 필요가 있었다.
"꾸르릉(모두 잘 들어.)"
실패한 원인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말해 주었다. 물소 놈들이 구원하러 오지 못하게끔 멀리 쫒아 버렸어야 한다는 것과 물소의 뒷다리가 아니라 배를 갈라 버렸어야 한다는 것도 말해 주자 녀석들이 모두 놀라며 감탄했다.
"끄으르응(우리들끼리 사냥할땐 몸이 큰 '나무' 네가 먹이를 쓰러 뜨리면 '바람' 네가 다른 놈들을 멀리 쫒아내 버려. '풀' 넌 놈이 날뛰지 못하게 뒤에서 엉덩이를 누르고 있으면 내가 배를 갈라 버릴께.)"
역활 분담을 말해 주었다. 잘 될지는 모르지만 몇번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고쳐야 할점은 고쳐 나가는 식으로 사냥을 하면 될것같았다.
"끄릉. 킁!(역시 '킹'은 똑똑해.)"
드디어 깜깜한 밤이 되자 모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한가하게 하품을 하며 늘어져 있었다. 고양이과 동물은 눈의 반사판 덕으로 희미한 빛을 반사해 어둠에서도 물체를 분간할수 있다. 어둠속에서 불빛을 비추면 눈이 반짝거리는건 모두 눈 안쪽에 있는 반사판 때문이다.
초식 동물들의 냄새를 찾아 천천히 이동한 무리는 물소떼를 발견했다. 낮에 실패한 물소떼와는 다른 무리였다. 대략 100마리정도였다. 낮과는 달리 밤 사냥은 물소들을 흩뜨릴 매복도 없이 뒤쪽에서 그대로 달려드는 식이다.
특별히 목표를 정하지도 않는다. 밤눈이 어두운 물소들은 갑자기 기습을 당하면 우왕좌왕한다. 어디로 도주를 해야 하는지 몰라 사방으로 흩어지는 놈들중에 한마리만 동떨어져 버린 놈을 쫒아가 모두가 달려 드는 식이다. 살금살금 물소떼로 접근한 날카로운 이빨 고모가 뛰쳐 나가자 물소떼들이 어쩔줄을 몰라하며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럴때에 몸집이 작은 새끼 물소 한마리가 무리에서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달아나자 일제히 새끼 물소를 따라가 덥쳤다.
"뭐워~!!"
자기 엄마를 부르는지 새끼 물소가 비명을 토해냈다. 이미 고모들이 그 새끼를 물어 바닥으로 쓰러 뜨려 코를 막고 있었다. 그때였다.
"뿌워워워~~!!"
엄청난 괴성과 함께 시커먼 거대한 물체가 돌진해 왔다. 다급해진 고모들은 급히 새끼 물소를 내팽겨친채 도주하기 시작했다. 코끼리였다. 일반적으로 코끼리는 온순하다고 생각하지만 정반대다. 굉장히 난폭한 놈들이다. 특히 육식 동물을 보면 흥분해 큰머리를 흔들며 공격하는 시늉을 한다. 실제로 공격하지는 않고 위협만 하지만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 자신들의 무리중 새끼가 공격당하면 반격하지만 그외에는 위협만 하는 수준이다. 그런 위협만으로도 거대한 산이 다가오는듯한 느낌에 식겁할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저 코끼리가 이 근처에 있는한 이곳에서의 사냥은 물 건너 간것이다.
아쉬움을 뒤로 하며 다른곳으로 이동할수 밖에 없었다. 그럴때에 희미한 피냄새가 풍겨져 왔다. 다른 육식 동물들이 사냥에 성공한것 같았다. 주로 밤에 사냥을 하는 육식 동물은 표범이다. 표범은 사냥한 먹잇감을 나무위로 끌어 올려 놓고 편하게 식사를 한다. 하이에나나 사자에게 빼았기지 않도록 하는 그들만의 방식이다.
피냄새를 맡자 식구들이 흥분하고 있었다. 피냄새를 따라 이동했다. 이미 늦은 상태이겠지만 콩고물이라도 떨어져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피냄새는 임팔라였다. 동물들에 따라 모두 피냄새가 다르다. 질질 끌려 간 상태로 나무위쪽으로 흔적이 남아 있었다. 나무위에는 표범 한마리가 아래쪽을 보며 자세를 낮추며 경계를 하고 있었다. 표범 아래쪽엔 임팔라가 나뭇 가지에 걸려 있었다.
임팔라를 보고 있는 식구들이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하지만 몸이 무거운 사자들은 나무위로 올라 갈수 없다. 낮은 나무위로는 올라 갈수 있지만 높은곳으로는 무리다. 그림의 떡이었다. 아쉬움을 뒤로 한채 다른 사냥감을 물색할수 밖에 없었다. 그날밤은 제대로 사냥할수가 없었다.
얼룩말 무리를 발견했지만 나무위에서 히히(Hihi)라는 원숭이 놈들이 '끼끼'거리며 경계음을 연신 토해내자 얼룩말들은 멀리 달아나 버렸다. 히히가 있는 곳에서의 사냥은 무리다. 계속 사냥에 실패하자 식구들끼리도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자잘한 일에도 버럭 화를 내며 으르릉거리고 있었다. 조카들이 재롱을 부릴려고 다가 와도 무시한채 짜증만 내었다. 이미 어린 조카들이 4마리나 합류한 상태다. 그중 한마리는 숫놈이었다. 저 숫놈 조카는 앞으로 고생문이 훤하게 열린 상태다. 나중에 저놈 혼자 쫒겨나 방랑 생활을 하게 될것이다. 혼자서는 사냥은 물론 살아 남기도 어려울 것이다.
- 작가의말
이번 화부터 행간 간격을 띄우지 않았습니다.
어떤식으로 올리는게 읽기 좋은지는 모르지만 당분간 이런식으로 올릴려고합니다.
그리고 하루에 3편씩 올려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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