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 조선 만업 박람회
***
“예. 그럼!”
그러한 말에 왕태자 이환은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마차가 아닌, 이 중궁전에서 꺼내기 시작하였다. 모두가 우선은 왕태자 이환이 하는 말에 경청하였다.
“유구는 우리 조선에 안전을 보장받고 싶어서 그러는 편이 분명하옵니다. 또 유구 중산왕은! 사사로이는 조공 책봉 관계에서 수리 공이라는 봉작을 받았습니다. 조선 태왕인 아바마마에게는 외국의 군주이면서도 조선의 신하입니다.”
약간 입을 닫았다가 이환이 다시 말을 이어 나간다. 이환이 짐작한 추론을 들으면서 이영은 생각에 잠긴다. 다른 이들도 당연히 생각에 잠기는 편이다.
“그리고 유구는 우리 조선이 보호하는 편입니다. 만국 공법에 입각하면 말입니다. 그래서 유구는 우리 조선에 보호받으면서도 주권을 조공 책봉 체계와 만국 공법으로 보장받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조선이 자신들을 왜국처럼 병합하려고 하지 않는지를 우려하는 편이라고 봐야 합니다.”
지금까지 듣기에는 상당하게 일리가 있는 편이라고 다른 이들도 생각한다. 계속 들어보기로 한다.
물론 반응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하면서 의견을 듣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것을 보면서 왕태자 이환은 최대한 침착하게 말을 이어 나가는 편이다.
“우리는 유구와 교린을 해온 사이라고 말하지만, 제대로 교린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유구는 지난 수백 년을 왜국 지배 아래에 있었고요. 우리가 해방해주었어도, 조공 책봉을 하자고 했기에, 완전하게 신뢰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서양에서 잘하는 대등한 교린, 주권국으로 인정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들도 실리를 따져서 우리 조선 아래에 보호받아서 나라를 재건하고 필요하면 대등한 교린을 맺겠다는 이들이 없을 리가요.”
“흠. 계속 이야기해보려무나.”
이영도 이환과 생각이 대체로 일치하는 편이다. 그래도 의문이 있는 편은 더 종속될 수 있다고 여기는 부분인데, 유구 중산왕은 그런 선택을 했는지 완벽한 짐작을 하기 어려웠다.
“어떻게 본다면 더욱더 종속으로 이해할 수 있을 듯합니다. 그런데! 지금 유구 중산왕과 그 왕가는 위치가 애매한 편입니다. 그들도 기여가 있지만, 유구에도 세간은 우리 조선이 해방해주었다고 여기는 편이고요. 게다가 그들은 원나라와 고려 같은 사례를 꺼내지 않을 듯합니다. 화번공주의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아니면 저들도 세상을 향한 듣는 귀가 없을 리가요. 아마 유랍(유럽)처럼 고귀한 피, 왕실끼리 대등한 혼인을 하는 식으로 선전하여서, 조선은 유구 왕실을 국혼 대상으로 인정까지 할 정도로 유구는 조선에 호감을 샀다는 식으로 갈듯합니다. 무엇보다 왕실과 매우 가까운 여식을 들일 때 혼인 동맹을 맺었다고 인식할 수 있습니다.”
태왕 이영은 이 국혼을 시행한 이유에서 왕태자 이환이 아직 언급하지 않았거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보충할까 생각하였다. 이 국혼으로 누구에게 보여주고 의도를 알리려고 하는지를.
“다른 이유가 더 있다고 보느냐?”
그래도 우선은 큰아들인 이환이 더 생각했는지 물어보려고 한다. 그런 부왕, 태왕 이영이 한 질문에 이환은 또렷하게 답했다.
“예.”
“그렇다면 더 말해보렴.”
“아마 조선과 유구 사이를 이간질하는 나라들과 내부에 지금까지 유구 중산왕을 세습 해온 상 씨 왕실과 조선에 우호가 어린 생각을 가진 파벌을 좋지 않게 보는 이들이 있을 것인데, 그들을 향한 경고라고 봐야 합니다. 또 우리 조선이 가진 힘을 빌릴 수 있다고 보여줄 수 있습니다.”
