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 곧 열리는 조선 만업 박람회
***
오페르트가 오경석, 대치 유홍기가 오랜만에 대화를 나누는 중이다. 오페르트는 비상임 고문이면서, 상인이자 사업가로 활동하는 편이다.
“다들 바쁘다고는 알고 있습니다. 저보다 중요한 인재들이니까요.”
“의학과 어학은 중요한 법이지요.”
“그래서 관립학교를 조정이 세우지 않았소? 야고!”
“그건 그렇지요. 대치!”
다른 두 사람인 오경석과 유홍기도 높은 자리에 올랐다. 먼저 오경석은 여전히 조선 조정을 위하여 역관으로 일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는 사역원 아래에 있던 외국어 교육기관, 조선 외국어학교를 국립대학교 수준인 관립학교로 올린 상황에서 교수로 부임하였다.
그리고 대치 유홍기는 조선이 세운, 관립 의학교 교수로 부임한 편이다. 어떻게 본다면 그가 몸을 담았던 의학교 후신에서 교수가 된 셈이다.
종군 의관으로 근무하다가 모교에 가까운 의학교에 근무했다.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원했던 일에 당연히 반발하면서 자기가 원한 길을 가려는 편이었다.
즉, 각자 사역원의 외국어 교육기관과 의학교를 대학교 같은 고등 교육 기관으로 승격시킨 조선 외국어학교 교수와 조선 의학교 교수 등을 맡았다.
“다들 때깔이 참 좋습니다.”
“하하!”
“성공한 삶이라면 성공한 삶을 누리니까 당연한 일이 아닙니까?”
“너무 격식은 차리지 맙시다. 우리가 오랜 인연이 아니요?”
“그건 그렇습니다.”
그래서 각자가 생각하기에는 꽤 성공한 삶을 이룬 세 사람은 꽤 바쁘다가 이제야 만나게 되었다. 인천부 제물포 개항장의 한 서양식 식당에서 세 사람은 회포를 푸는 모습을 보였다.
그들이 입은 옷은 특이한 편이다. 정확히는 두 사람이 그러한 편이었다. 서양인인 오페르트를 제외하고 두 사람, 대치 유홍기와 원거 오경석은 양장과 조선 전통 복식이 혼합되었다.
이런 두 사람이 입은 복장을 그렇게 뭐라고 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 아주 보수적인 유림 인사가 아니고서야 말이다. 그러한 이유가 다 있는 법이다.
왜냐하면 유홍기와 오경석 말고도 식당 안에 있는 조선인들은 양장을 입은 이들을 제외하면 두 사람과 비슷한 옷을 입은 편이다. 따라서 두 사람이 입은 복식을 문제 삼을 이들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오페르트는 멀쩡한 양복을 즐겨 입는 이들도 있다고 알면서도 조선식 옷과 서양식 옷이 혼합된 옷을 신기하게 보는 편이다. 게다가 듣자 하니, 양복에 쓰이는 기술이 조선인들이 주로 입는 조선 의복에도 적용되었다고 들었다.
“새로운 소가 들어왔지만, 우유를 그대로 즐기는 이들이 없습니다.”
“우유는 일찍 상하는 편이지 않습니까?”
“대신에 요구르트와 카스라는 것도 즐길 수 있기는 합니다.”
그들은 먹고살기 좋기 때문인지, 식도락 관련 이야기를 하는 편이다. 마침 회포를 푸는 장소도 식당이라는 이유로 먹는 것을 주제로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 중이다. 유제품 관련이었다.
“카스라, 영어로는 치즈라고 하는 녀석이군요.”
“그렇습니다.”
“타락죽이 조금 더 흔해지는 일이 더 먼저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타락 같은 우유를 가공하는 제품도 마찬가지로 더 흔해지겠지요.”
“그러한 의견은 의사로서 하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오페르트가 한 말에 다른 두 사람이 반응하는 편이다. 확실하게 치즈와 요구르트, 그리고 버터 계열이 유럽과 교류, 요동에 사는 만주족과 몽골족을 지배하면서 조선인들에게는 개항장과 요동을 중심으로 퍼지는 편이었다.
