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변화 속의 갈등과 주변과의 갈등
***
“경관? 그러니까 치안조직으로 옮기려고 한다고?”
“예! 그렇습니다.”
구 바쿠후 주류 파벌은 반대파 영주 무리가 영지의 사병, 번의 병력을 경관, 경찰로 바꾸려고 하는 부분에서 당황한다. 물론 서양의 경찰 같은 새로운 치안조직이 필요했다. 그렇지만, 그런 치안조직도 구 바쿠후 주류 파벌은 자신들 주도 아래에 있기를 바라고 있다.
문제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육군의 통합을 막고 치안조직 장악도 물 건너가게 만든 대응을 반대파가 보였다는 사실이 짜증이 났다. 가뜩이나 그들을 다 쓸어버리고 싶지만, 덴노의 눈치를 봐서 그러기도 애매하다.
“그러는 일을 어떻게 막아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이를 막아야 하지요. 그런데! 이럴 때 그자들이!”
“조선의 신식 해군이 우리 신국을 압박할 때에 군대의 통일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신국을 위험하게 만들 자들입니다.”
그리고 번의 병력을 경찰로 개편해, 지방 경찰을 자신들의 무력기반으로 삼고 자신들, 구 바쿠후 주류 파벌, 신 난키파에게 대항하려는 이 연합세력을 국가의 수호에 태만하다는 식으로 공격할 생각이다. 어쩌면 참으로 재미있는 상황이 나올 수 있을 듯하다. 지방 무장경찰대와 중앙의 육군과 중앙 경찰이 무력적으로 대립하는 형국.
사실 신 난키파라고도 불리는 이 파벌이 하는 말도 완전히 틀린 우려는 아니다. 그래도 이를 정적 제거와 견제에 이용하려고 쓰는 일이 좀 치사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정쟁이 다 그런 법이다.
“덴노와 이 공부에 상주한다면 꼭 막아야지요.”
“우리가 저들에게 끌려다닐 수가 없습니다.”
정말로 공무합체가 된 다음에 구 바쿠후 주류 파벌은 불편하기는 했다. 내부의 반대파, 의회라는 조직으로 더 업무를 처리하기 힘들어졌다. 물론 다른 말로는 합의 혹은 협의를 잘하면 절차적 정당성이 강화되지만, 이런 타협을 제대로 하지 않던 이들에게 이런 일은 좀 힘들게 느껴진다.
협잡 등을 했지만 그와는 다른 일이다. 공식적으로 다양한 정치 세력의 의견을 절충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일이다. 막후 밀실거래와도 다른 일이 분명하다.
익숙해지면 그만인 일이다. 문제는 그렇게 하기에는 위기감이 있는 구 바쿠후 주류 파벌은 초조하기에 그냥 다 쓸어버리고 싶은 마음도 크다.
서로를 대화 없이 그저 날려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쌓이고, 또 쌓이면 그때 내분이 내전으로 이어질 셈이다. 내분도 건전하게 대화 등을 하면서 해결하면 좋지만, 그럴 여유가 없다고 생각하며 대화로 해결할 마음이 없다면 내분은 과격해지고 내전이 되어버린다.
“우리가 저들을 얼마나 용납해야 하나요? 그럴 수 없습니다.”
“덴노께서 저들을 싸고돌아서 이렇게 일이 되고 있습니다.”
“덴노 헤이카가 문제가 아닙니다. 덴노 헤이카를 이용해서 우리를 견제하는 자들이 더 문제라고 봐야 하지요.”
그들도 사실 내전으로 이어지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피를 보는 일이 부담스럽다. 상황이 불리하게 흐르면 아주 강경하게 그 수단을 이용해서 권력을 놓지 않으려고 하겠다! 라는 결의를 다질 정도다.
공무합체 이후로 바쿠후의 후원인 오오쿠가 표면적으로 없어졌지만, 사실상 남아있다. 여기에 공부의 대군 수석 보좌는 전 수석로쥬인 안도 노부마사가 맡았다. 다이묘와 공가의 의정원인 제후원, 하원일 민중원 중에서 제후원이 먼저 설립되었다.
