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화. 토니, 석유를 찾다(2)
96화.
동식이를 불러 뎀바의 차를 타고 토니가 지시하는 대로 차를 몰고 이동했다. 시아드는 뎀바에게 한소리 들었는지 침울한 표정이었다. 세시간정도나 달려 차를 세우게 한 토니는 노에스가 찾아 놓은 금맥이 있는 산으로 올라 갔다. 노에스에게는 석유나 금, 은, 구리, 다이아몬드등이 묻혀 있는 곳을 찾아 보라고 했었다.
"산으로는 왜 올라 가는 겁니까?"
삽을 들고 오라는 말에 어리둥절하고 있는 일행들이었다.
"금맥을 찾으러 간다."
"예엣? 그, 금맥이요?"
뎀바의 놀라는 말에 동식이가 한국말로 확인했다. 동식이게도 아무런 말도 해 주지 않은 상태다.
"형님, 정말입니까?"
"내 능력 알지? 이미 찾아 놓았다."
"허억!"
산은 대충 500미터쯤 되어 보였다. 산중턱까지 이동해 바위들이 늘려있는 한지점을 가르키며 아래쪽을 파라고 했다. 시아드가 뎀바를 슬쩍 바라 보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일미터쯤 파고 들었을때였다. 햇빛에 반짝이는 물체가 드러났다. 그러자 이미 금맥인줄 알고 있는 동식이가 흥분한채 시아드를 밀어 내고 바위위의 흙을 털어 내자 누런 금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금입니다."
뎀바는 물론 시아드까지 입을 쩍 벌리며 바위로 다가가 금맥을 살펴 보고 있었다. 삽으로 금맥부분을 내려쳐 조금 떼어내 확인하고는 놀라워했다.
"어, 어떻게 찾은 겁니까?"
"비밀이다. 이곳 금맥을 뎀바 네게 모두 줄테니까 한국의 대정 그룹에 석유 탐사권과 채굴권을 줘."
"예엣? 서, 설마 석유도 찾을수 있는 겁니까?"
머리가 똑똑한지 곧바로 알아 차린 뎀바는 다시 한번 입을 벌린채 믿기지 않아했다.
"마음만 먹으면 찾을수 있어."
"어, 어디에 석유가 묻혀 있는 겁니까?"
"이제부터 찾아 봐야지."
이미 찾았다고 말한다면 어떻게든 알아낼려고 무슨 수를 쓸지도 모른다. 계약이 먼저였다.
"해 줄수 있지?"
"이곳의 금은 얼마나 묻혀 있는지 아십니까?"
"축구장 크기정도다."
"헉!"
나중에 이견이 없게끔 솔직히 말해 주었다.
"혀, 형님, 금맥을 공짜로 준다고요?"
"그래. 대신 석유 탐사권과 채굴권을 받을꺼다. 뎀바, 어떻게 할꺼야?"
"음, 수도로 올라가서 상의를 해 봐야겠습니다."
"빠른 시일내에 연락해."
금맥을 묻어 놓고 더시 호텔로 돌아 오자 뎀바는 즉시 에티오피아 수도인 아디스아바바로 올라갔다.
"형님, 석유는 이미 찾은 겁니까?"
"그래. 찾아 놨다. 뎀바가 연락해 오면 에티오피아 정부와 석유 탐사권과 채굴권을 계약해."
"저, 정말입니까?"
탁!
"아얏!"
반문하는 동식이는 매을 벌었다. 자신이 마법사라고 이미 알고 있음에도 마법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탓으로 그런 질문을 하는것이지만 일일히 반문하는 녀석에 은근히 화가 났다.
"아직도 날 믿지 못하는거냐?"
"아, 아닙니다. 존경합니다. 형님."
아부를 하는 동식이에게 피식 웃음을 지어 주었다. 에티오피아 정부와 계약을 할려면 한국의 친아버지에게 연락할 필요가 있었다. 아직 확답을 받지 못한 상태여서 연락은 하지 못하고 있지만 미리 언질을 주어야 준비를 할수 있다.
