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 벌써 이년
순도 100% 픽션입니다
모현성은 자신의 호위병과 광해의 호위병까지 멀찍이 물렸다.
“21세기 중국 제1의 중화학 공업단지는?”
“여기.”
“어? 어떻게 알았어?”
“문맥상.”
“쳇. 추측하지 않습니다. 아는 것만 말합니다.”
“모를 거 뻔히 알면서 묻다가 맞으면 덜 아프냐?”
“에이...... 더러워서 내가 퉷. 아. 아. 잠깐. 잠깐. 알았어. 어쨌든 중국 제1의 중화학 단지가 여기야. 그런데 왜 여기일까? 해외에서 배로 물건 들여오기도 힘들고, 완전 구석진 곳인데.”
요하 하구 동쪽 지역. 후에 판진시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서해바다 북쪽 끝이니 배가 드나드는 거리도 멀어지고 중국 중심지와도 멀다.
“음...... 매연을 북한 쪽으로 보내기 위해서?”
“땡. 걔들이 그런 거 신경 쓸 거 같애?”
“그럴 리 없지. 그냥 답만 말해라.”
“어. 여기 석유가 나와. 그리고 북쪽 다칭에도 석유가 나오고. 그 석유를 가져와 정제하는 곳이 여기야.”
“오오. 한반도 바로 옆에 석유가 있었네.”
“어. 셰일가스도 많아서 파내기만 하면...... 아. 고구려가 통일했어야 하는데. 신라개새끼.”
“어쨌든 여기 석유 파낼 거지?”
“어. 그런데 정확한 위치는 몰라. 형이 확인할 수 있어?”
“땅속의 액체를 찾으면 되냐?”
“그렇지.”
광해는 고민하다가 마법을 만들었다.
쿠쿵.
땅에 진동을 주고 그 진동을 느끼는 마법.
“출렁이는데?”
“그래? 그럼 맞겠네.”
투콰콰콰콰.
팠다.
물이 나왔다.
“아하하. 이게 뭐야.”
“지하수 역시 액체군. 이 방법은 아니었어. 석유라...... 석유가 물에 뜨지?”
“어.”
쿠쿵. 쿠쿵.
진동을 주고 반사되는 진동을 느낀다.
여기저기 두드리다보니 지하수보다 깊은 곳에서 좀 더 가벼운 출렁임이 느껴졌다.
“여긴가 보군. 아니 확실해.”
바다처럼 많은 액체가 느껴지고 가볍고 찐득하다.
많아야 유전이겠지.
“시험적으로 파볼래?”
“확실해 그냥 파자.”
“오케이. 그럼 필요한 게 구멍 두개야. 하나는 석유 뽑아 올리는 구멍이고 하나는 빠진 석유의 빈자리를 바닷물로 채우는 구멍. 빈공간으로 남겨두면 붕괴위험이 있으니까. 두개 다 쇠기둥으로 만들어야 해.”
무산에서 만들어진 거대한 송유관이 도착했다.
폭 일보에 이를 만큼 커다란 강철관이다.
땅을 파고 관을 넣는다.
관 끝에 다른 관을 대고 마법으로 용접해 잇고 또 땅을 파서 관을 넣는다.
열 몇 번 반복해 백 오십미터 이상 파내려가자 석유를 만났다.
“됐다. 석유에 꽂혔어.”
시험 삼아 돌을 던져보니 탱탱탱 하다가 퐁당 했다.
“오케. 그럼 물관 설치하자.”
같은 방식으로 물관을 만들었다.
송유관보다 깊게 들어간 물관은 육지부분에서 꺾여 바다와 연결됐다.
“원리는 간단해. 마법으로 석유를 뽑아내. 그롬 바닷물이 자동으로 채워지지. 즉, 마법진은 여기 석유 펌프에만 설치하면 돼.”
“생각보다 간단하네.”
“어. 그렇게 나온 원유를 곧장 정제해야지. 정제도 간단해. 육백도, 사백도, 삼백도, 이렇게 다른 온도로 데울 탱크를 만들면 돼.”
대규모 시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송유관을 곧장 거대한 탱크와 연결한다.