제후인 다이묘에 동등하게 예우받는 히토츠바시 요시노부가 제후원의 수장이 되었다. 공부와 제후원은 갈등을 벌이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필요 이상으로 분열하면 외세를 막을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자국의 내전이 끝나고 내부 재건에 들어가도 여력이 있는 미국과 자국의 경장, 개혁에 집중하더라도 주변국을 견제하는 조선이 개입할 여지가 매우 높으니까 바쿠후 출신 주류 파벌의 높으신 분들은 이런 개입을 당연히 우려해야만 한다. 물론 내심 조선과 손을 잡고 다시 자신들의 반대파인 세력들을 쓸어버리자고 건의하고 싶은 이들도 있다. 문제는 그렇게 하면 신 난키 파벌의 인상이 더 부정적으로 가버릴 수가 있다.
“정말!, 곤란합니다.”
“네. 매우 곤란합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당장은 참도록 하지요. 다만 덴노 헤이카께서 시라스를 잊고 저들을 과하게 돕는 일을 견제하고 우리가 이 신국의 통치를 주로 결정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동안! 우리에게 허를 찔러서 기고만장해진 자들에게 반격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아직은 무력 수단의 사용을 뒤로 미룬다. 이는 여전하게도 최후의 수단이다. 물론 이러는 이유는 그들이 독일어권의 클라우제비츠가 쓴 전쟁론을 읽어서? 그렇지 않다.
그저 주변이 자신들에게 나쁜 인상을 더 가지지 않게 관리하는 법.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이런 대립 상태에서도 기존에 시행하던 정책 외에 이상할 정도로 활발하게 굴러가는 정책이 하나가 있다.
그 정책은 바로···. 에조치라고도 부르는 마쓰마에 번 너머의 땅 관련이다. 그 땅을 일본의 땅으로 개척해서 내부 불만 등을 달랠 생각도 있다.
그리고 그 땅을 개발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최대한 얻으려고 안달이다. 이를 개척하기 위해서 다른 조직을 만들자는 말이 나왔는데 웃기게도 이 일에서는 의견 차이가 없었다. 물론 나중에 가면 의견 차이? 나올 여지가 매우 높다.
“에조치를 우리 신국의 영토로 넣어야만 합니다.”
“남쪽으로의 진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북쪽으로의 진출만이 답이 아니겠어요?”
“근데 저기 로스케인가? 러시아인가? 하는 자들하고도 우리가 충돌합니다.”
물론 러시아와의 충돌을 매우 우려하는 이들이 있다. 에조치 너머의 섬이라는 곳하고도 자칫하면 분쟁으로 이어질 수가 있다고 고려하는 이들이 종종 보인다. 물론 그런 섬까지 일본의 새로운 조정은 집어삼킬 생각이 없다.
에조치만 먹고 끝내자는 이야기가 주류를 차지한다. 다만 요시다 쇼인, 그 말고도 위험한 발언을 하는 자들이 완전히 사라진 일도 아니다. 그런 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혹세무민을 운운하기에 더 위험하다.
“에조치만 먹는다고 불만을 토하는 자들이 있지 않을까요?”
“그럼 어떻게 하자는 말이요? 그런 자들은 이 자리에서 힘도 없고 능력은 없는 불평꾼들에 불과합니다.”
“그자들은 어리석은 백성들 사이에 있습니다. 잇키를 매우 선동하겠지요. 이를 방지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들에 대책을 신 난키 파에서 이미 따로 하고 있다. 이를 그들의 반대파들이 공격할 수도 있지만, 큰 상관은 하지 않는다. 그들 말고도 그 반대파들도 분명히 그런 불평과 불만이 가득한 이들은 쳐내려고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공공연하게 대외팽창 성향의 강경한 존왕양이 파벌은 천덕꾸러기였다. 그들은 신국으로 부르는 일본인들의 조국인 일본에 큰 도움이라고는 전혀 되지 않았다. 오죽하면 그 덴노도 거른 자들이지 않은가? 이런 생각을 신 난키 파도 공공연하게는 아닐 뿐이지, 꽤 하고 있다.
비효율적인 행정 집행과 정책 결정의 과정에도 삐걱거릴지언정, 일본도 이 시대와 세상에 살아남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중앙과 각 영지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이들이 있어서 그렇다.