- 여행은 잘 하고 있는거냐?
"예. 동식이도 잘 있습니다. 지금은 에티오피아에 있습니다. 에티오피아 정부 관료와 인연을 맺어 잘 하면 석유 탐사권과 채굴권을 딸수 있을것 같습니다. 계약을 할려면 준비할것이 있을겁니다. 미리 준비를 해 주십시요."
- 뭐라고? 그게 정말이냐?
"예. 동식이가 고생을 해서 인연을 맺은 겁니다."
은근히 동식이가 한것으로 말했다. 전화를 할때마다 동식이는 새사람이 되었다고 계속 말해 주었었다.
- 동식이가?
"예."
당장 동식이를 바꾸라는 말에 폰을 건네 주자 무슨 영문인지 모르는 동식이는 어리둥절하고 있었다. 동식이는 꾸벅꾸벅 고개를 숙이며 연신 '예,예'를 연발하고 있었다.
- 언제 한국으로 들어 올꺼냐?
"아직 여행중입니다. 언제라고는 말할 단계가 아닙니다. 동식이는 에티오피아 일이 끝나면 한국으로 들어 갈겁니다."
- 그렇냐? 그런데 우리 그룹은 석유 탐사를 해 본적이 없는데 어쩌냐?
"걱정마십시요. 일단 계약을 체결할수 있도록 준비만 해 주십시요."
친아버지와 통화를 끝내고 동식이에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설명해 주었다. 에티오피아의 뎀바와 인연을 맺어 두면 이곳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수 있을것이다.
"전 아직 그룹 소속이 아닌데요?"
"이참에 취직해라."
"예엣? 아직 학생인데 어떻게요?"
"때려 치우면 되잖아."
학벌을 중요시하는 한국이지만 무시하는 토니였다. 동식이가 대정 그룹에 들어가 이곳을 담당하면 될것같았다. 뎀바는 5일후에 연락해 왔다. 다른 외국 회사들이 탐사하고 있는 곳을 제외하고 어디를 탐사할지 묻는 뎀바에게 청나일강 주변을 모두 탐사할수 있게끔 탐사권을 달라고 했다. 계약은 일사천리로 성사되었다.
한국의 대정 그룹에 계약을 하러 오라고 하자 이틀후에 관계자가 아디스아바바에 도착했다. 토니와 동식이는 시아드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수도로 미리 올라가 기다리고 있었다. 호텔로 뎀바가 에너지 광물부 차관과 함께 찾아왔다. 대정 그룹에서는 친아버지가 직접 찾아와 그간 사정을 물으며 정말 석유를 찾을수 있느냐며 몇번이나 물었다. 석유 탐사에 들어 가는 막대한 자금이 부담되는 것이다.
"석유는 이미 찾은 상태에요."
"뭐라고?"
친아버지에게는 청나일강에 묻혀 있는 석유가 어느 정도인지도 말해 주었다. 아직은 누구도 모르는 일이라며 입단속을 부탁했다. 에너지 광물부 차관과 여러 가지 상의를 하며 3일후에 정식 계약을 맺고 공표했다. 친아버지에게는 어디를 탐사해야 하는지 좌표를 알려 주었다. 굳이 탐사 장비도 필요없었지만 형식적으로 탐사하는 흉내를 내기 위해 장비는 준비해야 한다.
"형님, 언제까지 여행을 하시는 겁니까?"
"몰라. 그동안 고생했다. 네 폰도 돌려 줄께. 앞으로 잘해. 지켜 볼꺼다."
지켜 본다는 말만큼 무서운 일은 없었다. 토니의 능력을 알고 있는 동식이는 한국으로 돌아 가더라도 예전처럼 망나니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공항으로 친아버지와 동식이를 배웅하고 토니는 인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생각같아선 남아프리카쪽으로 이동해 중동으로 갈 생각이었지만 진로를 변경한 것이다.
