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화. 캐논, 수상한 상단에 합류하다(2)
123화.
"음,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던겁니까?"
"단장이 항상 야영할때 야영지를 벗어 나길래 궁금해서 따라 와 본거야."
"음, 모두 보신겁니까?"
"그래. 저 하늘에 있는건 전서오잖아."
모두 알고 있었다. 눈앞의 마법사를 죽여야 할지 망설여졌다. 마나 서치 아티팩트로도 얼마큼의 마나를 보유하고 있는지 감지되지 않으며 자신도 모를 정도로 뒤를 바짝 따라 온 마법사다.
'설마 아티팩트로도 감지되지 않는 마도사란 말인가?'
그럴리는 없을 것이다. 마나 서치 아티팩트는 6서클 마법사까지 알수 있는 물건이다. 대륙에 7서클 마법사는 단 두명밖에 없는 실정이다. 마도사 두명은 100세가 넘어가는 고령으로 마탑에서 거의 나오지 않고 있었다.
아무리 눈앞의 마법사가 천재라고 해도 중년의 나이로 7서클 마법사가 되는 일은 천지가 개벽하는 일이 없는 한 있을수 없는 일이다. 마나 서치 아티팩트가 고장난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아직도 하늘에서 선회하는 전서오는 마법사가 무슨 짓을 해서 내려 오지 못하는 것이 분명했다.
"뭘 그리 생각해? 들켜 버려서 내 입을 막을 생각인거냐? 그럼 얼마든지 덤벼봐."
고스트 같은 자였다. 자신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듯 비웃는듯 하면서도 당당한 표정이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어느 마탑 소속이며 경지는 어떤지 말해 주실수 있으십니까?"
"캐논 드라이브라고 했잖아. 마탑은...지금은 없는 상태야. 내 경지는 말해 줘도 믿지 않을것 같아서 패스할께."
"옛? 패스가 뭔지요?"
"생략한다는 뜻이야."
얼떨결에 지구에서 사용하던 말이 튀어 나왔다. 대충 얼무버린 캐논은 이번엔 자신이 질문할 차례였다.
"넌 어느 소속이냐?"
"용병단을 이끄는 단장입니다."
테라는 솔직히 답해 줄순 없었다. 아직 캐논 마법사는 믿을수 없는 자였다. 예전엔 어느 마탑 소속이었지만 지금은 소속이 없는 자였다. 그 말을 전적으로 믿긴 어렵지만 마법사는 왠만해선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신빙성은 있지만 그래도 특급 비밀을 발설할순 없다.
"용병단 단장이 전서를 매일 받아 본다고?"
"......"
"말할수 없다면 직접 알아 보는 수 밖에. 플라이!"
즉시 하늘로 날아 오른 캐논은 전서오를 낚아 챘다. 전서오는 이미 실라이온에게 잡혀 있는 상태로 실라이온이 강제로 빙글빙글 선회하게끔 조종하고 있던것이었다. 전서오의 발목에 매달린 통을 열고 전서를 꺼내자 아래쪽에 있던 테라가 기겁하며 큰소리로 외쳤다.
"모두 말하겠습니다. 그것만은 보지 말아 주십시요."
테라의 말에 전서오를 놓아 주고 아래로 내려와 전서를 건네 주며 말하라고 했다.
"저어...캐논 마법사님은 어느 왕국 출신이신지 먼저 말씀해 주십시요."
"출신은 없어. 이미 사라진 왕국이거든."
"그럼 혹시 마도사십니까?"
"자꾸 질문하지 말고 너에 대해 빨리 말해."
슬슬 짜증이 나 버럭 화를 냈다. 저도 모르게 마나를 발산했는지 테라는 한발 뒤로 물러 나며 얼굴이 하얘지며 울컥 피를 한모금 뿜어냈다. 9서클 마법사에 해당되는 마법사가 얼떨결에 발산한 마나다. 그런 마나에 그것도 화가 난 상태에서 뿜어낸 마나는 광폭했다. 내상을 입은게 틀림없었다.
