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 끝이 다가오는 조양 공방전
***
그런 상관, 조양 장군 숭후를 달래려고 부하인 부관이 조심히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적들이 요기(腰氣)를 채우려고 쉬는 것이 아닐까요?”
“요기?”
“예. 그 요기 말입니다.”
“흠···.”
부관이 한 말에 숭후도 곰곰이 생각하였다. 늙은 장군인 숭후로도 그런 추측은 합당하다고 인정하였다.
그런데 사실 냉정하게 따져도 적군이 그렇게 허기를 잠깐 채울 정도며 휴식을 취하는 상황은 청나라 북양군 조양 수비대를 진지하게 싸우는 적으로 치지 않는 것 같아서 여전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그럴 수 있다. 적군은 열심히 우리와 조양 성을 공략하려고 움직이던 중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도, 그것에 연연해서는 이미 엎질러진 물들을 다시 담을 수 없다.
그런 현실을 아주 뼈저리게 잘 알기 때문에, 대놓고 툴툴거릴 수 없다. 조양 장군인 숭후는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서 대책을 준비해야만 한다.
“적이 휴식할 때 우리는 남은 성벽들에 의지해서라도 싸운다.”
“예.”
“다른 상황들을 다시 보고하라.”
“알겠습니다.”
부관 말고도 지금 조양 장군부에 있는 부하가 당장까지 잡은 피해 집계를 조양 장군 숭후에게 보고하기 시작하였다.
“삼면의 성문들로 성문들이 부서졌습니다. 같은 폭약을 설치하고 터트린 것으로 보입니다. 성벽을 폭파하면서 휘말린 병졸들이 매우 많습니다. 족히 2,000명이 죽고 다쳤습니다.”
“역시, 그렇구나. 성벽은 얼마나 낮아졌느냐?”
오늘까지 일어난 조양 공방전은 조선군에게 조양 수비대가 일방적으로 압도당하는 중이다.
지금 조양 수비대는 증원 인력이며, 급조 인력으로 더 보충하여도 빠르게 사라지는 상황이다.
병력은 많아야 1만 명 내외였다가 지금은 아무리 많아도 7천 남짓이었다. 제일 후방인 쪽에 배치한 부상자들도 경상자들보다는 중상자가 많아서 병력 보충이 쉽지는 않은 편이다.
그리고 성벽 관련으로 조양 장군 숭후에게 보고하는 부하가 하는 말에는 절망감도 담겼다.
“1/3이나 무너졌습니다. 적인 조선군이 그 짧은 시간 만에 단단한 하부 토축을 무너뜨릴 폭약들을 대거 채웠다고 봅니다.”
“무서운 놈들이다.”
“예.”
조양 장군인 숭후는 생각한 것보다 더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다고 절망할 정도였다.
그래서 무심코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말해버렸다. 사실 숭후를 따르는 부하들과 부관도 같은 마음이라서 감히 상관을 책망할 마음은 없다.
“우리는 그럼에도 적들을 상대로 버텨야 한다.”
“예.”
“불행하지만 사실입니다.”
“그렇다.”
2/3 정도는 남은 돌무더기들에 가까운 성벽들과 조양 성에 있는 군민(軍民)을 모두 합쳐서 저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조양 수비대가 며칠 이상은 안전하게 지키리라는 확신이 없어진 조양 성 백성들과 조양 성으로 피난 온 이들을 확고하게 통제해야만 상황이 나아지리라.
“백성들이 함부로 이탈하지 않게 하라.”
“예.”
“뒤숭숭한 군대를 빨리 정비하라.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이 조양 성은 오늘 내로 함락당할 수 있다.”
“예!”
조양 장군 숭후는 이전과 달리 굳어진 표정임에도, 단호한 목소리를 내며 부하들을 향해 명령하였다. 그런 상관을 보면서 부하들은 군말 없이 ‘예!’라고 복창하면서 흩어졌다.
“조양 장군 대인.”
“무슨 일이냐?”
그들이 떠나는 중에 조양 장군인 숭후를 보좌하는 부관은 곁을 지키다가 상관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 모습에 근심이 가득하던 조양 장군 숭후는 왜 물었는지 궁금해졌다.
“그것이···.”
“그것이 뭐?”
숭후는 왜 자기를 모시는 부관이 이렇게 물었는지 궁금함이 빨리 풀리지 않아서 답답하였다.
그렇지만 빨리 말해달라고 다그치지는 않았다. 조양 장군인 숭후는 굳이 체통을 더 잃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럴 것이다.