인도의 모라다바드로 가는 길은 사람, 사람, 사람들로 엄청나게 붐볐다. 지구에서 두번째로 인구가 많은 인도라지만 이렇게 많은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TV에서 몇번은 보았지만 실제로 현지에 도착해 보는것과는 많이 달랐다. 어디로 가야 할지 전혀 모르는 상태로 무작정 택시를 타고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호텔에 체크인하며 인도에서 현자나 성자, 고행자, 깨달은 자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물었다.
호텔 프런터의 남자 직원이 모라다바드라는 곳에 각자(覺子), 즉 깨달은 자가 있다고 했다. 마할다라라는 이름으로 모라다바드 지역에서는 유명하다며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고 있는 구루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설명해 주었다. 구루는 정신적 지도자인 도사(導師)를 가르키는 말로 어느 수행자가 성자나 현자로 세간에 알려지면 자연적으로 사람들이 몰려와 하나의 종파가 형성되어 그 종파의 지도자를 구루라고 부른다.
모라다바드행 기차는 먼거리는 아니었지만 편히 가기 위해 침대칸으로 이동했다. 양쪽에 삼층 침대가 놓여 있는 작은 룸이었다. 먼저 타고 있던 두명은 토니를 보고는 놀라워하는 눈빛이었다. 은발의 특이한 머리카락을 보고 놀란듯햇다. 어딜 가나 흔한 일로 토니는 별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자신의 침대위로 올라가 정좌를 하고 앉아 명상에 젖어 들었다. 모라다바드에 도착할때까지 명상을 할 생각이었다. 덜컹거리는 진동에 몸을 맡긴채 한동안 내면속에 굳게 걸려 있는 빗장을 풀려고 노력해 보았지만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실라이온의 말에 자신의 내면속에 갇혀 있는 무언가는 영혼이라고 생각되었다. 그 영혼이 왜 갇혀 있는지 옛기억을 되살려 보았지만 환생만 거듭하는 기억만 있을뿐 다른 영혼에 대한 단서는 찾을수 없었다. 명상에서 깨어나 눈을 뜨자 반대편 침대에 누워 있던 중년인이 벌떡 일어나 말을 걸어왔다.
"고행자십니까?"
"......."
수행자라는 말은 들었지만 고행자는 무슨 말인지 몰라 답해 줄수 없었다. 그러자 무슨 오해를 한것인지 중년인이 놀라워하며 양손바닥을 가슴어림에 대고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왜 저러는지 모르는 토니는 어리둥절했지만 인사라고 생각했다.
"고행자는 뭐지?"
중년인의 설명에 고행자는 수행자와 같은 의미라는걸 알았다. 토니의 은발과 정좌를 한채 명상을 하는 장면이 이들에게는 수행자처럼 보인 것이다. 어떤 의미 토니는 수행자라고 할수 있다. 끊임없이 마법과 사이킥을 수련하는 몸이기 때문이다. 토니의 얼굴은 아프리카에서 거을려 인도인처럼 보인게 더욱 수행자로 착각하고 있었던것 같았다.
"모라다바드의 마할다라라는 구루에게로 가시는 겁니까?"
"어?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거지?"
이 자도 혹시 에티오피아처럼 정부 소속 첩보원이 아닌지 일순 의심했지만 대놓고 말하는 것으로 볼때 그런진 않은것 같았다.
"이 기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마할다라 구루에게로 가거든요. 일년에 한번씩 있는 성약(聖藥)을 나누어 주는 시기가 지금입니다."
"성약?"
"예. 서쪽 지방인 뭄바이의 라사라 구루의 제자인 마할다라는 라사라 구루의 치료법을 계승해 성약을 먹인 작은 물고기를 공짜로 나누어 줍니다."
성약이 뭔지는 모르지만 뭄바이에서는 성약을 강제로 먹인 물고기를 삼키지만 모라다바드에서는 성약을 풀어 놓은 물이 담겨 있는 큰통에 작은 물고기를 넣어 두면 물고기는 그 성약을 몸속에 흡수한다. 그런 물고기를 산채로 통채로 삼키면 천식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며 이 시기에는 전국에서 천식 환자들이 몰려 든다고 했다.
"그럼 당신들 모두 천식 환자란 말이야?"
