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다른 국면의 등장
***
“여기가 덕원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1874년 겨울에 하인츠는 원산 덕원 개항장에 왔다. 역관 최선홍과 그 말고도 부인인 홍서란에 하인츠 부부의 두 아이도 동행하였다. 아직 어린아이들이라서 서란의 친정에 맡기고 갈까 했지만, 아내인 서란의 요청에 하인츠는 아이들도 데리고 덕원으로 향한다.
덕원도 개항장이 있는 고을로 덕원 개항장은 동래와 제물포에 삼화보다 작았다. 하지만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곳이다. 이곳에는 주로 방문하는 이들은 한정되는 편이다.
“미국 배네요. 상선으로는 안 보이고 포경선으로 보이네요.”
“미국 배는 주로 상선보다는 포경선이지요. 가끔 군함도 있지만 상선과 군함 위주인 영국에 비하면.”
또 눈에 띄는 것은 러시아의 배다. 러시아 선박들이 의외로 많음에 놀란다. 러시아 선박에서 실어 나르는 상품은 의외이면서도 설명을 들으면 납득할 수 있다.
“목재?”
“러시아와의 무역으로 러시아 영토에서 나는 나무를 많이 수입해오고 있지요. 아직 조선은 팔도 기준으로는 선박용 나무가 다 자라려면 꽤 시간이 걸리니까요.”
이전에 이야기했지만, 하인츠가 떠올린 것은 조선의 본토인 팔도 일대도 목재의 사용이 꽤 높았다. 만약 석탄과 가짜 아카시아 나무 같은 종류가 아니었다면 더 산들이 민둥산이 되었을 것이라고 들었다. 그나마도 수림은 가짜 아카시아 나무 등을 열심히 심고 관리하는 정책을 이어가면서 수림의 복구는 늘어났다.
요동에서 벌목한 나무들은 의주 용암포와 덕원 원산포에 모여서 조선으로 운송되었다. 바다와 하천을 기준으로 하면. 그리고 그렇게 운송된 목재들은 필요한 용도에 따라서 가공되었다.
가구와 선박용 목재 등, 연료용으로 써도 문제가 되지 않는 목재의 잡다한 부분을 제외하고. 연료용 목재는 가짜 아카시아 나무들로도 어떻게 대체하는 편이었다. 석탄도 조금씩 더 사용량을 더 늘리는 중이다.
또 미국과 유럽에서 나무 종자를 수입해서 심고도 요동의 목재를 빼면, 선박용 제조용 목재를 수입하는 상황을 알 수 있다. 조선 소속의 국적을 가진 배들을 제외하고는 러시아 배와 미국 배 등이 많았다.
“그리고 러시아의 배들이 그와는 별개로 꽤 많네요.”
“여기 동방에서 그들의 포구 고을 중 가장 유력한 곳을 빼면 부동포가 아니라서 그럴 겁니다. 그래서 겨울에는 이런 덕원과 패투로파불로부수구 감차추구(페트로파블롭스크 캄차키아의 음차)로 피신하고 있습니다.”
“그, 조선과 국경에 가깝고 아무르강 하구에 있다는 러시아인들의 마을인지, 도시인지도 부동항이 아니라고요?”
“그렇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그 지역 근방에서 많은 신경전은 있었다. 조선인 개척민들과 러시아 카자크, 러시아 개척민들 사이에 신경전은 있었다. 여기에 해당 지역 근처에 주둔하는 조선군의 둔전군 병력과 카자크의 충돌은 종종 존재하였다.
서로를 향한 감정이 절대 곱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서로가 필요한 것을 거래하는 일이 많으므로 애증으로 향한다. 카자크 기병대 병사들은 몽골과 청나라, 유럽과 인도 말고도 조선으로 말을 판매하는 이들 중 하나로 점점 커지는 편이었다.
물론 군마로 쓰기 좋은 말들은 엄청 많지는 않아도, 노역용 말로는 쓸 만한 쪽들도 점점 팔았다. 그러므로 애증이라고 볼 여지도 충분하게 많았다.