"이런...제기랄.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리커버리!"
9서클인 절대 회복 마법 한방이면 내상쯤은 순식간에 치료할수 있다. 하지만 9서클 마법은 함부로 사용할수 없다. 대신 7서클에 해당되는 리커버리 마법으로 치료해 주었다.
"마, 마도사가 틀림없으시군요."
무려 리커버리 마법을 시전하는 마법사를 보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렇게 젊은 자가 마도사라는게 믿기지 않았지만 자신을 치료해 준 마법은 분명히 7서클 마법이었다. 또한 마나만으로 내상을 입히는 경지는 마도사가 아니라면 무리일것이지만 설마 마도사가 그런식으로 기사에게 내상을 입힐줄은 상상치도 못했으며 한번도 들어 본적도 없었다.
대륙에 새로운 마도사가 등장했다. 이 일이 알려 진다면 대륙의 모든 왕국의 정보원들이 몰려 들것이다. 그들이 접근하는걸 사전에 차단해 반드시 자신의 왕국으로 끌어 들여야 한다. 혹시나 끌어 들이지 못하더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게 왕국을 위한 일이다. 그렇기 위해선 자신의 정체를 말해 줄수 밖에 없었다. 신뢰를 얻을려면 먼저 신뢰감을 보여 주어야 한다.
"전 마로이 왕국의 정보국 소속입니다. 왕국을 돌아 다니며 정보를 모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용병들 모두가 정보원들이냐?"
"아닙니다. 그중 몇몇만이 정보원들입니다."
상단의 몇명만이 테라의 정체를 알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리피 공작령의 정세를 살피러 간다고 했다. 용병 집단으로 상단의 의뢰를 받으며 전왕국을 돌아 다니며 정보를 수집하고 불온한 세력을 색출하는게 테라의 임무다. 이런 비밀 임무는 아마 대륙의 다른 왕국에서도 하고 있을 것이다.
"나에 대한 보고는 했냐?"
"아직입니다."
"그럼 하지마. 어처피 난 아레아 교단에 들른후 다시 깊은 산속에 은거할거다."
마물산으로 이동해 마계에서 게이트가 내려 오면 마계로 이동할 생각이다. 대륙에서는 아무리 자신을 찾을려고 해도 찾을수가 없는 곳으로 이동하기에 은거를 한다고 말한것이다.
"음, 아레아 교단엔 무슨 일로 가시는지 알수 있겠습니까?"
"성수를 얻을려고 한다."
"성수요?"
"그래. 될수 있으면 대신관이 만든 성수를 구할 생각이다."
신관들이 만드는 성수에도 만드는 신관의 능력에 따라 성수의 질이 달라진다. 마법사가 포션을 만들때도 마찮가지다. 대신관이라면 최상급 성수를 만들수 있을것이다. 어떤식으로 대신관에게 부탁할지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직 마땅한 방법이 떠 오르진 않았지만 일단 부딪혀 볼 생각이다.
마법사와 신관은 견원지간(犬猿之間)이다. 서로가 만드는 포션으로 경쟁을 한다. 신관이 만드는 포션이 마법사가 만드는 포션보다 질이 좋지만 굉장히 비싸다. 귀족들이 아니라면 신관이 만든 포션은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다. 용병들이나 기사들은 대부분 마법사가 만드는 포션을 애용한다. 등급에 가격이 천차만별인 포션은 몇서클 마법사가 만든 것이냐에 따라 포션의 질이 달라진다.
최하급 포션은 저서클 마법사가 만든 포션으로 마기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탓으로 치료를 하기 위해 바르거나 마시면 엄청난 고통이 수반된다. 그렇다고 치료가 되지 않는건 아니다.
미약한 마기를 몸속에 받아 들여도 고통은 있을뿐 점차로 마기가 배출되어 버리기 때문에 그동안의 고통만 참으면 되는 것이다, 부상당해 죽는것 보단 2~3일 고통에 시달리는게 훨씬 나아 용병들은 최하급 포션을 준비한다. 그런 최하급 포션일지라도 평민들이나 용병들 입장에서의 가격은 엄청나게 비싸다. 가난한 용병들은 살수도 없는게 포션이다.
