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 누군가들의 도전, 슬기로운 국가경영(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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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신들, 의정부에 속한 백관들이며 중추원에 속한 의관들도 모두 참석하는 조회에서 예상치 못한 안건이 나왔다. 그들은 이미 조선의 상단을 지원하는 일, 또 조선업을 더욱 밀어주는 국책을 정한 안건 다음으로 나온 것은 좀 황당한 안건이라서 그렇다.
그렇기에 수많은 신료가 당황해서 다시 태왕 이영에게 물어볼 정도였다. 다만, 일부는 이 안건이 나온 인과를 속으로 되짚어 보는 중이다.
“폐하. 소신들이 잘못 들은 일이 아니지요?”
“그렇소.”
잘못 들은 것이 아니라고 확인하자 일부는 생각에 잠긴다. 이미 인과관계를 되짚어 본 이들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들의 주장은 제각각이라도 태왕 이영이 한 말에 대해서 답을 던졌다.
“그렇다면 그 제안들을 종합하여 결론하면 반가는 명승지들인 사찰에 들어가는 것이 제한됩니까?”
“물론, 근래에 대체할 유람할 곳들이야 있습니다. 경마장이라든지 말이지요.
하오나, 그들이 산 등으로 올라가서 즐기던 원유에서 유용할 거처 등이 사라지는 일이라서 반발이 쉬이 가라앉지 않다고 봅니다. 그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와 별개로, 저 불씨를 믿는 자들이 정말 이 나라! 조선에 득이 될 행동을 할지는 쉬이 믿기 어렵다고 봅니다.”
물론 다 옳은 것은 아니라도 일리가 있는 의견들을 말하는 중신도 꽤 있다. 태왕 이영은 그들의 의견들도 그럴 수가 있다고 여긴다. 그렇기에 그런 이들도 납득할 만한 말을 하려고 한다.
“그렇기에 반가의 인사들에게 사찰을 대체할 유람할 곳들을 내놓으면 된다고 여긴다. 경마장을 더 개설하고 이전에 논의하였던 서역식 투전판, 가지노(카지노)를 아국의 반가 사족 등 일부에게 제한이나마 개방한다면?”
카지노라는 대안을 태왕 이영이 꺼냈다. 이런 제안에 많은 중신은 꽤 당혹한 표정이다. 게다가 이 카지노가 언제 세워질지는 모르는 일인데, 당장 조선이 할 수 있는 일은 경마장의 개설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덜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 불자들을 쉽게 믿을 수가 있는지는 별개입니다.”
“불자를 칭하던 이들이 간교한 사술을 부리면서 혹세무민하는 자들이 있지 않습니까?”
불자, 불교의 승려들에 대해서 불신이 심하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 시기로 오기까지, 대략 사명대사 세대가 지나고 점점 무속과 결합한 불교의 승려들은 승려이면서 무당인 경우도 있으며, 중인 척 행세하는 속칭 ‘땡중’도 많았다.
그런 자들이 일으킨 사술, 고독 같은 것은 수백 년 전의 과거 조선에서 많은 물의를 일으켰다. 이런 것을 생각한다면 그럴 수도 있는 셈이다.
“그런 자들을 불자들이 잡는데 협조하겠다고 하였다. 기존에 실록의 사고를 맡기던 사찰들의 소임은 이어갈 것이다. 승병 등에 대한 부분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승병에 대한 처리 등도 고려해서 바로 확정되기는 어려운 일이 맞다. 그런 것은 신료들도 고려한다. 그리고 이익이라고 생각한 이들은 반대를 말하던 이들에게도 이익인 점을 상기시키려고 한다.
“그들이 더욱 노동하여서 교세 등이 퍼진다고 하여도, 정학이 더 널리 퍼진 상황입니다. 또한, 그들을 아국의 백성으로서 일을 시키는 것도 더 의무 등을 보이겠다고 했겠지요. 궐에 승려들이 찾아왔던 일이 있었는데 그걸 상의하기 위해서입니까?”
“그렇소.”
“게다가 저 달자들과 만주인들은 정학보다는 불법을 더 숭상하는 편이지요. 그들을 아국의 불법으로 교화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무너졌다는 불법의 교리를 정리하게 시간도 주고요.
