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화. 사자의 삶(5)
34화.
형제들이 일제히 놈에게 물러서자 놈은 일어 설려고 했지만 뒷다리는 물론 배까지 갈라져 앞발로 겨우 얼굴만 들고 있는 상태였다. 가만히 놔 두어도 죽을 것이다. 놈을 내버려 두고 서로에게 묻은 놈의 피를 핥아 주며 털을 가다듬으며 한동안 쉬었다. 모두들 지친 상태로 허덕이고 있었다.
"커아아아앙(이겼다!!)"
또라이 놈이 또다시 또라이짓을 하고 있었다. 사자의 포효는 8킬로미터 이상이나 울려 퍼진다. 한밤중의 포효는 그보다 더 멀리 전파될것이다. 이제 암컷들이 우리들을 받아 줄지가 관건이다. 받아 주지 않는다면 강제로 복속시킬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암컷 무리는 자신들의 리더를 죽인 수컷을 받아 들인다. 그 수컷보다 강한 수컷이라고 증명이 된것으로 본능적으로 강한 수컷의 새끼를 낳아 번식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문제도 있었다. 만약 암컷 무리에 새끼들이 존재한다면 모조리 죽이는게 사자의 습성이다. 새끼들을 죽이지 않으면 암컷은 발정을 하지 않는다.
언제 구역을 다른 수컷에게 빼았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수컷은 암컷 무리를 차지하면 새끼들을 모조리 죽여 암컷들이 발정기에 들어서길 기다린다. 동물 세계에선 자신의 피를 이어 받은 자식을 퍼뜨리는게 수컷의 지상 최대의 본능이며 사명이다. 암컷 무리가 있는 곳을 찾아 이동했다.
암컷들은 한곳에 모여 있었다. 싸움 소리를 듣고 뭉쳐 있던 것이다. 그런 곳으로 우리들이 접근하자 급히 새끼들을 뒤로 감추고 앞으로 나와 으르릉거리기 시작했다. 암컷들도 알고 있었다. 자신들의 리더가 죽고 새로운 수컷들이 구역을 차지한것이다. 그런 수컷들에게서 자신들의 자식을 보호해야 한다. 힘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지만 필사적으로 보호해 자식들을 죽이지 못하게끔 막아야 한다.
"크르르릉(비켜!)"
또라이 놈이 암컷들을 위협하며 새끼들을 내놓으라고 협박했다. 역시 또라이다웠다. 이곳으로 이동하며 모두에게 미리 말해 두었었다. 수컷 새끼들은 모조리 죽이고 암컷 새끼들은 살려 두라고 했다. 수컷들은 잠정적인 경쟁 상대지만 암컷은 자신들의 씨받이라는걸 설명해 준것이다.
또라이와 풀, 그리고 킹이 암컷들을 위협하며 시선을 끌고 있을때 바람이 민첩하게 달려 들어 새끼 한마리 물어왔다. 수컷이라면 그대로 목을 꽉 물어 부러뜨려 죽일것이고 암컷이라면 살려 둘것이다. 다행히 암컷이었다. 새끼들은 모두 5마리였다. 아직 완전히 성인이 되지 않은 수컷도 3마리나 되었다. 그런 수컷 놈들은 모조리 쫒아내 버렸다. 반항하던 한놈은 또라이가 달려 들어 물어 죽이자 다른 두놈은 잽싸게 달아나 버렸다.
"끄르릉(수컷 새끼들을 내놔.)"
암컷 무리도 이미 간파하고 있는듯했다. 암컷 새끼를 물고 갔는데도 죽이지 않은것을 본것이다. 서로의 얼굴을 바라 보며 무언의 협의가 있었는지 암컷들은 수컷 새끼들 앞을 열어 주었다. 수컷 새끼는 두마리였다. 그런 새끼들을 물고 무리에서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 죽였다.
이것으로 암컷 무리들은 우리들을 받아 들인것이나 마찮가지였다. 하루 사이에 두번이나 치열한 격전으로 인해 우리들은 지친 상태다. 암컷들도 사냥을 도중에서 포기했다. 치진 상태지만 모두가 배가 고픈 상태로 암컷들은 다시 사냥을 나갈 준비를 했다. 잠시 쉬며 체력을 회복한 형제들을 데리고 암컷들이 사냥하는 곳으로 이동해 지켜 보았다.
