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 영원성 공방전
***
“적습이다!”
“망할!”
적습을 알리는 보고에도 조선군이 퍼붓는 포격은 성벽과 성벽 너머에 있는 건물들을 타격하였다. 감옥에 갇힌 병사들은 물론이고, 잠들었던 병사들도 깰 수밖에 없다.
“이런! 이것이었나!”
잠자리에 들었던 영원성 수비대장도 당연히 깰 수밖에 없었다. 급히 군복으로 갈아입었다.
“수비대장 대인!”
부관도 황급히 수비대장 침실로 뛰어온 것이 분명하였다. 급히 군복을 입은 티가 났다.
“적습이 분명하다.”
“예.”
수비대장과 부관은 갑작스러운, 적의 새벽 공격을 막아야만 하였다. 적은 기습의 효과를 제대로 누리고 있을 것이다. 잘못하면 적은 영원성을 함락할 수 있다.
급한 대로 집무실에서 지휘할 수 있지만, 두 사람은 관아 밖에 있는 임시 지휘소로 다시 나왔다. 부하들은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중에는 부하들이 군복을 급히 입고 병장기들을 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수비대장은 그런 상황에 뭐라고 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적군의 새벽 기습을 막는 것이 우선이었다.
가장 급한 것을 처리하는 것이 먼저인데, 덜 중요한 것으로 부하들을 혼낼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부관도 급히 군복을 입은 상황이라도, 혼내지 않았다. 그만큼 적을 막는 것이 우선이라고 인정하니까 말이다.
“싸울 수 있는 자들은?”
“모두 깨워서 동원했습니다.”
“성벽에서 대응은 어떤가?”
“그것이···.”
수비대장은 다른 지휘관이 보이는 표정이며,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것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무너진 것이 아닌지를 조심스럽게 짐작하였다.
“성벽을 지휘하는 이는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는가?”
“소식이 아직 닿지 않고 있습니다.”
“급하면 우리가 전령을 보내면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부관이 한 말에 수비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지휘소에서 두 사람 곁에 있는 지휘관도 동의하는 눈치였다.
실제로도 성벽은 수비대장의 짐작대로 무너지는 상황이었다. 짧은 시간에 빠르고 밀도 있는 포격을 순식간에 당한 다음에는 조선군이 성벽을 밀고 올라왔다.
성문 쪽도 조선군은 조양 공방전에서 시행하려고 했다가 포기한, 성문을 향한 포격을 이번 영원성 공방전에는 시행했다.
“이 포를 손실하면 우리가 죽는다!”
“예!”
“영원성 성문과 그 뒤를 막고 있을 잡동사니들을 가차 없이 날려버린다.”
“예!”
“쏴라!”
공성포로 쓸 만한 것 중 1문을 조심스럽게 견인해서 성문을 포격했다.
18파운드 그 이상일 공성포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32파운드 포탄을 쏘는 공성포다.
32파운드, 14.51kg에 달하는 포탄을 성문에 포격했다. 금속판을 덧댄 나무 성문은 가까운 거리에 맞은 포탄으로 찌그러진다.
그리고 그 32파운드 포탄은 그냥 포탄이 아니었다. 그것도 폭발하는 포탄, 작열탄이다.
“장전”
“예!”
“다시 쏴!”
그것이 오롯이 폭발하기 전에 재빨리 더 장전해서 한 발 더 쐈다. 금속판을 덧댄 나무 성문은 다시 찌그러진다.
그리고 32파운드 무게를 자랑하는 폭탄 2개는 폭발했다. 문이 부서지고 그 뒤를 지키던 잡동사니들도 일부 흩어졌다.
“포는 철수시켜.”
“예!”
성문 바로 위에 망루는 이를 막을 수 없었다. 조선군이 아까 짧지만 강렬하게 퍼붓던 포병으로 그곳에 있던 지휘관이며 부관들이 모두 날아 가버렸다.
