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화. 토니, UFC에 참전하다(2)
86화.
퍽!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하먼은 당황했는지 더욱 달려 들었다. 2라운드에 하먼을 쓰러 뜨리기 위해 일부러 힘은 주지도 않고 가볍게 친것 뿐이었다. 토니는 하먼의 공격은 모두 피하며 간간히 주먹을 날릴 뿐이었다.
"우와아아~~!! 최고다."
"토니~! 토니~!!"
거북이처럼 기어 오는 하먼의 주먹을 너무 쉽게 피하자 관중들이 열광하며 토니를 외치고 있었다. 주먹으로는 도저히 맞출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주먹을 내 뻗으며 돌진해 토니의 허리를 잡을려고 얼굴을 숙이는 하먼의 머리위를 펄쩍 뛰어 타고 넘었다. 토니의 도약력은 이미 관중들도 알고 있었다. 축구 선수였을때 엄청난 도약으로 헤딩골을 집어 넣은 적이 몇번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크로벳(acrobat)같은 곡예같은 행동에 광분하고 있었다.
퍽!
하먼의 얼굴에 또다시 가볍게 잽을 박아 주었다. 이미 하먼의 얼굴은 찐빵처럼 퉁퉁 부어 있었다. 하먼은 아직 단한대도 때리지 못한 상황이었다. 하먼의 펀치나 발차기는 모두 손으로 막거나 피해 버리며 순간적으로 접근해 얼굴을 툭 치고는 빠지는 전법에 하먼은 약이 올랐는지 계속 돌진하며 어떻게든 토니를 잡을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지만 무정하게도 1라운드 경기 시간이 종료되었다.
아무것도 해 보지도 못한채 1라운드가 끝나자 씩씩거리며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가는 하먼이었다. 2라운드가 시작되었다. 5분간의 경기중 절반인 2분 30초경에 쓰러 뜨린다고 선언했었다. 2분간은 1라운드와 마찮가지로 하먼의 공격을 피하며 얼굴을 툭툭치는 전법이 계속 되었다.
"우와와아아~~!! 최고다. 토니~ 토니~!!"
관중들은 열광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하먼의 끊임없는 공격을 근거리에서 모조리 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먹을 내뻗으면 바로 얼굴에 닿을 거리에서 고개를 까닦이며 피하는 모습이 믿기지 않는 것이었다. 하먼은 토니를 잡고 쓰러 뜨릴 생각은 전혀 하지도 않았다. 허리나 다리를 잡을려고 얼굴을 숙인 순간 귀신같이 알아챈 토니가 어퍼컷을 날리기 때문이다. 충격은 크진 않았지만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아무리 주먹을 날려도 얄밉게도 모두 피해 버리는 것이다.
"토니~! 시간이다."
드디어 2분 20초가 되었다. 2분 30초까지는 10초의 시간이 있었다. 토니에게는 넘치는 시간이었다.
팟.
계속 방어에만 치중하던 토니가 처음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먼의 품속으로 뛰어든 토니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펀치를 선사해 주었다.
퍼퍼퍼퍼퍽!
가드를 들어 올리고 안면을 방어하고 있는 하먼의 얼굴에 교묘하게 가드를 파고 들어 양볼에 끊임없이 박아 넣었다. 1라운드부터 일부러 눈 주변은 치지 않았다. 혹시나 눈 주변이 부풀어 올라 눈이 보이지 않게 되면 레프리가 시합을 중단시킬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먼의 볼은 퉁퉁 부풀어 올라 마치 다람쥐가 먹이를 입안 가득 집어 넣어 양볼이 통통해진 모습과 똑 같았다. 간간히 주먹을 내뻗으며 반격하는 하먼의 주먹을 피하며 쉴새없이 박아 넣던 주먹을 이제 끝내야겠다고 생각한 토니는 오른 주먹으로 어퍼컷을 올려 쳤다.
꽝.
"컥!"
부웅.
털썩.