말을 판 대가로 카자크 기병대 병사들은 직접 식량을 구할 수 있는 편이다. 러시아 개척민들도 조선인 개척민과의 거래로 식량을 얻어간다. 그게 아니라도 함경도에서 보리와 밀 등을 러시아의 해군 기지가 있는 곳들로도 팔아서 이윤을 벌었다. 그 수량이 꽤 많아졌다고 들었는데, 실제로는 더 장관인 편이었다.
“함경도로 판매되는 곡식은 러시아 말고도 일본에도 팔린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함경도 말고도 솔빈 주의 영명 부에서 만들어지는 자기들도 일본과 러시아로도 팔립니다.”
“자기도요?”
자기는 처음 듣는 말이었다. 일본도 나름 괜찮은 자기를 만드는 편이라고 들었는데, 수입한다고 말을 들었다.
그리고 러시아 쪽은 러시아 태평양 함대 고관 등이 쓸 자기는 조선이 만든 쪽 사들이는 편이라고는 일리는 있는 편이었다. 자세한 사정은 덕원 원산포 개항장 소속의 관원이 자랑스럽게 말해주었다.
“일본이 요즘, 내전 등으로 자기 만들기가 망했던 편입니다. 또 조선의 자기들이 유럽에도 인정받아서 아라사 쪽도 종종 사가더군요. 세월이 많이 변한 셈입니다.”
“그건 몰랐습니다.”
“솔빈 주의 영명 부에 거대한 자기 공방이 생겼는데, 그걸 우리 쪽으로 운송합니다. 겨울에는 솔빈 주의 근방 바다들이 얼기 때문에 육로로 수레를 통해서 옮기고는 두만강 아래로는 우리가 배로 운송해서 덕원과 청진 등에서 자기를 수출합니다.”
“오, 그렇군요?”
역관 최선홍과 하인츠 부부는 그 관리가 하는 말에 경청하였다. 그런 자세한 사정은 조정의 고위층과 인연이 있어도, 그들도 잘 모르는 일이었다.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비록 하인츠 세데르베리가 나라의 간첩이 아니라도, 연구하는 쪽이라도 좋은 정보였다. 대화할 때 꺼내기 좋은 정보.
물론 외국인 친구들에는 함부로 밝힐 생각은 없었다. 말해도, 외국인 친구 중에 믿을만한 사람에게 말해줄 생각이다. 그의 연구 성과로 발표해도 나중에 공개하기에 그렇게 중요한 기밀은 아니었다.
“그나저나 한성에서 오셨는데, 불편하지 않았습니까? 덕원과 한성을 연결하는 철도의 필요성을 함경도의 향임과 그나마 있는 이들이 기고하면서 도움이 됩니다. 중앙의 인사들에게 그런 것을 말씀해줄 수 있겠습니까?”
“예?”
“허허. 나랏일을 우리가 건의한다고 도움이 되겠습니까?”
“그건 여인인 저는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함경도의 덕원 개항장 사무를 맡은 관리가 그렇게 말해주자 못 들은 척을 하였다. 물론 이 관리는 젊은 사람이지만 무려 상당한 고위 가문 출신이었기 때문에 문중의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하면 빠를 수 있었다.
하지만 공공의 절차를 생각해서 움직이는 편이었다. 그래도 이런 것이 일종의 청탁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한 듯이 싶었다. 그 외에는 못 들은 것을 하면서 적당히 교통이 불편하다고 말해주었다.
확실히, 신작로 등이 만들어져도 철도보다는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조선은 강을 건너는 거대한 철교를 이제 제대로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철도를 연결하는 철교의 등장과 해당 기술의 도입으로 조선의 철도 계획은 더 계획이 체계적으로 잡혔다.
군사적 문제로 서북 철도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동래와 한성을 연결하는 철도 부설 계획이 일본의 위기 상황을 명분으로 더 중요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하지만, 이에 맞서서 동북 철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파벌도 있는 편이었다.
“불편하기는 했습니다.”
