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국지전의 끝, 변화한 정세
***
“기치노스케(사이고 다카나가, 사이고 다카모리의 이명 중 하나로 고향 친구들이 주로 그를 이렇게 불렀다.). 자네가 에도에 왔군.”
“도시미치. 오랜만이야.”
“동생을 만나려고?”
“맞네. 그리고 무사한 자네를 만나려고 왔다네.”
새로운 조정의 고관으로 다행히 교토로 출장을 가서 죽음을 피한 오쿠보 도시미치는 친우를 만났다. 친우인 사이고 다카나가는 키리시탄 잇키를 토벌하는 일본 해군의 지휘관이다가 믿을 수 있는(?) 에도의 그 반란 세력 토벌을 위한 병력이라고 사쓰마의 지방 경찰세력을 지휘하는 자신의 동생이 인솔한 부대를 위무하려고 에도에 왔다.
그렇기에 에도에 두 사람이 만날 수가 있었다. 사실 새로운 조정의 중앙 경찰과 중앙 육군은 자신들만으로도 해결 가능한 일인데도 지방 경찰 조직을 투입한다는 상황이라서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
해군인 사이고와 달리 그들은 지방 경찰 조직을 별로 신뢰하지 않았다. 이 상태에서 조선 해군, 영국 해군, 러시아 해군의 육전병력이 개입하기로 하자, 더욱 실망하는 구석이다.
그와 별개로 해군의 사이고 다카나가는 기왕이면 조선 해군과 영국 해군이 키리시탄 잇키의 진압에 도와주기를 바라는 구석이다. 그들의 함대와 육전 병력이면, 일본군과 중앙 경찰, 지방 경찰에는 큰 힘이 되니까 그렇다.
이곳에 보내진 조선 해군의 선임 지휘관인 이규원 부령이 꽤 깐깐해서 성가시다는 소문은 들었다. 실제로 만나본 적이 없기에 잘 모른다. 조선 해군에도 촉망받는 무관이라고 말했는데 잘 모른다.
지금은 친구인 오쿠보 도시미치와의 대화에 집중하기로 한다. 문제는 담담한 안부 이야기 이후에는 무거운 현재의 산적한 현안에 관해서 이야기들을 나누니까 분위기가 무거워진다.
“참 내부에 변란이 연이어 터지고 있어.”
“키리시탄 잇키에 호응하는 자들이 많던가? 지방에도?”
“그건 나보다는 내 동생인 쓰구미츠한테 물어보면 편해. 적어도 사쓰마는 아니라고 들었어.”
“흠, 그렇군. 자네도 짐작했겠지만, 지방 경찰과 중앙 육군, 중앙 경찰 사이는 더 살벌해졌어.”
“그런가? 참.”
사이고 다카나가는 10년의 세월 동안에 조선에 관한 생각은 혼란 있다가 조선을 나쁘지 않게 봤다. 그리고 오쿠보는 여전히 조선에 대하여 반감이 있다고 지레짐작한다.
조선에 대하여, 그도 애증이 있는 판에 오쿠보가 조선을 그렇게 생각한다고 그와의 관계를 끊을 마음은 전혀 없다. 따로 기회가 된다면 조선에 대하여 그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바쿠후 세력이 주도한다고 해도 장교들 사이가 원만한 해군은 몰라도, 육군과 경찰은 아닐세. 그들은 지방 경찰을 싫어해.”
“사실 이번 반란에 지방 경찰의 투입을 주장한 이들은 제후원에서 세력이 강한 다이묘 나리들이었으니까.”
“실무를 담당하는 관료 중 하급자들이 중앙 군대 인력과 경찰 일부와 뭉쳐서 일으킨 일이야. 당연하게도 그때 공격한 셈이지.”
무골인 척하려고 해도 해도 사쓰마라는 영지의 중진이던 사이고 다카나가는 친우인 오쿠보 말해주는 중앙의 저 반란에 대해서 자세한 내막을 들게 되자, 기분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에도의 반란 세력이 모든 에도 지역을 장악한 일은 아니었기에 대치가 이어졌다.
물론 중앙 육군과 중앙 경찰의 내통자를 운운해서 그들을 동원하지 않았기에 대치가 길어졌다는 비판도 일리는 있었다. 내통자가 있다면 진압에 더 시간을 끌 수가 있기에 다른 반론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나중에 이 진압이 늦어진 책임을 떠넘겨서 서로한테 엿을 물릴 생각도 상대 세력들 사이에는 나오고 있었다. 러시아 해군보병대와 영국 해군의 해병대, 조선 해군의 해상 보군 등 외국 군대는 일본 무력 조직의 이런 내막을 안다면 한심하게 생각할 수 있다.
