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화. 토니, 석유를 찾다(1)
95화.
에티오피아 전역을 돌아 다녀도 상관없었지만 동식이가 이제 정신을 차린만큼 동식이를 놓아줄 생각이다. 석유를 빨리 찾고 헤어지기 위해 검색해 보라고 재촉했다.
"그것보다 일단 아버지에게 연락을 해야겠습니다. 지금쯤 절 찾는다고 난리가 나 있을겁니다."
"않해도 돼. 이주일에 한번씩 연락했었어."
"섭섭합니다. 형님."
자신 몰래 연락한 사실을 안 동식이는 토라졌다.
탁!
"악!"
"내가 그렇게하지 않았다면 넌 전화를 붙잡고 울고불고 난리를 쳤을게 아냐?"
"......."
동식이의 뒷통수를 후려치며 한마디해 주었다. 아무 말도 없는 동식이는 무안해했다.
"빨리 검색해."
에티오피아에는 가스는 발견되었지만 아직 원전은 발견되지 않았다. 몇개의 지역에 원전이 있을 가능성이 있어 여러 나라의 기업이 석유와 가스를 찾고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오가덴, 메켈레, 감벨라, 남부지구대, 청나일강 지류인 아바이강 유역에 석유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검색되었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지역은 감벨라라는 지역이었다.
감벨라는 석유 매장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지만 다른 외국 기업에서 이미 찾고 있는 중이었다. 일단 감벨라로 가기로 했다. 에티오피아 정부와 석유를 찾고 있는 기업이 감벨라 전역에서 석유 채굴권을 체결했는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감벨라로 이동해 알아 봐야 한다.
남수단과의 국경에서 국경을 넘어온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해 차를 얻어 탔다. 이곳으로 넘어 오는 자들은 모두 감벨라로 간다고 했다. 반나절이나 걸려 감벨라에 도착해 묵을 방을 찾아 들어갔다. 호텔을 운영하는 주인에게 감벨라 지역에 석유가 있는지 물어 보았다.
"이곳은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석유를 찾고 있다네. 자네들은 어느 나라 사람들인가?"
"한국인입니다."
"그런가. 자네들도 석유를 찾고 있는건가?"
"그렇습니다."
호텔 주인은 많은 외국 기업들이 석유 탐사와 개발권을 따내 탐사를 하고 있으니 청나일강으로 가 보라고 했다. 그곳은 아직 석유 채굴권을 따낸 기업이 없다는 말을 말레이시아 회사 직원들에게 들었다고 말해 주었다. 중요한 정보를 준 호텔 주인에게 팁을 건네 주며 청나일강으로 안내를 해 줄 안내인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시아드라고 합니다."
다음날 아침 호텔 주인의 소개로 중년인 한명이 방문했다. 간단하게 소개를 하고 당장 안내를 부탁했다. 청나일강은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높은 산으로 둘러 쌓인 중앙을 가르고 흐르면서 평원을 가로 지르기도 했다.
강위에는 사람들이 고기 잡이를 하는 장면도 눈에 들어왔다. 시아드의 안내로 이동하면서 토니는 노에스를 불러 땅속의 석유를 찾아 보라고 했다. 한시간정도후에 돌아온 노에스는 찾았다고 했다.
- 확실하지?
- 예. 이미 한번 경험해 본적이 있어서 틀림없어요.
- 뭐? 석유를 찾아 본적이 있다고? 언제?
- 그건....말할수 없어요.
노에스의 말에 깜짝 놀란 토니였다. 이계인 중간계엔 아직 석유라는 단어도 없을 뿐더러 뭔지도 모른다. 만약 노에스와 계약을 맺은 누군가가 석유를 찾았다면 그 석유로 무언가를 했을것이다. 대륙에는 그런 소문은 전혀 없었지만 한가지 신경쓰이는 일이 생각났다.
'혹시 던전안에서 찾은 한국어로 적힌 일기의 주인이 아닐까?'
