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 유구 동란과 그 이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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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타이 왕이 조선 조정이 보낸 국서를 요약해서 신료들에게 설명하였다. 그러한 설명에 유구 조정 신료들은 속으로 안도하였다.
“조선 조정은 파견한 무관을 사령관으로 하여, 유구 동란 진압을 돕는다. 게다가 피해를 배려하여, 몇 년은 조공을 면제하고 조선이 국고를 일부 열어서 유구 동란으로 나온 피해를 보전하는 데 돕겠다. 참으로 태왕 폐하와 조선 조정이 주는 선물이 감사하도다.”
일부는 적극적으로 반응을 보였다. 조선 조정이 파견한 사령관, 이규원 참장에게 잘 보이려는 의도가 있는 자들도 있었다.
그들을 제외한 대다수 유구 조정 신료는 조선 조정이 선한 행동으로 우선 끝났다는 것에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이규원 해군 참장에게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말이다.
“예. 전하”
“대조선국이 내린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다, 전하가 덕이 있는 것이라서 가능한 일이 옵니다.”
“···.”
이규원 참장은 말이 없이 유구 조정 편전에 서 있었다. 조선 조정을 향한 아첨 어린 말도 귀담아듣지 않았다. 아첨이 가득한 말로는 남은 잔당을 진압하는 일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는 속으로 진압 계획에 대하여 큰 틀을 어떻게 설명할지 골몰하였다. 그런 이규원 참장 속내를 모르는 이들은 말이 없는 그가 점점 무서워졌다. 이내 이규원 제독은 편전의 분위기를 살피고 입을 열었다.
“중산왕 전하. 남은 반란군 잔당 토벌은 어떻게 하고 싶습니까? 조선군에게 다 맡기기는 애매하다고 생각할 것이 분명하겠지요. 그렇다면 현재 유구 순군 실제 최고위 무관을 파견하고, 유구 경찰과 유구 순군을 비롯한 유구 해양 경비대를 함께 지휘하여 같이 반란군을 진압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그가 하는 말은 통역관을 통해서 쇼타이 왕과 유구 조정 인사들에게 전해졌다. 사실 그들은 이규원이 꺼낸 말에 의외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정말로 진심이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그 정도로 의아하게 반응하였다.
“정말이요?”
“정말입니까?”
쇼타이 왕을 제치고 친조선파와 자강파를 대표하는 대신들이 물어봤다.
물론 당연히 통역관이 이규원 참장에게 통역하기 시작했다. 이규원 제독은 우선은 통역관이 통역한 질문을 다 듣고 답할 생각인지, 굳게 입을 다물었다.
“제독 영감이 꺼낸 제안을 그들이 매우 놀란 상황입니다. 상국 장군인 영감이 이렇게 배려하리라고는 몰랐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조선군 위주로 철저하게 유구가 가진 경찰과 순군 등 전력을 보조로 취급했으면 결정권을 같이 쥐게 해달라고 칭했으리라고 봅니다.”
“···.”
이규원 참장도 진압 지휘 효율성을 문제로 조선군이 주도하는 쪽이 나은 편이라고 생각했었다. 유구가 가진 무력이 얼마나 버틸지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될 때 유구를 향한 논란이 재발할 수 있다고 파악하였다. 이규원 제독이 군인이라고 하여도 육·해군에는 최상급 계급인 장군과 제독이라는 위치까지 올라왔다.
그런 상황에서 이규원 참장이라도 이전에 꽤 시끄러운 일인 유구 병탄 등이 더욱더 부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유구 주재 조선 공사를 비롯한 유구 현지에 사는 조선인들이 꺼낸 의견과 유구에도 파견되어서 해적 소탕 등을 했던 자신이 가진 경험도 되짚어서 고려했다.
유구는 조선이 자기들을 삼키려고 한다는 우려가 제법 크다고 말이었다. 그런 점은 지금도 여전하다고 파악하였다. 그러므로 유구에 적당하게 비위를 맞추면 된다고 생각하였다.
“제독 영감, 저들이 영감이 해줄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먼저 몸이 달아서, 그들이 이규원 제독에게 매달리기 전에 빨리 끝내야 했다. 그래서 이규원 참장도 숨길 것이 없다는 듯이 순순히 의도를 설명하기로 하였다.
이규원 제독에게 유구 조정 인사들 시선이 쏠린다. 자신을 향한 시선이 모였음에도, 이규원 참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할 말을 하기 시작한다.
