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 위화도 대첩4
순도 100% 픽션입니다
광해포, 이제 광해일포로 불리게 된 포는 압록강 하구에서 적의 수송대를 괴멸시켰다.
길이 120티(cm), 무게 600근, 구경 150미(mm) 포탄에 사거리는 1000~1300보다.
광해이포는 전혀 다른 포다.
시위현장의 빨간 확성기와 모양과 크기가 비슷하다.
모래마대로 후면과 윗면을 눌러 고정시킨 후 미리 포장한 화약종이를 넣고, 그 앞에 미리 포장한 쇠구슬 탄약을 넣고, 심지를 꽂아 불을 붙인다.
콰아앙!
수백발의 쇠구슬이 나팔범위로 퍼져나간다.
최대살상거리는 고작 50보.
거의 근접한 적병의 절반가량이 쓰러진다.
그 후 곧장 화약종이와 쇠구슬을 넣고 심지를 꽂아 불을 붙인다.
콰아앙!
적이 전멸했다.
재장전 시간은 고작 5초 걸렸다.
조총의 사거리는 고작 50~100보다.
게다가 약실을 청소해야 하니 재장전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렇다면 굳이 그대로 쓸 필요가 있나.
광해 이포의 약실을 강철로 두껍게 만들었기에 폭발하지도 않는다.
짧은 약실에 화약주머니를 넣고 수군이 쓰는 조란탄을 앞에 넣으면 조총 수십 발을 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광해이포는 화포라기보단 산탄총과 클레이모어를 결합한 형태의 신무기다.
모양이 단순해 고장 나지도 않고 만들기도 편한 산탄총.
재장전 시간이 짧기에 광해이포 하나가 조총 200정과 같은 화력을 낸다.
“전 부대. 광해이포로 싸운다.”
조총사격을 하던 모든 여인이 광해이포로 무장을 바꿨다.
모래마대에 파묻힌 포 머리에 화약을 넣고 쏘기를 반복한다.
미리 각도를 맞춰놨기에 쇠구슬이 정해진 지역을 휩쓴다.
콰앙. 쾅!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피보라가 피어오른다.
보이지 않는 조총에 한두 명이 죽을 때보다 수십 명씩 동시에 쓰러지는 게 더 큰 공포를 준다.
8산맥, 9산맥.
시체의 산맥은 열 줄이 되었다.
철조망을 십보마다 설치했으니 이제 적이 코앞까지 왔다.
시체의 산은 끔찍하지만 그 덕에 시체 뒤쪽은 안전해졌고, 돌 밑에 물고기가 숨듯 병사들이 모여 버티고 있다.
“돌격. 돌격하라! 조선 국왕만 잡으면 끝난다!”
초전에 두송이 죽은 후 중군을 이어 맡은 왕선이 미친 듯이 소리 질렀다.
“장군......”
“돌격하라!”
“장군!”
“뭣이냐!”
“끝났습니다. 없습니다.”
“뭐?”
왕선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
200명씩 250줄.
오만 대군이 전부 투입되었다.
전부 투입되었고, 도망간 병사도 없었다.
그런데 뒤에 아무도 없다.
“저기 저저 시체 뒤에 있지 않느냐!”
시체 띠마다 숨어있는 병사들. 냇물처럼 흐르는 핏물을 온몸에 발라 죽은척하는 병사들. 총탄에 팔다리를 맞아 꿈틀대는 병사들.
“저것들이 있지 않느냐? 저들을 돌격시키면 된다. 고통을 참고 달려가면 된다. 조선 국왕만 잡으면 승리다!”
“저들을 움직일 방법이 없습니다. 눈앞에서 아내와 딸이 강간당하지 않는 한 움직이지 않을 것입니다.”
안다.
이미 무기를 놓고 엎드린 병사들은 다시 일어설 수 없다.
“좌우 군을 불러라. 조선왕이 코앞이다. 화약도 다 떨어졌을 것이다. 일만씩만 부르면......”
“장군. 그들도 이미...”
그제야 시선을 돌리니 압록강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의주 남쪽 언덕 위 이덕형이 특별 초대한 인사들이 모여 있었다.
모용세가 가주 모용황.