이 탱크를 뜨겁게 데우면 안의 석유가 증발해 옆 탱크로 넘어간다.
기체가 발생하면 탱크 내부가 고압이 되기 때문에 거대한 탱크는 매우 단단하고 빈틈없이 만들어야 한다.
즉, 현재 기술로는 광해 말고 누구도 만들지 못한다.
첫 번째 탱크엔 증발하지 않는 아스팔트만 남는다.
그 옆의 탱크는 중유가 남고, 그 옆은 경유가 남고, 넘어가다보면 가장 가벼운 가스만 남게 된다.
흙가마솥 만들던 것처럼 가볍게 생각했는데 탱크하나 만드는 데만 백일이 걸렸다.
“빨대 꽂는 것보다 천배 힘드네.”
“어. 그래도 해야지. 이거면 이백년 앞서갈 수 있어. 석유화학만 완성되면 바로 내연기관으로 넘어가고 또 비닐도 만들 수 있어. 시발 비닐.”
“시발 비닐.”
현대엔 몰랐는데 비닐은 굉장한 발명품이다.
방수가 된다는 게 그렇게 위대한 효과를 낼 줄 몰랐다.
늘 역사책을 보면서 군량이 부족해 전멸하는 군대가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보급대가 공격받아 본대가 굶어죽는 흔한 이야기.
머저리들, 보급대가 위험하면 첨부터 많이 가져가면 되잖아.
그땐 멍청하다 생각했는데 과거를 살다보니 그 사정이 이해된다.
군대는 이동해야 하는데 군량은 비를 맞으면 썩는다.
비에 맞지 않게 하기 위해 나무판자나 기와로 지붕을 만들어야 하는데 1년 치, 2년 치 군량을 갖고 다니면 지붕 설치에만 수십일 걸린다.
그러면 군대는 거북이가 되는 거고.
비를 막기 힘들어 군량을 조금씩 가지고 다니는 건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 문제를 비닐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또 석회석도 그렇다.
석회석을 가루 내 시멘트로 만드는 건 간단한데 시멘트에 습기가 차는 걸 막을 수 없다.
시멘트 만들어봤자 며칠 안에 다시 돌덩이가 되니 무산 인근에서 만들자마자 쓰는 수밖에 없다.
시멘트를 포장할 비닐만 만들어내면 집 만드는 비용이 반 이하로 줄어든다.
화약도 그렇고.
“비닐도 만들고, 빨간 다라이도 만들고, 밀폐용기도 만들고, 가솔린으로 내연기관까지 만들면. 그러면 아주 다 죽는 거지. 기술보호고 뭐고 필요 없어. 십년만 기술보호하면 더 이상 적이 없을 거야.”
“어. 그래. 후우. 이거 다 만들려면 일 년 넘게 걸리겠네.”
“대신 완성하면 화약, 비료 공장도 만들 테니 마력 들어갈 일 없을 거야.”
“알았다.”
마력소모가 크다.
판진에 묶여있으니 신도들의 기도 말고 얻는 마력이 없다.
식량의 문제 때문에 비료 만드는 걸 멈출 수도 없기에 마력이 남을 때마다 적당히 만들었다.
판진 지역에 무산에 이은 두 번째 봉쇄구역이 형성되었다.
넓은 땅에 담이 올라오고 철조망이 설치되었다.
담 안에 마을이 조성되고 항구가 조성된다.
무산에서 두만강에 흘려보낸 강철이 판진으로 수송되고 광해가 녹여 탱크로 만든다.
한성에서 예서와 소유키가 오고 구름이 남매들이 뛰어논다.
광해가 중화학공업단지를 조성하는 동안에도 고난의 행군은 이어졌다.
여진족을 안정시키고 교화시키고.
명나라 하북과 산동을 약탈하고.
동남아와 교역하고 해적질하고.
일본에서 식량을 사고 약탈하고.
이 모든 걸 총괄하는 건 허균과 최명길.
어딘지 허술한 허균 때문에 최명길만 죽어라 갈려나갔다.
“형. 6개월 됐어.”
“어? 알겠어.”
광해가 출동했다.
