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 종교간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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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지역이 박살났지만, 황제가 수습할 일은 끝났다.
방향을 정해줬으니 허균과 관료들이 할 일이다.
광해는 지브롤터로 복귀했다.
그오오오오~
유럽은 여전히 붉은 좀비 바이러스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탈리아와 스위스 등 공산주의가 확장된 곳에서 쇠지팡이와 석회석을 짊어진 새로운 좀비가 오고 있다.
“모래사장에 이름을 적어라. 천국 명부에 기록될 것이다!”
그오오오~
유럽인들이 가져온 석회석은 댐이 되어 지브롤터 해협 중앙으로 전진해 나간다.
여기서 사람의 욕심이 등장한다.
“나는 세번 왔다~ 세번~”
왜 인지 경쟁이 붙었다.
여러 번 오는 이가 생겼다.
“여러 번 수송하면 천국에 더 오래 머물 수 있다!”
여러 번 오도록 장려한다.
댐의 최종 목표까지 석회석 10억 톤이 필요하다.
유럽의 인구가 1억명이라 치면 일인당 10톤씩 가져와야 하는데 한 번씩 와서는 택도 없이 부족하다.
장려해야 한다.
“가족의 이름을 적으면 가족 또한 천국 명부에 적힐 것이다!”
대필 또한 장려한다.
가족을 생각한 좀비가 여러 번 방문한다.
“도적이 기승을 부린다고 합니다. 지브롤터 근처에서 순례객을 습격해 석회와 쇠지팡이를 훔쳐 가져온다 합니다.”
인근 귀족이 하소연하듯 보고했다.
“심지어 판매상도 등장했습니다.”
지브롤터까지 가져온 석회와 쇠지팡이를 뺏어서 파는데 잘 팔린다고 한다.
마라톤을 완주하는 게 아니라 결승선 부근에서 달려온 이를 때려눕히고 대신 통과하는 격.
사람의 범죄란 언제나 상상치 못할 범주에서 일어난다.
덕분에 지브롤터와 가까운 스페인 영지에서 도적떼가 기승을 부렸고, 죽고 버려진 시체가 으슥한 곳을 가득 채웠다.
그놈의 천국이 뭐라고.
“본인 스스로 가져와야 한다. 남의 것을 뺏거나 사오면 지옥에 떨어진다. 처음부터 직접 준비해 와야만 천국에 갈 수 있다. 대필은 가족만 가능하다.”
열심히 떠들고 있지만, 이런다고 도적이나 상인을 막을 수 없다.
애초에 유럽을 병들게 하려고 댐을 만드는 것이니 이러나저러나 유럽이 쓸데없는 짓에 힘을 쏟아 부어 약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10억톤...... 역시 무리군.”
“그러게 말이야.”
지브롤터로 온 광해와 모현성이 진행도를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석회석 10억톤은 아무리 계산해도 무리다.
“지구인 모두 힘을 합쳐야겠어.”
“어떻게?”
“현 인류 최대의 종교를 끌어들이자.”
광해는 오스만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니예에 다녀왔다.
“경쟁이다!”
“가톨릭은 북에서 남으로!”
“이슬람은 남에서 북으로!”
경쟁은 역시 붙여야 제 맛.
중동과 북아프리카, 동유럽, 멀리는 동남아시아까지 널리 퍼진 이슬람의 세력은 가톨릭의 인구수를 가볍게 추월한다.
그들의 코란을 대충 읽고 그들의 신이 말한 척 했다.
사후 세계는 모든 종교의 보편적 약속이며 이용해먹기 딱 좋다.
“우리가 더 많이 해내면 가톨릭을 천국에서 몰아내고 우리에게 몽땅 주신다 한다.”
현재의 영토가 아닌 사후세계의 영토를 약속했다.
이슬람의 절반을 차지한 오스만에선 당연히 이 말을 믿었고, 오스만과 경쟁상태인 이란 등 중동 지역에서도 오스만의 너그러운 제의를 받아들였다.
