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 삶의 의미
순도 100% 픽션입니다
“하아. 하아.”
예서가 완전 녹초가 되었다.
두 다리가 제멋대로 벌어져 있고, 두 팔도 제멋대로 흐트러져 있다.
조신한 예서의 평소 행실을 생각하면 상상할 수 없는 모양새.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사내로서 정복감과 뿌듯함, 보람을 느낀다.
쾌락과는 다른 만족감.
상체를 세웠던 광해는 예서 옆으로 누우며 안았다.
예서는 자연스럽게 광해를 안으며 입술을 쇄골에 갖다 댄다.
예서의 이런 변화도 즐겁다.
광해는 쇄골을 간질거리는 혀를 느끼며 말했다.
“예서야. 왜 이리 고민이 많으냐?”
예서에게 재밌는 소망들이 생겨났다.
-병이 치료되었으면 1744
-광해님께서 후궁을 더 들이셨으면 3156
살펴봤는데 예서에게 병은 없었다.
왕후를 비롯한 가족들의 몸을 한 번씩 살펴 모든 잔병을 없애주었으니까.
“아...... 저...... 죄송합니다.”
광해의 능력을 아는 예서는 변명은 못 하고 사죄만 했다.
“뭐가 죄송한데?”
“저희를 생각해서 후궁을 들이지 않는 거라면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몽골 9부의 족장과 혼인 동맹을 했다면 좀 더 쉽게 안정시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서......”
이건 좀 신박한 논리전개군.
예서의 눈을 들여다보니 반짝이면서도 죄송해하고 있다.
언제나처럼 촉촉한 눈을 그렁거리면서.
몽골의 혼인동맹 제의를 광해는 거부했다.
거부당하자 적은 저항을 택했고, 죽었지.
“네 눈치 봐서 그런 거 아니다.”
“눈치 본다는 게 아니오라... 그... 저희만 좋아해 주셔서.”
“감정소모가 힘들어서 그랬다. 새로운 인연의 감정소모가.”
“아.”
광해의 너무 솔직한 말에 예서는 착각한게 창피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도망치고 싶어 하는 거 같은데 안겨 있으니 움직이지도 못하고 광해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광해는 상체를 슬슬 움직였다.
젖꼭지가 예서의 얼굴을 스치자 본능인 것처럼 예서는 젖꼭지를 물고 혀로 굴렸다.
이런 변화가 좋다.
이렇게 되기까지 수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거기까지 드는 감정소모도 설렜다.
다만 다른 이와 다시 여기까지 오기엔 너무도 긴 거리가 아뜩하다.
“그래도 후궁을 더 들이시지요.”
예서가 갑자기 입을 떼고 말했다.
“왜? 나랑 하는 게 질렸어?”
“아닙니다. 너무 좋습니다. 좋은데...... 그래도 황제이신데... 추희 때문이라면 이제 놓아주시고...... 종묘사직을 생각해서라도 멀쩡한 여자를 더 들이시는 게.”
얘 왜 갑자기 급발진 하는지 모르겠네.
“추희는 잊고 있었는데. 슬픈 기억이 다시 떠올랐군.”
“아아아. 죄송합니다. 그런 뜻이 아니었습니다.”
“그럼 어떤 뜻인데? 왜 갑자기 종묘사직이 나오지?”
“그게...... 저와 유키는 심각한 병이 있는 것 같습니다.”
“병?”
예서도 건강하고 소유키도 건강하다.
갑자기 왜 이런 생각을 하는 지 모르겠다.
“그... 그러니까. 흑. 죄송합니다. 저희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인 것 같습니다.”
예서는 진지하게 울먹였다.
“하하하.”
너무 뜬금없는 말에 소리 내 웃어버렸다.
“죄송합니다. 광해님께선 세자를 생산했으니 이상이 없으신데, 후궁인 저희가 병에 걸려 아이를 가질 수 없으니 다른 여인을 들여 더 많은 황자를 생산하심이......”
귀엽다.
광해는 예서의 입을 막고 혀끼리 부딪쳤다.
그 상태로 다시 한 번 진입.
예서의 거친 숨이 입을 통해 광해 안으로 들어온다.
예서는 쾌락에 몸을 떨면서도 자신이 이런 쾌락을 받을 자격이 없다며 죄책감에 괴로워했다.
“괜찮다. 네 잘못이 아니다.”
“... 네?”
또 한 차례 열락에 흐트러진 예서가 겨우 입을 뗐다.