즉, 죽었다. 그런 상황에서 병사들은 죽거나 포탄 등으로 멍하게 있다.
다시 정신을 차린 이들은 막으려고 해도, 그 포를 쏘는 병력과 포를 끄는 말들을 대동한 병력을 지키는 엄호 부대가 쏘는 화망을 이길 수 없었다.
“제길!”
“막아!”
“막아!”
성벽 위에 있던 다른 지휘관들도 조선군이 새벽에 기습 공격을 시행함과 동시에 퍼부은 포격으로 죽어 나간 이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나마 ‘짬’이 쌓인 자들과 생존 부사관 중심으로 버텨도 힘들었다.
혼란한 와중에 여명을 머금은, 햇빛이 떠오르는 어두운 새벽하늘을 배경으로 성벽에 오르는 조선군들은 성벽에 당도하였다. 선봉은 조선군 공병대이다.
“막아라! 막아라!”
“우리를 막는 놈들을 저승으로 보낸다.”
“예!”
“다이노마이토(다이너마이트) 던져!”
“예!”
그들은 총기 말고도 다른 것들도 무기였다. 바로 공병대에 주로 지급되는 장비로 같이 챙겨온 폭약, 다이너마이트 종류이다.
물론 조선군 공병대, 그들도 폭약인 다이너마이트 말고도, 총검을 착검한 볼트액션 방식 소총들로도 무장하였다.
그래도 사격 훈련을 받아도, 보병들보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종종 심지를 짧게 자른 다이너마이트를 던졌다.
“으악!”
“제길!”
물론 그들은 총검을 착검한 총기와 다이너마이트 같은 폭약 말고도 다른 물건도 무기가 되었다. 도끼와 망치이다.
그리고 성문 근처에서 조선군이 아까 몇 번 퍼붓던 포격 이후의 성벽에 올라가지 않은 공병대가 달려들어서 도끼와 망치로 나머지 성문을 부수는 상황이다.
성벽 위나 성문에서 조선군 공병대는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다. 성벽 위에 있는 조선군은 공병대를 이어서 보병대원들이 올라왔다.
“아군을 도와라!”
“예!”
위관, 중대장으로 보이는 조선군 무관이 휘하에 있는 부대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들은 공병대를 엄호할 생각이다.
다른 부대도 지휘관이 지시를 내린다. 이쪽은 중대장이 부상으로 쓰러진 상황이라서 제1소대장 지휘를 받는다. 군교(軍校), 교관(校官) 중 부교 계급을 가진 부소대장이 선임자인 제1소대장인 육군 부위를 보좌하는 쪽이다.
“성문 근처를 장악해야 합니다!”
“우리가 가지요. 공병대와 동행하면 되겠죠?”
“그렇습니다.”
부소대장인 부교가 하는 말에 제1소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중대장을 대신해서 자기가 지휘하는 중대원들을 향해서 지시를 내렸다.
“그래! 소대! 영원성 성문 쪽으로 가서 아군에게 훨씬 편하게 진격할 길이 생기게 우리가 돕는다.”
“알겠습니다.”
이렇게 조선군과 대치하는 성벽은 점점 조선군 손아귀로 넘어가는 중이다. 성벽은 점점 장악되고, 조선군은 성문을 뚫고, 성문 뒤에 어지럽혀진 장애물들을 치우면 조선군은 영원성으로 더욱더 손쉽게 들이닥치리라.
소식이 없는 것이 불안했든 수비대장과 그가 있는 지휘소에 전령과 혹시 몰라 대신할 지휘관 하나를 보냈지만, 이미 늦어버린 상황이다.
“이런!”
“막아야 합니다.”
전령이 동행한 하급 지휘관에게 말했다. 문제는 성벽에서 밀려가는 아군을 보고, 성문도 뚫릴 것이라고 냉정하게 파악한 지휘관은 딱 잘라 거절했다.
“어떻게?”
“예?”