신지 요동을 통치하는데 안정감을 줄 수가 있다면 이익이라고 봅니다. 정학과 동학만으로도 요동 교화가 느리다면 어쩔 수가 없지요.”
“흠....”
“그래도...”
무턱대고 불도, 다르게 말하면 불교에 아무런 제약이 없이 운신의 폭을 넓혀 주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지원해주기는 껄끄러웠다. 물론 이에 대해서 생각이 다른 이들은 꽤 있다.
가령, 지금 우상의 자리에 있는 금성백 환재 박규수는 다음과 같이 말하기 시작한다. 그의 말을 모두가 귀를 기울인다. 태왕 이영이 한 생각과 같은 생각이었다.
“저 불자들을 지원하고 조세 등을 받아오는 과정에서 영향을 준다면 어떻게 통제가 없습니까? 관에 협조하려면 관과도 연결이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저들은 우리의 아래에 들어간다고 할 수가 있지요.”
“정학과 동학과는 다른 방식, 저기 서역의 신교들 같은 상황입니까? 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말해도 다른 반발이 나온다. 물론, 이런 것을 묵살해서는 안 된다. 태왕 이영이 원하는 대로 그가 가진 권위를 내세우면 쉽게 끝날 수가 있지만, 그렇게 강하게 밀어붙일 생각은 없다.
“그렇다고 해도. 저들을 더욱 통제할 뭔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게 된다면, 오히려 저들이 반발할 여지가 매우 높다고 봅니다.”
“그렇습니다. 저 서역의 신교 종파들에 대해서 우리가 인사권을 행사하려고 하면 반발이 들 것입니다. 저 불씨를 믿는 자들이라고 과연 그런 경향이 다르지 않을까요?”
“흠······.”
다른 일, 즉 다른 안건을 논하는 것이 더 빨리 조회 등이 끝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영상 등이 다른 안건을 먼저 논하자고 다음으로 미루자고 제안하였다. 중추원의 수장인 동래백 정원용도 이를 동의했다.
따라서 그들은 다른 안건을 논하기 시작한다. 개성과 동래 등에서 올라온 장계였다. 이 장계는 민간의 상단을 나라에서 지원함을 넘어서 합작해서 신지 요동과 유구에 대한 상행 지원이며 개척을 위한 투자를 하는 거대한 관민합동상단을 만드는 셈이다.
더 정확히는 상단보다는 ‘상회사’라고도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이쪽으로 관심이 쏠려서 아까의 불도, 불교를 믿는 이들을 지원하면서 교파 통합을 해주는 대가로 요동 개척 등에 동원하자는 잊어버린다. 그래도 결국은 논할 것이고, 다 잊어버린 것도 아니다.
***
한편, 한성부의 도성 밖에서는 이색적인 만남이 있었다. 지방에서면 종종 있었을지 모를 조선인 천주승, 천주교의 신부와 불교의 스님이 만나는 일이 이제는 이 한성부 근방에서 벌어졌다.
그리고 이 만남은 아주 특별한 만남일 수밖에 없다. 그들의 만남을 주선한 것이 다른 누구도 아니고, 조선의 태왕이라서 그렇다.
“이 조선에서 승려 중 가장 높은 조사 어른을 뵈어서 반갑습니다. 천주를 섬기는 평범한 종인 정하상 바오로라고 합니다.”
“아 반갑습니다. 천주승 바오로! 조사를 자칭하지 않지만 그리 여겨지는 만화 보선이라는 비구입니다.”
‘한성부의 읍치를 다시 조성하는 일은 떠나기 전에 간했다가 그건 조정이 지원하고 다른 문제들이 최대한 안 생기게 신경을 쓴다고 했었지? 어쩔 수가 없다.’
“저는 일개 승려, 백장이라고 합니다. 바오로 천주승께서는 천주신교를 대표해서 왔습니까?”
반가, 그 정씨 삼 형제의 친척이라고 알려진 정하상 바오로가 최대한 서글서글하게 인사를 한다. 그에 따라서 분위기는 잠재워진다. 그러는 중에서 만화 보선은 이 만남을 주선한 태왕 이영에 대한 생각을 한다.