“패색이 짙어진다면 대인은 제가 책임을 지고 대피시키겠습니다.”
“대피?”
“예. 그렇습니다.”
“흠···.”
조양 장군인 숭후는 최후를 여기에 함께할 생각도 있었다. 일가가 남아 있다면 오히려 일가를 피신하게 그도 끝까지 싸울 수 있었다.
물론 조양 장군인 그는 일가가 베이징 근처에 살고 있었다. 그러니까 일가를 도주시켜야 할 필요는 없었다.
여기에 그를 따라서 조양으로 온 친족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부관은 그를 대피시킬 생각을 밝혔다.
조양 장군인 숭후는 정작 자신이 죽기를 생각한 편인데, 그를 따르는 부관은 자기를 죽게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죽는 것보다는 패장으로 책임을 지려면 내가 짊어지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죽어서 전사해도, 포로로 잡힌 부장이며 중견 지휘관들이 대신 고초를 겪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것이라면 그가 살아서 돌아가서 벌을 받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내가 책임지려고 하다가 일족도 같이 책임을 물릴 수 있다.’
일족도 다 살리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도 고심해야 하리라.
“나중에 생각하겠다. 나를 향한 의리는 고맙구나.”
그런 결정은 숭후, 자신이 하면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부하가 알랑방귀를 뀌기 위해서 그런 말을 했을 수 있다.
그래서 돌려 말해서 사양했다. 그럼에도 부관이 그런 마음인 것은 내심 고맙다고 생각해서 뒷말로는 나름대로 진심으로 고맙다고는 말했다.
“예. 대인.”
그리고 부관은 상관인 조양 장군 숭후가 자기가 한 의견에 관련해서 사양한 것에 마음을 크게 쓰지 않았다. 부관이 생각하기에는 대인이 가진 체면을 생각해서 사양했다고 지레짐작하였다.
여기에 빈말일 여지가 크겠지만, 고맙다고 말한 것에는 감동이었다. 그런 부관은 기분이 좋다가 상관인 숭후가 한 말에 당황하였다.
“장군부 밖에서 지휘할 생각도 있다.”
“예?”
장군부 밖에서 지휘한다는 급작스러운 발언 때문이다. 장군부 밖에서 지휘하는 일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봐야 한다.
그것은 부관도 인정하는 바이다. 그렇지만 장군부 밖에서 지휘하다가 무슨 일이 생길지를 우려하기 때문에 부관은 대놓고 반대하는 말을 꺼내고 싶었다.
“뭘 그렇게 당황하느냐?”
“그것이···.”
문제는 조양 장군 숭후가 가자는 것에 대놓고 반대할 명분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명분이 있다고 하여도, 부관이 보기에는 지금 심신이 막다른 구석으로 몰린 상황이라고 짐작할 수 있는 숭후에게 그런 명분이 통할지가 의문이었다.
그런데도 우선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숭후가 만약 전투 중에 전사할 때 생길 일이 두려워서 그렇다.
물론 그것이 부관이 전투에서 같이 죽기 싫어서인지는 알 수 없다. 부관의 본심은 과연 어떨지는 오직 부관 자기만 알 것이다.
“대인이 직접 전투를 앞장서서 지휘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지휘할 것이다. 물론 그것이 앞장서서 지휘한다는 것은 아니다.”
“예?”
조양 장군인 숭후는 부관이 하는 오해를 정정해주었다. 숭후가 하려는 것은 지휘라도 안전을 보장받은 상황에서 오래 버티기 위함이었다.
절대로 조양 장군인 숭후가 겁쟁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지금의 시대에는 지휘관이 가진 용력(勇力), 용맹스러운 힘만으로 전투 사기를 결정하는 쪽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장군부에서 성을 그린 지도를 보면서 지휘했다. 그렇지만, 문제는 그것이 즉각 대응하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내가 가까운 현장에 지휘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렇습니까?”
숭후가 하는 말은 절대로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니었다. 통신 발전에도 먼 거리에서 하는 지휘는 쉬운 일이 아니다. 지휘관 의도와 실제 현장에서 명령 집행이 어긋나기가 쉬웠다.
무엇보다 아까까지 있던, 대응 실수를 생각하면 장군부 안에서 수성을 지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조양 장군 숭후는 장군부를 나서서 병력을 지휘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의 통제 아래에 확실하게 조양 수비대가 돌아가는지가 의구심이 들 정도이니까.
“그렇다. 노인이 객기를 부릴 수 있는가?”
“아! 아닙니다.”
