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화. 오크로써의 삶(5)
66화.
정글은 빨리 어두워진다. 밤에 이동하는건 자살 행위다. 일반적인 오크였다면 그럴것이지만 해크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깜깜한 밤에 습격하는 몬스터에게 시달릴것을 생각하면 날이 밝은후에 이동하는게 좋다고 판단했다. 큰나무위로 올라가 도끼를 나무에 박아 놓고 가지에 걸터 앉아 마나 연공을 하며 밤을 새웠다.
탓탓.
엄청난 속도로 질주해 드디어 인간들이 있는 곳을 찾았다. 멀리서 지켜 보며 인간들이 왜 정글안으로 들어 온것인지 살펴 보았다. 포로들이 말한대로 인간은 100여명이 넘었다. 기사 복장의 20명과 로브를 입은 마법사처럼 보이는 자들이 5명, 일반 병사 80여명과 그들을 안내하는 자로 보이는 자가 3명이나 되었다. 몇번의 전투를 치른것인지 기사들이나 병사들의 옷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안내인을 따라 인간들은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었다.
인간들 뒤를 멀리서 따라 갔다. 마법사들이 몇서클인지는 모르지만 들키지 않고 따라 가야했다. 저녁 무렵이 되자 야영 준비를 하는 놈들을 보며 해크도 배를 채우기 위해 인간들을 따라 오며 봐 두었던 나무로 이동해 과일을 따 몇개를 집어 먹고 배낭에 과일을 챙겨 넣었다.
인간들을 따라 다닌지 3일이나 지났다. 인간들은 몬스터의 습격에 몇번이나 전투를 벌였다. 저들에게는 다행이지만 대형 몬스터의 습격은 아직 없었다. 오크나 고블린, 빅풋들이 습격해 병사들 십여명을 죽였다.
'대체 목적이 뭐냐?'
마냥 따라 다닐수만은 없었다. 저녁 무렵 야영 준비를 하는 인간들을 유심히 살펴 보았다. 마법사들은 주변에 알람 마법을 설치하고 있었다. 해가 지기 전에 모닥불을 피워 식사를 준비하고 어두워지면 모닥불을 모두 꺼 버렸다.
달이 밝은 관계로 모닥불은 필요없다지만 불빛을 보고 달려 드는 몬스터들때문에 일부러 불을 피우지 않는것 같았다. 두명씩 한조로 사면에서 불침번을 서는 병사들이다. 오늘밤엔 병사를 납치해 이곳으로 인간들이 들어온 목적을 알아 볼 생각이다.
마나 연공으로 시간을 때우며 깊은 밤이 되길 기다렸다. 밝은 달이 구름속으로 숨어 들기를 기다리며 꾸벅꾸벅 졸고 있는 보초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주변이 서서히 깜깜해지고 있었다. 기회였다.
알람 마법을 해제하고 두놈을 마법으로 재운후 납치를 할지 아니면 알람 마법을 무시한채 달려들어 한놈만 잡아 도주를 할지 잠시 생각한후 후자를 택하기로 했다. 도끼를 배낭에 집어 넣고 알람 마법이 설치된 앞까지 이동해 전력으로 경혼 신법을 펼쳤다.
쐐에엑.
"삐~! 삐삐삐~~!!"
요란한 알람 마법이 울려 퍼지자 마법사들이 즉시 라이트 마법을 상공으로 띄우고 있을때였다. 해크는 이미 보초를 서고 있던 두놈을 기절시킨후 한놈만 옆구리에 낀채 도주했다. 전광석화였다. 추적하는 놈들은 없을 것이다. 고작 병사 한놈이 몬스터에게 잡혀 갔다고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멀리는 도주하지 않았다. 이미 추적하는 자들이 없다는걸 알고 있었다.
짝.
달빛이 구름속에서 고개를 내밀자 바닥에 내려 놓은 병사의 뺨을 후려쳐 깨웠다.
꼬르르르.
영문을 모르는 병사는 해크를 보고는 이번에는 입에 거품을 물고는 스스로 기절해 버렸다. 한밤중에 코앞에 있는 오크 얼굴을 보고 두려움에 정신줄을 놓아 버린것이다.