“유구가 아무리 조선에 보호받는 땅이라고 하여도, 엄밀히는 유구는 중산왕 전하가 다스리는 나라입니다. 그 나라를 지키는 군병과 경관들을 배제하고 진압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유구를 지키는 충성스러운 이들을 생각한다면 이 진압에 참여하지 못한 것을 한스럽게 여기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연하게도 통역관이 그가 하는 말을 유구 조정 인사들에게 통역하여 전달한다. 이규원은 본론으로 들어가면서 지나치게 형식적인 말을 피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장군, 제독 같은 군대 고관은 서양이 그러하듯이 외국에는 외교관으로도 기능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구석도 존재하였다. 이규원도 이런 말을 해서, 유구에 비위를 맞추고 온건하게 구슬릴 생각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남은 진압을 유구도 무시하지 않고 쉽게 수습하려고 유구 정규 무력을 편입하여 노력하는 것이다.
“그래서 유구가 가진 무력을 지휘하는 선임 지휘관들을 동란 진무군에 파견하여, 합동으로 같이 진압하는 쪽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흠.”
“그렇지요.”
“전하! 조선 해군 제독이 한 제안을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상국인 조선에 보여주어야 하지 않습니까?”
이규원이 여전히 알지 못하는 유구어야 이규원 옆의 통역관이 설명해주면서 나름대로 원활하게 논의가 이어졌다. 유구 조정 신료들은 쇼타이 왕에게 이규원 참장이 듣는지 듣지 않는지도 상관이 없이 간언하였다.
유구 조정 속에 있는 이규원 참장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여서, 가만히 있었다. 또 그는 지금 이 자리에는 없는, 쇼타이 왕을 먼저 알현한 유구 주재 조선 공사와도 다시 만나서 계획을 짜야 했었다.
진압 계획은 물론이고,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를 말이다. 본국 훈령에 따라서 움직이겠지만, 현지에도 계획은 필요하다.
그가 알기로도 청나라가 배후인 점으로 전쟁 준비에는 들어갔다. 그는 남해 함대 다른 전력을 배속 받아서 최소 2개 전단~분함대 전력이 되는 함대를 이끌고 다른 방면에 있는 청나라 해군을 상대해야 한다는 계산을 하였다.
이규원 제독이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쇼타이 왕은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진압군, 원군을 지휘하는 조선 해군 참장이 어떤 속내를 가졌는지는 상관하지 않는 편이다.
원래는 조선군만으로 진압을 지휘하려고 했을지도 모른다고 여기었다.
‘장군, 제독인지 하는 장성 계급인 무관이라고, 정치를 아는군. 오히려 우리가 더 고마운 일이요. 그러면 이제, 다른 의견도 들어봐야겠어.’
그리고 유구 주재 조선 공사에게는 이미 말했듯이 유구는 조선에 여전히 충성한다는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하였다.
바로, 유구도 청나라에 필요하면 선전포고할 생각이었다. 조선 공사는 나쁘지 않다고 했지만, 이규원 제독 의향도 들어보라고 조언하였다.
쇼타이 왕과 유구 조정 고관들은 조선이 파견한 해군 제독이 이런 의견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보고, 결정할 생각이었다.
“그래. 그게 좋겠군. 유구 순군 중에 조정에 충성한 이들 중 계급이 높으며, 유능한 자들을 파견하겠소. 유구 경찰과 유구 해양 경비대도 마찬가지입니다.”
“합당합니다. 전하!”
“옳은 선택이 옵니다.”
물론 진짜 본론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조선 조정이 유구가 한 제안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알 수 없었다.
동란 진압 실무를 맡은 제독이 이후에 청나라와 전쟁에 참전하지 않으리라고 장담하지 못한다. 그런 사람에게 동원할 수 있는 패가 늘어나면 나쁘지 않으리라.
사실 더욱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청나라를 압박할 수 있는 정치적, 도덕적인 압력을 행사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유구를 다스리는 쇼타이 왕은 그런 점을 고려하고 공사한테도 했던 말을 이규원 참장에게도 이야기하였다.
“아울러서 말이요. 동란이 수습되면, 우리는 조선을 돕겠습니다. 게다가 청나라가 한 짓을 확인했기 때문에 항의하고, 그들이 우리가 한 항의를 무시한다면! 조선과 함께 청나라에 선전포고하겠소.”