부관은 순간 자기가 상관인 숭후를 객기를 부리는 노장군이라고 생각해서 말한 것이 아니라고 열심히 해명할 상황에 놓였다.
“자네에게 하는 말이 아니야.”
“예?”
물론 그런 것도 알아차리고 늙은 사람의 지혜를 조양 장군 숭후는 자기를 보좌하는 부관에게 선보이는 편이었다. 노인이 객기를 부리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한 것은 자기에게 한 말이라고 밝히면서 말이다.
“나는 염파와 황충 같은 이가 아니다. 그러니까 오래 버티면서 싸우려면 현장이라도 거리를 두면서 지휘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죽음으로 오래 버티지 못할 것에 관련한 죄를 갚겠다는 무모한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을 책망하기 위하여 한 말이다.”
“예!”
상관인 조양 장군 숭후가 한 그런 말에 부관은 상관에게 배려받았다고 짐작하면서도, 부끄러웠다. 그런 오해를 받지 않게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고도 생각하였다.
“이제 우리는 오늘을 어떻게 버텨야 한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런 잠깐의 대화 시간도 없으리라. 적군인 조선군을 상대하기 바빠서.
조양 장군 숭후와 그런 숭후를 보좌하는 부관도 조양 장군부 밖을 나섰다. 다시 상황을 파악하느라고 바빴다.
부하들은 가능한 선에서 빠르게 수습하지만 쉽지 않다. 그래도 숭후가 보기에는, 부하들이 가능한 최대로 저항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습은 해냈다고 생각하였다.
“적들은 아직 쳐들어오지 않았는가?”
“보나 마나 여유를 부리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아직 30분 정도는 그렇게 흐르지 않았다. 적인 조선군은 다시 공격할 기미가 없었다.
“흠···.”
“적이 더 시간을 주는 것이 아닐까요?”
“시간을 더 준다고?”
“조선 놈들은 서역 양이들에게 물이 들어서 전쟁에도 매우 강렬하게 몰아치는 것을 하지 않게 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그런 의견에 조양 장군 숭후와 그를 보좌하는 부관, 그리고 다른 지휘관들은 이해가 가지 않은 표정이 드러났다. 그런 것을 눈치를 보지 않고 말하는 부하를 향해서 일갈하듯이 말하는 다른 지휘관이 보였다.
“그것이 말이 되는가? 차라리 간단하게 밥을 먹고 휴식하라고 한 것이다.”
다른 지휘관이 꺼낸 말이 사실 더욱더 일리가 있었다. 그런 의견을 꺼낸 지휘관 말고도 대체로 생각이 비슷하였다.
차라리 그것이 더욱더 말이 된다고 여기는 모습이었다. 만약에 그것이 사실이라면 성을 지킬, 준비를 더 할 수 있다. 그런 여지를 눈치채고는 조양 장군인 숭후가 지시를 내렸다.
“사실인지를 적을 잘 주시하라. 사실이라면 적에 맞설 싸울 준비를 더 할 수 있다.”
그가 내린 지시에 조양 수비대를 지휘하는 중요 지휘관들이 답했다. 부관도 당연히 그들 사이에서 대답하였다.
“예!”
“알겠습니다.”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그리고 실없는 추측을 꺼낸 부하는 모두 앞에서 더 혼나지 않았지만, 기분이 개운한 편은 아니다. 그럴듯한 추측을 꺼낸, 비교하면 훨씬 상급자는 부하를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지금 그것이 중요한 것은 전혀 아니었다. 적이 쳐들어오는지를 여전히 경계하면서 성벽이며, 병력 수습 등 전투를 준비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빨리 움직여라!”
“알겠습니다.”
적은 이각, 30분이 지나도 조양 성을 향해서 달려드는 기미가 없었다. 정말 그럴듯한 추측을 꺼낸 지휘관이 말하는 대로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반시진(半時辰), 1시간이 지났다. 조선군은 밥을 먹고 소화하기 위한 시간으로 쉬었던 것이 사실로 증명되었다.
물론 실없는 소리라고 일축을 들은 청나라 군대 무관이 했던 생각은 근거가 없었다고 무시당하기는 애매하였다.
실제로도 조선과 조선인들이 서양 열강으로 불리는, 유럽과 아메리카 각국에서 온 고문들이며 그들이 가진 문물로 큰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쟁에 관련해서는 서양 특유 관습까지는 완벽히 이식하지는 못했다.
“전쟁에서 패자에게 너무 잔혹하지 말라는 것은 힘들기는 합니다.”