“나중에 키리시탄 잇키도 처리한 다음에 내전이 일어나면 참 웃긴 일이 나오겠어.”
“내전 진압 중의 혼선이 다른 내전을 불러온다면 참 끔찍한 일이 아닌가?”
“맞아. 그리고 이런저런 일들로 우리가 요롯빠(ヨーロッパ : 유럽)로 대규모 시찰단을 보내고 있지 못하고 있어.”
“이런 판이라서 믿고 자리를 못 비우니까?”
“그래.”
사이고 다카나가는 내심, 그도 해외 유학을, 아니면 시찰단도 가고 싶었다. 문제는 이런 유학도 제대로 못 하는 중이다. 내부의 반발이 확실하게 정리가 되었다고 말하기에는 애매했다.
오쿠보 도시미치는 무능한 일부 동료들과 하급자에 꽉 막힌 상급자, 특히 지금 재위 중인 덴노한테 매우 답답했다. 그도 해외 유학 혹은 조선이 했다는 서양의 여러 국가를 시찰하는 시찰단으로 더 눈을 넓히고 싶었다.
“답답하군.”
“그런가? 이해는 조금 되는 일이야. 도시미치.”
물론 그의 심정이 이해되면서도 진짜 솔직하게 묻고 싶은 말을 사이고 다카나가는 꺼낼 수가 없다. 반대로 오쿠보 도시미치도 사이고 다카나가한테 묻고 싶은 일이 있다.
‘기치노스케? 너는 조선에 구밀복검을 할 생각이 여전하냐? 나는 애석히도 그걸 포기했어. 지금 나의 나라인 이 신국, 일본이 이렇게 문제투성이야.’
오쿠보 도시미치는 사이고 다카나가한테 아직 하지 못한 본심이 바로 이 소리다. 오쿠보 도시미치는 조선을 치기에는 자국 내부의 사정을 정리한 다음인데 그게 언제가 될까 하는 상황에 그냥 포기했다고 봐야 한다.
물론 사이고 다카나가를 보면서 조선군에게 동생을 잃었음에도 그들한테 심각한 증오를 보이지 않았던 남자기에, 이미 조선과의 우호를 생각하지 않았는지 의심했다. 사실 그렇게 큰 상관은 없었다.
‘너의 넓은 도량이라고 이제 웃으며, 넘어갈 수 있다.’
그리고 오쿠보 도시미치는 새로운 조정에 계속 있어야 하는가의 고민이 있었다. 마치 조슈의 어떤 하급 사무라이 출신이 하는 고민과 비슷했다. 그런데도 아직 포기할 생각은 저 오쿠보 도시미치에게도 없었다.
그런 본심을 오쿠보는 친우인 사이고에게도 아직 말하지 못했다. 사이고라면 그의 고민을 이해해줄 수 있다. 하지만 예상이 빗나갈 수 있기에 함구했었다.
대신에 다른 대화로 이어간다. 이마저도 다시 나누던 일본 내부의 내란에 서양과 조선이 개입하는 일에 의견을 나눈다. 오쿠보는 키리시탄 잇키 진압을 도와주지는 않았으면 한다.
“키리시탄 잇키 진압에 서양 세력과 조선이 우리를 도와주어도 되지만, 그러면 일본의 무장 세력은 존재의의가 의심받겠어.”
“맞아. 그래도 도와주기를 바래. 우리한테도 부담이 줄기를 바라거든.”
서양과 조선 세력이 일본의 내란 등에 개입할 명분이 생겨서 골치가 아파지기 시작한다. 사이고가 다시 말을 잇는다. 그의 표현은 변방 영지의 무가 출신이라서 더 날이 섰고, 돌려 말하는 구석이 없는 직설적인 말이다.
“미토학에 지나치게 미친놈들이 곱게 미치지 못해서 일어난 탈이지.”
그런 사이고의 거친 말을 오쿠보는 타박하지 않는데, 그도 내심 그런 신랄한 평가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개항장은 조선 등 외국인 민병대와 외국 군함의 육전 병력이 치안 유지에 협조하는 꼴이 참담해.”
“이러고도 우리 신국이 무슨 중화인지.”
둘 다 잠깐 만나러 왔기에 술을 마실 생각은 없다. 다만 가슴 등이 너무 답답해서 술을 조금 마시면, 가슴 속의 응어리를 풀어버리고 싶다는 마음도 있다.