짜작!
기절한 놈의 뺨을 다시 후려쳐 깨우고는 이번에는 조금 거리를 두었다. 정신이 든 놈은 급히 주변을 둘러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해크를 경계하며 뒷걸음을 치고 있었다. 병사놈은 맨손이다. 맨손으로 오크를 상대로 이길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도주할 생각인듯 조금씩 물러나고 있었다.
"취익! 놀라지 마라."
"헉! 오크가 공용어를..."
해크의 유창한 대륙 공용어에 어지간히도 놀란듯 젊은 병사의 눈이 커지고 있었다.
"취익! 겁 먹지 않아도 돼. 묻는 말에 대답만 하면 죽이지 않겠다."
"......"
"취익! 너희 인간들은 왜 이곳으로 들어 온거냐?"
"더, 던전을 찾고 있다."
무언가를 찾고 있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던전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고대 마도 시대의 던전 지도를 입수한 아메르 자작이 병사들을 이끌고 정글안으로 들어 온것이라고 실토했다.
"취익! 이 위험한 정글안으로 자작이 직접 들어 온거냐?"
"그, 그렇다."
영지가 파산 직전인 상황에서 마지막 희망을 던전에 걸었다는 것이다. 발견만 한다면 영지에 막대한 부를 가져다 주는게 던전이다. 특히 고대 마도 시대 던전이라면 엄청난 가치를 지닌다. 병사에게 많은 것을 물어 보고 이곳은 아레나 대륙으로 불리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자신이 예전에 제논으로 환생한 대륙이었던 것이다. 지금 있는 이 정글은 니루이스란 왕국과 슈테판 왕국사이에 있는 몬스터 산맥이란것도 알게 되었다. 슈테판 왕국이라는 말에 트루네드 백작가를 알고 있는지 물어 보았지만 모른다고 했다.
병사가 소속된 아메르 자작가는 니루이스란 왕국에 속해 있어 슈테판 왕국 사정은 모르는것이다. 제논으로 환생했을때 자신을 죽인 코린경에게 복수를 하는 일은 무리였다. 오크의 모습으로는 인간 세계로 내려 갈수 없기 때문이다.
"취익! 넌 이대로 저들에게로 돌아 갈순 없다."
"예엣?"
깜짝 놀라는 병사는 뒷걸음을 치고 있었다. 살려 준다는 말과는 달리 자신을 죽인다는 말로 오해한것이다.
"취익! 넌 나하고 같이 간다. 취익! 물론 도주만 하지 않는다면 죽이진 않아."
인간과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인간 한명이 늘어난 탓으로 이동은 자작 일행이 뚫은 길을 멀리서 따라 갔다.
"취익! 난 해크다. 이름이 뭐냐?"
"호, 호키다."
"취익! 불안에 떨 필욘없어. 취익! 저들과 함께 있는것 보다 오히려 더 편할꺼다."
호키가 먹을 식량이나 물까지 모두 제공해 주었다. 해크가 마법 배낭을 가지고 있는게 신기한지 며칠이 지나자 안정이 된것인지 조심스럽게 물어 보았다. 말투도 존대로 바뀌어 있었다.
"저어, 해크님! 마법 배낭은 어디서 찾은 겁니까?"
"취익! 트롤이 살던 동굴안에서 찾은거다."
"트, 트롤요?"
"취익! 그래. 놈을 죽이고 얻은 물건이다. 취익! 받아라."
배낭에서 실버와 골드를 꺼내 호키에게 건네 주었다. 오크인 자신에게는 필요없는 돈이었다.
"그, 금화?"
"취익! 배낭안에 있던거다."
"가, 감사합니다."
아메르 자작 일행이 멈춘곳은 큰바위가 가로 막고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마법사들이 바위를 살펴 보고 있었다. 호키의 말에 의하면 마법사들은 5서클 한명, 4서클 한명, 3서클 3명이라고 했다. 기사들중엔 소드 마스터는 없으며 가장 강한 자가 소드 익스퍼트 상급이랬다.
"뭘 하는거죠?"