백련교 교주 한세창.
그 외 소수민족 대표 서른 명.
중원 유력 군벌 인사 열 명.
세 달 전 명나라와의 전쟁이 확정되자 이덕형은 자신이 공작하던 모든 인사에게 서신을 보냈다.
-조선과 명국의 전쟁이 벌어지오. 천명을 묻는 이 전투에 귀하를 초대하오. 와서 참관하겠다면 배를 보내 드리겠소. 본인이 아니라 수하나 세작을 보내도 되오. 안전을 보장할 것이며 향후 정세를 살피는데 지극한 도움이 되리라 믿소.
서신을 받은 인사들 대부분은 믿을만한 수하를 보냈다.
대범하게 대표가 직접 온 이는 열 명이 채 안되었다.
인질이 될지 모를 두려움을 참고 모인 이들은 의주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조선군의 준비태세를 관찰할 수 있었다.
드디어 시작된 압록강 하구 수송대 전투를 지켜봤고, 지금 위화도 전투를 언덕위에서 보고 있다.
콰콰쾅! 콰쾅
시체의 산을 쌓으며 전진하던 명군은 참호 사십보 앞에서 더 이상 전진하지 못했다.
광해이포의 화력은 충격적이었다.
언덕뿐 아니라 의주강변 전역에서 광해이포가 불을 뿜는다.
병사 세 명이 조총 삼백정의 화력을 낸다.
명군은 적의 코앞까지 와서 사격을 하지도, 진격을 하지도 못한 채 우수수 쓰러졌다.
좌군, 우군, 거기다 언덕위의 광해까지.
어디에서도 조선군의 희생을 찾을 수 없었다.
전율.
돌격한 십오만 대군이 순식간에 녹는다.
이건 전투가 아니다.
달리다 죽고, 달리다 죽고.
징집병이 아닌 도독부의 훈련받은 병사들이 녹아 없어지고 있다.
“조선은...... 절대 적대하면 아니 된다.”
모용황의 중얼거림에 다들 소름 돋은 목을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선은 자신들을 인질로 잡을 리 없다.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누르하치는 기병을 집결시켰다.
말이라는 것은 인간처럼 똘똘 뭉치는 성격이 아니다.
적당히 거리를 줘야지 억지로 뭉치게 하면 서로 부딪치고 기수의 무릎을 깨먹는다.
그래서 좀 늦었다.
십오만 대군이 돌격하는 바람이 흙먼지가 잔뜩 피어올랐고, 덕분에 더 늦었다.
사실 일부러 시간을 끌었다.
누르하치는 아직 노선을 정하지 못했다.
‘조선이 강하다면 명을 도와 조선을 친다. 명이 강하다면 조선을 도와 명을 친다. 둘이 비등비등하다면 지켜보다가 조선의 손을 잡는다.’
누르하치 생각에 조선이 이길 가능성은 적었다.
그래서 지휘사사 양호가 있는 후군 주위에 기마를 모아뒀다.
명군이 유리해질 때 양호를 죽여 명군을 쓸어버릴 생각이었다.
“총병사의 명이오. 당장 진격하라 하시오.”
“용호장군. 당장 중군을 도우라 하시오.”
“지휘사사의 마지막 명이오. 당장 적 좌익을 공격하지 않는다면 포격이 있을 것이오.”
무려 세 번의 재촉이 올 때까지 누르하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기마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말로 시간을 때웠다.
그러면서 전장을 봤다.
흙먼지. 흰 연기. 화약소리.
도무지 어디가 유리한지 알 수가 없다.
그러다 한순간.
언덕 위 빨간 옷이 보였다.
광해가 건제하다.
믿기지 않지만 중군은 거의 다 죽었고, 언덕 아래 수천 궁병이 여전히 활을 쏘는데 광해는 언덕위에 오연히 서 있다.
누르하치는 즉시 명령을 내렸다.
“다이샨에게 공격하라 해.”
파발마가 뒤로 빠질 때 누르하치가 소리쳤다.
“공격! 대명제국을 위하여~”
무패의 만주기마가 달리기 시작했다.
만이천기의 기병이 일제히 돌격을 했다.
“형도 알겠지만 난 왼손잡이야.”