그들의 지도자들이 먼저 지브롤터에 방문해 광해의 기적을 눈으로 보았고, 가톨릭 놈들을 이겨내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믿었다.
“종파간의 분쟁을 멈추겠소.”
“석회석과 쇠지팡이? 수천 수만개 만들어 주마.”
“우린 멀기에 배를 써도 된다 하였소.”
“가톨릭 놈들을 천국에서 쫓아냅시다!”
북아프리카와 동지중해 연안까지 이슬람 신도들이 들고 오면 오스만 제국이 배로 수송해주었다.
천국행 토목공사.
이제는 두 종교계의 자존심 싸움이 되었다.
지브롤터 남쪽과 북쪽에 두개의 야적장이 생겼다.
가톨릭이 쌓아두는 야적장과 이슬람교가 쌓는 야적장.
광해는 해협의 남북을 오가며 댐을 건설했다.
양측에서 중앙을 향해 전진해 만나게 되면 댐이 완성된다.
“크흑. 우린 시작이 늦었지만, 할 수 있다!”
“이슬람 놈들이 댐을 완성하면 우린 천국을 빼앗긴다!”
“힘을 내! 우린 역전할 수 있어!”
“우선 도적부터 몰아내자구!”
경쟁심을 부추기기 위해 전광판도 만들었다.
모현성의 지시로 만들어진 거대한 벽에 매일 숫자가 적힌다.
“캬하하! 앞서나간다!”
“아니! 역전당했다! 이슬람이 수송한 양이 더 많대!”
두 세력이 아슬아슬 비슷하게 수송한 것처럼 적으며 매일 엎치락뒤치락 역전하는 것처럼 꾸몄다.
경쟁의 힘은 대단하다.
“식량 보급을 개선하라!”
“도적을 잡고 중간에서 빼앗아 파는 상인을 죽여라!”
“수레를! 모든 말과 수레를 징발하라.”
개인 단위였던 순례가 국가단위로 확장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석회석 광산과 지브롤터 사이에 수레의 행렬이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대단하군.”
“역시 경쟁의 힘. 우리 중고생이 당하듯 똑같이 선동했더니.”
광해가 모현성의 계략에 감탄하며 바다를 보고 있을 때였다.
“비켜라 노란 원숭이!”
들리는 건 프랑스 말이었다.
멀리 귀족들 한 떼가 막무가내로 밀고 오고 있고, 간삼을 비롯한 호위가 길을 막고 있다.
소란이 일자 모현성도 고개를 돌렸다.
“뭐라는 거야?”
“프랑스 말이네. 자기네 왕이 왔으니 나에게 안내하라는군. 노란원숭이 어쩌고 하면서.”
“노란원숭이라......”
모현성이 자기 팔뚝을 내밀었다.
선크림을 만들지 못했기에 햇볕에 그을린 구리빛 피부가 눈앞에 있었다.
“내가 항상 느끼는 건데. 유럽인종은 다 같이 색맹일까?”
“응?”
“왜 아시아를 노랗다고 하지? 우린 노란색에 빨강이 섞인 구리색에 좀 더 가깝잖아. 오히려 유럽인종의 피부가 노란색에 더 가깝지 않아?”
“그런가. 그러고 보니.”
노란색은 유럽인들의 피부색이네.
“노란 색맹들.”
유럽인들은 색깔을 구분할 수 없는 유전자를 타고났나보다.
불쌍해라.
소란을 일으킨 노란 색맹들을 불렀다.
간삼은 대칸이 직접 나서자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웬일인가.”
“당신이 이들의 왕인가?”
멋들어진 콧수염을 기른 귀족이 물었다.
광해는 굳이 상대하기 귀찮았다.
“황제에게 건방지구나. 내 명예가 손상되었다. 결투재판을 신청한다.”
결투재판.
귀족 간 의견 차이가 생길 경우 결투로 해결하는 유럽의 유서 깊은 분쟁해결 방식.
