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화. 추산, 옛인연을 만나다(5)
109화.
"자, 자넨 본가의 무공을 수련한 상태인가?"
"수련했다기 보다는 동생에게 가르키며 조금 알고 있을 뿐이야. 심법인 대연심법(大衍心法), 천뢰제왕신공(天雷帝王神功), 검법은 창궁무애검법(蒼穹無涯劍法), 제왕검형(帝王劍形), 대연검법(大衍劍法), 섬전십삼검뢰(閃電十三劍雷), 창궁비연검법(蒼穹飛燕劍法), 천풍검법(天風劍法), 신법은 천풍신법(天風身法), 권법은 천뢰삼장(天雷三掌), 그리고 합격진으로 창궁무애검진(蒼穹無涯劍陣)을 알고 있어. 다른 자잘한 것들도 여러개 알고 있어. 벽호공이라든가 금나수등등 알고 있는 무공만 해도 수백개는 될꺼야."
남궁세가 비밀 서고에 들어가 읽은 무공만 해도 수백개는 되었다. 세가의 무공뿐만 아니라 다른 무공들도 많이 알고 있다.
"허억! 저, 정말인가?"
"자꾸 정말이냐고 확인하지마."
"아, 미안하네."
가주가 사과하고 있을때였다. 밖에서 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가, 가주님! 큰일났습니다."
"무슨 일이냐?"
"처음 보는 자와 대련으로 애들이 많이 다친 상태입니다."
추현이 녀석이 사고를 친것 같았다. 즉시 가주와 함께 보고한 앳된 녀석을 따라 갔다.
"끄응."
"...으으."
젊은 녀석 열댓명이 바닥에 쓰러진채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추현이는 화가 난듯이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형아, 이들이 합공한 탓으로 어쩔수 없었어."
"그래. 잘 했어."
보나마나 어떻게 된것인지 뻔했지만 추현이의 설명으로 자세한 사정을 알수 있었다. 어린 추현이와 대련을 해 하나둘씩 지자 추현이의 한마디에 저들이 발끈해 한꺼번에 달려 든것이다.
"그런걸로 뭐라 하지 않을테니까 앞으로도 그렇게 해."
"헤헤, 알았어."
철없는 아이에게 막강한 힘을 준탓으로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르지만 얼마든지 무마할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추산이었다.
"가주, 비켜봐. 내가 치료할께."
복부를 움켜쥐고 끙끙거리는 녀석을 살펴 보던 가주는 추산의 말에 의아해 했다.
"치료도 할수 있나?"
"물론이야."
얼마나 세게 맞았는지 복부에 검은 멍이 든채 괴로워하는 녀석에게 엔다이론을 불러 치료하게 했다. 추산의 치료를 지켜 보던 가주나 다른 자들은 점점 벌어지는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치료가 되는 것이다. 팔이 부러진 녀석의 팔이 붙고 손아귀가 찢어진 녀석의 손아귀가 언제 찢어졌느냐는듯 말끔해졌기 때문이다.
"어, 어떻게...설마 내공으로 치료를?"
"물론 내공을 사용했어. 자아, 모두 일어나라."
추산을 경외의 눈으로 바라 보는 치료를 받은 녀석들이 멍한 표정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모두 젊은 녀석들이다. 많게는 이십대 초반에서 적게는 초등학생 정도로 보였다. 추현이가 자신보다 어려 보이는 녀석에게도 가차없이 손을 쓴것이다.
"너희들은 어린 추현이에게 모두 당한거다. 추현이의 경지는 너희들과는 비교도 할수 없다는걸 직접 몸으로 알았을것이다. 앞으로 너희들에게 추현이가 무공을 가르켜 줄꺼다."
"형아, 그럼 학교는 가지 않아도 돼?"
"가지 않아도 돼."
"와아! 형아, 최고!!"
학교를 가지 않는게 그렇게 좋은지 팔짝팔짝 뛰는 추현이었다.
"가주, 이들이 어떤 무공을 배우고 있는지 확인해도 되나?"
"물론이네. 승모, 소연검법을 펼쳐 보거라."
"옙!"