그가 봐도 성벽과 성문 근처를 지키던 아군은 아까 있던 공격으로 이미 조직적인 저항을 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상황이다. 더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럴 것이면 지금 피난해서 빈 가옥들에 숨어서 최대한 버티고 저항하는 것이 훨씬 낫다.”
“예?!”
“수비대장 대인에게 돌아간다. 성벽 일대에는 이제 기대할 수 없다고.”
“알겠습니다.”
전령은 몹시 분했다. 하지만 동행한 하급 지휘관이 한 말이 머리가 부족한 자기가 생각해도, 냉정할지 몰라도 합당한 소리 같았다.
그들은 물러났다. 그래도 조직적인 저항이 사라져도, 바로 투항하지 않고 버티는 이들이 있으니까 그런 점은 어떻게 본다면 다행이었다.
“싸우다 죽는다!”
“예!”
조선군이라는 높은 벽을 상대하면서 기가 질리고, 자신감이 떨어진 영원성 수비대 중 성벽과 성문 근처에 있던 병력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투혼을 빛냈다.
“컥!”
“으악!”
물론 그런 투혼도 아주 잠시인 자들도 있었다. 살기 위해서 결국 투항하는 이들이 보였다.
“살려주시오!”
“살려주시오!”
“저리 꺼져!”
말은 통하지 않아도, 대충 행동으로 살려달라는 청나라 영원성 수비대 측 인사들을 보고 다른 부대에 넘기고 진군하는 이들도 보였다.
어쩌다 보니까 적군의 항복을 받는, 일선 병력에 떠넘김을 받은 병사들은 불쾌하다가도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고 항복하는 적군에게서 무장 빼앗고 밧줄로 묶는 일을 시작하였다.
그런 행위도 귀찮다고 그냥 죽이는 이들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런 일을 알게 되면 훨씬 저항하리라는 것을 알고는 제지해서 적군을 포로로 만들었다.
“성벽과 성문이 곧 뚫릴 것입니다.”
“흠···.”
영원성 수비대장에게도 당연히 비보가 정해졌다. 침통한 심정이리라.
세 번째 전투하는 날, 그것도 아침도 아니고 해가 떠오르기 직전이던 새벽에 공격당해서, 점점 해가 어두웠던 하늘을 가르기 시작한 시각에 영원성은 함락당하는 상황이다.
“수비대장 대인!”
“그래.”
“몸을 피하셔도 됩니다. 아니라면,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부관이 하는 말을 듣고 영원성 수비대장은 서글퍼짐을 거둘 수 없었다. 지금 더욱더 혼란한 상황에서 끝까지 남아서 싸우겠다는 자들은 많지 않았다.
지금 곁에 있는 지휘관도 동요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금 당돌한 말을 꺼낸 부관도 속으로 매우 당혹한 심정이라고는 쉽게 짐작이 갔다.
“자네가 나보다 이 성을 지키는 수비대장 같군.”
“예?”
그럼에도 수비대장은 불안함이며 서글픔과 참담한 심정인 자기를 생각해서 평정을 유지하게 말을 꺼내는 모습인 부관을 기특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농담을 꺼낸 것이다. 자신을 향한 조소이자, 자신이 멀쩡해졌음을 겉으로 보이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말이다.
“농담이다.”
“예!”
“우리가 할 일은 영원성에서 탈출해서 산해관으로 아군을 데리고 철수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이 영원성에 있는 가옥들에 숨어서 끝까지 싸워야 하지 않습니까?”
조선군과 대치하던 성벽과 성문 근처에서 무너지는 아군을 지휘해서 싸우자고 말한 전령을 설득한 하급 지휘관이 부관 못지않게 당돌하게 상관인 영원성 수비대장에게 제안을 꺼냈다.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제일 평정을 되찾지 못한, 그렇다고 이제 영원성은 끝났다고 운운하며 조직적인 철수는커녕, 혼자거나 소수로만 도주하려는 이들보다는 나은 지휘관도 동의하였다.
