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화. 추산, 옛인연을 만나다(2)
106화.
안휘성 합비에 위치하는 남궁세가였다. 우연치고는 너무 이상했다. 추현이가 펼치는 대연검법과 천풍신법을 감시 카메라로 확인한 남궁세가의 누군가가 추현이를 납치했거나 아니면 무슨 말로 유인한것 같았다. 전혀 모르는 사람을 덥석 따라 가는 추현이도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거짓말로 추현이를 유인한것이라면 아무리 옛인연이 있는 남궁세가라 할지라도 용서하지 않을 생각이다.
남궁세가와 싸울지도 몰라 마나 연공을 하며 하루를 쉰후 추현이가 끌려 간곳을 찾아 보았다. 역시 추현이는 남궁세가로 향했다. 옛날의 남궁세가와 별차이가 없었다. 높은 외곽 담장 아래를 걸어가며 실라이온을 불러 추현이를 찾아 보게 했다. 가장 먼저 찾아 보라고 한곳은 뇌옥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실라이온이 추현이를 찾았다고 했다. 역시 뇌옥에 갇혀 있었다. 즉시 사이킥 인비저빌리티로 모습을 감추고 뇌옥으로 향했다. 뇌옥은 지키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남궁세가는 황보세가처럼 문화 대혁명때 재산도 빼았기지 않고 살아 남은것 같았다.
정문에 창천일가(蒼天一家)라는 현판이 먼옛날과 변함없이 버젓이 걸려 있었다. 현판을 보자 옛생각이 살아 났지만 지금은 추억에 잠겨 있을때가 아니다. 추현이 갇혀 있는 지하 뇌옥은 어두컴컴했지만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굳건한 철문이 가로 막힌 독방에 추현이는 갇혀 있었다. 언락 마법으로 간단히 문을 열고 들어가자 추현이는 한쪽벽에 팔다리가 족쇄로 묶여 매달려 있었다. 축 늘어져 있는 추현이의 몸은 피투성이였다. 고문을 당한것 같았다.
"추현아!"
즉시 족쇄를 언락 마법으로 풀자 그대로 앞으로 쓰러지는 추현이었다. 추현이를 받아 들고 조심스럽게 바닥에 눕혔다. 기절해 있는 추현이를 포션으로 치료하며 엔다이론을 불러 상한 내부까지 완전히 치료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힐링과 클린 마법을 시전하고 추현이를 깨웠다.
"웨이크 업!"
"...으으..."
"추현아, 형이다. 형이 왔어."
"혀...엉...아...."
아직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추현이 얼굴에 생수를 뿌렸다. 그러자 정신이 드는지 눈을 뜨고 추산을 올려다 보며 놀라워했다.
"혀, 형아!!"
"그래. 내가 왔다. 네 몸도 치료해 놨으니까 일어나라."
"형아, 물 좀 줘."
물을 먹여 주자 추현이는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생수병을 빼았아 벌컥벌컥 마시고 있었다.
"이제 어떻게 된것인지 말해 봐."
"형아가 날 부른다고 했어. 그래서 차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 쥬스를 한병 주길래 그걸 마셨어. 그리고 깨어 난곳이 이곳이야."
사파나 할법한 짓을 정파인 남궁세가가 그런식으로 추현이를 납치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세월히 흐르면서 남궁세가가 변질된것 같았다.
"고문을 당한거냐?"
"응. 검법명과 신법명을 물으며 고문했어. 하지만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
"녀석...그냥 말해 주지 그랬어."
"형아가 절대 말하지 말라고 했잖아."
추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기특한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마나를 더 많이 모았다면 추현이를 더 빨리 찾을수 있었을텐데 그 점이 아쉬웠다.
"움직일수 있어?"
"응."
몸을 치료했지만 고문의 후유증이 남아 있을까 걱정이었다. 추현이를 고문한 놈은 절대로 살려 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뇌옥을 나가자 쟁반을 들고 뇌옥쪽으로 다가 오는 중년인이 있었다.
