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화. 추산, 조카를 만나다(2)
134화.
죽인다는 말에 일제히 조용해진 놈들에게 다시 심문을 하라고 했다. 충기는 첫살인에 충격을 받았는지 롱소드를 쥐고 있는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래도 심문은 멈추지 않았다.
"이곳으로 온 이유가 뭐냐?"
"티, 티벳산속으로 숨어 들기 위해 온겁니다. 제발 살려 주십시요."
놈은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이곳 절벽을 지나면 초원 지대로 초원 지대를 벗어나면 황토 절벽이 나온다. 산속으로 들어 갈려면 황하를 건너 반대 방향으로 가야 한다.
"거짓말이군."
"아, 아닙니다. 정말입니다."
애원하는 놈이었다. 충기는 추산을 바라 보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판단을 내려 달라고 했다. 살려 둘 가치가 없는 놈이다.
"모두 죽여!"
"제, 제발 살려 주십시요."
"살려 주십시요."
충기는 머뭇거리고 있었다. 한사람은 겨우 죽였지만 9명을 더 죽여야 한다.
"빨리 죽여! 놈들을 살려주면 본거지로 돌아가 다른 사람들을 끌고 올꺼다. 내가 이곳에 없었다면 놈들이 어떻게 했을것 같냐? 마을 사람들 모두를 죽이고 모든것을 빼았아 갔을것이다."
꽈악.
추산의 호통에 충기를 결심을 했는지 롱소드를 힘껏 쥐고 한발을 내딛으며 눈물콧물을 흘리며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놈의 목에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살짝 돌린후 롱소드를 박아 넣었다.
"눈을 떠고 죽일놈을 똑바로 쳐다 보며 죽여. 때로는 잔인해져야 할때가 있다. 망설이지 마라. 망설임이 네 목숨을 앗아 갈수도 있다."
마음이 여린것 같은 충기는 조금 시간은 걸렸는지만 놈들 목에 롱소드를 박아 모두 죽였다. 심적 충격이 심한지 다리를 덜덜 떨고 있었다. 동굴 바닥에 늘려져 있는 놈들은 파이어 볼로 흔적도 없이 태워 버렸다. 거주하는 동굴로 충기를 데리고 내려와 허락이 떨어 질때까지 내공 연마는 하지 말라고 했다.
첫살인에 대한 충격으로 자칫하면 주화입마에 걸릴수도 있었다. 충기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추산이 조언은 해줄순 있지만 심적으로 안정 될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다.
다행히 2주일후 충기는 겨우 안정을 되찾아 내공 심법을 운용할수 있게 되었다. 충기와 같이 생활하며 블랙 게이트를 타고 이동하면 어떤 곳으로 이동하며 그곳엔 어떤 자들이 살고 있는지 말해 주었다. 마치 소설같은 이야기에 충기는 푹 빠져 들었다.
***
탕! 타다타탕!!
이곳에서 생활한지 벌써 6개월이나 지난 어느날 밤 십자 성벽으로 둘러 쌓인 팔각성(八角城)쪽에서 고요한 새벽의 정적을 깨뜨리는 총소리가 들려왔다. 팔각성은 이곳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충기도 놀라 깨어난 상태였다.
"이곳에서 기다리거라."
즉시 절벽위 정상으로 올라갔다. 정상에서는 팔각성이 한눈에 들어 오지만 어두운 밤인 탓으로 목시(目視)로는 알아 볼수가 없었다.
"인비저빌리티! 플라이!"
팔각성쪽으로 날아갔다. 팔각성 상공에서 전체를 서치하며 몇명이나 이곳으로 온것인지 조사했다.
탕탕탕탕!
자동차뒤에 숨은 중년인과 청년, 그리고 소녀 한명이 문이 없는 성문쪽 통로를 향해 총을 쏘고 있었다. 성문밖에도 자동차가 세워져 있었으며 성문 양쪽 벽에 각각 한명씩 숨어 응사하고 있었다.
'응?'
