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 오사카 전투
순도 100% 픽션입니다
전서구는 비둘기의 귀소본능을 이용하는데 2차 대전 때도 쓰일 정도로 매우 유용한 통신 방법이다.
다만 비용이 엄청 많이 든다.
우선 비둘기를 길들이고 먹이를 줘야 한다.
집에서 풍족하게 먹이를 줘서 이곳에 오면 맛있는 먹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각인시켜야 하고 항상 병사를 배치해 매나 수리에게 잡혀 먹히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그렇게 길들여진 비둘기를 데리고 나가 풀어준다.
굶주린 비둘기가 먹이를 먹기 위해 각인된 ‘집’으로 돌아온다.
십리, 백리, 천리 식으로 거리를 벌리며 훈련시키는데, 병사들이 비둘기를 데리고 나가는데도 고생하게 되고, 고생해서 키운 비둘기가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매에게 잡혀 죽고, 사냥당해 죽고, 그도 아니면 맛있는 먹이가 넘치는 곳을 찾아 거기 정붙이고 살기도 한다.
또 집으로 돌아오는 원리를 이용하기에 단방향 통신만 가능하다.
이동 중인 군대에는 보낼 수 없고 비둘기를 키운 자리로만 돌아오게 만들 수 있다.
그래도 유용성은 누구도 부정 못한다.
한성 내시부에서 관리하는 비둘기 집에 동일한 연통을 달고 온 비둘기가 셋.
몇 마리나 날렸는지 모르겠지만, 최소 3배수는 보냈을 거다.
무려 일본 아와지 섬에서 왔으니까.
허균이 확인하고 곧장 파발마로 광해에게 보고했다.
“권준 사망. 대장선에서 잠들듯 죽었다라......”
일흔 살을 넘긴 노장 권준이 죽었다.
지난번 만났을 때 몸의 피로를 씻어주고 지병도 없애줬지만, 노환은 어쩔 수 없나보다.
‘주상 전하의 믿음에 보답하고픈 마음은 굴뚝같으나 소신은 이미 나이가 많아 통제사 자리를 차지했다가 중요한 순간에 일을 그르치게 될까봐 심히 염려스럽사옵니다.’
애초에 삼수통을 제의했을 때도 나이를 핑계로 거절했는데, 몸이 급격히 안 좋아져 사직할 새도 없이 죽었다 한다.
잠시 애도.
방 밖에 있던 승지에게 권준의 장례를 맡기고 다시 서신을 봤다.
서신에서 중요한 점은 그게 아니었다.
오사카성 함락 직전.
지금 오사카번이 무너지면 대전략 자체가 흔들린다.
오사카번과 에도번이 상잔한 후 오사카번이 아슬아슬하게 승리해야 한다.
전서구를 날린 게 사흘 전이었으니 어쩌면 이미 무너졌을 수도 있다.
광해는 전서구를 보고 생각에 잠겼다.
명나라.
이상하다.
명에서 돌아온 후 안보군과 검계, 초원기사단까지 동원해 잠입한 개방도를 잡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곳곳에서 잡혀 오는 거지첩자들.
반응을 보면 확실히 중국에서 적대하는 게 느껴진다.
그런데 움직이지 않는다.
대체 나라가 얼마나 고장 난 건지.
명나라가 공격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이렇게 까지 꿈쩍도 안할 줄은 몰랐다.
만사가 귀찮은 만력제는 신하들의 설득에도 움직이지 않는다.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을 수도.
강력한 중앙집권의 단점이다.
황제가 병신이면 나라가 병신 된다.
현재 조선의 전선은 일본과 중국 동남부와 평안도 방어전선까지 세 곳.
세 개의 전선을 유지하는 데에 국가의 거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잠든 거인이 움직이기 전에.’
지금이라도 일본 전선을 빠르게 정리하는 게 낫겠다.
“난 왜국으로 간다. 적당히 놀다가 궁으로 돌아가라.”
광해의 말에 예서와 소유키, 구름이까지 눈을 똘망똘망 빛내며 데려가 달라는 시그널을 보냈다.
