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화. 청송, 무당산으로 향하다(1)
51화.
저렇게 발뺌을 한다면 어쩔 방법이 없었다. 추적 마법에 대해 설명을 해도 사술이라며 믿지도 않을 것이며 청송이 나선다고 해도 꼬마 아이의 말이라며 무시할것이 틀림없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제압한후 고문을 하는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른 식객들의 반발을 무마할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식객들도 하나의 전력이다. 특히 세가에서 직접 처리하기 어려운 일을 부탁할려면 식객이 반드시 필요했다. 합당한 이유를 대지 않는한 식객들은 남궁가를 나가 버려 박대를 한다며 소문을 흘릴것이다.
- 청송! 저 자가 틀림없느냐?
- 틀림없어요.
- 증거를 잡을수 있겠느냐?
- ......
놈을 옭아맬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마법을 뒤져 살펴 보았다.
- 태상 가주님! 이렇게 해 보세요.
태상 가주에게 자신이 생각해 낸 방법을 설명해 주었다. 어쩔수 없이 자신이 나설수 밖에 없었다.
"자네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제 이런 일이 있었다네."
습격 당한 사실을 식객들에게 말해 주었다. 태상 가주의 말에 식객들은 모두 놀라고 있었다.
"그래서 범인을 잡기 위해 이곳으로 온것이라네."
"태상 가주님! 그런 도부가 범인이란 말입니까?"
"그렇네. 그래서 도부와 한패인 자들이 식객안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네. 자네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협조를 해 주게."
"어떻게요?"
스스로 혈도를 찍으라고 하자 식개들은 당연히 반발했다. 그런 식객들에게 태상 가주가 입을 열었다.
"자네들 모두가 범인은 아니라고 생각하네. 범인을 색출한뒤에 충분한 보상을 해 주겠네."
"...음. 좋습니다. 제가 먼저 하죠."
마추라는 노인이 가장 먼저 자신의 혈도를 찍었다. 그러자 이들 식객들의 리더나 마찮가지인 마추의 행동에 다른 식객들도 반발을 하면서 스스로 혈도를 찍으며 범인을 찾으라고 했다.
- 청송! 이제 네 차례다.
자박자박.
잔걸음으로 앞으로 나선 청송은 도부의 방을 가장 먼저 보여 달라고 했다. 일순 떨리는 눈으로 도부는 궁시렁대면서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방안으로 들어간 청송은 즉시 대지의 기억 마법을 펼쳐 어제 일을 살펴 보았다.
도부는 아침부터 줄곳 방안에만 틀어 박혀 있었다. 점심나절이 되자 방을 나서 건너편 방으로 들어 갔다. 건너편 방안에는 4명이 모여 있었다. 그중 한명이 방바닥을 드러내고 무기와 검은색 암행복과 복면을 꺼내 모두에게 나누어 주고 있었다. 암행복으로 갈아 입은 5명은 즉시 방을 나서고 있었다.
- 태상 가주님! 제가 지목하는 자들을 모조리 제압하세요.
- 뭘 알아 낸게냐?
- 복면인 다섯명을 모두 찾았어요.
건너편 방까지 모두 확인하고 밖으로 나온 청송은 식객들을 한명씩 지목했다. 그런 식객들을 태상 가주가 직접 나서 혈도를 다시 짚어 버렸다. 갑작스런 행동에 깜짝 놀란 식객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태상 가주님! 왜 이러십니까?"
"잠시만 참아 주게. 청송! 나서라."
지목한 다섯명의 혈도를 짚은 것을 확인하자 다른 식객들의 혈도는 풀어 주었다. 오랫동안 혈도가 짚혀 있으면 혈맥이 상해 버린다.
"당신들 다섯명이 어제 태상 가주님을 습격했습니다."
"뭐라고? 넌 대체 누구냐? 꼬맹이 놈이 감히 나설 자리가 아니다. 남궁가는 이런 꼬맹이 말을 믿는단 말입니까?"