하먼의 몸이 공중으로 붕 뜬채 뒤로 날아가 바닥에 큰대자로 늘부러져 기절해 버렸다.
"와아아~~!! 토니, 최고다."
하먼은 겨우 깨어났지만 움직이지도 못한채 들것에 실려 나갔다.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압도적인 경기였습니다."
"먼저 사과부터 드리겠습니다. 2라운드 2분 30초에 KO시킨다고 했는데 2초나 더 빨랐어요."
"겸손하시네요. 시합은 어땠습니까?"
"지루했습니다. 괜히 2라운드에 끝내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시합을 질질 끌은 것이니까요."
솔직하게 말해 주자 아니운서가 놀라는 한편 다시 질문을 했다.
"그럼 언제든지 끝낼수 있었다는 겁니까?"
"당연하죠. 1초에 끝내 버리면 팬들이 실망할것 같아서 시간을 끈것입니다."
"다음 시합은 언제쯤 생각하고 계신지요?"
"다음 시합이라니요? 더이상 시합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번에는 막말을 하는 하먼을 징치하기 위해 올라 온것이니까요."
UFC와는 이번 시합만 계약을 맺었었다. 더이상 UFC쪽에서 시합을 주선해도 할 생각은 없었다.
"역시 넌 언터처블이다. 하는 일마다 너무 놀라는 바람에 이러다간 오래 살지 못할것 같다."
안드레의 너스레에 피식 웃어 주고는 한국으로 이동할 준비를 했다. 영국으로 입양된후 처음으로 한국땅을 밟았다.
***
인천 공항에 홀로 내려선 토니는 예약한 호텔로 이동해 하루밤을 묵은후 자신이 버려진 전남 나주에 있는 이화 영아원으로 향했다. 공항에서와 마찮가지로 어디로 이동하는 순간에도 특이한 머리카락으로 인해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토니였다. 간간히 사인을 부탁하고 사진을 찍어 달라는 사람들에겐 모두 응해 주었다. 이화 영아원은 택시를 타고 들어 갔다. 이곳에선 몇달밖에 생활하지 않았지만 모든걸 기억하고 있었다.
"어떻게 오셨죠?"
"예. 원장님을 찾아 왔습니다. 전 이곳에서 영국으로 입양되었습니다."
"아!"
중년의 여성이 깜짝 놀라며 원장실로 안내해 주었다. 머리가 희끗한 원장은 토니가 애기였을때 본적이 있는 얼굴이었다.
"토니 브라운이라고 합니다. 이 영아원에서 1999년에 영국으로 입양되어 혹시 절 버린 부모님을 찾을수 있을까 해서 방문한것입니다."
"잠깐만 기다려 봐요."
서류철을 뒤지던 원장은 한권의 서류철을 들고 왔다.
팔락팔락.
몇장의 서류를 넘기던 원장은 한장의 서류에 멈추고는 입을 열었다.
"정영한군이었네요. 영한군의 부모님은 누군지는 몰라요. 오래된 기억이라 잘 기억나지 않지만 서류를 보고 말씀드리면 정영한이라는 이름과 잘 부탁한다는 메모 한장이 있었을뿐이에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굳이 이곳을 찾아올 이유는 없었지만 몇달간 성심성의껏 돌봐준 이곳 영아원에 기부를 하기 위해 온것이다.
"감사합니다. 그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걸 받아 주십시요. 이곳 영아원이 있어서 제가 무사히 성장할수 있었습니다."
봉투 한개를 건네 주자 원장은 이미 뭔지 알고 있는지 고마워했다. 혹시나 무슨 기억 나는게 있으면 전화로 알려 달라고 하고 영아원을 나가 나주 시내에 호텔을 잡았다. 내일은 흥신소나 심부름 센터를 찾아 의뢰할 생각이다.