영원성 수비대장은 속으로 생각하였다. 조직적인 철수? 쉽지 않았다.
패잔병이 되어버린 그들이 무사히 아군이 있는 산해관으로 제대로 합류할 수 있을지부터가 걱정이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부하들에게 다 같이 죽자고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선택해야만 하였다.
“자네는 끝까지 싸울 생각이 없는 자들을 데리고 철수하라.”
“예?”
정신이 멍했던 지휘관은 영원성 수비대장이 자신에게 하는 지시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가장 어려우면서도, 지금 이 자리에서 죽기 싫은 자들을 데리고 철수해서 아군이 있는 곳으로 가야만 하는 소임이었다. 어떤 이들은 가장 원하는 소임이지만, 이런 소임을 영원성 수비대장이 그에게 맡긴 이유가 분명하게 있었다.
“여기에 있는 자 중에 믿을만한 자들만 있다. 그리고 자네가 나 다음으로 계급이 높다.”
“예.”
“다른 자들은 이미 도주했거나 투항, 혹은 싸우다가 항복했을 것이다. 감옥에 있는 자 중 풀어서 같이 싸울 자들을 제외하고는 자네는 싸우기 싫고, 도망하려는 자들을 데리고 반대편 성문을 열어서 철수하는 것이다.”
영원성 수비대장은 그냥 도망치려는 병사들에도 철수라는 이름으로 도주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에 가까웠다. 그런 의도를 알아채고, 그런 소임을 맡는 지휘관은 영원성 수비대장에게 마지못한 심정으로 답하였다.
“알겠습니다.”
영원성 수비대장은 소임을 맡겠다는 이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그런 것을 감추고 지시를 이어 나간다. 그가 하는 말에 다른 부하들은 당연하게도 귀를 기울였다.
“나머지는 저자를 따르거나 나와 끝을 함께한다. 선택을 존중하겠다.”
명령이 아니라 선택. 그것에 송구하면서도 그들은 각자가 택한 길을 말했다.
“저는 수비대장 대인을 따릅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지막으로 성벽과 성문 쪽으로 보낸 전령 소임이던 자는 이 자리에서 두 번째로 높은 무관을 따라가기로 밝혔다. 그럼에도 떨떠름한 심정인 것은 비슷하였다.
‘내가 한 선택이 옳은가?’
그렇게 고민하면서도, 전령 소임이었던 자는 살고 싶었다. 그가 하는 선택을 수비대장을 비롯한 남는 자들을 비판하지 않았다.
“알았다. 자네는 감옥에 가서 풀어주게.”
수비대장은 지휘소에 있는 감옥에 갇힌 이들을 풀어주라고 자기보다 낮지만, 이 자리에서 두 번째로 높은 무관에게 명령했다.
“예.”
영원성 수비대는 최후 항전을 준비하는 이들과 철수라는 이름의 허락된 도망을 할 자들로 나뉘었다. 모두가 각자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선택을 했을 뿐이다.
물론 그 두 쪽에 속하지 않은 자들은 있었다. 싸우다가 항복한 자들도 있지만, 알아서 도망친 이들도 있다. 명령이 없이도 도주한 이들이야 수비대장 반대파들이 당연히 많았다.
그런 쪽에도 속하지 않는 자들도 있었다. 수비대장 반대파 중 일부가 성에 알 수 없는 이유로 남아 있었다.
“우리가 항복해서 잘 살려면 수비대장 목을 바치자.”
“괜찮을까요?”
“그냥 도망칩시다.”
이런 상황에서 원한을 가지고, 조선에 투항하려면 이 영원성에서 가장 높으신 분 목을 바치자는 무리도 있다. 무리에 속했으면서도 그런 일을 해야 하나 두려운 이들은 분명하게 있다.
그래서 무리의 대장 격인 사람에게 그냥 도망치자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지만 무리 우두머리인 중년 구식 무관 중 아직 살아남은 자는 전혀 듣지 않았다.