사실 버터도 비슷하였다. 유럽과의 교류를 시작으로 만주족과 몽골족을 지배하고, 요동을 통치하면서 달라졌다. 유럽식 버터와 만주족 같은 북방 민족들이 만드는 버터는 약간 차이를 갖고 큰 차이는 없었다.
또 러시아 개척민들이 버터 등 유제품을 먹고 싶어 하기에 당연하게도 수요가 생기는 편이다. 그러므로 버터 등 유제품을 팔려고 만든다. 여기에 그들과 직접 교류하면서 먹어 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요동도 평안도와 함경도 못지않게 추운 상황이다. 살려면 당연하게도 지방 섭취가 더 필요하게 되는 편이다.
그래서 요동 말고도 한반도 북부의 조선인들에게도 점점 버터와 치즈, 그리고 요구르트를 먹는 일이 퍼졌다. 개항장 너머의 가까운 내륙 고을들도 비슷하다.
개항장을 제외한 조선 본토, 다르게 말하자면 조선 팔도에 버터, 치즈 등 유제품이 널리 보급되려면 멀었다. 조선인들이 가진 인식이 달라지는 중이라도 아직은 거리가 있는 편이다.
“유제품을 먹는 조선인들이 늘어났다고 보이기는 합니다.”
“우유보다는 가공하는 것을 즐겨 먹는다고 압니다.”
“그게 소젖을 자주 먹는 편이 아니던 이들에게는 더 나음 편입니다. 타락죽이 점점 더 흔해지려는 추세라고는 압니다만 ”
물론 점점 더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세 사람은 꽤 목격한 편이다. 그렇게 되는 이유가 제법 다양한 편이었다.
우선 첫 번째로는 서양인 소비자 외에도 유럽에서 온 생산자들이 나타났다. 해안가에 개항장에 세워진 가톨릭 성당 말고도 조선인 성직자와 유럽인 성직자들이 관리하는 내륙 수도원이 생기는 일과 연관이 깊었다.
가톨릭 수도원은 여전히 자급자족을 중시하는 편이었다. 그런 자급자족과 물물교환, 혹은 조선에서 통용되는 화폐로 자급자족 외에 구할 수 있는 식자재를 구하려고 치즈 등 유제품을 만드는 경향이다.
그래서 치즈와 유제품이 이런 수도원을 중심으로 시도가 되는 편이다. 치즈 등 유제품 말고도 수도원에서 자체적으로 포도주도 만들려고 시도하지만, 머루주로 대체해야 할 상황이다. 프랑스인들이 포도 농장을 지으려고 해서 이로 극복해볼 생각도 강하다는 풍문이 들려왔다.
“다른 이유도 있었던가?”
“있다고 알고 있소.”
“그 이유가.”
그리고 다른 두 번째 이유도 존재하는 편이었다. 이전과 달리 젖을 많이 내는 서양 품종인 소가 점점 조선 팔도와 요동을 채우는 중이다. 조선 향우, 조선우라고도 부르는 품종과도 교잡되는 경우도 생기는 편이었다.
일소로도 쓰는 조선 향우에 서사갈우, 스위스 브라운이라고 후세에 칭해질 품종을 교잡하는 일은 의문을 품는 이들도 제법 있었다. 순종보다는 더 떨어질 수 있는데 굳이 하는 이유가 있느냐는 식으로.
“그런데 오히려 그런 일이 더 성공한 일이 아닙니까?”
“추위에 잘 버티는 소들이 만나서 새로운 소가 나오는데 완벽하게 품종 자체가 고정되지 않았어도 흥미로운 잡종이 등장하였잖소.”
말도 품종 교배를 위해서 최대한 만들어내는 상황에서 소라고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서사갈우와 조선우, 다르게 표현하자면 스위스 브라운과 한우를 열심히 교배해서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 내겠다는 이들이 제법 있었다.