“예?”
이규원 참장이 아니라, 그에게 통역하는 통역관이 놀라서 무례하지만 되물을 정도였다. 유구어를 잘 모르는 이규원 제독은 통역관의 표정에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지를 의심하였다.
그러고는 통역관이 놀란 마음을 숨기지 않고 이규원 제독에게 자신이 들은 의견을 통역하였다. 그런 통역을 들으면서 이규원 제독은 무표정하지만, 속으로는 예상치 못한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유구 중산왕께서 동란 수습 이후를 논하셨습니다. 청나라에 항의하고 청나라가 이 항의를 무시한다면, 조선과 함께 청나라에 선전포고하고는 조선을 돕겠다고 했습니다.”
“그렇소?”
이규원 참장은 자기도 놀랄 정도로 당혹스러움이 튀어나오지만, 겉으로는 그것을 감춘 무표정으로 답했다. 유구 중산왕은 생각보다 머리가 좋을 수 있고, 운이 좋다고 생각하였다.
이규원 제독은 큰 상관이 없어도, 그가 속한 조선에 최고위 상층부는 생각이 다르다. 유구가 이런 부분에 최소한이라도 개입한다면 나쁘지 않았다.
이규원 참장도 바로 생각해냈지만, 정치적, 도덕적인 타격을 청나라에 추가할 수 있다. 아마도 공사는 이미 이와 관련한 의견을 들었다고 그는 짐작할 정도이다.
“예.”
“군인으로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것은 소장에게는 상부인 조선 조정과 상의하면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배제하고, 청나라와 전쟁할 가능성이 커진 조선의 군인으로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유구가 이런 일을 당했는데, 항의도 하지 않는다면 유구를 더욱더 낮게 볼 것입니다.”
이렇게 원론적인 말만으로 끝냈다. 지나치게 불필요한 사견은 거의 넣지 않았다. 공사를 통해서 이를 알리고, 조선 조정은 어떤 의향인지를 들어보라고만 말했다.
물론 유구가 나쁘지 않은 선택을 했다고 칭찬하였다. 유구가 아무리 조선 아래에 있는, 만국공법으로는 속국이라고 하여도 유구가 가지는 외교권을 비롯한 국권을 함부로 박탈하지 않았다.
또한 조선도 유구가 당한 일에 청나라가 개입한 일로 이를 항의할 생각이라고 이미 짐작하였다. 동란을 진압하고, 체포한 이들에게 자백받아낸 다음에 조선 조정은 청나라 주재 유구 총영사와 함께 청나라 주재 조선 공사가 같이 방문해서 이를 항의할 예정이리라.
청나라가 배후 등을 부정한다면 조선 조정이 할 선택은 정해져 있다. 유구에 일어난 동란 배후가 청나라다! 라는 것을 명분으로 프랑스와 약조한 대로, 프랑스와 전쟁 중인 청나라를 압박하기 위하여 전쟁을 선포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이규원 참장이 하는 사이에 그가 아까 한 말을 조선 측 통역관이 통역하였다. 조선어를 알아듣는 유능한 이들은 이규원 제독이 한 말을 그냥 알았다.
“고맙도다. 그대는 우리 유구에 감히 반역을 일으킨 자들을 우리 유구를 지키는 충성스러운 이들과 함께 진압해주시오.”
쇼타이 왕은 조선 조정도 긍정적으로 대하리라고 파악하였다. 왕세자인 쇼텐 등, 조선어를 알아들을 정도로 조선어를 공부한 이들은 이전에 자신들이 했던 방침이 틀리지 않았다고 속으로 안도하였다.
“알겠습니다.”
쇼타이 왕이 한 답을 통역으로 알아들은 이규원 제독이 답하였다. 이제 남은 일은 이규원 제독 주도, 정확히는 조선 해군과 유구 순군, 유구 경찰, 그리고 유구 해양경비대가 함께 반란군 잔당을 진압하는 일이다.
이규원 제독은 할 말을 마쳤는지, 그만 돌아가겠다고 말한다. 그것을 통역으로 전해 듣고는 돌아가도 좋다고 쇼타이 왕이 부드럽게 허락하였다.
그렇게 이규원 참장과 그를 수행하는 통역관이 수리성 중심인 정전을 나섰다. 이후에는 완전히 수리성을 나섰다.