모현성의 뜬금없는 말에 광해는 이 새끼가 또 뭔 헛소리를 하려나 싶어 지켜봤다.
“그래서 난 군대에 갈 수 없었어. 젓가락질도 글쓰기도 똥 닦는 것도 다 허용되지만 군대만은 아직 왼손잡이에게 허용되지 않았지.”
역시나 헛소리였다.
“모든 병사가 왼손에 방패를 들고 왼쪽 어깨를 앞으로 내민 채 전진해. 적과 마주치면 주팔인 오른손의 검으로 적을 찌르지. 그런데 나만 왼손잡이면 난 제대로 싸우지 못하잖아. 기마궁시도 그래. 다들 왼손에 활을 들고 오른손으로 시위를 당겨. 이러면 자연스레 왼쪽을 향해 쏘게 되지. 그런데 난 왼손잡이라서 그게 안 되잖아. 그래서 난 국가를 위해 군대를 포기했지.”
“지랄 쌉하고 있네. 군대 가기 싫어서 방산노예한 주제에.”
“어쨌든 말이야. 이 시대 군대는 모두 오른손잡이야. 특히 활을 쓰는 만주 기마는 당연히 오른손잡이고. 그렇기 때문에 적을 만나면 반드시 우측으로 진입해.”
모현성은 헛소리를 마무리하며 지도를 짚었다.
함정이 준비된 언덕너머 의주의 서쪽.
“만주기마가 달려온다면 여기 또는 여기야. 그래서 화약을 묻어뒀지.”
“거기로 안 오면?”
“피해는 생길지언정 지진 않겠지. 그럼 화약 파내서 쓰면 되는 거고. 준비해둔 거니까 어쨌든 위치 기억해놔.”
“어.”
지도상의 위치를 기억해뒀고, 언덕으로 이동하면서 실제 위치를 확인했다.
광해는 거리를 가름하며 멀리서 달려오는 기마를 봤다.
압록강 북안을 지난 기마대가 무서운 속도로 돌진한다.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고, 누런 연기가 두 갈래로 갈라졌다.
하나는 광해의 부대를 향해, 하나는 강 건너 의주를 향해.
그들이 달리는 속도를 가름한 광해가 소리쳤다.
“포격중지. 숨어라. 장전만 해놓고 몸을 감춰라.”
정면의 적은 눈에 띠게 줄었고, 언덕 아래 궁병의 화살도 뜸해졌다.
강 너머 적병들은 반 이상 살아있지만, 돌진에 힘이 없다.
이제 마지막 전투다.
광해는 두 손으로 빠르게 마법진을 그렸다.
수천기의 기마가 오르막 서쪽에 붙어 달린다.
시체의 띠를 뛰어넘고, 죽은 척 엎드린 병사들을 밟으며 달린다.
100보. 90보. 80보.
“파이어필드.”
10보 크기의 원으로 된 불이 일어났다.
화르륵.
뒤이어.
콰아아앙 콰콰콰콰쾅.
엄청난 양의 화약이 터졌다.
히히히힝!
이십여기의 말이 폭사하고 근처의 기마 수십기가 발을 들고 추락했다.
매설한 화약은 그 정도 피해밖에 주지 못했다.
대신 뒤따르던 말들이 놀라 흩어졌다.
“파이어 필드.”
이번엔 강 건너 의주 쪽이다.
이번에도 적 기마는 정확히 화약을 매설한 곳 위를 지나갔다.
콰아아앙 콰콰콰콰쾅.
선두 이백여기는 지나쳤고 뒤따르던 수십 기가 폭사했다.
그 뒤의 기마는 놀라 통제를 잃었다.
기마의 일제돌격을 막았고, 속도가 줄었다.
두두두두두두.
화약소리의 여운이 잠기기도 전에 곽재우가 있는 본영에서 북이 울렸다.
그리고 나타나는 초원기사단.
의주 서쪽에서 나타난 이만기의 기병은 폭음에 놀란 말이 진정되기도 전에 만주기마를 덮쳤다.
“에고고. 죽겠다. 드디어 써먹네.”
모현성이 허리를 두드리며 광해 옆으로 와 한마디 했다.