문제는 그 노력이 종종 안 따라와 주는 일도 있다. 지금 조선과의 외교적 갈등을 빨리 해결해야 하는데 게이오 덴노도 이를 인지하고 수정하려고 하지만, 쉽지가 않았다. 일본 내부의 이해관계에도 반대를 위한 반대, 그들이 무지하다고 여기는 백성을 선동해서 정한론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상을 시행하려는 자들도 있다.
사실 강경 존왕양이 파벌, 그들보다 비교가 안 되는 일을 일으키면서 거대한 사건을 의도하지 않게도 터트리는 자들은 엉뚱하게도 따로 있었다. 지금 일본에서 탄압받으면서도 그 진상이 가려졌던 이들 때문이다.
***
하인츠 세데르베리는 조선과 조선 주변의 정세 변화에 집중하지 않는다. 자신이 하는 일에도 바쁘다. 다만 전쟁이 그렇게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할 뿐이다.
“조선의 군인들은 어찌 봅니까?”
하인츠 세데르베리를 자주 따라다니는 역관 최선홍이 물어본다. 그 말에 생각해보는 데, 하인츠가 만난 조선 군인들은 대체로···. 키가 컸다.
지원병의 경우로 조선군은 생각보다 균질적인 전력을 가지고 있다고 추측한다. 게다가 그들에 대해서 잘 모르기에 하인츠 세데르베리는 신중하게 평가하려고 노력한다.
“꽤 강력하다고 봅니다. 잘 만하면 유럽 군대에 비길 수 있는 정도?”
하인츠 세데르베리는 나중의 조선군 중 지방군을 만나자 그 비교를 알았다. 경군과 지방군에서 정예부대는 스나이더와 샤스포를 쓰고 있다. 지방군은 엔필드와 레밍턴 롤링블럭 등 서방식 전장식 소총을 가지고 있다.
또 군복은 경군과 지방의 정예부대는 영국의 군복을 모방해서 상의가 붉은색이고 하의가 검은색이다. 그냥 지방군은 검은색 군복이다. 물론 서양식 군복을 다 보급받지 못해서 양복과 조선의 원래 복식이 섞인, 약간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다만 조선의 상황을 고려하면 일리가 있다. 순간 이런 생각을 한 하인츠는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조선은 아직 군대와 경찰의 분화가 덜 된 상황이라서 그런지, 경찰도 의외로 무장이 강했다.
레밍턴 롤링 블록이라는 미군이 쓰던 구형 총기를 경찰과 지방군, 예비군이 무장하고 있다고도 전해 들었다. 물론 그것이 어떤 총기인지는 설명하는 역관 최선홍도 듣는 하인츠도 잘 모른다. 그냥 그런 총으로 무장했다고만 이야기를 하는 편이다.
“키도 크더군요.”
“물론 북부는 그렇고 남쪽은 조금 작거나 평균이라고 압니다.”
또 경군과 지방의 정예부대, 대체로 북방에 주둔하는 군대는 키가 5피트 5.5인치, 160cm 초반인 조선인 남성의 평균 신장보다 더 크다고 한다. 역관 최선홍이 알려준 통계가 정확하다는 전제 아래에 더 큰, 5피트 7인치에서 8인치 이상, 160cm 후반에서 170cm라고 한다. 이에 대해서 하인츠는 유럽의 키 큰 군인들에 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조선군 중 정예부대, 특히 경군이면 좋은 보급을 받으면서 지낸다. 그렇지만 군대에 대한 대우가 좋아져도 지원병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편은 아니라고 들었다. 그래서 조선은 과거의 양인개병제를 서양의 제도를 참조해서 개편한 신 양인개병제, 징병제를 시행했지만, 제한을 두고 선발하는 식으로 있다고 하인츠도 들었다.
“서방식 복장도 자주 보였네요.”
“원래 전통복장은 무관들이 많이 입었다가 지금은 달라지고 있지요.”
하인츠는 조선의 한성에 살면서 가까워진 조선 무관들의 복장은 유럽인인 그가 봐도 꽤 어울리고 어색함이 사라지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경찰조직으로 이직한 옛 조선 무관과 가까운데 그한테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었지! 라고 그 기억을 떠올린다.