쇼타이 왕과 유구 조정 고관들은 나쁘지 않게 잘 되었다고 생각하였다. 살아남은 유구 순군과 해양경비대 최선임에게 빨리 동란 진압군에게 합류하라고 어명을 내렸다.
반란군에게 반격의 틈을 전혀 주고 싶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런 결정은 신속하게 수행되어서 조선 해군이 사실상 주도하여도, 함께 주도하는 느낌으로 조선-유구 연합 동란 진압군이 편성되었다.
“도주한 자들이 유구 본 섬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처리했습니까?”
“예.”
“수리성과 나화 수비를 위한 전력을 제외하고 모두 투입하겠습니다.”
“그러면 좋겠습니다.”
유구 측을 보조하기 위해서 조선 육군 퇴역 정령도 함께하였다. 퇴역 정령은 자신이 가르치던 이들 중에 반역자가 나온 일을 씁쓸하게 생각하였다.
그런 그를 이규원 참장을 비롯한, 다른 조선군 지휘관들도 동정했다. 유구 해양경비대와 순군 쪽 최선임 지휘관들도 마찬가지다. 유구 경찰들도 비슷하다.
“저를 막료로 기용해주십시오. 제 과오를 바로잡는 데 돕고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진압 작전은 급조하고, 준비가 덜 된 것 같았지만 잔당 진압에 성공하였다. 그들에 붙었던 순군과 해양 경비대 출신들이 초반에 너무 죽어 나간 여파일 수 있다.
다른 섬으로 도주하려던 대구웅 등 중요 주동자 중 자결을 비롯한 죽음으로 도피한 자들을 제외하고는 살아 있는 자들은 모두 잡아들였다. 그들을 살아서 잡아 오면, 포상을 준다는 말이 통해서 그렇다.
“그들을 수사하는 일은 유구 조정에 맡깁시다.”
“예.”
“그들 처분도 유구 사법당국과 유구 조정이 할 몫입니다.”
물론 그렇게 말하면서도, 받아낸 자백 사본은 유용하게 쓰일 예정이다. 유구에 주재하는 외국 공사관과 상인들에 의해서 유구 동란은 꽤 빠르게 소식이 번졌다.
동란을 일으킨 자들도 외국 기자들이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청나라와 유착을 의심하였다. 반란 주동자들을 체포하고, 그들이 받아낸 자백서 사본이 언론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리고 조선 조정과 유구 조정이 함께 청나라에 항의했으나, 청나라는 자국 배후를 부정하였다. 문제는 청나라가 배후라는 것은 자백 외에도 다양한 증거로 입증하였다. 청나라의 도덕성은 더욱더 타격을 입었다.
이런 소식으로 프랑스와 청나라 사이에서 프랑스 견제 목적으로 청나라를 지원하려던 나라 일부가 조선이 하려는 의도를 눈치챘고, 발을 뺐다. 특히 영국과 미국이 말이다.
독일은 중립을 지키면서도, 가뜩이나 견제 중인 프랑스를 향해서 훌륭한 엿을 먹이려고 노력하였다. 러시아는 이 상황을 지켜보면서 자기들에게 유리한 방향이 무엇인지 골몰하였다.
***
“청나라 놈들, 영토가 컸지. 속은 밴댕이 소갈딱지네.”
“맞아.”
“신문들에도 봤지만, 그 작은 유구에 그런 짓을 하는가?”
그리고 조선 조정 아래인 관보와 민간 언론들도 유구 동란에 놀라고, 이를 일으킨 반역자들과 그에 연계한 청나라 세력을 향한 비판성 보도를 이어갔다.
유구에 일어난 일에 청나라 사람들이 낀 것은 청나라 조정이 지시한 일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청나라 지방관청도 마찬가지라며 조선과 유구를 거짓말한다고 몰아갔다.
물론 믿는 나라들은 거의 없다. 오히려 조선과 유구가 내놓은 증거들이 청나라 지방관청이 청나라 조정 몰래 독단적으로 일을 벌였다는 정황을 보여주었다.
도의적인 책임까지도 절대 지지를 않겠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외교적으로나 전쟁 명분으로나 청나라는 알아서 제 2전선을 만들어줄 빌미를 주고 있었다.
서양인들이 생각하는 청나라의 도덕성이 원래도 낮았고, 베트남을 향한 억압도 프랑스 언론 외에도 다른 외국 언론들이 지적하던 편이다.
