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 오스만 제국
순도 100% 픽션입니다
“나는 생각한다. 우린 어디에 있는가?”
“희망봉이라자나 등신아.”
“그러니까. 왜 나는 여기에 있는가?”
“복귀명령이 안 떨어지니 그렇지.”
“왜 여기에......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어...... 마카오부터가 아닐까?”
아프리카 희망봉에서 대해를 바라보며 갑사 둘이 인생을 돌아봤다.
“맞아. 그때 광해님께서 말씀하셨지. 이번 전투만 끝나면 본국으로 돌아가 갑사 신분을 복원시켜 주겠다고.”
“그랬지. 그게 언제였지?”
“대충...... 6년 전?”
“아니야. 7년 전이야.”
무산에서 조직되어 초원기사단의 초기멤버가 된 갑사들.
그들은 예서납치사건에 다른 갑사들이 적극 협조한 죄로 연좌제를 받았다.
그게 7년 전이다.
그 후 말을 뺏기고 일본 전투와 중국 해적전투에 갑판병으로 참여했다.
해적소탕이 끝나면 죄를 사해주고 조선에 돌려보내 주기로 광해가 약속했는데.
“마카오에서 갑자기 서양 놈과 싸우게 되고.”
“어어? 하다 보니 말라카에 주둔해 싸우게 되고.”
“어어어? 하다 보니 인도 고아에 주둔하게 되고.”
“어어어어? 하다 보니 아프리카 희망봉에 왔고......”
“7년 째 군 생활을 추가로 하고 있네.”
“왜 우린 전역 안 시켜줄까?”
“이런 인생도 나쁘지 않잖아. 한가하고 잘 먹고, 여자들도 많이 따르고. 우리처럼 다양한 여자만난 놈도 없을걸.”
성폭행은 극죄지만 매춘은 허용한다.
칸군이 주둔한 곳엔 원주민 매춘부가 몰려들고, 사병에 대한 봉급도 많기에 생활 자체는 즐거웠다.
부대의 이동은 잠깐이고 대부분 대기만 하는 게 군생활이니 몸도 편하다.
“그래도 이젠 가정을 이루고 싶어.”
“임신한 여자랑 결혼하고 주둔지에 남은 병사도 많잖아.”
“이국인 말고. 조선인.”
“나도......”
“나는 문득 생각한다. 혹시 광해님이...”
“그만! 말하지마!”
“광해님이 우릴 잊어버리신 게 아닐까?”
“아아아. 우릴 잊었을 리 없어.”
“그게 아니라면 우릴 이렇게 버려둘 리가.”
“흐어어어엉. 돌아가고 싶다.”
“나도......”
멀리서 장교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출항준비! 일주일 후 출항한다!”
“어디로? 어디로 갑니까? 고국입니까?”
“지브롤터라던데?”
“아놔 거긴 또 어디야?”
개떡이가 이끄는 서방 원정군은 인도에서 삼년 머물며 실론섬과 고아에 거점을 만들었고, 이후 서진해 남아프리카 희망봉까지 진군했다.
몇 차례 해전이 있었지만 전력 자체가 압도적이고 지휘관은 무려 개떡이다.
함대는 피해 없이 희망봉까지 진출했고 도중에 만나는 서양 식민항구를 전부 불태웠다.
그리고 이제 유럽 본토를 향해 진격을 시작했다.
아메리카 대륙의 서양 상선이 사라졌다.
무풍 해전에 스페인군은 갖고 있던 내해상선까지 전부 동원했다가 전멸했으며 이 때 영국과 포르투갈 등 기타 유럽 상선도 전부 모였다가 함께 소멸되었다.
바다를 장악한 이운룡 군은 스물 세척의 군함으로 카리브해와 미대륙 연안을 돌며 쪽배와 항구 모두를 파괴했다.
육지엔 스페인에서 넘어온 유럽인 십만 명과 그들에게 협조하는 가톨릭 인디언 천만 명이 있지만 당장 죽일 수 없다.
항구만 파괴해 고립시킬 뿐이다.
본국의 화약 지원을 받지 못하는 그들은 노예로 부리던 인디언들의 습격을 받고 신대륙 전염병에 쓰러지며 천천히 사라지겠지.
