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화. 천후와 남궁세가(2)
164화.
청송일때 남궁세가 무고를 살펴 보았을땐 은신에 관한 무공은 찾을수가 없었다. 영 아저씨라면 몇개는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되었다.
"큭!"
그런 생각에 잠겨 있을때 은영은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다. 은영은 고수에 근접한 일류 고수에 불과하다. 절정인 협도 대협의 노리개감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얻는게 없는건 아니다. 절정 고수의 분위기나 압박감등 몸으로 느끼는 것이 많을 것이다.
쩡!
"으윽!"
얼마 시간도 걸리지 않고 은영은 나가 떨어 졌다. 내상을 입었는지 입가에 피를 흘리고 있었다.
"쯧쯧, 고작 그것도 못 버티냐?"
너무 빨리 나가 떨어진 은영에게 실망한듯 자신을 바라 보는 협도 대협이었지만 고개를 가로 저으며 대련은 하지 않는다고 명백히 밝혔다. 협도 대협과 이곳에서 대련한다면 큰소리가 울려 퍼져 다른 무인들이 달려 와 소문이 퍼질것이다. 은영의 내상은 별것없었다. 두시진 정도 운기조식을 하면 충분히 회복할수 있을 정도로 대협이 사정을 둔것이다.
- 끝났어요.
- 고맙구나.
그날밤 태상가주 거처를 찾아가 차를 한잔하고 영 아저씨의 부탁을 들어 주었다. 태상가주도 이미 다 알고 있는 일이다. 옆방으로 이동하자 복면을 한 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호오, 고수네.'
영 아저씨의 제자는 고수 반열에 든 자였다. 자신의 이름을 무명(無名)이라고 소개한 자는 묵직한 중년의 목소리였다. 임똑맥을 뚫는건 역시 어렵지 않았다. 대주천을 시도하는 무명을 지켜 보며 전음으로 영 아저씨에게 부탁했다.
- 아저씨, 혹시 은신법을 구할수 있을까요? 제 세가에도 아저씨처럼 세가를 수호하는 그림자를 키울려고 하는게 은신에 관한 무공이 전혀 없어요.
- 그렇냐? 잠시만 기다리거라.
영 아저씨는 흔쾌히 부탁을 들어 주었다. 잠시후 돌아온 영 아저씨는 한권의 책자를 건네 주었다.
- 가져 가거라.
- 감사합니다. 그리고 영약 한병을 드릴테니까 제자분에게 주세요.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떨어 지니까 당장 복용시키도록 하세요.
- 영약? 어떤 영약이냐?
- 지금보다 내공을 월등히 상승시켜 주는 영약이에요.
마나 포션을 한병 건네 주며 영약이라고 했다. 마나 포션은 영약이나 마찮가지다. 자신이 이런 영약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퍼진다면 중원 전체의 무인들이 달려 들것이다.
- 고맙구나.
- 그럼 전 그만 가 볼께요.
태상가주 방에 들러 끝났다고 하고 소가주 생일날엔 자신의 자리는 일부러 마련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하석(下席)에 조용히 자리해 혹시 강시가 등장할지도 모른다며 살펴 보겠다고 하자 태상가주가 고맙다고 말해 주었다.
남궁세가를 위하는 마음이 환생을 했더라도 변함이 없는 천후에게 고마움을 표시한것이었다. 숙소로 돌아와 영 아저씨에게 받은 품속의 무공 서적을 꺼냈다. 표지엔 은영신공(隱影神功)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림자속에 몸을 숨긴다는 무공이다. 어떤 무공인지 밤새 연구하며 스스로도 익혀 보았다. 얼마나 쓸모있는 무공인지 파악하고 은영에게 가르킬 생각이다.
'굉장한 무공을 주셨네.'
은영신공은 그림자속에 숨는 무공이다. 12성 대성을 할수록 그림자가 아무리 작아도 숨어 들수 있다. 큰그림자부터 점점 작은 그림자로 경지가 올라 갈수록 숨을수 있는 범위가 넓어 진다. 살수 무공에 가까웠지만 누군가를 은밀히 보호하기엔 적당한 은신법이었다. 무공명도 은영신공이어서 마치 은영에게 딱 맞는 무공이었다.