“키치노스케.”
“어. 도시미치.”
오쿠보 도시미치는 이전부터 만나면 꺼낼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목구멍에서 목을 통해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괜히 다른 말을 하게 된다.
“나는 아직도 하급 사무라이들을 대등하게 못 대하겠어.”
“그거? 자네라면 항상 그럴 줄 알았지. 누가 이 친구의 거만함을 쉽게 고치겠어.”
“허. 자네? 말이 심하구먼.”
짐짓 기분이 나쁜 척하면서도 다른 말을 하게 된 일이 나중으로 그 본심 고백을 회피할 수가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고도 여긴다. 오쿠보가 꺼낸 말에 그의 친구인 사이고 다카나가는 오쿠보를 많이 걱정한다.
“그러는 너는 안 불편해? 공가의 높으신 분들, 높은 고위층의 무가 출신 등도 다 만나야 하는데?”
“당연히 나보다 높은 사람들이니까, 존대해야지. 그런데! 모르겠어. 그 높으신 분들이 가끔은 좀 이상하게 보여서 말이야.”
“그래?”
사이고 다카나가는 높으신 분들에 많은 의문을 품지 않던 친구의 변화를 어렴풋이 짐작해서 마음이 복잡해진다. 그의 나라는 어떻게 해야 더 달라질 수 있을까도 고민한다. 무골인 척하는 그답지 않게 더 고민하게 되었다.
‘너무 생각이 많아서 가슴과 머리가 복잡하겠지? 내 친구. 힘내.’
속으로 하는, 닿지 않는 위로를 오쿠보에 사이고가 건넸다. 그사이에 에도의 다른 곳에서 사이고 다카나가의 동생인 사이고 쓰구미츠는 지방 경찰인 자신들을 대놓고 무시하는 중앙 육군과 중앙 경찰에 슬슬 짜증이 나려고 했다.
“사쓰마 지방 경찰대는 예비대로서 대기해주시오.”
“그러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육군과 중앙 경찰, 외국인 해군 육전대 등이 우선 투입이 되고요.”
‘우리한테 공훈을 줄 기회를 안 주겠다고? 그래.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 그러면 외국 군사력에는 어떻게 굴려나?’
“알겠습니다. 우리는 예비대로 대기하지요.”
사쓰마 지방 경찰에 아주 고압적인 태도도 일관하는 일본 육군과 중앙 경찰은 영국, 러시아, 조선 해군한테는 아주 비굴하게 굴어서 사이고 쓰구미츠는 속으로 코웃음을 매우 쳤다. 그러면서도 꽤 짜증이 샘솟듯이 돋아나고 있다.
“우리가 선봉에 서겠소.”
“아니요. 우리 영국이요!”
“우리는 선봉일 필요는 없습니다.”
러시아와 영국의 선봉 싸움에 둘 사이에 일부러 안 끼려고 둘이 싸우라고 피해버린 조선 해군의 해상 보군을 제외하고는 둘은 꽤 치열한 언쟁을 벌였다. 일본의 육군과 중앙 경찰은 말리지도 못하고 프랑스어로 싸워대는 양측의 두 해군 장교들을 멍하니 봐야만 했다.
결국 영국이 러시아 측의 우김에 졌다는 양으로 양보했다. 그런 말싸움이 끝난 이후에 세부적인 계획이 나온다. 에도에 어떻게 마련한 덴노의 행궁 근방에 절대 화포를 쏠 수가 없어서, 백병전 위주로 움직여야만 했다.
“발도대 등으로 우리가 나서야지요.”
“역적들을 몰아내겠습니다.”
“예. 꼭 그럴 수 있기를.”
심드렁한 지방 경찰부대와 조선 해군 육전 병력을 제외한 대부분은 호전적으로 반응을 보였다. 아니면 아주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며칠 뒤에 사전에 협의한 대대적인 진압 작전이 시작되었다. 진압군 측에 영국, 러시아, 조선의 해군 육전 병력이 가담하면서 더욱 미궁으로 빠져드는데···.
“제길! 저 반역자들!”
“외세는 우리의 편이 아니었군.”
“저들은 자신들의 이익이 더 중요한 자들이다.”
강경개화파라고 지칭할 수가 있는 실무자 집단은 정보가 차단당한 채로 동맹이 되어줄 다른 세력이 없이 고립되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 놓였음에도 항복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어차피 다 항복해도 불문으로 부칠 리가 없다. 그래서 어떻게 해도 죽는다면 싸우다가 죽는 일이 더 나을 수 있다. 이런 생각이 이들 무리 사이에 있었다.
