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 붉은 바람2
순도 100% 픽션입니다
광해는 교황청 지하 돌문을 닫아 꽁꽁 숨어 있었던 교황을 찾았다.
마법으로 건물과 벽을 파괴해 공중으로 끄집어 올렸다.
숨어있던 교황 바오르 5세는 숨은 상태에서도 교황의 복장을 갖추고 있었다.
태양중심설을 발견한 갈릴레오를 압박해 침묵하게 만들었고, 베니스와 잉글랜드를 전쟁 직전까지 압박했고, 그 외 수없이 많은 원한이 매달려 있었다.
애초에 위그노 대학살 소식을 듣자 축포를 터트리고 나치의 유태인 대학살을 지지하던 교황청에 제대로 된 인물이 서는 건 불가능했다.
꼭두각시 마법을 걸고 음성확장 마법을 걸고 방금 익힌 로마어로 연설을 시킨다.
“그동안 나는 고해성사하는 여아를 강간하고 귀족에게 돈을 받아 면죄부를 줬으며 내 사생아에게 추기경 자리를 줬고, 영지를 돈 받고 팔았으며 대주교 임명에 돈을 받아......”
공중에 뜬 교황의 입에서 자신의 죄가 줄줄이 나온다.
지켜보던 이들이 경악할 때 본론이 나왔다.
“...... 그러던 내게 계시가 내려왔다. 주 예수 따위 믿지도 않던 내가 계시를 받은 건 의아하지만...... 내 죄를 뉘우치고 신의 말씀을 전하고 나면 천국에 갈수 있다 하셨다. 그리하여 신의 말씀을 전한다.”
우리 착한 아이에게 힘을 실어 줘야지.
“하늘에 계신 유일신 아래 모두가 평등하다. 모든 이가 똑같은 재산을 갖고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먹는다. 이를 거부하는 자를 죽여 땅과 재산을 똑같이 배분하라. 공정한 배분을 위해 중간에 성직자가 들어선다.
나의 메시아 페르난디트 2세가 임명한 성직자만이 배분에 참여할 수 있고, 그 외 모든 이가 평등하다. 성부와 성자와 성녕의 이름으로 말하노니 나의 백성들은 모두 일어서라. 가톨릭 외에 전부 이교도이며 가장 나쁜 건 내 이름을 팔아 돈을 버는 신교다. 페르난디트가 믿는 가톨릭이 내가 거한 장소이니 그 외 모든 이교도를 죽이고 그들의 땅과 재산을 나눠 가져라.”
“지금 죽이는 게 그림이 살 거 같은데......”
광해가 속삭이자 모현성이 고개를 저었다.
“얘 입으로 설파하는 게 효과가 좋잖아. 순회공연 가야지.”
귀찮아서 한 말이었다.
다시 교황의 입이 열렸다.
“난 주의 말씀을 세계에 전파하고 이 곳에 다시 와 자살하겠다. 그때까지 대업을 완수하라.”
하늘에 둥둥 뜬 교황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광해는 꼭두각시 교황까지 포함한 일행을 게이트 마법으로 이동시켰다.
마드리드. 파리. 암스테르담. 바르샤바. 뮌헨. 모스크바.
유럽 주요도시를 순회하며 양심고백과 신의 말씀을 전한 교황은 로마 교황청으로 돌아와 교황청 상공에서 몸통이 폭발해 화려하게 죽었다.
다행히 얼굴은 그대로 남아 바오르 5세임을 알 수 있었다.
광해는 귀찮은 숙제를 해치운 표정으로 말했다.
“집에 가자.”
“어.”
사건을 벌여놓고 테러범들을 쏙 빠졌다.
한편 유럽 전역에 붉은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교황이 하도 많은 도시 하늘에서 연설을 하고 폭사했기 때문에 소문을 막을래야 막을 수가 없었다.
시작을 알린 건 페르난디트 2세다.
“내가 임명한 성직자만이 진정한 성직자이니 가짜는 사라져라.”
빈을 중심으로 모든 교회에 페르난디트가 임명한 성직자가 들어가고 교황청이 관리하던 성직자는 죽임을 당했다.
새로 임명된 성직자가 광해의, 아니 신의 말씀을 전했다.
“신 아래 모두 평등하다. 너희는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먹을 권리가 있다. 신성로마제국 황제와 황제가 임명한 성직자를 제외한 모두가 똑같이 주님의 어린 양이니라. 모든 이교도와 부자를 죽여 재산을 나눠가져라.”
살인 면허.
죽여도 된다.
죽이고 나눠가져라.
사람들이 망설이는 와중에 하나 둘 행동하는 젊음이 나타난다.
“크윽. 네 놈이.”
“신의 뜻이다.”
살인은 어려운 일이다.
살인의 충격으로 정신이 망가지고 폐인이 되는 이도 많다.