"취익! 저곳이 던전이 있는 곳인것 같다."
바위 근처를 정리하고 병사들이 야영을 준비하는 동안 마법사들은 바위를 계속 조사하고 있었다.
"취익! 대체 언제까지 조사하는거야?"
벌써 이틀째 마법사들이 달라 붙어 바위를 꼼꼼히 조사하고 있었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이 시간만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 마법사들에게 버럭 화를 낸 해크였다. 점점 짜증나는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마법사들의 능력이 부족한지 시간만 잡아 먹고 있었다. 해크가 직접 몰래 조사를 하러 가고 싶어도 마법사들이 밤새도록 매달려 있는 탓으로 접근조차 할수 없었다.
다시 이틀이 흘렀다. 더이상 참을수가 없었다. 호키에게 지시해 아메르 자작을 만나볼 생각으로 막 입을 열려고 했을때 몬스터의 마나가 감지되었다. 오크들로 추정되는 몬스터 수십마리가 감지된것이다. 호키를 데리고 나무위로 올라갔다. 사방에서 몰려 오는 몬스터는 역시 오크들이었다. 오크들이 접근하자 아메르 자작 진영에서는 급히 방어 태세를 갖추고는 기사들이 전면에 나섰다.
"취이~~익!!!"
"췩췩위이익!"
인간을 보고 흥분한 오크들이 무질서하게 달려 들었다. 오크들을 상대로 바위앞에 진을 치고 있던 기사들이 튀어 나오며 오크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오크들은 기사들에게 맥없이 무너지고 있었다. 오크 30여마리가 20명의 기사들을 이길수 있을리가 없었다.
진한 피냄새가 정글로 퍼지기 시작했다. 이제 피냄새를 맡은 대형 몬스터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한곳에 모아진 오크 사체들은 마법사들이 태워 버렸다. 오크들로 인해 해크는 아메르 자작에게 접근할수가 없었다. 자신의 모습도 오크다. 극도로 오크를 경계하고 있을 것이다. 한동안 시간이 필요했다. 그날밤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쿠와아아~앙!!"
대형 몬스터의 등장이었다. 엄청난 포효 소리로 볼때 오우거가 틀림없었다. 해크는 아직 오우거를 본적이 없다. 흥분한 오우거는 10미터는 될법한 굵직한 나무를 손에 쥐고 아메르 자작 진영으로 달려 들었다. 오우거의 키는 족히 6미터는 되어 보였다. 덩치도 엄청났다. 자신의 몸 두개가 나란히 서고 그 위에 다시 두개가 올라 선것같은 크기를 자랑했다.
부우웅.
오우거가 휘두르는 나무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먼곳에 있는 곳까지 들릴정도였다.
"해, 해크님! 저, 저건 뭡니까?"
"취익! 오우거다."
"헉! 오, 오우거?"
오우거를 처음 보는지 호키는 덜덜 떨었다. 달빛을 받아 간간히 포효하며 기사들을 공격하는 오우거는 굉장했다. 오우거의 뒤쪽으로 접근한 기사들이 무기를 휘둘렀지만 가죽에 작은 상처만 낼수 있을 뿐이었다. 마법사들까지 합세해 마법 공격이 시작되었다.
파이어 볼이 날아가자 오우거는 나무를 휘둘러 파이어 볼을 파괴하며 거대한 나무를 무작위로 휘두르며 마법사들에게 달려 들었다. 병사들은 이리저리 메뚜기처럼 사방으로 도주했다. 병사들이 끼어들 틈도 없었다. 병사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로 이미 오우거가 휘두른 나무에 수십명이 죽은 상태다.
부우웅.
"쿠왕앙!"
마법 공격에 화가 났는지 기사들의 공격을 무시한채 마법사들만 집요하게 쫒는 오우거를 롱소드에 푸른 마나를 두른 기사 한명이 달려들어 오우거가 휘두른 나무를 잘라 버렸다. 굵직한 통나무가 허무하게 잘라져 나가자 오우거는 더욱 광분해 남은 나무를 휘두르며 이번엔 기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꽝.