‘장하다!’라고 태왕 이영은 생각했다. 사실 그도 큰아들이 추측한 이 국혼 요청을 담은 국서에 담긴 유구가 원하는 바를 거의 비슷하게 생각했다.
큰아들이 이를 논리적으로 잘 풀어내서 일리가 매우 많이 있게 설명하였다. 게다가 어떻게 대처할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 또한 기대가 되었다. 큰아들이 이런 성장을 해오고 좋은 군주가 되겠다고 기뻐한다.
다른 이들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산 공 부부는 아이가 정략혼에 희생될 수 있음은 알았지만, 국외로 갈 수 있음에 머리가 조금 어질해졌다. 그래도 아직 부부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바를 밝히지 못한다.
아직 부왕 이영이 다시 입을 열어서 어떻게 대처할지, 더 정확히는 왕실은 이 국서에 어떻게 생각할지를 정하는데 가장 큰 결정권자가 하는 말을 기다렸다. 이영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 손녀 혼처가 이렇게 정해지리라고는 예상을 못 했다. 다만! 빨리 국혼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 나는 국혼을 긍정하면서도, 그 국혼을 늦게 해도 충분하다고 아까와 같이 생각한다. 또한 이를 무작정 거부하기보다는 긍정하면서, 그들이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밝히면 된다. 태자. 너는 생각이 어떠한 편이냐?”
태왕 이영이 이렇게 생각한다면 거의 정해진 셈이나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도 이영은 차기 태왕인 큰아들, 이환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러한 물음에 왕태자 이환이 아까처럼 차분하게 답하였다.
“예. 소자는 유구가 절차를 거쳐서 행한 국혼 요청 국서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약혼으로 한 다음에, 국혼을 제대로 이루는 일이면 됩니다. 그리고! 한산 공 부부가 원하지 않는다면, 종친 여식을 양녀로 입양하여 보내는 일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마지막은 아버지, 부왕인 이영이 생각한 부분과는 다르다. 그래도 큰아들이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알기에 이해할 수 있다.
이영도 한산 공 부부에게 국혼과 약혼을 하자고 강요할 생각이 없었다. 생각이 어긋났다고 호통을 칠 생각이 없다. 70대가 곧 코앞인 이영은 자기가 생각해도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
건강한 이환을 생각하면, 이른 시일 내로 이환이 태왕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무조건 반대할 생각은 없다.
원래 이영, 그가 생각하는 방식은 국혼을 허락하되, 손녀가 더 자랄 때까지 시일을 두어서 약혼으로 두고 때가 되면 허락하면 될 일이라고 봤었다. 그래도 큰아들이 생각한 방식도 유구 왕실과 조정과 의견을 잘 나누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한산 공, 한산 공비. 너희들은 더 생각해서 답을 주어라. 어찰에서도 언급했듯이, 당장 답을 달라고 하지는 않았다.”
“왕실 직계와 직계이던 종친이 급히 모일만한 일이었습니다. 저와 부인은 딸에게 말하고 딸이 어떤 의향인지도 들어보고, 결정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딸이 생각하는 의향을 제외하면, 그것으로 유구가 우리 조선을 믿을 수 있다면 허락하겠습니다.”
한산 공 이성은 평소와 달리 진지한 분위기를 띠고 아버지와 어머니, 형님 부부 앞에서 자기가 생각한 견해를 밝혔다. 한산 공비는 이성과는 달리, 딸 앞에 놓일 장래를 걱정하는 편이 더 강해 보였다.
그렇다고 한산 공 이성에게 딸을 걱정하는 마음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그라는 개인이 생각하는 견해를 밝혔을 뿐이다.
“폐하. 한산 공비, 둘째 며느리, 아가 생각도 들어보심이 어떻습니까?”