“예전에 말이다. 내 실수로 제국이 위험해진 적이 있다.”
예전? 제국? 위험? 임란때 말씀이신가?
예서는 의문이 솟았지만 침묵하는 현명함을 지켰다.
“수도가 무너지고 후궁들과 자식들이 죽었다. 아들 하나, 딸 둘. 적에게 비참하게 죽었지. 난 살기 위해 후퇴했고. 힘을 키워 적을 다시 물리쳤지만 그때 기억이 사라지지 않는다.”
다른 세계 얘기다.
여기까지 들은 예서는 광해가 모현성과 살던 천계의 이야기를 한다고 이해했다.
“내 자식이 죽을 때 받은 충격은 평생 사라지지 않을 것 같구나. 그래서 아이를 낳는 걸 중지했고.”
“아아. 그래서.”
“지금 내 수명은 수백년 이상 남았다. 내가 스스로 의도하지 않는 한 죽을 수도 없지. 난 너의 죽음을 볼 것이며 황태자와, 그리고 그의 자손들이 죽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예서나 모현성 등 가까이 지낸 이들이 전부 죽는다면 현대로 돌아갈 생각이다.
돌아가는 방법은 알고 있고 마력만 모으면 되니까.
광해는 많이 마모되었고, 꽤나 지쳤다.
그랬기에 일부 몇 명을 제외하곤 감정을 주지 않고 있다.
“내 자식이 사고로 죽던 늙어 죽던, 더 이상 잃고 싶지 않다. 그래서 아이가 생기는 걸 막고 있다.”
가끔 마력이 떨어졌을 때 위험했지만 임신이 무조건 되는 건 아니고.
광해의 의지에 의해 예서와 소유키가 아기를 낳지 못했다.
“아아아.”
예서가 웅얼거리며 광해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광해의 쓸쓸함을 느낀 듯 영혼을 달래려는 것 같은데 뭐라 위로할 말은 찾지 못했다.
아픔을 공감하는 능력 덕에 예서가 백관에 있음으로서 효율성을 추구하는 허균과 모현성 등의 직진을 한 번씩 멈추게 할 수 있었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 몸이 정상이라면... 저는 아기를 낳고 싶습니다.”
예서는 위로하는 말을 찾다가 포기하고 자기 욕심을 말했다.
“말했잖느냐.”
“들었습니다. 그래도 아기를 낳고 싶습니다.”
욕심을 위해 고집까지 부렸다.
“난 내 아이가 어떤 방식으로든 죽는 걸 보고 싶지 않다.”
“저는 갖고 싶습니다. 키우고 싶고요. 그 아이도 언젠가 분명 죽겠지만...... 슬픔보단 기쁨이 더 클 것 같습니다.”
철학자 예서네. 자기주장이 거의 없는 앤데.
“어렸을 땐 이런 동작이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했습니다. 인간은 서서 행동하는 동물이니까요. 조금 자랐을 땐 망측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등을 대고 누운 여자가 두 무릎을 어깨 쪽으로 올린 자세가 너무 추하고 한심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너무 좋습니다. 아마도 이건...... 그냥 원래 그런 거겠지요.”
원래 그렇다라. 이것도 신박한 표현이군.
“좋아도 너무 좋습니다. 이렇게 좋으니 남자들이 미쳐서 강제로 하려하고 고귀한 귀부인들도 여러 남자를 만나고 마치 이성 잃은 짐승처럼 누워서 뒹구는 거겠죠. 평소 현명하고 기묘한 재주를 모두 버린 채 넣고 허리를 앞뒤로 흔드는 행위에 몰두하는 건 그만큼 좋기 때문이겠지요.”
“어. 좋지.”
“그리고 다음에는...... 이 몸으로 아기를 만들어 생산하고 젖을 물려 키우고 아기가 방긋방긋 웃는 걸 보고 싶습니다. 아기의 죽음은...... 모르겠습니다. 그저 제가 다음단계인 것 같습니다. 광해님과 즐겁게 행위하고 그 결실을 받아 키우고 싶습니다. 이건 아마... 원래 그런 거겠지요.”
“......”
예서의 눈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처음으로 예서는 순수한 자기 욕심을 말했다.
그리고 맞는 말 같다.
다음 단계.
원래 그런 게 아니라면 벌거벗고 생식기를 딱딱하게 세운 채 여자의 몸에 넣고 허리를 왔다갔다 흔드는 이런 단순한 동작에 환장해 반복할 리 없겠지.