낮에는 은영을 가르키고 밤에는 은영신공을 연마하며 시간을 보낼때 가주가 불렀다. 하녀를 따라 간곳은 손님을 접대하는 접객당중에서도 최고 귀빈을 모시는 곳이다. 안에는 놀랍게도 청송일때 동생을 치료해준 황보세가 소가주였던 황보산후가 기다리고 있었다.
"검귀, 어서 오게. 황보세가 가주인 철명권 황보산후 가주라네."
"무림 말학 은천세가 소가주인 은천후가 황보세가주님을 뵈옵니다."
황보산후 가주를 만났지만 모른척했다. 자신이 환생한 사실은 남궁세가주와 태상가주, 그리고 영 아저씨만 알고 있었다.
"자네가 신협의 제자라고?"
"그렇습니다."
이미 남궁세가주가 말해 준 덕으로 설명은 필요없었다. 언제 신협을 만났는지 지금은 어디에 있느지 꼬치꼬치 캐 물었지만 대충 둘러댔다. 황보산후 가주는 신협이 아직 살아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동안 시달려야했다.
이런게 가장 귀찮았다. 드디어 소가주 생일 당일날 아침이 밝아왔다. 진시부터 시작된 생일 잔치에 수많은 무인들이 자리했다. 합비 근처의 문파나 장원을 책임지는 문주나 장주들이 모두 몰려 온것이다. 이들중에 혹시라도 수상한 자가 있는지 사이킥 서치로 내공을 조사해 보았지만 모두 사악한 기운은 감지되지 않았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소가주 생일 잔치 이어지고 있을때 최하석에 앉아 있는 자신에게로 노숙을 할때와 동림사와 호구에서 만난 네명이 다가왔다. 같이 합비로 가자는 걸 거절한것이나 마찮가지로 만나는게 껄끄러웠다.
"저희 자리는 저곳인데 여기 있었군요."
자신과는 달리 중간쯤에 자리한 이들이었다. 좌석이 어디에 배치되어 있는지에 따라 남궁세가에서 어느 정도 귀빈 취급을 받는지 알수 있다. 이들은 자신이 최하석에 앉아 있는 관계로 어중이떼중이로 생각하고 있는듯했다. 비웃는듯한 표정으로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 갈려고 하는 일행들에게로 협도 대협이 다가왔다.
"검귀, 누구냐?"
"오다 가다 만난 사이에요."
협도 대협의 말에 네명이 조금 놀란듯했다. 아직 약관정도로 보이는대도 벌써 별호를 가지고 있는건 무림에서 어느 정도 명성을 날려 인정받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술이나 한잔 하자."
"이곳엔 왜 왔어요. 저쪽에 가면 좋은 술이 많을텐데요."
"저쪽은 너무 고루해. 받아라."
어쩔수 없이 술잔을 받았다. 엉거주춤 서 있는 네명은 협도 대협이 누군지 모르는지 인사도 없었다. 대협도 별 상관하지 않는 태도였다. 그때 악취가 풍겨왔다. 넝마나 마찮가지인 때가 꼬질꼬질한 옷을 걸친 걸개 한명이 자신쪽으로 다가 온것이다.
"자네가 검귀인가?"
"그렇습니다."
"드디어 찾았군."
"걸랑, 자네가 왠일인가? 하긴 이런 잔치에 걸랑이 빠져선 않되지."
협도 대협이 잘 아는 사이인지 격없이 말을 놓고 있었다. 걸랑이라는 걸개가 자리에 앉을때 허리춤에 걸려 있는 매듭이 살짝 보였다. 무려 6개의 매듭으로 육결 제자였다.
"너희들은 뭐냐?"
"무림 말학 양휘장 소장주인 양진호라고 합니다. 이쪽은 제 여동생인 수아이고 건륭장 소장주 건륭자응과 동생인 건륭자민입니다."