태왕 이영에게는 단 하나뿐인 아내, 왕후 조 씨가 나섰다. 한산 공비 류희지는 유약한 면모가 있어 보여도, 강단이 있는 편이다. 조선 최초 근대 여성 교육을 담당하는 여학교 관련으로 일하면서, 여러 말을 많은 사람에게서 오르락내리락하여도 포기하지 않고 도왔다.
“그게 맞는 말 같소이다. 왕후. 그래! 한산 공비. 나는 그대 의향도 듣고 싶구나.”
“예. 폐하.”
한산 공비 류희지는 시부모와 시아주버님과 형님, 남편 앞에서 자기가 생각한 견해, 속마음을 선을 넘지 않고 말하려고 조심한다. 그런 류희지를 다른 가족들이 재촉하지는 않았다.
“저는 딸이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감히 가장 가까운 종친으로 태왕 폐하에 가까운 혈육이면서도, 그러기를 바라는 편입니다. 만약 유구가 딸을 행복하게 한다면, 정략혼이라도 나중에 아이가 불행하지 않다고 확신이 든다면 국혼은 찬성입니다. 그리고 당사자인 딸에게도 의향을 물어보고자 합니다. 한산 공 대감과 가족이 모두 상의하고 그 결정을 궐에 조심히 알려도 되겠습니까?”
태왕 이영은 그런 둘째 며느리를 마냥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영도 부모이기에 같은 마음이었다.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편이 많다.
그런데도 자식이 잘되려면 이래야 한다는 식으로 부모가 가지는 고집으로 자녀가 걸을 장래를 무작정 결정하는 일도 무조건 옳은 편은 아니다. 왕족으로 태어났으면, 정략혼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저기 머나먼 땅에 있는 유럽 국가 왕족들도 마찬가지다. 조선이라고 다른 일은 전혀 없다. 그런데도 딸에게 의향을 물어보는 점은 특이하다.
그러한 점 덕분에 한산 공 일가를 태왕 이영은 좋게 여기는 편이다. 사실 태왕 이영은 태자 이환이 아까 의견으로 그러했고, 이환 슬하에 적녀와 서녀를 가리지 않고 딸이 있다면, 당장 국혼은 몰라도 약혼은 빨리 찬성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느냐? 그렇다면 기다려주마. 어차피 조정과 중추원에도 밝히면서 논의가 일어나면 더 시일은 걸리는 일이다. 다른 이들은 견해가 어떠하오?”
그러므로 이영은 위와 같이 말하고는 당장은 당연히 존중하기로 한다. 이영은 이전부터 장래가 정해진 이환을 제외하고는 이성에게는 대체로 유한 구석도 있었다.
그래도 공과 사를 구별하는 편이었고, 공적인 경향으로는 국혼 요청 국서를 나쁘지 않게 봤다. 그래도 사적으로는 그들을 존중하면서 공과 사 둘 사이에 균형을 유지하는 편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이런 경향은 강하게 나은 편이다.
다른 이들은 태왕 이영이 한 말에 그럴 수 있다고 여기는 편이다. 사적인 영역을 너무 치중해서 손녀를 위하여, 당장 국혼 요청 국서를 거부하는 일은 그들이 바라보았고 알던 이영은 하지 않는 일이다.
“예, 폐하. 폐하가 하는 말씀이 옳습니다.”
“아직은 더 기다려야 하는 일입니다.”
“조정과 중추원에 아직 공개하여 알리지 않았으니까. 시일은 있습니다.”
“아바마마. 소자와 제 부인이 하는 청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말을 하면서 아주 오래 걸리지 않은, 가족회의가 끝났다. 사실 가족회의라고 하기에는 조촐할 수 있지만, 당장은 왕실 직계와 직계에 가장 가까운 방계만 알아야 하는 사항이었다.
그들도 이제, 자리에서 일어난다. 태왕 이영은 일어나면서도 늙어가는 몸으로 더 빨리 몸이 피로하고, 뻐근해진다고 생각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왕태자 이환과 한산 공 이성은 아버지도 세월을 이기지 못한다고 생각하니까, 가슴이 먹먹해진다.