“다 잡아라!”
러시아 해군의 수병들은 제일 공명심 때문인지 몰라도 앞장서서 손쉽게 강경개화파를 지지하는 소수의 군인과 경찰을 제압했다. 이후에 정부의 원상복구를 지원한다고 일본에 더 오래 주둔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함선들도 마찬가지였다.
“지독한 놈들.”
“반드시 법으로 보복해야 합니다.”
그리고 강경개화파의 일족은 일본의 새로운 조정은 과도할 정도로 잔인하게 처리하였다. 할복을 가장한 처형, 그 외에도 연좌제를 강경하게 적용하여 죄가 없어도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강제로 북해도 개척단으로 보내버렸다.
사실 그 정도면 오히려 약과로, 공무 집행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즉석에서 죽여 버리는 일도 있다. 살아남은 관료들한테는 다른 내통자와 연루자들을 찾아내기 위해서 고문하는데, 가족한테도 가혹한 고문을 허락했다.
당연하게도 논란이 더 있었다. 일본 내부의 지식인 중 통역사를 겸하면서도 일본의 개화를 추구하는 한 사람인 후쿠자와 유키치는 이런 자국에 실망했다.
“조선은 잔인한 연좌제를 없애고, 다른 법으로 진화했습니다. 강제로 북해도 개척단으로 보내버리는 일은 몰라도, 저항했다고 죽여 버린다니요?”
“게다가 고문에 의한 자백이라니. 얼마나 증거능력이 있습니까?”
이런 후쿠자와 유키치와 대화하는 사람은 주일본 조선 공사관 소속의 법학을 공부한, 법학과 국제법 전문가였다. 후쿠자와 유키치를 포섭한 장본인이기도 했다. 도수 높은 조선의 토착 맥주 등 나름 좋은 술들을 공수하고는 열심히 그에게 술을 먹이면서 유용한 첩보를 우려내려고 노력 중이다.
일본 조정에 대한 희망을 점점 접은 지식인 중 하나를 더 포섭해서 일본의 내부 사정을 알리는 정보 보조원으로 쓰려다가 그의 인맥이 좋아서 유용하게 쓸 생각이다. 확실히 저 후쿠자와 유키치가 말하는 대로, 일본에 대한 외국인들의 인식은 좋지 않아졌다.
그리고 키리시탄 잇키와 다른 잇키 들을 강경하게 진압하는 중에 생기는 일인, 마을 째로 지워버리는 소식들이 해외의 언론들에 소개가 되면서 일본의 이미지는 더욱더 나빠졌다.
일본의 새로운 조정 내에 러시아의 입김이 어쩌면 강해질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물론 정작 일본은 러시아를 신뢰하지 않았다. 다만 혹시 러시아 해군을 동원할지 몰라서 여지를 남겨두었다.
문제는 이를 일본이 영국한테는 사정을 설명하지 않은 일은 불찰이 될 수 있었다. 상황이 이리 흘러가자 영국은 친영 세력들을 움직여서 러시아의 장기 주둔을 방지하려고 노력한다. 조선은 일본도 ‘그레이트 게임’에 휘말릴 상황이라도 상관하지 않았다.
다만 러시아에게 그들이 기울지 않게 조심할 생각으로 주시한다. 그러다가 일본 조정 내의 아직 원활하게 연결이 된 이들에게 이상한 내부 소문을 들었다. 그 내부 소문은···.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지난 일부 관료들과 군대와 경찰이 연합한 반란을 다른 배후가 있다고 주장하며, 다른 당파들을 숙청하려고 합니다.”
“잇키이니 하는 민란을 먼저 진압해도 바빠 죽겠는데, 다른 당파를 이 와중에 숙청한다고? 좀 이상한 자들이다.”
“왜국이잖습니까?”
‘왜국, 일본이잖습니까?’라는 말에 조선 주재 공사관 일동은 침묵한다. 그 말로도 납득해버린다.
***
“대조선국 조선군의 정예정병아. 임금의 부르심을 그대 아느냐. 수 천리 수천만의 조선국인들. 지킬 자 너와 나로다.”
조선군은 요하 등 국경지대의 간을 건너서 있던 연속의 작은 전투들에 패배하지 않았다. 언덕 위에 임시 진지를 세우 청나라 군대와 마적 연합세력의 반격을 번번이 격퇴했다. 언덕 위의 진지에는 조선군은 자국의 첫 서양식 군가를 부르고 있었다.