그럴때 중년인들이 있는 뒤쪽에서 접근하는 두명이 감지되었다. 이곳에는 총 7명이 들어온것이다. 더이상 총소리가 울려 퍼지면 사이버 모스키토나 레이디 버그가 날아 올지도 모른다.
뒤에서 접근하는 두명을 홀드로 묶어 버리고 머리를 터뜨려 죽이고 성문 옆에 붙어 있는 두명은 구속만 하고 일단 살려 주었다. 자동차 뒤에 숨어 있는 세명도 움직이지 못하도록 구속한후 자동차 뒤에 있는 중년인 일행뒤로 내려 섰다.
"너희들은 누구냐?"
추산은 화가 난 상태였다. 이들 불청객으로 인해 조용한 일상이 깨져 버린것이다.
"이익! 누, 누구냐?"
어떻게든 움직일려고 발버둥을 치는 중년인이지만 손가락 한개도 움직일수 없는 상황에 아무리 발악해 봐도 홀드를 풀어주지 않는한 굳어 있을수 밖에 없다.
"무슨 일로 이곳에서 싸우고 있는거냐?"
"이, 이곳 사람입니까?"
"그렇다."
"피해야 합니다. 놈들은 닥치는 대로 죽이고 빼았아 갑니다."
서두가 없는 중년인의 말이었지만 대충 이해가 되었다. 이들과 총격전을 벌이는 놈들이 약탈꾼들로 추정되었다.
"너희들은 어디서 온거냐?"
"여, 여량시에서 왔습니다."
"여량시엔 사람들이 많으냐?"
"예전엔 많았지만 블랙 놈들의 습격으로 지금은 여러곳으로 흩어진 상태입니다."
여량시에 들렀을때 자세히 살펴 보지 않아 사람들이 생존하고 있는지는 몰랐다. 팔각성까지 온것으로 볼때 며칠에 걸쳐 도주를 한것이다. 먼거리를 이동하면서 잘도 사이버 모스키토 놈들에게 발각되지 않은 운이 좋은 일행이다.
"성문 양쪽에 있는 놈들이 블랙이란 놈들이냐?"
"그, 그렇습니다."
"블랙 놈들에 대해 말해봐."
어디에서 이동해 왔는지는 모르지만 어느날 여량시로 들어온 군복을 입은 자들은 모두 총을 들고 있었다. 군인들로 예상되지만 그들은 스스로를 블랙이라고 말하며 숨어 사는 사람들을 찾아내 모든것을 빼았고 남자들은 모두 죽였다.
정부가 와해되고 군대도 사라진 지금에도 군인처럼 행동하는 놈들에게 대항하기는 했지만 총이 부족한 상태다. 상하이에 원폭이 떨어지고 사이버 병기가 갑자기 등장한후 중국이 파괴되자 총은 귀한 물건이 되어 버렸다.
총에서 점점 레이저 무기로 발전되어 가는 도중에 사이버 병기가 등장해 초정밀 무기인 레이저 무기는 사이버 병기와의 전쟁에서 사용되었다. 제반 시설이 모두 무너진 이상 충전을 할수가 없어 그림의 떡 신세로 전락해 버렸다. 재래식 무기는 군인들이 들고 나온것들이다.
그들이 사이버 병기나 좀비에게 죽으면 총은 방치된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지만 군인은 총을 남긴다. 총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생존 경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비록 총알을 조달 할수가 없어 아껴야 하는 물건이지만 빈총이라도 들고 있으면 누구도 함부로 달려 들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 의지하며 숨어 사는 곳으로 블랙 놈들이 습격해 왔다. 놈들과의 현저한 화력 차이에 생존자들은 삶의 욕구가 으스러져 갈때 총소리를 들은 좀비들이 등장했다. 블랙 놈들도 몰려 드는 좀비를 피해 달아 날수 밖에 없었으며 생존자들도 뿔뿔히 흩어졌다.
더이상 여량시에서 살수 없다고 판단한 중년인은 아들과 딸을 데리고 산속으로 들어 가기 위해 평소에 정비해 둔 전기 자동차를 타고 여량시를 떠났다. 하지만 놈들에게 발각되어 추격을 당하며 이곳으로 온것이다.