호텔 프런트에 흥신소나 심부름 센터를 소개해 달라고 했다. 하는 일이 다르다며 어떤 일로 찾는지 물어 오자 사람을 찾는다고 말해 주었다. 그러자 흥신소쪽이 그런 일을 많이 한다며 잠시 기다리라고 한뒤 전화 번호와 약도를 그려 주었다. 365 흥신소라는 곳을 찾아 갔다. 호텔에서 멀지 않은 거리로 걸어서도 충분히 갈수 있었다.
똑똑.
노크를 하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요."
소파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던 중년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고 있었으며 책상앞에 앉아 스마트 폰을 만지고 있는 20대 여자 한명은 들어온 토니를 힐끔거리고 있었다.
"자아, 이쪽에 앉으시지요. 김양, 마실것좀 줘."
소파에 엉덩이를 내려 놓자 즉시 질문이 튀어 나왔다.
"어쩐 일로 오신건지요?"
"사람을 찾아봐 달라고 온것입니다."
"아! 잘 오셨습니다. 저희 흥신소는 신용과 저렴한 요금으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중년인의 말이 끝나자마자 김양이라는 아가씨가 커피 두잔을 내 왔다.
"드시지요."
홀짝.
달달한 커피였다. 너무 단 탓에 한모금만 머금고는 손도 대지 않았다.
"착수금 300에 성공 보스 500! 그리고 교통비와 기타 비용을 청구할것입니다. 다른 곳에는 대부분 착수금 500에 성공 보수 일천을 부를겁니다. 믿기지 않으시면 다른곳을 찾아가 봐서 비교를 해 보십시요."
"아저씨, 지금 사기치는 거죠?"
"사기요?"
사기라는 말에 펄쩍 뛰는 중년인을 바라 보며 조목조목 따지기 시작했다.
"교통비와 기타 비용이 얼마나 들어 갈지도 모르는데 그게 사기 아닙니까?"
"교통비는 기름값을 말하는 거고 기타 비용은 경찰 전산망을 이용하기 위해 찔러 주는 돈입니다. 사람을 찾을려면 일단 경찰 전산망을 가장 먼저 알아 봐야 하는건 당연한 것이죠."
당당하게 말하는 중년인의 말이 미덥지 않았다. 실제로 그렇게 한다고 해도 영수증이 없는한 얼마를 찔러 주었다고 뻥칠수가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영수증같은것도 충분히 위조할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과한 요금을 청구하지 않는한 모두 들어 줄것이다. 말다툼하기도 귀찮고 해서 알았다고 입을 열려고 할때였다.
철컹.
철문이 열리며 젊은 청년 한명이 들어 오고 있었다. 서로 눈이 마주치자 젊은 청년은 눈이 동그래지며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고는 토니에게로 급히 다가왔다.
"어? 호, 혹시 은발의 위저드가 아니십니까?"
"절 아십니까?"
"저, 정말 은발의 위저드, 영국의 영웅인 토니가 맞습니까?"
"맞습니다."
덥석.
갑자기 손을 잡는 청년에게서 급히 손을 잡아 뺐다. 그러자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사과를 했다.
"아! 죄송합니다. 팬입니다."
"상철아, 누구시냐?"
"형님! TV도 않보세요? 이 분은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분으로 영국의 축구 선수인 토니입니다. 작년에 골프의 역사를 갈아 치우고 얼마전에 격투기 최강자인 선수를 한방에 때려 눕힌 분이세요."
상철이라는 청년의 말을 들은 중년인이 믿기지 않는지 토니를 바라 보고 있었다.
"토니님, 사인 한장 해 주시겠습니까?"
"얼마든지요."
급히 스마트 폰 커버를 벗기고 뒷면에 사인을 부탁했다.
"같이 사진을 찍어도 될까요?"
찰칵.
고개를 끄덕이자 찰싹 달라 붙어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찍는 청년이었다.
"근데 토니님, 이곳엔 무슨 일로 오신건지요?"
"사람을 찾아 봐 달라고 온것입니다."