요동주 제2혼성여단과 그에 배속된 향보군 부대는 조선군 전체, 해군은 아니라도 적어도 육군에게 널리 보급된 군가를 부르는 중이다.
“만세! 만세! 싸우러 나가 만세! 만세! 영은문 헐어 세운 그 독립문에 승리의 노래, 퍼지게 싸우세!”
청나라 군대와 마적들은 저 군가를 부르면 왜인지 모르게도 위축이 되었다. 조선인들이 서양의 악기로 사술을 부린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들, 조선군의 군가를 부르는 소리는 따분함을 잊으려고 더 크게 부르는데, 더 숙련된 정병들의 연합에 가까운 조선군이 이러니까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청나라 측이 긴장하는 상황이다.
이제 2절로 들어간다. 청나라 군대를 마적과 같은 수준으로 깎아내린다. 이를 모르는 그들은 무슨 가사인지 몰라도, 더 흥겹고 힘차게 부르기 시작한 조선군을 긴장해서 지켜본다.
“청비들이 무섭다고 겁을 낼 건가. 우리들이 질 거라고 낙심할 건가. 인의의 굳센 총탄 빗발친 곳에, 이길 자 너와 나로다.”
물론 이런 군가는 만주족과 몽골족 출신 보조 기병대 등은 잘 몰라서 따라 부르지 않는 편이다. 그래도 소수는 따라 부른다. 약간의 맞지 않는 화음 등이라도 장관을 볼 수 있을 듯하다.
“만세! 만세! 싸우러 나가 만세! 만세! 영은문 헐어. 세운 그 독립문에 승리의 노래, 퍼지게 싸우세!”
이 군가가 끝나기 전에 청나라 군대와 마적의 연합세력은 언덕을 끼고 ‘네가 와!’를 시전하는 조선군을 공격하지 않을 모습으로 보였다. 언덕 위의 조선군도 그렇게 생각한다.
물론 조선군의 도발을 겸한 군가 완창으로 왜인지 화가 난 한 청나라 마적단은 달려들었다. 그들이 용감하게 나선다고 기적적이게도 모든 연합 세력이 함께 싸웠는가? 전혀 아니었다.
일부만 나섰는데 그들은 조선의 화력, 개선한 신형 주철 대포들이 포탄을 쏘면서 만든 화망에 먼 거리에서 터져 나갔다. 간신히 다가왔어도 다이너마이트 쥐불놀이에 조선군의 개틀링과 서양식 소총을 중심으로 무장해 퍼붓는 보병과 근거리 포병의 화망에 와해되었다.
이 전투를 끝으로 더는 전투가 없다가 청나라와 조선 사이에 평화 협상이 시작되었다. 청나라는 또 굴욕을 겪었다.
“이렇게 협상장의 같은 책상에 앉게 되었군요. 참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그렇소. 조선 공사.”
청나라 황궁은 아닌, 다른 장소에서 협상장이 마련되었다. 청나라의 도성에 유명한 반점에서 열리게 되었다. 청나라 측의 이번 국지전을 마무리하기 위한 전권대표는 증국번이었다.
사실 병색이 완연한 증국번을 안쓰럽게 생각하면서도 조선의 이익을 위해서 자신의 진심을 집중하기에 급한, 흥선백 이하응은 속마음이 안 드러나게 태연자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귀하가 이번 국지전 협상에 대하여 조선의 전권을 쥐고 있소?”
“그렇습니다. 군기대신 각하.”
대조선국의 종친, 백작 작위를 가진 청나라 주재 조선공 사관의 대표인 조선 공사 이하응을 고깝게 생각하면서도, 참으면서 협상을 주도할 생각이다. 협상의 목적을 명확하게 밝히고 시작한다.
“우리 청나라한테 요구할 일은 무엇이요?”
“요구요? 지난 마적들의 침투에 대하여, 청나라가 변방을 함부로 관리하지 않았기에 생긴 일입니다. 우리 조선군은 여기에 마적과 결탁한 청나라 변방 군대의 독단에 피해를 입었습니다. 또 있냐고요? 우리 조선의 민간인들이 좀 다쳤습니다.”
“그렇습니까? 또 할 말이 있소?”
증국번은 동의하면서도 안도한다. 조선 조정은 청나라 조정의 책임이라고 말은 하지 않았다. 아직은.