백장 스님은 자신을 소개하고는 돌을 던지듯이 묵직하게 두 천주승, 신부들에게 물었다. 조선의 천주교를 대표하고 온 것이냐고 말이었다.
“그렇습니다. 제 옆의 다른 조선인 천주승도 그렇습니다. 아! 자네도 소개해야지.”
“최양업 토마스라고 합니다. 저 역시도 천주를 모시는 낮은 청직에 불과합니다. 편하게 칭하시지요.”
불도를 믿는 승려들에 대해서는 숙부 중 정약용 등이 다른 고승과 맺었던 인연을 알기 때문인지, 그렇게 어색하게 대하지 않는다. 친숙하지만, 정중하게 대한다.
그리고 다른 천주승, 신부가 자신을 소개한다. 다른 후임들에게 내륙 선교를 맡기고 교구의 관리자로 내서도 됨에도 거부하다가 김대건 안드레아와 간신히 소임을 교대한 최양업 토마스다. 두 천주승과 두 승려가 그렇게 만난 셈이다.
“흠 태왕 폐하께서는 우리가 조선 불도의 개편에 대한 조언을 드리면 좋겠다고 말씀을 주었습니다.”
“그 이유가 맞습니다.”
“우리가 아는 라마의 법왕청이 가지는 구조에 대해서 논하자면 교구제라는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교구가 주교구 등의 상위 교구가 있고 그 정점에 법왕청이 있습니다. 조선인 신부들이 번역한 천주신교에 대한 서책에 그려진 도표를 본다면 더 이해가 빠를 것입니다.”
“각 도에 대표 승려와 중심 사찰을 두어서 관할시키는 것은 생각했습니다. 다만 도 아래에 지부 등을 두는 식으로 해야지요. 조사, 아무래도 승병의 구조도 가져와서 바꾸는 것은 어떨까 합지요.”
“다른 문제는 아국의 불도를 믿는 이들에게 본산을 무엇으로 할지는 미정이지요. 그건 다른 승려들하고도 논의해야 할 일입니다. 승병의 그걸 응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비록 승병이 사실상 사라진다고 해도 말이오.”
“도표를 더 보시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만, 다시 이어서 설명을 하겠습니다. 본디 천주교의 교구라는 것은 라마라고 불리던 강대한 나라의 느슨한 군현제를 모방한 형식이 기원입니다.
이후에 유주 밖의 해외를 전도할 때도 이 교구를 설치합니다. 감목구 등의 명칭을 씁니다. 조선의 천주교회도 법왕청의 승인으로 규모가 더 커져 왔습니다.
정식 교계로 편입해서 조선 천주교회는 3년 전에 법왕청 직속의 감목구에서 조선교구로 독립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아마도 한두 세대 뒤에는 홍의주교라는, 대주교 위의 더욱 높은 주교도 서임이 될 겁니다. 교구도 당연히 늘어날 것입니다.”
“그렇군요.”
조선 천주교의 내부 상황은 잘 몰랐지만, 정하상 바오로 신부의 설명은 꽤 간단하게 잘 설명하였다. 그리고 사족이라고 미리 말하지만, 최양업 토마스가 동기이면서 더 연상인 정하상 바오로가 진급이 유력한 사제라고 두 승려에게 귀띔해 주었다.
“그렇습니까?”
“네. 최초의 조선인 주교가 될 것입니다.”
“그건 놀랍군요. 물론 다른 두 명의 첫 조선인 천주승들도 여지가 있지 않겠소?”
“누가 되든, 조선 천주교 교파에게는 경사라고 할 수가 있겠지요. 조선인으로서 처음 이방 교단에서 인정받는 이가 나왔다는 소리가 아닙니까?”
백장 스님과 만화 보선은 진심으로 놀라서 입을 열었다. 다만 반응은 좀 차이가 있다. 만화 보선은 다른 둘도 여지가 있다고 말하면서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백장 스님은 약간 비꼬는 듯이 말하지만, 엄연히 칭찬이었다.
물론 불교도 서역에서 들어온 천주교처럼 외래의 가르침인데, 수백 년의 세월을 거쳐서 익숙해졌듯이 천주교 등도 그렇게 될 수는 있다고 두 승려가 공통으로 생각하고 있다. 정하상 바오로는 아닐 수도 있다고 겸손을 보인다.