“아니! 이대로는 그냥 도망자야. 수비대장은 고고한 척을 다 하고 싸우다 죽으려고 하겠지? 나는 그런 꼴을 못 봐!”
영원성 수비대장을 향한 질투로 너무 뭉쳐 있어서,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제일 중요한 사리 분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중이었다.
수비대장에게 항의하려고, 무례하게 굴어서 부관에게 제지되고 한 소리를 들었던 중년 구식 무관 중 가장 선임자에 가까운 남자는 자기가 가진 추함을 너무 드러내는 중이다.
그런 무관 때문에 같이 다니는 무리는 골치가 아픈 것은 당연하였다. 그들은 눈치를 보고 도주할 것이다. 그들의 얄팍한 유대는 점점 끝이 보였다.
그리고 영원성은 조선군을 막던 한쪽 성문이 결국 뚫리면서 그들 군대가 들어오는 상황이다. 조선군 경군(京軍) 중 하나로 수어청이라는 군영, 독립 혼성여단 1개도 당당하게 입성하였다.
홍계훈 참장이 지휘하는 부대는 새벽에 일어나서 전투를 수행한 것치고는 기세가 쇠하지 않았다. 경군 일각 중 하나인 부대는 예리한 군기(軍紀)를 보여주었다.
다른 군기, 군기(軍氣)도 강성하여서 앞장서서 싸우고 싶은 모습을 알 수 있다. 수어청을 지휘하는 홍계훈 참장은 부하들을 호령하였다.
“우리는 이 성에 아직 숨어있는 적을 소탕하는 소임을 받았다.”
“예!”
“다른 군단 소속 아군 부대와 같이 적들을 쓸어버린다!”
“예!”
영원성 전투는 점점 끝나가는 것으로 보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기강이 해이해져서는 안 되었다. 아직 영원성에서 청나라 군대, 영원성 수비대는 남을 사람은 남아서 저항할 것이다.
가옥에 숨어서 수색하는 조선군을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방심하지 말라고 기강을 다잡은 부대들은 당황하다가 빠르게 반격하였다.
하급 지휘관, 중대장이며 제1소대장이 경고하지 않은 부대는 약간 달랐다. 그들은 가옥 등에 숨어있던 청나라 군대의 반격에 당황하다가 피해가 훨씬 늘어났다.
“으악!”
“소대장님이 맞았다!”
“부소대장! 지휘권 인수!”
“반격해라!”
수어청과 더불어서 가옥 수색 임무를 받은 다른 독립 혼성여단은 놀라다가 반격을 시작했다. 그들 말고도 성에 들여온 기병대며 공병대가 가옥을 부숴버리면서 저항하는 적들을 상대했다.
“죽어!”
“이 망할 청나라 놈들!”
이런 매복 공격으로 여러 가옥을 점령하는 중에 피해가 발생했다. 성벽과 성문 근처와 달리, 조직적인 저항 양상이라서 피해가 훨씬 컸다.
그런 보고에 이번 전투에서 선봉대를 지휘하는 이렴 육군 부장은 표정이 인상으로 찌푸려진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우리가 가진 이점을 가지고, 영원성 가옥들에 숨어서 저항하는 자들을 제압하라!”
“예!”
물론 아군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니까 성 밖에 있는 포병을 동원할 수 없지만, 적들을 빠르게 쫓을 수 있는 기병대가 있다.
그리고 필요하면 가옥을 부수기 좋은 공병대도 존재한다. 저격을 잘하는 강선 조총을 가진 부대와 보병대보다 훨씬 건장한 척탄병 부대도 있다.
조선군은 제대로 반격을 개시하자, 영원성 수비대장과 그를 따르는 무관들을 중심으로 가옥들에서 기습하면서 농성하는 등 조직적인 저항을 이어가는 청나라 군대는 밀리기 시작한다.