걸랑은 아직도 엉거주춤 서 있는 네명의 소개를 받고 자신을 힐끗 바라 보며 일행인지 묻자 협도 대협이 대신 답해 주었다.
"오다가다 만난 사이래. 술이나 한잔 해."
더이상 네명에겐 볼일이 없다는듯 걸랑은 한손으로 가볍게 가 보라고 손짓하곤 술잔을 집어 들었다.
꿀꺽!
"캬아~! 좋군."
"검귀를 찾아 온것 같은게 무슨 일이야?"
"등왕각에 강시를 풀어 놓은 놈들을 심문한 결과를 알려 줄려고 왔네. 에잉, 아무것도 알수가 없었어. 점조직으로 되어 있는 놈들이야."
설명이라기 보다는 한탄을 하는 걸랑은 실망한 표정이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으로 그들을 모조리 소탕하기 위해선 놈들 대가리를 찾아야 한다.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기울이고 있을때 가주쪽에서 움직임이 있었다. 총관으로 보이는 중년인이 가주에게 귀엣말을 속삭이고 있었다. 급히 자리에서 일어난 가주가 연회장을 떠나는 모습에 즉시 실라이온을 소환해 따라 가 보라고 지시했다.
"응?"
엔다이론을 소환하자 걸랑과 대협이 주변을 둘러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것으로 거의 확실해졌다. 절정이상의 경지에 있는 무인들은 정령을 소환하면 감지할수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가주가 급하게 간곳은 정문쪽이었다.
화려한 한대의 사두 마차가 정문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마부석엔 두명의 중년인이 앉아 있었으며 마차 옆엔 말을 탄 갑옷을 입은 장수로 보이는 자가 마차를 호위하고 있었다. 정문에서 조금 떨어진 밖에는 백여명의 병사들이 자리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장수와 병사들로 볼때 마차의 주인은 관리로 가주가 직접 영접하는 것으로 볼때 굉장히 높은 지위에 있는 자가 틀림없었다.
마차가 멈추자 마부석에 있던 중년인 한명이 급히 뛰어 내려와 마차문을 열고 문아래쪽에 엎드렸다. 등을 밟고 마차에서 내리는 자는 화려한 복장을 한 아랫배가 툭 튀어 나온 중년인이었다.
"어서 오십시요. 성주님."
"소가주 생일이라기에 찾아 온거라네."
가주가 정중히 안내하는 자는 성주였다. 한개의 성을 책임지는 성주라면 안휘성 성주가 틀림없었다. 안휘성에서 가장 유명한 남궁세가의 위용을 알수 있었다. 소가주 생일임에도 무려 성주가 방문한 것이다.
성주 옆에는 장수가 착 달라 붙어 호위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경지인지 알아 보기 위해 실라이온을 보내자 장수는 무언가를 감지한듯 하늘쪽을 바라 보자 즉시 실라이온을 물러 나게 했다. 저 장수도 절정이상이다.
절정 이상의 고수가 호위하는 성주가 얼마나 큰 권력을 자랑하는지 알수 있었다. 사두마차는 마구간으로 향하는지 세가 무인의 안내로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화려하고 큰 사두마차는 십여명이 타더라도 문제없어 보였다.
'저렇게 큰 마차라면 얼마든지 숨길수 있겠군.'
그렇다. 언제 강시가 등장할지 몰라 감시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천후는 실라이온이 보여 주는 장면에서 마차가 흥미를 끌었다.
- 마차안을 샅샅이 뒤져봐.
- 찾았어요. 관 네개에 강시가 누워 있어요.
얼마 시간도 걸리지 않고 곧바로 알려 온 실라이온의 말에 역시라고 생각했지만 성주가 관여된 일이라면 자신 혼자서 함부로 마차를 뒤질순 없었다. 강시 네구로 남궁세가를 어떻게 할순 없다.
지금은 많은 무림인들이 모여 있는 관계로 평소보다 남궁세가의 전력이 몇배로 불어난 상태다. 강시의 습격과 함께 다른 무인들의 습격도 있을것이다. 세가 밖에 숨어 있을지 모르는 자들을 찾아 보라고 하며 잠시 뒷간에 간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연회장을 빠져 나갔다.