"전기 자동차는 어떻게 충전한거냐?"
"태양광 패널로 충전한 것입니다."
전기 자동차인탓으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누가 이곳으로 오는지도 알수 없었다. 알람 마법 범위도 이 팔각성까지는 미치지 못한다. 티벳 사원으로 들어 오면 알수가 있지만 이곳은 조금 먼곳이다.
"저희들을 어떻게 한것인지는 모르지만 풀어 주실순 없는지요? 언제 놈들이 습격해 올지 모릅니다."
"지금 이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나? 너희들에게 추궁을 할 정도라면 블랙이라는 놈들도 이미 움직이지 못하게끔 조치를 취해 놓았다. 그런데 놈들이 여량시에서 이곳까지 끈질기게 추격한 이유가 뭐냐?"
"후우, 제 딸인 미우때문입니다. 생존자들중에 여자는 굉장히 적습니다."
죽일 놈들이었다. 여자에 환장할만도 했지만 이런 세상에서 여자들의 생존은 힘들것이다. 중년인 가족의 무기를 모두 회수하고 구속을 풀어 주었다. 몸을 움직이게된 이들은 추산을 찾을려고 두리번거렸지만 어디에서도 찾을수가 없을 것이다. 아직도 투명 마법을 해제하지 않은 상태다.
"느, 능력자십니까?"
"그렇다."
"어디에 계시는 겁니까?"
"......"
중년인의 질문에는 답해 주지 않고 투명 마법을 해제했다. 눈앞에 스르륵 모습을 드러내자 중년인 가족은 모두 깜짝 놀란 표정들이었다.
저벅저벅.
성문쪽에 구속해 놓은 블랙 놈들에게로 걸어갔다. 추산이 걸어가자 중년인 일행은 잠시 망설인후 뒤에서 따라 오고 있었다. 성문 양쪽 벽에는 총구를 안쪽으로 내민채 굳어 있는 두명은 불안감에 떨고 있었다.
자신의 몸이 왜 갑자기 움직이지 않는지도 모른채였다. 그럴때 앞쪽에서 누군가 걸어 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총을 쏠려고 해도 손가락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바로 앞까지 접근한 자는 이상한 복장이었다.
"너희들이 블랙이냐?"
"누, 누구냐? 우리들을 어떻게 한거냐?"
퍽!
반문하는 놈의 이마에 사이킥 미사일을 박아 넣었다. 순식간에 죽은 놈은 홀드 마법에 묶인채 굳어 있었다. 다른 놈에게 걸어가 똑같은 질문을 했다.
"그, 그렇습니다."
"너희들은 모두 몇명이냐?"
"30명정도입니다."
묻는 말에 모두 털어놓은 놈의 이마에도 사이킥 미사일을 박아 넣어 죽여 주었다. 블랙놈들은 군인이 아니라 생존자들이 뭉친 집단이다. 방치된 군부대를 털어 무기를 입수하고 식량을 조달하기 위해 이동하면서 약탈을 일삼는 생활을 하고 있는 중에 도주하는 자동차안에 있는 여자를 보고 추격해 온것이다.
털썩.
"아앗!"
두놈의 홀드를 해제하자 앞쪽으로 쓰러지는 두놈에게 놀란듯 뒤쪽에서 지켜보던 중년인 가족이 짧은 비명을 토해냈다.
"놈들의 무기를 회수해라."
중년인 가족들도 이미 두놈이 죽었다는걸 알고 있었다. 젊은 놈이 놈들의 품속까지 뒤지며 무기를 회수했다.
"이제 너희들은 어쩔거냐?"
"후우, 살곳을 찾아 봐야죠. 이곳은 모두 빈집입니까?"
"그렇다."
"이곳에서 살아도 되겠습니까?"
자신이 능력자라고 안 중년인이 이곳에 터를 잡으면 무슨 일이 발생하면 자신이 달려 올것이라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알아서 해라. 대신 자동차 두대는 하늘에서 보이지 않게끔 숨겨 놓아야 한다."