인간은 원래 그런 거니까 광해도 그러할 뿐이다.
“그게 네 삶의 의미냐? 삶의 가치고?”
“누군가 정했다느니 원래 그렇게 설계되었다느니 뭐 그런 건 아닙니다. 그저 제가 그러고 싶어진 겁니다.”
“음. 알았다.”
“예. 에? 하읏.”
다시 예서의 몸에 진입했다.
“아기를 낳게 해주마.”
“감사하읏. 핫. 합니다.”
“그래. 많이 감사하게 해줄게.”
마력의 보조를 받은 광해는 강력하다.
소유키는 예쁘다.
객관적으로 예서가 보통 사람들 중에서 예쁜 편이라면 소유키는 멀리서도 눈이 돌아가는 미녀다.
그런 미녀가 흐트러진 몸으로 누워있다.
느끼는 감정은 똑같다.
예서보다 예쁘지만 고추 끝이 왔다 갔다 하며 받는 쾌감은 똑같다.
많은 여자를 만나고 새로운 여자에게 끌리고 많은 감정소모 끝에 느낀 바는 모든 여자가 똑같이 즐겁다는 허무한 결말이다.
그래서 이제는 마음을 보게 된다.
생식기의 콩깍지에서 벗어나자 사람의 마음이 보이게 된 것이다.
육체적 쾌락이 똑같으니 광해는 인연을 늘리지 않고 있다.
“너도 아기를 갖고 싶으냐?”
“우음. 생기면 좋을 것 같습니다.”
소유키도 이런 생각을 하는지 몰랐다.
소유키를 잠시 보고 있으니 물결에 흔들리는 선실에 맞춰 몸을 좌우로 살살 흔들고 있다.
전에 먹은 삼겹살고추장구이 먹고 싶다 - 48
머릿속엔 매우 부담 없는 소망이 자리하고 있고.
“그래. 아기를 갖게 해주마.”
“감사합니다. 광핸님.”
소유키가 살짝 웃으며 인사했다.
몸을 살짝살짝 흔들면서.
박자 맞춰 몸을 흔드는 클럽녀같다.
왕에게 무례하지 않으면서도 왕 앞에서 긴장하지 않는 아이.
소유키의 옆에 누우면서 얼굴을 쓰다듬었다.
소유키는 몸을 옆으로 세우며 광해의 등을 쓰다듬었고, 상체를 살짝 붙이면서 분홍빛 젖꼭지를 광해의 가슴에 살짝 닿게 했다.
요망한 것.
“네 삶의 의미는 뭐지?”
“움... 제 삶의 의미 물으신다면... 모르겠습니다.”
“그럼 네 삶의 가치? 목표? 이런 건?”
“행복했음 좋겠습니다.”
“구체적인 행복은?”
“어... 엄마 만나 안고 잘 때 행복하고, 맛있는 거 먹으면 행복하고, 전에 먹은 고추장 불고기가 너무 좋았고... 또 광해님이 이렇게 좋아해 주시는 게 좋습니다. 광해님 품에 안겨 잘 때 행복합니다.”
“그런 거 말고 네 욕심은 없느냐? 이런 걸 얻고 싶다 뭐 이런 거.”
“움...... 없는 것 같습니다.”
안다. 그런 소망이 안 생기는 걸 보니.
“딱 오늘만 행복하면 되는 거냐? 네 삶의 의미는?”
“어...... 제 삶의 의미는...... 광해님이 행복했음 좋겠습니다.”
“그게 네 삶의 의미라고?”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 소망은 한 번도 안 보였는데.
소유키가 거짓말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나빠졌다.
광해의 표정변화를 느꼈는지 소유키가 몸을 굴려 광해의 위로 올라타며 겹쳐 눕는다.
예서는 하지 못하는 무례한 행동.
이지만 부드러운 살결이 전신에 닿아 기분을 좋게 해준다.
“저는...... 에. 표현이 제대로 될지 모르겠는데...... 생각을 두 번 합니다. 광해님은 내게 뭘 원할까. 광해님이 지금 원하는 걸 내가 할 수 있을까. 그런 식으로 생각을 반복했습니다.”
“두 번이나 생각한다고?”
생각이란 게 아예 없는 줄 알았는데.
“광해님이 떨어지라 하면서도 사실은 누군가 안겨줬으면 할 거 같으면 안기려고 합니다. 여자를 안고 싶어 하는 것 같으면 달려가 붙습니다. 머릿속이 복잡해서 진지한 고민을 하고 계시면 조용히 가만있고...... 특별한 걸 드시고 싶어 하면 준비해보려고 합니다.”