조선군은 가옥에 있는 청나라 군대를 상대로 다이너마이트와 그보다는 약해도 흑색 화약을 잔뜩 채워놓은 수류탄을 던져서 가옥 속 병력을 폭사시키는 것도 나온다.
“다 죽였습니다.”
“아니야. 정말 다 죽었는지 확인한다.”
확인 사살을 잊지 않고, 총창으로도 부르는 총검을 착검한 소총으로 찔러 보는 조선군 병사들도 분명하게 보였다.
그리고 조선군은 이전에 쓰던 앞으로 장전하는 조총과 달리 뒤에 장전하는 총을 써서 총검을 착검하고도 사격하는 것은 나으며, 숙련도를 이용해서 한 개 오, 5명이 더 많은 청나라 군대를 압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놈들은 우리와 비슷한 총을 쓰면서도 제대로 쓰지 못한다.”
“우리가 더 낫다.”
“확실하게 다 죽여 버려!”
“예!”
조선군 무관들과 군교들은 휘하 병졸들을 다독이면서 피해에도, 가옥 속에 숨어 있던 청나라 군대를 죽이거나 제압하면서 영원성 전투를 끝으로 이끌어 간다.
영원성 수비대장은 조선군이 쏜 총탄에 맞으면서도, 아직도 살아남고 있다. 그는 자기 목숨 줄이 질기다고 생각하였다.
‘나 말고 다른 부하들은 어떻게 되었는가?’
생사를 알 수 없었다. 끝까지 싸우는 상황에서 다른 부하들은 대부분 저항하다가 죽거나, 어쩔 수 없이 항복했겠다고 짐작하였다.
영원성 수비대장은 조선군이 쏜 총탄에 맞아서, 죽어가는 몸이라도 아직 쓰러질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사실 그는 자기 목숨을 노리는 자가 청나라 군대, 이 영원성 수비대 안에도 있을 줄은 몰랐다.
다행이라면 아직 마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대상도 아직 모른다는 것이다.
상관을 죽이려는 자는 곁에 있던 자들이 모두 눈치를 보고 도망칠 각을 잡아서 몰래 도망치고도, 운이 좋게도 조선군에게 죽지 않았다.
과연 그는 그렇게 죽이고 싶은 상관, 영원성 수비대장을 만났을까? 정답은 아니다.
“뭐야? 조선군이네?”
“!”
조선군하고 싸울 생각이 없는 남자, 원래라면 제2인자에서 제3인자에 가까울 남자는 상관을 죽일 생각이면서도 적군을 만나자마자 도주하였다.
하지만 조선군 군인은 꽤 높은 직급으로 보이는 청나라 군인인 그를 놓아줄 생각이 없다. 정확히는 군교인 그는 총을 빠르게 쏴서 그 뒤통수에 정확히 맞췄다.
추한 사내는 그렇게 죽이고 싶었던 영원성 수비대장을 죽이지 못하고 최후를 맞이하였다.
물론 영원성 수비대장도 명줄이 길다고 생각했지만, 더는 길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잡아라!”
“서라!”
숨은 곳이 바로 발각되었다. 그는 조선군이 쏘는 총격을 피하면서 도주하였다.
옆으로 피해서 잠시 추적을 피한 영원성 수비대장은 신형 환도를 쥔 조선군 무관도 우연히 마주하였다. 조선군 무관은 우미도를 쥔 남자, 군복이 제법 화려한 것을 알아차리고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검을 겨눈다.
반대로 영원성 수비대장도 성하지 않은 몸으로 검을 겨누었다. 중년을 넘어서 장년에 가까운 영원성 수비대장과 신형 환도를 쥔, 조선군 청년 무관이 대치하는 중이다.
물론 그런 대치는 절대 길지 않았다. 서로가 달려들었다. 우미도와 신형 환도가 충돌하였다.
‘쨍’ 같은 금속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두 도는 다시 멀어졌다가 다시 부딪힌다.