결투에서 승리한 이가 옳고, 결투에서 패한 이는 그르다.
“엇 잠깐!”
하고 소리치는 귀족에게 장갑을 벗어 던졌다.
아다만티움 철사가 감겨있는 장갑인데, 던지다보니 철사가 펴졌다.
표표표표푯!
귀족의 몸에 200여개의 철사가 박혔다.
“무슨짓이냐?”
“우린 대 프랑스 왕국의 사절이다!”
“네놈들의 태도도 내 명예에 상처를 주었다. 결투다.”
염동력으로 가져온 장갑을 재차 던졌다.
철사가 펴진 장갑이 염동력에 의해 날면서 입을 연 귀족들을 찔렸다.
표표표표푯!
쀼슝. 뿌슝.
삽시간에 10여명의 귀족이 죽었다.
“결투재판에서 이겼으니 나의 정당함을 주님께서 인정하셨다.”
참 깔끔하다.
증거를 모으고, 증언을 구해 판사 앞에서 판결 받는 복잡한 과정 따위 필요 없다.
결투에서 승리하면 그게 주의 뜻이다.
유럽의 노란색맹들은 참 편리한 제도를 갖추었다.
“주께 버림받은 옳지 못한 시체들은 치워라. 그래. 어인일인고?”
광해의 말에 프랑스 귀족들이 웅성거리다가 한 소년을 앞으로 밀었다.
입을 열면 장갑을 던져 죽이니 아이를 앞세운 것이다.
“그... 저... 왕이십니까?”
“그렇다.”
“나는 루이 13세를 뒤이어 프랑스와 나바라의 왕위에 오른 가스통 드 오를레앙이라 합니다.”
가스통의 목소리는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갑자기 왕이 되었고,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왜 왔는지도 모른다.
광해가 조용히 지켜보자 뒤에 있던 귀족들이 조심히 와서 귓속말을 했다.
“그...... 프랑스를 어지럽히고 다니는 폭도들을 멈춰주십시오.”
“그걸 왜 나에게 말하지? 프랑스를 지나는 건 신성로마제국의 농민들 아닌가?”
그러게요... 하는 표정으로 열세 살 가스통이 뒤를 바라봤다.
귀족들은 시선을 피했다.
“왜 나한테 생떼를 쓰는 지 기분이 나빠졌다. 명예가 손상된 기분이다.”
광해가 재차 장갑을 벗어 던졌다.
“흐아아아~”
가스통이 놀라 비명을 지르는 것과 달리 장갑은 팔랑팔랑 날아가 사뿐히 떨어졌다.
“넌 어리니 대전사를 내라. 누굴 지목할건가?”
광해의 말에 가스통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대전사!
가스통은 자신이 여기에 오도록 강요하던 내무대신을 쏘아봤다.
“흐어. 전하. 저는.”
“모든 귀족은 기사라더군.”
광해가 검을 뽑으려 하자 간삼이 나섰다.
“말은 못 알아들었지만 결투인 듯 하옵니다. 소장이 나서도 되겠사옵니까?”
광해는 간삼의 간절한 표정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저자와 결투를 벌여 죽여라.”
간삼은 호위별장의 기본무장인 환도를 뽑아들었다.
“검을 뽑아라.”
“나는... 나는 기사가 아니라......”
“내가 듣기로 모든 귀족은 명예로운 기사라더니 거짓말이었나보군.”
간삼의 말을 통역에게 전해들은 프랑스 귀족들은 내무대신을 쏘아봤고 결국 주저하며 검을 뽑아들었다.
촤악!
그는 간삼의 한합을 막지 못해 가슴이 갈라져 죽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노란 원숭이 운운하던 놈은 누구지? 내 명예가 상처를 입었다.”
광해가 묻자 귀족들의 시선이 한곳에 쏠렸고, 다시 결투재판이 열렸다.
간삼은 재판에 승리했다.