미대륙을 봉쇄한 이운룡의 함대는 편서풍을 타고 항해를 시작했다.
목적지는 지브롤터다.
광해는 상주와 두발 마을을 오가며 일했다.
상주에 수사가 진전되면 가서 확인하고 방향을 설정해주고 두발마을로 돌아와 철도를 뚫는다.
9년 6월에 채유진이 사망하면서 시작된 사건은 10년 12월까지 이어졌고 그 사이 철도는 100큰보를 전진해 로키산맥 고원까지 닿았다.
고원 평지 부근은 노동자들이 깔 수 있으니 광해는 앞서나가며 터널 구간을 뚫었고, 아공간에 쇠기둥을 넣고 이동해 높이 100보의 철교를 만든다.
시간은 쉬지 않고 흘러 11년(1618) 3월이 되었다.
“음. 다 갈 수는 없고......”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호위와 신하들을 보다가 예서를 집었다.
“예서랑 나 둘이 간다. 예서 준비해라.”
“예. 대칸.”
올라가는 입꼬리를 부여잡으며 예서가 조신하게 대답했다.
소유키는 가볍게 칭얼댔지만, 임신했기 때문에 애초부터 갈 수 없었고.
준비를 마친 예서가 맹호를 타고 왔고, 광해는 구름이와 꽃순이까지 불러왔다.
사람 둘과 맹수 셋.
광해는 마법진을 열고 이동했다.
150만 마력이 소모되었다.
이제는 광해소망교 기도로 하루 90만 가량의 마력이 쌓이니 이 정도는 부담되지 않는다.
한성에서 모현성과 만나 다시 게이트를 열었다.
광해와 모현성, 예서, 구름이, 꽃순이, 맹호.
세 사람과 세 짐승이 갈 곳은 콘스탄티니예(비잔티움, 콘스탄티노플, 이스탄불)이다.
이제 이곳을 건너가면 환영인파가 기다리...
촤촤촥!
“누구냐!”
“침입자다!”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기다리지 않더라.
2년 전. 인도를 떠난 개떡이의 함대는 수에즈만 끝까지 들어가 이집트를 차지한 오스만 제국에 서신을 전했다.
당시 개떡이가 이끄는 함대는 2000톤급 열척에 1000톤급 서른척, 판옥석 100척으로, 오스만 제국 전체 해군과 맞먹는 전력이었다.
해군의 무력시위를 통해 대화의 물고를 트고, 칸국의 뜻과 칸국의 산물, 동맹에 대한 조건 등을 열거했고, 반년에 걸쳐 이집트와 콘스탄티니예를 오가며 조율이 이뤄졌다.
오스만 제국의 황제 아흐메트 1세는 동맹에 긍정했고, 칸국의 산물에 감탄했다.
덕분에 이집트와 페르시아를 통해 칸국과 교역하는 데 동의했다.
추가로 1년 후 칸국 황제가 방문해 칸-오 동맹을 정식으로 체결하기로 했다.
이집트에서 한성까지 서신을 전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니 1년 후로 잡았다.
그래서 광해가 온 건데.
“난 케밥이나 먹으러 온 건데.”
가벼운 마음으로 놀러왔다가 봉변당하게 생겼다.
광해는 빠르게 마법진을 그리며 말했다.
“여기 남은 백관이 있을 텐데.”
“분위기 보니 잡혔겠지. 기관총 줄까?”
“싸우면 다 죽일 수 있어?”
“아니. 마력 떨어지면 다 죽는 거지. 지금 마력 800만 있다.”
“깽판치긴 좋아도 다 죽이긴 힘들겠네.”
“에휴. 여기 개떡이 담당이지?”
한심한 부하들 때문에 이게 뭔 고생인지.
호랑이 두마리와 표범에 올라탄 사내둘과 여자 하나.
오스만 황궁 앞의 병사들은 긴장한 채 창칼만 겨누고 있었다.
뒤이어 달려오는 병사들이 셋을 넓게 넓게 포위했다.
“#$%!%^$%#$”
“너 오스만 언어 아냐?”