목검을 집어든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녀석이 소연검법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본가에서 본 소연검법과는 많이 달랐다. 둘다 짝퉁이었다.
"형아, 저게 무슨 검법이냐? 대연검법과 비슷하면서도 많이 달라."
추현이는 소연검법을 건너 뛰고 곧바로 대연검법을 배운 관계로 소연검법은 모르는 상태다. 대연검법은 소연검법이 바탕이 되는 검법이다. 저들을 가르키면서 추현이도 소연검법을 배우게 할것이다.
"그만! 그만 해도 돼. 그게 소연검법이라고?"
"크흠, 어릴적 기억을 쥐어짜 가르친것이라네."
남궁청전 가주는 어릴적에 본가에서 추방되었다. 무공도 배우지 못한 상태로 본가 무인들이 펼치는 무공을 구경한 것을 기억해 내서 가르친 탓으로 소연검법이 이상했던것이다.
"이들에게 진짜 소연검법을 가르켜도 되지?"
"부탁하겠네."
가주의 허락을 받고 앞으로 나선 추산은 모두를 둘러 보며 입을 열었다.
"모두 잘 들어라. 난 청추산이라고 한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자가 있지만 무인들 세계에선 나이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오로지 무공 경지만이 모든걸 우선한다. 너희들이 배운 소연검법은 짝퉁 소연검법이다. 지금부터 진짜 소연검법을 시전해 보이겠다. 추현아, 목검을 이리줘."
휘익.휘익.
두세번 목검을 휘둘러 본후 추산은 본격적으로 소연검법을 시전했다. 무릎을 살짝 굽히며 오른발을 조금 앞으로 내민채 자세를 잡고 목검을 찌르며 베고 갈랐다. 기본적인 무공인 탓으로 어렵진 않았다. 빠르게 한번 펼치고 두번째는 천천히 펼쳤다. 세번째는 한자세씩 설명을 깃들여 시전했다. 검의 높이나 발 위치가 중요했다.
"모두 기억했나?"
"......."
아무런 말도 없는 녀석들은 서로의 얼굴만 바라 보고 있었다. 단세번만에 완전히 기억하는건 아무리 기초 무공이라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추현아, 네가 시전해봐. 할수있지?"
"대충은..."
목검을 든 추현이 소연검법을 시전했다. 잘못된 점은 고쳐 주어야 했다.
"그곳의 발위치가 틀렸어. 오른쪽에서 횡으로 벨때 왼쪽발끝이 안쪽을 향하는게 아니라 바깥쪽으로 향해야 돼. 그래야 다음 동작이 부드럽게 이어져. 다시 해 봐."
휘익.
쉬익.
몇번 수정해 주자 추현이의 목검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점점 날카로워지고 있었다. 이미 대연검법을 잘 알고 있는 추현이에게 소연검법은 어렵지 않게 시전했다.
"형아, 이거 위력이 형편없어."
소연검법을 몇번 펼친 추현이는 대연검법에 익숙한 탓으로 소연검법을 이미 파악해 버렸다. 기초 검법인 소연검법은 추현이 말대로 위력은 그다지 없었다. 하지만 무공을 모르는 사람들 상대로는 큰위력을 발휘한다.
"그럼 대연검법을 펼쳐봐."
"내공을 사용해도 돼?"
"처음엔 사용하지 말고 시전하고 두번째는 내공을 사용해 시전해."
대연검법이라는 말에 지켜 보던 가주나 다른 녀석들의 눈이 커지고 있었다. 말로만 들었던 대연검법을 볼수 있다는 말에 놀라고 있는 것이다.
휘리릭.
슈아악.
소연검법과는 차원이 다른 대연검법은 남궁세가의 주요 무공으로 대부분의 무인들이 이 무공을 사용한다. 대연검법을 대성하면 직계라면 창궁무애검법이나 섬전십삼뢰을 배울수 있으며 직계가 아닌 다른 무인들은 청풍검법을 배울수 있다. 직계 여자라면 창궁비연검법을 배운다.
사악.
슈슈슉.