조선의 수도에 주로 치안을 맡는 포도청이란 과거의 국가헌병대 같은 조직-오히려 형조 소속의 군인이고 유럽의 근래 나타난 경찰관이란 개념은 없었기에 하인츠가 이리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다. 또 유럽 대륙의 나라들은 대부분 프랑스의 영향으로 국가헌병대가 있다.-에 대한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의금부도 있지요?”
“아, 거긴···.”
다른 국가헌병대에 가까운 조직인 의금부가 있는데, 여기를 왕립치안부 혹은 왕립경찰라고 유럽인들은 부른다. 옛 조선군 무관들도 여기에 있다고 이야기를 듣는 하인츠다.
그리고 좀 조선 민간에서는 악명이 높다고 한다. 국가 사건을 수사하는 조직이라서 그렇다.
물론 그 조직도 일종의 분화를 했다고 들었다. 하인츠가 보기에는 한 나라의 최고 법원과 특별 치안조직으로 분화가 된 일은 특이하다고도 생각한다. 하인츠의 고향인 네덜란드가 있는 유럽에서 이런 식의 분화는 적어도 하인츠가 알기로는 특이한 일이라고 알고 있다.
민간에서도 꺼리는 이유가 꽤 있다고는 짐작한다. 조선의 의금부에서 분화한 평리원과 의금부는 어지간한 민간인은 만날 일이 없다. 그들이 나서는 일은 조선의 아주 중요한 사건이라고 한다.
하인츠가 듣기로는 심각한 불경죄 혹은 불경죄가 아니라도 아주 중대한 사건이면 수사를 의금부가, 최종심의 재판을 그 평리원이 한다고 얼핏 들었다. 그런 일들이 하인츠의 눈앞에 있는 역관 최선홍도 만날 일이 드물 중차대한 일인데 그런 이들을 만나면 두려울 수밖에 없다고 조심히 이해한다.
“의금부와 평리원은 까마득히 높고 어지간해서는 만나지 않는 일이 생기지 않아야 좋다고는 압니다. 조선에 살지 얼마 안 된 외국인인 나도 알고 있지요. 특히 조선인들은 그런 조직과 만나기는···.”
“세하인 선생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외국인들도 그들하고 만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런 일이 생기면 그 외국인은 높은 확률로 간첩이라고 봐야 한다. 이런 생각은 하인츠 세데르베리도 알고 있다.
“네. 저도 동감이에요.”
다른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조선은 유럽처럼 전사귀족의 전통이 드물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런 생각은 조선의 현지인들에게 물어보고 의견을 들어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라고 알았다. 하인츠는 조선의 지방 양반들을 만나보고, 조선의 한성에서 많은 고관과 이야기를 해봐서 알게 되었다.
물론 유럽하고는 당연하게도 차이가 있다고는 깨닫는다. 이번은 역관인 최선홍을 통해서 조선군의 일부 편린도 더 생각하게 되었다. 조선은 징병제를 시행하면서도 북부에 새로이 편입한 변경지대에는 둔전병 등도 두면서 군대를 강화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사실 조선인들도 일부는 의외로 군대에 들어가려고 난리다. 그 이유는 하인츠 세데르베리가 보기에는 일리가 있다. 물론 완전하게 이해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유럽에서도 그런 사례들은 매우 많았다.
“역시 돈을 벌기 위해서 들어가는 이들이 많습니다. 경군은 주로 한성의 빈민들이 많이 지원합니다. 아니면 대를 이어서 복무하기도 합니다.”
“그렇군요. 사실 먹고 살기 위해서 군대에 들어오는 일은 유럽에도 많이 있는 일입니다.”
먹고 사는 문제는 조선에도 당연히 자유롭지 못한 일이다. 유럽에도 징병제를 시행하지만, 주로 빈민 계층에서 군인 중 병사를 지원하는 양상이 강하다. 조선도 비슷하게 징병제를 시행해도 빈민 혹은 빈민만큼은 아니라도 가난한 평민의 자제 등이 주로 많이 가는 상황이라고 들었다.
부유한 이들은 다르게 병역을 해결할 수가 있다. 장교 등의 간부로 지원해서 복무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다른 방식으로 부유한 이들이 주로 속하는 부대에 들어가서 군대를 복무하는 일도 있다. 조선도 이런 양상이 있다고 하인츠 세데르베리는 듣는다.