“아바마마. 이제 서양과 청에서도 쓰는 침상(寢牀, 다른 말로는 침대.)을 쓰시는 편이 어떻습니까?”
“침상 말이냐? 그러고 보니까 태자가 친선 사절단 정사로 선물 받은 물품 중에 침상이 더 있었지.”
물론 이영은 정작 큰아들이 올린 침상을 받아놓고 조립하지 않고 쓰지 않았다. 그는 따뜻한 바닥에 침구를 깔고 자는 편을 더 선호하는 편이었다.
“예, 폐하. 중궁전인 저에게는 신체를 걱정하시어 침상을 쓰라고 하시고는 나라에 더 중한 폐하가 어찌 침상을 쓰지 않으십니까?”
“허허. 중전. 그대를 생각해서 침상이 더 나아서 권유하였습니다. 나는 아직 강건한 편이잖소?”
“아닙니다. 아바마마. 나라를 지탱하는 가장 튼튼한 기둥이실 아바마마가 더욱더 강건하셔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아바마마. 침상을 사용하시옵소서.”
물론 자신은 괜찮다는 식으로 왕후에게는 침상을 쓰는 일을 권하는 이영은 아버지 건강을 걱정하는 두 아들에게 침상, 침대를 쓰라는 권유를 더 받았다.
당연하게도 왕태자비 홍 씨와 한산 공비 류희지도 침상 사용을 권유하였다. 주변이 또 여러 번 권유하니까, 이영도 개화를 긍정하면서도, 자신은 정작 익숙하지 않아서 잘 쓰지 않는 침상과 더 친해져 보려고 노력해야 할지도 모른다.
사실 왕태자 이환 부부는 이환이 선물 받은 침상 3개 중에서 1개를 쓰는 편으로, 2개는 부모인 태왕 이영 부부에게 올렸다. 남은 1개는 왕태자비가 머무는 전각에 설치해서 사용했다.
그리고 한산 공 이성 부부는 침상을 쓰다가 조선에는 더 푹신하게 침상과 유사한 것을 만들었다. 청나라에서 침상을 구해서 쓰는 편이었다.
그러다가 근래에 과거 유럽 국가 중에 영국에서 선물한 서양식 침상을 이영에게 하사받았다. 어차피 위에서 말한 더 좋은 침상으로 교체해서 그것을 작은아들 부부에게 하사한 셈이다.
“그래. 그대들 말고도 내 총신들도 권유하니까 더욱더 잘 써봐야 하겠구나.”
정작 이영은 이전에 이 선물 받은 침상, 침대를 잘 쓰지 않았던 편이다. 근래에 교체한 침상도 비슷하다.
그래도 이전부터 침상 같은 종류를 사서 쓰니까 더 기분이 좋게 잠을 자서, 더 오래 살 수 있겠다고 말한 박규수와 윤종의도 비슷한 권유를 해왔다. 그래도, 익숙하지 않아서, 바닥에 자던 일이, 더 많았다.
‘나도 슬슬 침상에서 자는 일을 습관으로 들여야겠는가?’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이영은 바닥에 침구를 깔고 자는 일을 즐기는 편이다. 정작 법궁인 창덕궁에 사는 왕족 중에 침상을 잘 안 쓰는 자는 태왕 이영일 정도로 대부분 왕실 구성원은 침상 사용에 익숙해졌다.
아마 이영이 침상에 자는 습관이 확고해지면, 이미 왕족들이 침상을 사용하는 일과 대조선국에 새로운 일원들이 된 한족들로 침상을 쓰는 일도 돈이 있는 이들은 모방하리라.
그리고 훗날에 아주 유명한 침상 발명과도 왕실 침상 사용이 연계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요러한 장래를 모르는 이영은 더 건강하기 위해서 주변 권유를 더 들으니까 침상과 친해지리라고 마음을 먹었다.
