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대마도 정복2
순도 100% 픽션입니다
“죽어라. 죽어.”
“죽어줘. 제발.”
“쫌. 죽어라.”
광해의 주위에 시체가 높이 쌓였다.
무질서하게 달려든 일본군은 달려온 순서대로 창에 찔려 누웠다.
보병들은 무질서하게 달려들다가 너무 많은 이가 죽자 포위만 하고 달려들지 못했다.
그 뒤에서 호통 치는 독전관들.
징집된 보병들은 등 뒤의 칼이 무서워 어거지로 달려들다가 눕기를 반복했다.
몇 안 되는 궁병도 달려왔고, 총병도 달려왔다.
허나 포위한 창검병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급하게 달려든 게 실수다.
아니 보병 수백 명을 상대로 승리하는 저 국왕이란 놈이 문제다.
광해가 창을 풍차처럼 돌리며 접근하는 적만 베는 사이 판옥선이 항구에 접안했고, 군대가 쏟아져 나왔다.
열을 맞춰 진군하는 조선군. 그들이 오기 전에 조선의 왕을 잡을 수 있을까?
시체 수백구의 중심에 오연히 서있는 저 괴물을?
“하...... 항복하오. 모두 무기를 내려라. 항복하겠소!”
2년(1609년) 2월 22일. 조선은 단 한명의 사망자도 없이 대마도를 점령했다.
보병들이 일본군의 무장을 해제하고 포박하는 사이 곽재우가 다가왔다.
“군사로서 이런 무모한 돌진은 금지하겠습니다.”
“응? 난 내가 이길 수 있어서 싸운 건데. 질 거 같으면 후퇴해서 합류했지.”
“그래도 금지하겠습니다. 만에 하나라는 게 있습니다. 이런 모험 없이도 완벽히 승리할 수 있다면 안하는 게 좋습니다.”
명성이 높은 건 알겠는데, 말이 거칠다.
“나 왕인데? 내가 거부하면 어쩔 건데?”
“사직하겠습니다.”
아. 이런 사람이구나. 관직 따위 귀찮은 감투로만 생각하는 양반.
임란 중에도 자신이 키운 의병을 관군에 넘기고 사직한 일이 서너 번 있고, 임란 이후에도 몇 차례나 사직했다더니.
“어. 미안. 혼자 돌격 하지 않을게.”
광해는 조선시대로 오고 처음으로 말싸움에서 패배했다.
일만의 육군병력이 상륙해 이즈하라의 모든 사람을 포박했다.
광해와 지휘부는 영주성으로 들어갔다.
“소 요시토시 맞나?”
“예. 그렇습니다.”
이즈하라 영주성. 광해는 영주자리에서 심문을 시작했다.
“섬의 인구는?”
“3000명입니다. 여자와 아이까지 합치면 2만 명 가까이 될 겁니다.”
기형적인 인구구조.
임란 당시 5000명을 끌고 참전했다가 절반 이상이 목숨을 잃었기에 성인 남자의 비율이 적었다.
“이즈하라 인구인가?”
“아닙니다. 섬 전체의 인구입니다.”
요시토시의 말에 광해가 인상을 썼다.
생각보다 인구가 적었다.
“알겠다. 네 부하 몇을 풀어줄 테니 모든 인구를 이즈하라로 모아라. 통제를 위한 병사와 함선을 붙여주겠다.”
“예? 아. 알겠습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지. 15년 전 조선을 침략한 죄. 인정하느냐? 조선의 관직을 받고 있었음에도 침략했음은 매국행위라는 것을 인정하느냐?”
비록 형식적이긴 하지만 대마도 도주는 종2품에 해당하는 관직을 조선에게서 받는다.
“그땐 어쩔 수 없이 참여했습니다. 장인어른이 참여하는데 제가 불참할 수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런 것 치고는 너무 열심히 싸운 거 아닌가? 전주성을 점령한 것도 너고, 노량해전에서 충무공의 공세를 뚫고 주요장수들을 탈출시킨 것도 넌데. 무훈만 따지면 네 공이 손에 꼽을 정도일걸.”
“명령을 받아 싸우다보니 우연히 그리 됐을 뿐, 원한 바는 아니었습니다. 전후 장인과의 인연을 끊었으니 더 이상 무리한 출격은 없을 것입니다.”
“웃기고 있네. 장인이 도쿠가와에게 사형당한 후 살아남기 위해 아내와 자식을 쫓아낸 거 아닌가. 그게 어찌 조선 때문에 연을 끊은 건가.”
광해의 추궁에 요시토시가 땅을 뻘뻘 흘렸다. 다 알고 있는 상대에게 할 말이 참 궁했다.
“대마도는 앞으로 일본 정벌의 전진기지가 된다. 조선은 대마도의 모든 것을 자유롭게 징발해 사용하겠다. 3년 간 문제없이 행하면 이전의 과오를 모두 없애고 아무 차별 없이 조선의 백성으로 받아들여 주겠다. 동의하나?”
동의하냐고? 당연히 동의해야지.
저항하다 잡혔으니 전부 죽여도 할 말이 없는 야만의 시대.