“놀러가는 거 아니다. 집 지켜라.”
시무룩.
게이트마법을 그린 광해는 곧장 오사카 앞바다의 아와지 섬으로 갔다.
“주상 전하를 뵙습니다.”
웅성. 웅성.
공중에서 나타나 바닥으로 뛰어 내린 광해를 본 병사들이 분분히 고개를 숙였다.
아와지섬은 조선군의 전초기지가 되어 온통 조선군으로 바글바글했고, 바다위엔 함선이 수없이 떠 있었다.
판옥선 백삼십 척, 개조한 관선 사백 척.
일본 원정에 동원된 함선이 모두 모여 있다.
광해는 적당히 인사를 받으며 항구 너머 바다를 바라봤다.
어스름이 다가오는 시간, 30km 거리의 오사카에 화려한 불빛이 보인다.
전기가 아닌 나무 타오르는 불빛.
“주상 전하를 뵙습니다.”
광해가 왔다는 소식에 이운룡과 이완, 남이흥 등 지휘부가 달려와 인사를 올렸다.
“저기가 오사카 성인가.”
“그러하옵니다. 전하.”
“전황은?”
“예. 설명 드리겠습니다. 막사로 들어가시지요.”
이운룡이 앞장서서 안내했다.
광해가 에도성을 공격했던 지난 해 12월, 도쿠가와 가의 오사카 공격이 시작되었다.
20만 대군의 숫자 앞에 오사카 인근 요새는 하나둘 떨어지고, 오노 하루나가는 오사카성에서 농성을 택했다.
도요토미 가가 차지하기 전부터 오사카성은 천혜의 요새였다.
본래 오사카를 차지했던 세력은 불교종파인 혼간지로 오다 노부나가를 상대로 10년 이상 버텼고, 오사카 성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천하가 된 후 대대적인 건설을 해 일본 최강의 성으로 거듭났다.
갑작스레 전쟁이 일어나 방어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지만, 오사카성의 이중해자는 쉽게 뚫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에도 막부의 군세는 좁은 다리를 건너며 녹았고, 거친 공세는 한 달이 지나자 멈췄다.
에도 막부 또한 갑작스레 전쟁이 시작되어 장기전에 대한 준비가 미흡했던 것이다.
일본의 징집병은 영주가 소집하면 각자 한 달 분량의 식량을 등에 지고 모이는데 이 한 달이 지나면 공격을 포기하거나 보급투쟁이 시작된다.
오사카성 공격을 시작해 한 달이 지나도 함락하지 못하자 막부 측의 군량이 바닥났다.
본래 계획대로라면 주변성에서 군량을 옮겨와야 할 텐데, 이미 막부 측 영지는 메뚜기 떼를 만난 듯 조선군의 약탈에 탈탈 털렸고 털리고 있는 상황.
막부는 1월이 되자 오사카성 공세를 멈추고 흩어져 도요토미 측 영지를 털기 시작했다.
곧 일본 전역에서 도요토미 측과 도쿠가와 측의 보급전쟁이 벌어졌다.
딱 모현성이 원하는 대로 된 것이다.
3월이 되자 군량을 모은 도쿠가와 측의 재공세가 시작되었다.
보급투쟁 기간 동안 사다리차와 해자를 건널 판자다리 등 공성물자를 갖춘 덕에 이번 공격은 위협적이었다.
특히 오사카성의 남쪽은 해자가 좁기에 그쪽으로 에도군의 공세가 집요하게 이어졌다.
이때 등장한 것이 나오에 카네츠구.
그는 오사카 외성 남쪽 500보 거리에 사나다마루라는 요새를 건설했는데 오사카 번으로부터 병사 만 명을 지원받고, 조선으로부터 천자화통 300문을 빌려 천혜의 요새로 탈바꿈했다.
“천자화통?”
“예. 현재 갖고 있는 천자화통을 전부 줬습니다. 현재 조선군엔 구경이 작은 지, 현, 황자화통만 있습니다.”
기존 화포는 하나씩 팔아치우고, 강철을 파낸 제대로 된 화포로 교체할 생각이었기에 별로 반대할 생각은 없다.