범인으로 지목당한 자들의 외침에 다른 식객들은 물론 창궁무애대의 장로들까지 의아해하고 있었다. 이런 자리에 어린 아이가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상한 일이지만 범인을 찾는데 주도적인 역활을 맡기는 태상 가주의 행동이 너무 이상했다.
"증거를 보여 드리죠."
대지의 기억으로 읽은 도부가 들어간 건너편 방을 활짝 열어 제치고 모두가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방바닥의 판자를 드러냈다. 그러자 그곳에는 큼지막한 상자 한개가 놓여져 있었다.
쿵.
큰상자를 들어 올려 바닥에 놓았다. 자물쇠가 채워져 있는 상자였지만 아무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언락!"
철컥.
자물쇠를 마법으로 열고 상자를 열어 제쳤다. 그러자 그 안에는 암행복과 무기들이 들어 있었다. 지켜 보고 있던 식객들이나 장로들 모두가 놀란듯했다.
"이 방 주인은 저 분이죠?"
"곡천(哭天)! 저것들은 대체 뭔가?"
"......"
청송이 지목한 자는 곡천이라고 불리우는 자였다. 호리호리한 몸매의 날카로운 눈이 인상적이었다. 묵묵부답인 곡천은 범인이라고 자백한것이나 마찮가지였다.
"하지만 아직 곡천외에는 다른 자들이 범인이라고는 장담할수 없습니다."
탄탄한 근육질의 식객 한명이 나서 다른 자들을 옹호했다. 식객들은 아마 서로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저 자도 평소 친분이 있는 자가 범인은 아니라고 믿고 있는것 같았다.
"철협(鐵俠)! 평소에 곡천은 저들과 자주 어울렸네. 그걸 알면서도 그런 말이 나오나?"
마추 노인의 말에 철협은 확실한 증거를 보여 달라고 했다.
"좋습니다. 철협님이 어제 어떤 행동을 했는지 살펴 보고 말씀드리죠. 방으로 안내해 주시겠습니까?"
철협은 청송이 아무라 꼬맹이라고 해도 무시할수 없었다. 태상 가주가 눈을 부라리며 지켜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좋다. 따라 와라."
철협의 방에 대지의 기억 마법을 펼쳐 어제 일을 살펴 보았다.
"철협님은 어제 아침에 일어나 심법 수련을 한후 가볍게 건물 주변을 산책했습니다. 그리고 간단하게 조반을 먹은후 책을 읽었군요. 그런데 그 책이...어떤 책인지는 비밀로 해 드리겠습니다."
"그, 그만! 어떻게 그런걸 알았느냐?"
"제 눈에는 그냥 보이는데요."
"시, 신안(神眼)을 보유하고 있단 말이냐?"
철협의 말에 모든 이들의 입이 벌어지고 있었다. 오해하도록 일부러 다른 변명은 하지 않았다.
"또 의심하는 분은 없으십니까?"
"난 믿을수가 없다. 신안이 있을리가 없어."
"누구시죠?"
"광호(狂虎)라고 불린다."
별호답게 우락부락한 큰얼굴인 중년인이 딴지를 걸었다. 그런 광호라는 중년인의 방도 살펴 보앗다.
"광호님은 어제 아침 조반을 들고 들어온 하녀를 희롱할려다 실패했군요. 발뺌은 하지 마십시요. 하녀를 불러 물어보면 바로 알수 있을테니까요."
"......"
자신의 치부를 들추어 내자 광호라는 자는 얼굴이 울그락붉그락해졌다.
"또 있습니까?"
"......"
이젠 아무도 나서는 자는 없었다. 혹시라도 자신의 치부가 들킨다면 개망신을 당할것이다.
"태상 가주님! 이제 알아서 하셔야겠습니다."
청송은 뒤로 물러 섰다. 자신이 할일은 끝난것이다.
"모두 끌고 가라."
식객들이 거주하는 건물에 한바탕 바람이 불었다. 며칠후 식객들이 청송에 대한 소문을 외부로 퍼뜨려 남궁가에 신동이 있으며 그 신동은 신안을 보유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게 되었다.