이번엔 내공을 주입하고 시전하는 추현이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전혀 달랐다. 내공을 주입하지 않은채 시전한 대연검법과는 달리 바람을 가르는 소리는 작았지만 빠르기와 날카로운 면에서는 비교할수도 없었다.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며 시전하는 탓으로 지켜 보는 가주와 녀석들은 멍한 표정이었다. 눈으로 쫒아 갈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펼치는 추현의 모습에 뭐가 뭔지도 모른채 심각하게 굳어진 상태였다.
"후우....!!"
완벽하게 시전한 대연검법은 추현은 거의 대성한 상태다. 내공만 따라 준다면 검사(劍絲)도 발휘할수 있을것이다.
"고생했어."
"형아, 어때?"
"완벽해. 앞으로는 내공 수련에 공을 들여. 자아, 모두 잘 봤지? 앞으로 너희들이 배울 무공이다. 소연검법을 먼저 가르키고 소연검법을 마스터하면 다음엔 대연검법을 가르켜 준다. 너희들을 가르킬 사람은 추현이다. 어리다고 무시하지 마라. 추현아, 널 무시하는 놈은 단단히 혼을 내줘."
"헤헤, 알았어. 반쯤 죽여 놓을께."
나란히 서 있는 녀석들을 둘러 보며 눈을 번뜩이는 추현이었다. 자신에게 그동안 당한것을 녀석들에게 풀려고 하는것 같았다.
"가주, 검법을 배우는 이들은 이들이 다야?"
"그렇다네."
"좋아. 소가주가 누구야?"
"소연검법을 시전한 승모가 소가주 후보네."
아직 완전히 소가주로 임명된 자는 없는 상태란걸 알수 있었다. 가주의 언행으로 볼때 남궁승모라는 자가 후보들중 가장 우위에 있는것 같았다.
"추현아, 일단 마보부터 시작하고 소연검법을 가르켜 줘. 소연검법은 기억했지?"
"물론이야. 맏겨둬."
자신만만하는 추현이를 뒤로하고 가주와 함께 다시 방으로 돌아 갔다. 이동하며 뒤를 힐끗거리는 가주였다.
"걱정마. 추현이가 잘 할꺼야. 아무리 큰부상을 입더라도 내가 고칠수 있으니까 마음 놔도 돼."
"그런데 자네는 의술도 배웠는가?"
"배웠어."
가주에게 배웠다고 말해 놔야 앞으로도 힐링 마법을 펼쳐도 아무런 의심도 없을 것이다. 가주는 추산이 내공으로 치료한다고 알고 있었다. 오해를 하는 것이지만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본가를 어떻게 찾을거야?"
"음...그게 문제라네.지금 본가를 차지하고 있는 남궁성대는 안휘성 권력자인 왕당위의 비호를 받고 있는 중이네."
가주의 설명으로 왕당위는 중앙 정치국 위원이란걸 알수 있었다. 중국 최고 권력자 32명중의 한명인것이다. 산동성의 금도명과 같은 위치였다.
"그럼 왕당위라는 자를 죽이면 해결되겠네?"
"헉! 주, 죽인다니...않되네. 만약 발각되면 두번 다시 본가를 찾을수 없을걸세."
"걱정마. 죽이든 살리든 어떻게든 할테니까. 그럼 난 잠시 이곳을 둘러 볼테니까 가주는 추현이가 잘 가르키고 있는지 지켜봐."
방을 나서 주변을 모두 둘러 보았다. 절벽위에 자리한 집들과 밭들이 산재해 있는 이곳은 소나무 숲으로 둘러 쌓여 있는 곳이다. 절벽위에서 보이는 광경은 절경이었다. 절벽 아래는 까마득했다. 저 멀리 보이는 절벽 반대편에는 역시 소나무들이 듬성듬성 자라고 있는 절벽이다. 관광지로 개발해도 될것 같았다.
- 실라이온, 이 근처에 마나 집적 마법진을 설치할 장소를 찾아봐. 될수 있으면 마나가 많이 모여 있는 곳이 좋아.
- 알겠어요.
실라이온이 사라지자 스마트 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 무슨 일인가?
"이 폰은 도청되거나 그쪽도 도청같은건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 물론이네. 특별한 폰이네. 무슨 일인가?