“이건 이미 외교적으로도, 명분적으로 청나라가 지지받기 애매하군요.”
“프랑스와 조선이 모종의 관계를 맺고 청나라를 치는 행동 같습니다.”
조선 주재 영국 공사관은 제2차 아편 전쟁과 달리 이번 전쟁은 조선이 유구 동란을 방조하고, 피해가 적게 진압해서 청나라를 압박하고 완벽한 선전포고를 짰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런 뒤에는 프랑스가 머리를 잘 썼다고 생각하였다. 영국은 프랑스를 견제하더라도, 조선이 청나라와 전쟁할 일이 기정사실이라서 발을 뺐다.
대신에 프랑스와 조선이 한편이 되고, 청나라를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면 중재하면서 이익을 얻어갈 생각이다. 이미 조선 조정은 전쟁을 진지하게 생각 중이라고 파악했다.
영국 외교관은 의정부와 중추원에 영국에 우호적인 이들을 통해서 얻은 정보를 교차 검증했으니까 매우 정확하다고 자부한다. 청나라가 거절한 일로 명분을 더 챙긴 조선 조정이었다.
조선 조정과 달리, 청나라 조정은 조선과 전쟁을 막을 생각이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조선은 전쟁을 진지하게 생각 중이고, 몇 달 이전부터 비밀리에 준비한 사실이 영국 공사관은 알고 있다.
“전쟁이 더 커지겠어. 청나라 동쪽과 남쪽, 그리고 동남쪽 모두가 전쟁에 휘말리겠지.”
“예. 공사 각하.”
영국 공사와 영국 공사를 제외한 선임외교관이 공사 집무실에서 여전히 대화 중이었다. 차를 마시면서 말이다. 이른 차 마시는 시간을 하는 중이었다.
그런 휴식 시간이 깨졌다. 노크 소리가 들렸다. 그러고는 그들도 아는 후임 외교관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각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래. 무슨 일인가?”
공사와 선임외교관은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해서 평온하다. 후임 외교관이 들어와서 공사에게 신문을 건네주었다.
공사는 담담하게 조선에서 발행하는 외국인 대상 영어 신문을 펼쳤다. 신문의 1면에 적힌 내용에는 조선 조정이 해저전신으로 청나라 주재 조선 공사관에 전달했을 선전포고문 원본이 쓰여 있었고 관련 기사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공사는 1면에 적힌 제목을 무심하게 읽어주었다. 선임외교관이 들으라고 말이다.
“1면 제목은 조선-청나라 전쟁 반발. 유구도 조선과 함께 선전포고?”
“일어날 일이 일어났군요.”
공사는 1면 제목을 보고, 예상한 일이 일어났다고 봤다. 아까 했던 예측이 정답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후임 외교관과 달리, 선임 외교관은 대사가 한 말에 담담하게 소감을 말했다. 공사는 선임외교관을 보면서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이번에 거의 동시에 일어난 전쟁들이 이 극동에서 어떤 영향을 주고, 우리 영국에게 이익을 주게 만들지 고심하자고.”
“예.”
그런 다음에 당연한 업무지만, 적절한 행동을 한 후임 외교관이 다급하게 왔기에 목을 축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후임 외교관에게 차를 권했다.
“아? 자네도 차를 들겠나?”
“예? 예! 감사합니다.”
“거기 찬장에 있는 잔과 받침 그릇을 하나 꺼내게.”
“예!”
최상급자인 공사가 한 권유를 하급자가 거절하지 않았다. 찻잔과 받침 그릇 한 쌍을 가져온 하급자에게 공사는 직업 차를 따라주었다. 하급자는 차로 목을 축였다.
이른 휴식 시간이 되었지만, 세 사람은 공사관 업무 관련이고 이번 중요한 일인 조선과 청나라 사이 전쟁 이야기를 여전히 하였다. 그들도 예상 못한 일은 유구의 대청 선전포고문이다.
물론 유구가 조선에 묻어서 가리라고 생각했다. 이제 막 동란 진압을 마무리 짓는 유구가 할 일은 제한되어 있다고 여기니까 말이다.
항상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요. 조아라에서도 연재중입니다. 거기에는 HMS 아론다이트란 이름으로 연재를 합니다.
- 작가의말
잔당 진압은 더 길게 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청나라에 유구와 조선이 선전포고.
영국은 사태를 관망하면서, 자신들에 득이 될 기회를 노리는 중입니다. 다음편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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