그리고 지금 오페르트 일행이 말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완벽하게 이 잡종 품종인 소가 가지는 형질이 고정되지 않았어도, 두 품종 사이 장점들을 취한 쪽이 잘 등장하였다.
그러므로 우유 생산량은 전체적으로 아주 많이 늘어났다고 해도 무방한 결과가 되었다. 그리고 남아도는 우유는 송아지들을 먹이고도 남는 편이 되었다. 이렇게 남는 우유는 장기 보관을 위해서 버터와 치즈 등으로 유제품 가공 과정을 거치게 되는 편이다.
과거 요동에서 조선인 중에 백정과 만주족, 그리고 몽골족이 소와 말에게서 짠 젖을 먹는 일로 뭐라고 하던 조선인들도 정작 줄어드는 상황이 오는 중이다. 특히 요동은 이런 소를 많이 키우려고 잡종 소를 올려보내고 많이 키우는 상황이 왔다.
이런저런 요인으로 조선 팔도에도, 요동에도 더 늘어난 서사갈우와 조선우 사이에 태어난 잡종소를 키우는 농가가 당연히 늘어났다. 가톨릭 수도원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선교함으로 조선인들은 전체적인 유제품 소비가 점점 늘어나게 되었다.
“점점 조선도 유랍에서 건너온 식도락을 즐길 수 있어서 조선에 사는 유랍인들과 미국인들이 좋아한다고 알아요.”
“야고도 열심히 그런 일에 끼고요?”
“허허. 원거!”
“대치는 유제품 섭취를 긍정하는 논문을 썼잖소?”
“우유는 함부로 먹으면 안 되는데 어떤 유제품이 좋은지로 연구했을 뿐입니다.”
원거 오경석이 친구들을 놀린다. 놀리는 일이지만, 그들은 진지하게 반응하기보다는 역시 장난기를 가지고 대응하는 편이다. 먹고 마시며, 왁자지껄 즐기는 중이다.
이후로도 음식과 관련한 대화가 주로 꽃을 피웠다. 그렇다고 그들은 먹다가 대화하여도 입안에 음식물을 다 삼키고 대화하는 예법을 시행하는 편이다.
오대발이라는 조선식 이름을 가진 에른스트 오페르트도 당연하다는 듯이 이런 예법을 실천하는 중이다.
양식을 먹으면서, 먹는 중에 대화하는 예법은 조선식이라는 기묘한 상황이다. 이상한 기분이 들기 좋지만, 세 사람은 딱히 어색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만큼이나 이런 예법이 조합되는 일이 이상하지는 않다고 여기는 편이다.
그들은 이제 다른 주제를 가진 이야기로 넘어가는 편이다. 섬 관련 이야기인데 오페르트가 먼저 화두로 꺼낸 편이다.
“그나저나, 그 섬 이야기는 들었습니까?”
“우리 조선이 유구가 영유권을 가지게 도와주었다는 섬이요?”
대치 유홍기는 몰라도, 원거 오경석은 친구인 오페르트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빠르게 눈치를 챈 편이다. 원거 오경석이 한 말에 대치 유홍기도 빠르게 눈치를 채는 데 성공했다.
의생, 의사라고도 고쳐 부르게 된 직업을 하려는 의학생들을 가르친다고 매우 바쁜 유홍기라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리는 신문을 볼 여유는 있는 편이다.
그래서 외국인 친구인 오대발, 에른스트 오페르트와 조선인 친구인 원거 오경석이 어떤 섬을 말하는지 알아서 대화에 당연히 열심히 끼려고 시도한다.
“예. 일본은 그 섬을 무인도라고 불렀답니다.”
“근데 그 섬은 수십 년 이전부터 사람이 살았잖습니까?”
“나도 알기로는 그렇습니다. 미국인과 하와이 사람들이 유인도로 만든 곳이 아니요?”
