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대만 입성
순도 100% 픽션입니다
광해는 우치나에 들러 오랜만에 슈네이왕을 만났다.
“형님. 나라를 구해주시고, 저희 국가를 부흥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슈네이는 광해에게 푹 빠져있었다.
너무 고마워해서 광해가 민망할 지경이다.
‘그거 전부 니 나라 먹으려고 밑밥 치는 건데.’
모르면 좋은 거지.
“그래. 반갑다. 예전 약조대로 한성에 우치나 동을 만들었다. 특별히 뽑힌 100명이 한성에서 유학할 기회를 주마. 종교활동 준비 잘 했지?”
한성 우치나 동.
우치나 인원 중 100명을 데려와 한성의 문물을 접하고 앞선 학문을 배운다.
우치나 뿐만 아니라 규슈, 홋카이도, 만주 동도 만들고 있다.
세계 문화와 언어를 조선에 교육하고 조선에서 오픈한 기술을 습득시키는 곳.
모현성의 계획에 따르면 이야말로 완전정복의 중요한 밑거름이 될 거라 했다.
나하에서 종교활동을 하고 잘 땐 우치나의 신녀인 국왕의 딸이 들어왔다.
음. 소유키야.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은 정치라는 거지.
다음날 출항 준비를 할 때 서양갑이 조용히 불렀다.
“광해님 드릴 선물이 있습니다.”
“응?”
서양갑은 품에서 면포주머니를 꺼냈다.
펼쳐보니 갈색 가루가 담겨 있었다.
“뭐지?”
“서프~라이즈~.”
옆에서 모현성이 깐죽댄다.
“뭔데?”
“아아. 이것은 엠에스쥐 라는 것이다.”
광해는 손가락으로 살짝 찍어 맛을 봤다.
살짝 짭조름하고 살짝 단맛도 느껴지고, 살짝 진한 느낌도 나고, 입안에 군침이 돈다.
맞다.
이거.
기적의 향신료.
“MSG! 서양갑 이거 어떻게 만들었어?”
“예? 보여드리겠습니다.”
서양갑이 안내한 곳은 항구 근처의 사탕수수 가공시설.
사탕수수를 재배해 가져오면 이곳에서 즙을 짜고 말려 설탕으로 만든다.
그 곁에 커다란 통이 몇 개 있다.
“즙을 짜고 남은 찌꺼기를 이 통에 넣고 나흘 발효시키면 화학합성물이 아닌 자연발효건강식품인 이 갈색가루가 나옵니다. 그걸 긁어모아서......”
이렇게 간단한 거였나.
“보안 강화해. 이건 국가 전략 특수 물자다. 이 비법은 절대 타국에 알려져서는 안 된다. 이 맛을 봤거나 만드는데 참여한 놈들 전부 관리해. 큰 건물을 지어 그 안에서 몰래 만들어라. 그리고 이 가루는 전량 창덕궁으로 보낸다. 절대 따로 판매하지 마라.”
광해의 호들갑에 서양갑은 침을 꿀떡 삼켰다.
“알겠습니다. 전하. 명심하겠습니다.”
“명심해라. 이 기술은 절대 타국에 뺏겨선 안 된다. 지금까지 만든 거 전부 내놔.”
왕이 두 번이나 강조했다.
서양갑은 극도로 긴장했다.
‘맛있는 건 혼자 먹어야지.’
광해 머릿속엔 라면 만들어 끓여먹을 생각만 가득했다.
“형. 그렇게까지 보호 할 게 아닌데. 이거 다른 나라도 금방 만들 수 있어.”
“시끄러. 넌 내맘 몰라 임마.”
모현성이 거들었지만, 광해의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
라면 먹고 싶어서 차원이동 했다가 다 잃은 심정을 얘가 알 수 있을까?
우치나에서 예정된 인원을 합류시키고 남서쪽으로 항해를 이어갔다.
대만섬.
12월 33일 광해는 대만섬에 발을 내디뎠다.
대만섬의 크기는 경상도보다 약간 크다.
이 작은 섬에 훗날엔 2300만 명이 살지만 현재는 10만명 이하의 인구만 있을 뿐 제대로 된 문명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보다 작은 유구국이 강력한 중앙집권제 국가를 만든데 비해 중국에서 훨씬 가까운 대만은 50여개 부족이 독립 생활하는 부족사회가 이어지고 있다.
이건 신기한 일이다.
위촉오 삼국지 시절 기록에도 등장할 만큼 오래전부터 중국의 영향을 받았고,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교류한 흔적도 있는데 17세기까지 문자가 없는 원시부족사회를 유지한건 굉장히 놀라운 일이다.
“그에 대한 학설이 몇 가지 있는데...... 형 듣고 있어?”
뱃전에 기대 멀리 대만섬을 보던 모현성이 말했다.
“어? 어어. 내가 졸았나?”