“다른 경우가 무과, 과거의 무관시험을 통해서 현직에 임관하지 않아도 받았던 무관 대우를 앞으로 시행하는 예비역 무관 양성제도라면 비슷하게 받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도 있습니다. 게다가 이전과 달리 군대에 속한 장인, 즉 기술자들도 준사관 혹은 사관으로 대우받게 된다고 알자 일종의 계급 상승을 위하여 지원하기도 하지요.”
“조선은 문을 중시하여도 무과라고 불리던 식으로 무과 합격자 같은 자리로도 승진해온 일이 많군요?”
“사실 이건 문과가 더 응시하기 까다로운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일이 생겼다고 압니다.”
“그런데 예비역 무관 양성제도는 ROTC인가 하는 데 어떤 차이가 있지요? 미국에서 들여온 제도라고 아는데?”
최선홍의 말을 들으면서 조선이 시행할 예비역 무관 양성제도, 조선판 ROTC에 관해서 흥미가 생겼다. 사실 유럽에서는 미국과 달리 육군을 기준으로 유년사관학교와 사관학교로 이어지는 장교 육성과정을 더 중시하는 편으로 이미 조선도 그런 제도가 있는데 왜 이 제도를 도입하는지에 대해서 의문점이 생겨서 물어본다. 최선홍도 자신이 아는 선에 이야기해 준다.
“그 제도를 들여오고 있기는 한데, 많은 변수가 있습니다. 미국은 그런 장교를 육성하려고 대학교라고 정의가 가능한 고등교육기관에 설치한다고 압니다.
그런데 우리 조선은 그런 대학교가 아직 부족합니다. 대학교에 동등할 수가 있는 일부 학교가 있지만, 조선이공학교와 항해감은 각각 포병과 공병, 해군 등의 병과 장교를 이미 임관시키기로 했지요.
그래서 해군은 상선학교에 설치하고 육군은 우선 중학교에 설치해서 이를 수급할 생각이었습니다. 문제는 고등학교라는 대학교로의 진학을 생각하는 고등교육기관의 변수가 생겼지요.”
그런 내막은 하인츠 세데르베리도 잘 몰랐지만, 가까이 지내는 유럽인 고문 등을 통해서는 조선 조정이 좀 시끄러웠다고는 들었다. 한 정책의 시행이 다른 정책의 시행에 변수를 준다는 사실을 더욱 잘 알게 되었다. 조선에서도 이런 상황이라고 알기에 그렇다.
“그래서 요즘 조정이 시끄러웠군요?”
“그렇습니다. 게다가 신 한량, 예비역 무관 양성제도가 중요한 이유가 있어요. 선생님.
실은···. 더 강해질 수도 있는 군부를 조정과 주상 폐하께서 견제하고 감시하려고 만드는 이들을 주로 이 과정으로 육성할 생각이었습니다. 제가 조정에 가까운 고관분들에게 듣기로는 말이지요.”
‘군부의 감시라. 필요 이상으로 군부가 강하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구나? 물론 완전하게는 이해는 안 가는 편이지만.’
하인츠 세데르베리는 유럽에 속한 네덜란드 출신이라서 그런지, 조선의 유달리 군부를 견제하는 행동 등은 익숙하지는 않다. 물론 유럽이 그렇게 군국주의적이라는 소리는 아니다. 그저 작금까지 이어지는 유럽의 전사 귀족 전통 등을 고려하면, 조선은 원래부터 무보다는 문의 힘이 매우 강하다고 보고 있다.
조선의 군부에 대한 견제는 영국만큼 유달리 하다는 생각도 하인츠 세데르베리는 가진다. 물론 조선의 제도적 전통 자체가 그럴 수 있다고는 여겼다. 조선도 전조인 고려에 대하여 초대 군주가 전조의 장군으로서 무장 반란으로 실권을 장악했다가 왕조를 창건했다는 과거가 있고 그런 전례를 우려해서 그렇다.
정작 하인츠 세데르베리는 이런 군부의 감시를 강화하면서도 기존 군 지휘관들의 재량을 전통에서 비교적 자유로이 해준 임금이 태왕 이영이라는 사실은 잘 모른다. 다만 조선이 이렇게 유달리 군부의 통제를 중시하는 이유는 이영의 권위로도 나중에 강해지는 군부에 얼마나 통할지 장담이 되지 않아서도 그렇다는 사실을 완전히 이해하는 편은 아니다.