검둥이 물소 놈을 잡을 생각인것 같았다. 이제 무리는 모두 12마리다. 새끼들까지 합치면 15마리다.
성인 사자 12마리가 포식할려면 물소 두마리는 잡아야 한다. 특히 수컷들은 암컷보다 먹는 양이 많다. 목표물을 정한 암컷들이 검둥이 무리에 달려 들었다. 갑작스런 습격에 혼란에 빠진 검둥이들은 수풀에서 초원쪽으로 달아 날려고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밤눈이 어두운 탓으로 서로 엉기고 설겨 목표물이 찾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저렇게 엉겨 있으면 습격도 쉽지 않다. 한마리만 무리에서 떼어내 집중 공격을 해야 한다.
암컷들은 그런 검둥이를 떼어 낼려고 필사적이었지만 검둥이들도 만만치 않았다. 서로 엉겨 있으면서도 어느새 안정을 찾았는지 오히려 뿔을 앞세워 위협하기 시작했다. 검둥이들이 저런식으로 나온다면 사냥은 실패다. 암컷들도 그런것을 아는지 사냥을 포기했다. 다른 사냥감을 찾아야 한다. 그런 암컷들을 따라 다녔다. 이번에도 검둥이 무리를 발견했다. 한번의 실패를 경험한 덕에 이번에는 더욱 신중한 자세로 조금씩 접근해 가장 뒷편에 있는 놈의 앞으로 달려 들자 검둥이 놈들은 기겁하며 앞으로 두주할려고 했다.
하지만 뒷꽁무니에 있던 놈의 앞을 막아 서자 깜짝 놀란 놈은 급히 옆으로 움직여 무리에 따라 붙을려고 했다. 놈의 앞을 가로 막으며 합류하지 못하게 막고 있을때 동료 암컷들이 일제히 달려 들어 검둥이의 엉덩이에 올라 타 발톱을 박아 넣으며 물어 뜯어 매달렸다. 어떻게든 바닥으로 쓰러 뜨려야 한다. 혼란에 빠진 검둥이 무리들이 일제히 앞으로 도주하고 있을때 수컷 한놈이 합류하지 못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달려 오고 있었다.
"그르릉(저놈을 잡자.)"
달려오는 놈쪽으로 형제들이 급히 이동했다. 놈과의 거리가 불과 5미터되지 않는 거리까지 접근했을때 가장 먼저 킹이 달려 들었다. 검둥이 놈들의 최대 무기는 뿔이다, 그런 뿔에 받히면 아무리 백수(百獸)의 왕인 사자라고 해도 큰부상을 입는다. 뿔만 조심하면 문제는 없었다. 덩치가 큰만큼 검둥이 놈들의 움직임은 민첩성이 떨어진다. 뿔과 발에 밟히지 않도록 조심하며 땅을 박차고 도약해 몸을 비스듬하게 움직여 놈의 눈을 발톱으로 그어 버렸다.
그그극.
"무워어어어어~!!"
놈의 한쪽 눈이 터져 나간듯했다. 그런 놈의 왼쪽목을 향해 이번엔 또라이가 달려 들어 물고 늘어졌다. 풀과 바람은 이미 놈의 엉덩이와 등에 달라 붙어 넘어 뜨릴려고 힘을 주고 있었다. 검둥이 놈은 형제들을 떨구어 내기 위해 목을 흔들며 뒷다리를 박차고 엉덩이를 들썩거리고 있었다. 발악하는 놈의 앞쪽으로 선회한 킹은 놈의 오른쪽 앞다리 관절을 후려 갈겼다.
기우뚱.
왼쪽에서 물고 늘어지는 형제들의 힘에 앞다리로 비티고 있던 놈이 왼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한번 균형이 무너진 이상 급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쿵.
바닥으로 쓰러진 놈의 목을 물고 있던 또라이가 급히 목을 놓고는 양발로 얼굴을 찍어 누르며 입과 코를 막아 버렸다. 질식사를 시키는 것이다.
사악! 사삭!