“그래도 신작로가 뚫렸고, 치안을 담당하는 이들이 있기에 이전에 아는 이들에게 들었던 일과 비교하면 조금 더 쾌적하게 왔습니다.”
“물론 철도 부설의 일은 조선 조정이 생각하는 일이지요. 우리가 할 일이 아닙니다.”
“예, 그건 그렇지요. 허허.”
물론 아쉬움이 있지만, 그 관리는 이를 감추고 일하는 편이었다. 대학교에서 신한량 제도라고도 부르는 예비역 무관 양성 제도에 따라서 젊은 관리도 졸업과 함께, 예비역 무관으로 등록되어서 관료 시험에 합격하여 덕원 원산포 개항장의 사무를 맡는 관료가 되었다.
그러면서도 다음을 기약하면서 그들을 안내한다. 하인츠 일행에게 그 관리는 많은 것을 물어봤다. 유럽과 미국으로 친선 사절단을 이끌고 떠난 왕태자 이환과 그 수행원 관련을 비롯해서. 최선홍과 하인츠 부부는 담담하게 알려주었다.
그러면 대신에 그 관리는 덕원 원산 개항장의 다른 사정들도 알려 주었다. 덕원에 해군의 수영이 이전되어 확장되는 근대식 해군 기지가 세워지고 개발이 더 될 것이라는 소문이야 공공연하다.
또 건선거가 동래 부산포보다는 비교적 작은 편이 많은 덕원 원산포 일대에 생각보다 큰 조선소가 들어설 예정인 점도 들 수 있는 법이다. 그런 조선소의 이야기를 보면서, 조선은 동해라고도 부르는 해역을 꽤 중시하려고 한다는 점을 알 법하였다.
물론 건선거 등의 존재는 비교적 이게 있을지언정 상당히 실력이 좋다고 그 관리가 자랑하였다. 거친 동해를 항해하는 배들을 동래 부산포 못지않게 수리하는 일 등으로 그런 경험이 쌓였다고 알려주었다.
“이곳에 일하는 것은 저도 자랑스러워요. 나중에 더 큰물에 가게 되어도 이때의 경험이 나한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개방장에서 일하는 것이 긍지를 가지는 편이군요.”
“예.”
그러면서 젊은 관리는 자신이 하는 일을 자랑스러워함을 보였다. 역관 최선홍과 하인츠 세데르베리는 그런 사람의 미래를 축복한다. 그러면서도 덕원 원산포를 여전히 동행한다.
아이들은 숙소의 유모에게 맡기었기에 비교적 여유를 가지고 덕원 원산포 개항장을 돌아다녔다. 일본의 배도 꽤 있는 편이다. 물론 설명을 듣기로는 동래 부산포 개항장보다는 수가 적다고 들었다.
덕원 원산포에 들어올 정도면 서양식 선박이 십중팔구였다. 부산포 개항장은 일본의 본래 선박, 일본의 선박 기술과 서양식 선박 기술이 결합한 종류였다. 부산포 개항장도 식량을 수급하는 편이고, 덕원 원산포도 그렇다.
북해도 개척을 위한 식량 지원을 일본의 도호쿠 지역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아직 서양식 비료가 온전하게 보급되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실 그 관리는 덕원 원산포 개항장을 기준으로 다른 곳들은 모르는데, 조선 선박이 직접 일본에 가서 장사하기 좋아한다고 밝힌다.
“그런 이유가 특별하게 있습니까?”
“예, 있습니다.”
그 관리는 상인들한테 퍼진 소문을 조심스럽게 알려주었다. 물론 최선홍과 하인츠 세데르베리도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젊은 관리를 존중해서 들어주었다.
그래도 하인츠는 조선의 상인 중에 함경도 상인들을 바탕으로 일본 무역의 다른 이유를 알 수 있다고 좋은 기회라고 여기는 편이었다. 환차익을 노리기 때문이었다. 금 1냥을 은 4냥으로 교환하면 이익이었다.
