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화. 추산, 변해 버린 지구에 놀라다(2)
132화.
이곳이 오스트레일리아인것을 확인한것 만으로도 큰수확이었다. 전세계적으로 전파가 차단된 상태라면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지구가 어떻게 된것인지 알수 없을 것이다. 또한 다른 나라에도 사이버 모스키토 놈들과 무당 벌레 모습인 사이버 레이디 버그가 등장하는지 알수 없다.
사이버 레이디 버그는 추산이 지은 이름이다. 100여년이 지나 중국의 가족들은 모두 죽었겠지만 자식들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 전파가 차단되어 비행기나 선박도 모두 쓸모가 없게 되었을것이다. 중국까지 하늘을 날아 이동해야 한다. 워프 마법으로는 지형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수가 없어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여러가지를 알려 줘서 고맙다. 그럼 난 가 보겠다."
"어딜 갈려는 건가?"
"중국으로 갈려고 한다."
"모든 이동 수단은 사용할수도 없음에도 어떻게 이동할려고?"
"......"
날아서 간다고 말해 줘도 믿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여러가지 질문에만 시달릴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이곳으로 들어온 입구 앞으로 공간 이동했다. 추산이 갑자기 사라지자 깜짝 놀란 알버트는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어디에서도 찾아 볼수가 없었다. 입구쪽에 모습을 드러낸 추산은 어느 방향이 중국이 있는 곳인지 몰랐다.
오스트레일리아라면 북쪽으로 이동하면 막연히 중국이 나온다고 생각했다. 이곳이 동부 지역이라면 일직선으로 북상하면 일본이 나오며 더욱 동쪽에 치우져 있다면 태평양을 지나 알래스카쪽으로 이동하게 될것이다. 북서쪽으로 이동해야 중국이든 중동이든 아시아 대륙으로 이동할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되도록 마나 소모를 적게하기 위해 아공간에서 인비저빌리티 마법진이 새겨진 아티팩트 목걸이를 꺼내 걸어 활성화시키고 마나 포션을 한명 들이켰다. 계속 어두컴컴하기만 했던 하늘이 어느새 밝아져 있었다. 태양이 어느쪽에 있는지 확인하고 북서쪽 방향으로 사이킥 텔레포트를 시전했다.
중국에 알고 있는 좌표대로 워프 마법으로 이동해도 되지만 백년이나 지난 상태로 어떤 높는 건물이 들어서 있을지는 모른다. 지금은 함부로 워프 마법을 사용할수 없는 상황이다. 오스트레일리아를 벗어나자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공중에서 몇번이나 사이킥 텔레포트를 시도하며 이동하고 있을때 간간히 사이버 레이디 버그놈이 하늘을 날아 다니고 있었다. 오스트레일리아에만 놈이 있는게 아닌것 같았다.
"후우, 힘들군."
계속 공간 이동을 시도하자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정신력 소모가 심해서였다. 잠시 사이킥을 발휘하는걸 중단하고 플라이 마법으로 날아 갔다. 아래쪽에 섬들이 보였다. 많은 섬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방향은 잘 잡은것 같았다.
저 섬들은 인도네시아의 섬들 같았기 때문이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북상하면 인도네시아가 나온다. 가장 작은 섬 상공에 둥둥 든채 사이킥 서치로 인간이나 동물들이 있는지 찾아 보았지만 찾을수가 없었다. 아래쪽으로 내려가 적당한 자리를 차지하고 마나 연공을 하며 쉬었다.
"후우, 이제야 좀 살것 같네."
간단하게 식사까지 마치자 정신력이 많이 회복되었다. 오늘은 이곳에서 쉬고 다음날 다시 이동하기로했다. 노에스에게 땅을 파 달라고 부탁하고 땅속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다음날도 아침 일찍부터 이동을 시작했다. 여러 섬들을 지나 큰섬도 지났다.
계속 북상하자 이번에도 수많은 작은 섬들이 눈에 들어왔다. 필리핀이라고 예상되는 섬들이었다. 이대로 일직선으로 북상하면 한국이나 북한이 나올것이다. 북서쪽으로 방향을 꺾어 이동했다. 대만 상공에 도착한것 같았다.