그렇지만, 언제 청나라 조정과 저들을 엮을지 모를 상황이다. 게다가 증국번은 청나라 조정이 급히 그 서태후의 말로 인한 화, 설화를 정정 보도를 낼 때에 썼던 논리 일부를 이용해서 조선이 모르는 척을 하고 있다고 의심이 들었다.
“지난 몇 달 동안에 요동에 일어난 여러 민란들이 알고 보니까 청나라 마적들이 청나라 백성을 포섭하여 만든 간 자들이 선동해 일을 일으키지 않았습니까? 청나라는 그들을 잘 토벌하시지요. 어떻게 하면 저 변방의 청나라 군대 말고도 중앙의 조정에도 마적과 결탁한 자들이 나옵니까? 청나라가 이렇게 되었다는 사실이 슬픕니다.”
증국번은 조선 측의 전권대표인 조선 공사 흥선백 이하응이 진심도 아니면서 슬퍼하는 모습에 배알이 뒤틀렸다. 그런데도 최대한 청나라 조정과의 연결점을 없애려고 노력하기에 화가 나지 않는 척, 자신의 감정도 속이고 연기하였다.
“흠, 부패한 신료들이 우리 조정에 종종 있다고 봅니다. 유감이오. 태후께서는 그런 간신들의 말에 혹해서 그냥 말했습니다. 이번 일은 우리 청나라도 곤혹스러운 일입니다.”
“예, 진심으로 그러하리라 믿겠습니다. 우리의 요구는 딱 둘입니다. 먼저 우리 대조선국의 군대가 입은 피해, 우리 백성이 입은 피해, 우리 군대가 요하를 넘어서까지 군사를 행한 비용을 청나라 조정한테 청구합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청나라가 동북 변방의 치안을 유지 못할 경우에 우리 대조선국이 귀국과 함께 마적들을 함께 소탕하도록 하지요. 어떻습니까?”
흥선백 이하응의 제안, 조선 측 전권대표로서 한 말이기에 실상은 조선 본국의 의향이 들어간 제안이 분명하다. 증국번은 그런 무례할 여지가 있는 두 조건을 담은 제안에 머리의 핏줄이 터질 정도로 화를 내고 싶었다.
“허어! 그거 참, 고마운 제안도 있지만, 생각을 해봐야 할 듯합니다. 전권대신이라도 좀 고심이 되는 제안들이군요.”
“시간은 금은보다 더 귀합니다. 잘 생각해 주시기를. 생각할 시간을 드리게 오늘의 협상은 여기까지 할까요?”
“흠, 아니요. 괜찮습니다. 이 자리에서 잠시 생각하겠습니다.”
사실 흥선백 이하응은 두 번째 제안이 거절당해도 상관은 없었다. 진짜 노림수는 어차피 첫 번째 조건의 수락이었다. 너무 많은 비용을 얻어낼 필요도 없다.
청나라 은자로 최대 200만 냥 정도만 얻어도 남는 장사라고 여긴다. 조선군에 피해가 없었다고 하기에도, 애매하지만 청나라 마적과 청나라 군대를 거의 일방적으로 두들겨 댄 상황이라고는 잘 알았다.
증국번은 첫 조건만 수락하고 다른 조건은 거절했다. 아쉽다는 연기를 하면서 수락했다. 자세한 비용은 실무자들이 따졌지만, 잘 사기를 쳐서 그런지 200만 냥 넘게 얻었다. 사실 이거야 청나라 쪽도 적게 요청한다고 받아들여서 가능했다.
그리고 수년의 시간이 흘렀다. 청나라와 조선의 국지전 중에 프랑스는 엠스 전보 사건이 결정적인 원인이 되면서 북독일 연방과 전쟁을 벌였고, 패배했다. 유럽의 정세는 동양에도 영향을 주었다.
아울러서 청나라가 수복하려던 신장성은 러시아의 원정군이 야쿱 벡을 패망시켰다. 세계의 정세는 더 혼란하게 돌아갈 여지가 생겼다.
항상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요. 조아라에서도 연재중입니다. 거기에는 HMS 아론다이트란 이름으로 연재를 합니다.
- 작가의말
청나라는 안습한 행보가 이어집니다. 물론 이런 행보로 더 군대를 증강시키려고 노력할겁니다. 조선은 청나라를 압도적으로 이겼습니다. 하지만, 세수를 늘려서 군비 등의 예산을 더 늘려서 군사력을 유지, 혹은 강화할 생각입니다. 저 협상으로 증국번은 과연?
일본요? 여기는 뭐 마찬가지로 혼란합니다. 허허. 다음편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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