중년인은 추산과 추현이를 번갈아 보며 깜짝 놀라 쟁반을 바닥으로 떨어 뜨리고는 뒤돌아 달려 갔다. 바닥에 떨어진 쟁반에서 튕겨져 나온 것은 희멀건한 죽이었다. 추현이에게 줄 요량으로 가지고 온것같았다. 중년인이 달려 나간 곳으로 걸어 가자 잠시후 5명이 급히 달려 오고 있었다.
"저들중에 널 고문한 놈이 있어?"
"응. 가장 왼쪽에 있는 자야."
추현이가 지목한 자는 키가 작은 중년인이었다. 달려온 중년인 5명은 모두 검을 들고 있었으며 즉시 동서남북을 점하고 한명은 조금 뒤쪽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대기하고 있는 자가 이들중 가장 높은 지위에 있는 자일것이다.
"넌 누구냐?"
"그러는 넌 누군데?"
추산을 바라 보며 묻는 중년인에게 오히려 되물었다.
"일단 제압해."
더이상 물을 필요도 없다는듯 제압부터 하고 보자는 식이었다. 추현이의 고문 당한 흔적이나 피범벅이엇던 옷이 말끔해진 상태란걸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듯했다. 그런걸 알았다면 이상하게 생각해 섣불리 공격하진 않았을것이다.
채재쟁.
4명이 검을 뽑아 들고 일제히 공격해 왔다. 죽일 생각은 없어 보였다. 두명은 추산을 노리고 두명은 추현이를 노리고 있었다.
"형아!"
"걱정마. 넌 절대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합공하는 네명의 중년인에게 매직 미사일을 한발씩 날려 보냈다. 이들의 경지가 어떤 경지인지 알아 보기 위해서였다. 작은 화살 모양의 하얀 빛이 쏘아져 나가자 화들짝 놀란 중년인들은 보법을 펼치며 급히 피할려고 했다. 저들이 펼치는 보법은 생소했다.
남궁세가의 보법은 모두 알고 있는 추산이지만 처음 접하는 보법을 펼치는 이들이 남궁세가 인물들인지 의심스러웠다. 보법 또한 삼류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삼류 보법으로 추산이 조종하는 매직 미사일을 피할수 있을리가 없었다. 중년인들이 피한곳으로 매직 미사일이 휘어져 가자 깜짝 놀란 이들은 보법이 흐트러지며 쇄도하는 매직 미사일을 검으로 급히 후려치고 있었다.
퍼퍼펑.
"윽!"
"컥!"
"크윽!"
형편없는 실력이었다. 시험삼아 쏘아 보낸 매직 미사일조차 제대로 방어하지도 못하고 검과 부딪힌 충격에 3명은 바닥을 나뒹굴고 1명은 겨우 버티고 있는 실정이었다.
챙.
"타앗!"
부하 4명의 공격이 실패하자 지켜 보든 중년인이 급히 검을 뽑아 들고 가벼운 기합성을 내지르며 달려 오고 있었다. 이 자는 그럭저럭 신법을 제대로 배운것인지 다른 네명보단 나아 보였지만 역시 이류 정도를 벗어 나지 못했다.
팟.
지근거리까지 접근해 검을 찔러 오는 중년인을 향해 경혼신법을 펼치며 가볍게 피하며 오른손 주먹을 사이킥 핸드로 감싼채 검면을 때렸다.
쩡.
"컥!"
굉음과 함께 검이 박살나며 파편이 사방으로 튕기는 것과 동시에 중년인의 가슴을 치자 신음을 흘리며 입가에 피를 내뿜으며 뒤쪽으로 5미터는 날아가 바닥에 처 박혔다. 지켜 보든 추현이는 물론 다른 중년인 네명도 경악하고 있었다.
팟.
그런 중년인들을 추산이 덥쳤다. 눈 깜짝할새에 코앞까지 접근한 추산을 향해 검을 휘두를 틈도 없이 복부에 박힌 주먹이 중년인의 허리가 새우처럼 구부러지며 '컥'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쓰러지는 놈의 검을 빼았아든 추산은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낮은 자세로 튕겨져 나갔다.