북경에 간 광해는 틈을 보다가 황제 주상순을 암살했다.
콰르릉.
번개가 치고 새까맣게 탄 주상순은 신하들 앞에서 사망했다.
“형. 6개월 됐어.”
“어.”
콰르릉.
다음 황제도, 그 다음 황제도 번개에 맞아 죽었다.
6개월 간격으로 황제 세 명을 죽이자 명나라에서도 소문이 돌았다.
만력제가 번개에 맞아죽은 이래로 황제가 네 명 죽었다.
최근 황제 셋은 정확히 6개월 간격으로 번개에 죽었다.
“천벌이래.”
“뭐더라...... 이민족을 수탈하고 괴롭혀서 죽었다던데.”
“아니래. 백련교도의 공을 뺏어서라던데?”
이덕형의 명령서에 따라 손을 잡은 소수민족들이 열심히 소문을 냈다.
처음엔 반신반의 하며 광해님의 은혜를 받아 꿀만 빨려던 소수민족들도 독립할 각이 보이자 열심히 협조하기 시작했다.
북부지방에선 선비족과 거란 등이 조선약탈대의 진로를 돕고, 명군의 정보를 알려주고, 도주경로와 숨을 위치를 만들어줬다.
적진 한가운데에서 약탈중인 정충신에게 위기가 닥치면 몸에 상처를 내 광해가 출동하기로 했지만, 한 번도 다치지 않았다.
하남에선 총알도 막는다는 의화권이 대유행하며 저도 모르게 백련교 신도가 되어 세를 불렸다.
산속에 숨어살던, 혹은 조상을 숨기고 살던, 혹은 노예생활을 하거나 차별받던 소수민족들이 자신들의 뿌리를 알리고 이웃들도 자기민족으로 끌어들이며 세력을 형성했다.
이를 막아야할 명나라 조정은 혼란에 빠져 있었다.
아무도 황제를 하기 싫어한다.
6개월 후 번개에 맞아 죽을 황제를 누가 하고 싶을까.
실제로 천벌을 받고 있다는 인식이 퍼졌고.
폭탄 돌리기 식으로 황족들에게 제안되던 황제 자리는 결국 주상락의 장남이며 이제 일곱살인
주유교에게 넘어갔다.
광해 6년(1612) 2월의 일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일곱 살 황제 주유교는 대신들보다 자신의 유모를 더 믿었고, 유모가 추천한, 사실은 유모의 애인인 내시 위충현에게 국정을 맡겼다.
석유정제공장이 완성되기도 전 주유교의 즉위 6개월이 지났다.
광해 6년 8월이다.
광해는 북경으로 갔다.
며칠간 황제의 주위에 숨어 명나라의 상황을 봤다.
여덟 살 아이황제는 대패를 들고 나무를 밀고 있는데, 작은 나뭇조각과 부스러기를 온몸에 뭍이고 있었다.
국정은 환관 위충현이 주도했는데, 6개월 만에 조정을 장악했는지 대신들이 위충헌에게 구천구백세라고 인사를 했다.
속국인 조선의 국왕이 천세라는 인사를 받고, 하늘의 자손인 명나라 천자는 만세라는 인사를 받으니 위충헌의 위세가 황제의 살짝 아래라는 뜻이다.
잠시 명나라 돌아가는 꼴을 지켜본 광해는 모현성과 통신했다.
“이 놈 안 죽이는 게 낫겠는데.”
상황을 전해들은 모현성이 무릎을 탁 쳤다.
-아. 그놈이구나. 지금 황제가 명나라를 몰락시킨 놈일 거야. 그 환관이란 녀석이 결정적이고. 중국 역사를 통틀어 가장 지독한 간신이자 단 7년 만에 명나라를 무너뜨린 대단한 놈이지. 구천구백세 하니까 생각나네.
“그럼 죽이지 말까? 6개월마다 계속 죽여야 악소문이 이어질 텐데.”
-음. 그건 좀 아깝네. 괜히 죽였다가 똑똑한 놈이 황제 되면 안 좋은데. 음...... 대신들을 죽여줄래? 대신들이 죽으면 환관 놈이 자기 사람을 심을 테고 그럼 더 빨리 망가지지 않을까? 굳이 형 마력 안 써도 위충현이 조선을 위해서 명나라를 무너뜨려 줄 거야.