칼날이 충돌하는 소리는 당연히 귀에 거슬렸다. 그럼에도 눈앞에 있는 적을 상대로, 두 눈을 다 감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영원성 수비대장과 조선군 젊은 무관은 눈을 절반쯤 감은 상태로 서로를 노려봤다.
다시 두 사람은 달려들었다. 영원성 수비대장을 힘을 주며 내려치는 우미도를 젊은 조선군 무관은 아래에서 올려 치는 신형 환도로 막아내고, 그리고 검을 흘린 다음에 빠르게 영원성 수비대장 손목을 베었다.
‘되었다.’
하지만 조선군 무관의 예상과 달리, 영원성 수비대장은 그럼에도 우미도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 찰나에 수비대장은 조선군 무관을 다시 찌르기로 공격하려고 한다.
그런 공격을 다급히 옆으로 피한 조선군 무관은 영원성 수비대장이 몸을 크게 움직여서 틈을 보이자마자 바로 오른 어깨와 가슴을 향해 신형 환도를 빠르게 내리쳤다.
“컥!”
그 공격에 우미도를 놓치지는 않고 어깨와 팔과 가슴이 베였다. 아픔에도 적을 영원성 수비대장은 적을 응시해서 다른 공격을 맞지 않으려고 했다.
그 순간, 영원성 수비대장은 ‘탕’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와 함께 목에 뜨거운 것을 느꼈다.
뒤에서 누군가가 쏜 총알이 수비대장의 목을 관통하였다. 그와 칼로 싸우던 조선군 무관 말고도 다른 자가 근처에 있었다.
영원성 수비대장은 목을 쥐지 않고 죽어가려는 아픔을 참으며 신형 환도로 자기를 베던 적을 향했다. 마지막 길동무로 그를 원해서 그런 것이리라.
하지만 영원성 수비대장은 그것을 이루지 못했다. 다시 총격이 그의 몸을 두 번 더 관통하고, 영원성 수비대장과 칼로 싸우던 조선군 젊은 무관이 결국 수비대장의 목을 베었다.
‘살았다.’
적장이 분명한 남자를 베었다는 쾌감과 기쁨보다는 아까 치열한 칼부림에서 살아남은 것을 젊은 조선군 무관이 안도할 뿐이다.
이후에도 자잘한 저항이 있었지만, 영원성 전투는 막을 내렸다. 이번 전투에서 조선군은 많아야 2,000명이 죽고 다쳤다.
생각보다 큰 피해는 아니었지만, 시가지에서 있던 싸움에 피해가 제법 나왔다. 이번 전쟁에도 청나라는 패전을 면치 못 하리라.
그것은 조선군 무관들 사이에는 이제 점점 당연하게 여겨지는 중이다.
항상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요. 조아라에서도 연재중입니다. 거기에는 HMS 아론다이트란 이름으로 연재를 합니다.
- 작가의말
간만에 10,000자를 넘기는 회차입니다. 아까 먼저 올린 것 대로 연참입니다.
영원성 전투는 마무리 지었습니다. 조선군은 산해관으로 갈 것이고요.
사실 영원성 수비대는 원래 역량보다 못 싸운 편입니다. 조선군의 대규모 새벽 기습에 이미 있던 내부 알력으로 훨씬 빨리 무너졌습니다.
수비대장 명령이 없어도, 알아서 도주한 병력들이 더 많았다는 점에서 수비대장도 실수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는 책임지기 위해서 끝까지 싸운 것도 있습니다.
망해가는 것으로 보이는 청나라에 충성심 많은 인물이 많다고 생각합니까? 실제로도 그렇거든요. 청나라와 조선도 망해가는 시점에 인재들이며 인물은 많았습니다.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을 뿐이지요.
이번 영원성 수비대장은 지난 전쟁에서 산해관을 지키던 적군 주장 박휘온처럼 이름을 배정하려다가 넣지 않았습니다. 무명 충신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요.
다음 주에 만나요. 다음 주에도 한 번은 연참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상황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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