그런 충격을 없애주는 게 신앙의 힘이다.
귀족을 모시는 집사가, 시종이, 등 뒤를 찌른다.
상인에게 팔려온 소녀가 잠든 상인의 목을 긋는다.
성직자에게 유린되던 여아가 성직자의 성기를 자른다.
신 아래 모두 평등할지니......
독실한 페르난디트는 그 모든 살인을 칭찬해주었다.
“재산을 찾고 모든 걸 똑같이 분배하라.”
겁에 질린 귀부인이 도주하다 죽임을 당하고, 미리 전 재산을 바친 상인이 살아남아 농민과 같은 식량을 받았다.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거센 바람이 불었다.
“저 동네는 모두 똑같이 나눴대.”
“땅도 받았대. 자기 땅이래.”
“백작을 죽였더니 모두가 밀 열 말씩 받았다는데?”
성직자의 말씀과 개혁한 농부들의 소문이 들불처럼 번져나간다.
붉은 바람이 옆 동네로, 옆 영지로 퍼져나간다.
“나 신교 아니야. 사실 난 가톨릭이다.”
“나도 가톨릭만을 믿었어.”
신석기 수준 동칸 원주민보다 힘든 생활을 하는 게 유럽의 소작농이다.
그들에게 종교는 믿지 않으면 죽기 때문에 믿어야 하는 것 뿐이다.
21세기 스웨덴인이 태어난 순간부터 2%의 교회세를 평생 뜯기듯이 자동으로 종교가 정해지고 지배당하는 구조다.
신교와 구교의 차이도 잘 모른다.
자기 마을에 있는 교회가 신교니까 신교인이 된 거고 자기 다니는 교회에서 신교 세례를 해서 신교가 된 것 뿐이다.
비슷한 종교는 쉽게 변절했고, 쉽게 칼을 잡았다.
“모두 똑같이 살자!”
“신아래 모두가 평등하다!”
신교의 영역이 거침없이 줄어들었다.
붉은 바람이 너무 거세게 부니 기득권은 선택해야 했다.
신 - 페르난디트 2세 - 페르난디트가 임명한 성직자 - 나머지 모두
신이 페르난디트에게 유일한 권력을 주었다.
그를 죽이거나 그를 따라야 하는데 교황의 기적을 모두가 보았다.
공중에서 질질 끌려 다니며 자기의 죄를 고백하고 폭파해 죽는 비참한 꼴이 되긴 싫다.
그렇다고 신을 죽일 능력은 없고.
이대로 가다간 소작농과 똑같은 생활을 할 판이다.
페르난디트를 죽이거나 그에 복종해야 한다.
“존경하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이자 주의 메시아여. 이교도를 정벌할 군자금을 가져왔습니다.”
“무얼 원하느냐.”
“그저 작은 교회의 성직자로 만족합니다. 신실한 주의 종으로써 주의 말씀을 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좋다.”
신실한 페르난디트는 귀족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생존을 택한 귀족들이 재산을 바치고 페르난디트의 성직자가 되었다.
군자금과 병사를 받고 창칼을 든 농노를 병사로 편성했다.
삽시간에 수십만 대군이 조직되었다.
“신교를 벌하고 가톨릭으로 개종시키며 모두 평등하게 만들어라.”
신의 뜻을 따르는 십자군이 결성되었다.
가장 먼저 출동한 곳은 보헤미아.
“신 아래 모두 평등하다! 창칼을 잡고 이교도를 죽여라!”
병사들의 진군에 맞춰 각 마을의 기득권이 죽었다.
마을 내부에서 학대당하고 수탈당하던 농노가 기득권을 찌른다.
“어둠을 버리고 밝음으로 들어와라.”
“신학을 제외한 모든 것을 불태우고 파괴하라.”
“우상 숭배를 금하라. 감히 신의 초상화와 조각을 남겨둬선 안 된다.”
르네상스가 불러일으킨 유럽인예수 그림과 유럽인예수 조각이 파괴되었다.
지동설까지 발견한 천문학서적이 불타고, 미,적분 직전까지 발전한 수학이 사라진다.
암흑시대로 돌아간다.
“모두 평등하다.”
“내가 한끼 먹을 때 귀족도 한끼 먹어야 한다.”
“귀족이 고기를 먹는다면 우리 모두 고기를 먹어야 한다.”
당연했던 불평등이 부정되고, 당연했던 수탈이 거부된다.
귀족과 상인은 거금을 들여 용병을 고용하고 최대한 비위를 맞추려 하지만.
“이 돈을 받고 적과 싸우느니 댁의 모든 재산을 받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고용한 용병이 어둠을 버리고 밝음을 찾아간다.
겁에 질린 귀족이 자기 마을의 모든 생명을 죽이는 일까지 발생했다.
“죽여라. 언제 날 찌를 지 모를 놈들이다. 죽여라.”