"감사합니다. 능력자님도 이곳에 사는 겁니까?"
"알 필요없다. 그럼 난 간다."
텔레포트 마법으로 절벽 동굴로 돌아 오자 충기가 어떻게 된것인지 궁금한 표정이었다.
"그럼 그들은 팔각성안에서 사는 겁니까?"
"그렇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들이 팔각성에 있다는 것을 알려 주거라."
내일 밤 여량시로 가 볼 생각이다. 오늘은 이미 늦었다. 얼마후면 해가 떠 오를것이다.
***
여량시의 건물들은 곳곳이 불에 타거나 무너져 흉물스러운 모습이었다. 해가 진 상태로 좀비들이 도로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블랙이라는 놈들을 찾기위해 실라이온에게 부탁했다. 시간은 조금 걸렸지만 찾았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블랙 패거리인지 생존자들인지 모르지만 찾았다는 장소로 이동했다.
백화점 건물로 보이는 큰건물 지하에 모여 있는 놈들을 만나러 입구를 찾아 내려갔다. 입구는 문으로 굳게 잠겨 있었지만 블링크 마법으로 쉽게 통과했다. 입구 양옆에는 언제든지 입구를 막을수 있게끔 물건을 진열하는 진열대들이 쌓여 있었다. 넓은 지하 중앙에 촛불 수십개를 켜 놓은채 빙 둘러 앉아 뭔가를 먹고 마시고 있었다. 그들 옆에는 총이 놓여져 있었으며 모두 남자들이었다.
착착착착!
'응?'
촛불 빛이 거의 미치지 않는 구석에 무언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으로 이동한 추산의 눈에 엉덩이를 까 내린 놈이 방아질을 하는 장면이 들어왔다. 누워 있는 여자의 눈은 초점이 없었으며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빨리 끝내기만을 기다리고 있는것 같았다. 한동안 방아질을 하던 남자가 내려 오며 투덜거렸다.
"젠장, 기분 잡치네. 완전 통나무잖아."
"큭큭큭, 야, 임마! 그래도 없는것 보단 나아."
"다 끝났냐? 이제 내 차례야."
중앙에 있던 남자가 일어나 여자쪽으로 걸어 오자 바지춤을 끌어 올린 남자는 아직도 투덜거리며 중앙으로 걸어 갔다. 여자는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없이 멍하니 천장만 보고 있었다.
"이게 얼마만이냐."
여자에게로 접근한 놈은 급히 바지를 끌어 내렸다. 놈의 사각 팬티는 텐트를 치고 있었다.
퍽!
털썩.
놈은 비명조차 지를수도 없이 그대로 허물어져 내렸다. 놈의 머리통이 박살났기 때문이다.
"뭐야? 응? 이건 피?"
후다닥.
중앙에 있는 놈들쪽으로 피가 튄것인지 놈들이 벌떡 일어나며 제각기 무기를 잡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이놈들이 블랙 패거리든 아니든 살려둘 이유가 없었다.
"그레이트 홀드!!"
"우, 움직이지 않아. 뭐야?"
"이익! 어떻게 된거냐?"
"너도 움직이지 않냐?"
당황하는 놈들은 떠들썩했다. 놈들을 그대로 죽일까 생각했지만 놈들이 들고 있는 무기가 아까워 모두 회수를 하자 이제야 누군가에게 당한것이라고 알아 차린 놈들이 당황하는 놈과 욕설을 퍼 부어며 풀어라고 고함치는 놈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파어어 월!"
"헉!"
"으아아악!! 사, 살려줘!!!"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놈들은 비명을 지르며 이제야 제대로 상황 파악이 된것인지 살려 달라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게중에는 아직도 죽인다니 어쩐다니하며 고래고래 소리치는 놈도 포함되어 있었다.
"네놈들이 블랙 놈들이냐?"
"그, 그렇다. 어디냐? 네놈은 누구냐?"
"모두 죽어라."
"아, 않~돼~!!! 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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