"청송! 대단하구나. 어떻게 그런걸 알수 있는게냐?"
"신안이라고 해 두죠."
태상 가주의 말에 얼무버려 버렸다. 복면인들의 일이 일단락되자 다시 혈도를 파고 들었다. 혈도는 이미 메모리 마법으로 모두 기억하고 자신이 처음 시행했었던 소주천의 경로와 대주천의 경로까지 곰꼼히 파악했다.
혈도를 알면 알수록 자신의 무모함을 자책할수 밖에 없었다. 자칫 잘못하면 불구가 되었을것이다. 그만큼 혈도는 함부로 건드리는게 아니었다. 6년이라는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 갔다. 여전히 청송은 태상 가주 안가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휘익.
번쩍.번쩍.
이제 경혼 신법은 완전히 몸에 익었다. 수많은 검법도 알고 있지만 직접 익히지는 않았다. 경혼 신법의 경이로움에 다른 무공도 찾아 볼려고 남궁 세가 비밀 서고로 잠입해 서고안에 있는 무공 서적들을 메모리 마법으로 외워 놓았다. 남궁 세가의 주요 무공은 비밀 서고안의 또다른 비밀 서고안에 보관되어 있었다.
비밀 서고로 통하는 통로에는 기관 장치가 되어 있었지만 플라이 마법으로 둥둥 떠서 이동하는 덕으로 기관 장치는 발동되지도 않았으며 묵직한 문으로 막아 놓은 서고도 블링크 마법으로 그대로 통과해 버렸다. 서고 안의 서적들은 모두 무공에 관련된 책들이었다. 수많은 무공 서적을 읽어 보았지만 남궁세가를 지탱하는 무공 서적은 보이지 않아 서고 안을 샅샅이 뒤진 끝에 또다른 비밀 서고를 찾아 냈다.
남궁세가의 주요 심법으로는 창궁대연신공(蒼穹大衍神功), 천뢰제왕신공(天雷帝王神功), 검법으로는 창궁무애검법(蒼穹無涯劍法), 제왕검형(帝王劍形), 대연검법(大衍劍法), 섬전십삼검뢰(閃電十三劍雷), 창궁비연검법(蒼穹飛燕劍法), 천풍검법(天風劍法)이 있었으며 신법으로는 천풍신법(天風身法), 합격진으로 창궁무애검진(蒼穹無涯劍陣)이 있었다. 청송이 이런 무공들을 모두 외워 버렸다는 사실을 안다면 아무리 태상 가주의 귀여움을 받고 있다고 해도 청송을 죽일려고 남궁세가 모든 무인들이 달려 들것이다.
청송은 일부러 남궁세가 무공은 익히지 않았다. 다급한 상황에 남궁세가의 무공을 사용한다면 지금까지의 신용을 모조리 잃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 삼류라고 불리우는 검법이나 권법인 삼재검법, 육합검법, 태극권등등 시중에서 파는 삼류 무공들을 모아 익히는 한편 남궁세가 무공 서적을 읽은후 혈도를 모두 자세히 파악하고 있는 덕분으로 손으로 마나를 보낼수 있게 되었다.
손에 강기를 생성시킬수 있는 경지다. 아쉬운건 마나석이 없다는 것이다. 마나석만 있다면 아공간을 생성시킬수 있지만 이곳에선 마나석같은 신물(神物)은 없다고 했다. 만약 그런게 있다는 소문이 돈다면 별별 무인들이 모여 들어 혈안이 되어 뺐고 뺐기는 쟁탈전으로 번질것이다. 남궁가는 가주 동생의 반란으로 입은 피해를 복구하며 웅크리고 있었다. 여전히 남궁희는 매일 안가를 찾아와서 하늘을 날게 해 달라고 졸라댔다.
"송아! 내일부터 한달정도는 오지 못할꺼야. 용봉대회 준비로 바빠."