“에이. 때려 쳐. 그냥 간단히 말해줄게. 비 때문이야. 대만이 발전하지 못한 건 비 때문이라고.”
“비? 월드스타 레인?”
“에이시. 뭔 개드립이야. 그냥 비가 많이 와. 형이 상상하는 것보다 수백 배 많이 와.”
“에이. 농담마라. 비 때문에 문명이 발달 못했다니. 말이 되냐.”
“상상 이상으로 오는 게 문제지. 잘 봐 대만 섬이 요래 작잖아. 그런데 최고 높은 산은 3952m야 엄청 높지?”
“높네. 흐아암.”
“시끄럽고. 이 엄청난 고도를 가진 산이 좁은 대만섬 안에 있어. 그런데 대만엔 일 년에 열 몇 개의 태풍이 지나가거든.”
“그래. 태풍.”
“태풍이 지나가다가 이 높은 산에 걸리면 엄청난 비를 뿌려. 정말 어마어마한 비를 뿌려. 기록으로는 하루에 2777미리의 비를 뿌린 적도 있어.”
“그래. 비 많이 오네.”
“별로 와 닿지 않겠지만, 이만큼의 비가 한반도에 내리면 최소 천만 명이 익사해.”
“뭐? 지랄하지 마. 무슨 비 따위로 그 정도 사람이 죽냐.”
“사실이야. 그러니 비를 무시하지 마. 그 정도 비는 아니어도 하루 1000mm 강우량은 2~3년마다 반복돼. 철근콘크리트 건물이 아니라면 모든 게 휩쓸려 사라질 정도의 비야. 이래서 문명이 발전할 수 없어.
대규모 정착지가 건설되면 큰 비에 모든 게 쓸려가고, 큰 마을이 건설되면 큰 비에 모든 게 쓸려가고. 이런 걸 반복한 섬이야. 나라가 형성될만하면 큰 비에 나라가 망하는 그런 섬이지. 비에 적응한 사람이 고지대에 집을 짓는다 해도 그 정도 비가 내리면 모든 농작물이 사라져. 그럼 대규모 아사자가 발생하는 거고.”
세계에서 눈이 가장 많이 오는 홋카이도. 세계에서 비가 가장 더럽게 내리는 대만.
“야. 왜 이따위 땅만 추천 하냐. 우리 그냥 평범하게 가면 안 되냐?”
“이따위 땅이니까 아직 빈 땅이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면 공짜로 얻기 쉽겠어? 형 전쟁하기 싫다며. 빈 땅에 멀티 띄우고 미네랄 캐서 전쟁 없이 끝내자며.”
“그래. 알았다. 알았어. 대만 먹자. 먹어.”
그래서 먹으러 왔다.
광해함과 수송선단에서 내린 인원은 병력 1000명과 광해산업 일꾼 1000명. 노역수 4000명이다.
이들의 책임자는 서양갑이다.
앞으로 유구국과 대만섬을 오가며 지휘할 것이다.
“서양갑. 와봐.”
“예. 스승님.”
해안가에 자제가 내려지는 동안 모현성이 서양갑을 불렀다.
서양갑과 백관들은 교육 때부터 모현성을 스승으로 모셨다.
“항구 위치는? 설명해봐.”
“예.”
서양갑은 지도와 주변을 비교하며 하나하나 손짓했다.
“저곳에 항구를 건설하고, 최초의 마을은 저곳에 짓습니다. 방어를 위한 병영을 저곳에 두고, 방어선을 저곳에 건설합니다.”
“그래. 비 조심하고. 상상도 못한 폭우로 다 쓸려갈 수 있으니까.”
“기둥을 강하게 세우고 1층을 비워라. 생활은 2층에서.”
서양갑이 말을 받으며 도면을 펼쳤다.
단단한 기둥으로 1층을 높이 세우고 2층부터 집이 시작되는 구조.
대만에 특화된 설계다.
큰 비가 내리면 1층 전체가 물에 잠기는 걸 감안해야 한다.
1층을 벽으로 막으면 강한 물살에 집 전체가 쓸려간다.
운 좋게 1~2년 넘어가더라도 언제 큰 비가 올 지 모른다.
재해란 운전과도 같아서 99번 운 좋다가도 단 한번 폭우에 지면 그걸로 사람 목숨 끝난다.
“그래. 마을 하나씩 세우고, 원주민과 협력을 끌어내라. 우선 부족 간 관계부터 확실히 다져.”
“예. 스승님. 맡겨주십시오. 3년이면 충분합니다.”
“10년은 봐야 해. 느긋하게 해. 여긴 광산마을이니까 특히 느긋하게. 서두르면 사람이 죽는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스승님.”
“여름 되기 전에 집부터 튼튼히 짓고 그 다음에 광산 건설 시작해.”
“예. 스승님.”
모현성은 스승님 소리가 들릴 때마다 입꼬리가 올라갔다.