“그래. 6개월마다 출장오기 귀찮았는데 여기까지 하자.”
광해는 명나라 조정의 대신들을 관찰했고, 조선의 충신 위충현에게 뻣뻣하게 구는 자들 삼십 여명을 번개로 때려 죽였다.
황제와 위충현은 천벌을 피했다는 명성을 얻었고, 죽은 대신들은 국가를 망치다가 천벌을 받은 간신으로 포장되었다.
당연히 위충현은 빈자리를 자신의 말을 듣는 개로 채웠고, 명나라는 하루가 다르게 무너져 내렸다.
명나라 일을 처리한 광해는 다시 판진으로 돌아왔다.
석유 정유시설에 2년 가까이 매달렸지만, 아직도 완성하지 못했다.
지겹기도 하지만 워낙 중요한 일임을 알고 일단 완성되면 할일이 줄어들기에 참고 만들었다.
어차피 마력이 일정량 이상 모이면 만드는지라 쉬엄쉬엄 만드는 중이다.
오히려 주변 시설과 차단, 방어 시설, 항구 등이 먼저 완성되었다.
화려한 거처로 돌아온 광해를 예서와 소유키 둘이 반겼다.
“광해님 오셨습니까?”
예서는 구름이의 등에서 뛰어내리며 인사를 했는데 소유키는 꽃순이 등 위에 앉은 채로 인사했다.
예의 없다고 벌할 생각은 없고.
“얘들이 태워줘? 싫어하지 않아?”
펫과 비슷하지만 굳이 싫어하는 걸 시키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귀여워서 키울 뿐 애완동물의 기능을 강제로 정하고 싶지 않다.
“예. 오히려 좋아합니다. 등에 사람을 태우고 싶어 합니다. 저도 구름이가 다가와 등에 타라고 꼬리로 말았기에 올라갔습니다.”
어려서부터 마력을 받으며 테이밍 된 구름이와 호랑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평범한 동족보다 훨씬 커졌다.
구름이의 머리부터 엉덩이까지 길이가 삼보정도 되니 보통 표범보다 두 배 이상 큰 거다.
“구름아 이리 와봐. 등에 사람 태우고 싶어?”
마력을 실어 물어보니 구름이의 눈매가 가늘어지며 머리를 비벼왔다.
크릉.
얼굴이 넙대대한 호랑이와 달리 날렵하고 예쁘게 성장한 구름이.
광해가 말을 타고 다니는 것을 보며 자신도 광해를 태우고 싶어 한다.
“좋네. 한번 타볼까?”
광해의 말에 구름이가 꼬리로 광해의 허리를 살며시 감아 등 쪽으로 인도했다.
광해가 등에 올라타자 구름이가 가볍게 일어섰다.
보통 말과 비슷한 높이.
발소리는 들리지 않고, 움직임이 경쾌하다.
다만 구름이의 척추뼈가 광해의 전립선을 강하게 자극했다.
사람들이 괜히 안장을 싣는 게 아니지.
구름이용 안장과 어깨걸이 고삐까지 만들었다.
맹호, 비호, 꽃순이 세 남매도 똑같았다.
야성이 사라진 얘들은 자기들이 말인 줄 안다.
주인이 말을 타고 다니는 걸 부러워했고, 자기들이 말을 대신하고 싶어 했다.
넷 다 고삐와 안장이 채워졌고, 광해의 가족들을 태우고 다니기 시작했다.
광해 6년 11월 유전과 정유공장이 완성되었다.
현 기술로 만들 수 없는 것만 만들었는데도 2년이나 걸렸다.
이제 나머지는 철공들이 추가하며 이용할 것이다.
광해가 2년 가까이 정유공장에 매달려 있는 동안 조선은 확장을 멈추고 내실만 다졌다.
사실 식량 때문에 확장 할 수도 없었다.
이제 점령지도 안정되었으니 다음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모현성이 새로운 안건을 가져 왔다.
“형. 이초란 죽이자.”
- 작가의말
냐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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