대만의 모양은 잘 알고 있어 바로 알아 볼수 있었다. 이제 중국은 근처다. 타이완에서도 한참이나 올라가야 상하이가 나온다. 상하이로 짐작되는 곳에 드디어 도착했다. 그런데 이곳이 상하이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처참한 광경이었다.
황포강과 절반이 사라진 동방 명주탑이 아니었다면 몰라 보았을 정도였다. 누님이 살고 있던 곳으로 이동했지만 아파트는 화재가 발생했던것인지 시커멓게 그을린채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이런 곳에 누님 가족이 있을것 같진 않았다.
화를 당하지 않았다면 다른 곳으로 피신을 갔을 것이다. 동생인 추현이라면 아마 인적이 드문 곳으로 이동해 숨어 생활했을것이라고 예상해 합비로 향했다. 합비 근처의 황산에서 남궁세가 청년들을 가르킬때 절벽 아래의 용혈을 가주와 소가주에게 알려 준적이 있었다.
그 동굴이라면 절벽 아래의 교묘한 장소에 위치해 있어 사람들이 찾기도 어려울뿐더러 아래쪽에 작은 강물도 흘러 물 걱정도 없었다. 상하이에도 많은 사람들이 지하에 살고 있었으며 지상에는 좀비라는 놈들도 많이 감지되었다.
간간히 사이버 모스키토가 무리지어 돌아 다녔지만 추산을 발견할수 없는지 접근하진 않았다. 상하이에서 합비까지는 그렇게 멀지 않았다. 서쪽으로 조금만 이동하면 합비다. 남궁세가 일원들이 있던 황산의 절벽위는 백년이나 지났음에도 많은 변화는 없었다.
소나무들의 굵기가 커지고 집들이 무너져 내린것뿐이었다. 절벽 아래쪽으로 내려가 용혈이 있는 곳을 찾아 갔다. 입구앞에서 동굴안을 서치해 보았지만 아쉽게도 텅 비어 있었다. 안으로 들어 가자 삶의 흔적이 곳곳에 남겨져 있었으며 벽은 붉게 물들어 있는곳도 있었지만 바닥은 뿌연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게 이미 몇십년이나 비어 있는 동굴같았다.
'음, 용혈은 그대로군.'
용혈에 모여 있는 마나를 흡수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소모한 마나도 보충할겸 한동안 마나 연공에 매달렸다. 이곳에 없다면 이젠 고향인 서위촌으로 가 볼수 밖에 없다. 서위촌은 인적이 드물고 흙으로 된 절벽을 파 들어가 집을 만든 관계로 안쪽을 더 파고 들어가 입구를 막으면 안전할것이다.
용혈에서 3일을 보내고 산서성 여량시의 집으로 먼저 이동했다. 전에 살던 집은 이미 반쯤 무너진 상태였다. 뒷산으로 올라가 보았지만 무성한 나무들과 수련장 바닥이 나무와 풀로 뒤덮혀 있었다. 서위촌으로는 워프 마법으로 이동했다.
황량한 황토 고원안에 있는 서위촌 주변은 큰 나무는 전혀 없는 곳이다. 백년이나 흘렀음에도 서위촌은 전혀 변함이 없었다. 계단식 밭과 토굴은 예전 그대로였다. 사이킥 서치로 사람들이 이곳에 있는지 조사해 보았다.
'음, 저곳이군.'
딱 한명이 감지되었다. 굳게 닫힌 문을 열고 들어 갔다. 토굴 벽에 달려 있는 문을 열려고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아 부수어 버렸다. 깜깜한 안쪽에서 인기척이 감지되었다.
"라이트!"
50미터쯤 이어진 통로는 왼쪽으로 꺾여져 있었다. 그 통로를 20미터쯤 전진하자 이번엔 오른쪽으로 꺾여 있었다. 꺾여진 곳엔 문이 달려 있었다. 문 안쪽에 인기척이 감지되어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꽝꽝.
