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화. 추산, 옛인연을 만나다(1)
105화.
추산의 입에서 황보세가 인물명이 줄줄이 흘러 나오자 가주는 놀라워하며 족보를 들추고 있었다.
"이, 있습니다. 방금 말씀하신 선조님들이 모두 있습니다. 어떻게 옛선조님들을 알고 계신겁니까?"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은 반드시 가주 혼자만 알고 있도록. 소가주는 물론 다른 사람들에겐 절대로 말하지마. 만약 조금이라도 발설한다면 내 손으로 황보세가를 무너 뜨리겠다."
심각한 얼굴로 경고하자 가주의 얼굴도 굳어지고 있었다. 한참이나 어린 추산이 반말을 하고 있는줄도 모르는듯했다.
"명심하겠습니다."
"난 방금 말한 그 시대에 살고 있었다. 지금은 환생한 상태로 당시 무당산에서 개최되는 용봉 대회로 가면서 도중에 황보세가 인물들과 만나 동행했다. 소가주 동생인 황보산명이 크게 다쳐 치료를 해 주고 권협이 화경으로 올라 갈수 있는 단서도 제공해 주었다. 소가주와는 몇번이나 대련을 해서 천왕삼권을 알고 있는것이다. 그때의 난 청송이란 이름으로 신협이라는 별호로 불리웠다. 무당산에서 갑자기 사라져 날 알고 있는 자들은 많지 않을것이다."
추산의 말에 가주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누구라도 믿기지 않을 것이다.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가주는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하며 방을 뛰쳐 나갔다. 탁자위의 식어 버린 차를 모도 마셔도 가주는 좀처럼 돌아 오지 않았다. 가주에게 환생한 일을 말해 준게 잘한 일인지 되새기며 기다리고 있을때 가주가 책을 한아름 안아 들고 들어왔다.
"황보산후 가주님과 권협 선조님이 남기신 일기입니다."
추산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일기를 찾아 온것이다. 일기를 넘기는 가주의 얼굴은 점점 심각하게 변해가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시, 신협 청송! 권협님의 일기장에 신협님의 내용이 있습니다. 오른손에는 화강을 왼손에는 빙강을 시전하는 신협은 천하 제일인이 틀림없을것이다. 신협의 도움으로 난 화경에 도달할수 있었다. 신협은 무당산에서 홀연히 실종되어 무림 어디에서도 찾을수 없었으며 한번도 모습을 드러낸적이 없었다...라는 내용입니다."
일기를 읽은 가주는 추산을 바라 보며 아직도 믿기지 않아했다.
"지, 지금도 강기를 생성시킬수 있으십니까?"
"강기는 아니지만 비슷하겐 할수있어."
화륵.
스물스물.
오른손엔 사이킥 파이어를 왼손엔 사이킥 스모그를 생성시켰다. 겉모습은 강기처럼 보일것이다. 실제로는 강기와는 비교도 할수 없을 정도로 약하다.
쩌억!
입을 쩍 벌리며 경악하는 가주는 완전히 굳어 버렸다. 사이킥을 해제하며 다시 한번 가주에게 경고했다.
"나에 관한 것은 모두 절대 비밀이다. 반드시 지켜. 그리고 며칠내로 옛황보세가 건물을 찾을수 있을꺼야. 세가를 차지하고 있는 금도명을 협박해 놓았어. 며칠내로 답을 줄테니까 기다려 봐."
"저, 정말이십니까?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황송해 어쩔줄 모르는 가주였다. 황보가의 절대 명제가 세가를 되찾고 무공을 복원하는 길일 것이다. 세가를 통채로 빼았긴 가문은 모두 그런 비원(悲願)에 젖어 있을것이다.
"그럼 난 가볼께."
"옛?"
자리에서 일어나자 가주가 놀라며 제지할려고 했다.
"앞으로 날 찾진마. 귀찮게하지 말라는거다."
사이킥 텔레포트로 그 자리에서 그대로 사라져 태산으로 이동했다. 추산이 눈앞에서 깜쪽같이 사라지자 황보상욱 가주는 너무 놀라 앉아 있던 의자에서 뒤로 넘어질뻔했다.
"신협의 환생이라...믿기지 않는군. 옛날이나 지금이나 천하제일인이 틀림없겠군."
***
금도명은 침대에 없었다. 방안 어디에서도 찾아 볼수 없었다. 방을 비워 둔것이다. 혹시 몰라 실라이온을 불러 방안을 조사해 샅샅이 보라고 했다. 금도명이 무슨 장난을 해 놓았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감시 카메라는 물론 도청 장치는 찾을수 없었다. 장난을 치지 않아 다행이다. 만약 무슨 장치를 해 놓았다면 가만 두지 않았을것이다. 방안의 금고는 이미 알고 있다. 노에스가 비밀 서고를 찾을때 찾은 것이다. 한쪽 벽면 돌 모서리를 잡고 잡아 당기자 왼쪽으로 돌문이 열렸다. 돌벽속의 금고를 감추어 놓은것이다.
"언락!"
철컥.