커다른 덩치의 놈이 몸통에 올라 타 배를 물어 뜯어 상처를 내고는 상처에 따라 발톱으로 가르기 시작했다. 가죽이 찢어 지자 이번엔 가죽을 물어 크게 뜯어 냈다. 바람과 풀도 같이 달라 붙어 물어 뜯자 검둥이 놈의 내장이 쏟아져 내렸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 오는 따뜻한 내장을 허겁지겁 먹는 바람과 풀이었지만 그냥 내버려 두었다. 사냥한 동물은 먼저 먹는게 임자다.
본능적으로 배를 채우고 봐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탓으로 뭐라고 해도 알아 듣질 못한다. 바람과 풀이 내장을 먹고 있을때 킹은 놈의 심장을 찾아 먹었다. 그러자 검둥이 놈의 움직임이 완전히 멈추어졌다. 잠시 숨을 고른 또라이도 달려 들어 검둥이를 뜯어 먹기 시작했다. 고기를 쭉 찢어 입에 넣으며 암컷 무리쪽으로 눈을 돌렸다. 아직도 검둥이 놈을 쓰러 뜨리지 못한 상태였다. 암컷은 수컷보다 체중이나 힘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런 암컷을 도우기 위해 달려 갔다.
퍽!
이번에도 검둥이 놈의 앞다리를 후려쳐 균형을 무너 뜨려 주었다.
쿵.
이젠 암컷들이 알아서 죽일것이다. 다시 형제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포식했다. 형제들만으로는 검둥이 한마리를 모두 먹기에는 벅찼다. 암컷들이 사냥한 검둥이에게 달라 붙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암컷을 불러 남은 고기를 먹어라고 했다. 모두가 포식을 한 상태다. 그런 포식 장면을 근처에서 앞다리라고 불리우는 하이에나 놈들이 침을 질질 흘리며 콩고물을 주워 먹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놈들은 모두 13마리나 되었다. 암컷 서너마리였다면 놈들이 달려 들어 암컷을 쫒아내 버리고 먹이를 독차지 했을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함부로 접근할수 없는 상태다.
놈들도 평소에는 이렇게 지근거리까지는 접근하지 않는다. 먹이를 먹고 있는 사자들은 하이에나를 경계를 하면서도 달려 들어 쫒아 내진 않는다. 쫒아 낼려고 달려 드는 순간 다른쪽에 있는 놈들이 먹이를 훔쳐 도주할게 뻔했다. 그런걸 잘 알고 있는 놈들은 근처에서 알짱거리기만 했다. 모두가 포식을 한상태로 새끼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서로의 피를 핥으며 털을 골랐다. 암컷 무리의 리더는 깍쟁이다. 그런 깍쟁이가 고마워했다. 대부분 수컷은 사냥을 도와 주진 않고 암컷이 사냥한 먹이를 가로채 간다.
"끄르릉(우리들도 사냥을 돕는다.)"
특이한 수컷이라고 생각했는지 깍쟁이는 눈이 커지고 있었다. 아침 일찍 모두가 구역 순찰을 나갔다. 구역 경계 지점 큰나무나 수풀 곳곳에 오줌으로 마킹을 하며 한바퀴 돌았다. 형제들 모두가 굉장히 좋아 했다. 수컷이라면 자신의 구역을 가지는게 일생일대의 소원이다. 이제 자신의 자식을 퍼뜨릴수 있게 된것이다. 따분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하는 일이라곤 아침에 순찰을 도는 것과 한밤중에 가끔씩 자신들의 구역이라고 끙끙거리며 하우링을 외치는 정도였다. 사냥은 일주일에 한번씩했다. 모두가 포식하기 위해 두마리를 잡았다.
"크르르릉(또라이! 심심한데 앞다리 놈들을 처리하러 가자.)"
사냥을 끝내고 먹이를 먹을때마다 하이에나 놈들이 접근해 알짱거리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놈들을 모조리 죽여 버릴 생각이다. 형제들을 데리고 하이에나 놈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수풀을 벗어난 초원쪽에 땅을 파고 살고 있는 놈들이다. 모두 20여마리는 되어 보였다. 새끼들도 서너마리가 보였다.