땅이 움푹 파여 들어가며 오우거의 공격이 실패하자 재빨리 달려든 기사가 오우거의 팔을 향해 롱소드를 휘두르자 오우거의 팔이 반쯤 잘려 나갔다.
"크와앙앙앙~~!!"
비명을 지르며 통나무를 버린 오우거는 온전한 왼팔로 기사를 떄려 죽일듯이 머리를 향해 주먹을 내려 쳤지만 기사는 옆으로 살짝 피하며 내려 찍은 오우거의 팔을 향해 롱소드를 휘둘렀다. 그런 기사의 행동에 이번에는 당하지 않겠다는듯 베어 오는 롱소드를 향해 왼팔을 옆으로 휘둘렀다.
기사는 급히 앞으로 머리를 숙이며 데굴데굴 굴렀다. 만약 오우거의 팔을 향해 롱소드를 그대로 그어 버렸다면 오우거의 팔을 완전히 자르지 않는한 자신도 큰피해를 입었을것이라고 판단해 회피를 한것이다.
"쿠와아~앙!"
기사를 향해 오우거는 허릴 숙이며 바닥에 떨어져 있던 반쯤 잘린 통나무를 주워 들고 바닥을 쓸듯이 휘두르고 있었다. 이제 막 자리에서 일어 날려든 기사는 피할 방법이 없어 보였다. 롱소드에 푸른 마나가 맺히며 급히 통나무를 베어 버릴듯 휘둘렀지만 베는 각도가 좋지 않았다.
꽝.
"크윽!"
롱소드와 부딪힌 통나무에 절반쯤 박힌 롱소드와 함께 기사는 뒤쪽으로 훨훨 날아가 바닥에 처 박혔다.
쿵쿵쿵.
바닥에 쓰러진 기사를 완전히 죽일 생각인지 오우거가 달려 가자 하얀 빛모양의 화살들이 일제히 오우거에게 박혀 들었다. 마법사들의 매직 미사일 공격이었지만 오우거에게는 아무런 피해도 없었다. 그와 동시에 다른 기사들도 달려 들고 있었다.
부아앙.
달려 드는 기사들에게 통나무를 휘두르며 달려 들자 기사들은 함부로 공격할수가 없는지 전면에서는 피하기만 할뿐 공격은 하지 않았다. 오우거의 앞에서 시선을 끌고 뒤쪽에 있는 기사들이 오우거의 발목을 공격해 움직이지 못하도록 상처를 내고 있었다. 그런 기사들도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5미터는 될법한 통나무가 언제 뒤쪽으로 날아 올지 모른다. 그런 통나무에 직격되면 사망내지 중상이다.
"크와~~왕!!"
엄청난 포효 소리가 한밤중의 숲을 흔들며 바름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터져 나가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 왔다. 기사들이 오우거에게 당해 머리통이 박살나거나 허리가 반쯤 꺾여 나가는 소리였다.
쿵쿵쿵쿵.
아직도 오우거를 처리하지 못하고 있을때 또다시 지면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다른 오우거 한마리가 등장했다. 이번에 등장한 오우거는 암컷으로 보였다. 수컷이 암컷을 부른것인지 아니면 싸움 소리를 듣고 달려 온것인지는 모르지만 두마리의 오우거를 상대로 인간들이 살아 남을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새롭게 등장한 오우거는 마법사들에게 달려 들었다. 마법사들 앞에는 기사들이 호위를 하고 있었으며 달려드는 오우거를 향해 마법사들이 마법 공격을 하고 있었다.
부우웅.
퍼퍼펑.
몇개의 마법 공격은 파괴하고 몇개는 몸을 떼우며 달려 들던 오우거가 갑자기 발이 미끄르지며 앞으로 한바퀴 구르며 구르고 있는 기세로 통나무를 휘둘렀다. 마법사가 그리스 마법을 시전한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실수였다. 오우거가 그런식으로 공격할줄은 꿈에도 몰랐을것이다. 오우거의 뒤쪽에서 날아온 통나무에 기사 한명과 뒤쪽에 있던 마법사 한명이 떡이 되었다.
- 작가의말
즐거운 저녁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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