"누구 있습니까?"
안쪽에서 빗장이 걸려 있는 나무문이다. 분명히 안쪽에 있음에도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 실라이온, 문을 열어.
차마 부술순 없었다. 문이 열리자 안쪽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깜깜한 방안에 달랑 침대 한개만 놓여 있는 방으로 노인 한명이 누워 있었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가죽만 남은 노인은 자는 듯이 눈을 감고 있었지만 아직 죽진 않은 상태다.
"리커버리!"
치료 마법을 펼쳐 주자 천천히 눈을 뜨고는 추산을 바라 보는 노인이 입술을 달싹거렸다. 너무 작은 소리에 무슨 소리인지 몰라 음성 증폭 마법을 시전해 주었다.
"....누군...가?"
"예전에 이곳 서위촌에 살던 청가집 아들입니다. 할아버지 함자가 소위였습니다."
"그...래? 누...군지는...모르겠....군."
백년전의 인물을 알리가 없었다. 더구나 이곳에서 이사를 간 탓으로 더욱 모를것이다.
"혹시 이곳으로 청가집 자식들이 찾아 오진 않았습니까?"
"몇..몇이...왔었지...만...위쪽으...로...갔네."
역시 예상대로 누가 찾왔다. 위쪽이라면 항하 상류쪽으로 이동했다는 뜻이다. 서위촌에서 황하를 따라 북상하면 황하 원류에 가까운 티벳 사원이 나온다. 사원 뒤쪽엔 병풍처럼 둘러져 있는 까마득한 절벽이 자리하고 있다.
그 절벽에는 승려들이 수련을 위해 뚫어 놓은 동굴이 많다.동굴 입구 앞쪽엔 돌담이 높게 쌓여져 있어 외부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동굴도 꽤 많은 곳이다.
"나...알...죽여....주게...부탁하...네."
노인의 기력은 거의 없었다. 이대로 놔두어도 며칠 살지도 못한다. 치료를 해봐야 소용도 없을 정도로 기력이 쇠한 상태다. 노인의 부탁대로 고통없이 심장을 멈추게 했다. 노인이 잠든 동굴을 무너 뜨리고 황하를 따라 북상했다.
지구가 엄청나게 변했지만 누런 황하 강물은 여전히 굽이쳐 흐르고 있었다. 점점 초원 지대가 나타났다. 초원 지대 사이로 팔각성(八角城)이 보였다. 흙돌벽으로 지어진 십자 모양의 팔각성은 군데군데 무너져 내렸지만 온전하게 남아 있는 곳도 많았다.
오래된 성벽은 무려 2000년전에 지어진 성벽이 아직도 남아 있는 곳이다. 팔각성안에는 티벳족과 한족 50여 가구가 살고 있는 곳이었지만 사이킥 서치로 살펴봐도 사람은 한명도 감지되지 않았다. 멀리 병풍처럼 높게 펼쳐져 있는 절벽산이 한눈에 들어 왔다.
절벽 바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티벳사원이 존재한다. 예전엔 100여명의 승려들이 수행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한명도 없었다. 사원도 곳곳이 무너져 내려 흉물스러웠다. 예전에는 없었던 바위들이 절벽 아래쪽에 군데군데 깔려 있었다.
그런 바위 틈새로 감자가 자라고 있었다. 누가 심지 않았다면 절대로 이런식으로 감자가 자랄수 없는 곳이다. 암벽에 뚫려 있는 동굴이 곳곳에 자리 하고 있는 절벽으로 접근해 사이킥 서치를 시전했다. 세곳에서 제법 많은 인간들이 감지되었다. 가장 가까운 동굴로 접근했다. 동굴 입구는 돌담으로 막아 놓은 상태로 돌담위엔 풀들이 돋아 있어 가까이 다가 오지 않으면 동굴이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절묘했다.
"계십니까?"
투명 마법을 해제하고 큰소리로 불렀다. 여전히 로브를 입고 있는 추산이었다. 동굴안에서는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입구쪽으로 한사람이 걸어 오고 있었다.