금고안에는 검은 봉투 한개만 달랑 들어 있었다. 봉투를 품속에 집어 넣고 숙소로 돌아와 봉투안을 살펴 보았다. 서류 두장과 사진 두장, 그리고 예상치도 못한 물건이 들어 있었다. 스마트 폰이었다. 스마트 폰은 전화 번호 하나가 등록되어 있었다. 굳이 전화를 걸지 않아도 누군지 알수 있었다.
금도명의 전화 번호가 틀림없을것이다. 서류를 살펴 보며 죽여 달라는 황대인이 있는 곳과 부인이 있는 곳을 기억하고 얼굴 사진도 모두 기억했다. 금도명과 연관있는 자가 같은 날 똑같은 심장마비로 죽는다면 의아하게 생각할것이다. 증거는 없지만 금도명을 의심할지도 모른다. 한명은 심장마비로 죽이고 한명은 교통 사고로 위장하는게 좋을것 같았다. 금도명의 부인을 먼저 죽이러 갔다.
'후우! 황보세가 때문에 이게 뭐하는 짓인지...'
투덜거리며 다시 옛황보세가안으로 침투한 추산은 금도명의 부인이 자고 있는 방으로 스며 들어 갔다. 큰침대에 누워 잠이 든것인지 낮은 숨소리만 들려 오고 있었다.
- 타냐스, 심장마비로 죽여.
어둠의 정령인 타냐스는 이런 일은 식은죽 먹기다.
"윽!"
금도명의 부인은 갑자기 심장을 부여 잡고 괴로워하고 있었지만 잠시후 축 늘어져 버렸다. 완전히 죽은걸 확인하고 숙소로 이동했다. 다음날 아침이면 큰소동이 벌어 질것이다. 다음은 황대인 차례다. 황대인은 금도명의 장인이다. 부인과 장인에게 무슨 원한이 있는지는 모른다. 굳이 알 필요는 없었다.
이른 아침부터 황대인의 집 근처에서 기다렸다. 교통 사고로 죽이기 위해 차를 타고 집에서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9시가 넘었을즈음 드디어 황대인인 탄 자동차를 집을 나왔다. 어디를 급하게 가는지 집을 나오자마자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황대인이 가는 방향으로 먼저 사이킥 텔레포트로 이동해 기다렸다.
'이쪽은 금도명이 있는 집쪽인데?'
옛황보세가쪽으로 질주하는 자동차는 전면에 그리스 마법을 펼쳤다. 그러자 자동차는 빙판에 미끄러지듯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브레이크를 밟았는지 '끼이이익'하는 소리와 함께 옆으로 급격하게 기울어지며 도로위를 몇바퀴나 뒹굴었다.
- 타샤스, 황대인의 목을 꺾어 버려.
황대인이 죽었는지 아직 살아 있는지는 모르지만 확실하게 죽이기 위해 타샤스에게 지시했다. 자동차 사고가 나자 다른 자동차들이 멈추고 몇몇 사람들이 황대인 자동차쪽으로 달려 가고 있었다. 어디로 전화를 거는 사람도 있었으며 스마트 폰으로 촬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숙소로 이동한 추산은 금도명의 전화를 기다렸다. 이미 부인이 죽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을 것이다. 황대인까지 죽었다는 것을 알면 반드시 연락을 해 올것이다. 그 때문에 스마트 폰을 넣어 둔게 틀림없었다. 오후 늦게 금도명이 연락을 해 왔다.
"고맙네. 밤 늦게 침대밑의 물건을 가져 가게. 그리고 저택은 원주인에게 확실히 돌려 주겠네. 다음에 또 일이 있으면 연락해도 되겠나?"
"연락이 되지 않을수도 있어."
"가끔씩 폰을 확인해 주게."
금도명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거나 더욱 큰 권력을 잡기 위해 상대방을 제거할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것 같았다. 그럴때에 마침 추산이 등장한것이다. 만약 추산이 금도명과의 대화를 모두 녹음해 까발린다면 어쩔려고 청부 살인을 대놓고 요구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정도쯤은 얼마든지 무마할수 있는 권력을 쥐고 있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그렇지않고서야 얼굴도 정체도 모르는 추산에게 의뢰를 할리가 없었다.
금도명이 자고 있던 침대 아래에는 큰가방이 한개 놓여 있었다. 100위안짜리 지폐가 빼곡히 들어 있는 가방이었다. 부수입을 챙긴 추산은 여량시의 집으로 돌아 갔다. 황보초련은 더이상 찾아 오지도 않았다. 가주가 무슨 말을 한것 같았다.
"형아!"
추산이 집으로 돌아 오자 추현이가 환한 얼굴로 급히 달려 왔다.
"수련은 잘 하고 있지?"
"헤헤, 물론이야."
추현이를 뒷산 연무장으로 데려갔다. 고작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동안의 수련을 점검해 볼 생각이다. 배운지 며칠밖에 지나지 않아 아직 천뢰제왕신공은 미숙했으며 대연검법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노력이 부족해."
"히잉...얼마나 노력했는데..."