국제 거래 기준으로 은 22냥에 금 1냥으로 거래하는데 실질적으로 은 22냥이면 일본에는 금 5.5냥을 교환할 수 있다. 유럽인들도 당연하게 노리는데 조선인들이라고 과연 노리지 않을 리가 없다.
“환차익을 노리는 일도 있군요.”
“이전에도 이런 일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다른 곳들도 혹시 비슷합니까?”
“만만치 않게, 그 이상으로 해댈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함경도 쪽보다 동래 상인들이 제일 열심히 그런 환차익을 노린다고 봤다. 게다가 그들 이상으로 환차익을 노리는 이들은 유럽과 미국의 상인들도 있다고 안다.
“그래서 조선 상인들이 위험한데도 직접 일본으로 장사하러 가는 일이겠군요. 조선에 사는 유럽인과 미국인 상인들도 꽤 한다고 알았습니다.”
“사실 도의상으로는 하지 않는 일이 좋은데, 말려야 하지 않은지 고민합니다.”
“조정의 별다른 훈령이 없다면 내버려 두는 일이 좋을 것입니다.”
“그럴까요?”
물론 젊은 그 관리의 생각과 달리, 조선 조정은 일본의 금을 싸게 환차익으로 뽑아먹는 일을 딱히 문제 삼지 않았다. 조선인들은 유럽의 상인들과 미국인보다는 비교하자면 덜 환차익을 노리는 편이었다.
그리고 금을 모으면서도, 일부를 유럽과 미국과 교환하여서 은을 더 비축하는 편이었다. 조선은 명목상 은본위제였어도, 은화가 전국적으로 완전히 사용되는 편은 아니었다. 전국의 세수를 받은 돈 중에 일부를 쌀로 환산하여서 쌀로 태환이 가능한 쌀 태환권을 조선의 중앙은행이 발행할 정도였다.
관리와 하인츠, 최선홍은 다른 대화를 하게 되었다. 먼저 하인츠가 말했다.
평안도에서도 알게 된 사실이지만, 조선의 수도권과 북부는 지폐와 은화의 사용이 훨씬 흔한 편이라고 덕원을 돌아보면서 더 실감한다. 젊은 관리는 그에 대답한다.
젊은 관리도 풍문으로 들은 일을 기억하면서 물어봤다. 젊은 관리의 답은 최선홍이 하였다. 홍서란은 그런 일을 들으면서 다른 점을 말없이 생각하는 편이었다.
“이곳도 쌀 태환권이 잘 활용되네요. 은 태환권도 마찬가지네요.”
“한성부와 인천 부, 경기도는 둘 다 잘 사용한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남부는 외국인과의 거래가 아니면, 쌀 태환권과 동전을 잘 쓴다고 들었습니다. 제주도도 쌀 태환권을 잘 쓰게 된 지는 오래라도 은화는 남부가 개항장과 가까운 고을들이거나 부유한 큰 고을들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잘 안 쓴다고요?”
“예,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라고 합니다.”
다만 쌀 태환권은 동전보다는 확실하게 거래가 되는 편이었다. 비록 동전의 가치는 유지가 되었어도 거래로 들어오는 은화와 은 태환권, 은과 동등한 가치로 거래되는 쌀 몇 섬을 태환할 수 있는 쌀 태환권의 보조 화폐로 기능하게 변한 지는 오래되었다.
지폐, 태환권 자체는 기존의 어음 같은 개념이 있기에 큰 거부감은 없었다. 백성들도 어느 정도는 익숙하게 사용하게 된 지는 오래였다.
또 조선 조정과 조선 상인들은 외국과의 거래에는 무조건 조선식의 은화이던 외국산 은화이던 은화를 사용한다. 그게 아니라면 조선은항, 조선은행이 보증하면서 발행하는 은 태환권만을 사용하는 편이다. 아주 철저하게는 아니라도, 신용을 위해서 이렇게 하는 편이 더 좋았다.
물론 조선에 오래 체류한 외국인들은 조선 국내에서 쓰려고 쌀 태환권과 동화를 받아서 이를 조선인들과 거래할 때 잘 사용하는 편이었다. 그런 외국인들도 자신들끼리는 어지간해서는 조선의 은화와 은 태환권으로 거래하는 편이었다.