‘사실 ROTC가 아니라도 예비역 무관을 유럽의 나라들도 만드는 양상이 많다. 물론 현역 장교였다가 퇴역한 이들을 관리하는 일이 많아. 아니면 해군처럼 상선 사관들을 해군 장교, 그에 준하게 운용하는 정도라고 아는데.’
하인츠 세데르베리가 보기에는 조선은 유럽과는 비교하자면 다른 방식의 전사 귀족 전통이라는 점과 무과를 통해서 이를 평민과 중인의 신분 상승을 위해서 쓰인 점 등으로 미국의 ROTC를 이식하려는 점은 흥미롭다. 물론 조선의 경우는 원래 양반은 무관이라도 문무를 되도록 균형을 이루는 점을 중시했다고 안다.
그런 노력을 한 이유가 고대 중국에서 기원한, 양반들이 꼭 봐야 하는 유학 경전에서도 나오기를, 몸을 단련하는 일도 중시했다. 아울러서 양반 중에서는 문반인데도 병학 같은 군사학에도 취미를 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또 역관 최선홍을 통해서 지방 양반들에게 들은 사실을 고려하면, 과거 조선에는 전시에 지방 양반이 지방군의 예비대 등과 별개의 병력을 모집해서 민병대를 지휘하는 구조를 사실상 공인하기도 했다. 그리고 과거에는 실제로 종종 있던 일이라고 들었다.
이는 마치 지방의 귀족이 군대를 모병해서 싸운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 등을 다 생각해서 하인츠 세데르베리는 시대 변화에 따라서 기존의 전통을 가지고 지금의 시대에 맞게 재편해서 이어가려는 점이라고 조심히 결론을 짓는다.
‘완전히 이해는 못 해도, 더 연구하고 생각해서 비교하면 더 이해할 날이 오리라고 믿는다.’
그래도 완전한 이해가 아니기에, 더 시간이 나면 연구를 할 생각이 만만이다. 그런 이야기를 하다가 조선과 그 주변국의 갈등 혹은 분쟁을 최선홍에게 들어보기로 했다. 이를 다 듣고는, 하인츠 세데르베리는 어디든지 이웃 나라와 잘 지내는 나라들은 드물다고 생각한다.
‘잠깐의 평화가 제일 좋은데 말이야.’
물론 하인츠가 바란 그 잠깐의 평화는 몇 년 뒤에 깨지고 말았다. 그리고 평화를 원하는 이들은 전쟁을 준비한다는 과거 서양의 로마 시대에 쓰인 모 서책의 표현처럼 전쟁은 준비한 자가 대체로 유리하다.
또 ‘지피지기 백전불태’라는 손자병법의 고사처럼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많은 전투에서도 위태롭지가 않다. 이는 조선과 주변국의 예상치 못한 작은 전쟁에서도 통할 말이다.
항상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요. 조아라에서도 연재중입니다. 거기에는 HMS 아론다이트란 이름으로 연재를 합니다.
- 작가의말
따뜻해지는가 싶더니, 다시 추워지네요. 물론 서울 근방은 비가 왔다지요?
지방의 자치경찰 및 무장경찰 VS 중앙의 육군과 중앙 경찰 구도. 물론 일본 내부의 정치 파벌은 서로를 진짜 쓸어버리고 싶어합니다. 구 바쿠후 주류 파벌이 더욱 그렇게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과연, 이일은 어떻게 될 지는... 나중에 알 수가 있습니다.
하인츠 쪽은 조선의 군대 변화를 중심으로 이걸 외국인 하인츠 시점으로 보여줍니다. 의금부는 분화를 했다고 나오는 데, 실제 의금부는 평리원이라는 법원으로 변모하기는 했습니다. 실제 사례를 가져왔지요.
조선군은 징병제라도 선발징병제에 가까운 기조가 꽤 오래갈 듯 합니다. 향토보군, 향보군으로 칭할 수가 있는 예비군을 엮으면서 잘 조합하려고 노력할 모습이라고 보심 됩니다. 다음편에 만나요.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