걸핏하면 폭발하고 함선에 불이 옮겨 붙으니 고객이 있을 때 빨리 팔아버려야지.
이 정도는 현장 지휘관의 재량이다.
천자화통 300문 이래봤자 판옥선 스무 대 분량의 화포니 그리 많지도 않다.
생각해보면 판옥선의 화력응집력이 엄청난 거다.
“4월의 대공세는 7차례 진행되었는데 모두 나오에의 지휘 하에 격퇴되었습니다. 오사카성을 공략하는 사이 등 뒤에서 화포가 무한정 날아오니 왜구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물러났습니다. 이후 에도 군은 사나다마루 요새를 먼저 공격했는데, 좁은 요새에 병력도 많고 화포도 많은데다가 오사카성에서 지원해주니 끝내 점령하지 못하고 물러났습니다. 왜구 최고의 전략가라더니 명불허전이었습니다.”
나오에... 누군지 모르겠군.
광해는 잠시 만났던 나오에에 대한 기억을 잊었다.
“그럼 잘 됐네. 이 전쟁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좋아.”
“알고 있습니다. 이후 에도군은 흙산을 쌓았습니다. 왜구 농민을 불러와 오사카 성 동쪽에 높은 흙의 산을 쌓았고, 흙의 산이 조금씩 전진하며 해자를 메웠습니다.”
“막을 방도가 없었나?”
“공세를 취하자니 흙산을 올라가야 해서 불리하고 화살이나 조총을 쏴봤자 죽는 건 대부분 농민뿐입니다. 오사카 측에서 몇 차례 시도해보고 포기했습니다.”
어차피 죽는 건 농민뿐.
현실은 언제나 잔혹하다.
흙산이 서서히 전진하니 흙산을 쌓는 것을 보면 공세 일자를 짐작할 수 있다.
이운룡이 미리 약탈하던 조선병을 모으고 전서구를 보내 연락할 수 있었던 이유다.
“지금 상황은?”
“외성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에도 측이 승리할 것입니다. 흙산은 계속 서쪽으로 전진하고 있는데 내부해자를 메우면 내성에서 전투가 시작될 것입니다.”
“며칠이나 걸릴까?”
“사나흘이면 내성 공략이 시작될 것이옵니다.”
오사카 앞바다에 꾸준히 배를 띄운 조선군은 지난 1년간의 전투상황은 모두 관찰해 기록해두고 있었다.
바다를 장악하면 이런 장점이 있다.
“내성 공략이 시작되고 격렬하게 부딪칠 때 그때 구하러 가자. 적을 최대한 상잔시켜야 해. 우리 준비상황은 어때?”
광해의 말에 이시영이 나섰다.
수군 지휘관 이운룡 대신 육군 최고 지휘관은 이시영이다.
“조선군 삼만 명이 있습니다. 이 중 절반은 평안도 군과 교체한 신병입니다. 그리고 신종한 왜군 이만 명이 있습니다.”
“총 오만이군. 어? 왜군이 왜 이렇게 많아?”
병사가 늘어있다.
“기존 항왜가 사천명이고, 도쿠가와에게 영지를 몰수당한 무사들이 많이 신종했습니다. 최대 세력은 우에스기 군으로 홀로 사천 명을 이끌고 항복했습니다. 그 외 십여 명의 영주 급이 있습니다. 그리고 작전허가는 내주지 않았으니 동맹 시마즈 군도 오천명이 와 있습니다.”
“그래? 얼굴한번 보자 다 모아봐.”
“예 전하. 자리를 옮기시지요.”
광해가 얼굴한번 보자는 말은 술 마시자는 뜻이다.
애초에 전서구를 보낼 때부터 준비하고 있었던 지라 광해가 도착한 순간 영주관에선 연회 준비가 한창이었다.
광해는 왕을 위해 준비된 영주관으로 갔다.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일본 미녀들이 춤을 추고 광해소망교 교단 성가대가 음악을 담당한다.
시마즈, 사나다, 우에스기 등에게 인사를 받고 아와지섬에 와 있는 윤성준 최기석 등에게 대전략을 보고 받았다.