무저항의 마을 사람을 모아놓고 찔러 죽이고, 교회에 가둬놓고 불 지르는 일이 반복된다.
하도 많이 일어나니 소문을 막을 수도 없다.
“죽이지 않으면 우리가 죽는다.”
“주의 뜻을 이행하지 않은 자를 죽여라.”
그럴수록 붉은 바람은 더욱 커졌고, 태풍보다 빠르게 번졌다.
불과 세 달이 되기도 전에 독일 전체와 스페인과 이탈리아 전역에 붉은 구름이 내려앉았다.
“뭐 이렇게 쉬워?”
“그러게.”
너무 빠른 전개에 광해와 모현성이 당황할 정도였다.
“중국도 이러냐?”
“아니. 1년 넘게 작업하는 데 미미해. 곳곳에서 부자에 대한 범죄가 일어나긴 하는데 마을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대부분 금세 토벌돼.”
“차이가 뭐지?”
“신앙생활? 음. 이게 맞을 거 같네. 유럽은 농민과 노예들도 무조건 종교활동을 해야 하니까. 종교가 익숙하고 신앙이 있겠지. 신이 지시하니 거리낌 없이 따르는 거겠지. 거기다 자기에게 유리한 말이니까 못내 따르는 척 하면서 즐길 수도 있고.”
“중국은? 거기도 불교 유교 같은 종교 있잖아.”
“하나가 아니잖아. 뭉치기 힘들겠지. 자기 마을의 눈꼴시려운 지주를 죽이고 땅을 나눠 갖았으면 멈추는 게 정상이겠지. 반면 여긴 모두 같은 종교고 신의 부름을 따르는 명분도 있고, 예전에 십자군 원정의 기억도 있으니 익숙하겠지.”
“...... 종교는 무섭군.”
“나치가 민간인 이천만명을 학살할 수 있었던 광기. 그것 또한 신앙에서 나온 거지. 스탈린이 학살할 수 있었던 것도 종교적 신앙이고. 칸국이 단단히 성장할 수 있는 것도 신앙의 옳은 쓰임새고.”
“어...... 이제 할 일 없는 거지?”
“그렇지. 가끔 큰 전투에서 형이 페르난디트를 신처럼 꾸며주면 금세 끝날 거야. 유럽 전체가 암흑시대로 돌아가는 거지. 신학 외에 어떤 것도 허용하지 않는 암흑. 석회석과 철을 뽑아 지브롤터로 수송하는 데 모든 여력을 쏟아 붓는 대륙이 되어야지.”
“좋군. 이대 바다만 쓸면 되나.”
“그렇지. 다녀와.”
“어.”
광해는 개떡이의 함대에 합류했다.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와 덴마크 해군을 전부 처리해야 한다.
개떡이의 함대도 충분히 강하지만 그들 전체와 싸운다면 패하거나 반 이상 상할 것이다.
사령관은 개떡이.
갤리온 90척과 판옥선 50척을 지휘하는 해군 지휘관 입부 이순신.
상륙용 병사 3000명을 지휘하는 육군 지휘관 정문부.
그리고 광해.
“예서랑 소유키는 같이 못가겠네?”
“예. 죄송합니다.”
둘 다 아기가 있으니 함께 배를 타지 못한다.
“괜찮아. 남아. 구름이도 남지 그래?”
컁.
몇 달 간 배 위에서 생활해야 하는데 구름이는 같이 가고 싶다고 허벅지에 붙어서 칭얼댄다.
“그래. 가고 싶으면 가는 거지. 알아서 뛰어 놀아라.”
지브롤터에는 사드 왕국과 스페인 왕국에서 바친 여자들이 꽤 많았다.
광해의 권력과 힘을 본 여자들은 어떻게든 왕의 눈에 들고자 노력했고 그 중 소망이 선하고 얼굴 몸매가 예쁜 여자도 많다.
여자 셋을 시종으로 데리고 간다.
구름이와 여자들을 데리고 가자 선장이 인사한다.
“다시 모시게 되어 영광이옵니다.”
가라앉은 광해함 대신 새로운 함선을 받은 이준형과 함영석이 인사한다.
“어. 흔들리지 않게 운전 잘해라.”
“예. 맡겨주십시오.”
이준형의 배에 오르니 화려하고 편안한 침실이 준비되어 있다.
“출항하겠습니다.”
개떡이가 보고하니 광해는 고개를 저었다.
“내게 말하지 마. 네 부대야. 네가 지휘해. 내 도움이 필요할 때만 부르고.”
“알겠습니다. 전군 출항하라!”
칸국의 대함대가 지브롤터를 떠났다.
- 작가의말
이건 교황의 말도 들어봐야 한다
교황의 죄는 제가 상상해서 만든 말이며
당신께서 교황이 아무죄없고 훌륭한 인물이라 믿는다면 당신의 믿음이 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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