“당삼빠따지.”
“안다고?”
“모른다고.”
“일단 말이 통해야지. 하나 죽일까?”
“그랬다 다 달려들면? 그냥 돌아갈까?”
“동맹 어그러지면 보급라인 좆 되는 거 아니야?”
“맞아. 지브롤터에 고립되지.”
“돌아갈 수도 없네. 일단 들어가자. 들어가면서 죽여도 될 만한 놈 하나 죽이자.”
마법방어진을 단단히 두르고 염동력으로 병사들을 밀치며 황궁으로 나아갔다.
황궁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조심해서 염동럭으로 살살 미니까.
쿠웅!
뒤로 넘어갔다.
“아놔 미친. 형 힘자랑하러 왔어? 전쟁을 원해?”
“아니. 그게. 저 문짝이 약한 거야.”
“에휴. 이거 완전 선전포고잖아. 진짜 이런 양반을 황제로 모시고 살려니 죽겠네.”
“아닙니다. 광해님을 모시는 건 축복입니다.”
오오오. 예서. 이제 서칸국 왕하고도 말싸움 할 줄 아네.
많이 발전했어.
삐익. 삐익.
타타타타.
병사들이 더 모여들고 사격까지 이뤄진다.
“무시하고 들어가자. 황제 있을만한 곳으로 가보고 없으면 거기 차지하고 농성하자. 그러다 안 되면 돌아가지 뭐.”
죽을 위험은 없으니까.
병사들을 염동력으로 헤치며 전진했다.
오스만 병사들은 총알도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막히고 알 수 없는 힘이 몸을 밀치니 죽을 지경이었다.
느긋하게 걷는 표범과 호랑이 주위로 포위한 채 붙지도 못하고 도망도 못가고 똘똘 뭉쳐 따라갈 뿐이었다.
“저놈! 저놈 어때?”
황궁 한쪽에서 병사 둘이 사내 하나를 잡아끌고 가고 있었다.
침 흘리며 웃고, 오줌 싸고 있는 광인.
“그래.”
마력의 화살을 만들어 쐈다.
병사 두명 사이에서 끌려가던 광인의 심장이 뚫렸고, 그 즉시 그가 죽길 바라는 소망 60만과 그가 갖고 있던 기술이 쏟아져 들어왔다.
광해는 오스만 언어를 익혔다.
“전 황제가 죽었다!”
“전임황제가 암살당했다!”
“암살자는?”
......
“야. 방금 죽인 놈 전 황제래.”
“뭐? 이 미친?”
“우리 더 좆 된 거 같은데?”
“이미 일어난 거. 잊자.”
“그래. 증거도 없고. 더 전진할 이유도 없겠다.”
광해는 제자리에 서서 마법진을 그렸다.
타타타타.
멈추니까 또 총을 쏘네.
대응하기도 귀찮고.
구름이와 호랑이들이 총소리에 놀라지 않게 마력을 넣어 안정시키고 방어마법진을 유지하면서 염동력으로 접근하는 적을 밀어내고 새로운 마법진, 목소리 확대 마법을 발동시켰다.
“나는 칸 제국의 대칸 광해다! 약속을 지키고 동맹조약에 서명하기 위해 형제의 나라에 왔다! 칸국과 동맹을 맺겠다던 오스만의 대신은 나와서 약속을 지켜라.”
광해의 말에 궁성 앞 광장이 침묵에 빠졌다.
정신없이 사격하던 병사들도 멈췄다.
잠시 후 하급장교 하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런데 왜 우리를 적대하였소?”
“난 오기로 한 날짜에 왔다. 너희가 무기를 겨누고 총을 쐈지만 난 반격하지 않았다. 이게 적대인가? 내가 맹수들에게 물라고 했으면 너흰 죽었다. 하지만 누구하나 죽지 않았다.”
병사들 누구하나 다치지 않았다.
황궁의 대문이 쓰러졌을 뿐.
“전 황제를 죽이지 않았소?”
“내가 안 죽였다.”
증거를 가져와라. 팩트로 말해라.
광해의 뻔뻔한 말에 지휘관들이 회의를 했고, 궁 내의 대신들이 황제를 불러 회의를 했다.