하이에나는 암컷이 무리의 리더다. 철저한 모계 사회로 지위가 높은 암컷에게서 태어난 새끼는 그대로 암컷의 지위를 물려 받는다. 보통 초원의 청소부로 썩은 고기를 주워 먹는다고 하지만 그건 일부분 일뿐 보통은 무리를 지어 사냥을 한다. 수풀쪽에서 하이에나들의 동정을 살피고 있을때 하이에나들이 사냥을 나갈려는지 무리를 지어 이동하고 있었다. 새끼들을 보호할 성인 하이에나 한놈이 조금 높은 언덕에 누워 망을 보고 있었으며 새끼들은 그런 언덕 주변을 빨빨거리며 돌아 다니고 있었다.
"크르릉(사냥가는 놈들을 몰래 따라가자.)"
하이에나 놈들에게 들키지 않게끔 멀리서 따라갔다. 하이에나들은 사냥할땐 먹이감을 포위한 상태로 달려든다. 순발력에서 뒤지는 놈들은 초원에서는 사냥하지 않는다. 수풀속에서 주로 사냥한다. 그런 놈들이 수풀속으로 들어 가자 뒤따라간 우리들은 포위 형태로 흩어지는 놈들을 습격하기 위해 자세를 낮추고는 거리를 좁혔다. 이미 제각기 어떤 놈을 습격할지 결정한 상태다.
타타탓!
후다닥.
가장 먼저 킹이 뛰어 나갔다. 이미 목표는 정해 둔 상태다. 당황한 하이에나 놈이 도주하기 시작했다. 이미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킹을 떨구어 내기 위해 갈지자로 도주하는 놈을 따라 붙었다. 순간적인 속도는 사자가 놈들보다 빠르다.
"크와앙!"
꽈악.
비틀.
포효를 하며 놈의 엉덩이를 발톱으로 찍자 비틀거리며 놈의 자세가 무너졌다. 다시 도주할려는 놈에게 급히 달려 들어 목을 물고 바닥으로 쓰러 뜨렸다.
"그르르!"
놈은 버둥거렸지만 힘 차이로 인해 벗어 날수도 없이 생을 마감해야만 했다. 한놈을 죽인후 형제들을 살펴 보았다. 모두들 한마리씩 잡아 죽이고 있었다. 하이에나 놈들은 이미 사냥을 포기한 상태로 허겁지겁 달아나기 바빴다. 아무리 숫자가 많다고 해도 숫사자 네마리를 상대로는 이길순 없다는걸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암사자였다면 놈들은 도주하지 않고 오히려 위협을 가했을것이다.
"끄르르릉(모두 따라와.)"
"크릉(어딜 갈려고?)"
"끄르릉(이번엔 잠복한다.)"
형제들을 데리고 하이에나들이 초원에서 수풀로 들어온 경계 지점으로 이동했다. 이곳 수풀에 잠복해 놈들이 보금자리로 돌아 올때 습격할 생각이다. 혼비백산한 놈들은 뿔뿔히 흩어진 상태다. 다시 보금자리로 돌아 올 확률이 높았다. 그날 하루만에 하이에나 8마리를 죽였다. 반토막이 난 하이에나 놈들은 사자들이 자신들을 노리고 있다는걸 알았는지 다음날 바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순찰과 사냥하는 일 외에는 평온한 나날이 계속되었다. 일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러 갔다. 형제들의 새끼들이 7마리가 되었다. 그런 새끼들의 재롱을 만끽하며 새끼들이 죽지 않게끔 보호했다. 이런 일은 주로 암컷이 한다. 새끼 사자의 생존율을 굉장히 낮은 편이다. 열에 여덟은 죽는다. 병이 들거나 다른 육식 동물에게 살해되는 것이다. 그런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냥을 나갈땐 항상 암컷 세마리를 남겨 두었다.
"꾸워~어워~!! 꾸워워~어!!"
어느날 밤이었다. 아버지 구역에서 갑자기 아버지의 화난 울음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무슨 일이 발생한것이 틀림없었다. 밤새도록 울려 퍼진 울음 소리는 다음날 오후가 되어서야 멈추었다. 그날밤 이번엔 처음 듣는 울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 작가의말
즐거운 저녁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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