추현이에겐 더 빡세게 훈련을 시킬 생각이다.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추현이는 녹초가 될 정도로 숨을 헐떡이며 바닥에 드러 누워 한동안 움직이지도 못했다.
"빨리 씻고 학교에 가. 방과후엔 다른곳에 들리지 말고 곧장 와라."
"형아, 이러다가 나 죽겠어."
딱.
"아파!"
"죽지 않을만큼 훈련시킨거다. 어서 움직여."
머리를 한대 쥐어 박아 주었다. 추현이가 산을 내려 가자 추산은 개인 훈련을 했다. 경혼 신법을 연습하고 마법과 사이킥을 점검한후 마나 집적진을 발동시켜 마나 연공을 했다. 추현이가 학교에서 돌아 올때까지의 일과였다.
***
"응?"
이상한 감각이 들어 즉시 집 주변을 사이킥 서치로 살펴 보았다. 자동차 한대가 집을 지나 아래쪽으로 내려 가고 있는것외엔 별다른 점은 없었지만 뭔가 이상했다.
- 실라이온, 집 주변을 자세히 조사해 줘. 특이한 것이 있으면 바로 보고하고.
대마도사였던 자신의 감각이 뭔가 있다고 경고하고 있었다. 이런 감각은 그냥 넘어 가선 않되었다. 한참후에 실라이온이 감시 카메라를 찾았다고 연락해 왔다. 감시 카메라는 모두 3대였다. 누가 이런곳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해 놓았는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금도명은 아니다. 황보초련도 아니다.
감시 카메라의 방향으로 볼때 현관과 뒷산 연무장을 감시하고 있었다. 언제부터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는지 모르지만 자신과 추현이의 수련 장면이 고스란히 녹화되어 있을것이다. 3대를 모두 회수해 SD카드를 뽑아 컴으로 확인해 봤다. 오늘 아침에 수련하던 장면이 고스란히 녹화되어 있었다. 전날 장면은 찾아 볼수도 없었다. 그렇다면 어제 저녁이나 오늘 새벽에 설치해 놓았거나 아니면 SD 카드를 이미 회수해 가고 새로운 것으로 교체했을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었다.
'설마 그 자동차...'
이상한 감각에 주변을 살펴 보았을때 자동차 한대가 아래쪽으로 내려 가고 있었다. 자신이 놓치고 있었던것이 있었다. 즉시 감시 카메라를 회수한 곳으로 이동해 주변을 세밀히 조사해 보았다.
"음, 역시..."
감시 카메라 주변에 오늘 다녀간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렇다면 새로운 SD 카드를 회수하고 새로운것으로 교체해 놓은 것이다. 이미 자동차는 멀리 사라졌을것이다. 언제부터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지가 중요했다. 감시 카메라를 설치한 놈은 또다시 회수하러 올것이다. 그때 놈을 잡아 족칠 생각이다.
추현이는 학교가 끝나면 곧바로 돌아 오라고 했는데도 이미 해가 지고 있는데도 돌아 오지 않았다. 폰에 전화를 해도 받지도 않고 메일을 보내도 연락도 해 오지 않았다. 추현이의 실력으로 누군가에게 당하지는 않을것이지만 그래도 걱정되었다.
'이 새끼가 감히 반항을...'
돌아 오면 응분의 대가를 치루게 할꺼다. 단단히 벼루며 추현이를 기다렸지만 녀석은 어두워졌는데도 돌아 올 생각은 하지 않았다. 통화는 물론 메일 연락도 없었다. 이쯤되자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추현이가 타고 내리는 버스 정거장으로 향했다. 대지의 기억 마법을 펼쳐 추현이의 행적을 추적했다.
아침에 추현이는 이곳에서 버스를 탔다. 하교길엔 내리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추현이가 다니는 중학교로 향해 버스 정거장에서 다시 대지의 기억 마법으로 시전해 추현이가 하교길에 버스를 탔는지 조사해 보았지만 타지 않았다.
학교 정문에서 버스 정거장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무슨 일이 발생한것 같아 정문부터 버스 정거장으로 향하며 대지의 기억 마법으로 추적한 결과 추현이는 처음 보는 정장을 입은 자의 검은색 자동차에 올라 타고 있었다. 자동차 번호를 기억했지만 어떤식으로 자동차 번호를 조회해 알아 볼수 있는지 막막했다. 금도명에게 연락하면 그 정도는 쉽게 알아 낼수 있겠지만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우려가 있었다.
'후우, 어쩔수 없군.'
노에스를 불러 자동차를 추적하라고 했다. 아직 5서클에 해당되는 마나밖에 모으지 못한 탓으로 장시간 정령을 소환할순 없었다. 노에스를 따라 가며 자동차를 계속 추적했다. 마나가 부족해 지면 마나 포션을 마시고 계속 추적했지만 자동차는 멈출줄을 몰랐다. 계속되는 추적에 지쳐 마나 연공을 하며 하루를 쉬고 다시 추적했다. 하루 건너 한번씩 쉬면서 추적한 끝에 겨우 도착한곳은 안휘성에 위치하는 합비였다.
'설마 남궁세가에 들켜 버린건가?'
- 작가의말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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