그 시간 내내 광해와 일행은 궁성 마당에서 포위된 채 기다려야 했다.
“무섭지?”
광해가 구름이의 목덜미를 만지며 다독였는데 예서가 대답했다.
“아닙니다. 궁이 너무 멋지네요. 한성보다 화려한 것 같습니다.”
둥글고 높은 모스크 양식의 궁전.
여기저기 뾰족하고 높은 탑이 창처럼 서 있다.
상대적인 문화우위를 말하긴 힘들어도 기술적으로 발전한 건 틀림없다.
조선은 저렇게 높은 건물을 못 만들었으니.
물론 지금은 칸국의 기술력이 더 위다.
느긋하게 구경하고 있으니 안에서 대신이 나왔다.
“결례를 용서하십시오. 궁내의 사정으로 방문이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궁내 사정이란 것을 들어볼까?”
“동맹을 맺기로 한 후 황제께서 승하하셨습니다. 새로 황위에 오르신 분께선 동맹을 거절했고, 칸국의 관리를 포박했습니다. 그 황제가 정신병으로 패악질을 치다가 어제 황위에서 물러났고, 새 황제가 즉위했습니다.”
아까 죽인 놈이 전황제라는 놈이군.
“그럼 포박되었던 내 백성은?”
“연락을 넣었습니다. 진작 풀어줬어야 했는데 저희가 경황이 없어서 신경 쓰지 못하였습니다.”
보통 외교적으로 감출만한 사실도 전부 말한다.
늙은 대신의 말에서 칸국에 대한 적대감은 없어 보였다.
안으로 들라는 말을 거절하고 포로부터 만났다.
한참 만에 들려온 포로는 온갖 고문으로 죽기 직전이었다.
“쯧쯧.”
“주용현 백관이군요.”
“고생했군.”
염동력으로 백관을 떠 구름이 위에 눕히고 마력을 넣어줬다.
한참 마력을 넣어 치료하니 그제야 후바박 머리를 턴다.
“크억. 이제 그만.”
고문 후유증이다.
“이제 괜찮다. 나 광해다.”
“예? 헉. 광해님? 광해님~”
주용현은 무려 황제를 안고 엉엉 울었다.
얼마나 고문을 당했으면 황제를 안고 울까.
한참 울게 내버려둔 후 그에게 전말을 들었다.
“처음 왔을 때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1년에 한번 광해상회의 물건을 받는 데도 동의했고, 가격협정도 순조로웠습니다. 이후 새 황제가 등극하며 오스만의 말이 바뀌었습니다. 소신은 고문당해 알고 있는 모든 걸 말해야 했고, 기밀내용 외엔 전부 말했습니다. 그런데 저들이 광해님의 기적을 믿지 않아서.”
“그래서 계속 고문을 당했겠군.”
“송구합니다. 대칸. 저는 진짜 죽는 줄 알고.”
“괜찮다. 고생했어. 어떻게 복수해줄까?”
“다 죽여주십시오. 소신이 저들이 없어진 몫까지 일해 갚겠습니다.”
광해는 조선말을 모르는 오스만 관료들이 긴장한 채 지켜보는 걸 둘러봤다.
외성 쪽엔 기마대가 풀플레이트 갑옷을 착용한 채 도열하고 있고, 궁 입구엔 소형 포 스무 문이 배치되어 있다.
마당 가득 병사들이 도열해 지켜보고 있다.
안전하게 돌아갈 순 있는데 다 죽이긴 무리다.
“그 황제가 어제 짤렸단다. 정신병으로. 아까 내가 죽였고.”
고의는 아니었지만 고의였다.
“예?”
“네 복수는 살짝 했지만 이들까지 죽여 달라면 죽여주마.”
“흐... 크흑... 그... 국가대사에 사감을 넣으면 안 됩니다. 소신의 고통은 잊고 국가를 위해 힘써 주옵소서.”
“그래.”
답은 정해져 있는 거지.
광해는 주용현의 어깨를 주물러주고 소리쳤다.
“너희 황제에게 안내하라. 칸 제국의 대칸으로서 대화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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