“이름만 거창한 초원기사단. 3년만인가. 3년 동안 훈련만 죽어라 하다가 처음 전투하는군. 그동안 들어간 돈 생각하면.”
정충신이 고생하는 거 아니었으면 진작 돈 끊었다.
“어헛. 형. 평화를 원한다면 군대에 돈을 쓰라. 그 돈은 절대 아까운 게 아니야.”
모현성은 전투의 끝을 느꼈는지 가벼운 농담을 했다.
광해도 이미 알고 있기에 말리지 않았다.
“그보다 좀 애석하군.”
“뭐가?”
“누르하치.”
“우릴 못 믿었겠지. 이렇게 된 이상 같이 쓸어버리자고.”
“음.”
누르하치는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민족을 불구덩이에 쳐 넣었다.
두둥. 두둥. 두둥. 두둥.
진격한 순간부터 멈추지 않던 명군의 전고가 리듬을 바꿨다. 뒤이어 파발마가 뛰어다녔다.
“퇴각하라. 전군 퇴각!”
“퇴각하라신다!”
“요동 좌도독은 적 기병을 막아라.”
아직 절반 이상의 부대가 생존한 좌군과 우군이 압록강을 건너 북쪽으로 후퇴했다.
처참한 피해를 본 중군은 죽은 척 엎드려 있던 수천여명만 살아남아 정신없이 달렸다.
정충신의 초원기사단은 전원 궁기병이다.
만주기마와 싸우며 꾸준히 화살을 쏘는 그들은 강을 건너온 적 보병을 마음껏 밟고 다녔다.
뒤늦게 병력을 수습한 만주족은 뒤를 막으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건성이었다.
누르하치는 이길 수 없는 전투에 목숨을 걸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
흩어진 기마를 모으며 천천히 물러설 뿐이었다.
“음.”
후퇴하는 병사들과 기마가 일으킨 어지러운 흙먼지 속에서 누르하치를 찾던 광해는 갑자기 마법진을 그렸다.
“전원 숨어라. 머리 내밀지 마.”
콰콰콰쾅!
다행히 소리가 먼저 온다.
포성과 동시에 광해의 마법진이 완성되었다.
쿵. 투웅. 통.
수백발의 화포 중 십여 발이 방어마법에 맞아 튕겼다.
마법진이 조금만 늦었다면 수십 명이 죽었을 것이다.
“와우 어떻게 알았어?”
모현성이 깜짝 놀라 물었다.
“전투 내내 화포를 쏘지 못했지. 서로 엉켜 있으니 쏠 수 없었겠지. 그럼 지금이라도 퇴각을 돕기 위해 쏴야지. 당연히 표적은 나일 테고. 어차피 화포는 노획당할 테니까 화약을 다 쓰고 싶을 테고.”
반 쯤 감으로 마법진을 그렸지만 다행히 늦지 않았다.
조준에서 벗어난 일부 포탄은 명군을 맞췄지만, 어지러운 흙먼지가 사기 저하를 막아줬다.
아니 더 이상 떨어질 사기도 없다.
동료의 시체를 밟고 돌격했다가 그 시체를 다시 밟고 돌아가는 병사들의 정신력은 이미 바닥이다.
조금이라도 빨리 도주하고자 조총이며 창이며 모든 무기를 내팽개친 병사가 절반 이상이다.
“추격하라. 감히 아국을 침범한 적을 주살하라.”
의주 쪽 방어선을 유지하던 병사 삼만 명이 전진을 시작했다.
창병이 만 오천 이고 조총병이 일만이다. 여기에 광해이포를 든 병사가 오천 명이다.
둘이 들어 옮길 수 있는 가벼운 무게.
이것이 광해이포의 가장 큰 장점이다.
- 작가의말
60화 전부터 준비한 전투를 이제야 했네요
전투가 앞도적으로 보인건 2년 준비해서 그런겁니다
광해이포는 창작입니다
앞서 적었듯 이 시기 해전에서 화포를 아무리 쏴도 목조선이 가라앉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조란탄에 의한 갑판 피해가 많았고, 소형포를 산탄총처럼 사용하는 전술은 동서양에 비슷하게 등장합니다
그래서 만들어봤어여 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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