“아닙니다. 다른 주교분들이며 보좌 주교들께서도 그런 말을 하고 있지만, 법왕청의 결정이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토마스와 안드레아, 두 형제님이 출중하기에 저보다 앞설 수가 있지요.”
그런 정하상 바오로의 겸손을 보고 내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런 겸손이 도리어 불편해지기도 한다.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는 두 승려다.
‘적당히 잘난 모습을 인정해도 좋은데...’
‘모난 돌이 아니라고 보여주려는 것인가?’
조선인 천주교 신자들은 한때 불교 신자들보다 더 험난한 상태에 있음을 생각하면 저러는 것인가? 라는 생각도 하고 있다. 자세한 사정을 묻지 않기로 한다. 다른 이야기들을 꺼내면서 그쪽으로 집중한다.
그러는 중에서 한성부의 ‘읍치 재설’, 이른바 도시 재개발에 관한 이야기가 화두가 되었다. 두 신부도 그 일은 알고 있었다. 한성부의 백성들은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과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로 나뉘었다.
“한성부를 다시 만든다는 계획으로 도성이 혼란하더군요.”
“네. 알고 있습니다.”
“이런 일은 하지 않아도 될 일인데 굳이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소.”
“어둠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런데도 해야 합니다. 시대와 천하의 변화를 알고 적응하는 과정이 아닙니까?”
“그렇기는 하나, 백성들의 그건 알아주셨으면 한다는 생각이라오.”
그런 문답을 정하상 바오로와 만화 보선이 이어간다. 물론 양측, 모두 언쟁을 벌일 마음은 없다. 언쟁을 벌이면 얼굴이 벌게지든지, 시선이 더 험악해져야 한다.
도리어 그들의 모습은 미소를 지으면서 선문답을 하는 이들과 같았다. 그렇기에 기분이 이상한 최양업 토마스 신부다. 물론 정하상 바오로 신부가 숙부들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불도, 불교에 대해서는 잘 알았다.
“희생이 없고 백성들이 힘들지 않다고 우기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변화한다는 사실은 불도에서도 하는 말입니다. 이를 생각한다면 변화하지 않으려는 것은 집착입니다.
조사와 스님께서는 뭘 우려하는지 압니다. 이런 변화에 대해서도 집착을 하실 수도 있지만, 세상의 변화를 알고 대응하시니까 불자들도 변화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소이다. 변화하려고 과하게 제 본질을 바꾸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물론, 아국의 정황! 태왕 폐하의 생각을 일전에 들어보니까 변화를 해도 동도를 기억하고 본질을 기억하며, 조선도 전조 등의 역사를 비롯한 지금에 올 때까지, 변화했음을 상기하면서 중화이면서도 중원 왕조이지 않은 조선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소승이 우려하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 변화에 대해서 나오는, 내부의 희생과 눈물에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여기면서 괴물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까?”
다른 이들도 그런 우려는 일리가 있음을 동의하였다. 그 정하상 바오로도 긍정하는 우려다. 물론, 그러지 않기 위해서 서로 다른 가르침을 믿더라도 사람이 귀하다고 말하는 보편의 가르침, 종교에서도 항상 말하는 ‘사람이 귀하다!’를 배운 이들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일이 당연하게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 같은, 비록 같은 믿음은 아니라도 신교라고 부를 수 있는 배움을 가진 이들이 나서야 합니다. 저기 정학과 동학도 이에 동참해서 괴물이 많아지는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되게 막아야겠지요.”
“옳은 생각이시오. 다만, 그 믿음이 지나칠 때 종종 사람은 괴물이 되기도 합니다.”
“그 말도 옳습니다. 스님···.”
서로서로 공격하지 않는다. 이건 말로 하는 전쟁이 아니다. 공존을 생각하기에 하는 일이다.
서로서로 견제할지언정 잊어버려서는 안 되는, 가장 중요한 가르침인 ‘사람이 귀하다!’에 근거한 공통이 생각하는 일을 합의한다. 그런 옳은 일이 아닌 일로 가려는 조정에 감히! 그런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이들이 되기를 서로에게 바라고 있다.