이만하면 굉장히 관대한 처분이다.
“감사합니다. 열과 성을 다해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내 백성이 된다면 하나는 약속하지. 절대 내 백성이 굶주리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리저리 재지 말고 충성하거라. 괜히 이적행위를 할 경우 다 죽게 될 거다. 부하들도 잘 통제하고.”
“예. 전하.”
“영주성 안에서는 자율권을 주지. 식솔과 하녀도 풀어주마. 잘 봉사해라.”
광해는 맛없는 군대 밥을 먹기 싫다.
가장 좋은 영주방에서 머물며 편하게 지내고 싶다.
그를 위해 소 요시토시에게 어느 정도 자유를 보장해 주었다.
광해의 말에 소 요시토시는 감격했다.
“예. 최선을 다해 보필하겠습니다.”
영주성 이래봤자 살짝 높은 담장이 있는 저택 수준이다.
그래도 이 섬에선 가장 좋은 숙소다.
영주와 가족이 쓰던 방은 광해와 고위지휘관들이 차지했고, 그들의 호위로 북적거리게 되었다.
소 요시토시는 노예가 쓰던 방으로 쫓겨났지만, 아무 불만 없이 일을 처리했다.
요리사를 닦달해 최고의 요리를 바치고, 노예들을 닦달해 최대한 편안하게 모시도록 했다.
러브 앤 피스.
괜히 윽박지르고 억눌러 봐야 괴롭히는 쪽도 힘들다.
물론 하루아침에 점령당한 대마도 사람들의 생각도 같을지는 모르겠다.
저녁식사 시간. 지휘관들과 작전을 점검하며 요시토시가 준비한 만찬을 끝내자, 요시토시가 가족을 데리고 왔다.
“제 가족들입니다. 인사드려라. 앞으로 우리가 모셔야 할 주상 전하이시다.”
요시토시의 아내와 아들, 딸들이 꾸벅 인사를 올린다. 그런데 눈길이 딸의 뒤에서 인사하는 여자에게 간다.
예쁘다.
복장을 보니 딸의 시녀 같은데 복장을 압도하는 미모가 있다.
군인의 마음 모두 다 같은 마음.
주위를 슬쩍 둘러보니 다른 이들도 전부 저 여자를 보고 있다.
그날 밤. 광해의 침소에 곱게 차려입은 여자가 들어왔다.
내심 기대하고 있던 광해는 들어온 이가 딴 여자라서 실망했다.
‘소 요시토시. 눈치 없는 놈이네.’
“넌 영주의 딸이던가?”
“예. 아버님께서 봉사하라 해서 들어왔습니다.”
영주 입장에선 딸을 보내는 게 맞겠지.
딸이 왕의 눈에 들면 자신의 안전도 보장될 테고, 포로 이상으로 신분상승도 꿈꿀 수 있을 테니까.
“그래. 이리 와라.”
원했던 이는 아니지만, 들여보낸 사람의 성의를 생각해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겠다.
그때 멀리서 억눌린 소리가 들려왔다.
안돼. 흐읍. 읍.
“잠깐 기다려라.”
광해는 여자를 남겨두고 소리를 찾아 떠났다.
평소 같으면 귀찮아서 무시할 텐데 오늘은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영주성 뒤편 창고 같은 곳에서 사건이 일어나고 있었다.
“닥치라고. 소리 내면 죽인다.”
여자의 입을 막고, 옷을 찢고 있는 남자. 몸부림치는 여자.
1초 만에 상황파악이 끝났다.
“내 약탈은 금지시켰는데.”
“누구야. 시발. 나 김경징이야. 저리 꺼저라.”
낑낑대는 남자는 돌아보지도 않고 소리쳤다.
뻥.
광해는 남자의 오장육부를 발로 차버렸다.
“괜찮으냐?”
진중하게 일본어로 물어 봤다.
구해준 여자는 만찬 때 봤던 예쁜 여자. 광해는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이거 와룡강스런 상황인가. 이제 감격한 여자가 달려와 안기고. 혹시 저 놈이 음약을 써서 내가 몸으로 풀어줘야만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 저 여자는 사실 비밀 닌자 조직 5만 명의 수장으로 그 인장을 내게 바쳐 내가 그들을 마음대로 부려 먹...’
“흐으윽.”
풀려난 여자는 울면서 찢긴 옷으로 몸을 감싸며 달려갔다.
“어?”
배은망덕한.
기분이 나빠졌다.
“김경징. 어제 내가 약탈을 금했음에도 술을 빼앗아 만취가 되도록 먹었고, 내가 자유롭게 풀어준 영주의 일가를 겁탈하려 했다.”
양반들이 전부 쓸려나갈 때 군부는 수호군의 통제를 받아 참여하지 못했다.
덕분에 이런 쓰레기가 걸러지지 않았다.
“저...... 전하. 술 때문에 기억이 안 납니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제 아버지를 봐서라도 부디.”
“니 아비? 그게 누군데?”
광해의 말에 옆에 있던 이운룡이 말했다.