10년에 한번씩 열리는 용봉대회는 각문파의 후기지수들이 자신의 실력을 뽐내는 자리다. 소림사와 무당파의 후기지수들이 연달아 우승을 하고 있지만 우승을 하지 않더라도 별호를 받거나 세간의 주목을 받을수 있는 기회의 장이었다. 이번 용봉대회는 무당파에서 열린다고 했다. 남궁세가에서는 소가주와 남궁희가 참가한다. 어떤 대회인지 구경하고 싶었지만 데리고 가 달라고 부탁할순 없었다.
"청송! 용봉대회가 열린다는 말은 들었느냐?"
"예."
"무당파의 태극진인에게 초대를 받았다. 그래서 이번에 무당파로 가 볼 생각이다. 같이 가지 않겠느냐?"
"갈래요."
안그래도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아직 제대로 이 세상 구경은 하지도 못한 상태다. 남궁가 근처의 마을에 몇번 들런게 고작이었다. 남궁세가로 인해 번성하고 있는 큰마을이지만 다른곳은 전혀 모른다. 준비물은 갈아 입을 옷 몇벌뿐이었다. 태상 가주와 남궁천(南宮仟) 장로, 소가주, 남궁희 이렇게 4명이 함께 길을 나섰다. 마차를 타고 이동하며 바깥 구경을 하고 싶다며 청송은 마부석옆에 앉았다.
덜컹덜컹.
덜컹거리는 마차로 인해 엉덩이가 아팠지만 충분히 참을수 있을 정도였다. 호북성 균현에 있는 무당산까지는 마차로 한달이나 걸리는 먼거리였다. 되도록 노숙을 하지 않게끔 조절하며 이동했다. 그렇게 열흘이 지나자 세상 구경하는것도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비슷한 풍경이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을에 들러 숙소를 잡을땐 반드시 별채를 통채로 빌렸다. 이동 15일째 저녁 무렵에 빌린 별채로 손님이 찾아왔다. 청송은 별채로 네사람이 들어 온것을 알고 있었지만 누가 찾아 온것인지는 모르는 상태였다. 자신의 방에서 마나 연공에 몰두하고 있었서였다. 다음날 아침 이동을 하기 위해 별채를 나서 마차에 올라 탔을때 다른 마차 한대가 접근해 왔다.
산동성 제남에 위치한 황보세가 일행들이라고 했다. 그들도 무당산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황보세가는 대대로 신력을 타고 나는 가문으로 권법에 조예가 깊다. 마차에서 내려 포권을 하는 사람들 모두가 장대했다. 탄탄한 근육이 꿈틀거리며 주먹 또한 자신의 두배는 되어 보였다. 황보상욱 장로와 황보산후 소가주, 소가주 동생 둘중 남자는 황보산명이고 여자는 황보유미였다.
소가주는 20대 중반으로 보였으며 남동생은 20대초반, 여동생은 10대후반으로 보였다. 황보유미는 키도 크고 체구도 큰게 여자처럼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황보세가 일행들은 청송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입고 있는 옷차림도 평범한 탓으로 마부로 생각하고 있는것 같았다. 그들과 같이 이동하기로 했다.
황보세가 일행들이 달라 붙은 관계로 마을이 보이면 반드시 들러 쉬었다. 장로들은 장로들끼리 소가주는 소가주 일행들끼리 어울렸다. 서로 안면이 있는지 남궁희와 황보유미는 끊임없이 조잘거리고 있었다. 또래의 여자를 만난 덕으로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보였다.
"송아! 이리와. 유미 언니를 소개시켜 줄께."
남궁희 누님이 괜한 짓을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 친분이 생길수록 귀찮은 일이 많아질것이다. 어기적거리며 누님이 있는 테이블로 걸어 갔다. 남궁희 아가씨는 이제 누님이라고 부르고 있었으며 누님도 자신을 부를땐 송아라고 부른다.
"청송입니다."
"...황보유미에요."
포권을 하며 인사를 하자 머뭇거리든 황보유미가 마지못해 마주 인사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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