에도번과 오사카번의 상잔은 모두가 동의했다.
연회장에서는 전투계획을 세운 후 향후 세력개편에 대한 논의가 길게 이어졌다.
최소 사나흘은 기다려야 하니까......
치킨이랍시고, 왕께 닭전을 진상한 이괄.
조정으로부터 받은 포상은 곤장 백대였다.
모현성에게 따로 언질이 내려왔기에 곤장은 치는 시늉만 하고 끝났지만 스물세 살 어린 가주의 위엄은 무너졌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다.
치킨은 신의 음식이다.
광해가 조리법을 퍼트리며 그렇게 소개했고, 창덕궁 앞에 창덕치킨이 생기자 이괄은 하늘의 뜻을 살짝 읽는 영험한 도사처럼 되었다.
살짝 어긋나 벌을 받았지만, 왕보다 먼저 신의 음식을 만들려던 정감록 급 선지자.
닭을 조사리고 튀기고 지지고 볶던 시간이 복이 되어 돌아왔다.
가문의 지지가 오른 건 둘째 치고, 가문을 넘어서 지역의 명사가 되었다.
“우린 어찌해야 하오리까?”
“광해님께 잘 보이려면 어찌하리까?”
고성 인근의 양반들이 모여들었다.
광해가 선언한 산업진흥책에 의해 그나마 남아있던 전답과 노비를 뺏긴 양반들은 반대급부로 받을 혜택으로 뭘 고를지 고민이었다.
그들은 선지자가 가리키는 대로 움직일 용의가 있었다.
양반들이 모여들어 뜻을 모으자 이괄은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다.
“바다! 주상께서는 이 좁은 땅 말고 너른 바다를 보고 계시오. 우리는 바다로 나가야 하오.”
이괄은 광해의 뜻을 어느 정도 읽었다.
고성이가에서 몰수된 재산과 주변 양반들의 것까지 합치니 꽤 되었다.
이괄은 이 모든 보상을 모아 배를 받아냈다.
왜구로부터 몰수한 관선 40척을 받아 상선으로 개조해 상단을 만들었다.
대표는 이괄이 되었고, 나머지 양반들은 지분만 갖고 혜택을 나눠먹을 주주가 되었다.
관에서는 향후 10년간 일거리가 멈추지 않을 거라 약속했으며 그 보상도 후했는데, 상단이 사고 없이 3년만 운행해도 몰수된 재산 이상을 뽑아낼 수 있을 것이다.
배를 구했으니 상단을 조직해야 한다.
수군에서 전역한 노련한 선원들 중 한산도에서 항해사 자격증을 딴 이들을 고용했고, 항해법에 따라 각 함선마다 나침반과 해시계, 육분의, 그리고 쥐 퇴치용 고양이까지 배치했다.
노 저을 노군과 돛을 만질 갑판원까지 배치하자 상단은 장사할 준비가 끝났다.
관아에 신고하자 일거리를 산더미처럼 안겨주었다.
광해님의 선언이 맞았다. 배가 할 일은 무궁무진했고, 광해님은 양반이 부자 되는 걸 싫어하지 않는다.
열심히 일하면 부자가 된다.
-수송 의뢰서
지도에 표시된 한산도에 가서 광해상회의 물건을 싣고 나하에 가서 내린 후 쌀을 싣고 한산도로 복귀하라.
첫 의뢰서를 받아 들고 고성에 돌아오자 투자한 양반가문이 전부 모여 있었다.
조상님께 제를 올리고 새 시대에 대한 선언을 하고, 각 가문 모든 사람과 상단의 고용인들까지 모두 모여 잔치를 벌였다.
그리고 다음날 이가 상단이 출항했다.
“가자! 세계로!”
상단주 이괄은 부푼 꿈을 안고 바다로 나섰다.
이제 이괄은 수송선 40척, 상단인원 천이백명을 이끄는 대상단의 주인이다.
벅차오르는 가슴을 안고 선수에 서서 배 밖으로 몸의 절반을 내민 상단주 이괄은.
“우웨에에엑!”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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