휘익.
추산의 빠름을 아는지 번쩍이며 사라진 추산과 눈이 맞은 놈은 무작정 전면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스윽.
무언가를 가르는 가벼운 소리가 들려 왔을땐 추산은 이미 놈의 뒤쪽에 서 있는 상태였다. 잠시후 중년인의 목에 가는 선혈이 베어져 나오며 머리통이 기우뚱거리며 바닥으로 급속도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혀, 형아!!"
추현이가 깜짝 놀란듯 눈이 왕방울만해지고 있었다.
"네 복수를 해준거다."
목이 떨어진 놈은 추현이에게 고문을 한 키가 작은 중년인이었다. 추산이 동료의 목을 날려 버리자 다른 두명의 중년인은 검을 꽉 쥐고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너, 넌 누구냐?"
"스스로 마혈을 찍어라."
"....."
마혈이 뭔지 모르진 않을것이다. 하지만 두 중년인은 아직도 경악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팟.
"으아악!"
다시 추산이 사라지자 화들짝 놀란 두 중년인은 비명을 지르며 무작정 앞쪽으로 검을 휘둘렀다.
"컥!"
"악!"
이번엔 두명을 죽이지 않았다. 검 등쪽으로 두명을 어깨를 찍어 버린것이다. 그렇더라도 어깨가 베여 들어가 피가 튀겼다. 두명이 어깨를 부여 잡고 주저 앉자 추현이는 구역질을 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살인을 목격한 것이다. 무인으로 살아 갈려면 저 정도는 이겨내야 한다. 현대에 무인으로 살아갈 필요는 없지만 무공을 배운 이상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이곳은 남궁세가냐?"
"그, 그렇다."
"오늘밤 방문한다고 가주에게 알려라.'
추현이의 등을 몇번 다독이고 생수로 입을 헹구라고 하고 눈을 꼭 감으라고 했다. 추현이의 손을 잡고 사이킥 텔레포트를 시전해 남궁세가를 빠져 나갔다. 어깨를 베인채 주저 앉아 있던 두 중년인은 추산과 추현이 홀연히 사라져 버리자 또다시 경악하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 보며 어버버하고 있었다. 남궁세가 밖으로 나온 추산은 추현이를 데리고 옷가게를 찾아 들어 갔다. 고문을 당해 추현이의 옷은 너덜너덜한 상태였다.
"너 먼저 집으로 돌아가라. 어떻게 가는지 알아?"
"혀, 형아하고 같이 갈꺼야."
중학생인 추현이는 살인 장면을 보고 충격이 심한 상태였다. 어쩔수없이 같이 있어야 할것 같았다. 숙소를 잡아 추현이의 심신을 안정시켜 줄 필요가 있었다. 이럴때 내공 심법을 운용한다면 주화입마에 걸릴 위험이 있어 절대로 내공은 운용하지 말라고 설명해 주었다.
"형이 무섭지?"
"원래 무서웠어."
"녀석...오늘은 푹 자라. 재워 줄께."
추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며 침대에 누우라고 했다.
"그럼 자라. 슬립!!"
식사를 하고 재워야했지만 추현이는 식사를 하지 못할것이다. 추현이가 잠들자 마나 연공을 하며 밤이 되길 기다렸다. 밤 8시가 되었다. 이제 슬슬 남궁세가로 가 볼 시간이다.
저벅저벅.
남궁세가 정문으로 추산이 걸어 갔다. 정문 양옆에는 두명이 서 있었다.
"멈추시오. 이곳은 남궁세가입니다. 무슨 일로 방문한것인지요?"
"오늘밤에 찾아 온다고 했잖아."
버럭 짜증을 내자 두 젊은 청년은 화들짝 놀라며 급히 한명이 안쪽으로 뛰어 들어 가고 한명은 슬금슬금 뒷걸음을 치고 있었다.
"안내해."
"따, 따라 오십시요."