"누구입니까? 제가 책임지고 찾아 드리겠습니다."
"상철이 넌 그만 나가 봐."
급히 중년인이 나서서 말리고 있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상철이라는 청년의 말을 듣고 이해가 되었다.
"형님, 토니님께 의뢰비를 받을려고요? 만약 토니님께 의뢰비를 받았다는 소문이 난다면 토니님 팬들이 우르르 몰려와 저희 흥신소는 풍지박살이 나 버릴겁니다. 이번에는 무조건 서비스로 해결해 드리야 합니다. 훗날을 생각해 보십시요. 토니님이 찾은 365 흥신소라는 소문이 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전세계에서 의뢰가 들어 올겁니다. 토니님은 그 정도로 유명한 분이십니다. 그래도 의뢰비를 받을 생각입니까?"
"크흠, 그럼 네가 알아서 해라."
중년인이 굴복하자 청년은 신이 났는지 누굴 찾느냐고 물었다.
"제가 입양아라는건 아시죠?"
"물론입니다. 한국에서 입양만 가지 않았다면 지금쯤 한국은 월드컵에서 우승했을겁니다. 그럼 혹시..."
"예. 짐작하고 있는대로 절 버린 부모님을 찾고자 합니다. 이름은 고인영, 지금쯤 아마 40대 중년 여성이 되어 있을겁니다. 나주에 있는 이화 영아원에 절 버린것으로 볼때 이 지역에 살고 있었던것 같습니다."
"얼굴이나 사진같은것은 없죠? 알겠습니다. 찾아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호텔 연락처를 알려 주고 명함 한장을 받아 들고 흥신소를 나왔다. 이른 시간에 호텔로 돌아 가기도 뭐해서 나주 관광을 했다. 나주 혁신 도시. 산림 자원 연구소, 금성관. 나주목 문화관등등을 구경했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관광객은 거의 없었다. 저녁 시간이 되어 환생이 시작되기전 한국인이었을때 좋아하던 김밥을 먹으러 갔다. 분식집으로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자 주인 아줌마가 동그래진 눈으로 더듬거리고 있었다.
"어, 어서 오세요."
토니의 특이한 은발을 보고 놀란것이었다. 아마 염색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아줌마! 김밥 두줄하고 군만두 한접시 주세요. 아, 잡채도 한접시 주세요."
가게에는 테이블이 4개뿐인 작은 가게였다. 정문옆의 창문이 활짝 열려 있었으며 그곳에서 떡뽂이를 팔고 있었다. 몇백년만에 먹어 보는 김밥은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있었다. 김치가 들어간 군만두도 입에 맞았다. 이번에는 잡채를 집어 먹을려고 할때 문이 열리며 여고생들로 보이는 애들 3명이 들어 왔다. 주인 아줌마와는 잘 아는 사이인지 수다를 떨고는 테이블에 앉아 떡뽂이를 시키고는 토니를 힐끔거리며 작은 소리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염색이지?"
"아닌것 같은데?"
"염색이 아니면 있을수 없어."
"염색은 아니다."
저들은 작은 소리로 토니에게는 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수다를 떨고 있지만 토니에겐 모두 다 들리고 있었다. 그런 애들에게 한마디 해 주었다.
"아, 미, 미안해요."
부끄러운지 얼굴이 빨개진 애들이었다.
"그런데 아저씨 머리는 왜 은발이에요?"
"아, 아저씨? 난 아직 21살이야. 토니라고 불러. 그리고 머리는 애기때부터 은발이었어."
"에엣? 애기때부터요? 어느 나라 사람인데요?"
깜짝 놀라는 여고생들이었다. 그래서 솔직히 말해 주었다.
"한국인이지만 영국으로 입양되어 지금은 영국인이야."
"와아! 외국인이었어요?"
"그런데 한국말을 너무 잘 하시네요."
"한국인의 피가 흐르니까 당연한거지."
언제 어디서 환생하더라도 한국말은 잊어 버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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