물론 원래는 무인도였기 때문에 그렇게 지었다. 그래도 이제는 사람이 살게 되면서 이름을 무인도라고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무인도로 이름을 유지할 리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렇게 부르면 이상하다는 식으로 놀린다. 그들의 농담에 그 섬을 화제를 꺼낸 남자도 웃었다.
“그러면 섬을 무인도라고 할 수 없지요.”
“어떻게 사람이 사는 섬의 이름이 무인도?”
“유인도의 이름이 무인도라는 점은 촌극입니다. 과거라면 모를까!”
그래서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고 그들은 기억한다. 유구 조정은 일본이 지은 무인도를 그대로 성의 없이 가져올 생각이 전혀 없었다.
당연히도 1860년대에 바쿠후가 그 섬, 정확히는 제도라고 할 수 있는 그 섬이 있는 일대를 영토로 하려다가 철회한 상황에서 조선이 지원하여 유구가 자국 영토로 선언한 섬들에 일본이 붙이려던 오가사와라 제도로 가져올 생각이 없다.
“이름을 무엇이라고 했었지요?”
“무만도라고 지었다고 아는데.”
“무만도?”
유구 조정이 그렇게 지은 이유를 들어봤다. 이를 들어보니까 제법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오페르트 일행이다. 오페르트가 도리어 정말 이해하지 못한 점을 두 사람이 설명해주는 식으로도 가서, 오페르트도 완벽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물론 오페르트도 어느 정도 한자를 아는 편이라도, 완벽하게 알지 못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20년을 넘게 조선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외국인이라도 한자는 어려운 편이니까.
“만이 오랑캐 만이라는 뜻이 있다네. 그쪽이 남만이잖은가? 남만 사람이 없으니까 무만도라는 소리가 되는 법일세.”
“원주민, 토인이 없는 섬에 그냥 사람이 이주했으니까 무인도라고 할 수 없소. 그렇다고 무성하게 많은 편도 아니라서 무성할 무(茂)를 써서 무인도(茂人島)라고 할 수 없는 법.”
“누가 생각했는지는 몰라도 무만도라, 나쁘지는 않구먼.”
친우들이 해주는 설명에 오페르트가 고개를 끄덕인다. 오페르트야 사람과 오랑캐가 사실 무슨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기준이 애매하다고는 여기는 편이다.
물론 토인, 원주민이라고 불리는 자들은 그런 섬에 산다면 남만이라고 부를 수 있을 법하다고 여기는 편이다. 유럽인인 오페르트가 봐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조선인들이라고 무엇이 다를까?
“그러고 보니까 말이요. 무만도는 왜 조선이 먹지 않았소? 유구보다는 조선이 먹어도 문제가 될 일이 없다고 보는데.”
“아. 그거 말이오? 사실은 다 이유가 있소.”
원거 오경석이 설명하려고 나섰다. 그전에 마른 입술과 입을 물로 축인다. 술과 다른 음료로는 목이 절대 축여지지 않으니까 이럴 때는 물이 가장 좋은 수단이다.
잔에 담긴 물을 시원하게 쭉쭉 들이켠 다음에 숨을 다시 고른다. 그런 모습에 무슨 대단한 비밀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두 사람이 생각할 정도이다.
“야고, 자네가 우리 조정이 꺼냈다는 논리를 보고 잘 들어보게.”
“알겠네.”
“우리 조선은 지금 알다시피 요동 개척에 전력을 집중해야 하는 편일세. 바다가 중요하여도, 원양에 있는 섬들을 먹어 치우기에는 집중하기 애매한 편이라고 봐야 한다네. 우리가 너무 거대해지면 영국과 미국이 우리를 언젠가 더 견제하는 일이 생기는데 더 빨라질 수 있다네.”
“흠, 그렇군. 또 다른 이유가 있는 모습으로 보이네만.”
조선 조정에 연줄이 많고, 외국과 여러 교섭에 참여하는 원거 오경석이 비상근 고문으로 활동하지만, 자기 사업에 집중하던 오페르트보다 더욱더 많은 고급 정보를 가지고 있다. 그래도 죽지 않은 감으로 오페르트가 날카롭게 다른 이유를 간파하였다.