다른 침대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둘러 보았다. 모두 중년인과의 대화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내가 한번 살펴 봐도 돼?"
"치, 치료를 하실줄 아십니까?"
"치료는 모르고 그냥 살펴 볼려고 해."
중년인은 얼마든지 살펴 봐도 좋다고 허락했다. 중년인의 목을 살짝 만지며 엔다이론을 불러 살펴 보라고 했다. 천식은 기침을 자주 한다는것 외엔 어떤 증상인지는 모른다. 중년인의 목을 몇번 만져 본후 스마트 폰을 꺼내 천식에 대해 검색했다.
기도의 염증으로 인해 기도 폐쇄가 일어나는 증상이다. 즉, 기관지가 좁아져 호흡 곤란에 빠지는 증상인것이다. 유전적 요소와 환경적 요소로 인해 발병하는 천식은 면역 관리에 유의를 해 주어야 한다고 설명되어 있었다.
- 마스터, 기관지에 노폐물이 쌓여 있는 곳이 있어요. 그런 탓으로 기관지가 좁아져 천식을 유발시키는것 같아요.
- 그럼 노폐물만 제거하면 완치할수 있는거야?
- 그렇다고 생각되요.
어떻게 할지 생각해 봤다. 이 자리에서 중년인을 고쳐 주면 다른 자들도 고쳐 달라고 할것이다. 만약 치료가 되었다는 소문이 돈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귀찮게 할것이 뻔했다. 그렇다고 중년인을 살펴 보고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도 토니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살펴 본 결과는 어떻습니까?"
"음, 충분히 치료할수 있어."
솔직히 말해 주었다. 중년인에게 다짐을 받겠지만 소문이 흘러 나온다면 다른 곳으로 즉시 이동할 생각이다.
"예엣? 치료할수 있다고요? 저, 정말입니까?"
"그래. 이렇게 만난것도 인연이야. 한가지만 약속하면 치료해 줄수 있어."
"어떤 약속입니까?"
"나에 관한 소문을 절대로 내지 않겠다는 거야. 듣고 있는 당신들에게도 해당되는 일이야."
치료할수 있다는 말에 침대 앞으로 급히 몸을 내미는 사람들에게도 다짐을 받았다. 인도는 민간 치료 요법이 성한 곳이다. 가난한 자들은 대부분 민간 치료에 의존한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중년인의 가슴에 손을 올리고 엔다이온에게 기관지에 쌓인 노폐물을 제거해 달라고 했다. 몸에 무슨 변화가 있다는 것을 감지한것인지 중년인의 눈이 커지고 있었다.
"뭔가 가슴이 뻥 뚫린것처럼 시원해진듯한 느낌이 들지 않아?"
"그, 그렇습니다. 정말 시원합니다."
"치료는 끝났다. 이제 천식에서 해방되었을거야. 앞으로는 고기보다는 야채를 많이 먹어."
"오오, 마하싯다시여! 감사합니다."
중년인은 눈물까지 흘리며 고마워했다. 침대에 앉아 호기심어린 눈으로 지켜 보던 다른 사람들도 모두 치료해 주었다. 어떤자는 기관지에 노폐물은 쌓여 있지 않았지만 기관지가 좁아져 있는 자도 있었다. 유전적인 요인처럼 보였지만 확실히는 모른다. 엔다이론이 모두 치료를 끝내자 달라진 몸을 파악했는지 모두가 마하싯다라고 칭송했지만 절대로 마하싯다라고 부르지도 말며 소문도 내지 말라고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만약 소문을 내는 자가 있다면 그 자에게는 저주를 내려 준다고 협박까지 해 놓았다. 인도에는 여러 신이 존재한다. 힌두교의 최중요 신인 브라흐마, 비슈누, 시바신을 필두로 수많은 신들이 존재한다. 그런 신들에 근접한 주술적인 힘을 보유한 대성취자를 마하싯다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았다. 이들의 눈에는 토니가 마하싯다로 보였던것이다.
- 작가의말
즐거운 저녁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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