“물론 필요한 부분도 있으므로 수용한 구석도 있지 않습니까?”
오늘 공격을 총지휘하는 도원수 양헌수와 그런 양헌수를 보좌하는 두 군단장이 오늘 전투에 동원하는 부대들에게 간단하게 점심을 먹이고 휴식하는 시간 속에 대화하는 중이다.
그들도 서양식 군사 교육받았으며, 유럽인 고문들과 잘 어울리지만, 전쟁에서 일어나는 전투들에 악착같이 싸우는 일은 당연한 일이었다.
악착같이 싸우는 것을 심하다고 말리는 것은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유럽의 역사 속에서 그런 맥락을 이해하였어도, 완전히 적용하기는 힘들었다.
“그렇소. 하지만, 서역이라고 항상 동등하게 대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신정희 육군 부장이 지적한 말에 도원수 양헌수와 이렴 육군 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서역 제국(諸國) 군인들이 보이는 모순이 아니겠습니까? 압주(아프리카) 등지에 일어나는 유린에서 그들은 스스로가 말하는 자비를 보였다고 하기에는 애매합니다.”
이렴 육군 부장이 한 말은 사실이다. 사람이 모순이 없다고 할 수가 없지만, 유럽 밖 사람들이 봐도 유럽의 말과 행동도 모순된 구석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그들 잣대로 문명인이라고 부르는 이들에만 자비와 전쟁 속 전투에서 기회를 더 주는 쪽에 불과했다.
그럴 것이면 공평하게 잔혹한 것이 더 나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라면 정말 모두에게 공정하게 자비를 주는 것이 최선이다.
그들은 유럽인들이 가지는 전쟁을 향한 생각을 들으면서 전쟁에 관련해서 여유를 가지는 것은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적에게 지나친 아량은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였다.
여기에 전쟁과 전투를 그렇게 유희로 생각하지 않는 쪽에 가까운 조선이라서 그럴 수 있다.
“서역에서 가져온 신기한 문물과 발전이며 등은 유용하고 좋습니다. 이를 수용해서 나아가는 것도 옳습니다. 하지만! 서역은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신정희 육군 부장이 한 말에 각각, 양헌수와 이렴 육군 부장도 긍정하였다. 그들도 서역, 유럽과 아메리카 북부가 빛나는 발전을 하고, 그들이 가진 문물이 유용함을 인정하였다.
그와 별개로 그들이 하는 모든 행동이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을 경계하면서도 그들을 더욱더 가까이해서 속내와 맥락을 알아내고 흉내 내고 대응하는 과정을 거쳐 가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들 덕분에 천하는 훨씬 넓으며 문명이라는 것은 중화만이 있지 않다고 인정하였다. 그들과 교류하고, 변하면서 조선만의 중화인 조선 중화를 진지하게 주창하였다.
그럼에도 그들과 교류하면서도, 조선은 종종 느낀다. 저들과는 동등하게 대우받을 수 있지만, 똑같다고 인정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현실을 인정하는 말을 도원수인 양헌수가 먼저 하였다. 이어서 경군을 지휘하는 군단장, 이렴 육군 부장도 말하였다.
“맞는 말이요. 그러면서도 우리는 천하에서 보통, 그 기준이 되려는 유라파(유럽)를 중심으로 하는 서역을 따라가는 상황이요.”
“그래서 서사(스위스) 출신으로 빼어난 선비인 자, 두낭 앙리(앙리 뒤낭)가 주창하여 등장한 제내보(제네바) 협약에 우리 조선도 서명하지 않았습니까?”
이렴 육군 부장이 말한 대로 조선, 대조선국도 제네바 협정에 서명하고는 제네바 협정이라는 조약에 근거하여서 적십자회를 개설하였다.
제네바 협정의 제일 중요한 내용은 적군 부상자라도, 잡으면 정중하게 치료하고 괴롭히지 않는 것이다. 지금 조선과 청나라 사이 전쟁에는 완전하게 지키지 않아도, 가능한 선에는 지키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이런 대화를 하다가 슬슬 시간이 다 끝났음을 확인하였다. 그들, 도원수와 두 군단장은 회중 기표(회중시계) 속에 표기한 시간을 다시 확인하고는, 쉬었던 전투를 재개할 생각이다.
“한 시진 절반 정도 주었으면 병졸들도 허기를 채우고, 뱃속으로 들어간 음식들이 그럭저럭 작아졌으리라고 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도원수.”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도원수 양헌수는 두 군단장을 향해서 말했다. 그러고는 조양 성을 지켜봤다.