"누구요?"
"청추산이라고 합니다. 신관향의 서위촌에서 찾아 온겁니다."
"서위촌? 중앙쪽의 동굴로 가 보시오."
남자의 말에 단서를 잡았다. 중앙 동굴에 서위촌 출신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두근두근
오랜만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누님이나 동생 자식들이 이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없다고 해도 서위촌 출신이라면 고향 친척이나 친구들 자식들이다.
"계십니까? 서위촌에서 온 청추산이라고 합니다."
"청추산? 그런 자는 서위촌에 없는데 누구요?"
"백년전 여량시로 이사를 간 청가댁 아들입니다."
"청가댁? 잠시만 기다리슈."
안쪽으로 들어간 자는 누구를 불러 왔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오며 돌로 쌓아 놓은 틈새로 추산을 바라 보며 질문했다.
"청가 친척들중엔 청추산이란 이름은 없는데 당신은 누구요?"
"벌써 백여년이나 지나 아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청추현이나 청가련, 장극이라는 이름을 들어 본적이 있습니까?"
"청추현은 들어 본적이 있네. 잠시만 기다리게."
동굴을 막고 있던 돌이 치워졌다. 얼굴이 완전히 드러나자 중년인은 어디서 본듯한 얼굴이었다.
"왕천양이요."
"혹시 왕당이라고 알아?"
혹시나 해서 물어 보았다. 왕당은 서위촌의 친구로 새우 양식장을 차려 주었었다. 그 왕당과 왕천양의 얼굴이 많이 닮아 물어 본것이다.
"응? 할아버님이신데."
"그럼 당신 할아버지가 새우 양식장을 하지 않았어?"
"했는데...그건 어떻게 알고 있는거요?"
"하하하하."
역시였다. 이곳에서 왕당 손자를 만나게 될줄은 몰랐다. 일단 아는 사람을 한명 만났다.
"네 할아버지에게 청추산이란 친구가 새우 양식장을 차려 주었다는 말은 들어 봤나?"
"그, 그런 말을 들어 봤네. 그 친구는 비행기 사고로 죽었다는 말도 들었었네."
"내가 그 청추산이다."
"뭐라고? 그게 정말입니까? 어떻게 백년전 사람이 버젓이 나타날수 있단 말입니까?"
믿기지 않아 하는게 당연하다. 하지만 증거를 보여 주면 믿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이다.
"일단 들어가도 되겠나?"
"들어 오십시요."
돌담을 타고 넘어가자 왕천양이 다시 돌을 쌓아 올렸다.
끼리릭끼리릭.
주머니에서 손전등같은걸 꺼낸 왕천양은 작은 손잡이를 돌리며 충전시켜 전등을 켜고는 문을 닫고 빗장을 걸고 앞장섰다. 동굴 입구쪽 통로는 좁았지만 안으로 들어 갈수록 넓어지고 있었다.
"이곳에는 모두 몇명이 있는건가?"
"9명으로 저쪽 왼쪽 동굴엔 15명, 오른쪽 동굴엔 티벳승 23명이 살고 있습죠."
"모두 서위촌 출신인가?"
"아닙니다. 서위촌 출신은 3명이고 다른 6명은 황기촌과 묘랑촌 출신입니다."
서위촌 위쪽 지역에 있던 작은 마을이 황기촌과 묘랑촌이다. 이곳으로 이동하면서 서로 만나 동행하게 되었다고 했다. 안쪽은 오른쪽으로 꺾여 있었다. 꺾여진 곳엔 촛불이 켜져 있었으며 7명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앉아 있었고 한명은 한쪽 벽면 아래에 누워 있었다. 남자가 6명, 여자가 3명으로 남자 아이 한명과 젊은 청년 3명, 그리고 나머지는 중년인들이었다.
"충기, 자네와 아는 사람이 찾아왔네."
안으로 들어온 추산을 신기한 동물보듯 모두가 바라 보고 있었다.
"으으...누....구요?"
- 작가의말
즐거운 저녁 시간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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