노에스와 계약을 맺은 자는 그 자가 아니라면 노에스는 석유를 알고 있지도 못할것이라고 추정되었다. 노에스를 다그쳐도 더이상은 말해 주지 않을것이다. 던전의 주인인 그 자는 그럼 지구와 이계를 맘대로 들락거린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에서 석유를 찾았다고 밖에 생각할수 없기 때문이다. 어느 지역의 유전을 개발했는지 알수만 있다면 그 자가 누군지도 알수 있을것이다.
- 노에스, 찾은 석유는 얼마나 있지?
- 저 산과 저 산을 모두 합친것보다 세배정도나 더 많아요.
앞쪽의 산을 가르켰다. 산과 산을 경계로 강이 흐르고 있었다. 강까지 포함한다면 엄청난 양이다. 노에스에게 석유가 매장되어 있는 곳 위치를 머리속에 그려 달라고 했다. 산과 산 아래쪽에 매장되어 있는 석유는 개발하기 위해선 산을 들어 내거나 강 복판을 뚫어야 한다. 쉽게 뚫을수 있는 곳을 찾아 보았다.
- 노에스, 저곳의 깊이를 깊게 해서 석유를 채굴할수 있도록 해줘.
- 알겠어요.
잠시후 마나가 쭉 빨려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노에스가 본격적으로 작업을 개시한것이다. 산 반대편 가장자리로 툭 튀어 나온 땅속 지형을 깊게 파서 개발하기 쉽게끔 석유가 그쪽으로 흘러 들어 오도록 작업을 하는 것이다.
"형님, 이렇게 계속 돌아 다니기만 할겁니다."
덜컹거리는 차안이 지루한지 동식이가 질문을 해 왔다. 이미 석유를 찾았다는 말을 한다면 동식이는 믿지 못할것이다.
"심심하면 차를 멈추고 조금 걸을래?"
"예. 엉덩이 아파 죽겠어요."
차를 멈추고 강쪽으로 내려가 강물에 발을 담그자 시원함이 전해져 왔다. 이 강에는 악어는 없다고 했다.
"형님! 석유는 언제 찾을겁니까?"
"...걱정마. 지금 찾고 있는 중이다."
언덕위에 있는 시아드를 힐끔 바라 보고 동식이에게 말해 주었다, 운전수겸 안내인인 시아드는 전화를 하고 있었다. 무슨 통화를 하는지 살짝 들어 보았다.
"예. 이들이 이상합니다, 관광객도 아닌것 같고 석유를 찾는 것도 아닌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차에만 타고 있습니다."
- 혹시 모르니까 계속 주시해.
"알겠습니다."
호텔 주인의 소개로 온 시아드는 평범한 자가 아니란걸 바로 알아 차렸다. 자신들을 감시하는 놈이었다. 어느 소속인지는 모르지만 놈이 있는 곳에서 석유를 찾았다는 말을 하지 않은게 다행이었다. 놈이 한국어를 아는지 모르는지는 알수 없지만 조심하는게 좋을것 같았다. 노에스의 작업이 끝나고 그곳 좌표를 기억하고 다시 이동했다.
"시아드, 이곳에도 사자들이 있어?"
"이곳에는 없지만 남쪽으로 내려 가면 있습니다. 멀지만 그곳으로 갈까요?"
예전 자신이 사자로 환생했을때 강 근처에서 살았다, 혹시 그곳이 이곳이 아닌지 궁금해 물어 본것이다.
"아냐. 거리가 멀다면 갈 필요는 없어."
"그럼 해가 지기 전에 숙소를 잡아야 합니다. 안내할까요?"
"안내해."
시아드가 안내한 곳은 작은 도시였다. 처음 묵은 호텔과 비슷했다. 여전히 방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장 깨끗한 방이란게 군데군데 곰팡이가 피어 있었고 침대 또한 허름한 담요가 놓여 있을 뿐이었다.
- 실라이온, 혹시 도청 장치가 있는지 찾아봐 줘.
- 알겠어요.