“그리고, 두 분께서는 잘 모를 수가 있는데! 양회격의 원료가 되는 석회 등이 좀 부족합니다. 도로를 다시 까는 일로요. 그래서 한성부를 다시 만드는 일이 조금 차질이 있답니다.
충청도와 강원도에서 석회 등을 파내는데 더 인부들을 고용하라고 난리라고 압니다. 신지인 요동에서도 석회 등이 있는지 더 확인한다고 하던가요?”
도로를 다시 까는 일도 더해져서 시멘트, 조선인들은 양회격(羊灰隔)이라고 부르는 물질의 공급이 느려졌다. 그리고 이런 사실을 잘 몰랐던 두 승려는 흥미로워한다.
“도로를 다시 깐다고요?”
“원래에 있던 흙길 말고 도로 위에 이른바 포석과 양회격 등으로 포장을 한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다른 대화들이 이어지는데 제사보다 잿밥인 것 같지만, 상관은 없다. 이런 식으로 우호를 다지면 좋은 것이라고 이 자리의 네 사람이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면 된 일이다.
수요가 늘어나니까 양회격의 원료들을 캔다고 석회 공급이 늘어났다. 즉 광부들이 늘어났다. 다른 말로는 다른 업종에서의 고용이 늘어났다.
그 외에도 다양한 광산들을 개발하면서 농한기에 한정해서 뛰는 광부, 전업 광부 등 여러 사연을 가진 광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어렴풋이 들었지만, 이미 그들과 더 가까이 생활하던 최양업 토마스 신부를 통해서 다른 물정도 더 알아 가는 두 스님이다.
반대로 두 스님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지식에 산속 천주교 교인들과 엮였던 일화도 두 신부에게 알려주었다. 한성 밖의 모처는 종교를 초월한 작은 유대가 더 쌓일 것으로 보인다.
***
대조선국의 인천부에 있는 제물포의, 조선인들은 ‘개방장’이라고 부르는 개항장엔 외국인 거류지가 있다. 그 거류지 구획 중에서 꽤 좋은 영조물, 건물 속에서는 미국에서 온 두 명의 형제가 대화 중이었다. 그들은 조선에 머무른 지가 좀 시간이 쌓인 밴더빌트 형제이다.
그들의 대화는 조선에 벌이고 있는 사업 이야기 중 하나였다. 그들이 열심히 공을 들여서 따낸, 철도 사업에 대한 부분이다. 수운에 대한 투자도 집중이었는데 조선 조정도 크게 밀어줄 예정인 합작 조선회사를 출범하는 것도 코앞이다.
“올해 말까지는 이게 다 끝나겠지?”
“늦어도 1865년에는 개통될 거야. 평양과 삼화라는 도시들을 연결하는 철도가 말이야!.”
“큰 강을 가르는 철교를 아직 제대로 만들지 못했어. 그래서 다른 방법들을 생각했잖아.”
밴더빌트 형제에게도 조선의 넓은 하천들은 큰 문제가 될 수가 있다. 물론 대동강은 그 한수, 한강에 비하면 좁았다. 그래도 다행히도 하천 몇 개를 지나치는 식으로 철로를 설계할 수가 있었다.
밴더빌트 철도회사 조선지사가 경쟁사를 제칠 수 있던 것은 이런 치밀한 계산 아래에서 액수를 절감했기에 그렇다. 또 뇌물도 넣을까 했지만, 이를 포기했다. 이후에 경쟁사가 뇌물 사건의 적발로 조선 조정에 미움을 사는 것으로 반작용으로 좋은 표면상의 이미지를 심는 데도 성공한 것이 이번 사업을 따낸 요인이었다.
이 철도는 밴더빌트 철도회사 조선지사를 비롯한 밴더빌트 가문이 진출하는 조선에서의 물류사업에서도 중요한 디딤돌이 될 예정이다. 그렇기에 공사비를 조선에게 받아서, 철도의 개통에 집중했다.
이 성과를 통해서 소문을 들은 이들에게서, 받은 투자비도 사업 확장에 쓰인다. 아버지인 코르널리어스 밴더빌트가 조선의 밴더빌트 은행에 보내는 자금들이며 제휴 중인 리들 은행에게도 투자를 받아다가 동맹인 경강상인 등의 현지 조선 상인들에게도 이를 분배한다.