조양 성은 단 며칠 사이에 처참하게 초토화가 되었다. 그것을 보면서 평소에도 생각했지만, 양헌수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조선이 서역, 서양 제국을 향해서 문을 연 다음에 어떻게 모은 자금으로 나라를 일으킨 이후로 얻어가는 기술이 사람이 하는 보통의 예상 이상으로 진보하기 때문에 종종 전율하였다.
양헌수는 다이너마이트라는 기물이 가진 힘도 지난 국지전이며 여러 광산에서 사용과 군대 훈련에도 보고서를 통해서든, 직접 참관하여서 그런 위력들을 실감했었다.
이번 전쟁, 더 거대한 실전에도 다이너마이트는 유용하다고 생각하였다. 이런 현실을 인정하면서 발전하고, 노력하는 이들은 방해만 없다면 노력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청나라는 다른 열강들은 물론이고, 우리 조선도 열심히 방해하기 때문에 그렇게 되기는 쉽지 않다. 그들은 거대한 땅덩어리로 서양 제국 중 한 나라의 지배 받는, 휘하로 들어가지 않을 뿐이다.’
물론 방해하는 이들이 많다면 그런 노력한 결과물을 온전하게 돌려받지 못한다. 지금 조선과 전쟁하는 청나라가 비슷하다.
이웃한 일본은 열강들이 그렇게 방해하지 않았지만, 자국 내부에 일어난 내전까지 치달은 내분을 아직도 수습하지 못해서 개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어떻게 비교적 강대한 서역 제국들의 식민지로 들어가는 일을 간신히 피할 수 있는 쪽만 가도 다행일 지경이라고 들었다.
도원수인 양헌수도 조선 조정에 있는 높으신 분들과 마찬가지로, 지금 조선에 제일 거슬리는 나라인 청나라가 망하게 하지는 않더라도, 심대한 타격을 위해서는 이번 전쟁에도 조선이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불과 수십 년 이전에는 더 시일이 걸려서 함락하던 것들이 성이었소. 우리는 그런 변화를 받아들이면서 사용하기 때문에 더 빨리 우리가 청나라 도성을 향해서 진격하여 전쟁을 더욱더 길게 끌 필요가 없어진다는 말이오.”
“그렇습니다.”
“예. 도원수!”
“아슬아슬한 상황일 조양 성을 며칠 이내로 우리 정청군 손아귀에 확실하게 함락합시다.”
그런 도원수 양헌수가 한 말은 바보가 아닌 이상, 이해하지 못할 리가 없다.
매우 목적이 뚜렷한 말이다. 조양 성을 진지하게 함락하자는 것이다.
“예!”
“명령을 내리겠습니다.”
“알겠소.”
한성 근위 군단을 지휘하는 군단장, 이렴 육군 부장이 도원수 양헌수 육군 ‘원수’ 대장이 한 말을 받들어서 명령을 내렸다. 이를 요동 좌군단장인 신정희 육군 부장도 복창하였다.
“조양 성을 향해 총공격하라!”
“도원수 대감의 명령이다. 조양 성을 향해 총공격하라!”
그런 말이 떨어지고는 아주 우렁찬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공격을 지시하는 의미로 나팔이 불린 것이다.
간단한 음식들로 뱃속 허기를 채운 조선군 정청군 조양 공략부대 중 오늘 공격에 투입한 병력은 사기가 왕성하다.
그들은 저항하지 못하는 사냥감을 물어 죽이는 사냥개, 아니 맹수와 같은 심정으로 조양 성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와!”
“가자!”
“조양 성을 함락하자!”
조선군 소속인 수만 군세는 잠깐 멀어졌던 청나라 조양 성을 향해서 돌진하였다. 하부 토축이 무너져서 엉망진창인 조양 성을 지키는 수비대와 백성들을 징집한 민병대는 달려오는 조선군이 두렵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들이 아직 적과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아직 겉으로는 불굴을 표현하면서 끝까지 싸울 결의를 다지는 것으로 보이는 이들이 많다.
그것이 사실인지는 조선군의 총공격을 상대하면서 드러나리라.
항상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요. 조아라에서도 연재중입니다. 거기에는 HMS 아론다이트란 이름으로 연재를 합니다.
- 작가의말
조양 공방전도 슬슬 끝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조양 장군 숭후의 최후는 과연 어떻게 될지는 다음 회차들로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선이 서양 영향에도 완벽하게 서양 문화를 이식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여기에도 보여줍니다. 문화 이식이 완벽하게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사실 당연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다음 편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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