"저어...캐논님, 성수를 구하신다면 구해 드릴수 있습니다."
"음...어떤걸 원하냐?"
이 대륙에서는 절대로 공짜는 없다. 받는게 있으면 뭘 주어야 한다. 즉, 거래를 하는 것이다. 대신관을 어떻게 설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테라의 말은 솔깃했다.
"저희 마로이 왕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쉐마라 왕국과 머지않아 전쟁을 시작할지도 모릅니다. 그 전쟁에서 유리한 입장이 되게끔 도와 주십시요."
전쟁에 직접 참가하라는 것은 아니다. 자신같은 대마법사는 왠만한 일이 아닌한 전쟁에는 참가하지 않는다. 대마법사는 살인을 꺼려한다. 무림에서 신선이 될려고 수련하는 자들과 마찮가지로 살인은 수련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전쟁에 도움이 되는 아티팩트 몇개를 만들어 주거나 전투 마법사에게 조언을 해 주어 서클을 올려 주면 될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조언을 해 줘도 알아 듣지 못하면 말짱 꽝이다. 또한 이해를 하고 수련을 한다고 해도 언제 깨달음을 얻어 서클을 올릴수 있을지도 모르기에 가장 쉬운 아티팩트를 만들어 주는것으로 거래를 할 생각이다.
"그럼 아티팩트 몇개를 만들어 주면 되겠나?"
"아티팩트도 좋지만 캐논님이 저희 왕국 출신이라고 공표해 주실순 없는지요?"
대륙에 두명밖에 없다는 마도사에 이어 새로운 마도사가 탄생했다는 것만으로 마도사가 없는 왕국에서는 그 왕국에 눈독을 들일순 없다. 하지만 자신은 대륙에서 사라질것이다.
마도사가 탄생했다는 소문이 퍼지면 각 왕국의 정보원들이 몰려와 진위를 확인할것이다. 몇년이 지난후 자신이 계속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 거짓이라고 판단할것이 분명했다. 당장은 위기를 모면할수 있어도 훗날을 생각하면 하책이다.
"마로이 왕국에 마탑은 없나?"
"마탑은 없습니다. 왕실에 소속된 마법사 몇분이 고작입니다."
"그럼 쉐마라 왕국에는 마탑은 있고?"
마법 전력에서 큰 차이가 있는것 같았다. 한왕국에 마탑이 자리하고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전력상 엄청난 차이다. 마탑이 있는 것만으로도 전쟁 억지력으로 작용한다.
"그렇습니다. 쉐마라 왕국에는 코아 마탑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뭐? 코아 마탑이 쉐마라 왕국에 있는거냐? 지부가 아니고?"
"지부는 아닙니다."
이곳은 대륙의 동남쪽에 해당된다. 코아 마탑은 원래 북쪽 지역에 자리하고 있었다. 자신이 대마법사로 활동할때 만든 마탑이 코아 마탑이다. 무슨 이유로 마탑을 통채로 옮긴것인지 궁금해졌다.
"코아 마탑을 잘 아십니까?"
"예전에 인연이 조금 있었다. 코아 마탑에 대해 아는대로 말해봐."
코아 마탑은 몇백년전부터 쉐마라 왕국에 있었다. 언제부터 자리하고 있는지는 테라도 몰랐다. 예전에는 대륙 최강 마탑이라는 명성이 자자했지만 지금은 다른 마도사를 배출한 마탑에 밀린 상태다. 하지만 마도사를 제외한 마탑 전력으로는 대륙 최강을 자랑하는 마탑이 코아 마탑이다.