중앙 정치국 위원인 산동성의 금도명에게서 받은 폰을 사용했다.
"안휘성의 왕당위를 알지?"
- 왕당위? 안휘성 성장인 그 왕당위를 말하는 것이라면 잘 아네.
"그 자와 친해?"
- 음, 그렇게 친하지는 않네. 그런데 그 자는 왜 묻는건가?
마침 잘 되었다. 왕당위와 친하지도 않다면 죽여도 상관없을것 같았다.
"적어도 3년안에 왕당위를 죽일려고 해. 바로 죽일수도 있지만 안휘성 성장(省長) 후임으로 당신이 알고 있는 자를 은밀히 준비해."
- 누군가의 의뢰를 받은건가?
"그건 아냐. 자세한 사정은 말해 줄수 없어. 어느 정도 시간을 주면 후임을 준비할수 있는지 말해."
- 음, 그건 내 마음대로 할수 없는 일이네. 왕당위는 총서기와 같은 파벌에 속해 있다네. 혹시 죽이지 않고 협박을 할수 있나?
"물론이야."
금도명은 왕당위를 협박해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다. 총서기 파벌에 첩자를 박아 넣을려는 것이다.
"좋아. 그럼 그렇게 해 줄께. 며칠내로 왕당위가 전화를 할꺼야."
- 고맙네. 이 은혜는 절대로 잊지 않겠네.
"부탁 할일 있으면 뭐든 부탁해. 시간나면 해결해 줄테니까."
금도명과 전화를 끊자 실라이온이 보고를 해 왔다. 적당한 곳을 찾은것 같았다.
- 마스터, 굉장한 곳을 찾았어요. 절벽 아래쪽에 좁은 동굴이 있는데 그 안에 마나가 몰려 있어요.
- 수고했어.
당장 절벽 아래로 플라이 마법을 시전해 내려갔다. 실라이온이 말한 곳은 절묘한 곳이었다. 바깥쪽에선 찾기 어려운 동굴이다. 입구가 좁아 사람은 들어 갈수 없는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 동굴이었다. 동굴 앞에는 잔가지들이 무성한 나무가 자리하고 있어 더욱 안성마춤이었다.
- 노에스, 사람 한명이 옆으로 겨우 들어 갈수 있을 정도로 입구를 넓혀줘.
바위가 절로 사라져 서서히 입구가 넓어지고 있었다. 안쪽은 바깥쪽과는 달리 점점 넓어지고 있었다. 천연 동굴인 이곳은 안쪽이 깊고 넓었다.
- 실라이온, 동굴 전체를 살펴봤어?
- 예. 깊기는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동굴이에요.
안쪽으로 200미터정도는 들어 간것 같았다. 실라이온이 말하기도 전에 마나가 몰려 있는 곳은 추산도 알수 있었다. 지구에선 있을수 없을 정도의 마나였다. 마나가 몰려 있는 중앙에 앉아 마나 연공을 시작하자 홍수처럼 몰려 들고 있었다. 얼마나 마나 연공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몰려 드는 마나는 점점 줄어 들고 있었다.
마나 연공을 중단하고 이곳에 왜 마나가 몰려 있는지 주변을 조사해 보았다. 그러자 마나가 이곳으로 조금씩 흘러 들어 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곳은 풍수지리상의 용혈(龍穴)에 해당되는 지점이었던 것이다. 간만에 풍만한 마나를 몸속에 받아 들여 환한 표정으로 절벽위로 올라갔다.
"그게 아냐. 그 지점에선 팔을 반푼 더 올려!"
"넌 발 방향이 틀렸잖아. 몇번이나 말해줘야 제대로 할꺼냐?"
"한동작 한동작에 정신을 집중해. 피땀을 흘린 만큼 그 대가는 반드시 돌아 올꺼다."
추현이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먼곳에서도 들을수 있을만큼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일부러 가까이는 접근하지 않았다. 소연검법을 연마하는 자들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 보았다. 어느새 해가 서서히 질려고 했지만 다들 열심이었다. 게중에서도 소가주 후보인 남궁승모가 가장 뛰어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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