10분도 걸리지 않아 실라이온은 도청 장치가 숨겨져 있는 곳을 찾아냈다. 실라이온이 어떻게 도청 장치를 알고 찾아냈는지 이젠 확신하게 되었다.
- 실라이온, 도청 장치를 알고 있었어?
- 호호호, 마스터, 짖궂어시네요. 맞아요. 마스터가 생각하고 있는대로 저희들은 이미 지구에 와 본적이 있어요. 더이상은 묻지 마세요.
실라이온의 말에 확신이 생겼다. 자신의 내면속에 숨어 있는 존재는 이들 정령들과 깊은 연관이 있었다. 그렇다면 내면속의 존재는 영혼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어떤 영혼인지는 모르지만 정령들과 계약을 했었던 영혼이라고 확신했다. 어떻게 그런 영혼이 자신과 함께 하는지 알수 없지만 조그마한 단서는 잡은 것이다. 먼저 이곳의 일을 먼저 해결한후에 천천히 생각해 볼 생각이다.
방안에 도청 장치가 숨겨져 있다는 건 시아드의 소행이라고 생각되었다. 시아드는 계속 우리들과 함께였다. 도청 장치를 설치할 시간은 없었다. 그렇다면 시아드의 동료가 설치를 해 놓았거나 아니면 미리 설치해 놓은 곳으로 안내를 한것이다. 시아드는 어떤 조직에 속해 있는것이 틀림없었다. 전번 호텔처럼 이곳 호텔도 시아드가 속한 조직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즉시 시아드가 머무는 방으로 사이킥 아이를 들여 보냈다. 시아드는 듀랄루민 케이스같은 가방을 열고 가방안의 사각형 물체에 빼곡히 달려 있는 버턴을 이러저리 돌리며 귀에는 헤드폰을 낀채였다. 도청 장치에서 흘러 나오는 말을 듣고 있는것 같았다. 시아드의 방으로 즉시 숨어 들어 갔다.
톡톡.
시아드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겼다.
휘익.
"허억!"
급히 뒤돌아 본 시아드는 바로 뒤에 토니가 서 있자 깜짝 놀라며 발목으로 손을 가져 가고 있었다.
휘익.
"움직이지마!"
발목에서 권총을 꺼내 겨누며 위협하는 시아드였다. 티셔츠를 입고 있는 탓으로 발목에 권총을 숨겨둔것이다.
"그거 진짜 권총이냐? 이리줘 봐!"
휘익.
"아앗?"
시아드의 손에 들려 있던 권총이 순식간에 토니의 손으로 옮겨졌다. 경악하는 시아드는 뭐가 뭔지도 모른채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이거 진짜인지 가짜인지 쏴 볼까?"
"......."
식은땀을 흘리는 시아드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자아, 받아."
"어헉!"
권총에 흥미가 사라진 토니는 시아드에게 던져 주었다. 얼떨결에 권총을 받아든 시아드는 멍해했다.
"이야기를 하러 왔다. 일단 앉아라."
의자가 한개밖에 없어 토니는 침대에 걸터 앉았다. 시아드는 권총을 들고 어쩔줄 몰라하며 토니가 침대에 무방비 상태로 앉아 있는 모습에 권총을 허리춤에 꽂아 두고는 의자에 앉았다.
"자아, 이것도 받아."
방에서 찾은 도청 장치를 던져 주며 입을 열었다.
"저게 도청 장치냐?"
"누, 누구십니까?"
"이미 나에 관해 알고 있는게 아니었어?"
"한국인이란것만 알고 있습니다."
동식이와는 한국말로 계속 했기 때문에 영국인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있는듯했다. 특이한 은발을 보고도 자신이 영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자라는것도 모르고 있었다. 축구에 관심이 있다면 월드컵에서 활약한 자신을 알고 있을것이지만 흥미가 없다면 에티오피아인이 모르는 것은 당연했다.
"모른다면 됐어. 한가지 물어 보자. 넌 어느 소속이냐?"
"먼저 누군지 말해 주시면 답해 드리겠습니다."