“철도 바지선을 적용할까 했지만 않았어. 대신에...”
“더 싸게 만들 방법이 있으니까.”
“맞아.”
“여기에 전선도 설치한다고 했어. 평양과 삼화 사이의 전신선을 개통하는 일도, 철도 개통인 우리에게 맡겨서 이익은 봤다고. 남은 것은 철도 개통으로 수익이 어떨지에 대해서야.”
이 형제가 조선의 철도 사업에서 이익을 얻을 방법은 매우 많았다. 철도를 만들어서 벌어들이는 비용, 개통 이후에 철도 부속 등을 납품하면서 버는 돈, 철도 운영에 개입하고 배당받을 돈도 있다. 여기에 철도 부속이며 다양한 철도 관련 물자들을 실어 올 때 쓰는 배도 밴더빌트 회사의 배이다.
이래저래 돈이 들어오는 구멍은 많았다. 다만 그래도 밴더빌트 형제에게는 고민이 있다. 조선에서는 기선, 증기선 수급이 좀 힘들었다.
관과 군에서 굴리는 증기선이 민간 영역보다 더 많을 여지가 있을 정도다. 지금 조선에서 밴더빌트 형제의 회사가 제일 증기선이 많을 정도이다. 신품 증기선을 자신들의 나라인 미국에 주문하려고 했지만, 지금 그들의 나라는 내전 중이었다.
내전 중이라도 설령 주문해도, 민수용 증기선 건조는 뒷전으로 밀리는 상황이고 건조해도 무장상선으로 쓰일 판이었다. 여기에 미국의 중요 조선소는 당시에도 동부에 주로 몰려 있기에 내전이 끝난 다음에 중고 증기선을 물색해야 한다고 형제는 생각한다.
“영국 등 유럽산 증기선도 좋지만, 신품을 주문하려면 별개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중고 증기선이지.”
“당장은 중고 증기선으로 만족할까? 아니면 조선 정부가 관선이든지, 군함으로 신품 증기선! 기범선을 주문하면 그때 우리 몫도 주문해도 되잖아?”
동생의 말에 형인 헨리 밴더빌트가 수긍한다. 그리고 그들은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잘 협상해서 그들이 가진 미국 등 아메리카에서의 특허권을 보장받은 팔레트를 그들이 쓰고 남들에게 정품을 강조하자, 꽤 우연으로 좋은 규격인 것도 더해서 호평을 받고 돈을 긁어모았다.
“조선에서 돈을 벌고 돌아갈 백인들은 이걸 뭐라고 부를까?”
“글쎄다. 아마도 조서니쉬 드림이라고 하지 않을까?”
“조서니쉬 드림? 우리는 조서니쉬 드림을 하고 있겠네.”
“그럴 수 있어. 조지!”
예상보다 조선에서 당장 엄청 큰돈은 아니라도, 장차 더 번창할 금맥들을 발견한 광부와 같이 그들은 기쁘다. 또 조선의 석회와 광업에도 투자하는 그들은 조선에서 더 큰돈을 벌어들일 예정이다. 그들의 ‘조서니쉬 드림’은 잘 끝날까?
항상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요. 조아라에서도 연재중입니다. 거기에는 HMS 아론다이트란 이름으로 연재를 합니다.
- 작가의말
오늘은 크리스마스군요. 남은 시간도 좋은 시간 보내기를 바랍니다.
불교가 제시한 딜을 조선 조정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건 나중에 알 수가 있을 겁니다. 불교 스님들과 천주교 신부님들의 만남도 다루었죠. 여러 가지의 의도하지 않은 의견 차이 등도 있지만, 천주교의 제도가 새로이 시작하는 조선 불교에게 영향을 줄 수가 있을 겁니다.
다음은 밴더빌트 형제입니다. 사실 아우인 조지 워싱턴 밴더빌트는 아버지의 후계자로 미국 본사로 복귀할 것 같습니다. 조서니쉬 드림을 이룰 백인 및 비조선인들은 또 누가 있을지? 궁금하실 수도 있습니다. 최대한 다양하게 써봐야지요. 다음주에 만나요.
(+비문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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