***
인천 제물포 개항장에 입국한 배 중에 한 척에서 미국인이 내린다. 이 미국인은 이름이 다니엘 헤인즈다.
그는 독일계 미국인으로 텍사스 출신인 남자는 미 해군에서 상사 정도까지 진급할 정도로 복무하다가 전역하고 상인으로 일하는 편이다. 날카로운 눈을 가진 헤인즈는 은퇴한 군인 출신이라도 성정 자체가 엄격해서 그런지, 행동에는 절도가 있는 편이다.
상인이 된 다니엘 헤인즈가 종사하는 상업 분야는 주로 인삼 중개업이다. 아까 헤인즈가 내린 배에는 그 말고도 다른 미국 상인들이 내린다. 헤인즈에게 미국에서 캔 인삼, 미주 삼(화기삼)을 맡기는데 가공 과정을 직접 확인하려고 온 편이다.
헤인즈는 미국 인삼을 조선과 청에 판매하는 편인데, 조선에 미국 인삼인 미주 삼도 홍삼으로 만들어 가공하는 협업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다음에는 그도 끼어들었다. 그래서 상당히 큰 상인은 아니라도, 자잘하게 먹고 살 정도는 되었다.
“화물 옮겨주쇼.”
“알겠습니다. 화물을 옮겨!”
“예!”
이어서 배에는 상인 대표인 헤인즈가 한 요청에 따라서 선주가 미국 서부에서 싣고 온 미국 인삼, 미주 삼을 인천 개항장에 하역하라고 지시한다. 배에는 선주가 내린 하역 지시에 따라서 화물을 옮긴다.
한 조선 상인이 발명하여 전 세계적으로 퍼진 발명품인 팔레트에 화물을 싣고 줄로 묶어서 팔레트와 화물을 크레인이 운반하여 하역한다. 인부들이 일일이 하역할 필요가 없다.
대신에 화물이 조심히 내려와야 하므로 녹로(轆轤), 크레인을 다루는 사람이 잘 숙련되어야 한다. 조선에 비록 부산포 개항장에 점점 밀려도, 여전히 큰 규모를 자랑하는 제물포 개항장에는 숙련된 크레인 기사들이 제법 많았다. 무사히 개항장 항구에 화물이 내려온다.
그리고 배에서 내린 선원들, 조선인들은 포구라고도 부르는 항구에서 일하는 하역 노동자들도 화물을 옮기는 일을 열심히 하였다.
그런 광경을 보면서도 미국 상인들은 다니엘 헤인즈와 잡담을 나눈다. 헤인즈는 그들이 하는 시답잖은 대화를 들으면서도 겉으로는 건성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나중에 유용한 정보들이 될 수 있는 법이다.
“오. 개성에도 가고 싶군요.”
물론 한 동포 상인이 한 말에는 꽤 진심으로 반응했다. 개성에 가 보고 싶다는 말에, ‘개성상인들 본거지에 왜 가야 하는지?’ 같은 생각이 강렬하게 드는 일과 동시에 말이다.
“개성? 인삼 잘 취급하는, 이 나라 조선에서 가장 독한 개성상인들 본거지 말이요? 증포소는 개항장 근처에도 있습니다. 왜 거기에 가고 싶어 합니까?”
개성은 아니라도 개항장에서 개성 상인들도 종종 상대하면서 그들이 가진 독함을 알기 때문에 다니엘 헤인즈는 개성 상인들을 자주 만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게다가 헤인즈가 한 말대로 증포소는 개항장 근처에도 있다. 사업차 업무에 하나도 과장이 없음을 보여주면 되는 일에 관광까지 더해지는 편은 헤인즈는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아니. 그들하고 왜 만나? 아예 직거래를 틀고 싶어서?’라는 생각을 속으로 할 정도였다. 그런 다니엘 헤인즈는 그런 내막을 모르는, 미국에서 조선에 처음 온 동포 상인이 가진 속내를 몰라서 궁금할 정도이다.