“맞아. 다른 이유가 있소. 바로, 조선 상인들과 유랍, 미국 상인들이 점점 상업으로 유구를 잠식하는 상황이라네. 유구 조정이 불만을 돌리기 위하여 그 섬을 먹게 해주는 법도 있지.”
“정작 무만도 일대를 자주 이용하는 자들은 미국과 조선, 유럽 상인들이겠지. 아니면 포경선들인데, 주로 미국 포경선들이겠고.”
“정답이라네.”
그리고 다른 이유를 또 열거하려다가 다시 오페르트가 원거 오경석에게 질문한다. 그 질문도 여전히 날카로운 편에 속한다.
“유구가 지배하는 섬이라면 그들에게 거두는 세금 등으로 돈을 벌 수 있기는 하다고 안다네. 그런데, 일본은 그런 일 등으로 조선과 영국에 반발하는 느낌이던데?”
“당연히 반발했소. 그러니까, 그들이 아라사와 하코다테 조약인지를 한 이유 중 하나가 된 셈이지. 지난 일로 우리와 저들, 일본이 경색인 국면이 있으니까.”
“흠.”
잠자코 듣고 있던 대치 유홍기가 이번에 질문을 꺼냈다. 의사 친구가 하는 질문에도 덤덤하게 원거 오경석은 자신이 알고 있는 선에서 대답하였다.
“그런데, 아라사는 유귀도를 자기들 땅으로 삼으려고 할 때 왜 우리 조선하고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조선은 적당히 가치가 있는 무언가만 얻으면 유귀도를 넘겨주었을 듯싶던데.”
“그것이 싫었으니까. 비밀 협상으로 조약을 공개한 것이라고 본다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로 그들은 원하는 유귀도를 삼키지 못하게 되었소. 욕심을 부리다가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한다니.”
딱 유홍기가 한 말 그대로였다. 러시아는 결국 원하는 바를 결국 다 이루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은 조선과 협상에 들어가야 할 판에 놓였다.
이전이면 모를까, 조선은 무주지였어도 청나라에서 영토를 할양받을 때 유귀도도 같이 할양받았기에 땅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다. 상황이 달라진 상황에서 조선이 그렇게 쉽게 유귀도를 넘겨줄지에 대해서 조선 주재 유럽인들은 물론이고, 미국인과 조선인 지식인들은 가능성이 적다고 생각하였다.
“그렇다네. 우리 조정이 포경을 허락했는데 우리 백성이 유귀도에 포경소를 차릴 줄 알았소.”
“영국이 우리와 아라사를 싸움 붙이려는 일은 조금 불편하군.”
물론 조선과 러시아 사이에서 영국이 싸움을 붙이려고 하는 편이다. 그런 점은 조선은 혼자서 러시아를 완전하게 이길 수 있는지 유보적이다.
시베리아 극동에 주둔하는 러시아군 전력이 적어서 그들을 격파하더라도 조선군이 러시아의 중심지로 진격할 수 있는가를 냉정하게 따지면 불가능하다. 러시아가 멀리서 병력을 증원한다고 고생한다고 물러나는 편이 나올 수 있다.
사실 조선이 가장 우려하는 일은 조선이 러시아와 싸운 국지전에서 서로가 압도적인 승리를 가져갔다고 하기에는 애매함에도 러시아가 자존심 문제로 조선과의 접경지대에 군대 주둔을 증강하는 일이다.
“아라사가 득을 아예 안 본 것은 아니야. 우리와의 대치로 영국이 갈팡질팡하면서도 천축 근방에 집중했다고 들었네. 오히려 동방은 조선에 믿고 맡길 수 있다고 운운하던데.”
“유귀도 문제가 질질 끌면 끌수록 영국은 유리하리라고 생각한다네. 우리가 영국 편으로 기울어가는 셈이니까.”