"스마트 폰있지? 영어로 은발의 토니라고 검색해 봐."
즉시 검색을 시작한 시아드는 잠시후 토니와 스마트 폰 화면을 비교하며 점점 입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게 본인이 맞습니까?"
스마트 폰을 보여 주는 시아드는 확인을 요구했다. 지금은 사막을 건너온 탓으로 얼굴이 많이 타 버려 스마트 폰 화면의 사진과는 얼굴색이 달랐다.
"어떨것 같냐?"
"음...본인이 맞군요. 은발은 흔하지 않으니까요."
"이제 네가 누군지 말할 차례다."
"...음...전 정보국 소속입니다. 더이상은 말해 줄수 없습니다."
더이상은 말하지 않겠다는듯 굳게 입을 다물고 있는 시아드였다.
"네 상관에게 연락해 내가 만나 보고 싶다고 전해."
"무슨 일로요?"
"석유때문이야."
"......."
고민하는 시아드였다. 상관에게 보고를 한다면 자신의 임무가 실패한 것을 알리는 꼴이나 마찮가지다.
"설마 석유를 찾은 겁니까?"
"하루종일 구경만 하고 다녔는데 어떻게 찾냐?"
"그, 그렇죠."
운전수 역활로 안내를 한 시아드 본인이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석유 탐사나 채굴권에 관한 상담을 할려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런 일로 상관에게 연락할 필요는 없었다.
"석유에 관한 일은 경제부에 알아 보십시요."
"넌 그냥 연락만 하면 돼. 하고 싶지 않다면 강제로 할꺼다."
벌떡.
시아드는 급히 일어나 권총을 빼어 들었지만 어느새 권총은 시아드의 손에서 또 사라져 버렸다.
"어, 어떻게..."
"뭘 어떻게야?"
시아드는 자신이 움직이지 못한다는걸 아직 모르고 있었다. 홀드 마법으로 묶인 시아드가 보는 앞에서 테이블위에 있는 스마트 폰을 집어 들었다.
"않돼! 어? 모, 몸이..."
토니가 무슨 짓을 할려는지 이미 짐작하고 있는듯 제지할려고 했지만 시아드는 움직이지 못하는 몸에 당황하고 있었다.
"몇시간전에 네 상관에게 연락을 한걸 다 들었다. 내가 직접 연락할까? 아니면 네가 할래?"
"제, 제가 하겠습니다."
시아드의 몸을 풀어 주고 스마트 폰을 내밀었다.
"어?"
몸이 움직일수 있자 어리둥절한 시아드는 뭐가 어떻게 된것인지 생각해 볼 여유도 없이 스마트 폰을 들고는 전화를 걸었다.
"받아 보십시요."
소곤거리며 잠시 통화를 한 시아드가 폰을 내밀었다.
"토니 브라운이다."
"뎀바입니다. 석유에 관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석유는 핑계고 만나자."
"예엣? 만나자니요?"
전화보다는 직접 만나서 석유 탐사권에 대해 상의하고 싶었다. 뎀바에게는 조금 협박을 했다. 자신을 도청했다는 사실이 알려 진다면 에티오피아 정부는 곤역을 치룰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토니가 도청 당한 일을 발설한다면 정보국에 속한 누군가는 목이 달아 날것이라며 협박을 하자 만나러 오겠다고 했다. 뎀바는 이틀후 호텔로 찾아 왔다. 중년인인 뎀바는 아랫배가 불룩 나와 있었다. 토니의 방에서 단둘이 얘기를 했다.
"뎀바입니다. 먼저 도청을 한건 사과드리겠습니다."
"그건 됐어. 그보다 난 석유나 광물을 찾을수 있는 특별한 방법을 알고 있어."
"예엣? 그게 무슨 말입니까?"
당연히 믿는 사람은 없다. 그런 방법이 있다면 막대한 자금을 들여 힘들게 탐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일단 나하고 갈곳이 있어."
"둘이서요?"
"모두 함께 간다."
"음, 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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