겁 먹은 표정이 추산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는것 같았다. 놈을 따라 가며 마나 서치를 펼치자 앞쪽 조금 먼곳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것이 감지되었다. 저곳으로 데리고 갈려는듯했다. 적어도 50명정도되는 남자들이 좌우로 갈라져 있는 곳을 당당히 걸어 갔다. 계단위에는 수염을 기른 노인을 중심으로 좌우에 중년인 2명이 서 있었다. 계단앞 10미터 앞에 멈추자 노인의 왼쪽에 있는 중년인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자네가 추산인가?"
이미 다 조사해 놓고 묻는 것이었다. 감시 카메라로 얼마나 감시를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카메라를 설치할 정도라면 가족관계도 이미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당신이 가주인가?"
"놈! 말을 가려 해라."
"그렇다네. 남궁가를 책임지고 있는 있다네."
화를 내는 중년인을 바라 보지도 않고 한손을 들어 올려 제지한 노인은 남궁성대라는 가주로 추산을 흥미로운 표정으로 바라 보고 있었다.
"내 동생을 납치해서 고문한 이유가 뭐냐?"
"허허, 젊은 녀석이 말이 걸군."
"납치범 일당에게 존대를 하라고?"
"이유가 있어서네. 자네 동생이 어떻게 남궁세가의 무공을 알고 있는지 알아 보기 위해서였네."
세가 비전 무공을 지키기 위해서는 살인도 서슴치않는 무림이지만 지금은 현대다. 함부로 납치를 해서는 않되는 일이다. 하물며 고문까지 한것이다. 납치를 하지 않고 정중히 물어 보면 이렇게 일이 틀어지지 않았을것이다.
"그렇다면 그냥 찾아와 물어 보면 되잖아. 굳이 납치해서 고문까지 할 필요는 없었어. 그리고 뒷산에 감시 카메라까지 설치했잖아."
"물어 보면 제대로 대답해 주었겠나?"
"물론이야. 언젠가는 남궁세가를 찾아 올 생각이었으니까. 하지만 정파인 남궁세가가 동생을 납치해 고문한 이상 그럴 마음은 싹 사라져 버렸어. 남궁세가는 사파로 전락해 버린거냐?"
"...음...."
남궁성대는 이 추산이라는 젊은 녀석이 정파와 사파를 들먹이자 은근히 놀랐다. 요즘 시대에 그런 말을 하는 자는 찾아 볼수도 없었다. 이미 정파니 사파니 하는 말은 사라져 버린 상태다.
"동생을 납치한건 내 사과함세. 하지만 남궁세가의 무공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 설명해 줘야하네."
"말했잖아. 말할 마음은 사라진 상태라고. 고문을 지시한 놈이 누구냐? 그놈은 반드시 죽인다."
"자네 실력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이 많은 무인들을 상대로 이길수 있을것 같나?"
"......"
일부러 대답하지 않았다. 아마 싸움은 피할수 없을것 같았다. 바라던 일이다. 남궁세가의 무공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아볼 좋은 기회다. 뇌옥앞에서 중년인들이 펼친 무공은 남궁세가 무공이 아니었다. 즉시 사이킥 서치로 혹시 건물 지붕이나 내부에 숨어 있는 자들이 있는지 살펴 보았다.
'응?'
가주가 서 있는 계단위 건물앞 대들보위쪽에 누군가 숨어 있었다. 그런데 그 기(氣)가 예전에 이미 한번 감지해 본 기(氣)였다. 가주를 은밀히 호위하는 그림자인 영(影) 아저씨의 기(氣)와 똑같았지만 영 아저씨에 비하면 형편없는 내공이었다. 그렇더라도 이곳에 있는 가주를 제외한 누구보다도 많은 내공을 보유하고 있었다.
"가주, 태휘가 놈에게 당해 죽었습니다. 놈에게 복수할 기회를 주십시요."
"음, 자네의 마음은 변치 않은가?"
가주 옆의 중년인의 말에 가주는 추산을 바라 보며 확인했다.
"그렇다. 고문을 지시한 놈이 누군지 말해."
"날 원망치 말게. 제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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