“서인 중에선 명망이 좀 있는 김류의 아들입니다. 김류는 현재 상국에 사신으로 간 걸로 압니다.”
봤던 기억이 난다.
남경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겠지.
“내가 그 놈의 얼굴을 봐서 저놈을 봐줘야 하나?”
“아닙니다. 통제를 제대로 못한 제 잘못도 있습니다. 저도 벌해주십시오.”
“됐어. 또 이놈에겐 일곱 건의 살인과 스무 건의 약탈이 있었다. 이 모든 것의 자백을 받고 사형에 처하거라.”
어차피 죽일 거 딸린 원한까지 해소해주고 죽이자.
김경징은 대가 약한 놈이었다.
잠시 고문하자 광해가 지목한 죄를 전부 자백하고 수법과 동기까지 말한 후 목이 베어졌다.
광해는 결과까지 본 후 소 요시토시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어제 그 아이는 괜찮으냐? 많이 놀란 거 같은데.”
“예. 마음을 추스리고 있습니다.”
“그런가? 걱정 많이 했는데 다행이군.”
이쯤 말했으면 알아들었겠지.
다음날 밤 광해의 처소에 그 여자가 들어왔다.
대마도는 일본 본토보다 조선에 더 가까이 위치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조선에 항복하고 조선의 영토로 받아들여 다스려 달라고 청한 일이 있지만 조선의 성리학자는 다스리려 하지 않았다.
그저 왜구가 기승을 부릴 때 한번 점령해 파괴만 하고 돌아왔다.
섬의 면적은 제주도의 1/3 정도이며 거제도보다는 크다.
섬 대부분이 400m 이상의 산지로 이뤄져 있어 농사가 어렵다.
최대로 따져도 쌀 1만석이 한계다.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을 합쳐도 2만 명이 먹고 살 수 없다.
그래서 교역과 약탈이 중요하다.
왜구가 기승을 부릴 땐 약탈의 전진기지가 되며 교역이 풀릴 땐 중계교역로가 된다.
약탈이나 교역이 활발할 땐 인구가 늘었다가 약탈이나 교역이 끊어지면 식량이 부족해진다.
태풍이라도 불어 농사를 망치게 되면 수천 명씩 굶어죽게 된다.
조그마한 섬이다보니 맬서스 트랩이 제대로 작용하는 것이다.
인구가 한계까지 늘었다가 식량부족으로 다 같이 몸이 약해지고, 흉년이나 전염병으로 인구가 조절되는 비극의 반복.
그런 사정 때문에 임란 전에도 조선에 조총을 선물하며 전쟁의 위험을 알리려 했고, 임란 후에는 도쿠가와의 명을 받아 조선과의 화친에 힘쓰고 있다.
굶어죽지 않기 위해선 교역이 필수다보니 중간에서 양국의 국서를 위조해가며 조선과 일본의 화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섬의 특성상 조선어를 아는 이가 많고, 배를 몰아본 이도 많으며, 배를 만들 줄 아는 기술자도 많다.
이래저래 쓸모 있는 인재가 많은 섬이다.
“넌 저는 다리를 고치는 게 소망이구나. 이리 나와 봐라.”
종교 활동을 열었다.
기적을 보여주고 소망을 해소해준다.
대마도 주민들에게 일본이란 주는 것 없이 요구만 하는 놈들이다.
조선보다 멀리 위치해 있고, 평소 교류도 없다.
왜구가 활성화 되었을 땐 해적들이 몰려오고, 교역이 활성화 될 땐 상인들이 몰려와 어지럽히는 곳.
힘이 강한 다이묘의 요구에 병사를 보내거나 생산물을 뺏어가는 곳.
그 정도일 뿐 긴밀한 관계도 없고, 한 나라라는 의식도 부족하다.
이만명의 인간들 마음을 사로잡는 건 간단하다.
조선의 왕이 자신들의 언어를 쓴다는데 감명 받은 이가 벌써 줄을 서고 있다.
이곳에도 교단이 생길 것이다.
일본어를 아는 광해소망교 교원 다섯을 특별히 데려왔다.
그들이 성스러운 말씀을 읽고 설명해주고 노래를 가르치고 있다.
광해의 기적에 경악하는 백성들에게 대마지단주가 설명했다.
“조선의 백성이 되면 땅을 줄 것이며 생산량의 삼할 이외에 어느 것도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3년 후 시험을 보겠다. 조선어를 할 줄 알아야 하며 교리를 이해해야 한다. 3년간 노력하라. 시험에 통과하면 광해님의 백성이 될 수 있으며 통과하지 못하면 조선의 땅에서 쫓겨나거나 죽는다.”
아무나 받아주지 않는다.
스스로 원해서 시험을 통과해야만 받아준다.
이래야 문제가 덜 발생한다.
닷새간의 정비기간을 가졌다.
중군 이운룡.
좌군 입부 이순신.
우군 권준.
수송대 남이홍.
각 부대별로 할 일을 재차 정비했고, 다음 작전이 시행되었다.
- 작가의말
인조때의 대표적 쓰레기 김자점과 김경징. 분리수거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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