감투 좋아하는 놈.
둘이 대화하는 사이 남쪽으로 갔던 기마정찰병이 돌아왔다.
“부락 두개를 발견했습니다. 총 가옥수는 300여 채입니다.”
“그래. 가보자.”
심심했던 광해는 정찰병이 안내하는 곳으로 갔다.
12월 말인데도 파릇한 긴 수풀을 헤치고 들어가자 병사의 말대로 원주민 마을이 보였다.
작은 하천 주위 평지엔 어설픈 농경의 흔적이 보이고 집들은 평지에서 떨어진 경사면에 지어져 있었다.
이들도 홍수의 무서움을 아는 것이겠지.
병사들은 반쯤 강압적으로 부족민을 모았다.
전신 갑옷에 조총과 창으로 무장한 병사들에 겁을 먹은 원주민들은 똘똘 뭉쳐서 불안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광해는 그들을 찬찬히 살펴봤다.
산의 악마가 죽었으면 - 91
배불리 먹었으면 - 36
산의 악마가 죽었으면 - 188
타요피첸을 죽여줬으면 - 597
산의 악마가 죽었으면 - 74
타요피첸을 죽여줬으면 - 266
양떼 속에서 늑대가 사라지면 양 한마리가 늑대로 변신한다.
이 작은 부족사회에도 늑대는 존재했다.
“타요피첸?”
광해의 말에 주민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린다.
그 중에서 덩치 큰 원주민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숙인다.
저놈이군.
광해는 손에서 불덩이를 만들어 던졌다.
쾅.
화르륵.
살아있는 여덟 명과 죽어있는 다섯 명에게 원한을 산 타요피첸은 한줌의 재로 변했다.
광해는 원주민의 언어를 익혔다.
“나는 신에게서 백성의 소망을 들어주라 명을 받고 이 땅에 내려온 광해다. 내 말에 복종하라.”
이어진 종교활동.
배고픈 자들에게 쌀을 안겨주고, 그들 마음속 소망을 말해주며 점쟁이 놀이도 하고, 당장 들어줄 수 있는 것 해소해주고.
하도 자주하니 이제 광해 스스로 사이비 종교 교주가 된 느낌이다.
‘현대로 돌아가면 사이비 교주나 해야지. 모현성이 세뇌에 대해 정리한 것도 많으니까 쉬울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며 종교활동을 끝냈다.
이제 왕이 할일은 끝났다.
여기서 며칠 놀다가 조선으로 복귀하면 된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
산의 악마가 죽었으면.
무려 20명이 같은 소망을 갖고 있었다.
“산의 악마가 무엇이냐?”
“어이쿠. 그 이름 함부로 부르면 안 됩니다.”
“그 존재 자체로 악이며 악마입니다.”
원주민들이 부들부들 떨었다.
“그게 나보다 쎄? 그놈 손에서 불덩이가 나와?”
“아닙니다. 하지만 그건 사람을 잡아먹습니다.”
사람을 잡아먹는다 라. 호랑이 아니면 곰이겠지?
광해는 아공간에서 큰 화선지를 꺼내 호랑이를 그렸다.
생각해보니 그림도 오랜만에 그리네.
광해가 놀라운 그림을 그리자 원주민들이 우와우와하며 몰려들었다.
소유키와 임경업, 개떡이와 병사들도 몰려와서 우와우와한다.
이런 기합 빠진 놈들.
“이렇게 생겼냐?”
“어? 음. 비슷하긴 한데. 훨씬 큽니다.”
“그림이니까 당연히 작게 그렸지. 얼마나 큰데.”
“어 음. 저기 있는 배만큼 큽니다.”
저 멀리 해안에 있는 배를 가리키는 원주민.
“저만하다고? 공룡이냐?”
“예? 예. 그렇습니다.”
이놈 공룡이 뭔지나 알고 지껄이는 건가.
“생김은 비슷한데 무늬가 다릅니다.”
“큰 빗방울 무늬입니다.”
“얼굴은 더 작고 날렵합니다.”
땡땡이 무늬에 호랑이보다 얼굴이 작은 생물.
범선 크기의 생물.
모르겠다.
“어쨌든 그 생물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거지?”
“예. 밤에 시간처럼 달려와 죽음을 남기고 갑니다.”
그런 짐승이 주변에 있으면 병사들이 위험하겠군.
“알겠다. 그건 내가 처리해주마.”
오랜만의 퀘스트.
“경업아. 활 챙겨라. 사냥이나 가자. 소유키도.”
천막을 칠 동안 시간이 빈다.
광해는 아공간에 먹을 것을 챙겨 넣고 숲으로 들어갔다.
- 작가의말
문1(4점) 한반도에 하루동안 2777mm의 비가 내린다면 몇명이 사망할지 밝히시오
혹시 요런 연구자료 찾아볼 수 있을까요? 집단지성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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