"태상가주님! 천후입니다. 급합니다."
보는 눈이 많아 뒷간에 들어가 곧바로 태상가주 거처로 사이킥 워프를 했다.
꽝.
"무슨 일이냐?"
급하다는 말에 태상가주는 문을 박차고 뛰쳐 나왔다. 상황 설명을 하자 태상가주는 성주라면 함부로 건드려선 않된다고 했다. 확실히 마차안에 강시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경공까지 시전하며 급히 이동하는 태상가주를 따라 갔다.
마차는 마구간앞에서 말등에서 마차를 분리하고 있는 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마부와 하인으로 보이는 자를 즉시 사이킥 서치로 살펴 보았다. 저들도 혹시 무공을 익히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마부는 내공이 없었지만 마차 문을 열고 바닥에 엎드려 등을 내준 중년인은 고수 정도의 내공을 보유하고 있었다.
고수가 하인으로 행세한다는건 평범한 일이 아니다. 중년인이 강시를 조종하는 자일지도 몰랐다. 태상가주에게 그런 사실을 알려 주자 조금 놀란듯하며 마차쪽으로 다가가 중년인의 마혈을 찍고 마부도 제압했다. 갑자기 제압당한 둘은 당황하면서 어쩔줄을 몰라했다.
"마차안을 조사해 봐야겠다."
즉시 마차를 열고 안으로 들어간 태상가주는 마차안을 뒤지며 바닥을 드러내자 관 네개를 발견했다. 관 속에는 죽은 듯이 누워 있는 남자 네명이 들어 있었다. 강시가 아니라면 이렇게 관속에 넣고 마차안에 숨겨 놓을 필요는 없었다. 강시를 발견한 태상가주는 즉시 제압한 자들을 심문했다.
- 엔다이론, 강시 몸속을 조사해 봐.
"응?"
두리번 두리번.
엔다이론이 소환되자 태상가주가 즉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입을 열었다.
"뭔가 이상하구나."
"뭐가요? 전 모르겠는데요?"
시치미를 뗀 천후는 강시에 대해 많은 것을 알수 있었다. 살아 있는 강시는 처음으로 조사를 해 보는 것이다. 강시는 여러 가지 독초나 약초를 배합해 만든다고 들었다. 강시 몸속으로 들어간 엔다이론은 역겨움에 바로 나올려고 했지만 참고 조사해 보라고 했다.
"저 놈은 고수 정도의 내공을 보유하고 있어요. 하인이 고수라니 말도 되지 않죠. 무슨 꿍꿍이가 있는게 틀림없어요. 강시를 조종하는 놈일지도 몰라요."
"음, 그럴수도 있겠구나."
태상가주는 세가 무인들을 불러 마차를 철통같이 감시하라고 하며 성주가 있는 연회장으로 향했다. 강시를 조사한 결과 중요한 약점을 발견했다. 독초를 사용한 탓으로 사이킥 큐어로 독을 해독시키면 강시는 움직이지 못하거나 움직임이 느려 질것이다.
강시 한구에게 사이킥 큐어를 시전했다. 다른 강시들과 겉모습은 변함없었지만 내부는 전혀 달랐다. 모든 장기가 검은색으로 물들었던 강시는 회색으로 변해 있었다. 한번의 사이킥 큐어로는 독을 완전히 해독할수 없을 정도였다.
다시 한번더 시전하자 놀랍게도 강시는 흐물흐물 녹아 내리기 시작했다. 다행이 관이 닫혀 있는 관계로 발각되진 않았지만 관을 열어 보면 깜짝 놀랄것이다.
"태상가주님, 강시만으로 세가를 어떻게 할순 없을겁니다. 보조하는 다른 놈들이 세가 근처에 숨어 있겠지만 조사를 해 봐도 찾을수가 없었어요. 제 생각엔 정문 밖에 있는 병사들이 수상합니다. 만약을 대비해 정문쪽에 무인들을 배치해 놓는게 좋을것 같아요."
"음, 그렇게 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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