“저도 쌀 태환권과 동전을 거래용 화폐로는 잘 취급합니다.”
“그렇군요? 그래도 이전에 동전만을 화폐로 쓰라고 할 때보다는 쌀 태환권, 은 태환권, 은화의 사용은 더 늘었다고도 생각합니다. 옷감 자체는 대용 화폐로서는 가치가 떨어져서 그렇다고 생각하면, 현물 화폐는 점점 비중이 줄어들었습니다,”
그 젊은 관리가 지적한 대로 조선은 부분 개항을 기준으로 40여 년, 전면 개항을 중심으로는 30년 남짓으로 화폐 경제가 이전 수백 년의 역사와 비교하면 훨씬 더 빠르게 정착하는 중이었다. 여러 손해 등에도 국제 교역으로 화폐 사용의 경험이 부활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조선에는 쌀이 중요한 상품이기도 하니까, 통하는 편이겠지요. 조선에 많은 은이 쌓이고 있어도, 모든 통화에서 쌀 태환권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들 겁니다.”
역관 최선홍이 하는 지적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편이었다. 그의 말은 또 이어졌다. 쌀 태환권의 다른 약점을 논했다.
“게다가 쌀의 수확량만으로 다 발행할 수가 없기에, 은 태환권의 가치를 따라서 변동되는 편이라서 불안정한 구석도 있습니다.”
“화폐가 온전하게 정착하면 쌀 태환권은 자연스럽게 밀려나겠지요.”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또 그렇게 되게 관리인 저도 노력을 해야 하지 않습니까?”
꽤 화기애애한 대화를 이어가는 편이다. 이곳에는 인천부 제물포 개항장과 비교하면 더 많은 러시아인을 만날 수 있는 편이었다. 그들과도 하인츠 일행과 젊은 관리는 대화하게 되는데, 러시아 선원들이며, 상인들은 조선과 생각보다 잘 지내고 싶어 한다고 말한다.
“이유가 있습니까?”
“그거야 우리가 이 극동에서 장사하고, 먹고 사는데 조선이 꽤 큰 손이 되어서 그렇습니다.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조선이 먹어 치운 요동에서 생산하는 곡식 등이 러시아령 시베리아로 수출되어서 그 곡식으로 개척민들이 먹고사니까요.”
“그렇군요.”
확실하게 식량을 의존한다면 식량을 지원하는 쪽과 쉽게 싸우기는 애매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런 사정을 고려하고 움직이지 않는 자들도 있는 법. 당장도 종종 충돌하는 카자크와 조선군의 충돌, 나중에 생길 일은 상관하지 않고 더 평온을 바라는 러시아 상인들의 푸념을 하인츠 일행은 들어주었다.
참고로 그들은 지금 프랑스어로 대화하는 중이다. 역관 최선홍과 하인츠가 주도해서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러시아 상인들과 함께 대화하는 중이다. 하인츠의 아내인 홍서란도 프랑스어를 알아들을 수 있다. 그 젊은 관리도 마찬가지다.
“조선의 개척민들이 오히려 대단합니다. 그들도 식량 지원과 일정 기간 면세 혜택을 고려해도, 그들은 사냥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굶주림을 피합니다. 그래서 도리어 우리 러시아의 개척민들이 조선인들이 먹는 것을 보고 그것을 모방해서 식량을 사지 못할 때를 대비한 비상식량을 모으는 일을 하고요.”
“그건 아라사인들이 편식해서 그런 일이 아니겠습니까? 우리 조선인들은 많이 먹으면서도 먹고 살려고, 온갖 것들을 먹거든요.”
요동을 개척하는 조선인 개척민들의 높은 생존 가능성 등을 칭찬하는 러시아 상인의 말에 최선홍은 시큰둥하면서도 담담하게 농담을 던졌다. 프랑스어로 던진 그 농담에 잠시 후에 많은 이들이 각자의 다른 반응을 보여도, 대체로 웃었다.