“그래도, 조선 인삼을 취급하는 자 중에 유명하기로 손꼽히는 이들이지 않습니까?”
“그런 호기심으로 만나고 싶다고요? 조선 체류 중에 그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요?”
“그런데도 가고 싶습니다.”
이렇게 말을 하니까 다니엘 헤인즈는 진절머리를 내지만, 굳이 티를 내지 않는다. 대신에 개성으로 가지 않게, 적당히 하얀 거짓말이나 관심을 다르게 돌릴 수단을 찾기 시작하였다.
“흠. 쉬울지 모르겠습니다.”
“어째서요?”
“개성에 가도, 인삼을 취급하는 개성 상인들이 없을 때도 있습니다. 특히 근래에 조선 만업 박람회라는 것이 개최되었으니까요.”
“조선 만업 박람회 말입니까?”
“조선인들이 최초로 여는 자체적인 박람회라고는 들었습니다.”
“그것을 조선에는 수도인 곳에 열거든요. 아무래도 그런 곳에 가야 개성 상인들을 만날 수 있을 듯합니다. 물론 우리 일정상으로는 그곳에 갈 필요는 없습니다.”
다니엘 헤인즈가 이렇게 말하면서 관심을 돌렸다고 생각했는지,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래도 개성에 가자는 미국 상인은 한성부에 개최되는 조선 만업 박람회에 가고 싶었다.
“잠깐이라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예. 개항장도 조선 수도하고 철도로 연결되었다면서요?”
다른 방식으로 일이 귀찮아졌다고 생각하는 다니엘 헤인즈가 보인다. 그렇다고 고객들이자 거래 상대로서 그들과는 장기 거래를 생각하는 헤인즈는 그들에게 심한 욕을 하면서 막을 수 있지 않았다. 관심을 일정 부분 돌려서, 인천과 개성에 가려고 더 삽질할 필요가 없었다.
“여러분들은 조선이 처음이니까, 제가 말하는 절차를 잘 따라서 신청하세요. 하루 정도는 일정을 뺄 수 있을 듯합니다.”
“예!”
“헤인즈 씨! 말이 통하는군요!”
“이런 부분에서 엄하실 분이!”
칭찬 같은데 어째서인지 사람 신경을 긁는 듯이 말하지만, 다니엘 헤인즈는 참았다. 우선 그들에게 입국 과정을 설명하고 도와주고, 증포소를 안내해서 신뢰를 더 얻어야만 했다.
그러고는 그들에게 내륙 이동이 허용되는 서류를 취득해서 한성부 조선 만업 박람회를 보여주면서, 그들 같은 소상인과 비교가 안 되는 자본가들이 조선에 투자 중이니까 1873년 대공황 이래로 돈을 더 벌고 싶으면 동아시아 무역에 끼라는 일도 말해주면서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야 했다.
물론 다니엘 헤인즈는 이 만업 박람회에서 자기 인생이 어떻게 달라질지를 전혀 알지 못했다. 어떤 소문을 듣고, 어떤 상품이 조선에 더욱더 수요가 생기리라는 사실도 알아서 그걸로 자신이 부자가 되리라고는 말이다.
항상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요. 조아라에서도 연재중입니다. 거기에는 HMS 아론다이트란 이름으로 연재를 합니다.
- 작가의말
유구와 국혼은 다르게 흘러갈 수 있습니다. 어떻게 인지는 이후에 등장하는 전개로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침상, 침대 사용이 왕족들 중심으로 흔해지는데 어떻게 엮일지도 잘 보여드리겠습니다.
다니엘 헤인즈는 나중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는 모 회사 창업주입니다. 어떤 사람인지는 아는 사람은 알 수 있습니다. 그런 그가 인삼 무역에 종사했더군요. 여기서도 우선은 인삼 무역에 종사합니다. 만업 박람회에 그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빠르게 등장할겁니다. 다음편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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