“조선과 러시아 사이에 군대 증강으로 변경이 시끄럽겠군. 변경 무역도 좀 시들지도 모르겠군?”
사실 일각이 우려하는 일과 달리 러시아군은 조선과 걸쳐 있는 변경 지대에 군대를 무작정 증강할 수 없는 편이다. 러시아군은 조선군보다 훨씬 더 심각한 보급 문제에 시달릴 여지가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병기 관리도 관리인데, 식량이 제일 큰 문제였다. 당장에 러시아는 자국이 개척하는 시베리아 극동 일대에도 개척민들이 조선에서 식량을 사들여서 의존하는 편이다.
의외로 요동 근처에서 조선과 러시아는 어떤 의미로는 공생관계였다. 갈등하는 듯이 보여도 변경 일대는 필요한 물자 등을 교환하기 위해서 제법 열심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든 조선을 위해서 일해야지. 적어도 나와 대치는. 야고는 네 이익이 조선과 일치하면 하겠고?”
“어허! 나도 반은 조선인이라네. 돈 때문에 러시아에 붙을 생각은 없어!”
이런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그렇게 조선과 관련된 섬들의 이야기로 길게 이야기했다. 또 다른 대화 주제로 넘어갔다. 후식으로 나온 차 혹은 커피를 마시면서 즐길 다른 대화 주제는 오경석이 꺼냈다.
“이제 슬슬 박람회가 열리겠군. 태자 전하가 심국 대리청정하러 가기 직전에 연다고 했으니 말일세.”
조선이 이번에 주최할 예정인 박람회 관련 이야기를 꺼냈다. 오페르트와 대치 유홍기, 이 두 사람도 당연히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그들도 꽤 관심사를 보이던 일이었다. 그러니까 오페르트와 대치 유홍기도 나이가 이제 지긋하지만, 눈빛이 호기심으로 반짝거린다. 그런 친우들을 보면서 속으로 오경석이야 낄낄거린다.
“산업 박람회가 아니라, 만업 박람회가 되었는데. 뭐가 나올 듯싶은가?”
“흠. 글쎄? 나도 잘 모르겠군.”
“근데 왜 만업 박람회가 되었는가? 내막을 잘 몰라서 말이야.”
오페르트보다는 대치 유홍기가 원거 오경석한테 물어봤다. 신문 등을 읽어도 그런 세부적인 정보는 오경석이 훨씬 잘 아는 편이라서 그렇다.
“산업 박람회만 하기에는 다른 종류도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창하더군. 그래서 규모를 더 키웠다고 안다네. 그래서 산업, 농업 등을 망라한다고 만업 박람회가 되었다는군.”
“허.”
“어떤 종류가 전시될지가 궁금하군.”
“어렴풋이는 알아도, 다 전시하기 힘드니까 선별한다고 들었네.”
커피와 차에 같이 먹으라고 곁들이는 다과로 후식을 먹으면서도 세 사람은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만업 박람회를 주제로 기대하면서도, 유럽에서 본 만국 박람회와는 어떻게 다를지를 꾸준히 생각하였다.
그리고 며칠 뒤에 조선 만업 박람회가 한성부에서 개최되었다. 조선과 러시아 사이 변경 국지전이라는 변수에도 예정대로 조선이 개최한 최초 박람회가!
항상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요. 조아라에서도 연재중입니다. 거기에는 HMS 아론다이트란 이름으로 연재를 합니다.
- 작가의말
오늘은 5월에는 마지막날입니다. 조다위 속 대조선국은 이제 1875년에 예상치 못한 조러국지전 이후에 만국 박람회는 아닌, 조선 만업 박람회를 개최합니다.
그 이전에 조선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무만도는 오가사와라 제도 일대입니다. 일본 대신에 조선이 밀어주는 유구가 먹었죠.
사할린섬은 조선과 러시아 사이 영토 분쟁으로 점점 수렁에 빠질 듯합니다. 어떻게 될지는 짐작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나중에 차차 더 잘 보여주어야지요. 다음편에 만나요.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