승자는 결백하며 무고하고, 죽은 패자는 죄인이다.
참 깔끔하군.
“아이야. 또 널 괴롭히는 이가 있느냐?”
“어...... 없습니다.”
시체를 보고 하얗게 질린 가스통이 더듬더듬 대답했다.
“그래. 그럼 여기 왜 왔지?”
“저......치들이 오자고 해서 왔습니다만......”
“그럼 돌아갈래?”
“아닙니다. 부탁할게 있습니다.”
“뭔데?”
“살길을 열어주십시오.”
파리와 낭트 등 대도시 몇 군데를 제외하곤 다 털렸다.
프랑스 전역은 평준화되어 기사와 귀족이 죽었고, 이 나라의 행정력은 도시 밖을 못 벗어나고 있다.
가스통은 어쩌다보니 왕이 되었지만, 어느정도 지식은 있었다.
이대론 나라가 망한다.
“그래. 그렇다면 너희 프랑스의 힘을 보여라. 순례객들에게 최대한 식량을 제공하고, 모든 석회석 광산을 찾아 최대한 채굴하고, 모든 철을 모아 쇠막대로 만들어라. 그리하면 페르난디트 2세가 아무 조건 없이 너와 네 신하들에게 성직자 직위를 내릴 것이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가스통은 싱글벙글하며 물러났다.
곰곰히 뜯어보면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데.
페르난디트가 성직자로 임명해 줄리 없으나 광해가 임명해주면 프랑스 왕의 기득권은 유지하는 게 되겠지.
지금 작위만 유지해도 만족인 건지도.
“프랑스도 넘어왔네.”
“거의 끝났군.”
지켜보고 있던 모현성이 다가왔다.
신성로마제국과 스페인에 이어 프랑스도 국왕이 공산주의를 받아들였다.
신실한 주님의 종 페르난디트 2세는 아직도 네덜란드를 정복하지 못해 빌빌대고 있으니 이제 네덜란드를 제외한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 공산주의가 퍼졌다.
그리고.
“폴리왕국 남부에 공산주의가 퍼졌다 합니다.”
붉은 바람은 동유럽까지 확대되었다.
신성로마제국 연락병의 보고를 받은 모현성이 자리를 옮겨 지도를 펼쳤다.
폴란드-리투아니아 왕국.
신성로마제국 동쪽에 위치한 신성로마제국보다 2배 대국.
그 남쪽이면......
모현성이 지도에 동그라미를 치고는 광해를 바라봤다.
“형.”
“어?”
“여기 우리가 먹자.”
“응?”
모현성의 제안에 광해는 지도를 바라봤다.
흑해 북쪽에 위치한 땅.
오스만과 신성로마제국, 폴란드, 러시아에 둘러싸인 평야.
“여기 지키기 힘들 것 같은데. 산맥도 없고, 굳이 먹을 필요가 있나? 원래 계획이 어디까지지?”
광해의 말에 모현성이 길게 선을 그었다.
몽골에서 서쪽으로 쭉 연장해 카스피해와 닿는 곳까지가 본래 확장 계획이다.
과거의 초원길을 따라 선로를 연장하고, 선로 기준으로 북쪽만 차지하는 칸국의 확장 계획.
인구가 적기에 부담 없이 삼킬 수 있는 땅이다.
“카스피해 북쪽에서 서쪽으로 천 킬로만 더 연장하면 돼. 여기까지만 먹자.”
“먹는 건 상관없는데 지킬 수 있냐? 꼭 먹어야 할 이유가 있어?”
방어가 어렵고 인구가 많아 동화시키기 어렵다.
주변에 강한 세력도 많기에 기술을 보호하기도 힘들다.
지금까지 행한 확장기준에 어긋난다.
“먹으면 엄청 좋지. 여기가 우크라이나거든.”
“어...... 너 혹시 우크라이나 공주 얻으려고 지랄하는 거냐?”
광해는 말문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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