“조선인들의 전설에는 그들은 곰이던, 범의 후손인데 그래서 그럴 수 있지요.”
“우리 러시아는 곰으로 비유되지만, 조선인들처럼 다양하게 먹지 못해서 곰이라고 비유되기 힘들 수도요?”
최선홍의 농담에 싸해질 수 있음에도, 하인츠와 러시아 상인들이 재치 있는 농담을 추가해서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러시아인들과의 시간은 하인츠는 꽤 괜찮게 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술을 엄청 많이 마셔서 곰 같은 러시아인들을 겪게 되어서 일정 부분 철회하였다. 서양식 맥주는 기본이고 조선의 보리술, 보리로 빚은 소주며 보드카를 마셔서 그다음 날에 홍서란과 아이들에 유모를 제외한 하인츠, 최선홍 등의 하인츠 일행 남성들은 숙취로 고생하였다.
“서방님, 아라사 상인들과 어울리는 일은 좋아도, 술은 자제했어야지요.”
“으아. 술로는 곰 같은 아라사인들이 사실이었어요. 미안해요. 부인.”
하인츠는 숙취로 고생하는 모습을 아내인 홍서란한테 보인다. 그런 남편한테 홍서란은 야무지게 바가지를 긁으면서도 걱정스럽게 지켜봤다. 그리고 하인츠의 옆에 숙취로 만만치 않게 고생하는 역관 최선홍도 보인다.
최선홍을 향한 걱정보다는 홍서란이야, 남편이 더욱더 걱정되었다. 물론 그래도 최선홍의 말을 무시하지는 않았다.
“사모님. 정말이지. 다음에는 보통의 아라사인들하고 술자리를 안 가져야 마땅합니다. 술고래예요.”
말술에 속한다고 생각했던 최선홍의 이상한 자부심을 러시아 상인들이 깨뜨려버렸다. 생각보다 술에 약한 편인 하인츠는 오기로 버티다가 당연하게도 최선홍보다 빨리 나가떨어졌다.
두 사람은 다시는 보통의 러시아인들하고 술자리를 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였다. 그 관리는 사실 그 참사를 피할 수 있었는데, 실제로 야근해야 하기에 빠졌다.
그런 두 사람을 보고 홍서란을 한숨을 쉬면서 봤다. 쓴웃음은 나왔지만 참았다. 홍서란의 옆에는 여숙의 하녀가 팔팔 연기가 나는 큰 그릇 두 개와 반찬을 담은 상을 들고 왔다. 홍서란은 그 하녀와 같이 있었고, 하인츠 일가의 유모한테는 홍서란이 아이들을 맡겼다.
“어쩔 수 없지요. 서방님과 최 역관님도 해장하라고 이곳에 명태라는 생선이 좋다고, 우리가 머무는 여숙 주인이 끓여주는 명탯국을 드시어요.”
“고마워요. 부인.”
“최 역관님 몫이에요.”
“감사합니다. 사모님.”
하인츠와 최선홍은 조심히 참기름이 들어가고 뿌옇게 맑은 탕인 명탯국을 조심히 먹으면서 해장하였다. 러시아인들과는 대화와 식사만 하지, 술자리 약속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젊은 관리는 다시 방문하는데, 하인츠와 최선홍의 몰골이 조금 심각해서 놀랐다. 그러고는 추운 겨울인데도 식은땀과 쓴웃음이 나오는 모습을 하인츠와 최선홍에게 보여주었다. 그런 모습이 자못 우스꽝스러웠다.
그는 오늘도 덕원 근방을 안내해야 하기에 열심이다. 이렇게 지내는 사이에 북방에 일이 일어났다. 어떤 일이 일어났냐면 바로!
항상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요. 조아라에서도 연재중입니다. 거기에는 HMS 아론다이트란 이름으로 연재를 합니다.
- 작가의말
간만에 하인츠 세데르베리 부부와 하인츠의 친구인 최선홍이 등장했습니다. 다음 주에 만나요. 다음편에 일어날 일은 예상하신 분들이 많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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