그런 코아 마탑이 쉐마라 왕국에 버티고 있는한 다른 왕국은 쉐마라 왕국을 침범할수 없으며 쉐마라 왕국 또한 코아 마탑을 등에 업고 각종 이권을 취하고 있다고 했다. 마탑이 그렇게 왕실과 유착되어 있다는 것은 마탑 명성에 금이 가는 일이다. 왕실의 개가 된듯한 느낌을 지울수 없는 캐논은 코아 마탑의 설명을 들어 봐야 했다.
"코아 마탑의 탑주와 연락할수 있나?"
"적대국 마탑의 탑주와의 연락은 무리입니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아무리 정부국 소속이라고 해도 타왕국의 마탑과 연락할수 있는 방법이 있을리가 없었다. 어쩔수 없이 직접 연락을 해 봐야 했다. 아직까지 코아 마탑 탑주가 자신이 만들어 준 통신구를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가지고 있다면 연락이 될것이다. 영구적인 통신구이기 때문에 잃어 버리지 않는한 제대로 작동할것이 분명했다. 테라에게서 뒤를 돌아 아공간을 열어 통신구를 떠 올려 꺼내고는 마나를 주입했다.
치지지직.
수백년만에 빛을 보는 통신구는 소음을 동반했지만 제대로 작동되고 있었다. 한동안 통신구엔 아무런 반응도 없어 마나 주입을 끊을려고 했을때 드디어 반응이 왔다.
치지직.
- 누군데 이 통신 좌표를 알고 있는게냐?
늙은 목소리가 통신구에서 흘러 나왔다. 자신이 카산일때 코아 마탑을 떠나며 마탑주 전용 통신구를 만들어 주었었다. 자신과의 직통 통신구인것이다. 늙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마탑주가 틀림없을 것이다.
치지직.
"마탑주냐?"
- 그렇다네. 대체 자네는 누군가?
"카산이라고 들어 봤나?"
- 카산? 초대 마탑주이신 카산 대마법사님을 말하는 것이라면 물론 잘 알고 있네.
어떤 왕국이나 마탑에서도 초대 국왕이나 탑주를 잊을리가 없었다. 자신들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치지직.
"통신을 하고 있는 네가 마탑주라면 탑주 인장 반지의 아공간을 열어 그 아공간안에 탑주에게 남겨놓은 문서가 있을꺼다. 그걸 읽어 보았겠지?"
- 뭐라고? 아, 아공간이라니? 탑주를 증명하는 반지는 끼고 있지만 그런 말은 금시초문이라네?
그럴리가 없었다. 탑주가 끼고 있는 탑주 인장 반지는 아공간 반지다. 자신이 직접 만들어 끼고 있던 반지로 은거를 할때 제자에게 물려 준것이다.
치지직.
"혹시 반지 좌표를 모르는거냐?"
- 저, 정말 아공간 반지란 말인가? 그런데 자넨 누군데 그런걸 알고 있는겐가?
탑주는 아공간 반지라는걸 모르는게 틀림없었다. 탑주의 반응으로 볼때 탑주 자리를 어이 받으며 들어 본적도 없었던것 같았다. 코아 마탑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르지만 가장 중요한 아공간 반지 좌표를 모를 정도라면 몇대 탑주인지는 모르지만 탑주에게 무슨 일이 발생해 급사하는 바람에 반지 좌표를 알려 주지도 못한것으로 생각되었다.
치지직.
"아공간을 열수 있는 좌표를 알고 싶다면 당장 이쪽으로 튀어와라. 이곳은 마로이 왕국이다. 며칠후에 리피 공작령으로 들어 간다. 리피 공작령에서 가장 큰 여관으로 와서 캐논을 찾아 와라."
- 음...알겠네.
통신을 끊은 코아 마탑주인 모리나리는 얼떨떨했다. 오른손 손가락에 끼여 있는 탑주 인장 반지를 물끄르미 바라 보며 방금 통신한 내용을 상기하며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생각에 잠들었다. 탑주를 물려 받을때 인장 반지가 아공간 반지라는건 듣지도 못한 상태다.
- 작가의말
즐거운 하루되십시요^^
찾아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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