무슨 말을 하는 지 알 것 같다.
소유키는 광해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
표정도 행동도.
유학자들이 보기에 무례하고 예의 없는 야만인이겠지만, 소유키는 가장 편한 여자다.
“그런 게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남의 생각을 읽는 능력이 있는 거냐?”
광해의 물음에 소유키가 활짝 웃으며 얼굴을 붙여왔다.
다가온 소유키는 숨 막히게 멋진 미녀였다.
“계속 광해님만 생각해서 가능한 것 같습니다. 아니 사실 광해님이 좀 단순한 면도 있고. 그냥 계속 보니 광해님 생각이 보여서. 사실 광해님이 감정을 닫고 사셔서 겉에 보이는 생각은 매우 단순하십니다. 에헤헤.”
황제에게 이런 무례한 말을.
“요망한 것. 혼나야겠어.”
“꺄아아. 광핸님. 핸님.”
소유키를 눕혀 다리를 벌리니 소유키가 가볍게 앙탈하면서 받아들인다.
소유키가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아마도 내가 편하고 연인 같은 관계를 원한다는 거겠지.
황제와 후궁, 황제와 백성이라는 계급에 지치기도 했다.
시키는 대로 하는 여자에게 매력을 잃었고, 실수할까봐 겁먹는 여자에게 짜증이 난다.
소유키는 광해도 몰랐던 내심을 알고 그에 맞춰 편하게 해 주었다.
소유키는 객관적으로 봐도 예쁜 여자다.
우성 유전자를 받았는지 돌연변이인지 팔다리가 길고 가슴은 크고 허리는 좁고 피부는 깨끗하다.
얼굴은 작고 눈코입은 또렷해 누가 봐도 미녀다.
하지만 오래 관계하고 나면 객관적 외모보단 그 사람의 이미지가 눈에 덧씌워진다.
그리고 소유키는 주관적으로 보면 미모보다 훨씬 멋진 여자다.
“네 욕심은?”
“하읏. 몰라요.”
“네가 원하는 건 없느냐?”
“하읏. 더. 더. 많이 해주세요.”
목소리도 예쁘다.
그리고 이런 멋진 여자의 삶이 안타깝다.
“나를 빼고 말해봐라. 내 행복을 바라는 너 말고 그냥 홀로 있을 네가 원하는 건?”
“어... 흣. 어흣... 몰라요.”
더 말 시키지 않고 행위에 집중했다.
엉덩이를 뒤로 빼 고추를 살짝 뺐다가 엉덩이를 앞으로 밀어 고추를 깊게 집어넣는다.
남자가 엉덩이로 말을 하면 여자는 들어올 때 느끼는 쾌감을 목소리로 표현한다.
이걸 반복하면 고추의 쾌감이 차분히 올라가고 여자는 목소리로 올라가는 쾌감을 표현하다가 절정에 닿는다.
꾸며내지 않은 절정.
소유키는 광해를 위해 살지만 자기 행복도 챙기고 있다.
또 흐트러진 소유키 곁에 누워 한참을 안고 있었다.
소유키의 뜨거운 숨이 겨드랑이와 옆구리 사이를 데운다.
“이제 물어보마. 날 빼고 생각해봐. 네가 원하는 게 있느냐?”
“에...... 귀여웠으면 좋겠어요.”
“응?”
“구름이 너무 커서 안 귀여워요. 아기 때의 구름이처럼 귀여운 것이 세상에 가득했음 좋겠어요. 새끼고양이, 아기 구름이, 잠든 아기... 뭐 그런 게 가득한 세상에서 맛있는 거 먹으면서 놀고 싶어요.”
초딩의 인형극 동산 같은 걸 상상하는 건가.
“그런 거 말고 네 삶이 원하는 게 있을 거 아니냐.”
“에...... 모르겠어요. 있어야 하나요?”
“아니다. 그냥 이대로 살아도 된다.”
거창하게 인생의 목표니 죽은 후에 남겨진 자신의 명성 같은 거 생각하지 않고 살아도 인생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 작가의말
손님 끌려고 쓴 건 아니고요...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썼어요...
호객행위하려면 글초반에 올렸겠죠...
하루 한편씩 보면 뜬금없을 것 같지만 주루룩 이어본다면 자연스러운 파트일거 같아요오...
수위를 넘었거나 부적절한 문장이 있다면 지적 비난 신고 해주세요 고칠게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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